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드뎌 마지막입나다.
하루에 한 다섯장씩 올려봤는데 워낙 관심 밖의 글이고, 이런 글을
꼬박꼬박 올리는 것도 결례인 듯 하여 어제 하루 쉬고 오늘 아침에 15장 다 써서 올려 버립니다.

 

 


 

36. [Florida] by Diplo
-먼저 이 음반은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음반이라는 점을 확실히 말하고 싶다.
내겐 2004년의 BEST 50선에 들어갈 만 하지만, 혹자는 이 음반에 대해 대단히 모호한 평가를 하기도 하며,

AMG에선 별셋(다섯 만점), Pitchforkmedia에선 7.0(10점 만점)점 정도의 보통 이상의 평가를 받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Diplo란 설마...했던 'Diplodocus'의 줄임말이다. 본인이야 아들 민성이 덕분에 진작에 디플로도쿠스를 연상했지만

실제로 그 줄임말인 걸 알고 혼자 키득거렸던 기억이 난다. 디플로도쿠스는 몸이 기가막히게 길었던 공룡의 이름이다.
Diplo는 그룹이라기 보다 솔로 프로젝트라고 봐야 정확할 것인데, 그는 Tricky나 DJ Shadow(Lightshine 레이블의 히어로)의

 장점을 끌어 오면서 대단히 하이브리드적인 음악적 포용력을 추구하고 있다.
이 음반 [Florida]는 실제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Florida의 단상등을 곡으로 표현 하고 있는데,

이 음반엔 Trip-Hop, Electronica, Rap 그리고 현악 앙상블이 그로테스크 하고 마이너 코드에 얹혀 시종일관 불길한 사운드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본인도 이 음반에 100% 호평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첫곡 [Florida]에서 다가오는 이국적인 서정성과 이 음반의 재기넘치는 비트, 그리고 이질적으로 곡을 둘러 싸고 있어서

되려 생경한 느낌마저 주는 현악 사운드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50선 안에 포함시켰다.

(물론 이 글이 50선이 될 지 60선이 될 지... 100선이 될 지는 나도 모르겠다)
또한 이 음반이 21세기를 위해 적어도 Amp의 [Stenorette]만큼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필청의 일렉트로니카로 뽑았다.

Diplo 'Florida'

 

 

 

 

 

 

 

37. [Now Here Is Nowhere] by Secret Machines
택사스 댈러스 출신의 커티스 형제가 주축이 된 시크릿 머신즈는 댈러스 출신이지만

현재 뉴욕 인디록 씬의 한 중추를 이루고 있는 그룹이기도 하다.
애당초... 이들은 그들의 데뷔 EP인 [Septemmber 000]를 통해 뉴욕 인디록 씬의 최고 기대주 중 하나로 떠올랐었다.
데뷔 EP에서 독특한 포스트 펑크 사운드를 들려 주었던 이들의 정식 데뷔작인 [Now Here Is Nowhere]에 대해 혹자들은

평범하고 지루하다고 폄하하는 분들도 있으나 개인적인 느낌은 BEST는 못 된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록 음악이 지닌

70년대의 둔중한 헤비한 중량감, 그리고 레드 제플린을 연상시키는 드러밍과 베이스는 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엔 충분하다고 본다.
이들 역시 미국의 록음악이라기 보다는 되려 영국의 록 사운드에 더 근접한 느낌을 주는데, 이것은 미국의 단선적인 곡구성과

발성의 창법보다는 영국식 록사운드의 외피가 보다 더 세련된 느낌을 주며 도회적이라는 사실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시도가 뉴욕 씬에서 두드러지고 있고, 그들의 음악에서 짙은 먹물 냄새를 지울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러한 바다 건너 음악들 간의 이종교배가 어쩌면 또다른 새로운 음악을 생산하는 든든한 자양분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38. [Fabulous Muscles] by Xiu Xiu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출신의 Xiu Xiu의 2004년작 [Fabulous Muscles]는 이들 음악의
결정판이다. 이런 음반이 나오면 으례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고 입을 모아 얘기하지만,
이들의 디스코그라피를 미루어 볼 때 이 음반이 최고의 정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미안하지만, Xiu Xiu에게는 기대 이상의 '오버'음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이니까.
전작도 만만찮은 평가를 받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제이미 스튜어트의 격정과 분노의 보컬
과 시도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조밀조밀하게 엮여 있지 못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
는데, 이번 음반은 제이미 스튜어트의 분노 섞인 보컬과 팽팽하게 전개되는 다소 즉흥적
이고 강렬한 일렉트로 비트가 멋지게 직조되어 상당히 전체적인 밀도가 높은 음반이 된
듯 하다.
포크와 일렉트로닉, 그리고 익스피리멘털이 혼재된 본작은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는
다양한 오브제들을 끌어모아 유기적으로 밀도있게 구성한 2004년도의 걸작 중 한 장임에
틀림이 없다. 다만, 앞으로도 Xiu Xiu가 이러한 진보적 음악 실험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지켜보는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전술했듯이... 이 음반은 그들의 디스코그라피를 들여다보면 유난히 '오버'된 음반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39. [Joy Shapes] by Charalambide
-31~35번째 음반을 언급하며, 현재 록씬에 부는 복고 바람이 단지 80년대의 신스팝등만
을 불러내는 것이 아니며, 70년대 초반 전세계를 강타했던 아트록, 프로그레시브록까지 함께 불러내고 있다고 글을 쓴 적이 있다.
지금 소개하는 Charalambides는 현존하는 그룹 중 가장 강력한 70년대의 German Psyche 의 족적을 따라가는

그룹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휴스톤에서 1991년 카터 부부에 의해 결성된 이들은 아방가르드, 프리 재즈와 folk을

자유롭게 넘나드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스폰지처럼 흡수해왔다.
[Joy Shapes]는 이러한 이들의 음악적 실험이 정점에 오른 음반으로, 수많은 선배 그룹 들을 연상케 한다.

이태리의 Pierrot Lunaire의 두번째 걸작인 [Gudrun](1974), Saint Just의 데뷔앨범 [Saint Just](1973),

독일의 아방가르드/싸이키델릭 그룹이었던, 윤이상씨의 따님인 윤정씨가 보컬로 있었던 Popol Vuh의 대표작 [Hosianna Mantra](1971)
프랑스의 대표적인 아방가르드 그룹으로 David Allen과 Gil Smith가 버티고 있었던 Gong의 여러 음반들을 모조리 연상케 한다.
특히 21분 여에 이르는 탑트랙 는 불길하게 엄습하는 크리스틴 카터의 흐느낌에 가까운 보컬과 전방향적으로 평행선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듯한 일렉 기타의 잔향과 클라우스 슐츠의 키보드를 연상시키는 미니멀적인 선율이 관념적 사유를 가능케 하는 놀라운 곡이다.
네번째 곡 역시 일상에서 평화로움을 찾기 힘든 도시인들의 모습을 풍자, 밤에도 시끄러운 소음을 통해

안정을 찾는(영화제목이 기억이 안나네요. 어딜가나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등을 틀어놔야 잠을 자는... 이 영화 제목이 가물가물합니다)듯한

과도한 노이즈의 분출, 그리고 일시에 노이즈를 거두는 대비를 통해 음악적인 설득력을 시험해 보고 있다.
어쨌든 이 음반은 2004년을 대표할 만한 익스피리멘털 포스트 록의 정형으로 기억될 수작임에 틀림없다.
*
톰 카터는 본인이 무척 좋아하는 Bardo Pond의 즉흥 세션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40. [The Lost Riots] by Hope of the States
-영국 서섹스에서 2000년에 결성된 5인조 그룹 Hope of the States의 본작을 2004년의 음반으로 선정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해외 유명 음악 잡지를 뒤져봤더만... 이들의 음반에 거의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했던

No Ripcord조차도 이들 의 음반을 열 손가락 안에 끼워 넣지 않았다.
물론 본인도 이들의 음반을 열 손가락 안에는 끼워넣을 순 없더라도,

이 음반은 미국의 피치포크가 5.6점(10점 만점)을 줄 정도로 아둔한 음반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미국의 피치포크가 이들을 혹평하는 것은... 어쩌면 이들의 그룹명이 앨버트 도이치가 1948년 미국의 정신 건강 상태을 조롱하여

논쟁의 불씨를 제공했던 'The Shame of the States'에서 따와서는... 아니겠죠???) 물론 이 음반은 정말 과도한 감정 과잉으로 점철되어 있다.
바른 생활 사나이들임을 자처할 만한 시적이고 낭만적인, 너무나 낭만적이고 도덕적 이어서 킥킥 웃음이 나올 정도의 가사와

시종일관 진지하고 감동을 유발하는 듯한  이들의 편곡은 사람에 따라 되려 짜증이 날 수도 있겠다.
가히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그룹이었던 Camel의 후기 범작 [the Stationary Traveller]에서

(남들은 걸작이라지만 난 이게 어째서 걸작인 지 이해가 안간다) 감동의 도가니탕 으로 몰고 갔다던 

후반 기타의 처절한 절규...가 바로 이들의 란 곡에서 재현된다.
뿐만 아니다. 란 곡에선 듣는 이가 민망할 정도로 숙연한
스트링과 강렬한 록음악도 듣는 이에 따라선 거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의도한 대로 곡을 이끌어내는 곡 구성과 편곡은 보통이 아니다.

일정하게 평탄한 기조를 이루다가 점진적으로 증폭되며 절정부분에서 지속적으로 동일한 프레이즈를 반복하고, 이후에 급진적으로

다운템포되면서 자연스럽게 페이드 아웃되는 이들의 뻔할 뻔자 곡 구성은 이상하게도 진부하다기 보다는 놀라울 정도로 설득력 있게 들려진다.
다양한 편곡 역시 결코 혹평받을 수준의 그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 음반이 이들의 데뷔작임을 생각해보면 이건 놀라우리만치 완벽에 가까운 음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의 음반은 반드시 들어봐야할 2004년의 수작 중 한장이다.
*
영국의 유명 잡지 NME(New Musical Express)는 2004년의 음반 50장 중에 본 앨범을 선정했다.

 

 

 

 

 

 

41. [Lesser Matters] by The Radio Dept.

드뎌 이 음반 야그를 꺼내게 됐다. 이전에도 한 번 북구 그룹들의 우수함에 대해 살짝 언급한 바 있는데, 이 4인조 그룹 역시 스웨덴 그룹이다.
아마 2004년도에 발매된 음반 중 본인의 BEST 5 안에 들어갈 만큼 사랑하는 음반이 바로 본작인데 이들에 대한 정보는 생각보다

무척 찾기 힘든 편이다(피치포크나 올뮤직닷컴에도 없다)게다가 이 음반은 엄밀히 말해서 2003년에 발매된 음반이니
2004년의 베스트에 넣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국제적으로 이들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04년이고,

본작도 당연히 2004년에서야 해외에 알려졌으므로 순전히 본인의 횡포에 의해... 2004년의 베스트로 선정했다

(NME나 Metacric도 똑같이~ 이 음반을 2004년 베스트 10 안에 선정했으니... 뭐 나만 그런건 아니네요^^)
이들의 음반을 듣고 처음에 느꼈던 것은 와이프 홈피에도 예전에 올렸었지만 Jesus and Mary Chain의 몽롱하면서도 단선적인 느낌,

My Bloody Valentine의 환각 적인 음색에 달콤한 서정미를 살짝 얹은 듯한 느낌이었다.
단번에 내 귀와 가슴을 사로잡은 이 음반은 이후 내 BEST 음반 중 한 장이 되었고, 이번에 글을 쓰면서 찾아본

해외 리뷰(NME와 Drowned in Sound)에도 나와 다를 바 없는 느낌들을 다들 얻은 듯 하다.
스웨덴의 인디그룹의 데뷔앨범이 이렇게 몽환적이고, 달콤하며, 풍요롭고,

서늘한 북구의 서정미를 실어 들려주는 것이 감사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걸작에 대한 강박관념 따윈 일체 느껴지지 않는, 엄숙주의에 대한 동경 따윈 찾아볼 수도 없는, 그야말로 음악에 음악만을

실어 날려 보내는 이들의 음악 사랑이 바로 가슴 깊이 와닿는 이 놀라운 음반은 2004년의 최고작 중 한 장임이 분명하다.

The Radio Dept - 1995

 

 

 

 

 

 

42. [Medula] by Bjork
-Bjork(비욕)에 대해선 본인이 떠들어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정도를 넘어서 상당한 팬들에게 거의 '전지전능'에

가까운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아일랜드 태생의 이 위대한 뮤지션은 이미 12세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음반을 낼 정도로

음악적 재능을 발휘했으며, 역시 전설이 된 그룹 Sugarcubes를 통해 자신의 음악 철학을 구현하기에 이른다.
솔로로 데뷔한 90년대 초반 그녀는 록 역사상 기념비적인 음반들을 황당하리만치 즐비하게 쏟아내며

최고의 아방가르드 팝 아티스트(Avant Pop)로서 독보적인 위치 에 오르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 [Dancer in the Dark]에도 직접 주연을 맡아 출연하여,

예의 그 기묘한 복합적 이미지를 거장이자 기이한 감독이기도 한 라스의 손에 의해 독특하게 재현되는 경험까지 하게 된다.
사실상 현존하는 최고의 뮤지션 중 한 명이며, 93년작 [Debut]이후로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아방가르드와 클래식, 일렉트로니카, 팝의

결코 현학적이지 않은 진중한 이종교배는 듣는 이를 비장미에 잠겨 숙연케하기도, 놀라운 희열을 안겨다 주기도 한다.
그녀의 2004년작 [Medula] 역시 그러한 시도의 연장선 상에서 해석될 수 있으며 특히 이 음반은 그간 일렉트로니카가 근간을 이루던

그녀의 음악이 보다더 자신의 아우라를 뿜어낼 수 있는 바로 자신의 '목소리' 위주로 시도된 첫번째 음반이라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이 음반은 시종일관(사실 언제나 그랬지만) 비욕의 목소리로 채워져 나간다. 도무지 형언하기 힘든 보이스로 듣는 이를 내면의 세계로

침잠시키며 기괴한 선율의 굴곡을 따라가게 만드는 이 놀라운 음반은, 여지껏 그녀의 디스코 그라피 중 가장 내면적이며 주관적인 음반이다.
간혹 이 음반에 팝적인 훅이 소멸되었다고 지적하는 국내/외 평이 있지만, 언제 까지나 반드시 팝적인 훅이 가미되어야 한다는 보장도 없고,

그러란 법도 없으며 팝적인 훅이 반드시 비욕 음악의 특징이었다고 규정지을 수도 없기에, 본인은 이러한 내면 세계로의 다이브가

그녀 음악 세계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도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녀는 언제 진보해야 하는 지 아는, 현명한 뮤지션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43. [Logic Will Break Your Heart] by The Stills
그룹 사운드라는 건 여러가지의 의미가 있겠지만,

각 포지션 별로 서로의 개성과 능력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가는 생산적인 과정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개개인의 솔로 플레이보다는 곡 전체가 화학 작용을 주고 받으며 평면적인 곡에 각양각색의 융기가 생기고

이것이 파동이 되어 청자의 귀와 가슴으로 자연스럽게 파고 들 때 감동도 생기는 것이라고 난 믿는다.
작년 NEXT의 음악을 듣다가 정말 짜증이 나서 입에서 튀어나오는 욕을 주체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안그래도 진작에 신해철의 음악적 능력에 대해 지독하게 회의적이었던 본인은 NEXT의 해체 인터뷰시

'더이상 라이벌이 없는 상황에서'란 말에 조소를 금치 못했고 그가 발매한 테크노 음악이 '알맹이없는 뮤직 인텔리즘의 극치'라고

정의했기에 이번 그의 컴백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만 <사탄의 신부>라는 우스운 제목으로 허섭한 연주와 텅빈 멜로디를,

완전히 따로 노는 연주로 일관하는 것을 보고 이만큼 시대 착오적인 음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요사이 국내에도 주목할 만한 인디그룹들이 나오고 있으며, 특히 '네눈박이 나무밑 쑤시기'는 비록 해산했지만

놀라운 연주력을 들려주며 이 그룹의 구성원들이 각각 또달리 필드에 나가 어떤 활동을 할까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룹 사운드라는 것이 가진 유기적인 의미에 대한 고찰보다는 지나치게 음악적 엄숙주의에 빠져 '걸작에 대한

강박관념'들이 서서히 드러나는 감이 없지 않은 듯 하다.
그런 음악적, 작가적 엄숙주의에 대한 해결책이나 다름없는 음반이 바로 캐나다 그룹인 The Stills의 음반 [Logic Will Break Your Heart]다.
시종일관 급격한 텐션 한번 없으면서도 이토록 귀에 달라붙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는 것도 보통 능력이 아니며,

굳이 멋을 부리지 않아도 이렇게 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
그룹 소개는 Drowned In Sound 지에 멤버들과의 인터뷰 내용까지 실려 있어서 이번엔 Drowned In Sound를 링크했습니다.

 

 


 

 

 

44. [The Decline of British Sea Power] by British Sea Power
의아하긴 한데,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이 음반에 대해 만점을 줬다.(허... 이 잡지가?) 오스틴 크로니클이 만점이 준 것은

이햐가 가고 No Ripcord가 90점을 준 것은 되려 생각 보다 점수가 적은 듯 한데,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이 음반에 만점을 주다니 말이다.
어쨌든... 대단히 조롱하는 듯 들리는 이 그룹의 그룹명(영국의 해군력이라니...)은 기가막히게 부연 설명하고 있는

음반 제목만큼이나 재미있다.(아... 이들은 영국 브리튼 출신의 그룹이다. 딴 나라 아그들이 아니다)
다소 문학적인 표현으로 보이기도 하는 그룹명과 음반 제목답게 이들은 핵시설, 체코 소설가등에 대해 노래하며

도스토예프스키와 찰스 린드버그의 범주를 넘나드는 전형적인 먹물 냄새나는 그룹이기도 하다.
이 음반도 사실 2003년 발표된 음반이지만 이 음반을 본인이 유독 늦게 접했고, 들어보니 필이 팍 꽂히는 터라

내 맘대로 2004년 BEST 50에 집어넣었으니... 혹 이에 대해 이의가 있으시면 쪽지나 댓글로 테러하셔도 무방하다 (우히히~)
2004년엔 마치 레드 제플린이 그리워서 음악하는 듯한 The Secret Machines가 상당히 놀라운 반응을 얻었는데

(사실 난 레드 제플린을 닮았다고 느낀 트랙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이 그룹은 누구누굴 닮았다기 보다는

The Secret Machines처럼 순수한 록음악에 대한 열망이 그대로 표출된 음반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화제가 되었던 음반이다.
사실 이 음반에 대한 평가를 익히 듣고 알고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끌리지가 않아

들어보지 않았던 것인데 뒤늦게 듣고는 진작 들을 걸...이란 생각에 좀 후회가 되긴 했다.
현재 여러 평론가들이 작금의 트랜드세터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한탄하기도 하던데, 시대를 규정할 만한 기념비적인 음반이나,

트랜드세터가 나오지 않고 있는 현재 음악씬은 사실 그러한 몇몇 특정 그룹을 기다리기보다는 이러한 음악들이 과거와 현재를 접목하며
나름의 시도를 통한 변증법적인 진화 과정을 거쳐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음악이 나오리라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 중 British Sea Power 역시 어느 정도의 자양분을 공급하는 그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45. [A Grand Don't Come For Free] by The Streets
영국 버밍햄 출신의 백인 청년 Mike Skinner의 1인 프로젝트인 the Streets의 기념비적인 음반이다.
혹자는 the Street을 에미넴과 비교하곤 하는데(같은 백인이며 랩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미안하지만 이건 터무니없는 비교에 불과하다.
물론 the Streets의 음악에도 흑인 특유의 다운비트가 곡을 누빈다. 그리고 명쾌한 래핑이 떠나질 않는다.

다만, 래핑의 방식은 또다른 거라지 랩의 신성이자 천재인 Dizzee Rascal 과도 다르며, 에미넴과는 더더더더더더욱 다르다.
이 글을 읽는 분께서 에미넴의 팬이시라면 정말 죄송하지만,

The Streets가 얘기하는 가사와 곡을 관통하는 하이브리드적 실험과 재현 능력은 에미넴과 비교할 것이 아니다.
그는 하릴없이 청춘을 허비하는 영국의 청년들에 대한 초상화를 가사에 담아 넣고, 이를 방관자적 자세로 관조하면서

되려 더더욱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놀라운 문학적 사유를 가능케 한다.
뿐만 아니라 R&B, 일렉트로니카, 힙합등이 깡그리 일관적인 비트 속에 녹아든 표현력은 가사가 지닌 에너지를 무리없이 증폭시켜준다.
비록 the Streets가 미국 시장에선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했으나 그 이유는 전적으로 기존 Hip-Hop의 틀에서 변화를 모색하기 힘든

경직된 미국의 시장 자체의 문제이지 결코 이 음반의 보편성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영국은 늘 미국의 자양분도 자신들의 토양에 맞게 변종시키며 진화시키고 있는게 아닐까.
그리고 이런 시도는 결코 쉽게 그치지 않을 것 같다.
the Streets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천재 래퍼인 Dizzee Rascal의 음반을 들어봐도 쉽게 알 수 있듯이 말이다.

 

 

 

 

 

 

46. [Showtime] by Dizzee Rascal
-괜히 이제 약관도 안된 나이에 두장의 음반을 폭풍 속으로 몰아버린 이 영국 런던 출신의 어린 흑인 뮤지션을 주목하는게 아니다.
그는 the Streets의 마이크 스키너가 '거라지 랩'의 미래라고 표현했으며, 미국의 유명 음악 웹진인 Pitchfork에서도

대중 음악사적 거장들의 이름을 언급하며(피트 타운젠트, 모리세이등) 그들만큼 성장하길 바란다고 했다.(뮤지션 이름 링크 참조)
이제 바랄 것은 이 진정한 천재 뮤지션이 마약에 쩌들어 요절하지 않고

the Streets의 마이크 스키너와 함께 거라지 랩을 진보시켜줄 것을 바랄 뿐이다.
지금 소개한 이 Dizzee Rascal의 거침없는 래핑은 미국의 힙합퍼들이 구사하는 래핑과 달리 정말 누군가 얘기한 것처럼

기름기가 쏙 빠진, 싸이프레스 힐등을 고속탈수기에 넣고 돌린 듯한 담백함이 느껴진다.(아마 Weiv 리뷰였던 것 같다)
거기에 Rascal의 곡들은 단순하고 명확한 샘플링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래핑의 테크닉은 이미 단점을 지적할 곳이 없을 정도로

원숙하고 폭발적이다. 다만, 아직 the Streets의 마이크 스키너가 보여주는 한 단계를 넘어선 듯한 전지적인 느낌마저 드는

사회적 통찰력은 부족한 듯 하나, 이것은 단지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이므로 그의 재능이라면 쉽게 극복하리라 믿는다.
자... 그의 놀라운 2집 [Showtime]을 들어보시길.

그리고 절대로 그의 놀라운 역사적 데뷔작 [Boy in da Corner](이것도 2004년작)을 꼭 들어보시길.

 

 

 

 

 

 

47. [Abattoir Blues] by Nick Cave and the Bad Seeds
닉 케이브는 또다시 사랑을 노래한다.
그렇다고 전작인 [Nocturama]를 생각했다간 첫곡에서부터 이단옆차기를 당한다.
첫곡 는 사랑에 대한 노래라기 보다는 대상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강력하다.

코러스와 통속적인 리듬이 닉 케이브의 찌든 보이스와 함께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1984년 데뷔 음반을 발표한 후로 쉴새없이 달려온 그가 음악적 변화를 반드시 모색해야 할 시점에서 발표한 2004년작 [Abattoir Blues]는

전작의 실패를 가볍게 뛰어넘는 곡들로 온통 가득하다.
진득진득할 '뻔'한 블루스 리듬에 실려 진중하게 다가오는 이나 장난기마저 느껴지는 보이스에 난데없이 직선적으로 터져 나오는
모든 곡들은 Nick Cave의 한계까지 몰아부친 자신의 음악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결과물 들이다.
천상 아티스트일 수 밖에 없는 Nick Cave가 앞으로도 어떤 사운드를 들려줄 지에 대한 일종의 지표가 되기도 한 본작은 무엇보다

그가 매너리즘에 빠진 재탕 음반이 아닌 새로운 음악적 결과물을 가지고 돌아왔다는 사실 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 하다.

 

 

 

 

 

 

48. [KA] by Excepter
이번에 2004 BEST 50을 정리해보면서

유난히 많은 그룹들이 70년대 아트록/프로그레시브 애시드 포크록과 정신적 교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이런 일련의 작업들은 특히 포스트 익스피리멘털 록 씬에 팽배한 분위기인 것 같은데 지금 소개하는 Excepter의 음반 [KA] 역시

독일의 스패이스 아트록(Space Art Rock)의 대표적 주자였던 Faust와 프랑스의 Space Rock 그룹인 Gong(David Allen과 Gill Smith가 이끌었던)

그리고 나아가선 독일의 Walter Wegmuller의 [Tarot]음반과도 상당히 유사성이 있다.
이 음반은 전체적으로 싸이키델릭의 모호하고 불분명한 사운드에 노이즈가 오버더빙 되어

심리적인 불안정을 유발하고 있는 가운데, 역시 정확하게 가사 전달이 되지 않는 주술적이고 부유하는 보이스를 덧입혀

대단히 혼란스러운 카오스 상태의 음악으로 정제하지 않은 채 방치해놓고 있다.
사실 이러한 실험적 사운드는 분명히 의도적인 것인데 미국 브룩클린 출신의 이들은 인간의 사회, 그리고 이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유기적 관계를 심리학적 분석에 따라 재분할하고, 최악의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맞이할 혼돈과 이를 극복하며

자연히 발생하게 되는 혼란 속의 질서에 대한 실험을 맘껏 해내고 있다.
불을 끄고 볼륨을 높인 후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 자신의 형상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stoned되어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음악은 간혹 유체이탈의 경험까지 유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극히 주관적이나 카오스 이론에 대한 심층적인 음악적 표현의 정점이란 생각이 든다.

 

 

 

 

 

 

49. [The Concretes] by The Concretes
-유독 2004년의 BEST 50엔 영국, 미국 외에 스웨덴과 캐나다 그룹들이 많은데, 지금 소개하는 The Concretes 역시 스웨덴의 인디록 그룹이다.
이 그룹은 과거 이들의 대선배 그룹인 Keers Pink의 북구적 낭만성을 그대로 계승한 듯한 스웨디쉬 인디팝 그룹이다.
멜로디는 단순하고 쉬운 듯이 보이나, 그 속엔 따스하면서도 이면에 우울한 서정미를 숨기지 못하고 있고,

각양 각색의 악기들은 가공되지 않은 듯한 원초적인 사운드를 들려 준다.
어찌 들으면 이런 사운드는 밋밋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들의 매력이라면

이 음반을 몇번 반복해서 들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쉽게 중독된다는 데에 있다.
빅토리아 베리먼의 나즈막한 분위기의 보이스는 무미건조한 듯 들리기도 하면서 악기들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더더욱 매력적이다.
시간을 내어 반드시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음반임에 분명하다.

 

 

 

 

 

 

50. [The Futureheads] by The Futureheads
-자... 이제 드뎌 50장째 음반이다. 그 많은 음반 중에 50장을 추린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작업같다.

당연히 좋은 음반들이 누락되었고, 그 멋진 뮤지션들이 신경도 쓰지 않겠지만, 난 괜히 미안해진다.
마지막으로 올리는 음반은 영국 선더랜드 출신의 록그룹 the Futureheads이다.
역시 2004년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를 받은 그룹이다.
개인적으로 몇몇 트랙에선 조금 과장해서 Boo Radleys의 느낌마저 풍기는

(안다. 말도 안된다고 돌 던지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 하지만 난 이상하게 Boo Radleys가 기억났다)
국내에선 유난히 이 음반에 대해 조용하던데, 뭐 물론 국내 음악 평론가들의 취향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음악사적인 트랜드세터로서의 역할을 해야 명반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다소 의아할 정도로 이 음반에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음반은 물론 본인의 베스트는 아니나 하이브리드의 홍수 속에서 록음악으로서의 순수성이 소멸해가는 것에 대한 은근한 역습이다.
물론 이 음반 자체도 순수한 록 음악으로서 기능하느냐고 한다면 선뜻 그렇다라고 답하기 힘들겠으나

이 음반이 들려주는 건강한 발랄함과 재기넘치는 프레이즈는 흥겨움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가볍게 사운드에 몸을 맡기고 흔들어 보자.
스트레스 좌악~ 풀리게. 같은 곡은 놓치지 않아야 할 트랙이다.

 

 

 

이외에도 누락된 안타까운 음반들이 많은데...

 

 

[The Unrelenting Songs of the 1979 Post Disco Crash] by Jason Forrest
-이 음반은 절대 놓쳐서는 안될 인디 일렉트로닉의 수작이다.
이 음반이 빠진 건... 순전히 실수! 다 쓰고나니 기억이 나다니...

 

 

 

[Map of What Is Effortless] by Telefon Tel Aviv               [Me First] by The Elected

 

 

 

     

[Hope and Fears] by Keane                                         [Riot on an Empty Street] by The King of Convenience

 

 

  

[Who Killed the Zuton Fever] by The Zutons

[The Libertines] by The Libertines

 

 

  

[Ultravisitor] by Squarepusher                                   [Underachievers Please Try Harder] by Camera Obscura

 

 

등등의 음반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음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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