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골라주는 남자>, 노중훈 글/사진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8123097

 

 

 

아무리 적절한 기준에 따라 음식점을 선정한다고 하더라도 미식이라는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이므로 잣대 역시 절대적일 수 없다.

미식의 행위는 분명 어릴 적부터 훈련되어온 과정과 이후 무의식적으로 경험해온 모든 섭식의 과정 끝에 분명한 개인의 주관이 확립되는 법이니 누군가에겐 최고의 성찬이 누군가에겐 한심한 빈찬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어떤 미식 경험에 만족하느냐 역시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미식이 개인적 주관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나같은 평범한 사람이 미식 행위를 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정보에 의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블루리본', '코릿', 그리고 이젠 '미쉐린 가이드' 등의 전문성을 내세운 미식 평가 기관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기도 하며 영향력있는 블로거, SNS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기도 한다. 

이들의 특징은 대체적으로 식당 줄세우기를 한다는 점이다. 리본으로, 순위로 때론 별 갯수로 말이다.

심지어 매체들은 걸핏하면 ~3대 천황, 5대 천황...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자신의 식담을 과시하거나 보여주기에 여념이 없다.

가히 식당 정보만큼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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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중훈 작가를 올 6월, 우연찮게 본 적이 있다.

서교동 진진에서 친구들과 모임을 갖고 있었는데 옆 테이블에서 꽃들에 둘러싸인 노중훈 작가를 볼 수 있었고 그때 인사를 드릴 수 있었다.

고작 인사를 드린 것 뿐인데 노중훈 작가는 진진 왕육성 선생님께서 내주신 그 귀한 술을 우리 테이블까지 오셔서 직접 친구들 잔에 따라 주셨다.

내가 듣기론 그 자리가 그즈음 막... 파장을 알린 '주방장과 작가' PD, 작가들과의 모임이었다고 하셨다.

(이 책 서두에 본인이 95kg 이라고 적으셨으나 내가 직접 본 바로는 절대 그렇게 '비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비대해보이지.ㅎ)

그때 본 노중훈 작가의 그 선한 인상은 무척 호감이 갔다.

방송에서 듣던 그 편안함과 전혀 괴리없던 인상이 무척 인상적이었던거지.

아는 분들은 다 아는 사실이듯 '몽로'의 박찬일 선생님과는 남다른 인연을 이어오는 분이기도 하다.

워낙 각별한 인연인 두분이신지라 방송에서 두분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톰과 제리같은 분위기의 이야기 속에서 두분의 두터운 신뢰를 느낄 수가 있다.

그런 막역한 사이여서 가능하겠지만, 박찬일 선생님은 미혼이며 탁월한 먹성을 보여주는 노중훈 작가에게 '독신 먹보'라는 짠한 애칭을 달아주시기도 했다.-_-;;;

(난 '독신먹보'라는 애칭에서 짠함과 정겨움을 동시에 느낀다...-_-;;;)

두분의 톰과 제리 스타일의 경쾌한 이야기는 그간 '주방장과 작가'에서 들을 수 있었으나 아쉽게 지난 6월 종방되어 더이상은 들을 수 없고, 지금은  노중훈 작가께서 진행하시는 MBC 표준FM '여행의 맛' 속의 코너 '박찬일의 맛'이란 코너를 통해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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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노중훈'이라는 이름 석자를 알게 된 것은 몇년 전, MBC FM에서 이진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아침 방송을 통해서였다.

그때 매주 목요일인지 금요일인지 잘 기억이 안나지만 노중훈 여행작가가 이 방송에 출연하여 음식과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돌이켜보면 여행보다 어째 음식을 얘기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ㅎㅎㅎ), 그때 그 수더분하면서도 차분하고 편안한 말투가 인상깊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어쩌어찌하여 알게된 노중훈 작가의 페이스북을 보면서 아, 이분은 여행과 미식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분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건 무척 당연하단 생각도 든다.

나 역시 개인블로그를 통해 아무리 좋은 여행도 마지막 먹은 음식이 엉망이면 그 여행을 망친 것 같고, 여행지가 그닥 인상깊지 않았어도 먹은 음식이 만족스러우면 그 여행 자체가 오래 기억된다...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던가.

미식이 여행의 전부는 아니지만 결코 따로 구분지어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바일 것이다.

노중훈 작가가 여행작가로서 상당히 이름 석자를 많이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첫 책이라는 사실이 대단히 의외이긴 한데,

아무튼 책을 준비하고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는 내심 와이프와 함께 많이 기다렸다.

그리고 12월 8일.

서점을 통해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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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식당 골라주는 남자>는 총 10개의 테마를 정하여 각각의 테마마다 10곳의 집을 소개, 총 100곳의 식당을 소개하고 있다.

당연히 책의 볼륨은 두꺼운 편인데 판형을 살짝 작게 만들어 여행 가방에 넣고 다니기 수월하도록 고려한 듯 하다.

내부의 편집 디자인도 상당히, 정말 상당히 깔끔하고 보기 편하도록 잘 구성되어있다.

대부분의 식당을 두 페이지, 그러니까 한장이라는 지면을 할애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식당의 사진은 텍스트를 거드는 역할에 충실한 정도다.

노중훈 작가가 여행 작가로서 상당히 인상깊은 사진들을 보여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럴싸한 음식 사진을 기대한 분들은 아쉬울 수 있으나 지면의 할애 공간을 감안하여 내린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사진의 존재감이 자세를 낮추니 당연히 텍스트가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으레 식당을 표현할 때 등장하는 과장된 표현이나 어색하기까지 한 수사가 붙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이 책의 식당 소개글은 대단히 그 표현이 절제되어있다.

조금더 오지랖을 부릴 만도 한데 과도한 제스처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엔 조금 더 이야기를 할 것도 같은데 끝을 맺기도 한다.

과장된 수사가 걸러내지니 당연히 음식과 식당의 존재감이 균형을 맞추는 느낌이 드는거지.

단순히 하나하나의 음식에 치우치지 않고, 그 음식을 내는 공간으로서의 식당에 대한 애정의 시선 역시 간과하지 않는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주변에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블루리본, 미쉐린 가이드, 코릿 등을 통해 접했던 음식점의 그 변방, 하지만 실제로 가장 우리들의 발걸음이 쉬이 행할 수 있는 곳.

그러면서도 잘 알지 못하거나 허름하다고 지나치기 쉬웠던 집들까지 이렇게 소개하는 책이 그동안 있었던가...싶다.

(물론 허름한 집이 기준이 된 것은 결코! 아니다. 이자카야 카덴, 몽로, 류지같은 집들도 어김없이 소개되어있다. 그러니까, 이 책에 소개된 집들은 정해진 바운더리가 없다. 그저 노중훈 작가가 의미를 두고 있는 맛있는 식당들인 것이지. 그러니까 바운더리 없는 바운더리. 말장난같지만 딱 그런 느낌)


여러명의 필진이 모여 만든 책도 아니고 혼자 꾸며낸 식당 소개라니.

게다가 이처럼 따뜻한 애정이 가득 담긴 식당 소개 책이라니.

여러분 미식 기행의 편안한 벗이 될거라 생각된다.

 

 

 

 

 

직접 뵌 바,

95kg 이라는 말은 믿기 힘들다.

그렇게 비대한 분은 아니었다.

 

 

 

 

 

 

 

 

박찬일 선생님께서 추천사를 써주셨다.

이런 추천사를 읽은 적이 없다.

오랜 인연, 애정어린 시선, 허물없는 신뢰가 느껴지는 추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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