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음 *

 

 

<Gone Girl / 나를 찾아줘>

Directed by David Fincher (데이빗 핀쳐)

2014 / 149min / US
Ben Affleck (벤 애플렉), Rosamund Pike (로자먼드 파이크)

개봉 전, 개봉 후에도 이 영화에는 커다란 반전이 있는 것처럼 마케팅을 했지만 영화를 본 분들이라면 그런 반전은 없다는걸 일찌감치 눈치챘을 거다.
그건 원작 소설을 읽지 않은 분들도 마찬가지일테고.
소설이야 그런 반전이 효과적으로 작동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데이빗 핀쳐는 그런 반전에는 그닥 관심이 없었던 듯 싶다.
그냥 영화에서 온갖 곤혹스러운 일을 겪게 되는 닉(밴 애플렉)을 키득키득거리며 빈정거리고 즐기는 것에 열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지.

물론 이런 얘기는 이 영화에 대한 비아냥이 아니다.
이 영화는 찌질하고 부도덕한(일반적인 통념의 기준에서) 닉에 대한 '싸이코패스 뺨을 후려치는' 에이미의 가차없는 응징을

매끄럽고 유려한 이야기꾼의 입장에서 잘 그려놓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흥미롭고 몰입도도 높으며 찌질한 유부남을 연기하는 밴 애플렉의 연기도 대단히 인상적이고.

배역이 너무 잘 어울려서 정말 밴 애플렉이 저런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니 말이지.

사실 기본적으로는 섬뜩한 이야기이지만 이 영화는 내내 블랙코미디의 뉘앙스를 잔뜩... 풍기고 있다.
비아냥이 흥건할 정도로 시즈닝되어버린 이 블랙코미디는 영화를 보는 내내 허울뿐인 부조리들을 마냥 후벼파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고.
딸을 팔아 돈을 벌었다고 비난받기도 하는, 동시에 어렸을 적부터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책으로 출판되며 매스컴에 거의 노출되다시피하여

실제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판단하지 못하는 듯한 에이미, 그리고 재정상태가 엉망이 되어가면서도 보여지는 모습에 치중해야만하는 에이미와

그 부모들의 모습(마치...Wolf Among Us에서의 미녀와 야수 부부처럼), 지식인인척하지만 사실은 무력하기 짝이 없는 닉...
이런 영화 속 군상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이 영화가 이미 오래전에 붕괴하다시피하여 이젠 허울만 유지하고 있는

미국 중산층에 대한 데이빗 핀쳐의 냉랭한 조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영화의 호흡이 너무 능수능란해서 전혀 지루할 틈은 없었다.
다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거.


*
영화를 메가박스 백석점에서 봤는데 사운드가 생각보다 잘 들려서 만족.
이 영화가 은근히 사운드가 상당히 중요하다.
이번에도 역시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 - 나인 인치 네일스의 바로 그)가 음악을 담당했는데 과거 인더스트리얼 계열 음악의 비트는 쏙 빠진채 팽팽한 텐션,

 

그리고 허무하다시피한 쓸쓸함의 여백을 잘 드러내는 뮤지션인지라 이 영화와 트렌트 레즈너의 음악은 기가막히게 궁합이 좋다.
뭐... 트렌트 레즈너가 데이빗 핀쳐와 했던 이전 작업들도 다 좋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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