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시작됐다.
타이거 운동화와 양웅이었던 월드컵 슈즈가 아니다... 프로 월드컵도 아니구.
톨게이트의 매표원들까지도 Be the Reds... 티셔츠를 입고 있다(며칠 전부터).
2002년 월드컵을 위해 지었던 근사한 경기장들은 4년간의 초라한 성원은 아랑곳없이 다시 장사진을 이룰 예정이다.
아마 4년 만에 꽉 들어차는 경기장들일거다.

나도 월드컵을 즐긴다.
비록 거리 응원을 하고 싶은 마음은 쥐뿔만큼도 없지만(그게 싫다기보다는 이 광풍이 싫어서)
어쨌든 진정 선전하길 기원한다. 월드컵은 이미 아마추어리즘에 입각한 스포츠 정신을 잃었다.
사실상 이것도 또다른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많은 분들이 이미 그렇게 생각한다.

어제 우리 동구형님의 호주와 일본의 대전을 봤다.
난 늘 일본에 대해 우호적이었으나... 어제는 자연스럽게 호주를 응원하게 됐다.
아마도 동구 형님 때문이었을거다. 동구 형님이 철저한 계산에 따른 완벽주의자라는 걸
알면서도 그의 놀라운 미디어 장악력에 나도 놀아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난 아직도 환타지가 있나 보다.
동구 형님의 팀이라는 이유로 별 관심 개뿔도 없던 호주를 응원하다니.

'일본에 승리한다면 그것은 한국을 위한 것이 될 것이다'라는 말로,
앞으로 향후 몇년 간 국내 대기업 CF는 따놓은 당상인 동구형님이 드라마 같은 역전승까지 했으니...
정말이지 CF 계약은 또다시 동구형님의 차지다. 보르도도 모델을 바꿀 지 모른다!

네이버의 댓글은 원래 지저분하다.
뭐... 국내 네티즌의 60% 이상이 이용하는 최고의 포털이니 뭐 그만큼 찌질이도 많겠지만...
이번 호주/일본 전의 댓글은 90%가 훠얼~씬 넘는 압도적 차이로 일본을 비아냥거리고 완전히 깔아 뭉갠다.
알고 있다. 2ch에 흔히 말하는 혐한론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제 원숭이=일본인이 완전 자리잡았고, 일본은 라이벌이 아니라 3류국이라는 이상한 인식도 팽배하다.
누구 말대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을 얕잡아 보는 나라... 바로 한국인 것이다.
차범근 해설위원이 일본이 잘할 때 칭찬한 걸 갖고(부족한 점도 분명히 명쾌하게 얘기했다. 나도 MBC를 봤으니까)
왜 일본색을 드러내느냐는 한심한 인간들도 있다.

문제는...
이제 이게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란거다.
일본도 2CH에 가보면 한국을 까대는 글로 아주 넘쳐난다. 넘쳐나...
인터넷은 교류의 폭과 의견의 교환이라는 장을 마련해주기 보다는, 액티브 턴 배틀 방식의(흐...게임 때문에 이거...)
변종된 일방 통행의 의견때문에 단편적인 사안의 비판 등으로 넘쳐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타이핑을 해야하고, 대부분 글자 수도 제한되어 있으며, 자신의 글이 다른 이의 글들로
쉽게 묻히고 잊혀 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쉽게 자신의 감정을 한정된 말로 쏟아 붓는 것에 전념하기만 할 뿐이다.

이건 정말이지...
편견과 선입견으로 가득 찬 눈으로 한쪽 밖에 바라보지 못하는 극우/수구 주의자들의 모습과 별 다를 바가 없지 않나??
인터넷 문화, 아니, 게시판 문화가 창궐하면서 도리어 국민의 성향은 점차 보수화되고 있는 것도 이런 영향이 아닐까?
한국도 일본도... 그리고 미국도, 전세계도 말이다.

오늘 밤 10시에 토고와의 경기.
열심히 집에서 응원할 거다.
그리고 14일 오전 일찍... 난 네티즌들이 말하는 원숭이들의 나라에 도착할 것이다.

제발...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 봤으면 좋겠다.
이건 나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중국인을 세상의 벌레만도 못한 종족으로 늘 생각하고 있는 나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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