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전쟁과 인터넷은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

과거의 전쟁은 살과 살이 부딪히는 살육 그 자체로서의 행위였다.
내가 든 칼이나 창이 상대의 피부를 찢고 들어가 상대의 숨이 끊어지는 모습을 바라본다.
간혹 얼굴에 상대의 피가 튀고 잘려진 팔 다리가 전장에 널려 있다.
전쟁에서 돌아온 이들은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정신적 분열 현상을 겪는다.

현대의 전쟁은 'Shoot and Forget'이다.
컴퓨터 게임과 다를 바가 없다. 상대를 직접 마주할 일도 별로 없다.
그저 멀리서 트리거만 당기면 알아서 상대를 없앤다.
물론 지금 이라크에서 미국이 겪는 경우는 게릴라 전에 의한 공포이기도 하지만, 현대전이
점점 더 'Shoot and Forget'화되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내가 상대를 직접 죽인다는 죄의식이 희박해진다. PC에서 수없이 몰려오는 적들을 없애버리거나
몬스터를 없애버리는 것 이상 아무 것도 아니다.
적들은 스크린 상에서 적외선으로 보일 뿐이니...

인터넷은 현대 전쟁과 다를 게 없다.
내가 상대를 보지 못하고, 알지도 못한다. 게다가 상대도 역시 나를 모르는 익명성이 있다.
주위엔 확인되지 않은 찌라시 기사들이 판을 친다.
그리고 네티즌들은 이런 가공된 정보를 일말의 고려없이 여기저기 퍼다 나른다.
홍대 M클럽에 있었던 여성들의 얼굴이 지나가면 알아볼 정도로 선명하게 '단지 그녀들이 외국인들과 춤을 추고
야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주홍글씨를 새긴 것 처럼 인터넷에 유포한다. 그리고 초상권 운운하면 '그것들은 그래도 돼!'라고 말한다.
트리거로 적들을 쓸어버리 듯, 우리 네티즌들은 키보드 몇 타이핑으로 상대를 삽시간에 직장에서 내몰고
길거리의 창녀로 내 몰아 버린다.
그리고 어느날 그게 오해였다고 밝혀지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다.

언론의 개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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