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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가대표...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이젠 해외 셰프와도 요리 '대결'을 한단다.
음식이 예능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눈뒤집고 고깝게 볼 마음은 없다.
물론 우리나라의 음식에 대한 관심은 미식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발생하는 자연적인 현상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예능의 소재로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까지 욕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요리 '대결'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냉장고를 부탁해'의 시청률이 정보 전달의 성향이 강한 올리브TV나 오늘 뭐 먹지...같은 프로그램을 압도하는 것을 보면 우리들은 음식 방송, 그리니까 쿡방을 통해 미식에 대한 정보를 얻고 공유하기보단 새로운 소재를 통해 새로운 경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원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온전하게 카메라 앞에서 레시피를 소개하고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론 안된다는거지.

쿡가대표에서 소개되는 해외의 미슐랭 음식점은 사람들이 가봐야 얼마나 가봤을까?
우리가 그 음식점의 요리를 맛보지도 않았음에도 TV는 평가의 기준도 애매한 형식을 갖다 붙여 승부를 내게하고 손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음식에도 애국심을 투영시켜 경쟁심을 조장하고 국가간 경쟁심리를 조미료 듬뿍 치듯이 프로그램에 쏟아 붓는다.
남은건 이제 점점 더 자극적인 설정과 낚시 예고들이겠지.
더더욱 가관인건... 출연자들이 태극기가 부착된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거다.
이제 요리의 영역도 우리나라에선 온전히 결과만 중시되는 경쟁 스포츠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씁쓸하다.
출연 중인 셰프들이 이와 전혀 다른 출연 의도를 갖고 있더라도 방송 자체의 방향성이 워낙 명확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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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101이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유명 기획사, 듣도보도 못한 영세 기획사에서 데뷔를 위해 준비 중인 걸그룹 연습생들 101명을 모아놓고 경쟁을 벌여 시청자의 투표를 통해 최종 11명을 추린 후 이들이 약 1년간 하나의 걸그룹으로 활동하게 된다는 컨셉의, 역시나 서바이벌 오디션.
이미 몇몇 참가자들이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출연 분량이 많다는 이유로 형평성의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 기획사도 아닌, 사실상 MNET이 주체가 되어 걸그룹을 결성한다니 이미 찍어놓은 후보들을 위주로, 혹은 다른 이유등으로 일부 출연자들에게 카메라를 많이 비출 것을 예상 못한다는게 바보다.
상업방송에서 그런 공정성을, 특히 CJ E&M같은 곳에 그 정도의 공정성을 기대한다는게 얼마나 바보짓인가.
(그간 이들이 보여준 슈퍼스타K등의 편집을 보시라. 온갖 논란이 지속되어도 출연자를 한순간에 지탄의 대상으로 만드는걸 결코 포기하지 못하는 그 모습들을 보시라)
물론 프로듀스101이 기존 CJ E&M 계열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악마의 편집이라고 칭할 만한 요소를 많이 제거했고, 참가자들의 눈물에 집중하여 그녀들의 절박한 심정을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곤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참가자들의 열정을 이용해 사실상 그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얼마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연습생들이 장기간 프로그램 출연을 하면서도 출연료가 한푼도 없다는 계약서가 까발려져 논란이 되고 있지 않나.
이건 뭐 거의 양아치 시정잡배 수준도 못되는 갑질이라고 비난받을 만하다.
짧게는 1년여, 길게는 5년 넘게 연습생으로 땀을 흘리며 데뷔 한번 해보고 싶어 온갖 역경을 감내하는 어린 그들에게 그 열정과 열망을 이용해 출연료는 없으나 나와서 잘하면 데뷔할 수 있다는 사탕발림으로 이른바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이 깡패질을 어떻게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냐는거지.

더 큰 문제는,
지난 방영에서 1~61위까지를 걸러내어 62위 이하는 모두 퇴소 조치를 했다는 것인데 방송에선 '이것이 끝이 아니라 더욱 열심히 할 것이다'라는 일부 연습생들의 다짐을 뭔가 감동적인 것처럼 포장하여 보여줬다.
하지만 형평성의 문제를 떠나 이미 방송에 수주간 노출이 된 연습생들 중 61위 안에 들어오지 못한 연습생들의 '상품가치'에 대해 퇴소 조치된 연습생들의 기획사에서 의구심을 품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녀들이 정말 온전히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더 열심히 한다고 데뷔...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혹시 이 프로그램이  될성 부른 떡잎만 골라 추리고 나머지는 쳐내려는 기획사들에게 좋은 빌미만 주는게 아닐까?

이제 이런 젊은이들(아니... 프로듀스101 참가 연습생 중에선 어린 소녀들이라고 표현해야 맞는 연습생이 더 많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서 재미의 소재로 삼고 줄줄이 서열을 만들어 쳐내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환멸을 느낀다.
지난 주 방영분에서는 몰카랍시고 한명한명 연습생을 인터뷰하면서 담당 VJ가 고가의 ENG 카메라를 실수인 척 넘어뜨려 카메라가 망가지는 상황을 만들고 이 상황에서 연습생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여주던데 난 이 몰카를 보고 분노가 치밀더라.
아무리 몰카를 통해 이런 상황에서도 오히려 자신이 잘못해서 카메라가 부서진 것이라며 VJ 대신 잘못을 뒤집어쓰는 연습생들의 마음씨를 보여줬다고 해도 그 짧은 시간 그들이 느꼈을 난감함과 곤혹스러움을 생각하면 난 정말 제작진이 경멸스럽다.
결과만 감동적이면 과정이나 의도따위야 어떻든 상관없는 것 아니냐는 이 나라의 얄팍한 철학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아 속이 상한다.

그래,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11명의 최종 멤버가 선별되고 그녀들이 데뷔를 하게 되면 그때 이들에게는 화려한 레드카펫이 깔리는걸까?
데뷔 이후 왕성한 활동을 해온 AOA가 3년 만에 멤버들에게 수익 정산을 해줬다는 기사를 보시라.
(http://www.redian.org/archive/97034 관련기사)
3년은 커녕 몇개월 만에 활동을 접고 데뷔에 의미를 둔 채 명멸하는 수많은 보이그룹, 걸그룹들을 생각한다면 우린 정말 젊은이들의 열정을 줄세우고 이용해먹는 파렴치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그리고 이게 딱... 지금 이 나라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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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yle.nikkei.com/article/DGXMZO97098950Z00C16A2000000?channel=DF280120166607

얼마전,
일본의 전 축구국가대표였던 나카타 히데토시가 「JAPAN CRAFT SAKE COMPANY」를 설립해 사장으로 취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카타 히데토시는 은퇴 후 일본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일본 고유의 전통문화가 점점 쇠퇴하고 있다는 현실을 절감하고 여러 문화 중 특히 일본의 전통술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실제 양조장을 방문해 관련 지식을 습득했다고 한다.
이러한 관심은 사업 실천으로 이어져 2월 5일~2월 14일 도쿄 롯뽄기에서 'CRAFT SAKE WEEK'를 개최하여 일본 양조장들의 양조인들을 불러 일본술을 소개하는 행사를 가졌다.
단순히 일본술만을 소개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 나카타는 일본술을 위한 도기 제작은 물론, 일본술과 잘 어울리는 이탈리언, 프렌치 요리 메뉴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나타카 히데토시의 새로운 여정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내게 그건 그닥 중요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체육계와 성공한 체육인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마음이 무거워진다.

내 아들 역시 운동선수인데 내가 우리나라의 운동선수를 폄훼할 마음 따위 없다.
척박한 환경에서 일어나 세계 스포츠계에 굵은 족적을 남긴 선수들이 어디 한둘인가.
다만... 우리에게 기억되는 스포츠인들이 화려한 현역 생활을 뒤로 하고 은퇴한 뒤 하는 말들은 하나같이 똑같다.

'후배들이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이 말이다.
난 그들을 비난하는게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다만, 너무나 답답한 것은 왜 국가가 마땅히 해야할 일을 자꾸 성공한 개인의 사회적 채무인양 느끼게 하냐는거다.
사회 체육의 인프라 따위 일본과는 비교하기가 민망하며, 학원 스포츠라는 개념 조차도 우리나라는 없다.
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운동선수가 되었다면 으례 성적은 곤두박질치는게 당연하고,
그러다 경쟁에서 낙오되면 사회에서 가장 밑바닥의 일밖에 할 일이 없는, 인생의 패배자로 만드는게 우리나라 체육의 현실이지.
이걸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시스템이 부담해야할 비용을 개인의 부모에게 전가하는 일이 허다한 것이 이 나라의 현실이다.
그러니... 성공한 한국의 스포츠인들은 은퇴 후 하나같이 '후배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말을 하기 마련이다.
그들에겐 후배들의 열악한 환경을 차마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지.

왜 우린 사회가 감당해야할 비용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까?
스포츠 강국이라고 우쭐댄 것이 도대체 언제부터인데, OECD 가입국이라고 허세떤게 도대체 언제부터인데 우리 체육계는 왜 구태에서 한발자욱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걸까?
왜 성공한 스포츠 스타들이 하나같이 수십년 돌림노래하듯 '후배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이란 말을 되뇌는 것을 봐야만 하는걸까?
(물론... 체육인들이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하는 환경으로 인한 문제도 분명...있다고 생각한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이 나라는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바뀔 수 있을까?
정말 선거 잘하면 나라가 바뀔까?
정말 젊은이들이 투표장에 우르르 몰려가 투표하면 나라가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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