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가장 인상적이었던 전시/공연 19선

영화 50선에 이어 이번엔 전시/공연 19선입니다. 연말은 연말인가보군요. 제가 이런 포스팅을 올리니...
2008년 한해동안 저와 aipharos님, 민성이가 함께 다닌 전시/공연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만 19개를 골라봤습니다.
내년에도 이렇게 LG 아트센터 회원으로 aipharos님과 함께 가입하고 적정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을 지 솔직히 걱정부터 듭니다.
하지만 최대한 허락하는 한 열심히 더 많은 문화/예술을 보고 듣고 체험하고 얘기할 수 있도록 해야겠어요.
( )안의 순위는 aipharos님의 순위입니다.
이 전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제목을 클릭하시면 이전 게시물이 별도창으로 링크되어 있습니다. 참조하실 분은 참조해주시구요.

 

 

 

1 (2). KIAF 2008 (한국국제아트페어)
* 분류 : 미술전시
* 장소 : COEX(코엑스)
* 일시 : 2008.09.20
사실상 작품 팔러 나온 아트페어였음에도 올 한해 어떤 전시/공연보다 개인적으로 큰 만족을 했던 전시.
바로 코앞에서 세계의 유수 작가들의 그림을 마음껏보며 돌아다닐 수 있었다는 그 한가지만으로도 내겐 최고의 시간.
비엔날레를 능가한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풍성한 작품들로 관람객들을 즐겁게 해준 시간들이지만 그와 동시에
작년보다 무려 30% 이상 거래액이 급감했다는 사실은 마음을 마냥 편하게 하진 않습니다.
게다가 밝히기 힘든 뒷이야기까지하면... 역시 참 힘들어요. 미술업계라는거.

 

 

 

 

2 (1). 태양의 서커스 '알레그리아(Cirque du Soleil 'Allegria')'
* 분류 : 공연
* 장소 : 종합운동장 내 빅탑(Big Top)
* 일시 : 2008.11.07
벼르고 벼르다가 최고의 자리에서 온가족이 다같이 감상할 수 있었던 태양의 서커스 '알레그리아'.
눈 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동작들과 환희와 열정의 순간들. 서커스도 기획과 접근의 미학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음을 너무나 여실히 보여준, 만족도 최고의 공연.

 

 

 

 

3 (4). 피나 바우쉬(Pina Bausch)의 '숨(Nefes)'
* 분류 : 공연(무용)
* 장소 : LG아트센터
* 일시 : 2008.03.14
너무나도 유명한 피나 바우쉬.
2시간이 넘는 공연 동안 아직도 내 뇌리 속에 생생하게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호흡, 그리고 그 열기가 고스란히 기억되고
있는 것을 보면, 난 정말 이 공연을 너무나 즐겁게 봤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특히 2부의 몰입도는 단연 최고. 여성에 대한 남성의 우월적 억압과 폭력을 그리되, 전작들과는 달리 이를 유머러스하고
부드럽고 따뜻하게 표현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시 보고 싶은 무용 공연이라면 2007년의 '바체바 무용단',
그리고 바로 피나 바우쉬.

 

 

 

 

4 (3). 리 브루어와 마부 마인 '인형의 집'(Lee Breuer and Mabou Mines 'Dollhouse')
* 분류 : 공연(연극)
* 장소 : LG아트센터
* 일시 : 2008.04.04 금요일
수많은 장면에서 브레히트적 요소들이 튀어나오지만 관객과 무대의 거리는 도리어 더욱 좁혀지기만 했습니다.
이 연극에 나온 남성들은 소인증 배우들이지만, 여성배우들은 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느라 아주 자주 남자 앞에 무릎을
꿇는 장면이 나오며, 역설적으로 남성들이 대단히 위압적이고 강압적으로 보여집니다. 이런 시선의 불균형은 작품의
메시지를 오히려 극대화하고 있고, 정말 팽팽한 연출과 놀라운 연기는 '노라 헬머'의 절박한 심정을 절절하게 드러내죠.
aipharos님이 엔딩때 눈물을 흘린 걸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5 (-). 펜타포트 록페스티벌(Pentaport Rock Festival)
* 분류 : 공연(음악)
* 장소 : 송도
* 일시 : 2008.07.27
시작은 이 록 페스티벌의 사진기자가 되어서이지만, 이 페스티벌은 개인적으로 친구가 기획해온 것이기도 합니다.
3일간의 여정 중 전 하루만 관람했습니다만, 그 열기만큼은 잊을 수가 없네요.
Hard-Fi, Underworld, Kasabian등... 그들의 연주와 열광하는 플로어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내년엔 aipharos님과 민성군도 꼭 함께 가자구요.

 

 

 

 

6 (6). Kings of Convenience
* 분류 : 공연(음악)
* 장소 :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
* 일시 : 2008.04.11
민성이도 좋아하는 Kings of Convenience.
내한 공연을 한다고 하여 잽싸게 예매하고 2층 맨 앞자리에서 aipahros님, 민성군과 함께 공연을 봤습니다.
역시나 따뜻한 음색과 발랄함. 그리고 어쿠스틱의 느낌으로 온통 가득차는 스테이지.
이 공연을 계기로 '율'님을 이곳에서 뵙게 되었습니다.^^

 

 

 

 

 

 

7 (7). 서울국제미디어아트 비엔날레 '전환과 확장'(Turn and Widen)
* 분류 : 전시(미디어아트)
*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 일시 : 2008.10.03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가 대단한 만족을 얻었던 미디어 아트전.
서울시립미술관 전관을 모두 다 사용하여 전시의 컨텐츠도 상당했으며,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정보의 진실과 허구를
일깨우는 전시 목적도 대단히 인상깊었던 미디어 아트전.
전시 자체의 높은 수준과 열린 마인드에 비해 오히려 일부 관객들의 한심한 작태가 더 답답했던 전시.

 

 

 

 

8 (9). 빔 반데키부스 & 울티마 베즈 '슈피겔'
* 분류 : 공연(무용)
* 장소 : LG아트센터
* 일시 : 2008.10.10
무대 위에서 이렇게 오브제를 멋지게 활용하는 현대 무용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해준 현대 무용.
울티바 베즈의 20년의 발자취를 모은 일종의 '노른자위'이나 흔한 'BEST HIT'의 개념과는 다르게 막간의 연계가
유기적이고 일관되어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가나모리 조와 노이즘이 빛과 격렬한 안무를 통해 단순한 성의 정치학을 시사했다면, '슈피겔'은 왁자지껄한 느낌의
한바탕 소동극과도 비슷했답니다.

 

 

 

 

9 (5). 빌 비올라(Bill Viola) 'Transfiguration'
* 분류 : 전시(영상)
* 장소 : 국제갤러리 신관
* 일시 : 2008.07.26
시각적 충격에서 한동안 헤어나오기 힘들었던 빌 비올라의 영상전.
자궁 속에서부터 인간과 불가불의 관계인 '물'을 소재로 '물'과 '인간'과의 관계를 조망하여 삶의 시작과 끝을 묘사하는
빌 비올라의 영상들은 명료한 메시지와 강렬한 비주얼, 정적인 긴장감을 모두 느끼게 해줍니다.

 

 

 

 

10 (8). 안젤름 키퍼(Angelm Kiefer) '양치식물의 비밀'
* 분류 : 전시(미술)
* 장소 : 국제갤러리 신관
* 일시 : 2008.05.03
현대미술을 얘기할 때 결코 뺄 수 없는 작가이자 개인적으로도 너무나 좋아하는 안젤름 키퍼의 전시를 본 것은 올 한해의
행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참... 국제갤러리, 돈많은 갤러리답게 엄청난 전시를 줄기차게 치뤄냈습니다.
삼성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을 위시해 둘러싼 잡음 때문에 전시계획 취소한 것과 달리 국제갤러리는 1년 내내 대박의 전시를 계속 터뜨렸습니다.
아무튼 안젤름 키퍼의 대단히 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주제와 회화에 머물지 않는 입체적 표현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11 (10). 사진의 힘 (Power of Photography)
* 분류 : 전시(사진)
* 장소 : 성곡미술관
* 일시 : 2008.11.01
기대보다 훨씬 인상적이었던 프랑스 사진작가들의 작품전.
특히 스테판 쿠튀리에와 자비에 짐메르만의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너무나도 행복했답니다.
선예도와 색감만으로 작가적 영역을 운운하는 그릇된 DSLR 문화가 판치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전시가 조금이나마
뷰파인더를 대하는 자세를 재고하게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날 들이닥친 한 무리의 젊은 DSLR족들의
난감한 말들로 쓰러질 뻔하기도 했죠. ㅎㅎ

 

 

 

 

 

12 (11). 주정아 추모전 Love Bug
* 분류 : 전시(미술)
* 장소 : 가나아트센터
* 일시 : 2008.07.26
사실 이 날 가나아트센터에선 Mark Quinn의 전시가 있었어요. 전 마크 퀸을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그닥 큰 감흥은
없더라구요.
그런데 가나아트 센터 내의 작은 미루 갤러리에서 있었던 주정아 추모전은 정말이지 너무나 놀랍고, 안타까왔답니다.
정말 구입하고 싶었던 이 작품들은 거의 모조리 sold out이었으며, 이 아름답고 따스한 감성의 그림을 그린 주정아
작가가 그 젊은 나이(25세)로 개인전을 앞두고 요절했다는 사실에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 작품, '스쿠터 보이'를 보세요. 얄궃음, 반항심, 그리고 서정적인 애정 이 모두가 한 폭의 그림에 가득 들어있지 않나요?

 

 

 

 

13 (13). 가나모리 조와 노이즘08 '니나(NINA)'
* 분류 : 공연(무용)
* 장소 : LG아트센터
* 일시 : 2008.04.26
일본의 현대 무용을 전 처음 접했습니다.
대단히 미니멀한 무대와 잘 계산된, 너무나 잘 계산되어 아주 쉬크한 조명은 금지된 촬영을 거부하고 사진기를 꺼내어
담고 싶을 만큼 놀라운 시각적 이미지를 전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핑크 포르노를 비롯한 60~70년대의 전위 영화의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엄청난 육체적 움직임을 보여주지만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게 종/횡으로 움직이는 이들의 안무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했어요.

 

 

 

 

14 (12). 매그넘 코리아(MAGNUM KOREA)
* 분류 : 전시(사진)
* 장소 :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 일시 : 2008.07.05
대한민국에서 사진작가로 산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인구대비 DSLR 보급율은 세계 최고인 한국에서, 누구나 뷰파인더로 힐끗 보고 셔터를 눌러대는 이들로 가득찬 한국의
서울에서 그들의 눈에도 경외의 대상으로, 비추는 작품을 보여준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죠.
그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이유가 뭘까요. 전 그걸 인식하는 단계가 오히려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홀대받고 혹평받았던 '매그넘 코리아'.
이 전시가 왜 홀대받고 혹평받으며 냉혹한 평가를 받았는지는 그 전시 자체보다 이를 도마 위에 놓고 갈기갈기 찢어댄
이들에게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15 (14).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 사진전
* 분류 : 전시(사진)
* 장소 : 국제갤러리 신관
* 일시 : 2008.02.24
칸디다 회퍼의 사진 작품 속의 공간은 스멀스멀 낯선 이들의 에너지가 가득찬 공간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도록도 구입했지만 도록으로는 절대로... 절대로 느낄 수 없는 압도적인 작품 크기의 실제 작품을 봐야만 그 느낌을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을 거에요.
회퍼의 작품 속에 구조물이 포용하고 있는 오브제의 구성과 빛의 매혹을 느끼게 되는데, 이건 정말이지 아무나
그 자리에서 셔터만 누른다고 따라할 수 있는 건 아니죠.

 

 

 

 

 

16 (15). 줄리안 슈나벨(Julian Schnabel)전
* 분류 : 전시(미술)
* 장소 : 현대갤러리
* 일시 : 2008.04.06
현대미술은 어렵습니다. 그렇게 느낄 수 있어요.
아무리 그냥 보고 받는 '느낌'이 중요하다고 해도, 예술은 확실히 아는 만큼 보이게 되는 법입니다.
작가의 역사적 환경에 대한, 미학적 관점에 대한 사전 학습이 없다면 현대미술은 간혹 아무 의미도 지니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걸 알려주는 것까지 갤러리에게 기대할 수 없다면, 최소한의 학습은 한 후 전시를 보는게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까지해서 전시를 보는 것은 내가 다른 사람의 표현 양식을 이해하고 소통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소통과 표현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나면 정말이지 조금은 더, 그야말로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 아닌가요?
줄리안 슈나벨은 그러한 학습을 반드시 필요로 합니다.
물론... 학습이 없어도 그의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포트레이트들은 놀라운 감성을 전해주지만 말입니다.

 

 

 

 

17 (16). 문화의 빛깔들 (민속박물관)
* 분류 : 전시(기획전)
* 장소 : 민속박물관
* 일시 : 2008.02.02
해외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프로그래머들이 국공립 미술관에 속속 배치되고, 이들이 기획해내는 전시들은 대단히
만족스럽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기획전시의 수준이 더 발전할 거라 생각하면 아주 흐뭇해져요.
시립미술관, 민속박물관 모두 탁월한 기획 전시들을 보여줍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정치적 이데올로기까지 끌어들여지며
난장판이 되어버린 것과는 또다른 경우죠.
민속박물관의 이 '문화의 빛깔들'은 기획의도, 전시구성, 전시동선, 컨텐츠까지 완벽하게 다 조합된 정말 멋진 전시,
그 자체였답니다.

 

 

 

 

18 (17). 플랫폼 서울 2008 (PLATFORM SEOUL 2008)
* 분류 : 전시(종합미술)
* 장소 : 구서울역사 + 국제갤러리 본관 + 아트선재센터 +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 일시 : 2008.11.23
구서울역사의 작품들을 찍을 순 없었지만, 좋은 기획으로 잘 짜여진 전시여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티노 세갈의 무정형적인 작품 방식은 신선한 충격이었어요.(궁금하신 분은 전시 제목 링크를 눌러주세요)
인터프리터를 통해 그간의 작품이 흔적을 남기는 것과 달리 관객과 소통하고 그 피드백을 통해 '경험'으로 대체하는
티노 세갈의 작품은 현대 미술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듯 합니다.

 

 

 

 

19 (18). 라틴아메리카 거장전
* 분류 : 전시(미술)
* 장소 : 덕수궁미술관
* 일시 : 2008.09.12
2MB 정부의 무소불위의 전횡과 폭력이 계속되는 지금, 이에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해온 문화방송과 경향신문이
주관한 이 전시의 성격은 대단히 의미심장합니다.
특히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의 작품인 'Aurora of Mexico(멕시코의 여명)'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되죠.
이 작품은 멕시코 석유 사업을 국유화한 사건으로 멕시코 혁명의 절정기를 표현한 것인데, 카르데나스 정권은 이로인해
부당한 임금착취를 받던 노동자들의 현실을 해결하려고 했죠.
우습게도 지금의 한국은 막장이 되어버린 미국의 현실에서도 전혀 교훈을 얻지 않고 공기업을 죄다 '방만한 경영'
이라는 핑계로 민영화하려고 개난리를 치고 있죠. 민영화가 결코 답이 아니며, 자연독점산업의 경우 절대로 민영화
되어선 안된다는 석학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 미친 정부는 도무지 들어먹을 생각을 안합니다.
라틴 아메리카 거장전은 그러한 민중 저항 정신을 담은 작품들을 아주 많이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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