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adillo/아르마딜로]

directed by 

2010 / 105min / Denmark


[the Hurt Locker/허트 로커]보다 더 건조하고 냉정하게 전장의 피할 수 없는 아드레날린이 어떻게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지를 그려낸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아프고, 그 후유증이 더 오래간다.
극도의 공포와 긴장 속에서 일상으로의 귀환을 꿈꾸지만 정작 돌아간 일상이 무료하고 견딜 수 없어 다시 총성과 포성, 심장을 옭죄는 강박이 지배하는 전장을 택하는 이유. 

그 이유를 이토록 극명하게 보여주는 영화가 어디 흔할까?









[Safe House/세이프 하우스] 
directed by 

2012 / 115min / US


라이언 레이놀즈는 이런 액션 스릴러엔 그닥 잘 어울리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잘 맞는 옷인 듯.
물론... 댄젤 워싱턴의 아우라가 밸런스가 애매할 정도로 강하긴 하지만.
본 시리즈 운운하는 광고 카피 다 집어치우고 그냥 이 영화만 떼어놓고 봐도 충분히 킬링 타임 영화로는 손색이 없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는 대외적 명분따위 이미 땅에 떨어진지 오래인 CIA의 추악함이야 너무 쉽게 접하니 오히려 이 영화 속의 에피소드는 말랑말랑하고 뻔해서 

콧방귀가 나올 정도지만 라이언 레이놀즈와 댄젤 워싱턴의 동선을 따라가며 잡아내는 긴장감의 짜임새는 생각보다도 훨씬 괜찮다.









[Hamilton/해밀턴]
directed by 

2012 / 109min / sweden


[Haeven/In a Better World]의 주인공과 동일 인물이라고 보기가 힘든 날렵한 모습이 처음엔 적응이 안되더라.
영화적 재미야 어느 정도는 보장을 하는데 귀를 의심케하는 스웨덴산 '국가 안보를 위하여'란 말이 자꾸 등장하니 묘하게 이질감이 느껴져 몰입을 방해하더라.

제임스 본드의 유머따위는 0.01%도 없고 섹시한 여성을 갈아치우는 난봉도 없으며 

오히려 지고지순한 면까지 있지만 뭐하나 매력적인 구석은 딱히 찾기가 힘든 캐릭터 덕분에 무척 애매...해진 영화.

 








[the Raid : Redemption/레이드 첫번째 습격]
directed by  (as Gareth Huw Evans)

2011 / 101min /  


액션의 합은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설정도 정무문의 초확장 버전으로 매력은 있는데 도통 어설프고 부자연스러운 스토리 진행은 일찌감치 영화적인 이야기보다는 액션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액션? 말했다시피 놀라움의 연속이지만 이 강렬한 액션이 러닝타임 내내 강약없이 터져나오니 나중엔 어떤 액션이 나와도 

미적지근해지고 마지막 처절한 액션씬은 철저하게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게 되더라.
가렛 에반스 감독에게 차기작을 기대하기 힘들어지는 이유.









[Get the Gringo/겟 더 그링고] (2012)
directed by  (as Adrian Grünberg)
2012 / 96min / US


그렇지.
멜 깁슨에겐 이런 역할이 딱 맞는 옷인거다.
[Conspiracy Theory/컨스피러시] 캐릭터에서 조금 더 멀쩡한 정신으로 돌아온.
정의가 부정부패, 정략적인 목적에 의해 포획되고 유린당한 멕시코의 생경한 감옥이라고 말하기도 힘든 감옥에서, 

님도 보고 뽕도 따는 멜 깁슨의 고군분투가 묘하게 땀샘을 자극하는, 그런 영화.








[돼지의 왕] (2010)

directed by 연상호

2010 / 96min / korea


불편하다.
이 영화의 배경과 내가 거쳐온 학창 시절이 비슷한 시기임에도, 이 영화의 극단적인 설정은 메시지를 부각시키기 위함임을 감안하더라도 불편하다.
무겁고 어둡다는 느낌보다는 불편하다는 느낌.
그렇다고 이 영화의 영화적 가치를 거부하고 싶지도 않다.
남자들이 어떻게 해서 폭력을 합리화하고 폭력 속에 길들여지며, 심지어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지를 이 영화는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
류하 감독이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괴물과 조폭, 폭압적 기득권이 양산되는 기능을 하는 학교에 대해 신랄하게 까댔는데, 

[돼지의 왕]은 그 시선에서 한발자욱 더 핵심에 다가서고, 한발자욱 더 피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냈다.
하지만,
일부 성우들의 연기는 도통 몰입이 힘들 정도로 거슬리더라.










[Shame/쉐임
directed by 

2011 / 101min / UK


먼저,
현대인의 강박을 얘기할 때 가장 쉽게 떠올리곤 하는 섹스를 소재로 진부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이토록 긴 호흡과 떨리는 시선으로 눈을 뗄 수 없는 변주로 호흡할 수 있도록 만들어낸 스티브 맥퀸 감독의 재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누가봐도 멀쩡한 중산층 주인공의 섹스 강박을 통해서 감독은 욕망이 업무와 책임감의 스트레스에 사로잡혀, 

욕망조차 자유로울 수 없는 서글픈 현대인의 모습을 그대로 까발린다.
그리고 속물적이지만 일상적인 주변인들의 모습과 성적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의 내적 괴로움을 드러내며 

정말 현대인은 무얼 부끄러워하는 건지에 대해 커다란 전제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넌즈시 툭 던져놓는다.
오열하는 주인공, 설레임의 만남이 유혹과 응시, 본능적 충동으로 연결되어 관객들에게 결말의 여지를 던져준 엔딩도 인상적이지만, 

그 결과가 어쨌든 사실 주인공의 삶이 달라질 여지가 있을까싶은 건 솔직한 내 마음.

*
캐리 멀리건의 헤어누드가 충격이었는데, 역시 그녀는 정말 매력있어.
외모는 내 타입이 전혀 아닌데, 한편 한편의 영화 속의 그녀의 이미지들이 차곡차곡 쌓이더니 이젠 그녀의 이름이 크레딧에 있으면 그 영화는 꼭 보고 싶어진다.

**
마이클 파스빈더는 제레미 아이언스의 도회적이면서도 중후하지만 세련된 이미지를 그대로 끌어안은 듯.

***
영화 속 섹스 장면이 필연적인 요소라는 건 바로 이런 영화에 쓰는 법.

 







[モテキ/Moteki/모테키

2011 / min / japan


민성이도 함께 봤는데, 정말 정말 재밌게 봤다.
원작 만화도 못봤고, 2010년의 드라마도 못본 상태에서 영화를 본건데, 어제부터 드라마를 달리기 시작하면서 느낀건, 영화를 미리 보길 오히려 잘했다는 생각.
영화 속에서 너무나 인상적이고 기분좋았던 퍼퓸(Perfume)의 'Baby Crusing Love'와 함께 펼쳐지는 군무는 드라마에도 나오는 거였고, 

가라오케 버전처럼 화면에 크게 노래 가사가 찍히는 '볼품없이 차이는 법'도 드라마에 나오더라.
이런 사실을 모르고 영화를 봤으니 신선하고 웃기면서도 묘한 감정이 생겨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드라마부터 봤으면 그 감흥이 오히려 조금 덜했을 듯.ㅎ
찌질한 오타쿠의 사랑 이야기라고 보기엔 너무나 보편적인 애정의 감정을 보여주는 탓에 이걸 찌질하다고 말하기보단 솔직하다고 보는게 더 어울릴 것 같다.
후지모토와 미유키(이상한 나라의 미유키짱...?ㅎㅎㅎ), 후지모토와 루미코. 
사랑은 이렇게 상처를 주기도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는 법. 
팍팍하고 미래를 보기도 힘든 젊은이들이 이 시대에서 사랑하는 보통의 과정들. 
너무나 갑작스럽게 마무리짓는 엔딩이 당혹스럽긴 했지만 그 나름대로 한방은 있더라. 

*
나가사와 마사미.
윤은혜 닮아서 내 좋아했는데,
정말... 너무 예쁘네.-_-;;;
[시간을 달리는 소녀] 실사판에서 주연을 맡은 나카 리이사(仲里依紗)도 정말 예쁘고. 넘 조금 나왔지만.-_-;;;
뭣보다 이 영화를 보니... 2011년부터 통 가보질 못한 일본에 마구 가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
어장관리, 보슬... 이런 말 제발 좀 그만 하자.
나도 남자지만 이런 일방적인 여성들에 대한 폄하와 일반화가 너무 거북하고 졸렬해보인다.
우리 남자들은 그럼 뭐가 다른데? A도 B도 C도 별로지만 외모만 좋으면 어떻게해서든 한번 자려고 뻘짓을 하고, 그걸 무슨 전리품인양 으스대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획일적인 외모를 강요하고, 미모가 안되면 그게 개인의 신상이야 어쨌든 쪽팔리게 몰려가서 혐짤이라는 등 난리를 치고. 

***
TV판 보는데...
TV판의 재미도 만만치가 않구나.
모테키...는 합성어로 '인기가 있는 시기'라는 말이라고.
이런 말이 따로 있다는게 더 놀랍다.ㅎㅎㅎ













[God Bless America / 갓 블레스 어메리카]


directed by Bobcat Goldthwait
2011 / 100min / us

Joel MurrayTara Lynne Barr

씁쓸하다.
과거의 보편성이 특수성이 되고, 매스 미디어의 한없이 가벼운 설정에 대중들이 환호하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미디어없이 존재할 수 없이 되어버린, 

결코 civilized 되지 않은 civilization. 
현대의 미국사회를 감독은 위험하다싶을 정도로 까발려버린다.
금기시되다시피한 암묵적인 통념을 철저하게 깨부수면서, 

이따위 지랄같은 일말의 도덕심따위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는 무개념과 미개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일갈하는 듯한 장면들.

내 속에도 스스로를 검열하는 장치들이 아직도 존재해서인지 저 천진난만한 무차별적 총질에 식은 땀이 날 때도 있지만, 시한부 선고를 받고, 

부릴 줄 아는 건 고집밖에 없는 별거한 부인과 사는 딸아이의 엄청난 투정을 전화기 너머로 들으면서 좌절하는 주인공의 심정이 이해가 가는 건... 

지금 이 사회도 그닥 저 영화 속 미국과 다르지 않기 때문일거다.

온갖 연예인의 시시콜콜한 사생활이 순위를 정한 검색어 차트에서 들락날락거리고, 개인의 인권이 알 권리 또는 익명성을 담보로 무차별하게 난도질당하고, 

TV에선 젊은이들을 마냥 줄세우는 오디션 프로로 넘쳐나고,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의 가짜 드라마에 울고 웃고...
저 영화가 보여준 세상과 조금도 다르지 않는 지























*

trailer















[the Hunger Game /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
directed by Gary Ross
2012 / 142min / US

Jennifer Lawrence, Josh Hutcherson, Wes Bently, Stanley Tucci


RVIP라는 CGV의 서비스 쿠폰 제도는 제대로 사용해먹기가 쉬운 편은 아니다.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는 문제.
IMAX 쿠폰도 3D는 안되고... 그냥 디지털 상영이나 즐기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3년 내내 CGV VIP인데 쿠폰을 제대로 챙겨 쓴 적이 거의 없고.
올해는 악착같이 쿠폰을 써보기로 했다.
어제 aipharos님, 민성이와 함께 본 [헝거게임]은 쿠폰 두장에 포인트 할인받아 7,000원에 관람.

상영관에서 이렇게 관객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고, 역시... 이런 SF 분위기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배우로 한국에 어필한다는건 쉽지 않은 거구나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수잔 콜린의 원작이 그리 재밌다고들 하는데 난 원작을 읽은 적이 없어 책으로 인한 기대감같은 건 없었고, 기대할 수 있는 포인트는 단지 감독이 게리 로스라는거, 

그리고 주연배우가 [Winter's Bone/윈터스 본]에서 절망 속에서 굳건한 심지를 보여준 주인공 역을 기가막히게 잘 보여준 제니퍼 로렌스 때문이었다. 
그리고 사라진 아빠를 찾아 폭력과 부조리가 만연한 일상의 지옥을 거침없이 헤매는 [윈터스 본]에서의 그 캐릭터와 공통점이 많았던 [헝거게임]에서의 역할도 

그녀는 완벽하게 소화했다. 물론 거기에 틴 에이지의 말랑말랑한 로맨스도 양념처럼 살살 곁들여서 말이다.

후카사쿠 킨지의 [배틀로얄]과 곧잘 비교되는 것 같다.
아이들이 죽고죽여야하는 설정이야 같지만 그 외에는 완벽하게 다른 영화고, 후카사쿠 킨지의 [배틀로얄]이 훨씬 고어적이고 아이들의 살육 행위에 주력하는 반면, 

[헝거게임]은 '해피 헝거 게임'을 영화 속에 거대한 작가의 세계관과 함께 잘 버무려 넣어 통상적인 액션의 틀을 거부한다.
일부에선 배틀로얄처럼 처절하게 죽이는 장면이 거세되버리니 '심심하다'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듯 사실적인 도주, 

그리고 상대를 죽이기에 앞서 고민하고 주저하는 심리적인 혼란도 오히려 훨씬 설득력있다고 느껴졌고, 실제로 상당히 몰입할 수 있었다. 
헝거게임 자체만을 얘기하자면 이와같지만, 난 오히려 헝거게임에 투입되는 튜브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의 과정이 더욱 인상적이었는데, 

영화 시작부터 그 튜브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이 영화, 아니 소설이 보여주는 판엠의 세계관은 헝거게임을 치루는 이유, 정치적 동기, 도널드 서덜랜드의 대사등을 통해 

매우 탄탄하게 구축되어 보는 이에게 대단히 압도적인 감정이입을 이끌어내는 것 같았다. 헝거게임은 실제로 이 영화에서 절반 정도의 비중이니까.
이런 세세한 디테일에 대한 배려로 인해 캣니스(제니퍼 로렌스)가 헝거게임을 치루기 위해 떨리는 혼란 속에서 튜브로 걸어들어가는 장면은 보는 나까지 

더욱 애처롭고 긴장되게 느껴졌다.
당연히 [Bridge to Terabithia /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의 인상적인 주인공이었던 조쉬 허쳐슨이 연기한 피터 멜락에게도 충분히 감정이입할 수 있었고.

말그대로 사이언스 픽션이 적절한 설득력을 갖기 위해 효과적으로 마련된 장치들, 판엠의 모습은 초현대화된 미래 도시의 모습에 로마 시대를 섞어놓았고, 

사람들의 코스튬은 근대 시대에 아방가르드를 덧입힌 모습들을 하고 있다.
헝거게임이 생중계되는 방식이나 최후의 1인이 부귀영화를 독식한다는 점등은 

분명히 작가가 신자유주의 시대에 넘쳐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대중 접근 방식을 풍자하는 듯 하다.
로맨스까지도 상품화하는 걸보면 딱... 지금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나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상케하니까.
덕분에 캣니스와 피터의 로맨스도 대단히 모호하게 돌아가고.
아이들이 생존을 위해 연합하고, 스스로의 힘을 과시하고, 일말의 주저함없이 상대를 죽이는 캐릭터들을 보면 경쟁에 내몰려 공생의 상대가 아니라 

짖밟고 올라가기 위한 대상으로서의 상대만 익숙해진 신자유시대의 아이들과 그닥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지니 무척... 안타깝고 끔찍하기도 하고.

책은 세권인데 영화는 네 편으로 나온다고 한다.
감독은 모두 게리 로스가 그대로 맡을 예정이라니 기대가 크다.


*
기본적으로 판엠의 모습은 초현대화된 미래 도시의 모습에 로마 시대를 섞어놓았고, 사람들의 코스튬은 근대 시대에 아방가르드를 덧입힌 모습들을 하고 있다.
헝거게임이 생중계되는 방식이나 최후의 1인이 부귀영화를 독식한다는 점등은 

분명히 작가가 신자유주의 시대에 넘쳐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대중 접근 방식을 풍자하는 듯 하다.
로맨스까지도 상품화하는 걸보면 딱... 지금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나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상케하니까.
덕분에 캣니스와 피터의 로맨스도 대단히 모호하게 돌아가고.











이 애니메이션을 왜 이제서야 보고 있을까.
그 유명한 GAINAX(가이낙스)가 2007년에 무려 11년 만에 메카닉물로 내놓은 TV 애니메이션.
(프리크리는 진짜 대박이었지만 메카물이라고 보기엔...)
따지고보면 가이낙스 애니가 날 실망시킨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즈의 날개](1987), [건버스터](1998), [오타쿠의 비디오](1991), [신세기 에반겔리온](이건 아직도 끝장이 안났으니... 

마지막 극장판을 앞두고 있다),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1990), [건버스터 2](2004), [프리크리](2000)등등...
언제나 말도 안되는 거대한 세상 속에 상식을 씹어먹으면서도 마지막엔 형언하기 힘든 폭풍 감동을 주었던 애니메이션을 발표했던 가이낙스.

(물론 제일 먼저 언급한 두 편은 빼고)
2007년에 이미 절찬리에 방영한 이 애니메이션을 이제서야 봤다니...-_-;;;
아직 12화 정도까지 밖에 못봤지만, 너무 오랜만에 본 애니메이션인데 이 애니가 주는 재미는 보통이 아니다.
도무지 설명하기 불가능하고 말도 안되는 설정, 개연성이라곤 눈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인과관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사항이 다 납득이 가니 어처구니가 없기도.ㅎㅎㅎ
납득이 가는 정도가 아니라 이 오글거리는 열혈 멘트들이 가슴에 팍팍 꽂히기까지하니 나 참...
민성이와 정신없이 12화까지 달리고 있다.



















*
여러번 얘기한 바 있지만,
내게 가장 감동적인 애니메이션 엔딩은 [건버스터]와 [건버스터 2]다.
[건버스터]를 본 사람만이 [건버스터 2]의 엔딩에도 폭풍 감동을 받을 수 있고.











[John Carter / 존 카터 : 바숨전쟁의 서막
directed by Andrew Stanton
2012 / 132min / US

Taylor Kitsch, Lynn Collins, Samantha Morton, Willem Dafoe, Mark Strong

존 카터..., 그러니까 원작인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바로... [타잔]의 원작자이기도 한!)의 [화성의 공주]를 모르고 이 영화의 예고편을 접한다면, 

이 영화를 다음과 같이 철저히 오독할 여지가 있다.

'아바타의 인기에 기대어 스타워즈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한 정체불명의 짝퉁 SF'.

나 역시 그닥 SF 판타지 소설을 거의 읽은게 없는 인간이라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의 [화성공주]를 들어는 봤어도 읽어본 적은 전혀 없었으니 

예고편만 보고 뭔가 머리가 혼란스러움을 느꼈는데 감독 이름을 보곤 이내 조금 기대해보는 쪽으로 기울었었다.
얼마전 [Iron Giant/아이언 자이언트], [the Incredible/인크레더블]의 애니메이션 연출가 Brad Bird(브레드 버드)가 

실사영화인 [MI 3 Ghost Protocol]을 매우 성공적으로 연출한 바 있는데, 앤드류 스탠튼 역시 Pixar의 [Wall-E]의 연출자가 아닌가.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이름.
그래도... 정말 내 발로 극장에 걸어 들어가 보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민성이가 워낙 보고 싶어해서 aipharos님과 민성이와 함께 영화를 봤다. 

CGV IMAX에서. 물론 3D로.

영화는 2012년의 하이테크놀로지를 차용하지만, 원작의 분위기를 해치기 싫었던 이유인지, 아니면 원작에 대한 예의인지 무척이나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가깝다. 

이것이 실망스럽다기보다 오히려 존 카터라는 캐릭터를 설득력있게 살려주는 느낌이고.
고전 SF 판타지가 원작인만큼 스토리는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대로 흘러간다.
다만, 그러한 익숙함이 다양한 스펙타클과 충실한 CG, 평면적이지만 잘 살려진 캐릭터로 지루하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사실, 이후의 영화들이 워낙 이러한 스토리들을 복제 또는 변형했기 때문에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이런 면에서 다소 억울한 면도 없지 않을 듯.
원작을 읽지 않은 나로서도 얼마나 많은 부분이 원작과 달리 각색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대체적인 기본뼈대는 그대로 옮겨오지 않았을까?
영화를 보면서 그 고풍스럽기까지한 느낌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


*
3D 효과는 soso. 너무 지나친 기대는 금물.
[Thor/토르]처럼 차라리 Digital 2D로 볼 걸하는 후회 정도는 없었다.
예고편으로 보여준 [Avengers/어벤져스]의 3D는 양날의 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엄청난 효과가 있기도 한데 동시에 디테일이 날아가는 느낌도.


**
데자 토리스 역의 '린 콜린스'는 조셉 고든 레빗과 함께 한 [Uncertainty]의 그녀다.
엄청난 몸매를 과시함.


***
Trailer












[Chronicle / 크로니클
directed by  Josh Trank
2012 / 84min / US

Taylor Kitsch, Lynn Collins, Samantha Morton, Willem Dafoe, Mark Strong


먼저,
이 영화가 지향한 지점과는 다른 관점이지만.
[크로니클]을 일반적인 초능력자들이 나오는 SF 블럭버스터들과 비교하여 스펙터클의 재미가 떨어진다는 일부 평가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점 미리 밝혀둠. 물론, 개인적으로.

의외로, 유사 다큐멘터리 방식을 취하는 영화들을 우린 수도없이 접할 수 있다.
[Man Bites Dog/개를 문 사람]의 잔혹하고 강렬한 모크, [This Is Spinal Tab/디스 이즈 스파이널탭!]의 씁쓸한 블랙코미디등을 통해 

꾸준히 이어져온 페이크 다큐는 이후 [Blare Witch/블레어위치]가 대중적으로 호응을 얻고 폭발하여 이러한 페이크다큐 형식을 이용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중 유명한 영화들은 다들 잘 아시는 [블레어 위치], 최근의 [Clover Fields/클로버필드]나 [Paranormal Activity/패러노멀 액티비티], 

잘 만든 호러 [REC]등이고, 작년엔 노르웨이에서 [Trolljegeren/트롤헌터]같은 수작 페이크다큐가 나오기도 했다.
사실 페이크다큐라고 해서 실제 우리가 보는 것처럼 한대의 카메라 시점으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수십대의 카메라와 장비가 동원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관객들을 스크린에 몰입시킬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어서, 페이크 다큐의 영화인문학적인 의의와는 별개로 

젊은 감독들이 이러한 방식을 많이 활용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1인칭 시점이 주가 되므로 다가오는 공포에 직접적으로 관객이 노출된다는 면에서 호러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크로니클]은 엄밀히 말해 온전한 의미의 페이크 다큐와는 거리가 있다.
앤드류가 카메라를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것에서 시작되지만 중반부로 넘어가면 어느새 카메라는 맷에게 넘어가고 이후엔 사실상 카메라가 의미가 없는, 

TV 중계화면과 혼연되며 자연스럽게 다큐의 형식을 벗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용된 페이크 다큐 형식은 앤드류가 가진 내재적인 불안감과 공포, 그리고 이로인해 쌓여가는 분노가 철저히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고, 

관객들이 앤드류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효과를 충분히 거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앤드류, 맷, 스티븐이 우연한 기회에 정체모를 장소에서 초능력을 얻게 되고, 

이를 통해 교감을 나누고 또는 주변 사람들을 골려먹는 장면들은 앤드류의 카메라를 통해 다큐와 같은 느낌으로 관객에게 전달되며 동시에 묘한 짜릿함을 준다.
그 짜릿함이란 내가 해보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청소년 시절의 공상과 망상을 이들 셋이 아기자기하게 하나둘 재현해주기 때문이며, 

특히 앤드류가 장지자랑 대회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숱한 괴로움 속에서 앤드류에게 비춰진 일말의 행복이 관객에게도 그대로 전달되어 진심으로 흐뭇해지기도 하지만 

이후 다가올 정해진 비극의 분수령이라는 점에서도 가슴이 아프더라.
예고편에서 볼 수 있듯, 후반부 폭주는 물량보다는 시점과 편집을 통해 훌륭한 스펙타클을 보여주며, 

물량공세없이도 이런 긴장감과 놀라운 액션씬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게 된다.
동시에, 그 스펙터클이 강자가 약자를 파괴하는 본능적인 파괴욕에 의한 대리만족이 아니라, 내부의 분노를 모두 쏟아부으며 터뜨리는, 

그 분노를 표출하는 강도가 세질 수록 스스로가 그 분노에 잠식되어 고통을 느끼고 아파하는 앤드류를 느낄 수 있어서 무척... 가슴이 아팠다.
러닝타임 80여분으로 짧은데도 불구하고 트레일러와 페이스북등을 통해 너무 많은 스팟이 공개되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전개임에도 

이들의 처절한 사투가 스펙터클보다는 처연한 아픔으로 다가온 것은 감독이 이 영상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바가 명확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여느 포스터대로 Boys Will Be Boys라고.
이건, 시대를 통과하는 우리 아이들이 겪는 비뚤어지고 더러운 세상에 대한 일갈이라고.
동시에 그 일갈 속에 무릎꿇을 수 밖에 없는 우리 아이들의 힘든 성장통이라고.


*
조쉬 트랭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
마지막 장면은 '롱기누스의 창'을 연상케 한다.


***
앤드류역의 Dane DeHaan (데인 데한)은 앞으로가 기대된다.
TV 시리즈 [Jesse]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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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














2011년 Top 50 Movies (베스트 50편의 영화) by AFFiNiTY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제외한 모든 스틸컷은 직접 캡쳐한 화면임.

어김없이 개인적으로 한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2011년에 가장 인상깊었던 50편의 영화를 골라본다.
2010년엔 30편의 영화를 꼽았는데 2011년엔 개인적으로는 인상깊은 영화가 2010년에 비해 무척 많았기에 50편으로 정리해본다.
영화 순위 옆의 또다른 괄호 안 숫자는 aipharos님의 순위로 나와는 확실히 좀 차이가 있다.
먼저... 양해를 구할 것은, 이 글을 적는 본인은 리뷰어로서의 자격도 없고, 인문학적 지식도 한없이 부족한 개인이 룸펜마냥 영화만 보고 철저히 주관적으로 꼽은 것이니, 

혹시나 읽는 분께서 인상깊었던 영화가 없거나 터무니없이 순위가 낮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사실 진심으로 이 베스트 50편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내 스스로 정리하는 연례행사같은 것.
실제로 이글루로 오기 전에도 댓글이 많이 달린 포스팅도 아니며, 어쩌다 종종 나와 aipharos님이 꺼내어 보는 그런 글임.
10위부터 역순으로 1위까지.






10 (10). [Pina / 피나](2011) directed by Wim Wenders

그녀 살아 생전의 피나 바우쉬 무용단의 LG 아트센터 공연을 봤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울 정도로 현대 무용에 대해 문외한인 우리에게도 그녀의 의미는 남다르다.
어렵고 추상적이기만 하다고 느끼던 나와 aipharos님의 현대무용에 대한 인식을 깨부순 무용단이 '바체바 무용단'이었다면 

현대무용이란 이토록 격정적이면서도 위트있고 동시에 구체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존재가 바로 피나 바우쉬.
빔 벤더스의 이 영화는 원래 그녀를 추모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 아니었으나 피나 바우쉬가 사망함으로인해 그녀에게 바치는 헌정 영화 성격이 되었다.
하지만, 남겨진 자들의 생생한 기록이나 그녀의 태생과 전기를 쫓는 방식의 뻔한 기록 영화가 되지 않았던 것은, 

피나 바우쉬 그녀의 작품들이 바로 그녀 자신의 인생이었기 때문이다. 
빔 벤더스는 놀라운 로케이션을 통해 무대에서의 공연과 촬영을 거리감없이 잡아내어 무용, 춤 그 자체로서의 피나 바우쉬를 기억한다. 
현대무용을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반드시 이 영화를 보시라. 하루라도 빨리 피나 바우쉬 무용단의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 힘들지도 모른다.
아울러 이 영화, 3D로 기획된 이 영화. 정말로 해외에서처럼 3D로 다시 보고 싶더라.








9 (8). [Another Year / 세상의 모든 계절](2010) directed by Mike Leigh

궁금했다.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톰과 제리 부부에 자신을 이입시킬까? 메리에게 감정이입될까?
공손하고 성실한 아들과 함께 서로를 돈독히 여기며 주말농장에서 흐르는 시간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상적인 톰과 제리 부부.
그 누구하나 곁에 없이 외롭고 쓸쓸하지만 작게 남겨진 자존심마저 외로움에 버거워 던져버리는 메리.
톰과 제리 부부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지만 자신들의 행복을 위협하거나 방해하는 대상에 대해선 가차없이 매몰찬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그런들 누가 톰과 제리 부부를 탓할 수 있을까? 그들은 여전히 타인에 대해 관대하고 이웃이나 친척을 위해 솔선수범하니 말이지.
문제는 메리가 다시 톰과 제리 부부에게 다가섰을 때의 관계다. 더이상 동등할 수 없는 친구가 아니라 거두어주고, 

머리를 숙여 들어가버리는. 그런 식의 관계.
마지막 식사 모습에서 초라하게 고정되어 머무는 메리에 대한 카메라의 시선은 섬뜩하면서도 불편하다.
톰과 제리 부부의 시선에서 나와 비슷한 시선을 느꼈고, 동시에 메리를 통해 사회적 스탠다드에 대한 불편함도 느꼈으니.








8 (12). [Martha Marcy May Marlene / 마사 마시 메이 마를린](2011) directed by Sean Durkin

무겁고 강한 여운이 영화를 본 후에도 지속되는 영화.
공동체에서의 가치관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일상 속으로 들어와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부딪히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는 단순하게 어느 한 쪽의 삶을 일방적으로 편을 들어주진 않는다. 이 두 세상 사이의 브리지는 숲을 가로질러 간신히 공동체를 탈출한 마사의 감정을 통해 보여질 뿐.
공동의 소유, 무소유의 삶, 평등한 삶처럼 보이지만 그 실상은 빈집털이나 하며 입에 풀칠하는 이들일 뿐이고, 교외에 커다란 집을 짓고 

우아하게 미래를 설계하지만, 그것도 온전히 자기것은 아닌(대출에 대출) 언니 부부의 모습 역시 마사는 적응할 수가 없다. 

마사는 서로 다른 두 세계에서 어느 쪽에도 발을 붙이지 못하고 격렬하게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았건 정해진 세상의 대체적인 규범을 강요받곤 한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러한 규범들을 당위적 가치로 인정하게 되고. 그래서 누군가 그러한 당위적 가치에 반기를 들면 홍역을 치루는 법이다. 무시받기 일쑤고.
두가지 세상을 경험하는 마사는 이제 상반된 가치를 지향한 두 개의 세상에서 혼란을 겪는다. 이건 성장통 정도가 아니라 살아남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는거.









7 (5). [Le Havre / 르 아브르](2011) directed by Aki Kaurismäki

늘 소외된 계급에 대해 이야기해온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작품 중 가장 유쾌한 작품 중 하나.
그리고 [성냥공장 소녀]의 희망없는 현실에 대한 아키 카우리스마키식 판타지. 
그의 페르소나 캐티 우티넨(Kati Outinen)을 여전히 볼 수 있었고, 

르 아브르를 배경으로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서로를 인간적인 정으로 보듬아 안아주는 유례없이 넘치는 따뜻함이 이 영화에 담겨있다.
그 끝은 당연히 기적이고.
아키의 이 이야기가 탐욕의 자본주의가 이성과 지성을 삼켜버린 지금, 희망을 주는 것일까? 아님 그저 판타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 뿐일까.









6 (4). [황해 / the Yellow Sea](2010) directed by 나홍진

이 정도의 텐션을, 이 정도의 러닝타임에 어긋남없이 박아 넣을 수 있다는 건 축복받은 재능이다.
감히 말하지만, 이토록 긴 러닝타임 내내 지독한 텐션이 비이커의 맨 꼭대기에 넘치지도 않고 찰랑찰랑 걸치게 만들어낸 영화를 본 기억은 [다크 나이트]정도였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황해]의 스코어가 그닥 좋지 않은 터라 다시 이런 영화가 그의 손에서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구남, 면가, 태수의 탐욕과 욕망, 불신이 부조리의 땅 한국에서 부딪히며 폭발하는 산화하는 과정은 딱... 이 사회의 보편화된 욕망의 충돌과 크게 다르지 않다.








5 (6). [북촌방향 / the Day He Arrives](2011) directed by 홍상수

[옥희의 영화]가 과거의 시간을 붙잡고 돌고돈다면, [북촌방향]은 다분히 반복되는 현재와 현재를 통해 바라볼 수 있는 '뻔한' 미래를 이야기한다.
한글제목은 공간적인 의미를 갖지만 영문제목이 다분히 시간적인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봐도 이 영화가 북촌이라는, 

서울의 시간에서 벗어남직한 탈시간적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반복되는 시간의 뫼비우스를 통해 벗어남없이 돌고도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홍상수 영화 속의 인간들은 결과적으론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랬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자조가 지배적인 캐릭터들이다.
'사람이란 다 그렇지... 얄팍하고 허울뿐이고, 관계는 피상적이고 원하는 건 섹스뿐'이라고.
엄밀히말해 파국(???-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보다 더 냉정한 파국)만 기다리고 있는 아슬아슬한 관계의 형태에 대해 홍상수가 가진 시선은 연민일까? 

아님 냉소일까? 예전엔 이 질문에 대해 쉽게 답할 수 있었는데 이젠 모르겠다. 









4 (13). [Tinker Tailor Soldier Spy /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2011) directed by Tomas Alfredson

정중동. 서서히 한쪽으로 패닝하는 카메라.
냉전시대, 정보국을 점령한 괴물과 괴물이 되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무얼 지키기 위해 일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
영화는 가장 치열했던 냉전시대가 불신과 희생양을 강요하고 결국엔 우스꽝스러운 넌센스로 결말지어졌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실화를 근거로 한 베스트셀링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냉전이 끝난 지금, 이들의 처연한 정보전은 격렬한 이데올로기의 대립과는 그닥 상관이 없어보인다. 액션 하나없이 이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게 놀라울 뿐.









3 (3). [the Tree of Life / 트리 오브 라이프](2011) directed by Terrence Marlick

청교도적인 아버지의 위선과 강압, 폭군으로서의 아버지.
강압과 위선이 또다른 폭력의 씨앗이 되는 이야기는 우리가 수도없이 겪어봤음직한 이야기들.
그런데 테렌스 말릭의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숨이 벅차다. 아니,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별것 아닌 익숙한 이야기들을 놀랍도록 거창하고, 아니 거대하게 다룬다.
생명의 생성과 소멸, 개인의 탄생과 죽음, 한 개인의 생명의 탄생과 소멸이 지난한 영겁의 시간동안 쌓이고 흘러 만들어진 우주의 탄생과 소멸과 

동등하게 다뤄지는 듯한 놀라운 시퀀스를 따라가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벅차오름을 느끼게 된다.
아... 21세기에 또다른 큐브릭을 이야기하고 있구나 싶을 정도로.
영화적 메시지는 다분히 기독교적이지만, 궁극적으론 거대한 우주의 섭리 속에 종교를 되돌려보내는 작은 한 부분처럼 그려냈다면 그건 내 맘대로의 감상일까?
도무지 이 영화를 순위를 재단하고 올려놓는게 썩 내키질 않는다. 그만큼 놀랍도록 생경스러움을 주는 영화.
엄청난 시선으로 편집을 해낸 영화.








2 (2). [Jodaeiye Nader az Simin / A Seperation /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directed by Asghar Farhadi

별거. 단순한 부부의 별거라는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가치가 위선과 자기암시로 점철된채 그 위악을 하나둘 까발리는, 

그 위악이라는 것도 그닥 대단한 것도 아닌 문제들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에피소드를 이토록 잘 엮어낸 감독의 능력과 호연한 배우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은 영화. 
직할 정도로 등장인물들을 프레임 안에 함께 두어 역설적으로 분리된 관계를 표현해내는 카메라에도 박수를.









1 (1). [Io Sono L'Amore / 아이 앰 러브](2010) directed by Luca Guadagnino


루카 과다니노의 이 걸작은 자본에 의해 정의되는 인간과 관계에 대한 강렬한 저항의 메시지다.

그 저항의 메시지는 우리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익혀온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그닥 멀리 벗어나지 않지만 
놀랍도록 솔직한 영화적 미덕을 통해 관객에게 뜨거운 기운을 전해주는데 성공한다.
주인공 엠마를 끝없이 프레임에 가두던 카메라가 마침내 그녀를 해방하고 프레임에서 사라지게 하는 순간의 그 격정의 감정은 
격하게 타오르는 에크하르트와 쿼키의 음악과 함께 절정에 오르고 잊혀지지 않는다.
엠마의 정사씬은 아마도 시각적인 장치로 촉각의 이미지를 살려낸,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 아닐까 싶다.
















2011년 Top 50 Movies (베스트 50편의 영화) by AFFiNiTY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제외한 모든 스틸컷은 직접 캡쳐한 화면임.

어김없이 개인적으로 한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2011년에 가장 인상깊었던 50편의 영화를 골라본다.
2010년엔 30편의 영화를 꼽았는데 2011년엔 개인적으로는 인상깊은 영화가 2010년에 비해 무척 많았기에 50편으로 정리해본다.
영화 순위 옆의 또다른 괄호 안 숫자는 aipharos님의 순위로 나와는 확실히 좀 차이가 있다.
먼저... 양해를 구할 것은, 이 글을 적는 본인은 리뷰어로서의 자격도 없고, 인문학적 지식도 한없이 부족한 개인이 룸펜마냥 영화만 보고 철저히 주관적으로 꼽은 것이니, 혹시나 읽는 분께서 인상깊었던 영화가 없거나 터무니없이 순위가 낮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사실 진심으로 이 베스트 50편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내 스스로 정리하는 연례행사같은 것.
실제로 이글루로 오기 전에도 댓글이 많이 달린 포스팅도 아니며, 어쩌다 종종 나와 aipharos님이 꺼내어 보는 그런 글임.
10위부터 역순으로 1위까지.





30 (32).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2 /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 directed by David Yates

길고 긴 시리즈가 이제 막을 내렸다.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막판에 가서야 포텐이 터졌다는게 안타깝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나마 막판 2편을 제대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다. 
해리 포터가 그린 세상은 놀랍게도 상식이 무너지고 보편적인 도덕률이 짖밟히면서 사리사욕에 의해 돌아가는 한국의 꼬락서니와 너무나 닮아있더군.
안녕, 해리 포터.









29 (26). [파수꾼 / Bleak Night](2010) directed by 윤성현

[완득이]가 세상에서 살아남는 논리에 집착하고 그의 방황을 뒷받침해줄 안전망이 없는 경우는 이 영화의 결말로 치달아버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완득이]보다는 [파수꾼]이 그리는 모습이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암담해지는거고.
작년 인디영화계에 회자된 세 편의 영화 [무산일기], [파수꾼], [혜화,동]. 이 세편의 공통점은 영화적인 재미마저 훌륭하다는 점인데, 

[파수꾼]은 그에 더해 스타일의 세련미까지 놓치지 않는다. 
비극적인 사고가 그들에게 닥쳐도 대학을 위해 공부해야하고 역시 학교에 다녀야하는, 인생의 비극이 replay버튼이 고장난 영상보듯 넘어가버리는 그들에겐 

이 커다란 상흔을 치유할 여유마저 없다. 
이게 딱 우리네 괴물이 되어버리는 아이들의 모습이고.
*
조성하씨의 연기는 놀라움을 넘어서 경이롭기까지한데, 이 영화에서 아들의 선생님에게 복도에서 전화하는 씬은 놀라울 정도.








28 (31). [Hodejegerne / 헤드헌터] directed by Morten Tyldum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진정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른 법.
진정한 행복은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는, 이 터무니없기까지한, 

너무나 고루하게 느껴지기까지하는 이 말은 우리에게 늘 존재하기 때문에 눈치챌 수 없는 행복의 존재에 대한 역설.
이 영화 역시 작은 에피소드가 인생을 집어삼켜버리는 과정에 휩쓸려 헤어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주인공이 자신이 살아온 방식을 되돌아보고 

작은 행복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정말 지난...하고 처절한 과정을 보여준다.
스릴러의 형식미, 그로인한 영화적 재미를 충분히 선사할 정도로 탄탄한 구성 역시 보여주고. 
관객의 판단을 흐리는 맥거핀이 종종 등장하지만 과장되지 않고,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잘 짜맞춰지도록 군데군데 효과적인 복선도 잘 깔아 놨다.









27 (24). [완득이 / Punch](2011) directed by 이한

'가족'이라는 시스템이 아직 개인의 성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지금의 사회 구조에서는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붕괴되어가는 가족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정상적인 가족의 기능이 붕괴되면서 난데없이 경쟁의 전장으로 내몰려 스스로를 돌봐야하는 아이들은 그만큼 온전한 성장이 힘들수 밖에 없다. 
이 영화는 [Win Win]과 비슷한 의미에서, 

그리고 [자전거 탄 소년]과 비슷한 의미에서 사회적 안전망이 붕괴된 파렴치한 자본주의에서 우리들 스스로를 지켜내는 방식에 대해 고민한다. 
[완득이]에서 보여지는 세상과 그 결말엔 우리가 현실에서 맞닥뜨리기 힘든 낭만과 감성이 존재하기에 이렇듯 보여지는 결말에 마냥 공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난 이런 식의 희망이 우리 사회에 남아있기를 강렬히 열망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그러한 바램을 이뤄준다는 점에서 행복했다. 완득이의 마지막 하이킥처럼.









26 (19). [Hævnen / In a Better World / 인 어 베러 월드] directed by Susanne Bier

세상은 수잔 비에르가 보여주는 것처럼 수많은 잘못 작동되어지는 현상들이 기대되어지는 결과로 나오는 법이 거의 없다.
우리의 인생, 나, 너의 인생은 늘 그런 기대를 배반해왔으니까.
그럼에도 이 영화는 묵직하다. 그건 인간이 인간을 용서하는 가장 어렵고 힘든 과정에 대한 작가의 진심이 담겨있기 때문.
캡쳐로 잡아낸 저 장면은 이 영화를 통털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야만과 지성의 사이에서 스스로를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 지에 대한 고집을 보여주니까.









25 (30). [Moneyball / 머니볼](2011) directed by Bennett Miller

무척 기묘한 일인데, 난 이 영화를 두 번을 봤다.
그리고 두번째 볼 때에 더욱 영화가 확실하게 와닿았고, 

결국엔 이 영화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풀어 써대기도 했는데, 지금 내게 이 영화는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하니 도통 기억나는게 없다.
마치 [소셜 네트워크]를 보는 듯한 영화적 기운을 가득 담고 있지만 궁극적으론 빌리 빈에 대한 바이오그래피도 아니고, 

그의 심리를 깊이 파고 들어간 그런 식의 자전적 이야기도 결코 아니다. 
다만, 자신의 방식이 맞다고 믿고 주위와의 충돌도 마다하지 않으며 밀어부친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








24 (23). [the Guard / 더 가드] directed by John Michael McDonagh

배우들의 호연은 둘째치고 영화 전반을 가득 지배하는 건조하고도 아침안개같은 블랙 코미디 요소들.
호젓하고 지나치게 조용하게까지 보이는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 뜬금없이 마약거물들이 나타나면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 
담담하게 소소한 사건들을 호들갑떨지 않고 따라가다보면 삶을 내걸고 해결해야만 하는 일들의 동기가 

대단하거나 먼것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 영화는 툭 던져 놓는다.
간혹 미국의 세계경찰, 패권주의에 대한 비아냥이 드러나는데 이는 정의를 위한 액션의 근거가 절차와 청교도 윤리에 기반한다는(핑계), 

다분히 위선적인 정치적 동기들에 의해 움직이는 패권국가와 달리 세상의 정의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내 주변과 내 스스로의 신념을 위해 시작될 수 있다는 항변을 하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23 (27). [50/50] directed by Jonathan Levine

병으로부터 살아남을 확률 50:50.
아직 30도 되지 않았는데 찾아온 희귀암.
스스로의 도덕적 위안과 다른 이유를 위해 연인 옆을 지켜준다는 여친.
기본적으로 군데군데 웃음을 안겨주지만 이 영화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암환자가 일상에 대한 의욕과 욕망을 잃고 떠나는 이들을 

같은 높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현실에 대한 깊은 시선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생과 사의 확률만 반반이 아니라 우리가 순간순간 판단하는 모든 것들이 결국은 절반의 확률과 선택이라는 의미까지.
그 절반의 선택에서 사랑을 찾고 떠나보내며, 화해할 수 있거나 용서하지 못하거나. 결국 우리 인생은 모든 시간이 선택의 연속.
서툴지만 조금씩 다가가는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
인생의 끝에서 다시 희망을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영화.
조셉 고든 레빗이 [500일의 섬머]만한 무게감으로 다시 다가온 영화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영화.








22 (22). [Win Win / 윈 윈](2011) directed by Thomas McCarthy

금융위기는 자신을 중산층으로 알고 있던 수많은 미국인들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로버트 레드포드의 [Ordinary People/보통사람들]은 기독교적 가족주의가 해체되고 붕괴되어가는 미국을 이야기했지만, 

지금의 미국 영화들은 이에 더해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붕괴되어가고 뿔뿔이 흩어지고 갈 곳 없어지는 부유하는 미국인들을 이야기한다.
변호사임에도 돈 걱정에 탱크 포쏘듯한 소리가 나는 보일러 하나 못고치는 주인공.
그리고 자신의 양심을 거스르는 하나의 결정. 엮이기 시작한 또다른 가족의 탄생.
모든 과정을 진심어린 시선으로 따스하게 보듬아 안는 영화는 사회적인 안전망이 붕괴된 미국에서 사랑에는 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이야기를 한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모두 개인에게 떠넘기는 미국의 지금 모습, 남의 나라 이야기같지 않다.
보시다시피 이 영화 그 어디에도 궁핍해진 미국인들을 보듬아안는 제도적 장치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미 미국의 사회 안전망은 거덜나버렸고,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다는 의미.
가정을 이야기한 가장 따뜻한 영화 중 한 편. 의외로 코미디도 강해서 즐거운 영화.









21 (17). [Exit Through the Gift Shop /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 directed by Banksy

뱅시의 놀라운 도발. 언제나처럼 놀라운 그의 도발.
선물가게를 지나서야 출구라니.
전시장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이 광경. 딱... 지금 현시대의 예술을 풍자한다.
적어도 우리가 예전에 교과서에서 배웠던 미술의 의미는 이미 종말을 고했다. 
그러면서 뱅시는 미스터 브레인워시의 얄팍함과 그에 환호하는 대중들을 보여주면서 '예술은 그냥 농담따먹기'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뱅시의 이 영화도 일종의 농담일까? 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하기엔 영화가 보여주는 풍자의 수준과 박력이 너무 강렬하다.
어차피 지금 미술은 폐품도 예술로 만들고, 상상도 못할 가격이 붙어 팔려나가니까.
이런 현상에 대해 정색을 하고 비평을 한다는게 우스운 일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뱅시는 이걸 다 그냥 농담이라고 하니까.









20 (18). [We Need to Talk About Kevin / 어바웃 케빈](2011) directed by Lynne Ramsay
이 영화는 보는 관점에 따라 어찌보면 극과 극으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 않나 싶다.
워낙 결속력이 강한 모자관계를 중심으로 얘기가 진행되니 자연스럽게 영화적 메시지도 모자 관계에 촛점을 보게 될 수 있는데, 

그러다보면 사실상 아무 이유없는 케빈의 악마성에 대해 납득이 가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물론 정말 다행히도, 에바(틸다 스윈턴)가 사는 집의 붉은 페인트를 끊임없이 벗겨내는 장면이나, 

면회가서 만난 케빈이 입밖으로 물어뜯은 손톱을 하나둘 꺼낸다던지, 부서진 달걀을 껍질을 골라내지 않고 스크램블을 만들어 먹으면서 

껍질을 뱉어내는 에바의 모습등을 보면서 이 영화는 모자관계에는 그닥 관심도 없다는걸 느꼈다. 
구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엘리펀트]는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이 없다. 

이건 가족과의 관계는 언급할 필요도 없이 아예 부재한다는 구스 반 산트식 역설일 수도 있고, 그따위는 총기살인범과 상관도 없다는 비아냥일 수도 있다.
그런데, [어바웃 케빈]에선 케빈의 학교내의 관계가 완전히 거세되어 있다. 그의 친구는 단 한명도 등장하지 않으니까. 

[엘리펀트]와는 정 반대의 시선에서 영화가 진행되는데다가, 학살의 과정 역시 철저하게 거세되어 있다. 
그래서 그가 집중하는 것은 성장하기 싫어하고 부조리한 거대한 불온한 심성이 지배하는 위기의 시대정신이고, 

에바는 이러한 위기와 불온한 세상을 위태롭게 버티고 감내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19 (15). [Melancholia / 멜랑콜리아](2011) directed by Lars von Trier

이것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모든 근거에 대한 붕괴에 대한 이야기.
개인이 함몰되고, 관계가 붕괴되며, 나아가 육체가 말살되는 현대인의 집단적 우울증에 대한 라스 폰 트리에식 reset 버튼 누르기.
이 거대한 모든 관계의 붕괴에 대한 라스 폰 트리에의 묵직한 메시지에 어찌 뭐라 항변할 수가 없다.








18 (-). [the Artist / 더 아티스트](2011) directed by Michel Hazanavicius

가이 메딘(Guy Meddin)등으로 근근히 보여지던 무성영화 방식의 영화들은 지나치게 탐미적인 편이어서 많은 이들에게 환호받지는 못했다. 
미쉘 하자나비시우스는 무성영화, 역사의 저 뒷편으로 이미 오래 전에 사라져버린 무성영화를 

박제화된 소수의 '씨네아티스트'의 손에서 해방시켜 대중들의 곁으로 다시 가져오는 놀라운 마술을 부린다. 
무성영화의 스타가 영화적 대변혁이었던 유성영화를 만나 몰락하고, 

새로운 유성영화의 스타가 태어나고 공존하게 되는 이 모든 과정은 '무성'의 기본 속에 감정을 실어나르는 음악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놀라운 감정의 격동을 이뤄낸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그런 영화.








17 (11). [Biutiful / 비우티풀] directed by Alejandro González Iñárritu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이젠 그의 필모를 허투루 넘어갈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
비우티풀은 그의 전작들과 공통된 시스템 속의 관계의 이야기를 담아내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이 영화는 가장 그의 필모 중 개인적이고 우울한 판타지에 가깝다. 
삶의 막다른 길에서, 

거대한 자본이 삼켜버린 대도시의 뒷그늘에서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적대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모습을 담아내면서 남겨진 사랑에 희망을 싣는 이야기.
답답하다.








16 (16). [L'Illusionniste / 일루셔니스트] directed by Sylvain Chomet

실뱅 쇼메... 걸작 [벨빌의 세 쌍둥이]를 선보였던 2D 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 칭송받는 감독.
[일루셔니스트]는 화려한 볼거리에 천착하는 수많은 3D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달리 이 영화는 2D의 질감에 유럽의 코믹 카툰을 보는 듯한 펜터치와 채색으로 가득하다. 

예상컨대 수많은 드로잉이 수반되었을 것이고, CG기법도 상당히 많이 반영되었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영화는 근본적으로 아날로그만이 전해 줄 수 있는 직접적인 따스함을 띄고 있다. 
덕분에... 군데군데 눈이 휘둥그래지고 가슴히 훤히 뚫릴 만한 카타르시스를 작화를 통해 얻기도 하고. 
실뱅 쇼메는 이렇듯 완성도 높은 작화에 대중의 즐거움을 위해 보낸 자크 타티의 이야기를 살포시 얹는다. 

그것도 진정한 가슴으로 애정을 담아서. 그건 단순히 자크 타티에게 대한 헌정만이 아니라 시대에서 이름없이 사라져간 광대들에 대한 존경의 의미가 느껴진다.
마술을 하고, 서커스를 하는 이들은 밀려들어오는 록문화와 다양한 문화에 의해 영화를 뒤로 한 채 역사의 저편으로 쓸쓸히 퇴장하지만 

스코틀랜드의 섬처녀의 새로운 사랑을 열어주는 타티야말로 일루셔니스트 그 자체.
시대를 살다간 수많은 이름없는 퍼포머들에 대한 실뱅 쇼메의 경외심과 진한 애정이 이 영화에는 가득 담겨있다. 
못보신 분들이라면 꼭 보시길.








15 (21). [Drive / 드라이브] directed by Nicolas Winding Refn

거의 희박하겠지만 예전 aipharos님 홈피 시절부터 알던 분이 계시다면 내가 종종 Nicolas Winding Refn 감독에 대해 짧게 떠들던 글을 기억하실 수도... 난 [Pusher/푸셔]로 데뷔했을 때부터 그의 재능의 잠재력은 얼마가지 않아 반드시 제대로 한 번 일을 칠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몇 년이 흐른 뒤 라이언 고슬링과 캐리 멀리건을 데려다가 그는 결국 일을 치룬다. [드라이브].
하지만 도통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나 이해가 수반되지 않는 탓에 영화 속에서 거칠게 질주하는 영화적 재미 외에 내 기억에 남는 이미지들은 희미하다.
이미지로 비장미를 커버하고 영화적 재미로 할 말을 다 하는 영화.








14 (14). [Black Swan / 블랙 스완](2010) directed by Darren Arronofsky

전작 [the Wrestler/레슬러]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그 긴 여운에 힘겨워했을거다.
놀랍게도 레슬러의 주인공과 블랙 스완의 주인공의 사회적 위치는 사실상 완전히 대척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인의 강박에 대한 소재는 영화 속에서 종종 다루어진 소재지만, 어쩌면 이 뻔한 소재를 갖고 대런 애로노프스키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텐션을 집어 넣고 영화 자체와 주인공 니나를 대립시키며 식상함을 피해간다.
따지고 보면, 이것만으로도 놀라운 재능이 아닐까 싶다.








13 (7). [Le Gamin Au Vélo / 자전거 탄 소년] directed by Jean Pierre Dardenne, Luc Dardenne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언제나 놀랍지만 선뜻 보게 되진 않는다.
터질듯한 감정을 억누르고 대상을 꼼꼼하게 따라가는 카메라는 보는 이로 하여금 너무나 커다란 밀려오는 격정의 감정을 느끼게 하니까.
aipharos님은 영화 시작부터 눈물을 흘렸고, 끝나고 난 뒤에도 감정 절제가 안되는 것 같았다. 민성이도 나도 다같이 힘들었다.
시릴의 이야기 속에 자본주의가 맞닥뜨린 부조리가 그대로 드러나고, 이 부조리를 덮고 빈곤과 방황의 굴레를 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믿음의 사랑이다.
고작 87분 러닝타임을 쫓는 내 심정은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다르덴 영화 중 희망적인 영화.
힘들다. 내가 내 주변에서 보면서도 관심을 거두는 수많은 불편한 진실을 이 영화는 얘기한다.
비토리아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을 다시 보고 싶다.








12 (20). [Attack the Block / 어택 더 블럭] directed by Joe Cornish

영화를 본 후 이건 단연코 올해의 영화 중 한 편!이라고 소리쳤으나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지 궁금했던.
그리고 연말에 여러 사람들이 심/지/어 이 영화를 Top 10에 랭크시키는 모습을 보고 역시 보는 눈은 다들 비슷하다는 사실을 절감한 영화.
검고 흉측하기까지 해보이는 암울한 미래가 보장된(?) 슬럼가의 아이들이 스스로의 운명과 맞부딪혀 싸우면서 성장하는 사실상의 성장영화. 
그럴듯한 CG 하나 없어도 이 정도의 몰입도를 줄 수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특히, 위 스틸컷 부분인 아파트 복도씬은 단순히 앞과 뒤만 있는 아파트 복도에서 직진의 방향성이 사라지고 놀라운 서스펜스가 더해지는 2011년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









11 (9). [무산일기 / the Journal of Musan](2010) directed by 박정범

박정범 감독의 놀라운 걸작.
탈북자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대부분의 중산층이 붕괴되어 빈민층으로 유입되고 

결국 사회적 계급 이동이 차단되어가는 한국의 썩은 자본주의를 이토록 여실히 진정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얼마나 되었나 싶다.
극 전체를 지배하는 절망의 에너지란거. 이 영화를 통해 뼈저리게 느낀다.
승철 자신의 분신, 아니 아바타인 백구의 모습을 통해 은유적이지만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결국 이 세상에서 가장 초라하게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의 도덕률을 배반하는 것이라는 씁쓸한 메시지가 가슴을 울린다.











2011년 Top 50 Movies (베스트 50편의 영화) by AFFiNiTY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제외한 모든 스틸컷은 직접 캡쳐한 화면임.

어김없이 개인적으로 한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2011년에 가장 인상깊었던 50편의 영화를 골라본다.
2010년엔 30편의 영화를 꼽았는데 2011년엔 개인적으로는 인상깊은 영화가 2010년에 비해 무척 많았기에 50편으로 정리해본다.
영화 순위 옆의 또다른 괄호 안 숫자는 aipharos님의 순위로 나와는 확실히 좀 차이가 있다.
먼저... 양해를 구할 것은, 이 글을 적는 본인은 리뷰어로서의 자격도 없고, 인문학적 지식도 한없이 부족한 개인이 룸펜마냥 영화만 보고 철저히 주관적으로 꼽은 것이니, 

혹시나 읽는 분께서 인상깊었던 영화가 없거나 터무니없이 순위가 낮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사실 진심으로 이 베스트 50편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내 스스로 정리하는 연례행사같은 것.
실제로 이글루로 오기 전에도 댓글이 많이 달린 포스팅도 아니며, 어쩌다 종종 나와 aipharos님이 꺼내어 보는 그런 글임.
50위부터 역순으로 31위까지.








50 (-). [the Company Men / 컴퍼니 맨] directed by John Wells


지금의 형편없는 미국을 가능케한 건 디지털을 통해 거래되면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고, 수많은 파생상품을 통해 존재하지 않던 화폐의 가치조차 만들어낸 금융 산업때문이다. 
실물을 갖고 얘기하는 이른바 굴뚝 산업들은 사양산업이 되어 개도국, 제3국으로 이전하고, 당연히 실업은 늘어나고 고용형태가 불안한 서비스직종만 늘어난다. 

그마저 충분치도 않게.
세계화라는 허울좋은 명목 덕에 우린 젓가락을 중국에서 만들어낸 걸 사용하고, 옥수수도 우리 것이 아닌 미국산을 먹는 현실.
자본의 논리를 따라 재편되어버린 세계화의 과정을 이 영화는 잃어버린 노동의 진정한 가치를 얘기하면서 천천히 다시 따라간다.
작위적일 수도 있으나 진실을 이야기하는 힘이 듬뿍 담겨 있어 이 영화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은 일.








49 (-). [Mission : Impossible - Ghost Protocol /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2011) directed by Brad Bird


브래드 버드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첫 장편 데뷔작이 대표적인 헐리웃 액션활극 시리즈라니, 그에 대한 기대가 보통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고, 결과물은 그런 기대를 할 만 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이든이 버거울 수도 있으나 탐 크루즈는 그 어느 때보다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다하고, 

그동안 시리즈를 통해 들러리에 불과했던 팀원들이 이번 편에서는 정말로 '팀웍'을 보여준다.
군데군데 인상적인 액션씬이 많은데 워낙 빨리 스쳐지나가서 오히려 속도 속에 소비되어지는 느낌까지 받는.
하지만 아날로그적 액션의 쾌감을 오랜만에 선사받는 기쁨은 압권.
그리고... 짧지만 강한 인상을 준 레아 세이두에게도 박수를.ㅋ








48 (-). [Bellflower / 벨플라워] directed by Evan Glodell


[컨테이전]을 올릴까 이 영화를 올릴까 무척 고민하다가 결국 [Bellflower/벨플라워]를 올린다.
세상이 혼돈의 종말을 맞이하면 불꽃을 뿜어대며 대지를 호령하리라는, 마치 [Mad Max/매드 맥스]의 묵시록적 세상을 얘기하는 듯한 두 젊은 주인공, 우드로와 에이든.
그리고 우드로의 마음을 뒤흔드는 밀리. 
내용이야 너무나 익숙해서 오히려 기술하는게 민망할 정도지만 하릴없이 현실에서 벗어난 꿈을 꾸며 일탈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갈 때까지 가는 여정은 

단순한 치기라기보단 강렬한 허무가 느껴져 눈을 뗄 수가 없다. 
극의 후반부에 사랑을 잊고 다시 출발하라는 에이든의 말에 우드로는 '난 엿됐어'라고 대답하고, 우드로는 '그렇게 엿된게 어디 너 뿐이니'라고 위로한다. 
절망에 빠지고, 서로를 잊지못하는 방식도 소통되지 못하는 절망만 가득한 미국의 젊은이들을 끝까지 들이대며 그린 영화.
해외 리뷰에 종종 타란티노 얘기가 나오는데 그런 얘기는 그냥 잊으시길. 
*
주인공인 우드로가 바로 감독 에반 글로델임.
**
아래는 스포일러 (영화를 보신 분만 드래그해서 보시길)









47 (48). [Red State / 레드 스테이트] directed by Kevin Smith
감독이 케빈 스미스.
그의 종교에 대한 관점은 99년의 [Dogma/도그마]를 통해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는데, [Red State/레드 스테이트]는 거기서 멀리, 

훨씬 더 나간 기독교 근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경멸과 비판의 메시지다.
수도없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위태롭게 이성을 지켜오던 미국이 911 이후에 기독교적 교조주의를 끌어들인 복수 논리와 애국 논리에 휩싸여 

그야말로 '미쳐돌아가는' 나라가 된 상태에 대해 케빈 스미스는 더이상 기독교적 신앙에 연민을 둘 마음이 없다고 대놓고 얘기하는 듯 싶다.
거기에 정부기관과 정치인들도 비슷한 캐릭터로 그려대어 지금 미국의 썩어문드러진 현실을 만들어낸, 그야말로 '악의 축'이라고 단정짓는 듯.
이 영화를 보면 근본주의적 광신도들의 모습에 터지는 짜증을 넘어선 어처구니없는 너털웃음을 참을 수 없게 되는데 상식적으로 이런 사람들이 정말 존재할까싶을 정도의 수준이다. 

하지만 숨을 돌리고 주위로 눈을 돌려 보면 이런 비상식스러운 광신적 행위를 우리 주변에서 수도없이 볼 수 있지 않나.









46 (47). [Warrior / 워리어](2011) directed by Gavin O'Connor


[Miracle/미라클]이라는 스포츠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을 만들었던 게빈 오코너 감독의 영화.
참전군인, 전쟁에서의 상흔, 외상 후 스트레스, 붕괴된 가족... 산산조각나버린 미국의 가치를 각자의 형편에 따라 링에 오르게 되는 

형제의 이야기를 담아 치유코저하는 감독의 메시지는 충분히 알 수 있으나 캐릭터가 지나치게 도식적이어서 주인공들에 대한 감정이입은 지속적으로 방해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빈 오코너 특유의 탄탄한 텐션과 영화적 재미는 보장되는 듯.









45 (41). [혜화,동 / Re-Encounter](2010) directed by 민용근


놀랍도록 현명하게 구축된 캐릭터.
익숙하지만 두 배우의 호연이 맺은 앙상블은 러닝타임 전체를 짊어지고 가고도 남을 힘이 있다.
유기견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끌어들여 주인공 남녀의 현실과 매칭시키는 솜씨도 자연스러우며, 

서사에서 중요한 부분인 '맘이 가는 캐릭터'로서도 이 남녀 주인공은 아주 효과적으로 적절하다.
책임지지 못하고 회피한 듯한 한수는 처음엔 완전 진상 캐릭터로 오해받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진심과 고뇌의 근본을 알게 되는 과정도 가슴에 와닿고.

사실 지금 같잖게 순위를 넣고 있지만, 이 따위 순위보다는 훨씬 높게 평가되어야 마땅할 영화.









44 (45). [Margin Call / 마진 콜] directed by J C. Chandor


수많은 실직자가 생기고 회사가 문을 닫아도, 그런 방만한 경영을 한 이들은 한 푼도 손해보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
이 영화는 그런 현실에 대해 하루이틀 사이의 사건을 이용하여 확실하게 까발린다.
조금의 감상적인 시선도 없이 영화는 폰지게임의 정점에서 변함없는 영화를 누리고, 

공범이 되길 바라는 임원진의 가증스러운 진실과 발가벗겨진 채 세상으로 내동댕이 쳐진 이들의 좌절을 대단히 무미건조한 방식으로 꾸밈없이 보여준다.
답답한 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벌어질 것이라는 점.









43 (35). [Beginners / 비기너스] directed by Mike Mills


[Thumbsucker]로 내게 정말 확실한 인상을 줬던 감독 Mike Mills의 오랜만의 장편이다.
그리고 그 느낌은 묘하게도 [Thumbsucker]와 닮은 듯, 닮지 않았고.
극복되기 힘든 과거를 아버지 세대의 애정을 통해 현재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보여주고, 동성애자 이야기를 하지만 

궁극적으론 본질적인 감정의 소통과 현대인들의 트라우마를 극복함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감성적인 인디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인상적인 부분들이 많이 있다.
이완 맥그리거는 오랜만에 자기 옷을 입은 느낌. 그가 출연한 또다른 영화 [퍼펙트 센스]와는 여러모로 닮은 듯 하지만 대척점에 서있는 영화.









42 (44). [Stake Land / 스테이크 랜드](2010) directed by Jim Mickle 


개인적으로 트왈라잇같은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를 예약이나 한 듯 가져가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미학적 가치따위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오락 영화는 오락 영화로서의 공능이 있는 법이니. 
하지만 [트왈라잇]이란 영화는 영화적인 재미조차 주지 못한다. 액션은 늘 만들다 만 것처럼 폼만 잡다가 끝나고, 로맨스는 지지부진하기 짝이 없고, 

캐릭터들은 어처구니없는 대사들을 내뱉으며 지리멸렬해진다.
달콤하게 씹고 뱉기에도 뭔가 찜찜한 그런 기분. 
[스테이크 랜드]는 그런 인스턴트 페이크 뱀파이어물에 질린 이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진정한 디스토피아를 보여준다.
게다가 911이후로 더욱더 종교적 당위를 내세워 미국을 보수화하고 우매하게 만들어내는 미국 개신교에 대한 신랄한 풍자도 가득 담아 보여준다.
주인공 일행을 가장 힘겹게 하는 존재가 누구인지를 보면 영화가 조롱하고 풍자하는 대상이 어떤 존재들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을 듯.









41 (40).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directed by Rupert Wyatt

잘 모르겠지만, 헐리웃의 마블 코믹스, DC 코믹스 우려먹기와 유효기간이 거의 지난 시리즈에 대한 프리퀄 붐은 소재 고갈이라기보단 

안전한 투자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욕구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 와중에 2011년엔 아주 인상적인 두 편의 프리퀄이 있었으니, 하나는 [X-Men : First Class/엑스맨 퍼스트 클래스]가 되겠고, 

다른 하나는 바로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의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이 되겠다.
사실... 침팬지가 지구를 지배하고 인간은 그의 종이 되어버린 오리지널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어찌하여 그런 상황이 되었는지를 까발려 보여주겠다니 이게 그닥 내키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보지 않아도 이미 인간의 탐욕과 잔인한 본성등이 비극을 낳은 근본이라는 건 누가봐도 알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현명한 프리퀄은 예상할 수 있는 범주를 거의 벗어나지도 않으면서 침팬지의 리더 시저가 그들의 리더가 되어가는 과정을 소름돋을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낸다. 









40 (28). [Animal Kingdom / 애니멀 킹덤](2011) directed by David Michôd

'정말 지랄맞은 세상이지'.
적어도 미국 영화들이 까발리는 금융 위기 이후의 미국.
엄밀히 말하면 9.11 이후의 미국은 디스토피아적 현실과 미래로 가득하다.
살아남고 현재를 보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치열하게 살아야하고, 그 과정에서 괴물이 되어버리는 사람들.
붕괴되어버린 가족. 그 붕괴된 가족의 구성원들이 다시 모여 또다른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
이 모두가 데이빗 미소드 감독의 [애니멀 킹덤]에 드러난다.









39 (46). [Fright Night / 프라이트 나이트] directed by Craig Gillespie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가 너무나 재밌게 본 영화 중 하나.
마초적 컴플렉스, 관음의 시선, 그리고 성장기에 겪는 질시와 그로시작된 의혹이 파헤치는 진실까지. 

이 모두를 뱀파이어라는 생뚱맞기까지 한 설정에 잘 버무려 낸 스릴러.
이웃과의 관계도 단절되고, 사람들은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떠나버리는 황폐화되어가는 미국민들의 불안한 심리가 성장기 청소년의 컴플렉스, 호기심 속에 생생하게 반영된다.









38 (29). [True Grit / 트루 그릿](2010) directed by Ethan Coen, Joel Coen

언제나처럼 코엔 형제는 그렇게 메시지를 어렵게 빙빙 돌려서 던져주지 않는다.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지만, 굳이 이 시점에 이 영화를 들고 돌아온 건 성찰할 줄 모르는, 

패왕주의적 망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미국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의 폭력적인 욕망, 그것이 어떤 의미에선 정당하다고까지 볼 수 있는 당위성을 갖고 있다고 할 지라도 그러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선 

분명히 응분의 댓가가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 댓가는 결코 찰나의 아픔이 아니라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긴다는 걸 영화는 얘기한다.
1대 7, 그 이상의 영웅담이 산산이 조각나 버리는, 모래집같았던 미국의 신화가 함께 무너져내리는 성찰의 영화.








37 (38). [Tomboy / 톰보이](2011) directed by Céline Sciamma

성적 정체성의 혼란을 이런 식으로 풀어나가는 사고 방식이 그저 부러울 따름.
아이의 얼굴 하나하나 표정 하나로 모든 것을 풀어가는 방식.
극도의 혼란과 분노를 통해서야만 자신을 얘기할 수 밖에 없는 우리로선 엉뚱하게도 이 영화를 보고 이러한 구성원들의 인식이 오히려 부러워지는.
마치... 예전에 [the Class/더 클래스]를 보고 전혀 의도하지 않았을 부분에 한국 교육의 황당한 현실이 떠올라 '부러움'이 생겨버렸던 그 기억과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작지만 힘있고, 조용하지만 충실히 성장기의 혼란스러운 감정과 미묘한 심리를 기가막히게 잡아낸 영화.









36 (39). [Trolljegeren / Trollhunter / 트롤헌터] directed by André Øvredal

인간의 서식을 위해 희생케되는 트롤들의 존재를 보면서 인간들이 수없이 역사를 통해 자행해왔던 이민족에 대한 공생이 아닌 살육의 역사를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된다.
설원 속에 서서 저항하는 거대한 트롤의 모습에서 파국으로 치달아버리는 인간의 모습을 보는 것같아 씁쓸하고 처연한 감정마저 느끼게 하는 발칙한 페이크 다큐.








35 (25). [Incendies / 그을린 사랑] directed by Denis Villeneuve

무겁다.
이건 임성한표, 아니면 한국 드라마의 전매특허인 '출생의 비밀'로 단련된 우리들에게도 감내하기 힘든 전쟁의 비극적 결말이다.
어떠한 이유가 되었든 전쟁은 결코 합리화할 수 있으며, 어떻게 인간과 인간의 고리를 단절시키면서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에 상흔을 남기는지를 보여주는 영화.
그와 동시에 돌아보기 힘든 진실을 돌아보고 화해시키는 영화적 메시지가 분명하고 강렬한 진실함으로 다가오는 영화.








34 (34). [the Ides of March / 아이즈 오브 마치](2011) directed by George Clooney

게임의 승자는 정의롭거나 의로운 신념으로 찬 이들이 아니라, 일반적인 상식의 사람들이 스스로의 자기검열을 통해 차마 할 수 없는 악마의 한 수를 드는 사람들이라는거.
결국 더 탐욕스러운 사람이, 더 많은 자본이 박애로운 자와 적은 자본을 이긴다.
분명히 존재하는 원작 소설을 각색하면서 결국엔 이기는 놈이 장땡... 

아니, 선거에서 승리하는 자가 바로 곧 선(善)이다라는 정당과 정치인이 스스로 외치는 존립의 당위성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선거 캠프에 모여든 정치적 야망이 가득한 이들은 마치 스스로 정치적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입을 떠벌이지만, 

결국엔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가차없이 신념따위 집어던져버릴 수 있는 모습들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선거 캠프의 모습들을 묘사한 영화들은 많지만 이 영화처럼 현실적이고도 한발자욱 떨어져서 묘사한 영화가 그리 많았던가?하는 생각도 들고.
영화적으로도 후반부에 한 번의 악수로 토사구팽당할 처지의 주인공의 심리가 그의 걸음과 표정 그리고 상대방과의 독대를 통해 보여지는 절정 부분의 영화적 힘은 보통이 아니다. 

조금씩조금씩 끌어모아 에너지를 한껏 서서히 몰아쳐올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의미.
조지 클루니의 연출자로서의 능력에는 약간의 의구심이 있었는데, 이 영화로 그런 의구심이 대부분 날아가버렸을 정도.









33 (37). [the Help / 헬프] directed by Tate Taylor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시기의 그것도 미시시피.
테이트 테일러는 이 몰상식의 인종차별시대를 우울하기보다는 밝고 경쾌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그 밝은 기운 속에 지속적으로 터져나오는 소름끼치는 백인 중산층의 위선과 인종차별적 대사들은 

서슬 파란 칼날로 보는 이의 가슴을 몇 번은 난도질하고도 남을 파괴력이 있다.
그 시기를 얘기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현실에서의 위협은 대부분 거세된 것에 대해 불편한 마음도 없을 수 없으나 

영화는 충실히 자기 얘기를 하는 편이고, 영화적인 재미도 매우 보장된 편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엠마 스톤이 주인공 중 한 명이면서도 그닥 존재감이 없이 부유하는 느낌인 것은 아쉽더라.









32 (36). [Hanna / 한나] directed by Joe Wright

[Atonement/어톤먼트]의 조 라이트. 그리고 시얼샤 로넌.
놀랍도록 독특한 틴 에이저 액션 활극을 만들어냈다. 
케미컬 브라더스의 영화 음악도 완벽하고 극단의 방향성을 효과적으로 살려내는 카메라는 무척 인상적.
안타깝게도 이미지의 향연 덕에 영화적 재미는 어느 정도 희생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영화이기도.









31 (33). [Another Earth / 어나더 어스] directed by Mike Cahill


평행이론, 거울이론... 이런 건 이 영화와 상관없다.

굳이 말하자면 이건 양자역학으로부터 근거가 된 평행우주이론을 얘기해야지.
[어나더 어스]는 어느날 난데없이 지구 근처에 발견되어버린 또다른 지구를 소재로 한다.
하늘에 커다랗게 떠있는 그 지구는 [멜랑콜리아]의 멜랑콜리아 행성처럼 지구를 위협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그 자리에 서서 동일한 삶을 반복하고 있는 것 뿐.
비극을 겪고 죄의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와, 그 비극으로 가족을 잃고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가 다가가지만, 그 결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
그렇다면, 또다른 지구로 떠난 그는 정말 행복했을까? 잃어버린 자신의 가족들을 그곳에서 만났다면, 
그건 정말 자신의 가족들일까? 주인공이 마지막에 대면하는 또다른 자신은 완벽하게 복제된 자신일까?
영화는 수많은 존재론적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관객에게 던져놓고는 황급히 끝을 맺는다.
*
주인공 브릿 말링에 대해선 여배우 포스팅에 약간 언급을 했다. 감독인 마이크 카힐과 아주 친하다고.













연기력 이런 것과는 아무... 관계없이 단순히 내게 각인되거나 재각인된 배우들 아홉명만 골라봄.
엠마 스톤같이 매우 대중적으로 뜰 만큼 뜨거나 틸다 스윈턴이나 케이트 블랜챗과 같은 레전드 클라스는 모두 제외.
그렇더라도 기준은 매우 애매하니 그냥 재미로 봐주시길.





Elizabeth Olsen (엘리자베스 올슨)
인상깊었던 최근작 : [Martha Marcy May Marlene / 마사 마시 메이 마를린], 주연
장편 데뷔작이라는게 믿겨지지 않는데 더욱 믿겨지지 않는 건 그녀가 올슨 자매의 동생이라는거.
남다른 기럭지에 시선이 닿는 곳이 가늠이 안되는 눈을 갖고 있는 듯.
89년생.









Brit Marling (브릿 말링)
인상깊었던 최근작 : [Another Earth / 어나더 어스], 주연
조지타운대학에서 경제학을 수료한 후 골드만 삭스에서 제안을 받았던 재원.
표정에 깊이가 있는 배우를 좋아하는데 브릿 말링도 그런 배우 중 한 명.









Svetlana Khodchenkova (스베틀라나 코드첸코바)
인상깊었던 최근작 : [Tinker Tailor Soldier Spy /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조연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에서 강렬한 인상을 준 러시아 배우. 1983년생.
구글링의 이미지만 보면 Lea Seydoux(레아 세이두)처럼 '어?'라는 외마디 실망을 줄 수 있으나 실제 영화를 보면... 그런 생각 안들 듯. 
우아하면서도 도발적인 매력.









Mélanie Laurent  (멜라니 로랑)
인상깊었던 최근작 : [Beginners / 비기너스], 주연
발레를 가르치는 어머니와 성우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남.
아마도 은근 팬이 많은 관계로 이런저런 얘기를 쓰는게 어색할 듯.ㅎ









Anna Kendrick (안나 켄드릭)
인상깊었던 최근작 : [50/50], 조연
[Up in the Air/ 인 디 에어]에서 미워할 수 없는 그녀를 기억하는 분들 많으실 듯.
워낙 조지 클루니의 아우라가 강했지만 결코 밀리지 않았던 그녀. 
작지만 옹골찬 그녀의 눈빛과 그녀의 웃음이 난 좋다. -_-;;;
(사족이지만... 비슷한 느낌의 Amy Adams도 난 좋아한다. 특히 그녀가 [Junebug/준벅]에서 보여준 그 연기)









Saoirse Ronan (시얼샤 로넌)
인상깊었던 최근작 : [Hanna / 한나], 주연
94년생... 
[Atonement/어톤먼트]의 그 주근깨 투성이인 소녀는 [Hanna/한나]를 통해 장래가 확실히 보장된 여배우로 이미 준비가 끝났음을 확인시켜준 듯.
이미... 닐 조던, 케빈 맥도널드 감독의 작품에 출연 확정이 된 상태.(앤드류 니콜 감독 영화엔 왜...-_-;;;)









Evan Rachel Wood (에반 레이첼 우드)
인상깊었던 최근작 : [the Ides of March / 아이즈 오브 마치], 조연
사실... 그녀를 오랜만에 볼 수 있어서 너무 반갑긴 했지만 '인상깊었던'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난 언제나 에반 레이첼 우드를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 맨 앞줄에 거론하곤 했으니까.-_-;;;(나오미 왓츠와 함께)
그런데 [아이즈 오브 마치]에서의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지만 왠지 모르게 갑자기 나이가 들어버린 그런 느낌.-_-;;
하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넓은 스펙트럼의 이미지가 유효하다.
그녀 남친이 누군지는 이제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유명할 듯.(엇...? 헤어진건 아니죠?)









Imogen Poots (이모겐 푸츠)
인상깊었던 최근작 : [Fright Night / 프라이트 나이트], 조연
2011년 의외의 수작 중 하나는 [Fright Night/프라이트 나이트].
남자들의 컴플렉스와 성장통등을 뱀파이어 장르 속에 기가막히게 버무려낸 스릴러.
남자 주인공도 인상적이지만 그의 상대역이었던 이모겐 푸츠는 영국 여배우 느낌 팍팍 나면서도 풋풋한 매력이 있다.
89년생.









Léa Seydoux (레아 세이두)
인상깊었던 최근작 : [Mission Impossible : Ghost Protocol /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조연
구글링에 돌아다니는 이미지들은 다 잊고,
그냥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본 분이라면 많은 분들이 레아 세이두 이름을 한 번은 검색했을 듯.









Bonnie Dennison (보니 데니슨)

인상깊었던 최근작 : [Stake Land / 스테이크 랜드]
89년생.
아직은 TV 씨리즈나 TV 영화등에 얼굴을 비추는 정도.-_-;;;
물론 4년은 더 어렸던 2007년에 [Black Irish/블랙 아이리쉬]에 단역 출연하긴 했다.
생각보다 필모 관리가 안될 것 같은 배우라 은근 기대하기 힘들 수 있으나, 
잔혹하고 처절했던 살육의 피비린내로 진동하던 [스테이크 랜드]는 후반부에 그녀가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일말의 희망을 던져주는 분위기로 반전된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걸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스테이크 랜드]에서 보니 데니슨의 등장은 강렬한 이미지였다.

















[a Seperation/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directed by Asghar Farhadi


미국과 이란의 대립은 점점 격해집니다. 여차하면 한 판 뜰 기세죠.
미국은 국제사회에서의 절대적 우위를 이용해 우리에게 이란산 원유 수입을 감축하라고 닥달합니다.
뉴스를 들으니 50%까지 줄어들 수 있답니다. 우리나라 수입원유 중 이란산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10~15%에 달한다지요. 
만약 정말 50% 이상 이란산 원유수입이 감소되고 

대립이 장기화될 경우 안그래도 비싼 우리나라 휘발유값은 무연기준 리터당 4,000원까지도 거침없이 오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집니다.
답답하지요. 내수경기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내수 시장진작이 불가능해질 경우 연쇄적인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쓸데없는 서두가 너무 깁니다만... 이란 영화를 맞닥뜨리는 제 기분은 이런 복잡한 심정이 얽혀 묘...해집니다.
이민 문제로 이혼 얘기가 오가는 씨민과 나데르.
지식인을 필두로 한 이란의 변화의 바람과 전통적인 가치인 명예를 고집하는 현재의 이란. 

이 두가지 이란의 모습이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를 통해 일어나는 사건들로 하여금 여지없이, 정말 낱낱히 까발려집니다.
작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로 처참하게 무너지는 여러 관계의 연쇄적인 붕괴는 인간관계의 보편적인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듯해서 무척 씁쓸한 

여운을 주고, 딸 테르메를 통해 보여주는 암묵적인 편가르기도 이란이 아닌 한국의 사회를 보는 것 같아 무척 속이 답답해지고 가슴도 먹먹해집니다. 
별거. 단순한 부부의 별거라는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가치가 위선과 자기암시로 점철된채 그 위악을 하나둘 까발리는, 그 위악이라는 것도 

그닥 대단한 것도 아닌 문제들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에피소드를 이토록 잘 엮어낸 감독의 능력과 호연한 배우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기교 하나 부리지 않지만 속도감도 꽤 있어서 배우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영화적 재미도 보통이 아니더군요.
*
카메라도 무척 인상적인데요, 이 영화는 고집스러울 정도로 프레임 안에 인물을 같이 보여주려고 애씁니다.
심지어 마지막 길고 긴 엔딩에서조차 그렇죠.
오히려 인물을 같이 프레임 안에 넣어버리니 더더욱 관계의 단절과 붕괴가 더욱 드러나는 것 같아요.
**
딸 테르메는 감독의 친딸입니다.
***
씨민 역의 Leila Hatami는 너무나 우아하게 아름답더군요...









[L'illusionniste/일루셔니스트] directed by Sylvain Chomet


실뱅 쇼메... 걸작 [벨빌의 세 쌍둥이]를 선보였던 2D 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 칭송받는 감독입니다.
이번엔... 자크 타티의 말년을 에피소드로 투영한 애니메이션을 공개했는데, 
저도 정말 인상깊게 봤던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의 제작사인 GUY MOVIE가 엔딩 크레딧에 보이더군요. 무척... 반가왔고, 
또 한 편으로는 충분히 오리지널리티를 발휘할 수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창작능력과는 상관없이 
이렇게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에 참여했다는게 기분 좋기도 하구요. 다음엔 GUY MOVIE가 자신들의 오리지널 스토리로 다가올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일루셔니스트]는 화려한 볼거리에 천착하는 수많은 3D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달리 이 영화는 2D의 질감에 유럽의 코믹 카툰을 보는 듯한 펜터치와 채색으로 가득합니다. 
예상컨대 수많은 드로잉이 수반되었을 것이고, CG기법도 상당히 많이 반영되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만, 영화는 근본적으로 아날로그만이 전해 줄 수 있는 직접적인 따스함을 띄고 있습니다.
덕분에... 군데군데 눈이 휘둥그래지고 가슴히 훤히 뚫릴 만한 카타르시스를 작화를 통해 얻기도 하죠.
실뱅 쇼메는 이렇듯 완성도 높은 작화에 대중의 즐거움을 위해 보낸 자크 타티의 이야기를 살포시 얹습니다. 그것도 진정한 가슴으로 애정을 담아서 말입니다. 
그건 단순히 자크 타티에게 대한 헌정만은 아니에요. 시대에서 이름없이 사라져간 광대들에 대한 존경의 의미가 느껴져요.
타티가 영화관에서 스스로를 만나는 장면도 무척 인상적이죠.
마술을 하고, 서커스를 하는 이들은 밀려들어오는 록문화와 다양한 문화에 의해 영화를 뒤로 하고, 이용만 당한 채 역사의 저편으로 쓸쓸히 퇴장하지만 
스코틀랜드의 섬처녀의 새로운 사랑을 열어주는 타티야말로 일루셔니스트 그 자체겠죠.
시대를 살다간 수많은 이름없는 퍼포머들에 대한 실뱅 쇼메의 경외심과 진한 애정이 이 영화에는 가득 담겨있습니다.
못보신 분들이라면 꼭 보시길.
*
음악도... 귓가에서 떨어지질 않아요. 
기본적으로 무성영화의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Martha Marcy May Marlene/마사 마시 메이 마를린] directed by Sean Durkin


무겁고 강한 여운이 영화를 본 후에도 지속되는 영화.
공동체에서의 가치관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일상 속으로 들어와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부딪히는 모습을 보면서 나중엔 머리가 복잡해지더군요.
마사이자, 마시 메이이자, 마를린 루시인 주인공 그녀가 형부에게 나중에 터뜨리는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라는 말.
이 대사에 이르르면 머리가 정말로 복잡해집니다. 
영화 속의 마사도, 루시도, 루시의 남편이자 마사의 형부인 맥스도, 영화를 보는 나도 결국 뭘 확신할 수 있고, 뭘 아는지 모르겠는거죠.
영화는 단순하게 어느 한 쪽의 삶을 일방적으로 편을 들어주진 않습니다. 이 두 세상 사이의 브리지는 숲을 가로질러 간신히 공동체를 탈출한 마사의 감정을 통해 보여질 뿐입니다.  
공동의 소유, 무소유의 삶, 평등한 삶처럼 보이지만 그 실상은 빈집털이나 하며 입에 풀칠하는 이들일 뿐이고, 교외에 커다란 집을 짓고 우아하게 미래를 설계하지만, 

그것도 온전히 자기것은 아닌(대출에 대출) 언니 부부의 모습 역시 마사는 적응할 수가 없습니다. 마사는 서로 다른 두 세계에서 어느 쪽에도 발을 붙이지 못하고 격렬하게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러니 보다보면 혼란스러워지는거에요. 이 세상이고 저 세상이고가 아니라 우리의 모습은 오히려 마사에 가깝다는게 말이죠.
물론 내가 수영한답시고 사람들 앞에서 실오라기 하나 안걸치고 다 벗는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거나... 누군가 격렬하게 섹스하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그 옆에 가서 눕거나 그렇진 않습니다만...-_-;;;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았건 정해진 세상의 대체적인 규범을 강요받곤 하잖아요.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러한 규범들을 당위적 가치로 인정하곤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 그러한 당위적 가치에 반기를 들면 홍역을 치루죠. 무시받기 일쑤고.
두가지 세상을 경험하는 마사는 이제 상반된 가치를 지향한 두 개의 세상에서 혼란을 겪습니다. 이건 성장통 정도가 아니에요. 살아남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죠.
덕분에 아무런 해답도 던져주지 않는 결말이 더더욱 혼란스럽습니다.
이건 스포일러가 아니니 걱정마시길.^^
*
마사 역의 정말... 눈에 띄는 여성은 놀랍게도 올슨 자매의 동생인 '엘리자베스 올슨'입니다.
올슨 자매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 느낌인데, 기럭지도 틀려요. 뭣보다... 이게 장편데뷔라는데 신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연기력이 놀라울 뿐입니다. 완소녀가 나타났어요.-_-;;;









[We Need to Talk About Kevin/어바웃 케빈] directed by Lynne Ramsay


일루셔니스트...를 빼곤 죄다 무거운 영화들이군요.-_-;;;
이 영화는 틸다 스윈턴을 위한 영화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녀가 보여준 열연은 워낙... 많지만 전 그녀의 영화 중 인상적인 영화를 몇 편 꼽아보라면 [the Deep End](2011), [Thumbsucker](2005), 

[Julia](2008), [Io Sono l'Amore/아이 앰 러브](2009)와 이 영화를 꼽겠습니다.
지금 꼽은 영화 중 [Thumbsucker/썸써커]를 제외하면 절대적으로 틸다 스윈턴의 역량에 의존하는 바가 큰 영화들이에요.

[어바웃 케빈]은... 한글 제목부터 문제가 있습니다. 오독의 여지가 다분하다는거죠.
이 영화는 케빈에 관하여...라는 느낌이 아니라 케빈에 대해 우리가 말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 훨씬 영화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케빈이 중심이 아니라, 케빈에 대한 관찰자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는거죠.
영화를 보면 초반엔 대단히 혼란스러워집니다. 워낙 결속력이 강한 모자관계를 중심으로 얘기가 진행되니 자연스럽게 영화적 메시지도 모자 관계에 촛점을 보게 되더군요. 

그러다보니... 사실상 아무 이유없는 케빈의 악마성에 대해 납득이 가질 않는 겁니다. 흐... 이때부터 오독이 시작되는 것 같았어요.
정말 다행히도, 에바(틸다 스윈턴)가 사는 집의 붉은 페인트를 끊임없이 벗겨내는 장면이나, 면회가서 만난 케빈이 입밖으로 물어뜯은 손톱을 하나둘 꺼낸다던지, 

부서진 달걀을 껍질을 골라내지 않고 스크램블을 만들어 먹으면서 껍질을 뱉어내는 에바의 모습등을 보면서 이 영화는 모자관계따위 그닥 얘기하고 싶지도 않았구나...하는 걸 느꼈어요. 

물론 제가 철저히 잘못 이해한 것일 수 있습니다. 정답이 어디 있겠어요. 흐...
구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엘리펀트]는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이 없어요. 

이건 가족과의 관계는 언급할 필요도 없이 아예 부재한다는 구스 반 산트식 역설일 수도 있고, 그따위는 총기살인범과 상관도 없다는 비아냥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바웃 케빈]에선 케빈의 학교내의 관계가 완전히 거세되어 있습니다. 그의 친구는 조금도 등장하질 않죠. 

[엘리펀트]와는 정 반대의 시선에서 영화가 진행되는데다가, 학살의 과정 역시 철저하게 거세되어 있습니다.
어차피 감독은 그런 결과론에 대해선 시간을 할애할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가 집중하는 것은 성장하기 싫어하고 부조리한 거대한 불온한 심성이 지배하는 위기의 시대정신이고, 

에바는 이러한 위기와 불온한 세상을 위태롭게 버티고 감내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에혀... 쓰고보니 저 역시 혼란스럽긴 합니다만...
*
영화의 시작과 중간에 나오는 12:00 -> 12:01 도 의미심장하다고 봅니다. 
아들의 이름이 '케빈'인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한 의미는 차마 말은 못하겠어요. 말도 안되는 소리같아서.-_-;;;
어차피... 다 자기 방식대로 영화를 보는거니까...음...











[Hodejegerne/헤드헌터스] directed by Morten Tyldum

주인공 키가 168cm. 이런 나랑 똑같네.ㅎㅎㅎ
평균키가 유럽보다 작은 한국에서도 168cm란 키는 호빗인데, 과연 유럽에선 어떨까? 
의외로 우리나라보단 덜 신경쓰일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살아보질 않았으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진정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른 법.
누군가는 결코 숨을 거둘 때까지 조금의 깨달음도 모르고 탐욕만 채우다 돼지처럼 죽기도 하고, 
앞으로 다가올 탐욕의 비극적인 절망은 모른채 지금도 사람들의 등을 쳐대며 치즈를 입에 털어넣는 쥐새끼도 있는 법이다.
어찌보면, 진정한 행복은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는, 이 터무니없기까지한, 너무나 고루하게 느껴지기까지하는 이 말은 
우리에게 늘 존재하기 때문에 눈치챌 수 없는 행복의 존재에 대한 역설.
이 영화 역시 작은 에피소드가 인생을 집어삼켜버리는 과정에 휩쓸려 헤어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주인공이 자신이 살아온 방식을 
되돌아보고 작은 행복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정말 지난...하고 처절한 과정을 보여준다.
스릴러의 형식미, 그로인한 영화적 재미를 충분히 선사할 정도로 탄탄한 구성 역시 보여주고. 
관객의 판단을 흐리는 맥거핀이 종종 등장하지만 그 방식이 서사적이기까지하고 매우 과장되지 않고,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잘 짜맞춰지도록 군데군데 효과적인 복선도 제법 잘 깔아 놨다.
물론 클라스라는 인물에 대해선 다소 생뚱맞고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
작은 키 컴플렉스로 자신이 가진 집과 아내는 경제적 능력으로 샀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란더 역의 Kyrre Haugen Sydness는 
[Max Manus]를 통해 낯익은 분들이 제법 계실 듯.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 번 보시길.









[the Guard/더 가드] directed by John Michael mcDonagh


브랜던 글리슨(Brendan Gleeson)의 씨니컬하면서도 위트넘치는 연기. 적당히 무게를 실어주는 돈 치들(Don Cheadle).
개인적으로 무진장 좋아하는 리암 커팅햄(Liam Cunningham)과 마크 스트롱(Mark Strong).
배우들의 호연은 둘째치고 영화 전반을 가득 지배하는 건조하고도 아침안개같은 블랙 코미디 요소들.
호젓하고 지나치게 조용하게까지 보이는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 뜬금없이 마약거물들이 나타나면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파견된 FBI 요원 웬델(돈 치들). 이 작은 마을에서 병든 어머니를 보살피며 
인생의 중심없이 그저 살아가는 듯한 경찰 보일(브랜던 글리슨).
담담하게 소소한 사건들을 호들갑떨지 않고 따라가다보면 삶을 내걸고 해결해야만 하는 일들의 동기가 대단하거나 
먼것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 영화는 툭 던져 놓는다.
간혹 미국의 세계경찰, 패권주의에 대한 비아냥이 드러나는데 이는 정의를 위한 액션의 근거가 절차와 청교도 윤리에 기반한다는(핑계), 
다분히 위선적인 정치적 동기들에 의해 움직이는 패권국가와 달리 세상의 정의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내 주변과 내 스스로의 신념을 위해 시작될 수 있다는 항변을 하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마지막 결말에 대해 궁금할 수 있으나,
아일랜드에 마약거물 잡으러 파견된 FBI 웬델(돈 치들)이 떠올리는 보일(브랜던 글리슨)의 모습을 보면 답이 나온다.
어찌보면 개인적으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메마른 블랙 코미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정말 강력하게 추천한다.









[50/50] directed by Jonathan Levine

병으로부터 살아남을 확률 50:50.
아직 30도 되지 않았는데 찾아온 희귀암.
스스로의 도덕적 위안과 다른 이유를 위해 연인 옆을 지켜준다는 여친.
기본적으로 군데군데 웃음을 안겨주지만 이 영화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암환자가 일상에 대한 의욕과 
욕망을 잃고 떠나는 이들을 같은 높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현실에 대한 깊은 시선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생과 사의 확률만 반반이 아니라 우리가 순간순간 판단하는 모든 것들이 결국은 절반의 확률과 선택이라는 의미까지.
그 절반의 선택에서 사랑을 찾고 떠나보내며, 화해할 수 있거나 용서하지 못하거나. 결국 우리 인생은 모든 시간이 선택의 연속.
서툴지만 조금씩 다가가는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
인생의 끝에서 다시 희망을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영화.
조셉 고든 레빗이 [500일의 섬머]만한 무게감으로 다시 다가온 영화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영화.

*
[Up in the Air/인 디 에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안나 켄드릭(Anna Kendrick)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더욱 기분좋네.
난 왜이리 안나 켄드릭이 예쁜 줄 몰겠어.









[the Ides of March/아이즈 오브 마치] directed by George Clooney

게임의 승자는 정의롭거나 의로운 신념으로 찬 이들이 아니라, 일반적인 상식의 사람들이 스스로의 자기검열을 통해 
차마 할 수 없는 악마의 한 수를 드는 사람들이라는거.
길게 썼지만 짧게 쓰면 결국 더 탐욕스러운 사람이, 더 많은 자본이 박애로운 자와 적은 자본을 이긴다.
더럽게도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부르고 작동하는 이 시스템은 이런 결과를 당연시 여긴다. 
조지 클루니가 이 영화를 만든 건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똑같으니 누굴뽑아도 차악을 뽑는 것뿐이라는 메시지가 결코 아니다.
조지 클루니는 분명히 존재하는 원작 소설을 각색하면서 결국엔 이기는 놈이 장땡... 아니, 선거에서 승리하는 자가 
바로 곧 선(善)이다라는 정당과 정치인이 스스로 외치는 존립의 당위성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선거 캠프에 모여든 정치적 야망이 가득한 이들.
마치 스스로 정치적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입을 떠벌이지만, 
결국엔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가차없이 신념따위 집어던져버릴 수 있는 모습들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선거 캠프의 모습들을 묘사한 영화들은 많지만 이 영화처럼 현실적이고도 한발자욱 떨어져서 묘사한 영화가 그리 많았던가?하는 생각도 들고.
영화적으로도 후반부에 한 번의 악수로 토사구팽당할 처지의 주인공의 심리가 그의 걸음과 표정 그리고 상대방과의 독대를 통해 보여지는 
절정 부분의 영화적 힘은 보통이 아니다. 조금씩조금씩 끌어모아 에너지를 한껏 서서히 몰아쳐올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의미.
조지 클루니의 연출자로서의 능력에는 약간의 의구심이 있었는데, 이 영화로 그런 의구심이 대부분 날아가버렸을 정도.

완전 사족이지만...
민주주의라고 말하는 것들이 자본주의와 동의어처럼 여겨지고, 승자독식주의가 만연한 이따위 하자투성이 시스템을 
아직도 대안없는 가장 발전된 사회적 시스템이라고 말하는 지금을 난 이해할 수가 없다.

*
오랜만에...
내 그토록 좋아하던 에반 레이첼 우드를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리고 마리사 토메이.
이제 정말 늙었지만, 당신은 그래도 아름다워요.

**
라이언 고슬링은 연기 인생의 절정을 맞는구나.
내가 그를 주목한 영화는 [Half Nelson/하프 넬슨]. 
911이후 부시새끼의 어처구니없는 정책에 아무것도 대항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지식인들의 모습을 학교라는 작은 공간을 배경으로 보여줬던 수작.













[Moneyball /머니볼] directed by Bennett Miller


dl 영화는 빌리 빈의 새로운 실험이 현재 진행형인지, 실패로 드러난 것인지에 대한 걸 왈가왈부하자는건 아닌 듯 하다.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 스포츠를 다루는 스포츠 영화이면서도 기존 스포츠 영화들이 답습하던 감동의 서사구조를 따라가지 않는 것은 
주인공 빌리 빈이 한정된 자본 속에서 리빌딩의 한계를 느끼고 성과를 내기위해 예일대 출신의 경영학도를 끌어들여 
머니볼 이론을 본격적으로 현장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만년 하위 오클랜드 어슬래틱스의 단장(GM) 빌리빈은 자신의 고교시절에 자신의 재능을 발견은 했지만 
결코 올바른 스카우팅 리포트와는 동떨어진 무리한 선발투입으로 자신감이 무너져간 자신의 우울했던 선수생활을 
반면교사로 삼아 현역을 접고 스카우터로 나선 후 단장까지 오르지만 영화는 빌리빈을 자수성가형 타입으로 그려내지도 않고, 
흙속에서 진주캐기식 선수 성장론과는 아예 거리가 먼 영화로 흘러간다. 
영화 속에서 빌리 빈은 선수와의 인간적인 교감도 관심없고, 심지어 경기도 보질 않으니까. 딱... 악역에 잘 어울릴 법한 캐릭터아닌가?
하지만 이 영화가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으려면 으례 그래야하듯이, 인정에 얽메이기 싫어 경기도 보지않고 징크스도 중시하던 그도 
영화의 말미에 이르면 어쩔 수 없이 경기를 통해 교감하고 통계와 징크스를 스스로 떨쳐버리는 인간임을 보여준다.
뿐만아니라 거기에 더 나아가서 후반부의 다소 생뚱맞기까지한 감성적인 결말을 보면 그 어떤 영화보다 현실적인, 
단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그려내주던 빌리빈의 모습이 급속히 미화되는 느낌이어서 어색하기까지 하지만 
아마도 그러한 결말에 이르는 과정은 연출자 베넷 밀러의 속내였을 듯 싶다. 
내러티브의 애매모호함을 싹 잊어버리도록 감싸주는 영화적 형식은  빌리빈이라는 인물을 따라가는 건조한 연출과 군더더기없는 간결함, 
정적이지만 결코 쉬어가지 않는 균형잡힌 편집을 통해 영화를 보여지는 것보다 더 인상적으로 만들어주는 느낌이다.
게다가 [Capote]에서도 함께 했던 Mychael Danna의 음악은 이 영화가 마치 트랜트 레즈너가 담당했던 
핀쳐의 [Social Network/소셜 네트워크]와 유사한 정서적 기품을 갖도록 하는데 일조한다.









[Melancholia /우울증] directed byLars von Trier


현대 사진전을 보는 듯한 불온하고도 황홀한 인트로로 시작되는 이 세기말적 '우울증'.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거대한 우울증에 걸려버린 현대인들로 득실대는 지구의 클론과도 같은, 
거대한 '우울증 행성'을 통해 현대인들의 관계와 정서, 그리고 육체적 종말을 이야기한다.
영화 속 저스틴(커스틴 던스트)의 우울증은 영화적 설정을 설명할만한 충분한 내용이 없음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언니인 클레어(샬롯 갱스부르)의 불안한 우울증 역시 인간이 나약한 몸뚱이로 받치고 소유하고 있는 
모든 관계에 대한 파국에 대한 두려움에서 오는 불안함이라고 막연하게 예측하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자매의 과거를 얘기하지도 않고, 우울증의 시작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조금도 이 영화는 관심따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우울증 행성이 지구로 접근하기 때문에 마치 우울증이 증폭되는 양 표현되기까지 한다.
그러니까, 우울증이란건, 이 두 자매를 뒤덮는 우울증이라는 건 저 거대한 행성때문이라는 대책없는 의도적인 농담같은 이유를 대면서 말이지.
하지만 그 거대한 우울증 행성은 모든 파국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신경쇠약 직전의 지구인들의 거울과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면 
바로 이 농담같은 우울증의 근원 이야기는 묘하게 설득력을 얻게 된다.
세기말적이고 한없이 우울하지만, 지나치리만치 아름다운 이야기.









[Forces spéciales /스페셜 포스] directed by Stéphane Rybojad


일단... 다이앤 크루거(Diane Kruger)가 나온다. 이거 중요.ㅎㅎㅎ
그저그런 싸구려 워(war) 무비라고 생각하면 오산.
그렇다고... 기대를 넘어서는 시놉시스를 가진 대작이라고 생각하면 그것도 무리.
인권을 중시하는 저널리스트 엘사(다이앤 크루거)가 밑도 끝도없이 주위 사람들을 민폐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 과정은 
단순히 '정의'와 '인권'에의 투철한 사명의식으로 설명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고 개연성도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대단히 현실적인 특수부대의 무브먼트와 동시에 간혹 코만도를 연상케할 정도로 총알을 비켜가는 과장도 혼재하고 있어 
이것도 뭐라 말하기 참... 애매하다.(물론 미군의 장비와 탈레반의 장비가 비교가 안된다는 사실은 잘 알지만 서서쏴 자세로 
총알이 다 비켜가는 장면은 꼼꼼한 특수부대 재현에 약간의 흠이 될만하다)
다른 건 차치하고 중후반까지의 영화적 재미는 상당한 편. 그 이상 기대하지는 말아야지.









[a Lonely Place to Die /론리 플레이스 투 다이] directed by Julian Gilbey


킬링타임의 역할에 충실한 스릴러.
멜리사 조지(Melissa George) 주연이니 그녀의 건강한 아름다움에 주목하는 분들이라면 꼭 볼만한 영화라고 하겠다.
전혀 플롯에 대한 사전인지없이 봤으나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이야기로 진행되고, 악역의 캐릭터가 압도적이긴 하되 
현실과 유리된, 공중에 뜬 캐릭터같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스펜스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재미는 주더라.
이런 서스펜스 스릴러가 취하는 마지막 장소로 또다시 유럽의 작은 소도시(스코틀랜드의 작은 도시)의 지역 축제를 택하고 있다는 점은 
참 편안하게 간다...는 생각도 들지만(그렇다고 이 영화가 [In Bruge]처럼 놀라운 엔딩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여러 등장인물들의 갈등이 맞부딛혀 폭발하는 장소로는 적절했다는 생각도 들고, [Hot Fuzz/위험한 녀석들]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겉으로 보기엔 평화롭지만 속으로는 폐쇄적인 배타성으로 점철된 유럽의 소도시를 은유하는 후반부는 그닥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요즘 영화들은 너무나 현실을 직시하는터라 등장인물들을 지나칠 정도로 심하게 가차없이 소모한다는 점.-_-;;;
죽음이 언제나 예고없이 득달같이 찾아온다지만 프레임의 시퀀스에서 관객과 호흡하던 캐릭터가 관성의 법칙을 무시하고 
어느 순간 그 자리에서 아무 예고없이 고꾸라지면... 이건 영 아직도 난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Warrior /워리어] directed by Gavin O'Connor


영화적인 재미를 놓고 보면 이 영화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재미를 선사한다.
게다가 [Drive/드라이브]처럼 폼을 잡지도 않고.([드라이브]를 폄하하는게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선뜻 엄지 손가락을 추켜 올릴 수 없는 이유는 이 영화가 지닌 내러티브의 빈약한 알맹이 때문이다.
가족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 그 어려운 시기에 여자꽁무니나 찾아나섰다는 형에 대한 원망, 팀킬을 해버리는 자국에 대한 원망... 
사실 천부적인 재능을 안고 링에 오르는 동생의 두 주먹에는 그럴싸한 동기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지만 뭐하나 제대로 공감가는 내용은 없다. 
굳이 이 영화는 동생과 형을 경기에서 붙여놓기 위해 이미 정해진 플롯에 우리가 흔히 봐왔을 드라마의 갈등요인들을 
덕지덕지 갖다 붙인 후 웰메이드 퀄리티로 화면을 뽑아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렇게 함부로 지껄이지만 세련된 편집과 강약을 잘도 가지고 노는 액션장면들은 이 영화를 조금도 지루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었다.
영화적인 재미를 얘기하자면 이의가 없는 영화.

*
게빈 오코너 감독은 이미 개인적으로 스포츠 영화의 걸작 중 하나라고 믿는 [Miracle/미라클]을 연출한 바 있다.









[The Help /헬프] directed by Tate Taylor
응? Tate Taylor??? 이 사람 배우 아닌가?
알고보니 이 영화가 장편 데뷔작도 아니라는거. 이미 두번째 장편.
게다가 주인공은 [Easy A]로 완전히 내가 반해버린 엠마 스톤(Emma Stone).
시대적 배경은 사실상 미국의 중산층이 가장 풍요로왔다고 믿는 1960년대. 모든게 풍족하고 넘쳐났던 그 시기.
하지만 그러한 풍요로움 속에서도 흑인들의 인권은 여전히 비참한 수준이었고 게다가 이 영화가 배경으로 삼고있는 미시시피 지역은 
흑인에 대한 차별이 가장 심한 지역으로도 유명했다. 프리라이드 운동 중 살해당하는 사고가 일어난 곳도 이 지역이고, 
이를 소재로한 진 해크먼 주연의 [Mississipi Burning]을 기억하는 분들도 많으실 듯.
그렇게 따지면 이 영화는 다분히 어둡고 음습한 영화일 수 있다. 마을 하나가 통째로 백인집에 가정부로 출근하는 
어처구니없는 역사 속 진실, 같은 화장실을 썼다는 이유로 해고해버리고 흑인을 병균을 옮겨주는 존재따위로 바라보는, 
보는 사람의 입에서 욕이 터져나오는 이 어두운 현실을 이 영화는 직시하면서도 밝게 그리려고 노력한다.
현실이 주는 공포감, 자신들의 백인고용주의 횡포를 까발리는 흑인 가정부들에 대한 다양한 위협이나 
내부고발했을 경우의 불안함은 이 영화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과연 1960년대의 흑인 사회가 이 정도로 평화롭게 백인사회에 대한 고발을 평온하게 해낼 수 있었을까? 
이건 지나칠 정도로 낙관적이고 평화로운 시선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아마도 테이트 테일러는 그래서는 이 영화가 박스오피스 수입을 보증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타협아닌 타협은 이 영화에 대한 소재적 거부감을 적게 할 수 있었을 것이고 
영화적인 재미도 한껏 살려냈다고 볼 수는 있겠다. 
실제로 이 영화는 대부분이 대화로 이뤄지지만 조금도 지루함없이 엔딩을 맞이할 수 있으니 말이다.

*
상대적으로 흑인 가정부들을 인터뷰한 스키터(엠마 스톤)는 오히려 대단히 평면적으로 그려진다. 
그녀의 사명의식은 말뿐인 것같고 절박함도 묻어나지 않으며 그냥 에블린의 집을 왔다갔다하는, 
그저 흑인 가정부들의 애환을 전달하기 위한 매개체로만 그려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
기본적으로 어두운 이야기를 이토록 밝고 희망차게 그려낸 것에 대한 불만은 없다. 
오히려 소소한 일상을 잘 드러내면서 전체적으로 밝은 영화 분위기임에도 흑인 가정부들이 겪은 불합리한 일들은 
대단히 꼼꼼하고 확실하게 관객들에게 어필한다. 
다만, 영화를 보면서 실제로 저 당시를 살던 저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하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해질 뿐이다.









[Another Year /세상의 모든 계절] directed byMike Leigh


마이크 리의 영화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일종의 보증수표와도 같은 이름이지만, 
이 영화는 마이크 리의 영화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은 영화 중 한 편이라고 감히 말하겠다.
특별출연한 [Vera Drake]의 이멜다 스톤턴(Imelda Staunton)의 팍팍한 현실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군데군데 웃음을 주고 일상을 소소하게 담아내지만, 결국에는 소소한 외로움과 외로움이 잠식하는 인간관계의 파국, 
그리고 나아가서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주위의 친구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결국은 자신들도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끝없이 허무한 애정을 동경하고 관계의 틀에서 벗어난 삶으로 인하여 소스라칠 정도로 힘들게 다가오는 
고독을 벗어내지 못하는 메리와 같은 인물을 통해 인생에 대한 공허함과 연민을 동시에 보여준다.
영화의 끝까지, 등장인물에 대한 조금의 감정도 싣지 않고 냉철하게 거리를 두는 것을 보면서 
타인의 삶을 자신의 삶을 기준으로 재단해왔던 내 스스로의 시선을 보는 것 같아 섬찟하기도 하더라.
인생, 그거 자신의 맘대로 살아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나치리만치 이상적인 톰과 제리 부부를 중심으로 보여지는 대부분의 우울한 모습이 애정결핍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
주인공 부부의 이름이 톰, 제리다. 감독이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내가 느끼기엔 감독은 이 착한 아들까지 두고 백년해로할 때까지 
애정이 넘치는 이 부부를 '비현실적인 만화같은 존재'로 은유하려고 한 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비약이겠지만.
아무튼... 가족 이데올로기가 궁핍한 생활 속에 산산이 부서져간 모습은 비단 헐리웃의 인디 영화에서만 등장하는 모습이 아니라는거.













[북촌방향]
홍상수 감독의 열두번째(?) 장편...인가...
보고나니 이 영화와 [옥희의 영화]는 대단히 닮은 듯 다른 느낌이 있다. 분명한 건 [북촌방향]이 다분히 [옥희의 영화]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
[옥희의 영화]가 과거의 시간을 붙잡고 돌고돈다면, [북촌방향]은 다분히 반복되는 현재와 현재를 통해 바라볼 수 있는 '뻔한' 미래를 이야기한다.
한글제목은 공간적인 의미를 갖지만 영문제목이 다분히 시간적인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봐도 이 영화가 북촌이라는, 
서울의 시간에서 벗어남직한 탈시간적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반복되는 시간의 뫼비우스를 통해 벗어남없이 돌고도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어찌보면, 홍상수 영화 속의 인간들은 가방끈 긴 주인공들이 허다하게 등장하지만, 그들은 현실을 변혁할 힘같은 건 조금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으며 시간에 따라 내가 그렇게 변했다고 항변할 뿐이지만, 결과적으론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랬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자조가 지배적인 캐릭터들이다.
그래서 보는 사람에 따라 씁쓸할 수도, 유쾌할 수도 있겠다.
'사람이란 다 그렇지... 얄팍하고 허울뿐이고, 관계는 피상적이고 원하는 건 섹스뿐'이라고.
마지막 장면에서의 유준상의 표정은 대단히 섬뜩하기까지 하다.
쉽게 감정을 표현하면 '내가 지금 뭐하는거지?'라는... 뭐 그런 표현.
엄밀히말해 파국(???-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보다 더 냉정한 파국)만 기다리고 있는 아슬아슬한 관계의 형태에 대해 
홍상수가 가진 시선은 연민일까? 아님 냉소일까? 예전엔 이 질문에 대해 쉽게 답할 수 있었는데 이젠 모르겠다. 
근본적으로 이런 해석 자체가 무리이고 단순한 시각일 수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이젠 모르겠다.

다만...
이 영화는 영화가 가진 힘이 대단히 뛰어나서 누구라도 재미있게 볼 듯 하다.
홍상수 영화는 지루해...라는 말은 제대로 보지 않은 분들이 스틸컷 몇 컷갖고 만들어낸 선입견인 경우가 많다.
못보신 분은 실제로 보시라. 

*
송선미씨는... 너무나 예쁘다.

**
김보경씨는 정말 매력적으로 나온다.
그녀가 1인2역을 한다는건 이 영화 속의 시간의 흐름 자체를 그 누구도 정의할 수 없도록 혼란케하는 장치가 된다.

***
유준상씨의 연기는 확실히 자연스럽다.
명확한 대본이 없는 홍상수 감독의 작업 스타일에 잘맞는 그의 페르소나가 될 법하다.

****
영화 속 몇몇 키스신의 그 투박한 클로즈업을 보시라.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흑백 영화 시절을 반추하고 있다.






넘 맘에 든다. 타이틀 크레딧.







마지막 장소와 사실 같은 장소.
영화는 어찌보면... [사랑의 블랙홀]같다.ㅎㅎㅎ




















김상중씨는 내내 애매..하다가 이 장면에서 완전...뻥터졌다.ㅎㅎㅎ






















[Thumbsucker]로 내게 정말 확실한 인상을 줬던 감독 Mike Mills의 오랜만의 장편이다.
그리고 그 느낌은 묘하게도 [Thumbsucker]와 닮은 듯, 닮지 않았고.
극복되기 힘든 과거를 아버지 세대의 애정을 통해 현재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보여주고, 
동성애자 이야기를 하지만 궁극적으론 본질적인 감정의 소통과 현대인들의 트라우마를 극복함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감성적인 인디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인상적인 부분들이 많이 있다.
대사도 그렇고.
이완 맥그리거는 오랜만에 자기 옷을 입은 느낌이고,
어제 [In Time]보면서 유일하게 머리에 남은 아만다 세이프리드는 
이 영화의 주인공 멜라니 로랑(Melanie Laurent)에 의해 싹... 씻겨내려갔다.







































 

 

 

[Limitless/리미트리스]
directed by Neil Burger
Bradley Cooper, Abbie Cornish, Robert De Niro
2011 / US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영화.
충분히 더 신선하고 긴박감있게 만들 수 있었을 듯 싶은데 중반 이후엔 힘이 다소 빠진다.
덕분에 눌려 있다가 터져나오는 후반의 절정이 허망하게 느껴지기까지.
엔딩도 예상 외였고, 랄프 파인즈의 스트릿 버전같은 브래들리 쿠퍼의 매력도 괜찮은데 힘을 너무 뺀 영화.

 

 

 

 

 

 

[the Company Men/컴파니 멘]
directed by John Wells
Ben Affleck, Tommy Lee Jones, Chris Cooper, Kevin Costner
2010 / US

[Up in the Air]에서 조지 클루니는 허망한 개인의 문제를 통해 신자유주의 시대의 경쟁에서 자신의 손으로 내몬 이들과
전혀 다른 시선에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모두가 '이건 다 괜찮아질거야'라고 거짓말을 하는 동안 수없이 많은 현실의 사람들은 아무 이유없이 직장을 잃고
순식간에 길거리로 내몰리고, 실업급여가 끝나갈 즈음의 공포감에 막막해하며 결국 자신에 대한 책망과 좌절감으로 주저앉게 된다.
그건 바다 건너 미국땅뿐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지금 이시간에도 가열차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모두가 노동을 도외시하고 실재하는 재화의 가치를 폄훼하고 MIT, 하버드의 공대생들이 온갖 장난질로 만들어놓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마술같은 장난에 빠져든 금융장난질.
회사가 망해도 임원들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오히려 더더욱 자신의 배를 채우는 이 기가막힌 상황.
그리고 이런 상황을 그 누구도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않고,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버리는 기가막힌 상황.
이 영화는 그런 와중에 실재의 재화와 노동의 땀을 인정하고 바로 서고 싶은 이들을 다룬 일종의 판타지다.
영화의 끝은 가슴 벅차지만 동시에 서글프다.
왜냐하면 우린 이런 시도가 결코 저 미국땅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춤추는 대수사선 3]
directed by 本広克行 (모토히로 카츠유키)
오다 유지, 오구리 슌, 후카츠 에리
2010 / Japan

멍석 다 깔린 판에서 이렇게 못 노는 것도 재주다.
게다가 지긋지긋한 이 일본 영화, 드라마의 오글거리는 설교.
머리가 나쁜건가? 꼭 이렇게 오글거리는 일장연설을 넣어야만 영화가 감동을 획득하나?
일본의 그 한 방있는 멋진 영화들을 점점 보기 힘들어진다.
이게 지금의 부유하는 일본의 모습인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정말... 징그럽게 재미없다.



 

 

 

 

 

[True Grit/브레이브]
directed by Ethan Coen, Joel Coen
Jeff Bridges, Hailee Steinfeld, Matt Damon, Josh Brolin
2010 / US

코엔형제의 영화는 거의 대부분 대단히 건조하다.
후반으로 갈수록 이러한 요소는 더욱 극대화되어 그들의 블랙 코미디적인 느낌을 더욱 진하게 풍기고 있는데
존 웨인 주연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이 영화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 영화를 보고 그 속에서 동시대에 주지하고픈 감독의 메시지를 읽어내는 건 사실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언제나처럼 코엔 형제는 그렇게 메시지를 어렵게 빙빙 돌려서 던져주지 않기 때문이다.
불과 3년 사이에 [No Country for Old Men]이나 [a Serious Man], 그리고 이 영화와 같은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걸작들을 숨돌릴 틈없이 쏟아내는 코엔 형제의 재능에는 경외와 진심의 존경심을 느끼게 된다.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지만, 굳이 이 시점에 이 영화를 들고 돌아온 건 성찰할 줄 모르는,
패왕주의적 망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미국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의 폭력적인 욕망, 그것이 어떤 의미에선 정당하다고까지 볼 수 있는
당위성을 갖고 있다고 할 지라도 그러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선 분명히 응분의 댓가가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 댓가는 결코 찰나의 아픔이 아니라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긴다는 걸 영화는 얘기한다.
1대 7, 그 이상의 영웅담이 산산이 조각나 버리는, 모래집같았던 미국의 신화가 함께 무너져내리는 성찰의 영화.

 

 

 

 

 

 

 

 

 

[Source Code/소스 코드]
directed by Duncan Jones
2011 / US
Jake Gyllenhaal, Michelle Monaghan, Vera Farmiga, Jeffrey Wright

[Moon/문]으로 재능을 만방에 떨친 던컨 존스가 헐리웃 블록버스터를 들고 돌아왔다.
그 정도 저예산으로 그 정도의 SF 스릴러를 찍어냈으니 헐리웃에서 모셔가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
어찌어찌하여 이 영화를 보기 며칠 전에 우연찮게 민성군에게 '슈레딩거의 고양이' 이야기를 조금 자세하게 해주었는데
이게 결과적으로 민성군이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도록 도와준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뭐 사실 이걸 몰라도 이 영화를 보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영화 속에서 어느 정도 충분히 설명이 있으니까.

사실 평행우주론을 이야기하지만 이 영화는 그의 전작 [Moon/문]과 그닥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변주하는 것과 다름없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고 실존하는 제 1현실 속에서 반복되는 삶을 살아야하는 [Moon/문]에서의
설정과 같이 [소스코드]에서도 주인공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복되는 [Groundhog Day/사랑의 블랙홀]같은 세상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스스로의 삶을 선택한다는 것이니 말이다.
이이상 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과학적 근거가 얼마나 합리적인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어차피 양자역학이나 이런걸 관심갖고 뒤적거린지 오래되기도 했고.

하지만 이 정도 이야기를 이렇게 쉽고 적당히 설득력을 주면서 짧은 러닝타임 안에 표현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
영화 속의 결말에 대한 복선은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신기루 현상과 비슷하고,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상대방에게 느끼는 애정과
연민, 그리고 시간의 반복으로 인한 학습의 효과는 빌 머레이의 [Groundhog Day/사랑의 블랙홀]에서,
시간의 반복 속에서 계속 되는 시행착오는 [Retroactive/레트로액티브]등등에서 낯익은 모습등 사실 [소스코드] 속에는
단지 사망한 자의 뇌 속에 물리적으로 잔재한 8분간의 세상 속으로 다이브하는 것이라는 설정만 다를 뿐 새로운 모습이랄 건 없다.
이런 익숙한 이야기들 속에서 능숙한 솜씨로 인간의 존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평행우주론에 대해서도 설득력있게
이야기하면서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는 건 그가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충분히 갖췄음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실 영화가 대부분은 열차의 객실 내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대게 이런 영화들은 일반적인 경우 시선이 높은 편이어서
상대적으로 공간이 더 협소하게 보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소스코드]는 그들에겐 흔할 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생경한 2층 통근열차를 배경으로 하여 시선이 다소 높아지더라도 그닥 답답하지 않은 느낌도 고스란히 전해주고,
쓸데없이 '감각적인 척'하지 않는, 상대적으로 매우 정적인 촬영을 통해 이 영화가 액션의 코드에서 벗어나
상대방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싹틔우는 것에도 소흘히 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분명히 전달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비극을 향해 치달아버리는 객실 내의 모습을 이토록 살갑게 그려내는 반면
내가 좋아하는 배우인 베라 파미가가 연기한 '굿윈'이 등장하는 제1현실 세계는 그야말로 칙칙하기 짝이 없다.
주인공이 굿윈을 모니터로 바라보는 그 장면은 마치... [Moon/문]에서 와이프의 영상을 바라보는 모습과도 비슷하지 않나.
이런 의도적인 배치를 통해 이야기가 결말을 향해 가는 동안 관객들은 모두 실오라기같은 희망을 주인공에게 이입시키고
잠시 그 절정의 순간에서의 스틸 프레임에서 말없는 애잔함을 느끼셨을 것 같다.
스릴러 속에서 전달되어오는 자연스러운 드라마적 한 방이라니.

*
잘 아시다시피 던컨 존스는 저 유명한 글램록의 거성 데이빗 보위의 아들이다.

**
미쉘 모나한은 안그래도 아름답다고 생각해왔지만 이 영화에선 유난히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감독은 미쉘 모나한에게 자연광 비스무리한 조명을 던지고 그녀를 적절히 클로즈업해서
단순히 상호작용하는 존재가 아니라 생명을 지닌 존재로 정확히 어필한다.

***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토록 허술한 기폭 장치가 등장하기는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뭐 사실... 폭탄을 설치한 이가 동일 공간에 있을 수도 있으므로 무조건 시그널에 의해서
작동하도록 만들었을 수도 있다 싶긴 하지만... 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결말대로라면 애당초 주인공이 몸을 빌렸던 원래의 그 사람은 어떻게 된거지?

 

 

 

 

 

 

[I Am Number Four/아이 앰 넘버 포]
directed by D.J. Caruso
Alex Pettyfer, Timothy Olyphant, Dianna Agron, Callan McAuliffe, Teresa Palmer
2011 / US


원작을 읽어보질 않았으니 이 영화 속에서 설명하고 있는 설정만 인지할 수 밖에 없다.
로리앤 행성이 모가디언(?)인가에게 멸망한 것 같긴 하고 특별히 능력있는 9명을 수호자와 함께
지구로 피신시켰는데 그 모가디언인들이 이들을 죽이기위해 지구로 와서 '순번에 따라' 차례차례 살해한다.
넘버4인 주인공은 이제 다음 죽을 차례인데 야가...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조금씩 인지하기 시작하고
또 아름다운 여성과 사랑에 빠지면서 더이상 도망가기를 거부하고 모가디언들에게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 대략의 줄거리.
D.J. Caruso가 중박 이상은 치는 감독이지만 이 영화는 사실상 흥행 실패한 터라 앞으로 후속이 이어질 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현재로선 후속작에 대한 언급도 거의 없고.-_-;;;
전형적인 [Twilight/트와일라잇]류의 영화인데 솔직히 말하면... TV 드라마 러닝타임만 좀 늘렸을 법한
[트와일라잇]에 조금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에 비해 그나마 이 영화는 재밌게 봤다.
물론... 당췌 납득이 안가는 설정들은(왜 차례로 죽어?등등) 이해할 수 없었지만...-_-;;;
사실 이런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각양각색의 능력들은 미드 [히어로]나 심지어
중국의 무협지들에도 나오는 것과 그닥 다르지 않다. 그게 외계인이라는 것 뿐이지.
게다가 기껏 수호자라고 붙여준 로리앤 무사들의 능력은... 어이구... 정말... 그냥 멘토였나보다.
그래도 생각보다 액션 장면은 즐거웠기 때문에 영화를 본 시간이 아깝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
주인공 남녀의 매력은 아주... 괜찮다.
남자인 Alex Pettyfer는 또다른 하이틴 환타지물 [Beatly]에도 등장하는 등 주가 완전 상승인 듯 하고,
여자 주인공이자 애인으로 등장한 Dianna Agron은 유명한 미드 'Glee'에도 등장했더라.(안봐서 모름)
넘버 6로 인상적인 등장을 한 Teresa Palmer는 호주 출신의 배우.



 

 

 

 

 

[13 Assassins/13인의 자객]
directed by Takashi Miike
2010 / Japan

Yakusho Koji, Yamada Takayuki, Masachika Ichimura, Tsuyoshi Ihara, Goro Inagaki

감독이 '타카시 미이케(みいけたかし)'다.
모르는 분들도 없을 만큼 유명한 감독이고, 또 다작을 하는 감독이기도 하고,
동시에 신체훼손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기도 하다. [오디션]을 기억하는 영화광들 많으시리라.
근래 그의 작품 중 재밌게 봤다면 개인적으로는 [자토이치]를 꼽겠다.
아무튼... 장르불문, 소재불문에 표현의 성역따윈 개나 줘버리는 타카시 미이케의 필모를 기억한다면
이 영화는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평범한 축에 속한다.
노리츠구의 잔혹한 심성을 표현하는 장면에서만 살짝 타카시의 흔적이 있을 뿐 이런 영화는 서부 웨스턴에서도,
근대의 아시아에서도, 2차 대전을 그린 영화에서도 종종 등장하곤 하는 폭군에 대한 암살 기도의 전형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은 타카시 미이케 감독답게 암살을 위해 지어진 마을 속에서 갇힌 동선을 따라 내달리는
처절한 살육전은 대단히 혼란스럽지 않고, 공간과 공간의 동시간성이 이질적이지 않도록 잘 조율되었음을
누가봐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13인의 자객들 한 명 한 명의 캐릭터를 다 살려내는 것은 진작에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결전에서
하나둘 쓰려져가는 모습을 보면 이 터무니없는 결전에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Biutiful/뷰티풀]
directed by Alejandro González Iñárritu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2010 / Spain / Mexico

Javier Bardem, Maricel Álvarez, Eduard Fernández, Cheng Tai Shen

그의 영화 속에는 항상 각기 다른 인물들의 병렬적인 삶을 좇는다.
엄연히 다른 준거집단에 속하는 이들의 삶이 정교하게 얽히고 전혀 관계없는 듯 보이는 개인의 비극이
다른 이의 일상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보여주며 개인의 비극은 반드시 사회적 부조리에서 비롯됨을 이야기한다.
아마도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세계화라는 핑계로 자행된 거대한 부조리가 어떤 방식으로
한 나라 한 나라의 구성원들을 기존의 사회적 안정으로부터 분리시키고 해체하는 지에 대해 분명한 이해가 있다고 확신한다.
[Sea Inside/씨 인사이드]에서 나를 쥐고 흔든 하비에르 바르뎀(Javier Bardem)의 명연이 빛나는 [Biutiful/비우티풀]은
스페인의 슬럼을 중심으로 사회의 최하부에 위치한 이들이 빈곤과 피폐함 속에서 생명을 붙잡고 살아가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이제 더이상 빈곤이 개인의 사회적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빈곤이 허울좋은 세계화를 통해 어떻게
수평적으로 이동하는지를 분명히 인지하고 본다면 이 영화가 던져주는 이야기는 보다더 절실하고 고통스럽게 느껴질 것 같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개인의 빈곤은 전적으로 개인의 능력탓이라고 몰아가고 낙오되는 이들에 대해선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작금의 추세라고 보면 이렇듯 꾸준히 세계화의 폐해에 대해 솔직한 눈으로
사회의 하부를 바라보고 드러내는 영화들은 사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리고 나 또한 이렇듯 했던 이야기들을 무수히 반복하고.
하비에르 바르뎀이 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최소한의 인간적 양심, 그리고 자신의 양심과 생존 사이에
매일매일 자기 모순에 빠지는 모습, 그리고 지켜야할 자신의 아이들을 위한 모습은
대부분의 우리들이 지금의 세상에서 요구받고 있는 무수한 에피소드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더더욱 절절하게 와닿았다.
마지막, 남겨진 이들의 삶에 대해 더 큰 연민을 갖게 되는 드문 영화 중 하나.
그리고 감독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절절히 느끼게 되는 영화 중 한 편.


*
영화제목 'Biutiful'은 예상하시듯 Beautiful을 잘못 적는 영화 중 한 모습에서 비롯된 제목

 

 

 

 

 

 

 

 

 

 

[the Way Back/웨이백]
directed by Peter Weir (피터 위어)
2010 / Austrailia

Ed Harris, Jim Sturgess, Colin Farrell, Saoirse Ronan

피터 위어 감독님.
수많은 걸작들이 있지만 특히 내겐 [the Cars that Ate Paris/파리를 삼킨 자동차들]과
[Picnic at Hanging Rock/행잉록에서의 피크닉]으로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준 감독님.
과작하는 감독님이신지라 전작 [Master and Commander/마스터 앤 커맨드] 이후로 무려 7년만의 신작이다.
물론 이 영화는 Slawomir Rawicz(슬라보미르 라비츠)의 베스트셀러인 'the Long Walk'를 각색한 대작인데다가
촬영팀을 무려 National Geographic팀과 함께 구성하여 지난한 대자연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라
제작 기간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지만 정말 과작은 과작이신 듯.
배경이 된 자전적 소설의 진위 논란은 제법 시끌시끌했다.
2차 대전 이전에 러시아에서 스탈린의 공포 정치에 의해 정치범으로 몰린 주인공이 사이베리아의 수용소를
몇몇 일행들과 함께 탈출하면서 무려 6,500km 이상을 걸어서 인도까지 가게 되는 여정을 담은 슬라보미르 라비츠의 책은
50만부 이상 팔리는 히트를 기록했고, 많은 여행가들에 의해 그 여정을 검증받기도 했지만 또다른 인물이 이 이야기의 내용은
사실에 근거했으나 라비츠의 경험은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나서는 등... 아무튼 그 진위논란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듯 하다.
피터위어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영화 제목을 'the Long Walk'가 아니라 'the Way Back'으로 변경했고,
여기에 소설 속에 등장하지 않는 논픽션등을 부가하여 이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란다.
이 영화를 전적으로 실화로 믿는 분들이 의외로 많이 계시던데 참조하셨으면 하는 바램.
난 국내에도 번안되어 출시된 이 책을 읽어보지 못해서 어디까지가 소설과 같고, 어디까지가 다른지 잘 모르지만
책과 영화의 차이 중 가장 궁금한 건 영화 속의 시얼샤 로난(Saoirse Ronan)의 존재 유무인데 아직 찾아보질 않았다.
시얼샤 로난의 역할은 그야말로 이 영화 속의 오아시스같은 역할인데 이게 또 그닥 현실적인 소재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으니까.
물론 영화 속에서의 그녀는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쟁쟁한 선배들(에드 해리스, 콜린 파렐, 짐 스터지스)에
조금도 밀리지 않는 아우라를 뽐내지만 말이다.

이런 곁가지 이야기를 차치하고 영화 얘기만 하자면,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당연히 자유와 생명에 관한 인간의 지난한 의지를 확인할 수도 있고.
내셔널 지오그라피팀이 보여주는 서사적인 대자연의 광활함 역시 압도적이었는데 그건 데이빗 린의 가슴을 치며
격하게 밀려오는 서사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기록 다큐의 느낌이 조금씩 묻어나긴 하더라. 알고 봐서 그런가...

영화 속에선 스탈린의 피의 정치를 피해서 자유를 찾아 인도까지 죽음의 행보를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금 벌어진다면 우린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까?
세계화란 허울좋은 이름 아래 국경의 빗장을 열어버리되 계급과 계층의 수평적 이동은 지향하되
수직적 이동이 철저히 차단되어가는 세상에서 가장 먹이사슬의 중하부에 위치한 우리들은 어디로 가야할지 궁금하다.

*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다 훌륭하지만 그 와중에도 시얼샤 로난의 존재는 빛이 난다. 물론 비현실적인 인물같지만.
Atonement(어톤먼트)에서의 발견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Hanna(한나)와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확신하게 된다.

 

 

 

 

 

 

 

[13/13]
directed by Géla Babluani
2010 / US
Sam Riley, Jason Statham, Ray Winstone, Michael Shannon, Mickey Rourke


이게 리메이크인 줄 알았는데 같은 감독 영화였다.
제목이 [13]이지만 분명 2005년작 [13 Tzameti]와 동일한 영화인 듯 싶었는데 영화가 시작되고 그 진중한 호흡과
스산한 느낌이 리메이크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로 원작과 너무 비슷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같은 감독의 헐리웃 버전이었다.
원작과 다른 점이라고는 흑백과 컬러라는 차이 정도? 원작은 의도적인 흑백 버전인데 도무지 그 당시 신인이라고는 볼 수 없는
원숙한 경지를 보여준다. 강렬한 대비를 통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는 긴장감과 이미지의 여운이 보통이 아니니까.
오히려 원작과 비교하여 공간감이 조금 더 확장된 느낌이 있고 이로인해 원작의 느린 호흡의 느낌과 비슷한 템포지만
뭔가 타이트하게 다가오는 원작의 긴장감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긴 하다. 하지만 대상을 정적으로 잡아내어
잡아내는 질긴 호흡의 프레임이 주는 긴장감은 여전하게 느껴진다.
덕분에 러시안 룰렛이 진행되는 그 순간의 긴장감은 보통이 아니다. 반복되는 게임, 적어지는 참가자.
가운데 전구가 켜지면 방아쇠를 당겨야하는 극도로 잔혹한 게임은 보는 이마저 피로에 휩싸이게 만든다.

이런 영화들을 이야기하면서 자꾸 정치적, 경제적 지형도를 상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감독 자체도
사회상을 반영할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고, 영화 속의 주인공이 처한 상황 역시 세계화가 가열되면서 벌어지는
전지구적인 계급의 수평이동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겠다.
궁핍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뛰어든 게임에서 결국 러시안 룰렛의 잔혹한 게임을 벌여야만 하는 주인공의 집안은
그루지아에서 프랑스로 이민 온 이민자 가족이니.
세계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한 국가의 빈민은 이런 식으로 세계를 부유하면서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를 메우게 된다.
나이지리아나 아프리카의 빈민들이 배를 채우기 위해 세계의 이곳저곳으로 흩어지지만
그곳에서도 그들의 위치는 사회의 가장 최하부일 뿐이듯 말이다.

*
나만의 생각이겠지만... [13]에서 제이슨 스태텀은 그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영화 감상의 맥을 끊는 느낌이 있더라.-_-;;; 제 잘못이겠죠?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헬로우 고스트]
directed by 김영탁
2010 /Korea
차태현, 강예원, 이문수, 고창석

이 영화는 민성이가 보고 싶다고 해서 제법 만만찮은 돈을 지불하고 다운로드 받아 봤다.
민성군에게 얼마전 [과속스캔들]을 보여줬는데 무척 재미있게 봤는지 차태현 주연의 영화들을 좀 찾아 봤나 보더라.
우리도 이 영화를 보지 않았던 터라 같이 보게 되었다.
중박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다는 소식은 들었고, 생각보다 많이 슬프다란 얘기도 들었지만
아주 전형적인 [귀신이 산다]스타일일 것이라는 지레짐작으로 그닥 큰 기대는 하지도 않았고 실제로 영화가 흘러가는 동안
생각보다 차분한 시선은 아주 좋았지만 뭔가 리드미컬하지 못한 느낌이어서 잔재미를 느끼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그 문제의 장면에서 aipharos님, 나, 민성이 모두 뒷통수를 맞게 된다.
사실 전혀 예상못했으니까.-_-;;;
aipharos님도 울고, 민성군은 정말... 엉엉 울더라.
이게 반전의 한 방이라기보단 조금은 느릿느릿했지만 단단하게 쌓아올린 드라마가 터진 한 방이라고 생각했다.
뻘쭘하고 생뚱맞게 터지는 한 방은 이런 진심을 담아내지 못하니까.

*
이 영화 속 차태현씨의 연기는 정말 좋다.
다만... 강예원씨의 연기는 너무너무 아쉽더라...-_-;;;


**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하는 카메라는 다들 아시듯 라이카 M3.

 

 

 

 

 

 

 

[Thor/토르]
directed by Kenneth Branagh (캐네스 브래너)
2011 / US

Chris Hemsworth, Natalie Portman, Tom Hiddleston, Anthony Hopkins, Idris Elba

이 영화의 감독을 모르고 본다면 이 영화는 캐네스 브래너의 영화라기보단
존 파브로(John Favreau) 영화인 줄 아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_-;;;
[아이언맨 2]의 마지막 장면과 이 영화가 연관이 있는데다가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 나오는 장면도
다른 영화와의 연계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뿐만 아니라 [Thor/토르]에서 '쉴드'의 정보요원이 스타크를 운운하는 장면도 있으니
이 영화를 존 파브로 감독 연출로 오해할 만도 하다는.
영화 속에서 그 어디에도 '캐네스 브래너'의 흔적은 느낄 수가 없는데 이렇게따지면
또 이제와서 '캐네스 브래너'다운 건 뭘까 싶기도 하지만...

그림으로 보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의 천둥의 신 '토르', 그리고 그가 속한 신화 속의 세상을 과학과 합리성이 내세운
천체물리학자의 어정쩡한 영화적 타협.
뭐 이 정도는 그냥 마블코믹스스러운 애교 정도로 봐주면 되겠다.-_-;;;
현실의 세상에서 과학자의 눈 앞에 하늘로부터 웜홀이 토네이도처럼 내려오고
거기서 신화 속의 인물이 현실화된다면 이걸갖고 이모저모 따져본다는게 더 우습지 않나.
그렇더라도 그리스/로마 신화의 그 '신'들이 기독교의 신보다 훨~씬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나뿐일까?

아무튼... 다른건 차치하고 의외의 재미가 있긴 하다.
특히 토르가 요툰하임에 동료들과 쳐들어가서 벌이는 깡패짓은 마블 코믹스의 장면들을 100% 이상 구현한
놀라운 망치 놀음을 선보인다.
하지만 이 장면이 워낙 인상적이라 이 후의 액션씬은 기묘할 정도로 묘하게 김이 빠진다.
그렇더라도 전혀 지루함은 없다는.
3D로 봤는데 음... 아무래도 [Avatar/아바타]의 3D 이후로 3D를 봐도 무덤덤한 현상이 계속 되고 있다.
이른바 Full 3D가 아니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_-;;;


 

 

 

 

 

 

 

 

 

[Hanna/한나]
directed by Joe Wright (조 라이트)
2011 UK

Saoirse Ronan, Eric Bana, Cate Blanchett, John Macmillan, Tim Beckmann


(일부 영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보실 분은 패스해주세요)
먼저 진지하게 얘기해보면, 이 영화의 이야기는 대단히 혼란스럽다.
그것이 복잡한 플롯을 갖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너무나 말이 안될 정도로 개연성이 없는 이야기라서 그렇다는 얘기.
영화를 끝까지 볼 때까지 영화 속에서 보여진 캐릭터들의 행동에 대한 궁금증은 전혀 풀리지 않는다.
마리사(케이트 블랜쳇)는 도대체 왜 주인공 한나(시얼샤 로넌)의 엄마를 죽인 것이고,
에릭(에릭 바나)은 왜 자신의 모든 걸 포기하고 세상과 단절된채 한나를 16세가 될 때까지 키운 걸까?
게다가 '나 여기있소!'라는 듯 결심하며 켜게 되는 그 스위치는 도대체 말이 되는 장치인가?
뭣보다 가장 혼란스러웠던 것은 마리사가 에릭을 제거해야한답시고 회의실에서 두 관계자에게 말하는 그 '이유'라는 것이었다.
아무런 설득력도 없는 그런 이유. 이걸 보면서 난 심하게 헷갈렸다. '어...? 이거 뭐야 죄다 말이 안되잖아.'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조 라이트 정도되는 재능있는 감독이, 편집된 필름을 한두번 본 것도 아닐테고
이렇게 내러티브가 엇나가있음을 모를 리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는거다. 아무리 자신이 작업한 필름은
이미 너무나 수없이 이야기를 꿰고 있어서 백지상태에서 받아 들여야하는 관객의 입장이 결코 될 수 없다곤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건 정말... 너무나 말이 안되는 이야기들 천지다.
그래서... 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결론을 냈다. 조 라이트 감독은 어차피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통해서
'어차피 이건 철저히 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야!'라고 외치는 거라고. 철저히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를 진작하는 거라고.ㅎㅎㅎ
우스운 일이다. 만약 이 영화의 감독이 한국의 모감독이었다면 난 아마도 침을 튀며 욕을 했을 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이 영화는 이러한 전혀 불충분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보고난 후의 여운이 생각보다 아주 오래 간다.
텅텅 빈 영화관에서 어머님, 아들, aipharos님까지 네 명의 식구가 전세내듯 편안히 볼 수 있어 좋긴 했지만
아무 말 없이 다가와 난데없이 뺨을 때리곤 설명도 없이 돌아서서 가는 사람처럼 황급히 끝을 맺는
이 영화를 보고나서 텅빈 극장에서 받은 정신적 쇼크는 없었다고 말을 할 수가 없다.
입에 침이 튈 정도로 '재밌다'라고 말할 순 없었어도 분명 지루하진 않았고, 뭣보다 영화가 끝난 이후에
오히려 영화의 장면장면이 강렬하게 머릿 속에 남아 잔상으로 남는 이 묘한 기분은 상당히 강렬한 편이다.
한나가 의도적으로 잡혀 들어가게 된 CIA의 비밀 기지 속의 모습은 표현주의 감독들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처음부터 끝까지 캐미컬 브라더스의 비트에 맞춰 조금도 밀리지 않고 프레임을 잡아내는 촬영과 조명은
보여지는 측면에 있어서의 완성도를 거의 완벽하게 끌어 올렸다는 생각이 든다.
캐미컬 브라더스의 OST는 간혹 조금 지나친 느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대단히 중독성있고 완벽한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고.
뮤직 비디오를 연상케하는 비주얼과 여운과 방점을 적재적소에 찍고 넘어가는 장면들, 그리고 터무니없이 희생되어가는
등장인물들의 덧없음에 한숨을 쉬게 되지도 하지만 이런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 묘한 아우라를 뿜는 영화로 만들어버렸다.
전술했듯이 이토록 애매모호한 이야기가 후속편 때문에 남겨둔 이야기들이라면 납득하겠지만
현재처럼 한나의 후속편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는 듯. 커밍순닷넷을 뒤져봐야겠다.-_-;;;

*
주인공 Saoirse Ronan(시얼샤 로넌)은 건드리면 깨질 것 같은 유약함 속에 감춰진 비범함으로 쑥쑥 자라나고 있나보다.
그녀의 아빠 역시 배우다. 아마 얼굴보시면 다 아실만한 폴 로넌.
다만, 아직 자라는 배우이니 제발 작품 적당히 하고 푹 좀 자서 성장호르몬 덕을 볼 수 있게 해주길.
아역배우치고 키가 큰 배우가 거의 없으니 은근 안타깝다. 대니얼 레드클리프도 그렇고, 다코타 패닝도 그렇고,
우리나라 아역배우 출신들도 어릴 때 자주 얼굴보인 배우들은 대부분 그닥 크지 않고.-_-;;;
별 걸 다 걱정인가? 나부터 작으면서.ㅎㅎㅎ


 

 

 

 

 

[Animal Kingdom/애니멀 킹덤]
directed by David Michôd (데이빗 미코드)
2010 / Austrailia

James Frecheville, Ben Mendelsohn, Jacki Weaver, Luke Ford, Sullivan Stapleton, Guy Pearce

사실상 첫 장편 데뷔작임에도 이러한 무거운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끝까지 흐트러짐없이 가져간다는 건 분명한 재능이다.
호주 멜버른을 배경으로 마약중독으로 엄마가 사망하자 갈 곳이 없어져버린 18세 주인공이 그동안 어떤 이유에서인지
엄마가 교류를 막았던 외할머니와 외삼촌 집으로 어쩔 수 없이 들어가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선택을 해야하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악명높은 범죄자들인 외삼촌들의 모습이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이웃의 모습들과 그닥 다르지도 않지만
인간의 잔혹함이란 이토록 외부적으로 명확하게 구분이 가능하도록 경계가 있지 않다는 점을 이 영화는 분명히 한다.
폭력과 범죄 속에 노출된 사람은 궁극적인 문제의 해결방안을 폭력으로 밖에 해결할 수 없다는 씁쓸한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영화.
전개가 빠르지 않지만 충분한 호흡으로 길게 뽑는 테이크들은 사뭇 인상적이다.
게다가 종과 횡을 주로 사용하는 촬영 역시 극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여지를 담아낸다.
Patrick Hughes(패트릭 휴즈) 감독과 함께 주목할 만한 호주의 신인 감독이 아닐까 싶다.

*
데이빗 미코드 감독은 영화 후반부의 리포터로 잠시 얼굴을 비춘다.

 

 

 

 

 

 

[the Mechanic/메카닉]
directed by Simon West (사이먼 웨스트)
2011 / US

Jason Statham, Ben Foster, Tony Goldwyn, Donald Sutherland
 
사이먼 웨스트 감독처럼 딱 중박 정도 치는 영화를 내는 감독다운 영화.
생각보다 난장 막장으로 치달아대지 않았고, 멘토가 멘티를 거두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그닥 나쁘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정말 대책없이 보여주기 위해서 짜낸 그 무리한 설정은 정말... 난감하더라.
딱 킬링 타임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미니 앤딘(Mini Anden)은 당췌 왜 이 영화에 얼굴을 비췄는지 모르겠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런웨이에 섰던 그 훌륭한 몸매를 주인공의 욕정 해소를 위해 바치는 정말 찰라의 베드씬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였나?
이렇게 난감할 정도로 여배우를 소모하는 방식이란 역시 익숙해지지 않아.

 

 

 

 

 

[the Warrior's Way/워리어스 웨이]
directed by Sngmoo Lee (이승무)
2010 / US

장동건, Kate Bosworth, Geoffrey Rush

케이트 보스워스같은 아름다운 배우가 사실 이런 영화에서 이토록 어정쩡하게 보여지는 모습은 그닥 유쾌하진 않다.
사실 이 영화의 액션은 간혹 인상적인 장면들이 제법 있다.
우리가 하도 많이 봐왔던 무림만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이 줄줄이 등장하지만...
후반부는 마치 [놈놈놈]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말이지.
이야기는 제발 좀 어떻게 다듬을 마음이 없었을까?
장동건은 마냥 분위기만 잡는데 말이 안되면 언제나 이런 뭔가 비밀을 간직한 포커 페이스만을 아시안 배우들은 맡아야 하나보다.
결정적으로, 장동건은 오히려 댄디하게 꾸밀 때가 더 멋진데 여기선... 정말 멋지게 나오지도 않는다는거.-_-;;;

 

 

 

 

 

 

 

 

 

[Hereafter/히어애프터]
directed by Clint Eastwood(클린트 이스트우드)
2010 / US

Matt Damon, Cécile De France


초등학교 때 유명 과학잡지인 '사이언스'에서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이 보았던 공통된 현상에 대해 기사를 낸 적이 있다.
이런 기사가 '사이언스'에 났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가 안가기도 했었는데 당시 대학생이었던
대단히 친분있는 형을 통해 영어로 된 기사를 볼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무척 흥미로운 기사여서 내용이 많이 기억이 나는데 다들 하나같이 밝은 빛, 자신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는 것등
죽음을 경험했다가 다시 살아난 이들, 의학적으로는 사망을 경험한 이들이 털어놓은 죽음에 이른 시간의 경험들은
대체적으로 매우 공통된 점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2010년 발표한 [히어애프터]는 생각만큼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한 것 같다.
아마도 80이 넘은 감독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인양 보여졌을 법한 영화여서 그런 면이 있기도 한 것 같은데
주변의 이러저러한 시원찮은 부유하는 평가들로 인해 나 역시 크게 기대하지 않고 봤던 영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가장 개인적인 영화는 걸작 [Gran Torino/그란 토리노]가 아니었나 싶다.
고지식하고 타인에 대한 편견을 숨길 수 없는 보수적인 할아버지가 타인을 서서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자신의 방식대로 자신이 믿는 정의를 관철하는 방식을 보여준 [그란 토리노]야말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개인적으로 세상에 전하고 싶었던 가장 주관적인 방식의 메시지가 아니었나 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막상 [히어애프터]를 보고나니 보기 전에는 '연세가 너무 드셔서
이제 사후 세계에 관심이 있으신가'하는 생각으로 접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결국 이 영화는 사후세계란 소재를 핑계로
털어낸 진중한 '사랑'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만큼 생각보다 무척 인상적이었던 영화이고.

무엇보다 망자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맷 데이먼이 자신의 재능을 저주하고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면서
만나게 된 사랑스러운 여인과의 에피소드는 단순히 캐릭터를 표현한다고 말하기엔 대상에 대한 깊고 깊은 연민이
아주 잘 묻어난다. 이런 시선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A Perfect World]를 기점으로 보여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잘 드러난 단적인 예가 아닐까 싶고. (존 휴스턴 감독의 이야기를 한 [White Hunter Black Heart/추악한 사냥꾼]는
보기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영화이니 [퍼펙트 월드]를 기점으로 얘기했다)
사실 이러한 부분 외에는 미국, 프랑스, 영국의 전혀 관계없는 캐릭터들이 연결되는 후반부도
흔히 우리가 기대하던 영화들처럼 극적으로 표현되지 않았고 검증이 애매한 사후세계를 다루기 때문에
공감이 가기도 애매한 부분이 분명 존재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 점 때문에 세명의 캐릭터가 각자의 상처를 안고 자연스럽게
물흐르듯 연결될 수 있었고, 사후세계에 대한 메시지도 표현 수위를 잘 조절하여 쓸데없이 논란을 부추기거나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현명함을 보여줬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이 영화의 각본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아니라 원작을 피터 모건이 각색한 것 아닌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피터 모건(Peter Morgan)이 말이다.


 

 

 

 

[Tron : Legacy/트론 레가시]
directed by Joseph Kosinski (조셉 코진스키)
2010 / US
Garrett Hedlund, Jeff Bridges, Olivia Wilde

아마도 18년 정도 전.
이 영화의 원작인 [Tron/트론]을 LD로 외국에 주문해서 받아보고는 적잖이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1편이자 원작이 공개된 것이 82년이었고, 내가 이 영화를 본 것은 1993~95년 사이였으니
그 당시면 이미 CG의 혁명과도 같았던 스필버그의 [쥐라기 공원]이나 픽사(Pixar)의 [토이 스토리]같은 영화들로
CG에 대한 기대치가 다소 높아진 시기였고, 그 이전에 나온 전설과도 같은 [스타워즈/Star Wars]도 당시로선
정말 혁신적인 CG를 보여줬으니 [트론]을 보고 그 엉성한 그래픽에 실망을 하는 건 사실 당연할 수도 있었다.
어차피 [트론]이 위에 언급한 영화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B급 영화에 가까우니 단순한 퀄리티의 비교는 무리지만
기껏 패미콤등의 게임 시대에 게임 세상 안으로 캐릭터가 들어가고 그곳에서 새로운 디지털 세상을 만든다는,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수많은 SF 영화/애니메이션을 통해 회자되던 소재를 이토록 직접적으로
과감히 그려냈다는 사실은 어찌보면 당시로서는 기념비적인 일이기도 하다.
전편이자 사실상 원작의 재미는 실망스러웠더라도 그리드를 직각으로 달리는 바이크의 묘미는 제법 인상적이었는데,
워낙 많은 혹평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만들어진 [트론 레가시 새로운 시작]은 생각보다는 훨씬 볼 만했다.
그 옛날 오리지널 버전을 보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고려했고, 제작비와 기술의 한계로 어쩔 수 없었다지만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던 전작의 요소들을 떨어내버린 면은 가끔 아쉽긴 하지만 그만큼 충분히 괜찮은 속도감과
질주의 쾌감을 적정 수준 이상으로 전해주고 있다.
물론... 그리드를 망가뜨리는 박사의 분신과의 대결과 현실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그들의 야망등은 생뚱맞기까지 할 정도로
엉뚱하게 다가오고(반지의 제왕을 연상케하기도 한다!!!), 덕분에 초중반 잘 쌓아 놓은 내러티브가 붕괴되는 걸 피할 길은 없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렇게까지 욕먹을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은 들었다.
제프 브리지스가 전작과 마찬가지로 플린 박사 역을 맡은 것은 원작을 보신 분들이라면 즐거운 회상이 되었을 법하고.

*
OST를 맡은 다프트 펑크가 실제로 영화 속에 등장한다. 그 클럽씬에서 디제잉하던 둘.

**
쿠오라 역을 맡은 올리비아 와일드(Olivia Wilde)는 아주... 인상적.
그리고 게임에 출전하는 이들을 안내하는 젬 역을 맡은 배우는 뷰 가렛(Beau Garrett).
주로 TV 시리즈에 출연해왔는데 [트론 레가시]에선 그닥 많은 시간 나오지도 않지만 존재감만큼은 대단하다.

 

 

 


 

 

[Megamind/메가마인드]
directed by Tom McGrath
2010 / US

Will Ferrell, Jonah Hill, Brad Pitt

이런 영화는 그저 보고 즐기면 오케이.
다만, 왜 주인공은 이리도 '착한 악당'으로 개과천선해야하는걸까.
물론 타인의 행복을 무참하게 짖밟는 방식의 자아 발현따위는 어디 개나 줘버리는게 맞을 성 싶지만.
어찌보면 다양성을 배척하는 왕따 문화의 희생자이기도 한 주인공이 아주 단순한 이유로 자성을 통한 개과천선이라니...
하긴 애니메이션 세상에서라도 이런 판타지는 현실이 되어야지.
이런 일이 정말 현실에선 죽어도 벌어지지 않으니 말이다.
조금 전, 엄모씨가 불법 홍보로 적발된 홍보원들이 일당 5만원을 받은 사실에 대해 '난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현실의 악당들은 모름지기 이 정도는 되어야 어디 명함을 내밀지.
메가마인드 따위는 현실에선 명함도 내밀 수 없는 악당이다. 오히려 순진하고 순수한 편이지.

 

 

 

 

 

 

[the King's Speech/킹스 스피치]
directed by Tom Hooper
2010 / UK

Colin Firth, Geoffrey Rush, Helena Bonham Carter

엄밀히 따지고보면 조지 6세가 역사적으로 기억될 만한 존재는 누가 봐도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거다.
언제나 그의 어머니와 그의 딸이자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여왕에 대한 역사적 조명만 있어왔지
조지 6세에 대해 영국 사람들 아니고선 누가 얘기라도 꺼내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톰 후퍼의 이런 사적인 이야기가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굵직한 상까지
몇개씩 거머쥘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이야기가 많은 이들이 소설 속에나 존재한다고 믿어 왔을 계급을 초월한
인간적인 이해관계가 존재한다는 것과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했던 순간에 조지6세 개인의 컴플렉스를 극복하는
사적인 성장과정까지 겹쳐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톰 후퍼는 이러한 요소들을 기가막히게 영리한 리듬감으로 잘 다듬었다.
결과적으로 사적인 이야기와 서사가 잘 맞물리면서 많은 이들이 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을 것이고.
특히 마지막 그의 라디오 연설 장면에서 고조되어가는 몰입감은 보통이 아니다.

 

 

 

 

 

 

 

[Tangled/라푼젤]
directed by Nathan Greno, Byron Howard
2010 / UK
Mandy Moore, Zachary Levi, Donna Murphy


라푼젤...이라는 제목을 갖다 붙인 이유야 충분히 이해가 가긴 한다.
이걸 본지 꽤 되었고 정말 재밌게 봤는데 어째서 지금 쓸 이야기가 그닥 기억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헐리우드의 애니메이션은 그동안 자기들이 스스로 쌓아왔던 디즈니 월드 속의 '동화 속 이야기,
동화 속 판타지'를 다 까발리고 부수는게 트랜드이긴 한가보다.
세상이 그만큼 녹록치 않아졌다는 얘기인가, 아님 더이상 현실 속의 판타지가 발을 붙이기 힘들다는 건가... 모르겠네.

 

 

 

 

 

 

 

[Enter the Void/엔터 더 보이드]
directed by Gaspar Noé
Nathaniel Brown, Paz de la Huerta, Cyril Roy
2009 / 161분 / 프랑스

우리에겐 미카엘 하네케과 함께 종종 문제적 감독으로 일컬어지는 Gaspar Noé(가스파 노에)의 2009년작이다.
워낙 과작하는 감독이어서 사실 1998년 [Seul Contre Tous/I Stand Alone] 이후로 따지면
고작 [돌이킬 수 없는] 이후에 두번째 영화일 뿐이다.
영화 제작은 석달간의 촬영을 거쳐 2008년 5월에 마무리했으나
추가적인 촬영을 들어가서 2009년에 이르러서야 개봉이 되었고, 국내엔 아직 미개봉이다.

사실 워낙 직접적인 환각 체험과 적나라한 섹스씬이 많은데다가 러닝타임이 무려 160분(2시간 40분)에 이르기 때문에
국내 개봉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 같다.

많은 이들이 가스파 노에의 영화를 보고 혼란스러워하거나 긴 여운을 느끼는 것은 그의 영화가 지향하는 이야기들이 기본적으로
삶의 허망함과 무기력함, 그리고 기본적으로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미천하고 통제력없는 동물인지에 대해
언제나 여지없이 통렬하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이미 관습적, 암묵적으로 합의한 도덕률들을 그는 정반대편에 서서 거침없이 얘기할 뿐 아니라
내러티브의 서사구조를 비틀거나 환치해 표현하기 때문에 그로인해 화학효과가 유발되는 드라마적 힘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데
이러한 드라마의 구조를 통해 관객들은 혹시 가스파 노에가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의 시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착각마저 갖게되곤 한다.
물론 이러한 뻔한 기대는 언제나 여지없이 깨지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가스파 노에의 이런 시선을 '불쾌한 기억'쯤으로 치부하기엔 사람들 가슴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공감의 여지들이 영화마다 불쑥불쑥 튀어나와 관객을 놀래키기 때문에 관객들은 치부를 들킨 사람마냥
화끈거리는 심정을 들킨 듯 곤혹스러운 경우도 종종 있을 것이다.

가스파 노에를 스타덤에 올린 영화는 아무래도 모니카 벨루치의 충격적인 강간장면이 있었던
[Irréversible/돌이킬 수 없는]이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기존의 도덕적 기준에 대해 심각하게 혼란을 겪게하는 문제작이자
과거 스펙트럼 DVD에서도 국내 출시했었던 [Seul Contre Tous/ I Stand Alone]로 이미 해외에선 그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 바 있다.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무겁고 차가운 파리의 도시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다수가 인정하지 않는, 혹은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하는 가치관에 대해 반대편의 위치에 서서
자신의 소신을 지탱해야하는 그 격한 외로움과 무거운 고독을 이고 사는 주인공의 흰머리, 그리고 그의 독백을.

그의 2009년작 [Enter the Void]에는 전작 [돌이킬 수 없는]에 참여했던 촬영감독과 Daft Punk의
Thomas Bangatler의 이름을 여전히 찾아 볼 수 있다.
영화의 촬영은 거의 대부분 일본에서 되었으며, 후기 촬영시에는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하곤
모두 일본 현지의 스텝을 고용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전작에서 시간의 역순을 좇아 가끔 보여줬던 부유하는 듯한 크레인 샷을 이 영화에선 비주얼의 핵으로 사용하는 동시에
마약에 의한 수많은 환각적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그래픽 작업을 병행했다.
주인공 오스카가 죽기 직전까지는 대부분 철저한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페이크다큐의 헨드 헬드 시점이 아니라 인간의 눈에서 바라본 시점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그가 DMT라는 마약을 한 이후에 빅터에게 빅터의 마약을 전해주러 가는 과정등은 영화를 보는 이가
마치 마약에 쩔어 stoned 될 법한 대리체험을 대단히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오스카가 경찰의 총에 맞아 죽은 이후부터는 오스카가 또다른 약쟁이 알렉산더가 권한 불교 관련 책에 담겨있던 불교의 윤회사상과 결부되어

직접적으로 언급되진 않지만 죽음의 세계로 가지 못한 채 동생 린다의 주변을 맴도는 부유하는 시선으로 철저히 처리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크레인샷과 미니어쳐 항공 촬영은 거의 정점을 이루게 되는데 워낙 엄청난 속도감과 앵글이 무중력 상태에서 둥둥 떠다니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보는 내내 현기증을 느낀 분들도 적잖이 있을 것 같다. 특히 커다란 화면으로 감상할 경우 이러한 멀미 유발은 그 정도가 더더욱 심해졌을 듯.
aipharos님도 보는 도중 어지럽다고 얘기할 정도였으니까.

이렇게 부유하는 오스카의 시선은 포스트 모던의 정점을 이루는 도쿄의 밤거리를 통해 환타지와 현실이 모호하게 혼재될 정도로

극명하게 비춰지게 되는데, 이런 점들을 고려해 가스파 노에가 로케이팅 장소로 도쿄를 선택한 것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다.
그의 전작인 [돌이킬 수 없는]에는 대부분 인공조명을 사용했지만 도쿄의 네온사인이나 불빛은 이미 가스파 노에가 원했던 필름의 이미지에

거의 근접해 있었기 때문에 [Enter the Void]는 정말 최소한만의 조명 추가로 촬영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마약에 대해 유럽의 여느 국가보다 비관용적인 일본의 분위기는 등장 인물들이 경찰을 만나고

긴장하는 모습을 연출할 때 효과적이고 적절한 텐션을 주기에도 충분했다고.
하지만 이 영화는 배경만 철저히 도쿄일 뿐이지 등장 인물들의 대부분은 서양인이고 등장하는 일본인이라고는

수동적인 룸메이트나

 

먹이사슬의 상부에 있는 마약 딜러의 약에 쩔어 언제 저 세상으로 갈 지 모르는
정신못차리는 게이 파트너 정도로 축소되어 있어서 어찌보면 철저히 이방인의 이야기를 하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타국에 왔지만 3류 인생을 벗어나지 못하는(일반적인 시선의 입장에서) 오스카와 린다는
오스카가 죽기 전 동생 린다를 지키겠다는 다짐으로 만약 자신은 죽더라도 다시 여동생 린다를 지키기 위해 돌아올 거라고
약속하고, 린다 역시 그런 오빠를 사랑하지만(여기엔 확실한 근친상간의 코드가 있다.
보호집착이 성애가 된 경우라고봐도 무방하다) 정작 오스카가 죽고 난 뒤 오스카가 허공에 부유하면서
바라보는 린다를 비롯한 오스카와 관계있었던 이들의 삶은 오스카가 집착했던 자신의 가치를 무너뜨릴 정도로
허망한 모습들만을 보여준다.
오스카가 부유하는 그 시간동안 그와 관계된 모든 이들은 심리적인 파국을 향해 치달아대고 그토록 집착했던
린다 역시 그 모든 이야기들을 허망함으로 몰아 넣어버린다. 아... 딱 enter the void 아닌가.
이토록 허공을 부유하며 자신의 주변인들을 개입할 수 없는 현실에서 바라보는 오스카는
과연 알렉스가 그에게 전해 준 책에 있었던 윤회사상처럼 다시 태어나고 싶은 생각을 했을까?
남겨진 자들의 심리적 파국이 그가 존재했다면 겪지 않았을 일들이라고 그가 생각할 수 있을까?

심지어 자신의 유골이 하수구에 던져지는 모습을 바라보고나서 그가 느끼는 감정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더더욱 혼란스럽다.
그것은 그가 가진 기억이 소멸되는 과정일까, 아니면 다시 태어나는 과정일까.

러브 호텔의 벽을 넘어 부유하면서 시공을 초월해 섹스를 하는 이들을 위에서 바라보는 후반부의 롱쇼트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오스카가 관계를 맺고 있던 이들이 몰려들어 그들의 일상성을 모두 포기하고 육체적 쾌락에 탐닉하는 듯한 이 장면은 어찌보면
그야말로 멸망과 혼돈에 관한 씬일 수도 있고, 역으로 이야기하면 정 반대의 의미를 둘 수도 있다.
묘하게도 이 두가지를 다 느껴버린 나는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혼란스러움이 여전했다.
뚝심있게 무려 2시간 40분동안 이렇게 신경계를 파고드는 환각제의 느낌처럼 부유하는 영화 속 장면과 장면의 전환은
크레인샷이나 환각의 이미지, 그러니까 사이키델릭(Psychedelic)의 이미지로 연결되곤 하는데 나중에는 어느 정도의 인내심을 요하기도 한다.
형언하기 힘든 체험을 하게 하는 영화인 것은 분명하고,
형언하기 힘든 혼란을 주는 영화인 것도 분명하다.


*
영화의 아이디어는 Robert Montgomery(로버트 몽고메리)의 47년작 [Lady in the Lake]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
믿기 힘들 정도로 전라의 스트립쇼와 정사씬등을 정말 놀랍도록 소화한 Paz de la Huerta는
고만고만한 역을 맡던 배우였으나 뉴욕에서의 오디션 후에 발탁되었다고.

 

 

 

 

 

 

 

 

 

Io Sono L'Amore/ I Am Love / 아이 앰 러브]
directed by Luca Guadagnino(루카 구아다니노)
Tilda Swinton, Flavio Parenti, Edordo Gabbriellini
2009 (한국 2011년 1월) / 120분 / 이탈리아

영화 이야기를 길게 하는 건 내 능력 밖의 일이어서 [Black Swan/블랙 스완]을 길게 쓸까,
이 영화를 조금 길게 쓸까 고민하다가 더 강렬한 여운을 남긴 이 영화를 조금만 더 길게 쓰기로 했다.

세상의 시작과 끝은 '사랑'이란다. 누구에서 들은 것도 아니고 내가 하는 말도 아니고,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배워왔던 정신적인 가치를 물질과 소유보다 중시해왔던 수많은 도덕률 속에서
막연하게나마 학습해왔던 바로 그 '사랑'이지만, 실상 우리가 삶을 살면서 세상의 모든 것인 '사랑'은
정작 걸리적거리거나 그에집착하는 이들을 '낙오자'처럼 만들기까지 한다.
그만큼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가 '사랑'때문이란 말은 구태의연하고 진부한 인생의 황혼에서 모든 걸 다 가진 채
이것도 모두가 다 허망하구나...라고 읊조리는 모습처럼 느껴진다.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가 이 영화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여길 법한
이탈리아 재벌가문의 며느리가 진정한 자유를 찾고자하는 사랑에 대한 열정이 아니라 그녀의 딸인 베타가
오빠인 에두에게 말했던 대사 중 하나인 '누군가 행복해진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불행해지는거야'라는 말을 통해
파렴치한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와지고, 사랑이 존재의 이유가 되는 세상에 대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지나치게 이데올로기를 영화 내용과 부합시키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엔 이 영화 속에 레키 가문을
둘러싼 M&A 과정에서의 인디언-어메리칸(등장인물의 주장대로)과의 에피소드를 감독이 아무 생각없이
배치했을 리는 만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부연하듯 레키 가문의 집으로 초대되어진 사업 인수자인 '인디언-어메리칸'의 말이 두번 반복되어 들려지는데
그 말은 'Capital is Democracy'였다.
예전에 한 번 자본주의가 결코 민주주의와 동의어가 아님을 얘기한 바 있는데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이들의
세상에 대한 의식이 어떠한지를 이 영화에선 자본이 곧 민주주의라는 말을 통해 드러내준다.
자본주의가 민주주의와 동의어가 되면서 경쟁의 구도에서 나와 타인의 행복이 공존할 수 없게 되고,
누군가 막대한 행복을 누리면 엄청난 수의 다수가 불행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이 영화에선 결코 가볍게 얘기하지 않고,
그렇다고해서 천박한 예를 들지도 않는다.

이 슬픈 새로운 부조리한 생태계를 감독은 서민들의 삶에서 이끌어내기보다는 기득권자로서 동등한 위치에 있는
아들 에두와 딸 베타의 번민과 괴로움을 통해 보여준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왔던 아들 에두가 집사이자 유모이기도 한 이다의 품 속에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장면은 단순히 할아버지의 가업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는
슬픔때문이 아니라 레키 가문이 2차 대전 유대인들의 피를 밟고 일어선 가문에 지나지 않았고,
중시했던 전통의 가치는 신자유주의의 광풍 속에 한낮 부질없음을 고발하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레키 가문은 방직 산업을 통해 거물 재벌로 일어섰지만 M&A 과정에서의 사업계획대로라면
제조업에서 금융회사로의 리포지셔닝이 될 것이고, 이러한 시류에 맞는 변화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듯 신자유주의 속에서
무에서 유를 만들어대는 사기와도 같은 금융 산업의 한 중심에 전통적인 제조업을 통해 번성해온
레키 가문 역시 고민없이 이를 합리화하며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에두는 동생 베타를 만나 이 사실을 말했고, 베타는 '우리는 더 부자가 되겠네'라는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누군가 행복해지면 그 누군가는 불행해지지'란 말을 한다.
결국 에두와 베타의 존재는 양심을 가진 이상적 기득권자의 최소한의 자성이자 성찰인 동시에
그들이 더이상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역설을 제공한다.
에두의 탈권력적인 성격은 결국 그의 엄마인 엠마와 사랑에 빠지는 친구이자 유능한 쉐프인 안토니오와의
교감의 여지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고, 사랑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진 베타는 아름다움을 경외하는 시선을 통해
가문에 구애받지 않으려고 하지 않나.
하지만 세상의 법칙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이렇게 변방에 머물러버린 에두와 베타가 아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슬프다. 한없이 빛나는 삶에 대한 경외가 깃들어 있지만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혹은 이제 더이상 존재하기 힘든 세상을 향한 강렬한 열망이 담겨 있어서 난 슬펐다.

인간이 사랑함으로써 존재한다는 제목과 달리, 에두와 베타가 바라본 세상은 결국 자본이 인간을 규정하고
인간 관계를 규정하기 때문에 그들은 괴로왔던 것이고, 사랑이 없는 세상은 자신과 다른 사고와 철학을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보여주는 단란해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못한
레키 가문의 속살을 들여다보면서 슬픈 마음을 갖게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와중에 결국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진심으로 눈을 뜨게 된 엄마인 엠마의 항거와도 같은
전율적인 후반부는 아주 깊고 깊은 여운을 남겨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메시지를 담아내는 내러티브를 구현하는 영화론적인 측면에서도 이 영화는 곱씹을 여지가 많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이 영화 속에는 수많은 위대한 선배 감독들의 흔적이 베어 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루치오 비스콘티를 비롯,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는 물론 더글라스 써크와 히치콕의 흔적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대선배들의 영화론적 자양분을 마음껏 흡수하면서도 이 영화가 대저택을 표현하는 방식에서는
비스콘티의 걸작인 [iL Gattopardo/Leopard/레오파드](이 영화에 등장하는 알랭들롱의 이름이 탄크레디다.
주인공 아버지의 이름과 동일하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거다)와는 분명한 차이를 뒀다.
초반부 레키 가문의 단란해보이지만 그 속에 목을 죄는 듯한 팽팽한 분위기를 감지하게끔 연출되는 식사 장면은 분명
비스콘티의 초기작(도대체 어떤 영화인지 기억이 안난다. 내 기억에 따르면 [레오파드]는 아니다)을 연상시키지만
그 외의 저택 내의 장면들은 인물의 원근과 빛의 대조 그리고 정적인 프레임과 풀샷을 사용한
[레오파드]와 달리 [아이 앰 러브]에선 끝없이 엠마를 프레임 안에 닫힌 공간으로 가둔다는 차이가 있다.
엠마를 피사체로 한 카메라는 knee-level은 물론이거니와 부감의 경우도 절대 부감은 없이 eye-view정도로 처리된다.
이를 통해 엠마가 있는 공간은 대저택이라는 설정만 있을 뿐 그녀는 대부분 프레임 안에 갇힌 채 표현되는 느낌을 준다.
이렇게 갇힌 프레임에서 탈출하게 되는 계기는 결국 아들 에두의 친구이자 재능있는 쉐프인 안토니오의 음식인 라따뚜이를 통해서이고,
러시아에서 이태리로 오게 되어 고향에 대한 귀소열망이 강했던 그녀가 마침 산레모에 있는 안토니오를 찾아 갔을 때
산레모에 위치한 그리스 정교회를 보게 된 것도 무척 의미심장하다.
이후엔 히치콕의 스릴링 씬들을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지속되고 안토니오를 따라간 깊은 산 속에서의 장면들은
원초적인 자연과의 오르가즘을 극대화시킨다 .
그리고 한없이 갇혀있던 엠마는 결국 닫힌 프레임에서 탈출한다.
조금씩 사랑을 향한 열망이, 사랑을 하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다는 열망이 강해져갈 무렵
그녀가 침대에 누워서 바라보고 있던 TV 속에서 나왔던 영화는 바로 탐 행크스와 덴젤 워싱턴이 출연했던 [필라델피아]인데,
그녀가 보고 있던 장면은 바로 탐 행크스가 격정에 차 마리아 칼라스의 'La Mamma Morta'를 들으며
삶에 대한 경도의 숙연함을 느끼게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아리아의 마지막 탐 행크스가 따라 내뱉는 가사가 바로 영화의 제목인 'Io Sono L'Amore (I Am Love)'이고.
(어젯밤... 이 사실을 확인키위해 [필라델피아]의 이 장면을 aipharos님과 다시 봤다.-_-;;;
그런데 오늘 글을 쓰면서 위키피디아를 읽어보니 제목에 대한 내용이 다 나오더만... 괜한 뻘짓을 했다)
얄궃게도 이러한 장면을 동의도 구하지 않은채 무심코 채널을 돌려 버리는 것이 그녀의 남편 탄크레디라는 점도 결코 우연은 아니다.

선배들의 자양분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영화적 메시지, 그리고 관객에게 주지하고자 하는
강렬한 감독의 철학을 드라마적인 힘으로 전달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71년생인 루카 구아다니노(Luca Guadagnino)는 이 영화 속에서 전통적인 방식을 통해
전통적인 가치와 사상과 도덕을 거부하고 기득권자들만의 바운더리를 형성하여 인간의 기본적인 '사랑'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린 현재의 세상에 대해 엠마와 에두, 베타를 통해 분명히 메시지를 전달한다.
물론 그 메시지는 마냥 행복한 것이 아니다.
마지막 John Adams의 음악이 절정으로 치달아버리고 이다와 엠마의 격한 포옹에서 가슴이 울컥했던 나는
그녀가 사라진 프레임 속에서 마냥 시원한 해방감만을 느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낀 분들도 정말 많지 않을까?

 

*

정말 중요한 건, 이 영화는 루치오 비스콘티,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히치콕, 더글라스 써크등은 몰라도
아무 상관없이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를 충분히 느끼고 볼 수 있는 영화라는 것.

이점이 가장... 중요하다.


**
시어머니가 엠마에게 주는 작품은 그 유명한 정물/풍경화의 대가 조르지오 모란디(Giorgio Morandi)의 정물 작품이다.


***
안토니오의 음식은 이탈리아의 잘 나가는 쉐프 중 한 명인 카를로 크라코(Carlo Cracco)가 담당했다고.
그는 밀라노에서 Ristorante Cracco라는 음식점을 이끌고 있단다.
영화 도중에 토치를 이용해 에두와 엠마가 먹어보고 감격하는 음식은 'Insalata Russa'란 음식이다.
이게 그의 시그니쳐 음식 중 하나라고.
그의 사이트에 들러보시길.
http://www.ristorantecracco.it


****
틸다 스윈튼의 이태리어 연기는 이탈리아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러시아 악센트가 들어간 이태리어.
그저 연기였기 때문에 했다지만 쉬운게 아니지.
그리고 그녀의 연기에 대해서는 나같은 것이 감히 이러쿵저러쿵할 수 없다고 느꼈다.



*****
영화 속에서 레키 가문은 신자유주의가 썩을 대로 썩어 문드러진 나라 이탈리아라는 것이고, 인수합병이 논의되는 곳은 런던이다.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Black Swan/블랙 스완]
directed by Darren Aronofsky
2010 / US
Natalie Portman, Mila Kunis, Vincent Cassel

압도적인 영화라면 이런 영화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영화는 아예 처음부터 영화의 끝을 다 말해준다. 벵상 카셀의 입을 통해 '백조의 호수'의 내용을 다 읊어버리고,
그리곤 주인공을 흑조와 백조를 동시에 표현해야하는 새로운 프리마돈나로 지명한다.
음악과 발레에 대한 완벽한 경도가 녹아든 촬영은 관객들을 이 영화에 완벽하게 젖어들게 하며,
실제 자신의 캐릭터를 그대로 끌고 들어온 나탈리 포트먼의 유리알같은 아슬아슬한 연기는 예술적인 성취를 넘어
자신에 대한 성취감을 위해 강박으로 스스로를 학대하고 자해하는 수많은 예술인들의 모습을 극적으로 투영하고 있다.
(난 이 모습을 과장이라고 표현하기 싫다. 이건 '극적'이라고 표현했다고 하는게 맞다고 본다)
나탈리 포트먼 자신이 가진 한계이기도 한, 백조는 완벽하게 표현하지만 흑조의 표현에는 스스로를 풀어주지 못하고 통제하여
자유로운 연기가 힘들다는 점을 영화 속으로 그대로 가지고 들어온 것까지는 무척 흥미롭지만
개인적으로 그녀의 인상적인 연기는 형언하기 힘든 표현의 간극만큼 아쉬웠다는 생각도 드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내가 너무 터무니없는 괴물같은 연기를 기대해서일지 모르지만.
그렇더라도 대역을 부분부분(특히 스텝) 썼다고는 하나 믿기 힘들만큼 훌륭히 표현해낸 나탈리 포트먼의 발레 모습은
연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포스 넘치는 벵상 카셀의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주인공과의 일정한 간극을
결코 좁히는 법이 없어 나탈리 포트먼을 강박 속으로 더욱 거세게 밀어 넣어버리지만
나탈리 포트먼이 부딪힌 강박의 세계에선 거리를 두고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다는 점도 무척 인상적이다.
다시 말하지만 유려하면서도 패닝의 강약까지 완벽하게 통제하는, 캐릭터의 옆에 붙어 같이 무용을 하는 듯한
놀라운 카메라가 이 영화를 보다 유기적으로 구성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빈큼없이 숨막히는 내러티브는 역으로 대런 애로노프스키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강박을 얘기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전작 [레슬러/the Wrestler]의 비장한 마지막 다이빙과
이 영화 [블랙 스완]의 마지막 다이빙이 내겐 자꾸 오버랩되면서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물론... 길고 긴 여운의 폭으로 친다면 [the Wrestler]만큼은 아니었지만.

*
사족이지만 저무는 스타인 '퇴물' 발레리나로 등장한 위노나 라이더는 보는 사람이 안스러울 정도로
심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상식적으로 이러한 배역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노나 라이더를 다시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니...
도대체 어떤 배우가 이토록 직설적으로 추락한 자신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배역을 징글징글하게 소화하려고 할까?

 

 

 

 

 

[the Green Hornet/그린 호넷]
directed by Michel Gondry
2011 / US
Seth Rogen, Jay Chou, Christoph Waltz

묻고 싶다.
이 영화를 굳이 3D로 만들 필요가 있었냐고.
또 묻고 싶다.
정말 이 감독이 2004년에 나와 aipharos님을 숨막히게 한
그 영화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이터널 선샤인]을 만든 감독이 맞냐고.
도대체 그가 바라 보았던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으로 가득찬 무의식의 바다에 대한 항해는 어딜 향한건지
난 이 영화를 보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안티-히어로 영화가 붐이라고는 하지만, 이 영화는 [Kick-Ass/킥-애스]처럼 반향적이지도 못하고,
정치적으로 위험하지만 담론을 이끌어낼 정도의 카타리시스따위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버디물도 아니고, 안티-히어로물도 아니며 그렇다고 가치전복적일 정도로 파급적이지도 않고,
스파이더맨처럼 히어로로서의 고뇌따윈 전무하다면, 최소한 경쾌한 박자로라도 영화가 진행되어야하지 않을까?

요란이라는 요란은 다 떨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산하기 짝이 없지만 Seth Rogen(세스 로겐)의 뻔한 캐릭터는
이제 슬슬 짜증이 나고, 초등학교 6학년되는 아들마저 '재미없다'고 하품을 할 정도라면 미쉘 공드리가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려한 바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통쾌한 웃음?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트라우마를 사회에 풀어버리는 일?
한낱 머리에 든 거 없는 망나니 상속자가 자신의 경거망동으로 인해 본의아니게 사회에 피해를 입히게 되자
개과천선하여 이를 시정하려고 하는 일?
정말... 하품나는 영화다.

 

 

 

 

 

 

 

[Faster/패스터]
directed by George Tillman Jr.
2010 / US
Dwayne Johnson, Billy Bob Thornton

이런 영화는 그냥 보면 된다.
이야기의 개연성 뭐 이런 건 그닥 필요없고.
드웨인 존슨의 액션을 따라 가면 되는 법.

 

 

 

 

 

 

 

 

[Unknown/언노운]
directed by Jaume Collet-Serra
2011 / UK / US
Liam Neeson, Diane Kruger, January Jones

국내에선 이 영화가 태생적으로 [Taken/테이큰]과 비교될 수 밖에 없다.-_-;;;
워낙 [테이큰]에서 리암 니슨의 액션이 인상적이었고, 그 영화의 호흡 자체가 보통 숨가쁘게 빠른게 아니어서
리암 니슨이 출연하면서 장르가 스릴러면 [테이큰]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는데 이 영화는 결코 [테이큰]과 같은 영화가 아니다.
한치의 빈틈없이 납치된 딸을 구하려는 전직 정보원의 엄청난 살육([테이큰]엔 딸을 구하기 위해
희생되는 엄청난 살육이 경시되어 있다. 이는 예전에도 언급한 바 있다)과 그 살육을 가능케하는
육체적, 지적 능력을 갖췄던 [테이큰]과 달리 이 영화에서 그는 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은 사이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빼앗아버린 미지의 대상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수동적으로 방어하고 단서를 좇아가는 스릴러의 성격이 훨씬 지배적이다.
당연히 [테이큰]과 같은 액션은 완전 기대 금물이고.
영화 끝나고 나오면서 '아 완전 기대 이하야'라는 엘리베이터에서 중얼대는 사람들을 실제로 목격했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자체가 재미가 없다는 생각은 없었다.
잘 짜인 스릴러를 기대하시면 곤란하고 시간을 떼우기엔 적절한 스릴러 정도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리암 니슨을 둘러싼 음모와 정체의 비약과 과장이 심해서 개연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생각도 지울 수는 없다.
다만... 내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다이앤 크루거는 역시 아름답더라.ㅎㅎㅎ


 

 

 

 

[the Tourist/투어리스트]
directed by Florian Henckel Von Donnersmarck
2010 / US / France
Johnny Depp, Angelina Jolie, Paul Bettany

감독의 전작은 이구동성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지만, 이 작품에 대한 네이버와 imdb의 평점은 무척 짠 편이다.
네이버의 평점을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믿지 않기 때문에 신경쓰지도 않았지만서도
막상 보고난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은 이 영화가 필요 이상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영화 곳곳에서 감독이 얼마나 안젤리나 졸리를 흠모하는 지 여실히 알 수 있는 샷들이 줄줄이 깔렸고,
그런 하나하나의 프레임들이 '사심'이 아니라 경외의 표현으로 드러나는 걸 보면 대상을 존중하는 예술가의 시선이란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영화 자체가 그림같은 이태리의 제노바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스릴러의 구조를 띄고 있지만
방법적으로 매우 정통적인 형식미를 유지하고 있어 조니 뎁이 등장하는 몇몇 장난스러운 장면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결코 경박하지 않다.
내용이야 뻔하다고 하지만 이런 뻔한 이야기를 고전적인 형식미를 끌어들여 이토록 재미있게 풀어내는 감독의 역량에 박수를 보낸다.

 

 

 

 

 

[the Next Three Days/넥스트 쓰리 데이즈]
directed by Paul Haggis
2010 / US / France
Russell Crowe, Elizabeth Banks

무늬는 스릴러지만, 이건 증거지상주의적인 형사제도와 개인과 가정을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 시스템에 대한 일종의 항거와도 같은 영화다.
원래 폴 해지스 감독 자체가 극한의 상황에서 터져나오는 아드레날린을 드라마로 풀어내는 솜씨로 인정받은 바,
이 영화 역시 시간싸움을 하며 와이프를 구해내려는 남편의 고군분투가 보통 긴장감으로 다가오는게 아니다.
근래에 이렇게 자력구제를 금지하는 사회적 제약에 항거하는 소재의 영화가 부쩍 많아졌다.
이러한 영화가 빈번하게 스크린에 내걸리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걸 뜻하는 바가 아닐까.
영화 자체가 깊은 메시지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순간순간 가정을 지키려는 방식이
다른 두 남녀의 갈등이 폭발하는 지점에선 상당히 인상적인 장면을 던져주기도 한다.

 

 

 

 

 

 

[Trolljegeren/트롤헌터]
directed by André Øvredal
2010 / Norway
Otto Jespersen, Hans Morten Hansen

전혀 사전 정보가 없었던 영화.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인상적이었을 뿐 아니라, 영화 후반부에선 트롤을 인간으로 환치하면서 느끼게 되는
그 광활한 설경 속에서의 서사적인 고독까지 느끼게 해주는 여운마저 있었다.
시침 뚝 떼고 이게 사실인양 다큐의 기법을 따라 가는 방식의 영화야 흔하디 흔한데다가
이 영화의 경우 영화의 시작과 말미에 넣은 자막들은 불필요했다고 보여지지만 페이크 다큐의 방식을 취하면서도
관객을 놀래키는데만 집중하는 일부 아류들과 달리 충실하게 환타지를 좇아 나간다.
영화적 몰입을 방해할 저급한 CG는 찾아 볼 수가 없고, 순간순간 영화 속에서 목도하게 되는 트롤의 존재를
마음 속으로나마 진심으로 믿고 싶어지는 묘한 감정도 역시 불러온다.
결정적으로, 인간의 서식을 위해 희생케되는 트롤들의 존재를 보면서 인간들이 수없이 역사를 통해 자행해왔던
이민족에 대한 공생이 아닌 살육의 지배를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설원 속에 서서 저항하는 거대한 트롤의 모습에서 파국으로 치달아버리는 인간의 모습을 보는 것같아
씁쓸하고 처연한 감정마저 느끼게 되더라.
두 엄지 손가락을 다 추켜 올리고 싶은 영화.

 

 

 

 

 

 

[Love and Other Drugs/러브 앤 드럭스]
directed by Edward Zwick
2010 / USA
Jake Gyllenhaal, Anne Hathaway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다.
성격도 쿨하고, 속궁함도 잘 맞고 게다가 아름답기까지 하다. 누가 반하지 않을까?
영화는 여기서 얄궃게 완벽한 설정을 살짝 비튼다. 그녀에게 결코 치유될 수 없는 '파킨슨 병'을 얹어 놓은 것.
지금은 초기라서 증상이 심각하지 않지만 결국 그녀는 언젠가 자신의 용변도 스스로 처리못할 지경에 이를 것이 분명하다.
사랑으로 모든 걸 다 해쳐낼 수 있다고 믿는 연애 초기의 사람에게도 이러한 대상을
평생 함께 할 대상으로 결심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사이에 사람은 누구나 알량한 도덕심과 자기합리화를 반복하며 서로에게 더더욱 상처를 주기 십상이다.
상처를 받는 과정은 이별을 합리화하는데 불을 붙이기 십상이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도 보지 않았나.
영화는 지금의 빛나는 순간순간에 충실하자고 얘기한다. 서로에게 충실한 시간이 쌓여
또다른 의미리를 갖고 인생을 함께 할 수 있을 거라고.
[500 days of Summer/500일의 섬머]만큼은 아니어도 충분히 인상깊게 볼 수 있는 로맨스 영화.

 

 

 


 

 

[Fair Game/페어게임]
directed by Doug Liman
2010/ US
Naomi Watts, Sean Penn, Sonya Davison

 

워낙 유명한 사건이라 종종 다른 영화에까지 언급된 바 있는 발레리 플레임 사건. 이른바 '리크게이트'라고 불리웠던.
이 파렴치한 사건을 통해 미국이 얼마나 더러운 통치권자들의 야욕에 의해
지성과 개인의 권리와 존엄을 모욕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
더 답답한 건 이러한 일들이 다 드러나고도 언제나처럼 하수인들 몇몇 희생양으로 내몰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덕 라이먼은 그가 주로 다뤄왔던 것처럼 거대한 국가 시스템의 힘에 의해 억울하게 매몰되어버리는 개인의 불행을 다룬다.

이 극적인 사건이 다소 상투적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이 사건이 너무나 유명했기 때문일지도 모르나,
사실 그런 표피적으로 알려진 이야기 이상의 심도있는 접근까지는 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다.

발레리 플레임이 충분히 자문해주었다고 하지만 감독으로서 지나치리만치 먼 발치에서
이 가족과 절대적인 권력의 대립구도를 방관하지 않았나하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평이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고 이와는 별개로.... 발레리 플레임을 열연한 나오미 와츠는 사실 몇몇 스틸 컷을 보면
너무나 실제 발레리 플레임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지적인 이미지를 갖춘 그녀의 연기를 보는 건 언제나 행복한 일.^^

 

 

 

 

 

 

 

 

 

[황해]
나홍찬
2010.12

출연배우 : 하정우, 김윤식, 고성하, 이엘, 탁성은

한국

게으름피우면서 미루고 미룬, 역시 한두번의 예매 취소를 해가며 아직까지 못봤던 [황해].
수요일 밤 11시 15분 상영을 결국 봤다.
갑작스레 보게 된 것은 영화관을 뒤져보니 이날 이후엔 거의 상영하는 곳이 없다시피해서 부랴부랴...-_-;;;
보고나서 드는 생각은 박중훈씨가 트위터에서 늘 하던 말처럼 이왕 한국영화 볼 생각이면
가급적 개봉 1주일 안에 봐달라는 말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황해]가 그 막대한 제작비에 비해 관객은 230~240만 정도로 끝난 것 같으니...
참고로, 현재 [I Am Love/아이 앰 러브]도 상영 중인데 CGV뿐 아니라 롯데씨네마등에서도 상영 중이니 확인하시길.

나홍진 감독의 [황해]의 주연들인 하정우씨와 김윤식씨는 이미 [추격자]를 통해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개인적으로 [추격자]를 인상깊게는 봤으나 기대 이상의 영화 또는 많은 이들이 그토록 칭찬할 정도의 영화이었나?하는
약간의 의구심은 가졌음을 고백한다.(이건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더... 크게 느낀다)
하지만 어제 본 [황해]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 2시간 30여분동안 조금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극도로 영화에 몰입하면서도
그 정도의 텐션을 잘도 유지해주는 이 놀라운 스릴러를 보고나서 이 정도의 서사적인 스릴러가
앞으로 얼마나 더 나올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여지껏... 이렇게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놀라운 텐션을 기가막히게 유지한 영화는 [Dark Knight/다크 나이트]정도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감독의 고집대로 밀고 간 러닝타임이 얼마나 현명한 판단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추격자]에 비해 다루는 캐릭터가 월등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의 면면을 충분히 부각시키고 있다.
영화의 시작부터 이 영화의 엔딩이 머릿 속에 다 그려지고, 그 엔딩이 결코 예상에서 빗나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놀라운 긴장감과 다음 시퀀스에 대한 무언 중의 기대를 불러올 수 있었던 것은 이토록 탁월한 연출과 편집,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때문일 것이다.
하정우가 연기한 구남은 보는 이로하여금 고통스러운 감정을 절감하게 만들었고, 어찌보면 극사실적인 이 영화 속에서
오히려 비현실적이고 전능한 존재이다시피한 김윤식의 캐릭터 역시 결코 생뚱맞게 느껴지지 않는다.(놀라운 일 아닌가?)
게다가 3장부터 등장하며, 간단한 사건일 줄 알았던 이 영화의 극을 기묘하게 꼬아댄 김태원의 등장은 조성하라는 배우의 한 박자 쉬어가는
영리한 연기로 갈등의 확산이 전혀 거추장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도록 했다.
당연히 배우들의 호연은 안그래도 잘 짜여진 이야기 속으로 더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법이고.

사실 영화를 보고 난 지금까지 이 영화의 장면장면이 강하게 문득문득 기억나는 걸 보면
이 영화가 내게 던져준 인상이 단순히 도끼질과 칼부림에 피를 뿜으며 도륙되는 수많은 '고어'스러운 비주얼 때문이 아니라
이 영화가 2시간 30분동안 조금도 호흡을 늦추지 않으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구축하고 플롯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나도 모르게 놀라운 영화적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이토록 놀랍도록 인상적인 영화가, 문득문득 영화의 온갖 컷들이 뒤죽박죽 파편처럼 머릿 속으로 튀어오르지만
정작 이 영화가 가슴을 저미는 감동을 주거나 인생사의 깊은 깨달음을 주는 식의 그런 오글거리는 훈감의 모양새가 아니었다는 것도 희안하다.
하지만, 영화 속의 뉴스 방송을 통해 나오는 보도를 들으며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오늘도 뉴스에서 접하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가
단순한 결과의 보도 이전에 얼마나 복잡하고 많은 인과관계를 갖고 있는지(그것이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해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영화 속에서 손으로 헤아리기도 힘든 죽어나가는 저 수많은 희생자들은 힘을 가진 자들이 벌이는
쓸데없는 파워 게임으로 인해 죽어나가는, 엄밀히 말해 진정한 약자들의 군상을 제대로 상기시켜주면서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단편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사건들의 밑바닥을 이루는 애처로운 사실일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잔혹한 생존 법칙도 이 영화와 다를 바가 없지 않나.
다만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삶을 동화 속에 밀어넣으며 자위할 뿐이지.

면가가 휘두르는 도끼와 식칼의 참혹함을 바라보면서, 혹은 연변 거주자로 등장하는 조선족들의 개걸스럽고 추레한 모습에서
혹자들은 이 영화 속의 조선족 모습이 조선족을 폄하한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인간들은,
(특히 한국인들은) 너무나 우리 자신들이 속한 준거집단을 신성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걸핏하면 외국 영화에 비쳐진 한국인의 모습을 두고 '한국인을 무시했다. 폄하했다'난리를 피우지 않나.
아무튼... 이 영화에서 보여준 놀라운 디테일 속의 추레함을 정면으로 응시하기에 고통스러운 이들이나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사실 면가 일당이 보여주는 모습이나 김태원의 부하들이 보여주는 모습들이나 대도시에 기생하면서
또다시 먹이 사슬의 가장 아래에 깔려있는 이들의 피를 뽑아 먹고 사는 것임에는 둘 다 변함이 없고,
폭력을 행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엄밀히 말해 두 부류는 전혀... 다를 바가 없으니 말이다.
이렇듯 겉으로 드러나는 양식의 차이만 있을 뿐 내재하는 욕망의 분출 방식은 다를 바가 없는 이들의 갈등이
적극적으로 충돌하는 지점은 바로 대한민국의 땅 위에서다.
사실 면가나 김태원이나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 깔린 이들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 점에선 다를 바가 그닥 없는데다가,
구남 역시 와이프가 한국으로 건너가지 않았다면 그렇게 빚을 질 이유도 없고
결국 목숨을 담보로 룰렛같은 처절한 상황을 맞이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으로부터 걸려온 청부살인 청탁과 일그러진 질투심의 폭발로 인해 두 개의 욕망이 꼬이며 맞부딪히며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들의 룰만으로 살아가던 이들의 갈등이 폭발하게 된다.
이렇게 거칠게 갈등이 폭발하는 과정은 우리 한국의 일그러진 욕망이 충돌하고 폭발하는 과정을 극대화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자신과 이해가 다르거나, 욕망의 지향점이 지나치게 비슷하여 자신의 포지셔닝과 묘하게 겹치게 될 때나,
아니면 상대의 욕망이 자신의 욕망을 거스르거나 간섭하게 될 때 이를 폭력으로 제압하려는 같잖은 모습은 신체적인 폭력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지금의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의 모습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근래에 본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영화였다.
그리고 이 영화의 흥행부진으로 인해 앞으로 이만한 자본과 시간을 갖고
이 정도로 완벽한 영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나홍찬 감독이 아쉽게 느껴진다.
빌어먹을... 개념말아먹은 감독같지 않은 사람에게 엄청난 돈을 부어주고,
실제로 그 영화가 적정하게 흥행까지 하는 꼬락서니를 보는 모습이란... 정말...


*
영화 속에서 구남은 한국으로 건너간 부인이 바람이 났을 거라 생각하지만 어디에도 확증은 없다.
구남이 생각한 와이프의 불륜 섹스는 순전히 그가 상상한 것이고, 와이프가 죽었다고 단정짓는 장면 역시
순전히 구남의 추측과 상상일 뿐이다.
인간이란 망상의 동물인지라 이러한 추측만으로 살기를 품고, 인생을 포기하려고도 한다.
과연 이런 인간의 모습을 나홍찬 감독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본 것인지는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도 난 모르겠더라.

 


**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두 명의 여성 연기자에 대해서는 그닥 언급할 일이 없다.
김태원의 정부로 등장하는 매력적인 여성은 이엘(유해진과 CF에서 호흡맞춘)이고, 구남의 부인으로 상상 속에서만 등장한 여성은 탁성은씨란다.

 

 

 

 

 

 

 

 

몇 편의 영화들.
역시 주관적인 감상문들.
올해도 역시 C** VIP회원.
그런데... 점점 C**에 가기가 싫어진다. 돈벌려고 혈안이 된 건 알겠는데... 상영 시작하자마자 교차상영...
완전 짜증나는구나.
그리고 네이버 영화 이벤트??? 난 이벤트라는 것에 응모 자체를 안한다. 그런데 내가 응모에 당첨되어 영화표를 받는다니???

이건 도대체 무슨 소리지? 응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귀하는 네이버의 영화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귀하의 계정으로 1월 중으로 영화표를 보내준다니.

헐...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스팸도 아니고 말이야.

준다면 나야 땡큐지만...-_-;;; 응모도 안했는데 무슨...

 

 

 

 

[Tomorrow When We War Began/투모로우 웬 위 워 비갠]
directed by Stuart Beattie
2010 / Astrailia
Caitlin Stasey, Rachel Hurd-Wood, Lincoln Lewis, Deniz Akdeniz, Phoebe Tonkin

먼저...
난 개인적으로 이렇게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읊조리는 스릴러를 경멸한다.
총 한 번 잡아보지 않은 여학생이 다소 거리가 있는 곳에서 소총 트리거를 당겨 5명 이상의 군인을 싹쓸이하는 꼴을 보면
그야말로 한숨이 터져 나온다. 카타르시스는 커녕 내게 이게 단지 형편없는 영화일뿐이야!!!라고 외치는 어이없는 소외효과를 만끽하게 되니까.
영화 속에서처럼 정체불명의 적군에게 자신의 국가와 마을이 점령당해버린다면,
은신에 성공한 아이들이 택할 수 있는 것은 생존 외에도 레지스탕스가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이토록 개연성없이
'투사'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행여나 실제 상황에서 이런 영화보고 따라하는 어리석은 이들이 있을까...하는 걱정마저 든다.
이 영화 만든 감독님. 아무리 이 영화가 원작이 있다고 하지만 일단... 에릭 로샹(Eric Rochant) 감독의
[Total Western/토털 웨스턴]이나 한 번 보시길.
폭력은 장난이 아니니까.

 

 

 

 

 

[부당거래]
directed by 류승완
2010 / 한국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 천호진, 마동석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후에 실로... 오랜만에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보고 '재밌었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영화.
그리고 이 영화가 향하는 정치적 지향점이 최근의 한국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어 더욱 와닿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성과주의의 사회, 계급을 물질로 구분하는 것이 익숙해진 한국에서 대립의 피해자는 결국 정글의 법칙에 따라 이미 결정되어졌음을 보여주는 씁쓸한 영화.

 

 

 

 

[이층의 악당]
directed by 손재곤
2010 / 한국
한석규, 김혜수, 엄기준, 지우, 박원상

기대보다 더 재밌게 본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느꼈던 심심함과 어색함이 이 영화에선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한석규야 이런 역에 대안이 없을 정도로 적역이라고 해도 김혜수 역시 기가막히게 잘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김혜수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준 팜므 파탈 이미지를 도저히 못봐주는 편이었는데,
이 영화에선 결코 오버하지 않으면서 본의아니게 인생을 내팽개치다시피하는 캐릭터를 기가막히게 소화한다.
뿐만 아니라 김혜수의 딸을 연기한 지우의 연기도 사춘기의 퍽퍽한 고민과 반항심이 정말 제대로 녹아 들었고,
잠깐 얼굴을 비추는 유키스의 동호 역시 짧지만 제대로 끝장을 봐준다.
한석규와 김혜수가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 역시 진부하지 않고, 중반에 한석규가 모처에 갇혀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의 기발한 장면은
스릴러와 코미디의 중간에서 제대로 춤을 추는 장면이며, 이 장면을 마무리하는 장면 역시 기발하다.
개인적으로 영화적으로 대단히 완성도 높은 영화라고 생각했고 앞으로의 손재곤 감독의 영화도 기대하게 되었다.

 

 

 

 

 

[食堂かたつむり/Rinco's Restaurant/달팽이 식당]
directed by 도미나가 아이
2010 / 일본
시바사키 쿄우, 요 키미코, 에나미 쿄코, 미츠시마 히카리


일본 영화는 종종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한 방을 지닌 영화들이 종종 나온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너무나 익숙하고 관습화된 클리셰들을 미친 듯 반복하곤 해서 질리는 경향이 강하다.
이 영화 [달팽이 식당] 역시 마찬가지다.
뻔한 설정, 감정이입이 안되는 캐릭터들. 그리고 만화 속의 이야기.
이 영화를 즐겁게 받아들일 분들도 많겠지만, 이런 예쁘기만한 영화가 이젠 난 버겁고 지겹다.
그래도... 석류커리, 양고기, 쥬뗌스프등 음식들이 나오니 끝까지 봤지.-_-;;;
음식마저 안나왔음 난 당장 꺼버렸을거야.
[마이 리틀 쉐프]도 마냥 답답하고, [밤비노]는 잘 나가다가 주인공이 아무 생각없이 그냥 뛰기만 하는 재주밖에 없어서 황당했고...

 

 

 

 

[All Good Things/올 굿 씽]
directed by Andrew Jarecki
2010 / US
Ryan Gosling, Kirsten Dunst, Frank Langella, Philip Baker Hall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릴러.
오랜만에 커스틴 던스트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지만... 두 턱의 그녀가 예전같진 않다.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니 자연스러운 그녀의 변화에 나도 쉽게 익숙해지겠지. 여전히 아릅답긴 하다.
라이언 고슬링 역시 내가 좋아하긴 하는데...
난 이 영화 도통 몰입이 안된다. -_-;;;
주인공이 극도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지닌 채 자라게 되었다지만 비극에 이르는 과정과
그가 아름다운 부인과 함께하는 시간의 감정의 기복이 너무 생뚱맞다.
영화적으로 따지고 보면 주인공은 Natural Born Killer이고, 그럴 만한 트라우마도 가지고 있는데
이상하게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그는 '난데없이 툭 튀어나온 살인마'같은 느낌이다.
이게... 앤드류 자레키의 문제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아무... 느낌도 없는 영화.

 

 

 

 

[Red Hill/레드 힐]
directed by Patrick Hughes
2010 / Austrailia
Ryan Kwanten, Steve Bisley, Tommy Lewis, Kevin Harrington, Richard Sutherland

패트릭 휴즈의 장편 데뷔작.
폭력을 대하는 모습이 같은 호주 영화인, 위에서 언급한 [Tomorrow When We War Began]과 완전 딴 판인 영화.
물론 이 영화는 주인공을 둘러싼 드라마 자체는 얄팍하기 짝이 없어 두 엄지 손가락을 다 추켜 세우기엔 무리가 있다고 보여지고
폭력의 주변부에서 배회하다가 중심부로 돌진하는 주인공의 행위에도 그닥 개연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건맨들이 현대의 호주를 배경으로 벌이는 정통적인 액션의 모습들은
모던 웨스턴(Modern Western)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전혀 부끄러움이 없는 영화라는 느낌.
말도 안되는 끝발 액션들. 그러니까 우리가 '리얼한 액션'으로 잘못 알고 있는 헐리웃의 활극에 익숙한 이들에겐
이 영화가 느려터지고 허접한 액션의 총집결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의도적으로 웨스턴의 형식을 빌어와 한발한발
의 총성에 느끼는 공포를 관객에게 던져주는 이 영화의 액션은 개인적으로 아주 맘에 들었다.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가게 되는 감독.


 

 

 

[のだめカンタービレ 最終樂章 前編 + 後編/노다메 칸타빌레 최종악장 전편+후편]
directed by 카와무라 야스히로
2010 / 일본
타마키 히로시, 우에노 주리, 미즈카와 아사미, 코이데 케이스케

전편과 후편은 이어지는 내용지만 엄연히 따로 개봉된 것이라 각각 감상문을 적어야겠으나... 귀찮아서 그냥...ㅎㅎㅎ
먼저 개인적으로 카와무라 야스히로의 TV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는 가장 즐겁게 본 드라마였음을 고백.
뭐 이런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나뿐이겠냐마는...ㅎㅎㅎ
전편까지만 해도 드라마의 재미가 그닥 희석화되지 않고 이어진다.
하지만 후편에서는 자신의 희망을 위해서 뭘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고있는 치아키에 비해 역시 천재성을 지녔지만
어릴 적의 트라우마로 인한 성격의 문제로 자신이 뭘 해야하는지 모르는 노다메의 이야기에 집중되면서 갑작스레 영화가 힘을 잃고 비틀거린다.
당연한 과정이기 때문에 빠르게 처리할 수도 없는 이야기였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명확한 심정적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너무나 지루하고 길게 보여주는 일본 드라마 또는 영화의 모습이 '후편'에서 어김없이 드러나 아쉬운 마음이 있다.
사실 드라마에서도 후반에 노다메가 방황하는 모습이 있었으나 이러저러한 개인적 신념따위 너저분하게 얘기하지 않고도
충분히 아름답게 커버했는데 후편에선 '난 그때의 노다메가 아니'라는 말처럼 그런 백지 순수함으로 이야기를 풀기엔 힘들었나보다.
(공감한다) 그렇다고하더라도... 너무 길었어. 후반의 그 방황은.-_-;;;
아무튼 그래도 그동안 이토록 클래식 음악을 악장 하나를 다 틀어제끼면서도
감동을 주며 다가온 영화 or 드라마가 없다시피했기에 앞으로도 이 드라마 혹은 영화가 주는 여운은 오래 될 것 같다.

*
아오이 유우가 출연했다고 크레딧에 써있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실제 출연이 아니라 야도비의 더빙을 맡았다는.

**
다시 얘기하지만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가장 재밌었던 것은 슈트레제만을 나오토에게 맡겨놓고 뻔뻔스럽게 밀고나간 것이다.ㅎㅎㅎ
농담이 현실이 되고 시간이 지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기이한 현상을 이 드라마를 통해 목격했다.ㅎㅎㅎ

 

 

 

 

 

 

 

몇 편의 영화들.
역시 주관적인 감상문들.
올해도 역시 C** VIP회원.
그런데... 점점 C**에 가기가 싫어진다. 돈벌려고 혈안이 된 건 알겠는데... 상영 시작하자마자 교차상영...
완전 짜증나는구나.

 

 

 

[告白/고백]
directed by  나카시마 데츠야
2010 (일본, 2011년 2월 개봉 예정-한국) / Japan
마츠 다카코, 오카다 마사키, 키무라 요시노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이 감독에게 명성을 가져다 줬다지만 내겐 전혀... 감흥없던 영화였고
오히려 [불량공주 모모코]가 훨씬 내 취향엔 맞았다.
이번에 국내 개봉하는 이 영화 [고백]은 복잡한 소설을 전혀 무리없이 엮어낸 연출력과 편집
그리고 연극적인 프레임을 간혹 선보이는 카메라가 무척 인상적이다.
마츠 다카코의 연기야 언제나 기본은 해주지만 어색할 수도 있었던 어린 배우들의 연기 또한 기대 이상이다.
영화적 재미라고 말하기엔 뭔가 망설여지는 엇나간 10대들의 범죄행각을 보노라면
괴물을 만드는 건 언제나 어른들의 이기심과 환타지때문이라고 다시 한 번 되뇌게 된다.
이렇게 복수를 했다치면 당신에겐 뭐가 남을까?
사회와의 갈등, 시스템과의 갈등을 개인과 개인의 복수로 축소시키고 뇌까리는
이 모습을 보자면 그야말로 착찹한 심정을 지울 길이 없다.
그러니까 말이지, 우린 모두 속고 있는거야. 차라리 이렇게라도 말을 해주면 좋으련만.
어째서 모든 갈등의 구조적 원인은 모른척 시치미떼고 이토록 지리하고 잔혹한 복수들을 펼쳐낼까.

 

 

 

 

[Somewhere/썸웨어]
directed by Sofia Coppola
2010 / US
Stephen Dorff, Elle Fanning

사실 지루한 영화도 아니고, 필요 이상으로 잰 채하지도 않지만 이 영화는 익숙해도 너무 익숙하다.
잘 나가는 영화 배우. 부러울게 없어보이지만 와이프와는 이혼했고, 사랑하는 딸은 어쩌다 한 번 같이 시간을 보내지만
그나마 딸의 진심을 보듬아줄 여력도 없는 헐리웃 스타.
이 영화에 두 발을 다 담그지 못하고 한 발은 어정쩡하게 밖을 향해 내밀고 있게 되는 이유는 이 설정이
우리들이 그동안 접해왔던 스타들의 일상에서 전혀... 조금도 다를 바 없이 익숙한 설정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들에 계급과 국경을 초월할 만한 한 방있는 보편성이 있다고 느끼지도 못했다.
그냥 소소한 일상의 모습들이 기억에 남을 뿐이다.
그래서일까? 마지막 장면이 여운보다는 '생뚱맞다'고 느낀 나는 이제 정말 그냥 꼰대가 된걸까?

 

 

 

 

 

 

[Unstoppable/언스토퍼블]
directed by Tony Scott
2010 / US
Denzel Washington, Chris Pine, Rosario Dawson


토니 스콧 감독은 리들리 스콧과는 다르다.
그는 '걸작'을 만들어내는 감독이 아니라 '쾌작'을 만들어내는 감독이다.
적잖은 연세이심에도 여전히 그의 영화 속의 카메라는 생동감있고 감각적이다.
이 영화는 토니 스콧 감독이 오히려 얼마나 솔직하게 상업 영화를 대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거장의 발자취를 애써 따르려는 몇몇 감독들의 행보보단 차라리 이렇게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다듬고
보여주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고 동시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속도감을 잃지 않고 균형을 잡아 나가는 꽤 재밌는 스릴러.
그냥 재미를 느끼고 롤러코스터를 타면 될 듯.

 

 

 

 

 

[Red/레드]
directed by Robert Schwentke
2010 / US
Bruce Willis, Mary-Louise Parker, Morgan Freeman, John Malkovich, Helen Mirren, Karl Urban

이곳에 등장하는 주인공 4인방은 사실 영화 속에서 뿐만이 아니라 실제 삶 속에서도 이젠 원로 배우의 기로에 접어든 이들이다.
브루스 윌리스는 여전히 자신이 그의 필모그라피에서 축조해온 캐릭터를 그대로 끌고 나가며,
이는 모건 프리먼이나 존 말코비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르다면 헬렌 미렌 정도.
실베스터 스탤론의 [익스펜더블]이 과하게 질러대는 느낌이 강하다면 이 영화의 꼰대들은 적당한 피해망상과
적절한 액션으로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노장도 아직 죽지 않았고 건재하다는 단순한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이걸 엮어내는 솜씨는 만만치 않은 편이다.
또한 그동안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실세가 정치권에서 경제인들로 넘어간 이 시대.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미디어가 애써 감추려는 이 재벌들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가볍게나마 다시 한번 곱씹기라도 한다.

 

 

 

 

[Never Let Me Go/네버 렛 미 고]
directed by Mark Romanek
2010 / UK
Carey Mulligan, Andrew Garfield, Keira Knightley, Charlotte Rampling

[아일랜드]와는 비슷한 소재를 다루면서 대각선의 끝자락에 위치한 듯한 영화.
이 영화에서 정말 무서운 것은 복제인간을 용납하는 사회적 폭력의 묵인이 아니다.
정말 무서운 것은 이러한 현실에 전혀 저항하지 못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끔찍한 복제인간들의 수긍적인 태도들이다.
다가오는 죽음에서 벗어나려고 매달리는 유일한 희망이 고작 떠도는 소문 정도일 뿐이고,
순순히 메스에 몸을 맡기고 운명을 받아들인다니.
게다가 이들은 이러한 운명이 자신들에게 다가옴을 알면서도 다른 이들과 전혀 다름없이 사랑하고 질투한다.
슬프다. 그리고 이런 미래가 다가오지 말란 법이 없으니 더더욱 슬프다.


 

 

 

[Stone/스톤]
directed by John Curran
2010 / US
Robert De Niro, Edward Norton, Milla Jovovich

이상하게 필모그래피를 소모하는 느낌의 에드워드 노튼의 근작.
로버트 드니로의 존재감은 여전하지만 대강 뭐 하나는 빼놓고 연기하는 이상한 어색함.
그냥 기억에 남는다면 밀라 요보비치가 너무나 야하게 나온다는거.-_-;;;
그녀가 이렇게 퇴폐적인 캐릭터로 나오는 영화가 또 있었던가? 기억이 안난다.

 

 

 

 

 

[Rififi/리피피]
directed by Jules Dassin
1955 / France
Jean Servais, Carl Möhner, Robert Manuel, Janine Darcey, Pierre Grasset

이미 글을 올린 바 있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얼마전 감상한 줄스 다신 감독의 프랑스 느와르 걸작인 [리피피].
명확하게 3개의 구성으로 나뉘는 듯한 영화. 평범한 배신, 복수의 다짐. 그리고 치정이 이어지는 시퀀스가 넘어가고
전혀 대사없이 진행되는 보석가게 털이 장면 20분은 그야말로 기가막힌 몰입도를 선사한다.
인간이 가진 본성이 일을 그르침을 알려주는 마지막 부분의 압도적인 긴장감.
그리고 마이클 만 감독의 [히트]에서나 종종 봐왔던 프레임 속 방향성의 급격한 대조가 돋보이는 총격씬.
뭣보다 마지막 아이를 집에 데려다주려는 주인공의 처절한 드라이빙과
빠르고 불온한 호흡으로 편집된 영상은 이 영화를 결코 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미 자주 들러서 보는 분들이 많이 계신 줄은 알지만 한 번 올려 본다.
과거와 달리 단편영화를 위한 문턱이 디지털 가전의 발전으로 무척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저렴하게 구입해도 수백만원~수천만원의 카메라가 아니라 동영상 기능이 있는 DSLR등
(예를 들면... 가장 많이 활용되는 5D MarkII)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아이폰4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단편 영화의 또다른 문제는 이것을 대중에게 유통하는 방식이 매우 한정되어 있었다는 것인데,
 최근 Vimeo나 Youtube등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단편 영화를 공개하는 방식이 매우 활발해지고 있고,
이러한 공유 사이트를 통해 작은 시상식도 열리는 등 단편 영화가 대중에게 공개되는 방식은 확실히 오픈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러한 필름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문제는 이와는 또다른 별개의 문제이지만...
아무튼 기발한 실험적인 영상들이나 짧지만 몰입도높은 영화들이 제법 보이므로 자주 들러보셔도 좋을 것 같다.

국내의 경우 youtube 네트워크가 버퍼링이 너무 심해(패치나 dns 작업을 해도) 보기 힘든 반면,
아직까지 Vimeo( http://www.viemo.com )는 그나마 좀 나은 편이라 개인적으로는 vimeo를 자주 들르는 편이다.

네이버 블로그에선 iframe 태그가 안먹으니... 링크로 대신함.

 

[Ghost]
http://vimeo.com/18463462

directed by Tobias Gundorff Boesen
7분 46분 러닝타임의 단편 영화.

 

 

[Hi, I'm Carl]

http://vimeo.com/9900558
directed by Jack Tew
11분 3초 가량의 단편 영화.
대단히 흡인력있는 단편 영화.

 

 

[World Builder]

http://vimeo.com/16232441

directed by Bruce Branit
많은 히트를 기록했던 [405]의 공동 연출자인 Bruce Branit의 9분여 러닝타임의 단편영화.


[405]

405

directed by Bruce Branit
이왕 올린 김에... 대단히 유명세를 떨쳤던(인터넷에서) Bruce Branit의 단편 [405]도 감상.
벌써 10년이 된 단편영화.

 

[the Black Hole]
http://vimeo.com/15759511

directed by Diamond Dogs
3분이 채 안되는 SF 단편.

 

[Apple of My Eye]
http://vimeo.com/12819723
directe by Anna Elizabeth James, Michael Koerbel
마지막으로...
Vimeo를 통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아이폰4로 만든 단편 영화.
이 영화보고 많이들 놀라셨던...

첨언하자면... 난 전혀 놀라지 않았다.-_-;;;

이건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아마추어리즘과는 거리가 좀 있어서.(이 정도 나와주는게 당연... 뭐 이런 생각.ㅎㅎㅎ)

 


 

 

 

*
신년맞이한 첫날 우리 네 식구가 함께 한 일은 모두 함께 모여...
영화 본 씨리즈([Bourne Identity/본 아이덴터티], [Bourne Supremacy/본 슈프리머시], [Bourne Ultimatum/본 얼티메이텀])를 다시 주르륵 본 일.-_-;;;
도대체 몇 번째 재탕해서 보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전혀 지루하지 않으니 참...
다 보고나서 역시 Paul GreengrassMatt Damon이 호흡을 이룬다고 알려졌던 4편의 소식이 알고 싶어
정말로 정말로 저엉~말로 오랜만에 커밍순넷에 들어가서 검색해봤는데 헐... 결과는 영...-_-;;;
유니버설에서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의 상의없이 새로운 극본가를 영입했고,
기존의 조지 놀피(George Nolfi)의 극본을 폐기처분한 것이 직접적인 결과가 되어 결국 폴 그린그래스는 감독에서 하차했다는 것.
언제나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아니면 본 시리즈를 더 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던 맷 데이먼도 당연히 캐스팅에서 빠지게 되었단다.
(다들 아는 사실을 이제서야 찾아보고 말하는 것 같지만 혹시라도 모르셨던 분이 계시다면...)

 

 

 

 

폴 그린그래스, 맷 데이먼, 조지 놀피 이 세명의 관계는 매우 돈독한 것 같은데,
다들 아시다시피 폴 그린그래스의 2010년작 [Green Zone/그린존]에도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맡았고,
[본 얼티메이텀]의 극본가인 조지 놀피(George Nolfi)의 연출 데뷔작인
[the Adjustment Bureau/어저스트먼트 뷰로우]에도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맡았다.
조금 더 직접적인 문제는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예산을 초과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재정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유니버설측에선
이 부분에 대단히 민감해서 당장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대박 영화가 필요한 상황인 듯.

 

 

 



 

아무튼... 4편인 [Bourne Legacy/본 레가시][Michael Clayton/마이클 클레이튼]을 연출했던
감독 Tony Gilroy (토니 길로이)가 연출하게 되었는데 아쉬움은 많지만 토니 길로이 역시 [마이클 클레이튼]을 통해
진중한 연출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영화 자체에 대한 믿음은 여전한 것 같다.
토니 길로이가 최근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4편에선 본 시리즈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제이슨 본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듣고 무척 당혹스러웠는데... 그렇다면 원작에서는 제목만 빌려오고 내용은 완전히 다른 창작물이 된다는 소리지 않나.-_-;;;
원작과도 다르고, 제이슨 본도 없지만 앞으로의 본 시리즈도 이전처럼 강렬한 사실주의에 입각한 완벽한 연출을 기대해 본다.
어찌보면 맷 데이먼이 나온 본 시리즈는 가장 이상적인 트릴로지 형태로 끝을 맺었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의 초기대작인 [Dark Knight Rises/다크 나이트 라이즈]

2012년 6월 개봉을 목표로 작업 진행 중이라고 한다.
캐스팅에 대해 이래저래 말이 많았으나 공식적으로는 정확한 캐스팅에 대해 알려지지 않고 있고,

극본은 David Goyer가 크리스토퍼 놀란의 형제인 Jonah와 함께 공동 집필했다.
물론... David Goyer는 [Batman Begins/배트맨 비긴], [the Dark Knight/다크 나이트]의 작가였다.
최근에는 나탈리 포트먼이 캐스팅되었다는 말까지 나왔는데 그녀는 공식적으로 이런 소문을 부인했다.
그리고 역시... 에론 에크하트의 투 페이스는 에론 에크하트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과의 독대를 통해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등장하지 않음이 확실해졌고.(에론 에크하트는 꽤 실망한 듯 하나 잘 이해하고 있는 듯) 가장 말이 많은...
여자배우의 캐스팅은 정말이지 온라인에서 설왕설래가 장난이 아니던데, 커밍순닷넷에 올라온 11월 10일자 기사를 보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캐스팅을 위해 미팅을 가졌다고 알려진 여배우의 이름들이 짧게 언급되어 있다.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 키이라 나이틀리(Keira Knightley), 블레이크 라이블리(Blake Lively), 나탈리 포트먼(Natalie Portman-아닌 것으로 확인),

나오미 왓츠(Naomi Watts), 레이첼 와이즈(Rachel Weisz)등... 개인적으로는 블레이크 라이블리, 나오미 왓츠, 레이첼 와이즈 중

아무나 되어도 상관이 없다는.ㅎㅎㅎ   셋 다 넘... 매력있는 배우들이라.


 

 

 

 

 

 


누락된 2011년 기대작들 약간 추가.
한국영화는 왕창 추가.
정리할까...했는데 검색해보니 이미 방대한 2011년 개봉 예정작을 잘 정리한 분이 계신다.
그분 포스팅을 링크.
예고편은 미친 듯 끊기는 유투브가 아닌 imdb로 링크 걸었음. 클릭하면 새창으로 뜨니 부담없이 감상하시길.

 

 

[Hanna/한나] directed by Joe Wright
예고편 : http://www.imdb.com/video/imdb/vi3969948441/
후반 해변 영국 패잔병들의 모습을 놀라운 롱테이크로 잡아냈던 [Atonement/어톤먼트]의 감독인 조 라이트의 기대작.
이전작들의 서사적 드라마와는 달리 이번 영화는 전형적인 스릴러.
다만, 예고편만 봐도 그 분위기가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기대작.

 

 

 

 

 


[Red State/레드 스테이트] directed by
예고편 : http://www.imdb.com/video/imdb/vi1235524377/
개인적으로 아주 기대하고 있는 영화 중 한 편.
코미디 장르의 감독으로 알려진 케빈 스미스가 호러 필름이라니 의아하면서도 기대가 된다.
그의 DVD 박스셋 오픈케이스를 올린 적 있을 정도로 개인적으로도 아주 좋아하는 감독.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광기를 잘 그려낸 영화가 될 듯.

 

 

 



[the Tree of Life/트리 오브 라이프] directed by Terrence Malick
예고편 : http://www.imdb.com/video/imdb/vi612735001/

감독이... 테렌스 맬릭이다.

아... 정말 감독님 자주 좀 뵈어요.

예고편만으로도 인상깊은 장면이 너무 많다. 아... 이 영화 정말 기대된다.

 

 

 



[Rabbit Hole/래빗 홀] directed by John Cameron Mitchell
예고편 : http://www.imdb.com/video/imdb/vi3003816217/

감독이 존 카메론 미첼인만큼 뻔한 드라마가 아닐 거라 예상할 수 있다.

 


한국 영화 2011년 개봉 예정작 정보는 이곳에서 보시길.
맘먹고 정리하려고 했는데 검색해보니 이렇게 잘 정리해놓은 분이 이미 계신다.
http://blog.naver.com/hcr333/120120487784
아주 잘 정리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정성일씨가 감독 데뷔한 [카페 느와르] 보고 싶다. 정유미씨가 나오니 더더욱... 이젠 개봉해야지.
[황산벌]을 재밌게 본 터라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도 보고 싶고, 전규환 감독의 [댄스타운]도 보고 싶다.
임찬익 감독의 [체포왕], 박인제 감독의 [모비딕]도 리스트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내 취향의 영화는 아니지만 민규동 감독이 연출했으니... 땡기고,-_-;;;
유키사다 이사오, 장준환(오랜만이십니다...), 위싯 사사나티엥 감독의 옴니버스인 [카멜리아]도 땡기고.
이미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 전에도 언급한 김태용 감독의 [만추]도 보고 싶다.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날린([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 박훈정 감독의 데뷔작 [혈투]도 관심이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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