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주목할 만한 신보들을 감상하고.
순전히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아래 제가 좋게 얘기하지 못한 음반이라도
당연히 다른 분들은 좋아하실 수도 있습니다.

 

 

1. Hood - [Outside Closer]
-Hood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디 일렉트로니카 그룹이다.
1991년 영국 리즈에서 결성된 이 '오래된' 그룹은 사실 2001년 걸작 [Cold House]
가 발매되기 전까진 '그저그런' 많은 인디 그룹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2001년 발매된 [Cold House]는 그들의 음반 중 처음으로 미국에서도 발매된 음반
이었으며, 이 음반이 지닌 다채로운 사운드의 형식에 평단과 대중은 일제히
두 손가락을 추켜 들었다.
그리고... 또다시 4년이 흐른 뒤 올해 1월에 발매된 이들의 신작 [Outside Closer]
역시 전작이 얻었던 평가를 넘어서는 걸작이다.
Hood의 음악적 특징은 대단히 이질적인 편곡의 구성력에 있다.
이들의 음악엔 일렉트로릭의 기운이 넘실대고 있으나, 그 위로 샘플링된 어쿠스틱
기타의 사운드와 곡의 분위기와 평행을 이루며 떠다니는 현악과 간간히 끼어드는
브라스 사운드를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이질적인 어쿠스틱 사운드와 미니멀한 디지털의 공존이 이들의 사운드를
대단히 회화적으로 만들어 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신작 [Outside Closer]는 다소 어둡고, 혼란스러운 실험이 지속되었던
전작에 비해 상당히 밝고 비트가 강조된 느낌이다.(그리고 랩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mur-mur거리던 보이스도 사라졌다)
세번째 곡 'Any Hopeful...' 전작과 달리 도드라진 멜로디에 어쿠스틱 기타의
샘플링, 그리고 서서히 곡의 볼륨을 장악하는 드럼과 브라스, 스트링이 절정으로
서서히 비약하는 놀라운 곡이다.
그리고 'the Lost You'는 상업적으로 충분히 먹힐 법한, 말을 더듬는 듯한 키보드
사운드가 대단히 독특한 멋진 곡이다.
어쨌든, 이제 겨우 2월이지만, 이 음반은 올해 본인의 베스트에 반드시 포함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2. Archer Prewitt - [Wilderness]
-Sea & Cake의 기타리스트라는 사실은 접어두고, 이제껏 그가 발표한 음반들은
엄밀히 말해서 수작과 역작의 가운데... 정도에 위치한 음반들이었던 것 같다.
특히 전작은 과거의 음악 유산들이 어떻게 이합집산되어 재구성되느냐에 더욱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았고.
아쳐 프레윗의 2005년작 [Wilderness]은 말장난을 넘어선 '걸작'이다.
이 음반을 관통하는 그의 싱어 송 라이터로서의 역량은 사려깊고 풍부하다.
전작들과 달라진 음반의 분위기는 먼저 커버 일러스트에서부터 감지된다.
아시다시피 아쳐 프레윗은 자신의 음반은 스스로 직접 그려내고 있는데,
이번 음반은 그의 작품 중 유례를 볼 수 없는 아름다우면서도 복고적인 느낌의
(마치 이태리 깐타토레 뮤지션들의 앨범 커버를 보는 듯한) 일러스트가 대단히
눈길을 끈다.
사실 이전 음반까지 [the Beach Boys]의 영향이 상당히 많이 베어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 음반은 그로부터 보다 훨씬 자유롭고 보다 더 포크 향취가 짙게
베어 있다.
덕분에 이 음반은 Devendra Banhart의 음반만큼 복고적이고 Sondre Lerche의
음반만큼 적당히 멜랑코리하며, Sufjan Stevens의 음반만큼 감성적이며, Stina
Nordenstam의 음반만큼 내면적인 침잠이 스며들어 있다.
대중적인 멜로디를 이처럼 천박하지 않게 가공하고 다듬는 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아쳐 프레윗은 정말 마지막 곡까지 후회없는 풍족함을
들려준다.

 

 

 

 

 

 

 

 

3. Mercury Rev - [Secret Migration,the]
-Mercury Rev의 [Deserter's Song]에 환장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고, 2001년
그들의 [All Is Dream]도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2001년 이후로 무려... 4년 만에 음반을 발매한 이 미국 인디록의 존경받는 그룹
Mercury Rev의 신작 [Secret Migration]
91년 공식적인 데뷔작 이후 단 한번도 대중들을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는 이들의
2005년 야심작은 첫곡 'Secret For A Song'부터 기대에 한껏 부풀게 한다.
예의 시니컬한 보이스, 그리고 물리적인 공간까지 장악하게 퍼져 나가는 듯한
편곡까지... 두번째 곡 'Across Yer Ocean'은 전형적인 그들의 트레이드 넘버.
하지만 이상하게 이후로 들려지는 곡들은 임팩트없이 장황한... 느낌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모든 곡들이 상당한 완성도와 세심하게 공들였음도 느껴지지만
이 곡들이 전혀 유기적이라는 느낌없이, 그들의 음반을 다 듣고 나면 마치 과거
Concept Album을 듣는 듯, 한 편의 단막극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으나 이 음반은
마치 무슨 페스티벌의 단막극을 여러편 보고 어지러운 심정과 비슷...하다.
게다가 여섯번 째 트랙인 'Vermillion'은 너무 난데없이 튀는 곡이라 이질적인
느낌마저 든다.
어쩌면 Mercury Rev도 자신의 아이덴터티가 클리셰로 변질되고 소모됨을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니, 이들은 언제나 현명했기 때문에 알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런 장벽이 단지 음장의 확장만으로 해결되지 않음도 알고 있을 것이다.
언제나 내게 큰 기쁨을 준 그들이기에, 이번 음반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앞으로도 기대를 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4. LCD Soundsystem - [LCD Soundsystem]
-LCD Soundsystem의 실질적인 데뷔작인 본작을 얘기하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그룹이 바로 'Rapture'이다.
뉴욕씬의 분명한 실력파들이자 2003년 [Echoes]라는 중독성 강한 음반을 내놓았던
Rapture는 바로 이들 LCD Soundsystem의 본작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래저래 가는 길은 다르지만 어차피 Rapture와 LCD Soundsystem은 사운드를 실험
한다는 의미도 강한 그룹들이다. 그들의 선배 그룹으로부터 펑크와 글램으로 흐르며
뉴욕 언더그라운드와 팝아트로 빚어내게 된 서브 컬쳐들을 어떻게 재구축하느냐가
이들의 관건이었다면 Rapture나 LCD Soundsystem은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고 본다.
게다가 이 그룹의 James Murphy는 DFA의 멤버이기도 하지 않나.
두장의 CD로 구성된 이 음반은 인디 일렉트로니카와 댄서블한 요소, 인디록등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증발시키는 수작 음반이다.

 

 

 

 

 

 

 

 

 

5. Magnolia Electric Co - [Trials and Erros]
-안타깝게도 이 음반은 내 취향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다.
이 음반은 노골적인 컨트리 록 음반이다. 처음부터 무미건조하고 촌스럽게 진행되는
프레이즈는 솔직히 이 음반을 제대로 끝까지 듣지 않고 트레이에서 빼버리게 만든다.
Southern Rock이나 인디 컨트리 록의 진수를 느끼실 분들이라면... 꼭 들어보시라고
여기 저기 미국 음악 관련 사이트들에 리뷰가 올라와있다.
뭐... 암만 내 취향이 아니어도 'Dark Don't Hide It'에서의 후반부는 제법... 음...

 

 

 

 

 

 

 

 

6. Bright Eyes - [I'm Wide Awake Is Saved]
-천재 코너 오베스트는 이제 완전히 성인이 되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Bright Eyes는 나의 베스트는 될 수 없다. 편협한 내 귀로는 이런
컨트리 요소들이 대단히 거슬리기 때문이고, Bright Eyes의 전부인 코너 오베스트는
Beck과는 달린 이 컨트리 요소들을 재구축하지 않고, 완전히 오브제로서 차용하기
때문이다.
이 음반엔 적당히만족스러운 멜로디가 있고, 코너 오베스트가 어른이 되는 자의식이
본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더 이상 'Genius'로만 평가받기 힘든 코너 오베스트는 이 음반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준비되고 성숙한 뮤진션인지 보여주고 싶은 듯 하다.
음반은 내내 내면적인 침잠으로 잠행하는 느낌을 주고, 오베스트의 읊조림과 지나치게
시적인 가사들은 불균형적으로 엇나간다.
몇몇 음악 잡지나 웹 사이트에선 이 음반을 80점 이상의 호평을 했지만, 내 개인에겐
부당하게 폄하할 마음이 없음에도 그저그런 범작 이하...에 그칠 것 같다.
어쿠스틱 악기들로 배치한 이 음반 외에 그는 [Digital Ash in a Digital Urn]이란
음반도 발표했다.(같이 구입할까...하다가 안했다)

 

 

 

 

 

 

 

7. M83 - [Before the Dawn Heals Us]
-솔직히 말해 이젠 좀 질린다.
사실 이런 식의 장중한 전자 음악은 다소 부담스럽다.
아트록을 그렇게 들을 때도... 난 Vangelis도 걍 그랬고, 일련의 프렌치 일렉트로닉
그룹들도 짜증났으며, Zardoz나 Kraftwerk도 썩 달갑지가 않았다.
그래도 작년 M83의 [Dead Cities,...]는 들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인 베스트 50에도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음반은 앙꼬없는 찐빵같은... 헐리웃 블럭버스터 속편처럼 히트친 듯한
특정 요소들(미니멀하면서도 음장감 잇빠이)이 비약 확장된 사운드로 일관한다.
게다가 난데없이 등장하는 이 댄서블한 비트들은 M83의 음색과 너무 이질적이다.
개인적으론 좋은 느낌을 갖기 힘든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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