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카톨릭청년회관 갤러리 '다리상자'에서 있었던 영상집단 VCR의 전시를 본 적이 있다.

이 섬같은 블로그에 찾아와주시던 분을 통해 그분의 남친인 김보성 작가를 알게 되었고 김보성 작가를 통해 청년영상집단인 VCR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것까진 정확하지 않은데 대부분 한예종 애니메이션 전공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의 작업이 너무 마음에 들어 죽마고우인 부천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갤러리의 이훈희 대표에게 얘기했고,
그 친구는 바로 VCR의 프로듀서인 김가와 PD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이후에도 몇번의 미팅 끝에 드디어...
8월 10일부터 부천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갤러리에서 VCR의 전시가 열리게 되었다.
내색은 안했지만...
내가 정말 기뻤다는거.

난 감히 비평같은걸 할 수도 없고 그럴 능력 자체도 전혀 안되니 단순히 보고 느낀 바만 적어본다.

 

 

 

 

 

 

 

 

죽마고우가 운영하는 부천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하도 많이 올려서... 뭐 이젠 더 올릴 것도 없다.

 

 

 

 

 

 

 

 

 

 

 

 

 

 

 

 

 

전시는 1층에서만 진행.
작품이 막 차고 넘쳤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 있으나...ㅎㅎㅎ 그건 내 욕심.

 

 

 

 

 

 

 

 

이번 VCR 전시는 'Invisible Layer'라는 이름으로.
아날로그로 작업을 하든, 디지털로 작업을 하든 우리에게 보여지는 한장의 그림은 그 자체로 보이지 않는 레이어의 결과물이자,
동시에 보여지는 최종의 결과물이다.
난 걍 이렇게 생각했다.ㅎㅎㅎ

 

 

 

 

 

 

 

 

 

이번 참여 작가는 가나다 순으로,
김보성
구자선
권서영
이지혜
이종훈

그리고 총괄 프로듀서 김가와.

 

 

 

 

 

 

 

 

 

VCR이 매주 공개했던 작업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
정말 탐나는 그림들이 많다.

 

 

 

 

 

 

 

 

 

맘같아선 다 가져오고 싶다.
영화, 책등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작업들.

 

 

 

 

 

 

 

 

플루토에서 아침을, 여인의 향기... 왼쪽 아래를 보면 세상에... 바스티앙 비베스의 '염소의 맛'.

 

 

 

 

 

 

 

 

 

존 버닝햄... 아... 아들과 와이프, 나까지 얼마나 좋아했던 작가인가.
갖고 있던 존 버닝햄의 책만 해도...
게다가 존 버닝햄께 직접 사인을 받기도 했었다.
이탈로 칼비노의 'the Night Driver', 알랭 드 보통의 '불안'. 카프카...등의 책에서 영감을 얻은 그림도 있고,
아래처럼 스티브 맥퀸의 영화 <Shame>등의 영화를 통해 영감을 얻은 그림도 있다.
책과 영화등을 통해 얻은 영감을 표현하는 방식이 자신들만의 확고한 주관과 위트가 잘 살아있다.

 

 

 

 

 

 


 

 

 

 

 

 

 

 

 

 

 

 

 

 

 

 

 

 

갖고 싶은 그림들이 진심 한가득이다.
 

 

 

 

 

 

 

 

 

가운데 그림.
바로 영화 <여인의 향기>.
왼쪽은 <소년탐정 김전일>!

 

 

 

 

 

 

 

 

 

이 작품들은 이지혜 작가의 '사랑을 찾아서'.
와이프가 말하길...
이 작품들은 하나하나 따로 떼어보면 정말 예쁘다라고.
오히려 이렇게 뭉뚱그려 전시하면 느낌이 반감되는 것 같다고 하더라.
그런데 듣고보니 나도 그렇게 느껴진다.
조금 작품을 하나하나 볼 수 있도록 여유있게 설치할 수 있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공간에 한계가 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

 

 

 

 

 

 

 

 

 

놀라운 건 이런 그림을 그닥 눈여겨 보지 않는 내가 참... 한참을 봤다.
예쁘다. 정말.

 

 

 

 

 

 

 

 

 

이지혜 작가가 전시한 모든 작품에 말...이라고 불러야할 동물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잘 보면 이 작품들에 등장하는 '말'이라고 불러야할 동물은 모두 무언가를 찾고 있거나 거닐거나, 들어가는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작품의 제목 '사랑을 찾아서'는 오히려 이지혜 작가가 대중의 눈높이에서 편안하게 지어낸, 사실은 속마음을 숨긴 듯한 제목이란 생각이 든다.(아니라면 죄송합니다...)
이지혜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이 '말이라고 불러야할 동물'은 내가 그 정체성을 단언하기 힘든 것에서 볼 수 있듯 실존하는 동물의 느낌이 들지 않는다.

 

수채화등으로 아련하게 작업하여 몽환적인 느낌을 불러오는 배경, 강렬하게 흘러내리는 불빛은 누가봐도 초현실적인 공간이지 현실의 공간이 아니다.
현실의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고 초현실적인 공간에서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이 작품 속의 말의 모습은

누가봐도 현실에서 무언가 색다른 작업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이지혜 작가 본인의 모습같다. 아... 모르겠다.

난 솔직히 그렇게 느꼈다.

 

 

 

 

 

 

 

 

 

갖고 싶다.
문제는 이렇게 따지면 도대체 몇점의 그림을 가져야하는거야? ㅎㅎㅎ

 

 

 

 

 

 

 

 

 

와이프가... 눈을 못떼었던 사랑스러운 작품.
구자선 작가의 '여우책'.
10월에 책으로 나온다고 하는데...

 

 

 

 

 

 

 

 

 

이렇게 간결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그림을 참... 오랜만에 본다.

 

 

 

 

 

 

 

 

 

 

 

 

 

 

 

 

이쯤에서.
이 사랑스러운 여우는 한 작품을 빼면 모두 사랑하며 교감한다.
서로 의지하고 교감하는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
작가가 원하는 것은 이러한 일상의 평온함일 것이다.
평온할 수 있다는 것이 평범할 수 없게 되어버린 미친 속도의 세상에서 이렇게 멈추듯 시선을 끄는 평온함이라는 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그래, 결론은 이 작품 갖고 싶다는거다.ㅎ

 

 

 

 

 

 

 

 

 

솔직해지자.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때 난 약간 당혹스러웠다.
내가 알던 VCR 집단의 그림의 느낌과는 다른 느낌이기도 했고, 나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편견 또한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가장 우리가 통상적인 의미로 부르는 만화적인 그림체에 가까운 이 작품은 권서영 작가의 '구체적 판타지'라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을 바라보다보니 나의 이 끝없는 편협함이 무척 창피해지더라.
보시라,
작품 속에 그려진 여성들의 얼굴을 당신은 한명한명 구분해낼 수 있을까?
저마다의 멋을 낸 지금 당장 우리 주변에서 볼 수도 있는 아름다운 여성들이지만

마치 전시되어있는 듯한 모습은 내가 그녀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무언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권서영 작가는 화보 촬영, 프로필 사진을 찍은 듯한 그림을 나열하면서 여성에 대한 남성적 시선의 선정성을 되묻는 것 같다.
마치 쇼윈도우에 진열된 여성을 감상하는 것 같은.

 

 

 

 

 

 

 

 

 

작가의 의도는 이렇게 더욱 명확해지는 듯 하다. (아... 내 맘대로 그냥 막 의도를...)

 

 

 

 

 

 

 

 

 

와이프가 V를... 내가 제일 싫어하는 V 포즈를.ㅎ

 

 

 

 

 

 

 

 

이제...

 

 

 

 

 

 

 

 

 

마지막으로 김보성 작가의 그림을 볼 차례.

 

 

 

 

 

 

 

 

먼저 얘기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김보성 작가가 가진 놀라운 재능과 그 결과물을 좋아한다.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을 아날로그 VHS를 리와인드하여

pause 버튼을 누른 듯한 이번 작품들은 우리가 삶을 반추할 때 희미하게 기록되었지만 강렬하게 남은 이미지를 표현한 듯 하다.

앤디 덴즐러가 부유하고 아련한 느낌을 움직임의 불명확성으로 표현한 것과 달리 김보성 작가의 작품은 보다 구체적이고 정교하면서도 동시에 모호하다.

 

 

 

 

 

 

 

 

 

와이프가 너무나 좋아했던 작품.
VHS를 리와인드하여 기억을 되살려 정지시켰다는 의미에서 이만큼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회상은 없을지도 모른다.

 

 

 

 

 

 

 

 

 

핑크플로이드의 <Animal> 돼지도 우리 기억 저 편에서 낡은 still 프레임으로 기억되고 있겠지.

 

 

 

 

 

 

 

 

아... 그런데.
이쯤되니 정말 김보성 작가는 이미 사라져버렸거나 희미한 과거의 일부분만을 VHS의 리와인드 버튼을 눌렀던 느낌처럼 되살린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나에겐 이미 흘러 지나가버린 공간과 순간일 수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지금까지 여러 사람들의 시대와 추억이 레이어드(Layered)되어 다양한 의미가 부여된 공간들이 있을거다.
내가 살았던 아파트, 내가 라이브러리에서 꺼내들었던 핑크플로이드의 LP, 나의 어린 추억...
이 모든 기억은 기본적으로 김보성 작가가 펜을 통해 구현하는 공간을 기반으로 존재한다.
물성으로서의 그 공간은 절대적으로 개인의 공간이 아니다.
결국 나에겐 이미 지나가버린 기억 속의 공간일 수 있지만 그 공간에는 나의 기억과 타인의 경험이 뒤엉켜 불분명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공간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 명료한 듯 명료하지 못한 김보성 작가의 작화 방식은 어울리지 않을까?

아... 이 뭔 헛소리냐 싶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
오프닝은 8월 12일(수요일)이라지만 전시오픈은 8월 10일부터 한단다.(맞나?)

저 작품들을 왕창 구입하고 싶은데 아마도 내 지갑은 그걸 허락하지 않을테고...
어떻게 해야할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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