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은유를 간결하게 영상에 꾸려 넣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재능이다.
주인공 열일곱 소녀(?)의 이름이 마리아인 것도,
더군다나 '기품있는' 마리아인 것도,
그녀가 마약용기를 수없이 삼켜 위 속에 가득 메우는 것도,
그녀가 임산한 사실도,
미국의 거리가 스캐닝되듯 흘러가는 것도,
콜럼비아의 적막함과 비활력적인 모습이 정적으로 고정되는 것도,
그녀가 블랑카를 귀국 비행기편에 보내며 뒤돌아서서 남게 되는 것도...
모두가 수없이 점철된, 하지만 일관된 주제의식의 적절한 아니, 탁월한 은유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마지막에 마리아가 미국의 도시 속으로 묻혀 삼켜져 버리도록 끝내지
않는다. 이건 무척 중요한 의미같다.
여느 영화였다면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도심 속으로 함몰되거나 군중 속으로 함몰되며
부감으로 솟는 시퀀스였을 것이지만 이 영화에서 그녀의 마지막은 정면을 응시한다.
한없는 상념을 드러낸 얼굴을 하고, 그녀의 뒷모습은 조금도 보이질 않는다.

처절한 희망이라도 남긴 채 영화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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