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이에게 Playstation 2를 사주지 않은 이유는 이 콘솔게임을 갖고 있는 아이들치고 게임 중독이 아닌 아이들이 별로 없는 것도

이유라고 할 수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콘솔보다 PC를 먼저 익숙하게 하고 싶은 마음도 이유 중 하나다.
PC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실 지금 PC는 일상의 생활과 동격시 되고,

 전원에서 맘껏 뛰어노는 아이들만 생각하기엔 현실은 사실 거리가 멀지 않나.
이왕 할거면 PC에 친숙해지는 것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적절한 시간 동안 허락된 PC게임이다.
물론 와이프는 게임의 폭력성에 대해 얘기하고, 나도 심히 반성하고 있다.(-_-;;)

민성이가 지금 가장 많이 하는 게임은 MechWarrior 4인데 이 게임은 실제하지도 않는 Mech(로봇)를 이용해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시뮬레이션 게임이란 장르로 불리워진다.
이 정도의 평가를 수긍할 만하게 이 게임은 기본적인 물리 법칙을 적용해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지던 날아다니고

인간과 같은 움직임을 하는 로봇들을 철저히 무시한다.
장착할 수 있는 장비도 한계가 있고, 전진도 자동차 시동걸 듯 급발진이 불가능하고, 후진도 잠시 멈추는 과정 후에 가능하며,

하늘을 나는 것은 고사하고 살짝 점프 정도하는 점프젯을 이용하고(이것도 중량급 이상의 메크는 이용못한다)

레이저 위주의 무기를 사용하면 과열로 메크가 정지해버린다.

이 게임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 다른 게임을 뒤져보다가 내가 과거에 꽤 많이 구입했던 PC 패키지 게임들을 오랜 만에 꺼내봤다.
사실 게임의 특성상 난 구입하고 플레이하고 바로 팔곤 했는데 아직도 박스 채로 메뉴얼, 구성물 고스란히 갖고 있는 게임들이 꽤 있었다.

 


 

 

그중 하나가 2000년에 구입했던 '플래닛 문 스튜디오'의 야심작 'Giant Citizen Kabuto(자이언트 씨티즌 카부토)이다.
'MDK'라는 놀라운 TPS(3인칭) 액션게임을 선보인 '샤이니 엔터테인먼트'에서 코어 인력이 설립한 회사가 바로 '플래닛 문 스튜디오'다.
이 게임은 당시 거의 모든 해외 게임 사이트에서 90~97점에 이르는 엄청난 평가를 받으며 출시되었다. 비주얼은 당대 최강이었고, 

게임플레이 역시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소문에 혹해 난 국내에 정식 발매된 이 게임을 구입했고 그 평가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확인했다.
일하는 시간 외엔 이 게임하느라 정신을 못 차렸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국내에선 정식 발매까지 되었지만 불법CD의 여파와 무관하게 바로 떨이처분으로 들어갔고 삼성몰등 몇몇 쇼핑몰에서 5,000원에 판매가 되기도 했다.
물론... 그래도 아직 재고가 다 소진되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완벽한 실패라고 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도대체...
이토록 놀라운 게임이 왜 이렇게 실패했을까?
인간과 유사한 과학 무기 위주의 Mecc, 활과 마법을 사용하는 Sea-Ripper, 엄청난 거구로 오로지 힘을 이용하는

Kabuto를 모두 플레이해야하는 스토리를 지닌 이 놀라운 TPS(Third Person View-3인칭 시점:물론 이게임은 FPS,

즉 1인칭 시점도 완벽하게 지원한다) 액션 게임인 이 게임이 실패한 이유는 사실 하나라고 봐도 무방하다.

당시 내 PC의 사양은 PIII 866, 256MB, 32MB VGA였다.
2000년 당시 이 정도 사양이면 고사양을 요구한다고 악명높은 FPS 액션게임을 풀옵션에 1280*1024정도로 돌리기엔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심한 절망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Mecc가 다섯명이 되고 기지를 건설, 방어하며 상대 본거지를 파괴해야하는

Mecc의 마지막 미션이나... 엄청나게 돌진하는 토착 거대 야수 Charger를 무력화시키는 미션에선 엄청난 스와핑으로 사실상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이미 공개된 정식 스샷에서 이 게임의 놀라운, 그야말로 경이로운 그래픽에 입을 다물지 못했던 내가 진정한 그래픽을 보기 위해 풀옵에

1600*1200으로 돌렸다가 바로 디테일 옵션을 낮춰야 했고, 덕분에 세밀한 캐릭터는 엉성한 폴리곤 덩어리로 변하곤 했다.
내 PC의 사양으로도 이 정도였는데 당시에도 스타크래프트를 하기에 충분한 PC면 OK!라는 국내 PC 게이머의 취향에 이 게임을 위해

업그레이드를 단행한다는 것 자체가어불성설... 결국 이 게임은 재고 창고로 직행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해외의 경우도 심하면 심했지 비슷했다.

난 이 게임을 플레이한 후 내가 여지껏 해본 게임 중 가장 놀랍고 재미있었던 게임으로 '자이언트 씨티즌 카부토'를 주저없이 꼽는다.
'Half-Life'도 아니고 'No One Lives Forever'도, 'MDK'도, 'Starcraft'도 'Doom', 'Unreal Torunament'도..아닌 '자이언트 씨티즌 카부토'.

엄청나게 광활한 map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길이 아니어도 제트팩을 이용하면 어떻게든 넘나들 수 있는 지형들.
Mecc로는 수많은 무기와 건물을 이용할 수 있고, 다양한 적들을 상대하고, 전략 시뮬레이션의 재미도 만끽할 수 있으며,

Sea-Ripper로는 활과 마법을 이용(Undyiing은 비교가 안된다)하고 도중에 해상 레이싱 경주도 즐기며, Kabuto는 엄청난 거구를  이용해

무조건 힘으로 몰아부치는, 거기에 덤으로 다양한 공격 모드를 선사해주는 이 게임은 최고의 게임성을 갖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2005년인 지금봐도 각지고 단순화된 땅(Terrain) 디테일을 제외하면 이토록 아름다운 하늘과 세밀한 캐릭터,

얄미울 정도로 똑똑한 적 캐릭터의 AI(야들은 공격만 당하면 바로 숨고 이동한다)는 지금의 게임에 비춰봐도 절대로 밀리지 않으며

그래픽 디자인이나 게임 디자인은 되려 지금도 압도하고 있다.
(그 당시 출시된 'Sacrifice'라는 게임도 놀라운 그래픽을 보여줬으나 '자이언트'에 비교할 바는 못되었고 게임성도 내겐 다소 실망스러웠다)

만약 이 게임이 지형의 티테일만 약간 보강된 채 지금 시점에 나왔다면 어떠했을까??
물론 당시 해외에서 전략 시뮬의 혁명이라고까지 불렀던 'Homeworld'가 'Starcraft'에 길들어 새로운 것을 멀리하던

당시 PC 게이머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받았다는 사실, 그리고 PC 패키지 게임이 리핑 게임의 여파로 사실상 고사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뭐...
지금 나와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만약 콘솔 게임과 공동 플랫폼을 형성하고 출시되었다면 당시처럼 처참하게 외면받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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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유사한 Mecc가 사용하는 장비들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제트팩 대신 돌처럼 위장하는 장비도 있고, 방어막을 일정시간 사용할 수도 있고, 휴대용 자동 화기를 설치할 수도 있다.
아...물론 한가지만 선택해야 한다. 거기에 지뢰와 수류탄은 기본이며 무기도 다양하다.
Sea-Ripper의 델피로 플레이하면 다양한 화살과 마법을 쓸 수 있다.
Kabuto는 다양한 공격모드를 가진 거인으로 뭐... 무조건 힘으로 밀어부친다.점프력이 거의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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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이 놀라운 점은 그 광활한 맵(산악으로 많이 이루어진)을 로딩없이 자유롭게 드나든 다는 점이다.
이 점은 기본 미션이 있음에도 실컷 다른 짓을 해도 무방하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 장점은 실제 플레이를 해보면 그 즐거움의 느낌이 대단하다.
게다가 갈 수 없는 곳이 없다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도저히 못갈 곳도 어찌해서 노력해보면 갈 수 있다는 것은 이 게임의 공간을 인정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별의 토착민인 스마티 종족의 코믹함은 뭐... 흐~. 이들을 잘 먹여줘야 건물도 짓고 방어도 할 수 있다.
물론 이 게임은 전략 시뮬의 성격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3인칭 액션이다.
(키보드 'R'키만 누르면 1인칭 액션으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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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이 게임의 스크린샷이다. 풀옵으로 돌릴 경우 아래 스샷은 전혀... 비교가 안된다.
아마도 중간 정도의 옵션으로 저해상도에서 돌린 화면을 캡춰한 듯 하다. 실제 게임 화면은 장난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