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iafan / 리바이어던>

Directed by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쓰비아긴쎄프, Andrei Zvyagintsev)
2014 / 140min / Russia

알렉세이 세레브리야코프(Aleksey Serebryakov), 엘레나 리야도바(Elena Lyandova), 로만 마댜노프(Roman Madyanov), 블라디미르 도비첸코프(Vladimir Vdovichenkov)


자본에 잠식되어 정화 기능을 상실한 시스템이 빚은 비극을 주로 다룬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의 2014년작.
나와 와이프에게는 10여년 전 구입한 DVD <the Return / Vozvrashcheniye>(2003)를 통해 한없는 먹먹함을 주었던 감독의 신작이기도 하다.
거두절미하고 이 영화는 법과 원칙이 가진 자들의 편에서만 편리하게 작동되는 망가진 지금 한국 사회를 거울처럼 들여다 볼 수 있는 영화다.

그만큼 불편하고 그만큼 분노하게 될 것이며 답답하고 먹먹한 마음으로 엔딩크레딧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우울한 마음을 안고 며칠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부당한 권력과 권력을 옹호하기 위해 작동하는 검찰/사법기관에 맞서 가진 것이라고는 오래된 낡은 집 외엔 없는 주인공이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기는 과정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는 더이상 빼앗길 것이 없는 상황에서 오직 권력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괘씸죄를 받아

그 이상의 비극을 감내해야만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지독하게 마음이 불편해진다.
우리도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부당한 처사를 이 나라에서 근 몇년 동안 줄기차게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부당한 정책에 맞서 곧은 마음으로 노란 촛불 한번 들었을 뿐인데 그로인해

법정에 서야하고 자유를 구속당하며 결국은 알지도 못하는 수많은 수꼴단체로부터 고소당해 온전한 삶 자체를 송두리째 뺏겨버리는 일들...
회사의 부당해고에 맞서 정당한 자신의 권리를 헌법이 보장한 테두리 안에서 변호사들의 자문까지 받아가며 합법적 파업을 했으나

파업 가담자는 해고당하고 주동자들은 처벌한다며 모조리 사법처리하고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파업노조에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청구까지 해대고 이를

사법부가 용인해주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나라에서 이 영화 <리바이어던>은 우리 사회의 비극적인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진다.

감독은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인용하여 탐욕스러운 권력자를 해변가에 거대한 뼈를 드러내고 부패한 고래에 빗댄 듯 하다.
영화 속에서의 해변가의 죽은 권력(= 고래)는 어쩌면 시민주의에 대한 희망을 염원하는 은유일 수도 있으나

죽은 권력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부패한 권력의 모습으로 보여진다는 의미라고 읽혀지더라.

영화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거칠지만 살가운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주인공이 모든 것을 잃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거친 파도에도 끄떡없는 러시아의 어느 작은 도시의 해변가 바위를 보여준다.
대중이 온당한 요구와 바램이 거세게 몰아쳐도 이에 아랑곳없이 버티고 서있는 부패하고 탐욕스러운 권력의 모습을 빗대어주듯이 말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실제 지금 이 나라의 내 친구, 내 이웃일 수도 있다는 생각, 그러한 생각이 전혀 이질감없이 대입된다는 점에서 참으로... 답답하고 미칠 노릇이다.


*
영화 속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의원은 적어도 자신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주인공 친구이자 모스크바의 변호사인 드미트리에게 잠깐 두려움을 갖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득권에겐 그 정도의 두려움마저 없다.
소시민의 저항이 산산이 부서진 지금, 그들을 그나마 옭죌 수 있는 시민에 대한 '두려움'마저 그들에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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