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itress/웨이트리스] directed by Adrienne Shelly
2007 / 108 min / US

주말에 본 세편의 영화는 [Beowulf], [Waitress], 그리고 [색계]였습니다.
세 편 모두 각각 모두 대단한 인상을 남겨주네요.
로버트 저메키스란 이름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Beowulf/베오울프]를 통해 여실히 알 수 있었고,
[색계]는 거창한 이데올로기도 사람과 사람의 연정 앞에선 무뎌지고 무너지는 것이고, 거시적으로 그런
관계가 휩쓸고 온 역사에 대한 이안 감독의 진중한 정신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색계]에서의 섹스씬은 그 강도가 상상을 초월한 것이어서... 말초신경이 화끈화끈 초자극되더라는...

그래도 가장 즐거운 영화는 애드리언 쉘리 감독의 [Waitress/웨이트리스]였습니다.
마치 데이빗 린치가 말랑말랑한 로맨스 영화를 만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은 이 몽롱한 기운의,
하지만 범상찮은 메시지와 통찰력을 지닌 이 놀라운 영화는 저의 완소 영화인 [Factotum]에서 소설가 지망의
개망나니 맷딜런의 여자로 나왔기도 하며, 뭣보다 Hal Hartley 감독의 전성기인 1990년 발표한 [Trust]에서
나왔던 그 앳된 여주인공이 바로 Adrienne Shelly입니다.
(몇몇 분들이 할 하틀리가 그저그런 감독이라고 마구 끄적거리는 글들을 자주 봤는데... 개인적 주관과
연출자의 영향력에 대한 평가는 분명히 다른 부분입니다)

그러니까 Adrienne Shelly는 사실상 미국의 인디영화를 지켜온 산 증인이죠.
1966년생으로 저보다 네살 많은 이 재능많은 여배우는 2006년 꿈에 그리던 장편 데뷔를 하게 되는데,
그 영화가 바로 [Waitress]입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그녀는 영화가 개봉하기 직전인 2006년 11월 집 화장실에 목메어 숨진 채 발견됩니다.
일단 자살 판정했으나, 남편이 그녀가 자살할 이유가 절대 없다고 자살 소견을 일축하였고,
그녀의 지갑의 현금이 없어진 점등을 감안, 경찰도 재조사를 벌인 끝에 인근 공사인부인 19세의 에쿠아도르
이민자 소년을 살인 혐의로 체포합니다.
그에 따르면 공사장 소음을 항의했던 에드리언 쉘리를 쫓아 들어간 후 강도짓을 하고 살해 후 자살로 위장
하였다고 하지요.

어쨌든... 정말 많이 안타깝습니다.
이 재능많은 배우이자 감독은 그렇게 딱 하나의 데뷔작만을 남기고 떠나갔네요.

이 영화는 파이 만드는 데 천부적 재능을 가졌지만 막되먹은 자기 멋대로+의처증의 남편에 쥐어잡혀
옴싹달싹 못하고 사는 웨이트리스 '제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원치않는 임신을 하게 되고, 그 와중에 포메터라는 남자를 만나면서
조금씩조금씩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게 됩니다.
목표도 없던 그녀의 삶이 사랑과 목표와 신의라는 단어들이 조금씩 채워지게 되는거죠.
무척 뻔한 이야기지요?
하지만 이런 뻔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감성적인 솜씨는 놀랍답니다.
등장 인물 전체가 바람을 피는 이 기가막힌 이야기는, 그들 삶 하나하나를 애정을 갖고 바라본 애드리언
쉘리의 깊은 통찰력으로 놀라운 설득력을 갖고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아직 보지 못하신 분이 계시면 꼭 보시라고 추천해드리고 싶은 영화랍니다.

 

 

 

 

 

 

 


**
여주인공 Keri Russell은 정말 매혹적인 마스크를 가졌죠.
그녀의 다른 영화인 [the Girl in the Park]도 매우 좋은 평가를 얻었습니다. 여기선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죠.

(이 영화엔 시고니 위버와 케이트 보스워스도 나옵니다. 주연은 시고니 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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