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공개된 영화 중 내가 본 영화만 네 편 추려봄.





[De Rouille et D'os / Rust and Bone /재와 뼈]

Derectid by Jacques Audiard

2012 / 160min / France | Belgium
Marion Cotillard, Matthias Schoenaerts

자끄 오디아르 감독은 [Read My Lips]로 주목을 받은 뒤 내게도 베스트로 남아있는 [the Beat that My Heart Skipped/내 심장을 건너뛴 박동]과

[Un Prophete/예언자]를 연출한, 개인적으로 현재의 프랑스 감독 중 가장 필모그래피를 의심치않고 찾아보게 되는 감독이다.
헐리웃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마리옹 꼬띠야드의 아름다운 열연이 빛나는 오디아르의 또다른 수작.
추락의 끝에서 간신히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버티는 삶, 거기에 스스로를 차분히 추스릴 지혜와 여유도 없는 주인공이 비로소 자신의 현실, 

자신이 삶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이 어떤 요인에 의해서였는지, 한번도 나와 타인의 관계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지 않고 

즉흥적인 삶을 살기만 하던 스스로가 그 혐오스러운 즉흥성과  마주하게 되는 순간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진솔하고도 깊이있는, 빛나는 가족의 탄생과도 같은 이야기.
감독은 신자유주의가 휩쓸어버린, 황폐한 프랑스 서민의 삶을 진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역시 잊지 않는다.
그들에게 생존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미 오디아르는 전작들을 통해 보여준 바 있으니까.
모두에게 추천하는 영화.









[Ruby Sparks / 루비 스팍스]

Derectid by Jonathan Dayton, Valerie Faris
2012 / 104min / US

Paul Dano, Zoe Kazan

사랑의 시작은 강렬하고 맹목적이다시피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강렬하고 맹목적인 감정은 상투적이고 이기적인 감정으로 종종 변하곤 한다. 

사랑을 경험하고, 경험했던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이러한 감정의 변화를 부인할 수는 없을테고.
게다가 자기 자신이 상대의 감정상태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과연 자신에게 주어진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은 돌이킬 수 없는 그 능력을 봉인해두고 순전히 감정에만 내맡겨놓을 수 있을까?
[루비 스팍스]는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사랑에 빠진 남녀의 이야기를 재밌는 설정으로 풀어낸다.
감정의 호흡은 직설적이면서도 폴 다노와 조이 카잔의 훌륭한 연기에 잘 녹아들어 상당히 무게감있는 진솔함으로 다가오며, 

이러한 진솔함 덕분에 자칫 스스로의 달리기에 발이 꼬여 넘어질 수도 있는 순간을 가까스로 잘 넘겨 완주한다.








[Safety Not Guaranteed /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

 Derectid by Colin Trevorrow
2012 / 86min / US

Aubrey Plaza, Mark Duplass

모르겠다.
왜 우리 모두가 자의와 아무런 상관도 없이 어릴 때부터 경쟁에 내몰리고, 

나와 내 친구들의 관계마저 성적을 잣대로 판단해야하고 선택의 여지없이 똑같은 교육을 받으며 똑같은 잣대로 개인의 역량을 평가받아야하는지.
그리고 사회적으로 강요된 잣대에서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한 이들은 왜 그렇게 쉽게 낙오자 취급을 받아야하는지.
우린 항상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방식들이 결코 모두의 삶의 방식이 될 수 없다는 걸 간과하고 살아가곤 한다.
그러다보니 주위를 둘러볼 여력같은 건 남아있지도 않고, 

그러하기는커녕 사회적인 보통의 평가에서 낙오된 이들을 경멸하며 스스로 저들은 '패배자'라고 나와 구분을 짓곤하지 않나.

이 영화는 현실 세상에서 별 볼 일없어 보이는,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사실은 왕따를 당할 지경에 이른, 대중의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그들이 이룬 사회에 결코 어울릴 수 없는 사회부적격자들에 대한 진한 연민의 시선이 담긴 영화이며, 동시에 해피엔딩처럼 보이는 엔딩을 통해 

감정적인 카타르시스를 전해주는 듯 하지만 결국엔 사회에서 공존할 수 없는 이들을 향한 진지한 시선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Moonrise Kingdom / 문라이즈 킹덤]

Derectid by  Wes Anderson

2012 / 94min / US
Jared Gilman, Kara Hayward, Bruce Willis

많은 분들과 마찬가지로 난 Wes Anderson의 팬이다.
한때 난 Paul Thomas Anderson(폴 토마스 앤더슨), Darren Aronofsky (대런 애로노프스키)와 함께 

영화계에 가장 큰 족적을 남길 세 명의 감독으로 Wes Anderson을 얘기하곤 했다.
그리고 이 세명의 감독은 현재 모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전달하는데 성공하고 있고.

Wes Anderson 감독의 영화는 그만의 독특한 표현방식이 있다.
등장인물들을 평면적인 위치에서 병렬적으로 배치하고 다루는 프레임이 유독 많은 편인데, 내 생각엔 그렇기 때문에 

[Fantastic Mr. Fox/판타스틱 미스터 폭스]와 같은 2D 애니메이션에서도 자신의 표현력을 그대로 녹여내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판타스틱...] 이전의 그의 전작들이 사실 평면적인 프레임을 통해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가깝다는 건 누가봐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3년만에 돌아온 그의 이번 영화에서도 등장 인물들은 내내 평면적인 프레임 속에서 누군가를 응시한다기보다는 

그저 카메라를 쳐다보며 응시하기 일쑤이니 영화를 보는 입장에선 나는 단지 영화를 보고 있다는 이격 심리를 끊임없이 소회시킨다.
이런 요소들은 그의 영화들을 특징지어주는 대표적인 장치이기도 한데, 이를 충분히 효과적으로 활용한 이번 영화 [문라이즈 킹덤]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Royal Tenenbaums/로얄 테넨바움]에 가까이 근접해있는 영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Rushmore/러쉬모어]나 [Royal Tenenbaums/로얄 테넨바움]이 그러했듯이 그가 꾸준히 그려내온 현대사회에서의 미국식 가정의 해체와 위기를 이번에도 사뭇 진지하게, 

그와 동시에 자신만의 비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고유한 방식으로 충분히 그려내면서, 여지껏 본 그의 영화 중 가장 드라마틱한 구조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웨스 앤더슨의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할 영화.

*
영화 속 등장하는 수지가 지닌 책들은 모두 fake다.
실재하는 책들이 아니며 모두 앤더슨의 상상의 산물들.
책표지들이 대단히 인상적인데 모두 애니메이터들에게 의뢰한 것이라고.
게다가... 천연덕스럽게 이렇게 꼼꼼한 책관련 영상까지 만들었다.

http://insidemovies.ew.com/2012/06/07/moonrise-kingdom-animation/


**
수지 역의 카라 헤이워드 (Kara Hayward)는 범상치않은 분위기의 미모로 앞날을 기대하게 한다.
나이는 98년생.
그러니까... 민성이보다 한 살 위. 울나이로는 고작 중2라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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