モテキ

2010년 TV도쿄를 통해 심야에 방영.
12부작.



영화 [모테키]를 보고 격하게 땡겨서 12부작 드라마를 보기 시작, 어젯밤 늦게 마지막화까지 다 봤다.
요즘 정말 우울한 일이 한가득인데 그나마 잠시 잊고 웃음이 되더라.
드라마를 다 달리고 나니, 나는 그토록 재밌게 본 영화를, 왜 드라마보신 분들이 실망했다고 말을 하는지 잘 알겠더라. 
다보고 와이프가 내게 얘기했듯이, 
우리나라 로맨스는 주로 에피소드 위주로 기억이 되는 편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거품 키스, 윗몸일으키기하면서 감정이 오고가는 뭐 그런. 
드라마가 끝나면 대부분은 그런 에피소드들만 기억에 남기 십상이다.
...
그런데 잘 만든 일본 로맨스 드라마들은 감정의 밑면을 그대로 좇아들어간다.
그게 찌질하든, 너무 솔직하든 거침없이 파고 들어간다. 
모테키의 경우도 겉으로 드러나는건 후지모토의 찌질한 웃음일지 몰라도 그가 부딪히 자신의 무기력함은 쉬이 웃어 넘겨버릴 정도로 가볍게 묘사되지 않는다.
남녀 사이의 애정의 문제만이 문제가 아니다. 전에도 자주 하던 말이지만 일드는 주인공의 애정관에 반드시 공간에 대한 이해, 직업에 대한 이해가 충실히 담겨있다. 
연애는 연애고, 직업은 폼인 경우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드라마와는 이점이 결정적으로 다르다고 전부터 생각한 바 있다.
드라마 [모테키]에서도 주인공 후지모토는 그 스스로 찌질한 인생 30년에 기적처럼 찾아온 모테키(인기있는 시기...라는 뜻) 
덕분에 우왕좌왕 들뜨고 어떻게 상대와 섹스할까 설레발이지만, 그 가운데 그 자신이 처한 니트족으로서의 무기력함도 웃음 속에 진지하게 담겨있고, 
네명의 여성들을 만나고 부딪히면서, 거대한 미래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아주 조금씩 한걸음한걸음 진심으로 내딛는 모습들을 충분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 모습은 보는 내내 가슴을 치는 매력이 있었다.
오랜만에 정말 재밌는 드라마를 봤다.
2010년 방영된 걸 이제서야 봤다는게 아쉬울 정도로 말이지.
물론, 그 덕분에 영화판을 더 재밌게 본 것 같긴 하지만.ㅎ



*
처음엔 뭐 저런 여자가 다 있어!라고 짜증나던, 사실상 후지모토가 가장 좋아했던 나츠키.(물론 마지막에 이르러선 나츠키라는 캐릭터를 그대로 인정하게 되었지만) 
그녀는 놀랍게도... 나와 와이프가 가장 즐겁게 본 일본 드라마 3편 중 하나를 꼽으라면 늘 꼽는 금성무, 히로키 히토미 주연의 [골든볼]에서 
얼굴에 기름칠을 한채 등장하던 볼링장의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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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라마 내내 기가막힌 선곡들.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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