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猪飼野 追憶の1960年代 / 이카이노 추억의 1960년대』



조지현 사진집





TVN의 '어쩌다 어른' 9월 12일 방영분에 박찬일 쌤이 출연하셔서 강연을 하셨다.

 

 

 

 

개인적으로 찬일쌤의 음식에 대한 근원적 성찰, 섭식 행위를 통해 시대상과 역사를 아우르는 인문학적 식견에 매번 '격렬하게' 공감한다.

어쩌다 어른 9월 12일 방영분에서도 '음식'을 통해 엮어내는 인문학적 통찰력을 무겁지 않게, 하지만 강렬하게 들려주셨다.

관심있는 분은 다시보기로 한 번 보셔도 좋을 듯.


이 방송에서 찬일쌤께선 여러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시지만,

고국이 해방되었음에도 돌아갈 수 없었던 재일교민들이 살기 위해 버리다시피 한 내장등의 부속을 요리한 호루몬구이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셨다.


난 박찬일 쌤께서 1940~60년대에 일본에서 온갖 차별을 받으며 살아남아야했던 재일교포들의 애환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찬일쌤께 무척 많은 책을 선물받았는데 그 중에는...

 

 

 

 

 

 

 

이 책도 있었다.

그러니까 방송에서의 '호루몬구이'이야기는 방송용 소재가 아니라 박찬일 쌤께서 진작부터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자이니치 이야기.

찬일쌤께서 이 책을 건네주시면 말씀하시길,

이 책은 다이빙벨의 안해룡 감독님께서 오사카에서 열린 고 조지현 선생님 회고전에 가서 구해오신 책이라고 한다.

그런 책을 내게 건네주셨으니... 정말 감사한 일.



『猪飼野 追憶の1960年代 / 이카이노 추억의 1960년대』


조지현 작가가 지금은 지명이 소멸된, 재일교포들이 밀집해 거주한 이카이노 猪飼野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으로 초판은 2002년 발행되었다.

이카이노는 오사카에 속해있던 지역의 지명인데, 과거 백제인들이 터를 잡고 멧돼지 사육기술을 전파시킨 곳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 때는 오사카 - 제주 정기 직항 선박인 기미가요 마루...가 취항하여 제주도 출신의 조선 인구가 급증하였으나,

45년 해방 이후 제주도 출신의 약 2/3가 다시 제주도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후 역사적 비극인 제주 4.3 항쟁을 통해 다시 많은 제주도 출신 한국인이 이곳으로 피난오다시피 돌아왔고 이를 중심으로 교민사회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제주도 출신의 조지현 사진작가는 힘겹게 타지에서 살아나간 이카이노 지역의 재일교포들을 사진 하나하나에 담았다.

그 자신 역시 이카이노에서 10년을 살았지만 촬영 기간인 1965~1970년은 남북의 대립이 격화되어 재일교포 사회까지 뒤흔들었기에 지역에서도 살벌한 기운이 보통이 아니었다고 한다.

골목 풍경을 촬영하면 갑자기 물을 뿌리거나 촬영된 필름을 내놓으라고 하는 이들도 생겼고,

심지어 조직의 스파이로 오해받기도 했단다.

그래서 그는 한달 가량 카메라를 내려놓고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며 만나는 모든 사람과 인사하며 경계심을 푸는 일부터 했다고.



이 책을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혹시라도 보이면 꼭 한번 펴보시길.


그 당시 온갖 멸시와 차별을 받으면서도 묵묵하게 살아나간 재일 교포, 아니,

사람들의 치열한 모습들이 정말로 생생하게 담겨있다.

의미 뿐 아니라 사진집으로서도 놀라운 성취를 이룬 책이라 생각해서 생각난 김에 올려본다.


이 사진집의 마지막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으로 채워져있다.

사진집을 넘기다 마주하는 그 아이들의 눈빛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불안한 눈빛으로 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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