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퍼 스포일러! 영화 못보신 분이라면 읽지 마세요 ****

변혁 감독의 [주홍글씨]는 의외의 영화였다.
하도... 그리 좋은 얘기를 못들어서 인지 별 기대없이 봤던 이 영화는 의외의 수확.
또다른 발견이었다.
한석규의 연기는 최소한 그가 과대포장되'었'던 건 아니라는 걸 여실히 증명해보였고,
엄지원의 연기는 다소 스테레오 타입의 정형에서 벗어나지 못했더라도 설득력 있었고,
이은주의 연기는 힘든 역, 그녀의 태생적 한계같은 발성을 제법 잘 극복한 느낌이었다.
성현아...
어색한 연기가 아직도 여전하고, 동일한 표정에 동일한 시선만 보여준 연기가 못내 아쉬웠다.

어쨌든...
이 영화는 다른 건 다 차치하고서라도 마지막 20여분간에 하고자 하는 말을 다 한다.
사람이 사는 공간을 얘기해야 한다는 내 영화관...과 [주홍글씨]는 사실 제대로 매칭이 되질 않는다.
한석규가 경찰이란 건, 아주 간간히 들려오는 통화 내용과 데스크에 앉아 있는 모습 뿐.
그가 늘 고민하는 것은 기껏해야 정부와 처와의 관계니까.
이은주가 재즈 뮤지션 또는 싱어라는 것은 전혀 프로페셔널하게 보여지지 않으니까.
결국 모두의 직업, 그러니까 생활은 그저 서로의 애정 관계를 보조하는 '곁다리' 설정에 불과하다.
난 이런 한국 영화의 퇴행적 행태가 정말이지 신물이 난다.

그래도...
[주홍글씨]는 이런 반복되는 한국 영화의 공허한 공간감을 답습하면서도 영화적 메시지는 결코 잃지 않는다. 다른 건 다 필요없다.
마지막에 이르러 트렁크에 어이없이(??과연??) 갇히게 된 이은주와 한석규의 장면은 이 영화의
모든 이야기를 다 끌어 안고 있는 힘이 있다.

아...
이 장면은 정말 괴롭다.
지독하게 곤혹스럽다. 보는 것이 힘들 정도로 말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더라. 회사 동료에게 물어봤는데 '그 마지막 트렁크 장면은 정말이지 짜증났어요'라고 말하더라.
당연하다. 나도 미치는 줄 알았으니까.
그 좁은 공간의 정욕, 지배당하는 시간에서 지배하고 군림하는 시간으로, 냄새, 답답함, 어두움, 환각, 괴로움, 고통이 모조리 상상이 되고 날 것처럼

내 코와 눈과 귀로 스며드는 듯한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었으니까.

감독인 들 그걸 몰랐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 장면이 짧았다면 이 영화는 정말 뽀대나게 만들려고 기를 쓴 뭐같은 '웰메이드' 영화의 표피만 뒤집어 쓴

앙꼬없는 찐빵에 다를 바가 없었을 거다. 관객들이 이 장면을 보면서 괴로와하고 곤혹스러워하며 시선을 돌려버리거나, 장면을 넘겨버리고 싶은

바로 이 영화의 이 시간들이야말로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그토록 이은주가 원했던 둘 만의 공간이 드러내 보이는 공간 바로 그 자체의 느낌일 거다.
바로, 사람들이 이 둘을 바라보는 그런, 그 자체의 느낌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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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지막 성현아의 '사랑하면 괜찮은 건가요?'라는 대사는 대단히 작위적이고 뜬금없으며,
생뚱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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