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 in the Shell>(2017) 3월 개봉 예정


오시이 마모루의 역작 <공각기동대>는 1995년에 공개되었다.
난 그해 가을인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아무튼 미국 Manga Entertainment에서 출시된 레이저디스크(LD)를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날... 당시 사귀던 여친과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로 나가려고 할 때 막... DHL로 소포가 도착했다.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던 나는 결국 여친과의 약속이 있었음에도 못나갈 것 같다고 일방적으로 전화하고는-_-;;; 집에서 포장을 뜯고 바로... 감상에 들어갔다.(당연히... 난 그 뒤로 2~3일 정도 화난 여친을 달래느라 애써야 했다)

작화 자체가 원작 코믹스와도 차이가 있었고 그 당시 일반적인 애니메이션과는 제법 차이가 있는 현실적인 캐릭터 디자인도 인상적이었으며 한번 봐선 그 주지하는 메시지가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는, 뭔가 심오한 듯한 분위기도 좋았다.
가와이 켄지의 음악 역시 작품의 풍요로운 질감을 살려주는데 단단히 한몫 했고 한편으론 뭔가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연상케하기도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러닝타임이 무척 짧은 편이었다는 점(70여분), 그리고 인상적이지만 밀도있는 임팩트는 부족하게 느껴진 액션씬...정도가 아쉽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95년에 발표된 이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는 곱씹을 만한 요소가 넘쳐나는 깊이있는 작품이었다.
고도로 발전한 네트워크 사회가 현실과 구분이 가지 않는 것을 넘어서 개인이 응당 의지하기 마련인 추억과 기억 조차 조작될 수 있고 네트워크 상에 고스트로서 존재하는 인형사를 통해 인간과 컴퓨터가 결합되는 전뇌화를 본격적으로 다룬 애니메이션으로 그전까지 폴 버호벤 감독등이 <토털리콜>(1990)에서 다룬 가상현실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공각기동대>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된 시로 마사무네의 '공각기동대'의 연재가 시작된 것이 1989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이들의 테크놀로지를 해석하고 예견하는 수준에 혀를 내두르게 되기도 하는데 1989년이면 우리가 잠실운동장에서 비둘기 날린 지 고작 1년 뒤다.

아무튼...
애니메이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공각기동대>가 헐리웃에서 실사화되고 있고 2017년 3월에 개봉을 한단다.
트레일러 공개 전부터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 -일방적 백인 캐스팅) 논란은 트레일러가 개봉된 뒤 잦아드는 모양새이긴 하다.
쿠사나기와 스칼렛 요한슨 사이에선 어떤 접점도 찾아보기 힘들지만...-_-;;;
그보다 문제는 이 영화를 연출하고 있는 루퍼트 샌더스...라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루퍼트 샌더스가 정식 장편 데뷔한 영화는 <Snow White and the Huntsman>(2012)이었는데 이 영화가 아주 형편없는 판타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원작 애니메이션의 진중하고 깊이있는 메시지와 분위기를 얼마나 살려낼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은 사실... 지울 수가 없다.
예고편을 보니 원작을 완전히 그대로 구현한 장면도 보이던데 일부 장면을 보니 불안감도 스멀스멀...ㅎ
잘 나오길 바랄 뿐.

 

 

 

+
개인적으로는 오시이 마모루의 <인랑>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 영화가 꼭.. 실사화되었음...하는 바램이 있다.
물론 실사화 작업의 감독은 절대로 오시이 마모루가 되어선 안되고.ㅎ

 

 


++
고도화된 네트워크 사회에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완전히 무너뜨린 애니메이션이 이로부터 3년 뒤 TV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이게 되는데 그건 바로 <Serial Experiments Lain / 레인>이었다.

 

 

 

+++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워쇼스키 자매(형재->남매->지금은 자매)의 <매트릭스/Matrix>에서 가상현실로 dive할 때 머리 뒤에 케이블을 꽂는 장면은 누가봐도 <공각기동대>의 dive 장면을 연상케한다. 실제로 워쇼스키 자매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두려 섭렵한 광팬이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마찬가지로.

 

 

 

 ++++

혹시나해서...
LD는 레이저 디스크...로 당시 VHS(비디오테이프)를 대체할 첨단 디지털 미디어로 기대되었던 영상기록매체다. 하지만... 몇년 뒤 시장에 선보인 DVD에 의해 완전히 패퇴당하여 순식간에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하게 사라진... 비운의 영상매체.

 

 

 

 +++++

일본 애니메이션을 굳이 미국의 샵을 통해 구입한 이유는 그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일본 문화 수입 금지 조치가 있던 때라...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을 들여오면 양재세관이나 인천세관에 무조건 압류되었기 때문이다.-_-;;;
미국에서 들어오는 소포의 경우도 종종 압류를 했는데 그런 경우 내가 구입한 돈을 고스란히 다 날려먹는다.
한번은... 양재세관에서 내 소포를 압류했다는 내용물을 우편으로 받은 뒤 완전히 꼭지가 돌아 그들이 보는 앞에서 내가 주문한 애니메이션 VHS와 LD를 다 밟아 부순 적도 있다. 정말로...
이후 DHL, FeDEX로 쉬핑옵션을 바꾼 뒤론 한번도 세관에 걸린 적이 없었다는게 참...

 


 

++++++

1995년 공개된 <공각기동대>의 trailer.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