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ball /머니볼] directed by Bennett Miller


dl 영화는 빌리 빈의 새로운 실험이 현재 진행형인지, 실패로 드러난 것인지에 대한 걸 왈가왈부하자는건 아닌 듯 하다.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 스포츠를 다루는 스포츠 영화이면서도 기존 스포츠 영화들이 답습하던 감동의 서사구조를 따라가지 않는 것은 
주인공 빌리 빈이 한정된 자본 속에서 리빌딩의 한계를 느끼고 성과를 내기위해 예일대 출신의 경영학도를 끌어들여 
머니볼 이론을 본격적으로 현장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만년 하위 오클랜드 어슬래틱스의 단장(GM) 빌리빈은 자신의 고교시절에 자신의 재능을 발견은 했지만 
결코 올바른 스카우팅 리포트와는 동떨어진 무리한 선발투입으로 자신감이 무너져간 자신의 우울했던 선수생활을 
반면교사로 삼아 현역을 접고 스카우터로 나선 후 단장까지 오르지만 영화는 빌리빈을 자수성가형 타입으로 그려내지도 않고, 
흙속에서 진주캐기식 선수 성장론과는 아예 거리가 먼 영화로 흘러간다. 
영화 속에서 빌리 빈은 선수와의 인간적인 교감도 관심없고, 심지어 경기도 보질 않으니까. 딱... 악역에 잘 어울릴 법한 캐릭터아닌가?
하지만 이 영화가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으려면 으례 그래야하듯이, 인정에 얽메이기 싫어 경기도 보지않고 징크스도 중시하던 그도 
영화의 말미에 이르면 어쩔 수 없이 경기를 통해 교감하고 통계와 징크스를 스스로 떨쳐버리는 인간임을 보여준다.
뿐만아니라 거기에 더 나아가서 후반부의 다소 생뚱맞기까지한 감성적인 결말을 보면 그 어떤 영화보다 현실적인, 
단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그려내주던 빌리빈의 모습이 급속히 미화되는 느낌이어서 어색하기까지 하지만 
아마도 그러한 결말에 이르는 과정은 연출자 베넷 밀러의 속내였을 듯 싶다. 
내러티브의 애매모호함을 싹 잊어버리도록 감싸주는 영화적 형식은  빌리빈이라는 인물을 따라가는 건조한 연출과 군더더기없는 간결함, 
정적이지만 결코 쉬어가지 않는 균형잡힌 편집을 통해 영화를 보여지는 것보다 더 인상적으로 만들어주는 느낌이다.
게다가 [Capote]에서도 함께 했던 Mychael Danna의 음악은 이 영화가 마치 트랜트 레즈너가 담당했던 
핀쳐의 [Social Network/소셜 네트워크]와 유사한 정서적 기품을 갖도록 하는데 일조한다.









[Melancholia /우울증] directed byLars von Trier


현대 사진전을 보는 듯한 불온하고도 황홀한 인트로로 시작되는 이 세기말적 '우울증'.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거대한 우울증에 걸려버린 현대인들로 득실대는 지구의 클론과도 같은, 
거대한 '우울증 행성'을 통해 현대인들의 관계와 정서, 그리고 육체적 종말을 이야기한다.
영화 속 저스틴(커스틴 던스트)의 우울증은 영화적 설정을 설명할만한 충분한 내용이 없음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언니인 클레어(샬롯 갱스부르)의 불안한 우울증 역시 인간이 나약한 몸뚱이로 받치고 소유하고 있는 
모든 관계에 대한 파국에 대한 두려움에서 오는 불안함이라고 막연하게 예측하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자매의 과거를 얘기하지도 않고, 우울증의 시작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조금도 이 영화는 관심따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우울증 행성이 지구로 접근하기 때문에 마치 우울증이 증폭되는 양 표현되기까지 한다.
그러니까, 우울증이란건, 이 두 자매를 뒤덮는 우울증이라는 건 저 거대한 행성때문이라는 대책없는 의도적인 농담같은 이유를 대면서 말이지.
하지만 그 거대한 우울증 행성은 모든 파국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신경쇠약 직전의 지구인들의 거울과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면 
바로 이 농담같은 우울증의 근원 이야기는 묘하게 설득력을 얻게 된다.
세기말적이고 한없이 우울하지만, 지나치리만치 아름다운 이야기.









[Forces spéciales /스페셜 포스] directed by Stéphane Rybojad


일단... 다이앤 크루거(Diane Kruger)가 나온다. 이거 중요.ㅎㅎㅎ
그저그런 싸구려 워(war) 무비라고 생각하면 오산.
그렇다고... 기대를 넘어서는 시놉시스를 가진 대작이라고 생각하면 그것도 무리.
인권을 중시하는 저널리스트 엘사(다이앤 크루거)가 밑도 끝도없이 주위 사람들을 민폐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 과정은 
단순히 '정의'와 '인권'에의 투철한 사명의식으로 설명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고 개연성도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대단히 현실적인 특수부대의 무브먼트와 동시에 간혹 코만도를 연상케할 정도로 총알을 비켜가는 과장도 혼재하고 있어 
이것도 뭐라 말하기 참... 애매하다.(물론 미군의 장비와 탈레반의 장비가 비교가 안된다는 사실은 잘 알지만 서서쏴 자세로 
총알이 다 비켜가는 장면은 꼼꼼한 특수부대 재현에 약간의 흠이 될만하다)
다른 건 차치하고 중후반까지의 영화적 재미는 상당한 편. 그 이상 기대하지는 말아야지.









[a Lonely Place to Die /론리 플레이스 투 다이] directed by Julian Gilbey


킬링타임의 역할에 충실한 스릴러.
멜리사 조지(Melissa George) 주연이니 그녀의 건강한 아름다움에 주목하는 분들이라면 꼭 볼만한 영화라고 하겠다.
전혀 플롯에 대한 사전인지없이 봤으나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이야기로 진행되고, 악역의 캐릭터가 압도적이긴 하되 
현실과 유리된, 공중에 뜬 캐릭터같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스펜스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재미는 주더라.
이런 서스펜스 스릴러가 취하는 마지막 장소로 또다시 유럽의 작은 소도시(스코틀랜드의 작은 도시)의 지역 축제를 택하고 있다는 점은 
참 편안하게 간다...는 생각도 들지만(그렇다고 이 영화가 [In Bruge]처럼 놀라운 엔딩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여러 등장인물들의 갈등이 맞부딛혀 폭발하는 장소로는 적절했다는 생각도 들고, [Hot Fuzz/위험한 녀석들]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겉으로 보기엔 평화롭지만 속으로는 폐쇄적인 배타성으로 점철된 유럽의 소도시를 은유하는 후반부는 그닥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요즘 영화들은 너무나 현실을 직시하는터라 등장인물들을 지나칠 정도로 심하게 가차없이 소모한다는 점.-_-;;;
죽음이 언제나 예고없이 득달같이 찾아온다지만 프레임의 시퀀스에서 관객과 호흡하던 캐릭터가 관성의 법칙을 무시하고 
어느 순간 그 자리에서 아무 예고없이 고꾸라지면... 이건 영 아직도 난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Warrior /워리어] directed by Gavin O'Connor


영화적인 재미를 놓고 보면 이 영화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재미를 선사한다.
게다가 [Drive/드라이브]처럼 폼을 잡지도 않고.([드라이브]를 폄하하는게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선뜻 엄지 손가락을 추켜 올릴 수 없는 이유는 이 영화가 지닌 내러티브의 빈약한 알맹이 때문이다.
가족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 그 어려운 시기에 여자꽁무니나 찾아나섰다는 형에 대한 원망, 팀킬을 해버리는 자국에 대한 원망... 
사실 천부적인 재능을 안고 링에 오르는 동생의 두 주먹에는 그럴싸한 동기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지만 뭐하나 제대로 공감가는 내용은 없다. 
굳이 이 영화는 동생과 형을 경기에서 붙여놓기 위해 이미 정해진 플롯에 우리가 흔히 봐왔을 드라마의 갈등요인들을 
덕지덕지 갖다 붙인 후 웰메이드 퀄리티로 화면을 뽑아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렇게 함부로 지껄이지만 세련된 편집과 강약을 잘도 가지고 노는 액션장면들은 이 영화를 조금도 지루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었다.
영화적인 재미를 얘기하자면 이의가 없는 영화.

*
게빈 오코너 감독은 이미 개인적으로 스포츠 영화의 걸작 중 하나라고 믿는 [Miracle/미라클]을 연출한 바 있다.









[The Help /헬프] directed by Tate Taylor
응? Tate Taylor??? 이 사람 배우 아닌가?
알고보니 이 영화가 장편 데뷔작도 아니라는거. 이미 두번째 장편.
게다가 주인공은 [Easy A]로 완전히 내가 반해버린 엠마 스톤(Emma Stone).
시대적 배경은 사실상 미국의 중산층이 가장 풍요로왔다고 믿는 1960년대. 모든게 풍족하고 넘쳐났던 그 시기.
하지만 그러한 풍요로움 속에서도 흑인들의 인권은 여전히 비참한 수준이었고 게다가 이 영화가 배경으로 삼고있는 미시시피 지역은 
흑인에 대한 차별이 가장 심한 지역으로도 유명했다. 프리라이드 운동 중 살해당하는 사고가 일어난 곳도 이 지역이고, 
이를 소재로한 진 해크먼 주연의 [Mississipi Burning]을 기억하는 분들도 많으실 듯.
그렇게 따지면 이 영화는 다분히 어둡고 음습한 영화일 수 있다. 마을 하나가 통째로 백인집에 가정부로 출근하는 
어처구니없는 역사 속 진실, 같은 화장실을 썼다는 이유로 해고해버리고 흑인을 병균을 옮겨주는 존재따위로 바라보는, 
보는 사람의 입에서 욕이 터져나오는 이 어두운 현실을 이 영화는 직시하면서도 밝게 그리려고 노력한다.
현실이 주는 공포감, 자신들의 백인고용주의 횡포를 까발리는 흑인 가정부들에 대한 다양한 위협이나 
내부고발했을 경우의 불안함은 이 영화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과연 1960년대의 흑인 사회가 이 정도로 평화롭게 백인사회에 대한 고발을 평온하게 해낼 수 있었을까? 
이건 지나칠 정도로 낙관적이고 평화로운 시선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아마도 테이트 테일러는 그래서는 이 영화가 박스오피스 수입을 보증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타협아닌 타협은 이 영화에 대한 소재적 거부감을 적게 할 수 있었을 것이고 
영화적인 재미도 한껏 살려냈다고 볼 수는 있겠다. 
실제로 이 영화는 대부분이 대화로 이뤄지지만 조금도 지루함없이 엔딩을 맞이할 수 있으니 말이다.

*
상대적으로 흑인 가정부들을 인터뷰한 스키터(엠마 스톤)는 오히려 대단히 평면적으로 그려진다. 
그녀의 사명의식은 말뿐인 것같고 절박함도 묻어나지 않으며 그냥 에블린의 집을 왔다갔다하는, 
그저 흑인 가정부들의 애환을 전달하기 위한 매개체로만 그려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
기본적으로 어두운 이야기를 이토록 밝고 희망차게 그려낸 것에 대한 불만은 없다. 
오히려 소소한 일상을 잘 드러내면서 전체적으로 밝은 영화 분위기임에도 흑인 가정부들이 겪은 불합리한 일들은 
대단히 꼼꼼하고 확실하게 관객들에게 어필한다. 
다만, 영화를 보면서 실제로 저 당시를 살던 저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하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해질 뿐이다.









[Another Year /세상의 모든 계절] directed byMike Leigh


마이크 리의 영화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일종의 보증수표와도 같은 이름이지만, 
이 영화는 마이크 리의 영화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은 영화 중 한 편이라고 감히 말하겠다.
특별출연한 [Vera Drake]의 이멜다 스톤턴(Imelda Staunton)의 팍팍한 현실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군데군데 웃음을 주고 일상을 소소하게 담아내지만, 결국에는 소소한 외로움과 외로움이 잠식하는 인간관계의 파국, 
그리고 나아가서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주위의 친구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결국은 자신들도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끝없이 허무한 애정을 동경하고 관계의 틀에서 벗어난 삶으로 인하여 소스라칠 정도로 힘들게 다가오는 
고독을 벗어내지 못하는 메리와 같은 인물을 통해 인생에 대한 공허함과 연민을 동시에 보여준다.
영화의 끝까지, 등장인물에 대한 조금의 감정도 싣지 않고 냉철하게 거리를 두는 것을 보면서 
타인의 삶을 자신의 삶을 기준으로 재단해왔던 내 스스로의 시선을 보는 것 같아 섬찟하기도 하더라.
인생, 그거 자신의 맘대로 살아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나치리만치 이상적인 톰과 제리 부부를 중심으로 보여지는 대부분의 우울한 모습이 애정결핍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
주인공 부부의 이름이 톰, 제리다. 감독이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내가 느끼기엔 감독은 이 착한 아들까지 두고 백년해로할 때까지 
애정이 넘치는 이 부부를 '비현실적인 만화같은 존재'로 은유하려고 한 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비약이겠지만.
아무튼... 가족 이데올로기가 궁핍한 생활 속에 산산이 부서져간 모습은 비단 헐리웃의 인디 영화에서만 등장하는 모습이 아니라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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