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2004년을 빛낸 음반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지난 주엔 워낙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터라… 정리를 해서 올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세상엔 정말 놀라운 음악들이 즐비…하다.
우리나라에도 작년 한 해를 빛낸 음반들이 있다. 비록, 대중 매체를 통해 거의 다뤄지지 않았고,
그 중 한 그룹은 아예 음반 달랑 한 장 내고 해체를 하기까지 했지만…
오늘부터 틈틈이 올라갈 약 50여장의 2004년 BEST 중엔 한국 음반도 몇 장 있을 것이다.
내 바램은, 이런 음악들이 주류 음악으로서 인정받는 걸 기대하는게 아니다.
그저 다양한 음악들이 공존하고, 많은 사람들이 문화적 다원성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문화적 분위기가 공존하길 바랄 뿐이다.
 

 

 

 

1. [No Cities Left] by the Dears
the Dears의 놀라운 역작이다. 작년을 휩쓸어버린 the Arcade Fire처럼 이들 역시 캐나다 출신이다.
캐나다는 누가 뭐래도 록의 강국이다. 과거 Seguin, Harmonium, Klaatu, Symphonic Slam등의
선배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그렇고, 이들에겐 미국적인 직선적인 록음악에 영국과 프랑스의
향취가 공존하는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
1995년 몬트리올에서 결성된 이들의 세번째 음반인 2004년작 [No Cities Left]는 우수어린
보이스, 어쿠스틱과 노이즈, 공간을 대위적으로 채워나가는 능력이 모두 발휘된 걸작이다.
싸이키델릭과 록, 포크를 장르 불문하며 관통하며, 간혹 곡의 이국적인 향취를 자극하는
여성 보컬리스트의 목소리까지…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이 녹아 들어간 역작.

 

 

 

 

 

 

 

2. [Ta Det Lugnt] by Dungen
황당하리만치 놀라운 스웨덴산 마스터피스.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스웨덴 역시 록음악씬은
만만치가 않다. 북구 언더그라운드를 뒤흔들었던 ‘November’, 그리고 90년대의 Anglagaard, Anekdoten등
이들의 록음악은 북구 특유의 서정성에 실험적인 시도를 접목한 그룹들이 많았다. 이들의 후예라고 할 수 있는 Dungen.
마치 70년대의 싸이키델릭과 헤비 록이 살아난 듯한 착각을 주면서도 그 사이사이 현대적 감각과 장르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그루브로 중무장했다.
본인은 이들의 세번째 음반인 본작만을 접해봤는데, 그들의 이전 음반도 무척 궁금해질 지경이다.
장중한 헤비 올갠, 공간을 장악하며 유영하는 퍼즈 기타, 둔탁하고도 원시적인 드러밍.  게다가 때때로 황량하게 들려오는 색소폰 소리.
후반부로 갈수록 점입가경의 무아지경에 빠지게 되는 이 음반은 누가 뭐래도 2004년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대표하는,

나아가 2004년 록음악 씬을 대표하는 음반 중 한 장임이 분명하다.

 

 

 

 

 

 

 

3. [Two Way Monologue] by Sondre Lerche
노르웨이 출신의 이 약관의 젊은 싱어 송 라이터는 두 장의 음반으로 이미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 소개하는 [Two Way Monologue]는 이미 NME, All Music Guide, Metacritics,
Pitchforkmedia등을 통해 2004년의 음반 중 한 장으로 선정되었다.
나 역시 이 음반을 사랑한다. 적당히 포크와 팝의 선율을 잘 버무려 스트링의 서정미로 깔끔하고 정겹게 포장한 이 음반은

분명히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Anti-Folk의 어떤 음반들처럼 무언가 재해석을 하려고 한 음반은 아니다.
하지만, 이 음반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진솔함과 정겨움이 있다. 한없이 침잠했던 Nick Drake나 Duncan Brown의 음악과 달리

그의 음악은 Eliott Smith의 우울한 정겨움에서 ‘정겨움’만을 따오고는 간혹 Fabrizio De Andre와 같은 독특한 악곡 구성으로 곡의 지리함을 날려 버린다.
특히 이 음반은 한 곡 한 곡의 편곡이 대단히 사려깊게 이루어졌는데, 덕분에 곡의 후반부로 가면 가슴 속에서 차오르는 벅찬 따스함을 마다하기 힘들 것이다.

 

 

 

 

 

 

 

4. [Faking the Books] by Lali Puna
일렉트로니카.
2004년의 일렉트로니카는 어찌 보면 위기의 한 해였을 수도 있다. 난다 긴다하는 일렉트로니카의
대선배들이 컴백을 했지만,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 거리며 시대를 내다보는 안목을 모조리 날려버린 터라 이들의 음반은 발매 족족 욕을 먹었다.
하지만 2004년의 일렉트로니카는 Junior Boys, Fennesz, Max Richter등과 Lali Puna의 선전으로 수렁에 빠질 수도 있었던 한 해를 건져냈다.
Lali Puna는 그 중에도 주목할 만한데,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무엇 하나 새로울 게 없다.
익숙한 클랩 핸즈 소리, 그리고 여러가지 소리들을 글리치 기법으로 쪼개어 낸 것, 익숙한
앰비언트 브레이크 비트등 우리가 기존의 일렉트로니카에서 모두 접해왔던 것 이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ali Puna의 음악이 주목받는 것은, 이들의 음악이 Broadcast, Pram등이
시도하고 있는 자연 친화적인 일렉트로니카(그룹의 형태는 전형적인 록그룹 포메이션을 띄고 있으면서)의 정점에 이르렀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보컬리스트 팔레리 트레벨라흐는 이 전자 음악의 샘플링 속에 인간적인 감성을 불어 넣어주며, 그 차원을 넘어 곡 자체를 사색적인 것으로 이뤄내기까지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들의 전작인 2001년작 [Scary World Theory]를 더 좋아하지만, 이 음반도 결코 빠질 음반이 아니다.

 

 

 

 

 

 

 

5. [Madvillainy] by Madvillain
- Madlib과 MF Doom의 프로젝트인 Madvillain의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걸작.
영국의 백인 거라지 래퍼인 the Street, 그리고 신동이자 엄청난 기대를 한 몸에 다 받고 있는 Dizzee Rascal과 함께

2004년 힙합계를 완전히 삼등분한 이들이 바로 Madvillain이다.
힙합을 싫어하진 않아도 그렇게 즐겨 듣지는 않는 나로서도 이 음반이 주는 엄청나게 비대하고 심대한 왕성한 식욕에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라임보다도 뒤를 받치는 놀라운 샘플링이 되려 더 ‘아트’한 걸작.
재밌는 것은 the Street, Dizzee Rascal과 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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