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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홍대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확... 줄어들었다.
뭉뚱그려 홍대 상권이라 얘기하지만 사람들은 안다. 홍대와 상수동이 다르고, 홍대와 연남동이 다르며, 홍대와 망원동이 다르다고.
홍대에 넘쳐나는 대형 매장과 프렌차이즈는 결국 홍대가 확장할 수 있었던 동력을 갉아먹은 주범이 되어버렸다.
물론 여전히 홍대는 시끌벅적하다.
주말이면 클러버들로 북적이고 주당들의 발길은 여전하지.
하지만 홍대는 살아있지만 죽은 거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

망원동을 여러번 걷다보면 적어도 아직까진 망원시장을 중심으로 한  구상권이 생각보다 튼튼하게 버텨준다는 생각이 든다.
망원 시장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으로 뻗어있는 골목 구석구석에 보석같은 가게들이 들어서있는데 대체적으론 몰려 있다기보다 구(舊)상권 또는 주거건물 사이사이에 산개되어있다고 보는게 맞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아직까진 대형 프렌차이즈가 들어설 여지가 많지 않나보다. 수익을 빼낼 유동인구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속단할 수는 없지만 막연하게, 망원동은 그리 쉽게 홍대꼴이 나진 않을거야...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랬으면 하는 바램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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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카페에 들른 이들이 올리는 사진이라면 주로 카페의 인상적인 인테리어 또는 커피가 담긴 잔을 찍어 올리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커피라 하면, 아메리카노 정도에 좀 특색있다면 핸드드립 정도였지. 하지만 그런 커피들은 그래봐야 진한 갈색 물이 예쁜 잔에 담긴...정도였다. 보는 이들에게 '아, 저 집 커피를 꼭 마시고 싶어'라는 욕망을 불러오기엔 충분치 않았다.
블로그가 인터넷을 휩쓸 땐 그저 카페 여러 사진 중 한 장으로 들어갈 뿐이었지.
그런데 인스타등의 sns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들른 곳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몇 장으로 추릴 필요가 생겼다.
블로그처럼 주르르 사진을 올릴 수 없으니 가장 임팩트 강한 사진을 추릴 필요가 생긴거지.
그러다보니 인상적인 공간 사진만큼 독특한 커피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아인슈페너, 모카자바, 독특한 라떼들.
고혹적인 커피 잔에 담긴, 보기에도 아름다운 이 커피들은 '인생커피'라는 해쉬태그 한방과 함께 많은 이들에게 '나도 저걸 마셔보고 싶다'라는 욕망을 부추긴다.
인스타를 통해 전혀 알지도 못하던 카페나 음식점이 인기를 얻게 되는 여러 작동원리 중엔 이런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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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성수동보다 망원동을 좋아하는 이유는 성수동의 소위 그 뜬집들이 대체적으로는 쌔끈한 자본의 힘이 느껴지는 것과 달리 망원동의 가게들은 주인장의 취향과 철학이 먼저 보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방문한 '은혜직물' 이 가장 인상깊었는데, 옛스럽기까지한 일러스트 로고에 그야말로 에스닉한 매장의 분위기, 그만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자신들만의 텍스타일, 그리고 자리를 지키는 쥔장의 느낌까지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브랜드의 일관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망원동에 자리를 잡았다고 다 가볼 만한 집이 아닌 것은 당연하다.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음식을 내는 집이 여전히 줄을 서서 기다려 먹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모습도 본다.(주관적인 견해지만 난 그렇게 지독하게 짜고 단 음식에 호응하는 흐름에 공감하지 못한다. 꼰대인거지...)
하지만, '은혜직물'과 같은 가게의 가치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이런 가게들도 조금씩 더 늘어나게 될 것이고,
그땐 정말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다양하고 유연한 선택의 즐거움을 선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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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내... 그리 많이 다녀본 건 아니지만,
망원동에 가시면 아래 가게에 한번 들러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좁지만 알찬 대루커피, 맑은 육수가 일품인 라멘 베라보, 투박하지만 존재감있는 음식을 내는 '장화신은 고양이', 매력적인 텍스타일 가게인 '은혜직물', 소품샵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시들지 않는 정원' 그리고... 만화책방인 '망원만방'.
(아... 물론... 동경, 호시절, 광합성... 이렇게 유명해진 곳이 별로라는 의미가 결코 아니니 오해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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