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Pink Abyss] by Shalabi Effect
샬라비 이펙트는 해외에서의 놀라운 인지도에 비해 국내에서는 터무니없이 알려진 바가 없는 그룹 중 하나다.
포스트 록 그룹들(혹은 익스피리먼털 그룹들)이 대안적 음악으로 종종 활용하곤 하는 오리엔털리즘은, 그들이 자신들의 곡 속에 재현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피상적이거나 선정적이어서 단순한 음악적 아이디어의 인용에 그치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자라고 음악공부를 한 Sam Shalabi, 그리고 Anthoy Seck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Shalabi Effect의 음악은 즉흥적인 프리 재즈의

improvisation과 상대적 음계를 다루는 인도 음악이 지닌 공통된 접점을 찾아내고 이를 자신들의 음악에 투영하는 작업을 해내는 그룹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두번째 곡인 에서 들려지는 스네어 드럼의 브러쉬 터치와 함께 끈적거리면서도 음산하게 다가오는 여성 보컬의 보이스,

그리고 그 속에 다이브한 기타의 노이즈(마치 스티브 라이히의 음악을 듣는 듯한)가 팽팽한 정중동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매력은 한번 듣고 나면 정신이 묘연...해지는 정신적 환각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두 엄지 손가락 다 치켜 올려도 모자랄 2004년의 걸작.

 

 

 

 

 

 

27. [Power Out] by Electrelane
도통 들어본 적도 없는 희한한 분위기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Electrelane.
영국 브리튼에서 결성된 여성 4인조 그룹인 이들은 Breeders, Tori Amos, Liz Phair,Indigo Girls, Helium등...
통상적으로 남성 지배적인 하드코어 펑크씬에 맞서는 Riot Girl Scene(라이엇 걸 씬)의 대표적 주자이기도 한 Electrelane은

레즈비어니즘을 폭발시켜주는 역할을 한 인디 레이블 'Mr.Lady'를 통해 배출된 최고의 그룹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아름다운 네명의 여인들인 이들은, 록이 결코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음악으로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약에 취해 읊조리는 듯한 보이스에 반복되는 기타 프레이즈, 그리고 간혹 정신을 확 깨게 만드는 성가곡 또는 노동요를 연상시키는

정말 묘한 분위기의 곡에, 간간히 끼어드는 로우 펑크 스타일의 곡들이 이 음반엔 그야말로 전진배치되어 있다.
사실 이런 음반이 터무니없이 저평가받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 그런 평론가들의 고리타분한 사고와는 달리 이들은 이미 인디 록씬의

수퍼스타로 등극해 있으며, 수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인디 록씬의 실력자들이다

 

 

 

 

 

 

 

 

28. [Seven Swans] by Sufjan Stevens
-이 음반은 이래저래 할 말이 많은 음반이다.
Sufjan Stevens는 'The 50 States'라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공공연하게 말을 해왔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의 50개 주를 돌면서 각 주에 맞는 음반들을 발표하겠다는 뜻이며,
실제로 그는 첫번째 음반인 [Greeting from Michigan...]을 통해 미시거 주에 대한 애정을 담아 발표한 바 있다.
그의 프로젝트대로라면 이후엔 다른 주를 노래한 음반이 나왔어야 하는데 이 친구가 마음이 느긋...한 것인지

이 음반은 전작 [Greetings from Michigan...]에서 제외된 트랙 들로 채워진 일종의 '자투리' 음반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음반을 절대로 '자투리'음반이라고 부르기 곤란하다는 데 있다.
개인적으로 전작보다 본작이 더 애착이 가며, 보다 더 곡 자체가 풍요롭고 생기있다.
사실 예전같으면 '미발표 모음집'등으로 불리울 만한 이 음반이 높은 평가를 받은 1집보다 되려 더 정이 가니... 이 음반의 완성도를 가늠하고도 남을 만 하다.
평화로운 앨범 재킷만큼이나 이 앨범에는 때론 우수어리고, 때론 정겨우며, 때론 애잔한 포크 음악들이 가득하다.
197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던 포크 음악이 네오 포크의 경박함을 거쳐 과거를 바라보며 미래의 대안을 모색하는 단계에까지 온 지금,

Sufjan Stevens는 Devendra Banhart, Iron & Wine등과 함께 가장 주목해야할 뮤지션임에 틀림없다.

 

 

 

 

 

 

29. [A Foreign Sound] by Caetano Veloso
-1968년 역사상에 남을 걸작이라고 칭송받는 동명 타이틀 [Caetano Veloso]를 발표한 이후

그는 브라질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으로 인하여 감옥에 갇히게 된다.
(브라질의 감옥 생활은 헥터 바벤코 감독의 근작 [Carandiru/카란디루]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감옥 생활 와중에도 민중들의 들끓는 분노와 야유를 가라 앉히기 위해 브라질 정부는 음반 취입을 허가했고,

그 결과 1969년, 이른바 흔히 화이트 앨범이라고 불리우는 또다른 동명 타이틀 음반이 발표되게 된다.
어쨌든 이처럼 민중의 사랑을 받으며, 노래를 시로 만들고, 시가 민중을 울리는 힘이 될 수
있었던 브라질의 민중 거장 카에타누 벨로주의 2004년작 [A Foreign Sound]는 세월의 흐름과 관계없이

자신의 예술 세계를 지켜온 거장의 나즈막하고도 사람의 가슴을 가볍게 어루만지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
사실 이 음반은 전곡이 다 리메이크 곡이며 그 와중엔 커트 코베인의 Nirvana의 음악도 있는데 일단 들어보면 도무지 이해못할 정도로

놀랍게 편곡한, 아예 다른 음악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정도면 리메이크라고 부르는 것이 대단히 민망하며, 카에타누 벨로주에겐 외국의 음악일 수 밖에 없는 이 음악들을

이토록 놀랍게 창조(이건 재해석이니 재구성이란 말이 어울리질 않는다)하다니... 그저 한없는 경외감이 생길 뿐이다.
*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걸작 [그녀에게]를 보면 도중에 어느 저택의 풀장 앞에서 앉아서
기타를 치며 사람들에게 란 노래를 들려주는 이가... 바로 카에타누 벨로주입니다.
이 장면은 정말... 숨도 못쉬고 영화 속으로 몰입된, 그리고 그 이후로 바로
놀라운 배우들의 동선이 이어진 장면이었습니다.

 

 

 

 

 

 

 

30. [Dead Cities, Red Seas & Lost Ghosts] by M83
-M83은 프랑스 천문학자 Lacaille가 발견한 바다뱀자리 은하를 일컫는다.
천문학계에선 상당히 주목받는 천체로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지금 개인적으로 꼽은
M83은 특히... 울 여섯살 짜리 아들 민성이가 몇번을 듣고 좋다고 계속 얘기한 음반이기도 하다.(흐~)
지난 번 Nouvelle Vague를 소개하면서 프렌치 일렉트로니카가 대단히 업커밍되었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M83 역시 니콜라스 프로마쥬와 앤서니 곤잘레스라는 프랑스계 2인으로 이뤄진 일렉트로니카 듀오이다.
기본적으로 이들의 음악은 프랑스의 사실상 가장 최초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이라고 볼 수 있는
쟝 미쉘 자르(Jean Michel Jarre-그 유명한 모리스 자르의 아들)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이 음반을 BEST 50에 꼽아야할 지...는 사실 좀 고민을 했다.
다른 음반들은 그냥 잡히는 대로 적어 넣었으나 이 음반은 그 정도의 수준이라고 보긴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의 유수 음악잡지에선 베스트10에도 뽑힌 음반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음반을 꼽은 이유는 M83의 음반이 기본적으로 Jean Michel Jarre 이후로 프렌치 일렉트로니카에서

단절된 음악을 통한 색채 미학의 영감을 다시 재현해 냈다는 점 때문이다.
쟝 미쉘 자르의 [Zoolook]같은 음반에서 보다시피 그의 음악은 격동하는 일관된 비트에 음색 하나하나가 대단히 회화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서,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눈을 감은 머리 위로 방 하나 가득 영속의 선들이 이어져 가며 그림을 만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
M83의 음반이 그러한 성격을 상당 부분이나마 되살려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M83의 음악은 이러한 쟝 미쉘 자르의 영향에 대단히 혼돈스럽고 노이지한 My Bloody Valentine의 음악적 영향을 잘 배합하여,

선배의 아류가 아닌, 스스로 독창적인 2000년대의 포스트 아티스트로서 자리 매김한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Manitoba나 Four Tet보다 더 선형적이며, Air보다 혼돈스러운 M83의 음반은
Fennesz, Max Richter등과 함께 올해 가장 주목되는 일렉트로니카의 유망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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