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stellar / 인터스텔라>

Directed by Christopher Nolan (크리스토퍼 놀란)
2014 / 169min / US

Matthew McConaughey (매튜 매커너히), Anne Hathaway (앤 해서웨이), Michael Caine (마이클 케인), Jessica Chastain (제시카 차스테인), Casey Affleck (캐시 애플렉)
music by Hans Zimmer (한스 짐머)
director of photography by Hoyte Van Hoytema (호이트 반 호이테마)

** 일부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

이미 고인이 되신, 내 초등학교 시절을 윤택하고 풍성하게 해주셨던 칼 세이건 박사는 '이 넓은 우주에 지적생명체가 지구에만 살고 있다면

그것은 낭비'라고 말한 바 있다. 드넓은 우주로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확장하기 위해 그는 아주 쉬운 예를 들어가면서

아인쉬타인의 상대성 이론(특수상대성 이론/일반 상대성 이론 모두)을 초등학생이었던 나조차 기본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었고

이 경험은 어렸을 적의 내겐 적잖이 놀라운 경험이었기에 그 이후에도 난 여러 관련서적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접했던 그 미지의 세상을 넓은 스크린을 통해 이제서야 만나게 되었다.

인간이 자신의 과학과 문명을 발전시킨 결과, 지구라는 공간을 초월하여 우주에 대한 탐사가 가능한 기초적인 능력을 지니게 되고,

거대하고 정교한 전파망원경으로 저 멀리 은하계를 관찰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는 인간들 외에 또다른 지적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은 없을까...라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SETI 역시 그 일환이며 끊임없이 목격담이 등장하는 UFO 역시 어느 정도는 인간들의 호기심에 대한 반증일 것이다.
물론 <인터스텔라>는 외계인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그들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진 행성을 찾는 것, 그 행성을 찾기 위해 인간의 기술력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거리'와 '시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짧게나마 외계인의 존재와 상대성 이론을 언급할 수 밖에 없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일 수 밖에 없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작심하고 그려낸 이 3시간짜리 2014년 버전 '스페이스 오딧세이(Space Odyssey)'에는 인간이 지구라는 절대적인 삶의 터전을 포기해야할 상황에서 

우주로 떠나야하는 환경의 당위성을 통해 아직은 이론적인 공간으로 존재하는 전인미답의 우주공간을 놀라운 비주얼로 선사한다.
놀란 감독의 이 야심작에는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여러 영화와 애니메이션들의 설정들이 녹아 있다.
병충해와 환경 파괴로 인하여 지구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기 때문에 우주로 떠나야한다는 설정은

걸작 애니메이션인 <월 E/Wall-E>를 연상케하고(물론... 월E의 경우 쓰레기로 황폐화된 지구를 이야기하지만), 토성 주변에 난데없이 생겨난 웜홀을 언급하면서

자연스럽게 존재가 언급된 외계인의 조력에 관한 부분은 <Contact/컨택트>를 떠오르게 하며, 웜홀이나 블랙홀등 새로운 공간을 통과하며 겪는 현상,

그리고 이 영화에 등장하는 타스와 케이스라는 인공지능 로봇들은 누가봐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Space Odyssey/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를 연상케 한다.

타스와 케이스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Hal 9000 + 모노리스의 모습이 아니던가?

(후반의 우주 스테이션은 <인셉션>을 연상케하기도하지만 애니메이션을 즐긴 분들은 단번에 그 거주지가 <건담 씨드>의 콜로니를 연상케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무언가 새로운 설정의 놀라움을 주는 영화라기보다는 과학적 사실을 인용하거나 변형하여 만든

여러 영화, 애니메이션들에서 보아왔던 설정들이 극대화되어 구현되어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는거지.

하지만 그렇게 익숙한 설정들을 거대한 스크린에(그의 의도에 따르면 필름기반의 스크린 또는 아이맥스) 이토록 놀랍도록 황홀하고, 두려움보다는

두근거리는 설레임으로 전인미답의 우주공간을 경험하게 해주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놀라웠던 <Gravity/그래비티>를 졸지에 작은 소품처럼 만드는(적어도 비주얼 면에서) 이 엄청난 화면 속에서 보여지는 우주라는 공간은 주인공들이 그 난리를 겪고

매순간 생사의 기로에서, 인류의 생존을 손에 쥔채 고민해야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매혹적이고 아름다우며 황홀하고 포용적인 대상으로 다가온다.

이점은 한순간 한순간 죽음 앞에 직면하는 순간을 늘어놓았던 <그래비티>에서도 느꼈던 감정이었고. - 나만 그렇게 느낀건 아니겠지-

사실...
우리에겐 낭만적이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우주라는 공간은 우리가 직접 발딛어야하는 대상으로서의 공간이 될 때 수학적 계산으로 가득... 차게 된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을 관측하고 그러한 현상이 빚어지게 된 이유를 수학적 계산으로 꼼꼼하게 검증해야하며

그러한 수학적 계산을 토대로 작은 우주선 하나를 저 멀리 보내게 되는 것이 아닌가.
다른 행성으로 이동할 때의 연료를 계산하는 것도, 중력장을 파악하는 것도 이 모든게 수학적 계산을 통해 최대한 그 위험요인을 줄이게 된다.
그러니까 사실 과학자들에게 있어서의 우주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거대한, 모성 또는 부성이 존재하는 공간으로서의 낭만적 대상임을 떠나

지독하게 논리적인 공간으로서 존재할 것이라는거지.

그래서 난 이 영화가 놀랍다고 느꼈다.
나같은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매혹적이고 낭만적이며 동시에 두려운 거대한 공간으로서의 우주가 논리적인 수학적 세상과 맞닥뜨릴 때

이와 관련된 지식이 그닥 없는 이들에게 어떻게 쉽고 온전하게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지를 명확하게 판단했던 것 같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걸작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모노리스를 통과한 후의 모습을 난해하기 짝이 없는 지독히 사적인 영역으로 표현하여

시간과 공간을 보여준 것과 달리 <인터스텔라>에서는 이를 보다 소통가능한 인간적 공간, 그러니까 '사랑'의 공간으로 명확하게 엮어낸다.
어찌보면 이는 대단히 진부한 신파적인 요소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과한 설정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
그래서인지 이 영화 속에서 브랜드(앤 해서웨이)가 표현하고 쿠퍼(매튜 매커너히)가 속으로 감내하는 공통적인 '사랑'이라는 감정은

다소 신파적인 느낌도 들지만 저 상황에서, 절망의 끝에서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더라.
특히 절정을 향해 치달리면서 한스 짐머의 음악과 함께 효과적으로 교차편집되는 클라이막스는 그가 <인셉션>에서 보여준 정교한 에스컬레이터 효과에 의한

감동을 고스란히 재현해준다. 이 전형적인 편집은 얼핏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가슴을 두들기는 에너지만큼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무게감을 준다.

주절주절 두서없이 열거한 이러한 이야기들이 무색할 정도로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 압도적이다.
뜨거운 부성애라는 흔한 소재를 저 넓은 우주 속에 이입시켜 거대한 아버지로서의 우주를 담아냈다.
3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조금도 지루함을 느끼지못했으며 기회가 된다면 또 보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영화다.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은 반드시 영화관, 그것도 스크린과 사운드가 훌륭한 영화관에서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놀런의 의도대로 필름 기반의 상영관에서 보시든지, 아니면 아이맥스로 보시든지, 아니면 메가박스의 M 또는 M2관을 이용하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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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SF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등장하는 워프...의 기본적인 원리는 이 영화 속 웜홀과 비슷하다.
실제로 영화 속 웜홀 진입과 워프 진입이 비슷하게 묘사되곤 한다.
SF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워프...라는 개념은 도저히 빼놓을 수가 없는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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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속에서 외계인이란 존재는 일종의 deus ex machina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아직 인간이 풀어내지 못한 수많은 우주이론때문에 영화 속에 등장하는 우주현상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힘든 부분들이 존재한다.

예를들어 웜홀은 아무렇게나 갑자기 생기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외계존재가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며(실제 영화 속 과학자들이)

블랙홀 내의 큐빅 역시 인공지능 기계인 타스가 '인간은 이런 공간을 만들 능력이 없다'라고 말하듯 인간의 과학력 범주를 넘어서버린다. 
영화는 외계인에 대한 간단한 언급을 통해 당위성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이유로 이 영화 속에서의 외계인은 일종의 deus ex machina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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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블랙홀 내의 도서관 공간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보르헤스 바벨의 도서관...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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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음악도 영상 못잖게 인상적인데 아마도... 근래 한스 짐머(Hans Zimmer)의 영화 음악 중 가장 놀라운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알렉상드르 데스쁠라(Alexandre Desplat)가 근래 대단히 놀라운 결과물을 들려주지만 한스 짐머처럼

오랜 시간 일관된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는 영화음악가는 역시 흔치않은 것 같아.
데이빗 핀쳐의 <Gone Girl/나를 찾아줘>에서도 트랜트 레즈너(Trent Reznor)의 영화음악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한스 짐머의 서사적인 영화음악의 진수를 만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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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의 미국은 군대도 해체되고 NASA도 사실상 비밀리에 운영된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타인의 식량을 탈취하기 위한 전쟁도 없고 의아할 정도로 평화스럽다.
우리가 무언가 빈곤한 상황에 닥친 근미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폭력과 약탈이 이 영화에는 전무하다.
사실... 절망의 순간에서 약탈과 폭력을 거의 다루지 않은 영화를 우리는 본 적이 있지.
바로 <Seeking a Friend for the End of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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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매커너히가 조엘 슈마허(Joel Schumacher)의 <A Time To Kill>을 통해 주목받았을 때만 해도 그가 이 정도의 아우라를 가진 배우로 성장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96년에 존 세일즈(John Sayles) 감독의 수작 <Lone Star/론스타>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그 정도의 존재감을 엿볼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난 그가 외모가 주무기가 된 오락 영화를 통해서만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일단 그가 나온다면 믿고 보는 지경이 되어버렸다.ㅎ
특히 2011년작인 <Killer Joe/킬러 조이>(엇... 여기서도 이름이 '쿠퍼'였는데ㅎ)와

2012년작인 <Mud/머드>는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영화이니 혹시 못보신 분들 계신다면 꼭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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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영화 자체가 잘 만들어져서 이론적인 지식이 없어도 감상에 지장이 없지만,
아래 영상을 접하고 보시면 조금 더 알기 쉽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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