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Top 50 Movies (베스트 50편의 영화) by AFFiNiTY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제외한 모든 스틸컷은 직접 캡쳐한 화면임.

어김없이 개인적으로 한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2011년에 가장 인상깊었던 50편의 영화를 골라본다.
2010년엔 30편의 영화를 꼽았는데 2011년엔 개인적으로는 인상깊은 영화가 2010년에 비해 무척 많았기에 50편으로 정리해본다.
영화 순위 옆의 또다른 괄호 안 숫자는 aipharos님의 순위로 나와는 확실히 좀 차이가 있다.
먼저... 양해를 구할 것은, 이 글을 적는 본인은 리뷰어로서의 자격도 없고, 인문학적 지식도 한없이 부족한 개인이 룸펜마냥 영화만 보고 철저히 주관적으로 꼽은 것이니, 혹시나 읽는 분께서 인상깊었던 영화가 없거나 터무니없이 순위가 낮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사실 진심으로 이 베스트 50편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내 스스로 정리하는 연례행사같은 것.
실제로 이글루로 오기 전에도 댓글이 많이 달린 포스팅도 아니며, 어쩌다 종종 나와 aipharos님이 꺼내어 보는 그런 글임.
10위부터 역순으로 1위까지.





30 (32).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2 /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 directed by David Yates

길고 긴 시리즈가 이제 막을 내렸다.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막판에 가서야 포텐이 터졌다는게 안타깝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나마 막판 2편을 제대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다. 
해리 포터가 그린 세상은 놀랍게도 상식이 무너지고 보편적인 도덕률이 짖밟히면서 사리사욕에 의해 돌아가는 한국의 꼬락서니와 너무나 닮아있더군.
안녕, 해리 포터.









29 (26). [파수꾼 / Bleak Night](2010) directed by 윤성현

[완득이]가 세상에서 살아남는 논리에 집착하고 그의 방황을 뒷받침해줄 안전망이 없는 경우는 이 영화의 결말로 치달아버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완득이]보다는 [파수꾼]이 그리는 모습이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암담해지는거고.
작년 인디영화계에 회자된 세 편의 영화 [무산일기], [파수꾼], [혜화,동]. 이 세편의 공통점은 영화적인 재미마저 훌륭하다는 점인데, 

[파수꾼]은 그에 더해 스타일의 세련미까지 놓치지 않는다. 
비극적인 사고가 그들에게 닥쳐도 대학을 위해 공부해야하고 역시 학교에 다녀야하는, 인생의 비극이 replay버튼이 고장난 영상보듯 넘어가버리는 그들에겐 

이 커다란 상흔을 치유할 여유마저 없다. 
이게 딱 우리네 괴물이 되어버리는 아이들의 모습이고.
*
조성하씨의 연기는 놀라움을 넘어서 경이롭기까지한데, 이 영화에서 아들의 선생님에게 복도에서 전화하는 씬은 놀라울 정도.








28 (31). [Hodejegerne / 헤드헌터] directed by Morten Tyldum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진정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른 법.
진정한 행복은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는, 이 터무니없기까지한, 

너무나 고루하게 느껴지기까지하는 이 말은 우리에게 늘 존재하기 때문에 눈치챌 수 없는 행복의 존재에 대한 역설.
이 영화 역시 작은 에피소드가 인생을 집어삼켜버리는 과정에 휩쓸려 헤어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주인공이 자신이 살아온 방식을 되돌아보고 

작은 행복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정말 지난...하고 처절한 과정을 보여준다.
스릴러의 형식미, 그로인한 영화적 재미를 충분히 선사할 정도로 탄탄한 구성 역시 보여주고. 
관객의 판단을 흐리는 맥거핀이 종종 등장하지만 과장되지 않고,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잘 짜맞춰지도록 군데군데 효과적인 복선도 잘 깔아 놨다.









27 (24). [완득이 / Punch](2011) directed by 이한

'가족'이라는 시스템이 아직 개인의 성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지금의 사회 구조에서는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붕괴되어가는 가족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정상적인 가족의 기능이 붕괴되면서 난데없이 경쟁의 전장으로 내몰려 스스로를 돌봐야하는 아이들은 그만큼 온전한 성장이 힘들수 밖에 없다. 
이 영화는 [Win Win]과 비슷한 의미에서, 

그리고 [자전거 탄 소년]과 비슷한 의미에서 사회적 안전망이 붕괴된 파렴치한 자본주의에서 우리들 스스로를 지켜내는 방식에 대해 고민한다. 
[완득이]에서 보여지는 세상과 그 결말엔 우리가 현실에서 맞닥뜨리기 힘든 낭만과 감성이 존재하기에 이렇듯 보여지는 결말에 마냥 공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난 이런 식의 희망이 우리 사회에 남아있기를 강렬히 열망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그러한 바램을 이뤄준다는 점에서 행복했다. 완득이의 마지막 하이킥처럼.









26 (19). [Hævnen / In a Better World / 인 어 베러 월드] directed by Susanne Bier

세상은 수잔 비에르가 보여주는 것처럼 수많은 잘못 작동되어지는 현상들이 기대되어지는 결과로 나오는 법이 거의 없다.
우리의 인생, 나, 너의 인생은 늘 그런 기대를 배반해왔으니까.
그럼에도 이 영화는 묵직하다. 그건 인간이 인간을 용서하는 가장 어렵고 힘든 과정에 대한 작가의 진심이 담겨있기 때문.
캡쳐로 잡아낸 저 장면은 이 영화를 통털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야만과 지성의 사이에서 스스로를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 지에 대한 고집을 보여주니까.









25 (30). [Moneyball / 머니볼](2011) directed by Bennett Miller

무척 기묘한 일인데, 난 이 영화를 두 번을 봤다.
그리고 두번째 볼 때에 더욱 영화가 확실하게 와닿았고, 

결국엔 이 영화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풀어 써대기도 했는데, 지금 내게 이 영화는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하니 도통 기억나는게 없다.
마치 [소셜 네트워크]를 보는 듯한 영화적 기운을 가득 담고 있지만 궁극적으론 빌리 빈에 대한 바이오그래피도 아니고, 

그의 심리를 깊이 파고 들어간 그런 식의 자전적 이야기도 결코 아니다. 
다만, 자신의 방식이 맞다고 믿고 주위와의 충돌도 마다하지 않으며 밀어부친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








24 (23). [the Guard / 더 가드] directed by John Michael McDonagh

배우들의 호연은 둘째치고 영화 전반을 가득 지배하는 건조하고도 아침안개같은 블랙 코미디 요소들.
호젓하고 지나치게 조용하게까지 보이는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 뜬금없이 마약거물들이 나타나면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 
담담하게 소소한 사건들을 호들갑떨지 않고 따라가다보면 삶을 내걸고 해결해야만 하는 일들의 동기가 

대단하거나 먼것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 영화는 툭 던져 놓는다.
간혹 미국의 세계경찰, 패권주의에 대한 비아냥이 드러나는데 이는 정의를 위한 액션의 근거가 절차와 청교도 윤리에 기반한다는(핑계), 

다분히 위선적인 정치적 동기들에 의해 움직이는 패권국가와 달리 세상의 정의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내 주변과 내 스스로의 신념을 위해 시작될 수 있다는 항변을 하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23 (27). [50/50] directed by Jonathan Levine

병으로부터 살아남을 확률 50:50.
아직 30도 되지 않았는데 찾아온 희귀암.
스스로의 도덕적 위안과 다른 이유를 위해 연인 옆을 지켜준다는 여친.
기본적으로 군데군데 웃음을 안겨주지만 이 영화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암환자가 일상에 대한 의욕과 욕망을 잃고 떠나는 이들을 

같은 높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현실에 대한 깊은 시선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생과 사의 확률만 반반이 아니라 우리가 순간순간 판단하는 모든 것들이 결국은 절반의 확률과 선택이라는 의미까지.
그 절반의 선택에서 사랑을 찾고 떠나보내며, 화해할 수 있거나 용서하지 못하거나. 결국 우리 인생은 모든 시간이 선택의 연속.
서툴지만 조금씩 다가가는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
인생의 끝에서 다시 희망을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영화.
조셉 고든 레빗이 [500일의 섬머]만한 무게감으로 다시 다가온 영화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영화.








22 (22). [Win Win / 윈 윈](2011) directed by Thomas McCarthy

금융위기는 자신을 중산층으로 알고 있던 수많은 미국인들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로버트 레드포드의 [Ordinary People/보통사람들]은 기독교적 가족주의가 해체되고 붕괴되어가는 미국을 이야기했지만, 

지금의 미국 영화들은 이에 더해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붕괴되어가고 뿔뿔이 흩어지고 갈 곳 없어지는 부유하는 미국인들을 이야기한다.
변호사임에도 돈 걱정에 탱크 포쏘듯한 소리가 나는 보일러 하나 못고치는 주인공.
그리고 자신의 양심을 거스르는 하나의 결정. 엮이기 시작한 또다른 가족의 탄생.
모든 과정을 진심어린 시선으로 따스하게 보듬아 안는 영화는 사회적인 안전망이 붕괴된 미국에서 사랑에는 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이야기를 한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모두 개인에게 떠넘기는 미국의 지금 모습, 남의 나라 이야기같지 않다.
보시다시피 이 영화 그 어디에도 궁핍해진 미국인들을 보듬아안는 제도적 장치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미 미국의 사회 안전망은 거덜나버렸고,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다는 의미.
가정을 이야기한 가장 따뜻한 영화 중 한 편. 의외로 코미디도 강해서 즐거운 영화.









21 (17). [Exit Through the Gift Shop /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 directed by Banksy

뱅시의 놀라운 도발. 언제나처럼 놀라운 그의 도발.
선물가게를 지나서야 출구라니.
전시장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이 광경. 딱... 지금 현시대의 예술을 풍자한다.
적어도 우리가 예전에 교과서에서 배웠던 미술의 의미는 이미 종말을 고했다. 
그러면서 뱅시는 미스터 브레인워시의 얄팍함과 그에 환호하는 대중들을 보여주면서 '예술은 그냥 농담따먹기'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뱅시의 이 영화도 일종의 농담일까? 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하기엔 영화가 보여주는 풍자의 수준과 박력이 너무 강렬하다.
어차피 지금 미술은 폐품도 예술로 만들고, 상상도 못할 가격이 붙어 팔려나가니까.
이런 현상에 대해 정색을 하고 비평을 한다는게 우스운 일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뱅시는 이걸 다 그냥 농담이라고 하니까.









20 (18). [We Need to Talk About Kevin / 어바웃 케빈](2011) directed by Lynne Ramsay
이 영화는 보는 관점에 따라 어찌보면 극과 극으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 않나 싶다.
워낙 결속력이 강한 모자관계를 중심으로 얘기가 진행되니 자연스럽게 영화적 메시지도 모자 관계에 촛점을 보게 될 수 있는데, 

그러다보면 사실상 아무 이유없는 케빈의 악마성에 대해 납득이 가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물론 정말 다행히도, 에바(틸다 스윈턴)가 사는 집의 붉은 페인트를 끊임없이 벗겨내는 장면이나, 

면회가서 만난 케빈이 입밖으로 물어뜯은 손톱을 하나둘 꺼낸다던지, 부서진 달걀을 껍질을 골라내지 않고 스크램블을 만들어 먹으면서 

껍질을 뱉어내는 에바의 모습등을 보면서 이 영화는 모자관계에는 그닥 관심도 없다는걸 느꼈다. 
구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엘리펀트]는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이 없다. 

이건 가족과의 관계는 언급할 필요도 없이 아예 부재한다는 구스 반 산트식 역설일 수도 있고, 그따위는 총기살인범과 상관도 없다는 비아냥일 수도 있다.
그런데, [어바웃 케빈]에선 케빈의 학교내의 관계가 완전히 거세되어 있다. 그의 친구는 단 한명도 등장하지 않으니까. 

[엘리펀트]와는 정 반대의 시선에서 영화가 진행되는데다가, 학살의 과정 역시 철저하게 거세되어 있다. 
그래서 그가 집중하는 것은 성장하기 싫어하고 부조리한 거대한 불온한 심성이 지배하는 위기의 시대정신이고, 

에바는 이러한 위기와 불온한 세상을 위태롭게 버티고 감내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19 (15). [Melancholia / 멜랑콜리아](2011) directed by Lars von Trier

이것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모든 근거에 대한 붕괴에 대한 이야기.
개인이 함몰되고, 관계가 붕괴되며, 나아가 육체가 말살되는 현대인의 집단적 우울증에 대한 라스 폰 트리에식 reset 버튼 누르기.
이 거대한 모든 관계의 붕괴에 대한 라스 폰 트리에의 묵직한 메시지에 어찌 뭐라 항변할 수가 없다.








18 (-). [the Artist / 더 아티스트](2011) directed by Michel Hazanavicius

가이 메딘(Guy Meddin)등으로 근근히 보여지던 무성영화 방식의 영화들은 지나치게 탐미적인 편이어서 많은 이들에게 환호받지는 못했다. 
미쉘 하자나비시우스는 무성영화, 역사의 저 뒷편으로 이미 오래 전에 사라져버린 무성영화를 

박제화된 소수의 '씨네아티스트'의 손에서 해방시켜 대중들의 곁으로 다시 가져오는 놀라운 마술을 부린다. 
무성영화의 스타가 영화적 대변혁이었던 유성영화를 만나 몰락하고, 

새로운 유성영화의 스타가 태어나고 공존하게 되는 이 모든 과정은 '무성'의 기본 속에 감정을 실어나르는 음악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놀라운 감정의 격동을 이뤄낸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그런 영화.








17 (11). [Biutiful / 비우티풀] directed by Alejandro González Iñárritu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이젠 그의 필모를 허투루 넘어갈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
비우티풀은 그의 전작들과 공통된 시스템 속의 관계의 이야기를 담아내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이 영화는 가장 그의 필모 중 개인적이고 우울한 판타지에 가깝다. 
삶의 막다른 길에서, 

거대한 자본이 삼켜버린 대도시의 뒷그늘에서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적대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모습을 담아내면서 남겨진 사랑에 희망을 싣는 이야기.
답답하다.








16 (16). [L'Illusionniste / 일루셔니스트] directed by Sylvain Chomet

실뱅 쇼메... 걸작 [벨빌의 세 쌍둥이]를 선보였던 2D 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 칭송받는 감독.
[일루셔니스트]는 화려한 볼거리에 천착하는 수많은 3D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달리 이 영화는 2D의 질감에 유럽의 코믹 카툰을 보는 듯한 펜터치와 채색으로 가득하다. 

예상컨대 수많은 드로잉이 수반되었을 것이고, CG기법도 상당히 많이 반영되었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영화는 근본적으로 아날로그만이 전해 줄 수 있는 직접적인 따스함을 띄고 있다. 
덕분에... 군데군데 눈이 휘둥그래지고 가슴히 훤히 뚫릴 만한 카타르시스를 작화를 통해 얻기도 하고. 
실뱅 쇼메는 이렇듯 완성도 높은 작화에 대중의 즐거움을 위해 보낸 자크 타티의 이야기를 살포시 얹는다. 

그것도 진정한 가슴으로 애정을 담아서. 그건 단순히 자크 타티에게 대한 헌정만이 아니라 시대에서 이름없이 사라져간 광대들에 대한 존경의 의미가 느껴진다.
마술을 하고, 서커스를 하는 이들은 밀려들어오는 록문화와 다양한 문화에 의해 영화를 뒤로 한 채 역사의 저편으로 쓸쓸히 퇴장하지만 

스코틀랜드의 섬처녀의 새로운 사랑을 열어주는 타티야말로 일루셔니스트 그 자체.
시대를 살다간 수많은 이름없는 퍼포머들에 대한 실뱅 쇼메의 경외심과 진한 애정이 이 영화에는 가득 담겨있다. 
못보신 분들이라면 꼭 보시길.








15 (21). [Drive / 드라이브] directed by Nicolas Winding Refn

거의 희박하겠지만 예전 aipharos님 홈피 시절부터 알던 분이 계시다면 내가 종종 Nicolas Winding Refn 감독에 대해 짧게 떠들던 글을 기억하실 수도... 난 [Pusher/푸셔]로 데뷔했을 때부터 그의 재능의 잠재력은 얼마가지 않아 반드시 제대로 한 번 일을 칠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몇 년이 흐른 뒤 라이언 고슬링과 캐리 멀리건을 데려다가 그는 결국 일을 치룬다. [드라이브].
하지만 도통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나 이해가 수반되지 않는 탓에 영화 속에서 거칠게 질주하는 영화적 재미 외에 내 기억에 남는 이미지들은 희미하다.
이미지로 비장미를 커버하고 영화적 재미로 할 말을 다 하는 영화.








14 (14). [Black Swan / 블랙 스완](2010) directed by Darren Arronofsky

전작 [the Wrestler/레슬러]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그 긴 여운에 힘겨워했을거다.
놀랍게도 레슬러의 주인공과 블랙 스완의 주인공의 사회적 위치는 사실상 완전히 대척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인의 강박에 대한 소재는 영화 속에서 종종 다루어진 소재지만, 어쩌면 이 뻔한 소재를 갖고 대런 애로노프스키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텐션을 집어 넣고 영화 자체와 주인공 니나를 대립시키며 식상함을 피해간다.
따지고 보면, 이것만으로도 놀라운 재능이 아닐까 싶다.








13 (7). [Le Gamin Au Vélo / 자전거 탄 소년] directed by Jean Pierre Dardenne, Luc Dardenne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언제나 놀랍지만 선뜻 보게 되진 않는다.
터질듯한 감정을 억누르고 대상을 꼼꼼하게 따라가는 카메라는 보는 이로 하여금 너무나 커다란 밀려오는 격정의 감정을 느끼게 하니까.
aipharos님은 영화 시작부터 눈물을 흘렸고, 끝나고 난 뒤에도 감정 절제가 안되는 것 같았다. 민성이도 나도 다같이 힘들었다.
시릴의 이야기 속에 자본주의가 맞닥뜨린 부조리가 그대로 드러나고, 이 부조리를 덮고 빈곤과 방황의 굴레를 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믿음의 사랑이다.
고작 87분 러닝타임을 쫓는 내 심정은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다르덴 영화 중 희망적인 영화.
힘들다. 내가 내 주변에서 보면서도 관심을 거두는 수많은 불편한 진실을 이 영화는 얘기한다.
비토리아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을 다시 보고 싶다.








12 (20). [Attack the Block / 어택 더 블럭] directed by Joe Cornish

영화를 본 후 이건 단연코 올해의 영화 중 한 편!이라고 소리쳤으나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지 궁금했던.
그리고 연말에 여러 사람들이 심/지/어 이 영화를 Top 10에 랭크시키는 모습을 보고 역시 보는 눈은 다들 비슷하다는 사실을 절감한 영화.
검고 흉측하기까지 해보이는 암울한 미래가 보장된(?) 슬럼가의 아이들이 스스로의 운명과 맞부딪혀 싸우면서 성장하는 사실상의 성장영화. 
그럴듯한 CG 하나 없어도 이 정도의 몰입도를 줄 수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특히, 위 스틸컷 부분인 아파트 복도씬은 단순히 앞과 뒤만 있는 아파트 복도에서 직진의 방향성이 사라지고 놀라운 서스펜스가 더해지는 2011년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









11 (9). [무산일기 / the Journal of Musan](2010) directed by 박정범

박정범 감독의 놀라운 걸작.
탈북자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대부분의 중산층이 붕괴되어 빈민층으로 유입되고 

결국 사회적 계급 이동이 차단되어가는 한국의 썩은 자본주의를 이토록 여실히 진정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얼마나 되었나 싶다.
극 전체를 지배하는 절망의 에너지란거. 이 영화를 통해 뼈저리게 느낀다.
승철 자신의 분신, 아니 아바타인 백구의 모습을 통해 은유적이지만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결국 이 세상에서 가장 초라하게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의 도덕률을 배반하는 것이라는 씁쓸한 메시지가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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