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Grande Bellezza / the Great Beauty / 더 그레이트 뷰티>

Directed by Paolo Sorrentino (파올로 소렌티노)

2014 / 142min /  Italy
Toni Servillo (토니 세르빌로), Carlo Verdone (카를로 베르도네), Sabrina Ferilli (사브리나 페릴리)
director of photography Luca Bigazzi (루카 비가찌)
music by  Lele Marchitelli (렐레 마르치텔리)

이태리의 위대한 유산.
조상들이 이뤄낸 찬란한 유산을 자양분삼아 지내온 그들은 과거의 영광으로부터 멀어져 조금씩 쇠락해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리고 무엇이 그들에게 이토록 찬란한 유산(문화/예술적으로)을 누릴 수 있는 자격을 주었을까.

어쩌면 이 영화는 쇠락해가는 이태리의 문화예술적 기운을 허무하고 퇴폐적이며 위선적인 이태리 상류 사회의 모습을 빌어 비판하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그들의 무의미한 웃음과 지적 허영을 드러내는 대화들, 스스로의 삶에 대해 솔직하지 못한 위선들이 모두 허무하게 뒤엉켜

영화의 진의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순간까지 그렇게 다가온다.
65세 생일을 맞아 휘엉청 화려한 생일 파티를 열고 아직도 상류 사회 사교계의 중심에 있는, 40년 전에 쓴 책 한권이 대박을 친 이후

단 한권의 다른 책도 집필하지 못한, 현재는 모 잡지의 인터뷰어로 활동 중인 젭 감바르델라(토니 세르빌로 분)는 이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에서

자신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갈구하지만 그를 자극할 수 있는 'Great Beauty'라는건 요원한 개념일 뿐이다.

그 엄청난 문화예술적 유산들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으며,
수많은 지식인들과 거의 매일을 뒹굴며 이야기할 수도 있고,
아름다운 여성들과의 교분도 자유롭로운 젭이 그 사치스럽고 호사스러운 일상에서 조금도 자극받지 못하고 찾을 수 없는 'Great Beauty'가 사실은

진정한 아름다움을 둘러싼 추악하고 위선적인 환경에 의해 가리워질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위선과 허영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작은 열쇠 구멍 정도의 단초를 통해 실체를 보는 것은 철저히 개인적인 관점일 뿐이라는 메시지는 영화의 후반에 이르러서야 조금씩 드러난다.

자신의 지적 수준을 과시하거나 드러내기 위해 행해지는 알맹이없는 여러 예술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에 조금도 감동받지 못하고

오히려 시니컬한 태도로 예술을 바라보거나 비아냥거리는 젭의 모습은 상류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시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예술에 거리를 두고 예술로부터 위안받지 못하는 일반 대중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젭 감바르델라의 예술적 안목이 허영과 위선에 맞춰지지 않고 무언가 부족한 것을 갈구하거나 희구하는 듯한 시선이 된 것은

노로해가는 기득권의 쇠락한 파티가 되어버린, 젊음없는 파티와도 같은 이태리 사회에서 하위잉여로 전락한 젊은이들에 대한 모호한 시선 덕분이리라.
최고급 맞춤 정장을 입고 들른 허름한 바에서 그가 마주하고 목도한 젊은이들의 모습은 위대한 예술과 문화가 그들에게

조금의 위안도 주지 못함을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토록 그의 삶 속에서 조금도 새로운 자극을 느낄 수 없었던 젭의 심경에 변화가 생기게 된 계기는 오래전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의 사망소식을 듣고

그녀와의 만남을 반추하면서부터이며, 스트립쇼 클럽을 운영하는 옛친구의 딸이자 스트립무희인 '라모나'를 만나면서부터이다.
이미 풍성한 문화와 예술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무덤덤해진 젭의 파티 친구들과 달리 라모나는 자신이 접하기 시작한 이 놀라운 예술에 경도되고 도취되며

그 자신의 삶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젭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통해 고인이 된 자신의 옛사랑을 마주했을 때의 그 형언하기 힘든 빛나는 순간을 떠올리고 반추하게 된다. 

영화는 엄청난 과거의 유산들을 스테디캠(Steadicam)과 강렬한 대비를 극대화한 조명을 이용해 유려하면서도 서사적으로 담아낸다.

동시에 이러한 위대한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상류 사회의 허영과 위선을 일방적으로 비난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러한 허무와 위선으로 가득찬 환경으로 인해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메시지에 점차 집중하게 된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어른들의 자본 논리에 따라 이용당하는 듯 보이면서도 자신의 울분과 분노를 순수한 열정으로 승화시켜

놀라운 작품을 작업하는 소녀의 모습을 통해 드러내기 시작한다.
대중은 그녀가 울면서 캔버스에 페인트를 뿌려대는 울분의 행위에 집중한 나머지 그 작업 속에 내재된 순수한 열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본질이 일차적인 감각에 의해 희석화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그러한 소녀의 작업이 행해지는 같은 시간, 젭은 라모나를 이끌고 작은 열쇠구멍을 통해 펼쳐지는 건너편의 놀라운 조각상을 안내한다. 

문지기라고 표현해야할 이가 하나하나 방을 안내하고 그 공간에 펼쳐진 놀라운 역사와 예술품에 경도되어 감격하는 라모나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젭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이야기 내내 정체를 감추고 주변을 떠돌던 메시지를 서서히 드러낸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에 이르러 등장하는 성자수녀의 에피소드를 통해 주지하고자했던 메시지를 확인한다.
104세가 되어버린, 겉으로 보기에는 앉아있는 것마저 힘들어보이는 '성자 수녀'.
산송장이라고 말해도 될 것같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보이는 성자 수녀의 모습, 주변의 약장수같은 보좌들의 말과 권세를 위해 위선을 보이는

추기경의 모습, 그리고 이를 속으로 비아냥거리는 군중들의 모습을 통해 본질을 간과하고 왜곡하게되는 이 에피소드는 근원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실마리를 던져준다.

노회한 젭은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죽음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여러명의 죽음이 등장한다.
영화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한 일본 여행객의 급사, 정신분열증을 앓던 지인 아들의 자살, 옛 연인의 죽음, 라모나의 죽음,
그리고 그의 곁에 친구로 마주했던 이가

로마에 작별을 고하는 장면등 이 모두가 자연스럽게 로마로 대변되는 찬란한 문화예술 대국의 쇠락과 죽음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난 이 영화가 결코 미의 본질을 시간의 흐름과 연결지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보여지는 저 찬란한 유산들. 그 유산들을 카메라에 담아 보여주면서 감독은 이토록 아름다운 유산을 통해

과연 우리에겐 무엇이 남겨져있는지를 반문하는 듯 싶으니까.

놀랍도록 슬프면서 우습고,
아름다우면서도 추악하고,
비장하면서도 얄팍한 모든 모습이 담긴 영화다.

놀랍다.



*
스테디캠이 놀라우리만치 서사적이면서도 유려하게 사용된 영화.
쇠락해가는 로마 사회의 모습을 이토록 아름답게 잡아낸 이는 Luca Bigazzi다.
특히 이 영화는 '빛'으로 시작해서 '빛'으로 끝낸다고도 볼 수 있는데 어두운 장면에서는 속도감을 잃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대비를 만들어냈으며,

밝은 장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대비를 덜 준 느낌이 있다.
과거 네오 리얼리즘 영화의 선배들이 보여줬던 그 서서작인 느낌이 이 영화에는 오롯히 살아있다.
아름답고 놀라울 뿐이다.


**
파올로 소렌티노의 영화는 어느 정도 페데리코 펠리니의 흔적이 보인다.
<Il Divo>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이 영화에선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호한 장면이 역시 등장한다.


***
음악을 빼놓을 수가 없다.
로마출신의 작곡가인 Lele Marchitelli (렐레 마르치텔리)의 음악은 가슴을 흔들고 아주 길고 긴 여운을 남긴다.

영화 도중에 Eurythmics(유리드믹스)의 곡인 'There Must Be an Angel'을 변주한 곡이 나온다.


****
젭의 옛 연인인 엘리사 드 산티로 나오는 배우는
Annaluisa Capasa (아나루이사 카푸자)인데 영화의 메시지를 뭐라 더 형언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미모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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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예고편

 

 

 

 

 

 

 

 

 

 

 

 

 

 

 

<Interstellar / 인터스텔라>

Directed by Christopher Nolan (크리스토퍼 놀란)
2014 / 169min / US

Matthew McConaughey (매튜 매커너히), Anne Hathaway (앤 해서웨이), Michael Caine (마이클 케인), Jessica Chastain (제시카 차스테인), Casey Affleck (캐시 애플렉)
music by Hans Zimmer (한스 짐머)
director of photography by Hoyte Van Hoytema (호이트 반 호이테마)

** 일부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

이미 고인이 되신, 내 초등학교 시절을 윤택하고 풍성하게 해주셨던 칼 세이건 박사는 '이 넓은 우주에 지적생명체가 지구에만 살고 있다면

그것은 낭비'라고 말한 바 있다. 드넓은 우주로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확장하기 위해 그는 아주 쉬운 예를 들어가면서

아인쉬타인의 상대성 이론(특수상대성 이론/일반 상대성 이론 모두)을 초등학생이었던 나조차 기본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었고

이 경험은 어렸을 적의 내겐 적잖이 놀라운 경험이었기에 그 이후에도 난 여러 관련서적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접했던 그 미지의 세상을 넓은 스크린을 통해 이제서야 만나게 되었다.

인간이 자신의 과학과 문명을 발전시킨 결과, 지구라는 공간을 초월하여 우주에 대한 탐사가 가능한 기초적인 능력을 지니게 되고,

거대하고 정교한 전파망원경으로 저 멀리 은하계를 관찰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는 인간들 외에 또다른 지적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은 없을까...라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SETI 역시 그 일환이며 끊임없이 목격담이 등장하는 UFO 역시 어느 정도는 인간들의 호기심에 대한 반증일 것이다.
물론 <인터스텔라>는 외계인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그들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진 행성을 찾는 것, 그 행성을 찾기 위해 인간의 기술력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거리'와 '시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짧게나마 외계인의 존재와 상대성 이론을 언급할 수 밖에 없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일 수 밖에 없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작심하고 그려낸 이 3시간짜리 2014년 버전 '스페이스 오딧세이(Space Odyssey)'에는 인간이 지구라는 절대적인 삶의 터전을 포기해야할 상황에서 

우주로 떠나야하는 환경의 당위성을 통해 아직은 이론적인 공간으로 존재하는 전인미답의 우주공간을 놀라운 비주얼로 선사한다.
놀란 감독의 이 야심작에는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여러 영화와 애니메이션들의 설정들이 녹아 있다.
병충해와 환경 파괴로 인하여 지구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기 때문에 우주로 떠나야한다는 설정은

걸작 애니메이션인 <월 E/Wall-E>를 연상케하고(물론... 월E의 경우 쓰레기로 황폐화된 지구를 이야기하지만), 토성 주변에 난데없이 생겨난 웜홀을 언급하면서

자연스럽게 존재가 언급된 외계인의 조력에 관한 부분은 <Contact/컨택트>를 떠오르게 하며, 웜홀이나 블랙홀등 새로운 공간을 통과하며 겪는 현상,

그리고 이 영화에 등장하는 타스와 케이스라는 인공지능 로봇들은 누가봐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Space Odyssey/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를 연상케 한다.

타스와 케이스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Hal 9000 + 모노리스의 모습이 아니던가?

(후반의 우주 스테이션은 <인셉션>을 연상케하기도하지만 애니메이션을 즐긴 분들은 단번에 그 거주지가 <건담 씨드>의 콜로니를 연상케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무언가 새로운 설정의 놀라움을 주는 영화라기보다는 과학적 사실을 인용하거나 변형하여 만든

여러 영화, 애니메이션들에서 보아왔던 설정들이 극대화되어 구현되어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는거지.

하지만 그렇게 익숙한 설정들을 거대한 스크린에(그의 의도에 따르면 필름기반의 스크린 또는 아이맥스) 이토록 놀랍도록 황홀하고, 두려움보다는

두근거리는 설레임으로 전인미답의 우주공간을 경험하게 해주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놀라웠던 <Gravity/그래비티>를 졸지에 작은 소품처럼 만드는(적어도 비주얼 면에서) 이 엄청난 화면 속에서 보여지는 우주라는 공간은 주인공들이 그 난리를 겪고

매순간 생사의 기로에서, 인류의 생존을 손에 쥔채 고민해야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매혹적이고 아름다우며 황홀하고 포용적인 대상으로 다가온다.

이점은 한순간 한순간 죽음 앞에 직면하는 순간을 늘어놓았던 <그래비티>에서도 느꼈던 감정이었고. - 나만 그렇게 느낀건 아니겠지-

사실...
우리에겐 낭만적이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우주라는 공간은 우리가 직접 발딛어야하는 대상으로서의 공간이 될 때 수학적 계산으로 가득... 차게 된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을 관측하고 그러한 현상이 빚어지게 된 이유를 수학적 계산으로 꼼꼼하게 검증해야하며

그러한 수학적 계산을 토대로 작은 우주선 하나를 저 멀리 보내게 되는 것이 아닌가.
다른 행성으로 이동할 때의 연료를 계산하는 것도, 중력장을 파악하는 것도 이 모든게 수학적 계산을 통해 최대한 그 위험요인을 줄이게 된다.
그러니까 사실 과학자들에게 있어서의 우주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거대한, 모성 또는 부성이 존재하는 공간으로서의 낭만적 대상임을 떠나

지독하게 논리적인 공간으로서 존재할 것이라는거지.

그래서 난 이 영화가 놀랍다고 느꼈다.
나같은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매혹적이고 낭만적이며 동시에 두려운 거대한 공간으로서의 우주가 논리적인 수학적 세상과 맞닥뜨릴 때

이와 관련된 지식이 그닥 없는 이들에게 어떻게 쉽고 온전하게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지를 명확하게 판단했던 것 같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걸작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모노리스를 통과한 후의 모습을 난해하기 짝이 없는 지독히 사적인 영역으로 표현하여

시간과 공간을 보여준 것과 달리 <인터스텔라>에서는 이를 보다 소통가능한 인간적 공간, 그러니까 '사랑'의 공간으로 명확하게 엮어낸다.
어찌보면 이는 대단히 진부한 신파적인 요소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과한 설정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
그래서인지 이 영화 속에서 브랜드(앤 해서웨이)가 표현하고 쿠퍼(매튜 매커너히)가 속으로 감내하는 공통적인 '사랑'이라는 감정은

다소 신파적인 느낌도 들지만 저 상황에서, 절망의 끝에서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더라.
특히 절정을 향해 치달리면서 한스 짐머의 음악과 함께 효과적으로 교차편집되는 클라이막스는 그가 <인셉션>에서 보여준 정교한 에스컬레이터 효과에 의한

감동을 고스란히 재현해준다. 이 전형적인 편집은 얼핏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가슴을 두들기는 에너지만큼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무게감을 준다.

주절주절 두서없이 열거한 이러한 이야기들이 무색할 정도로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 압도적이다.
뜨거운 부성애라는 흔한 소재를 저 넓은 우주 속에 이입시켜 거대한 아버지로서의 우주를 담아냈다.
3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조금도 지루함을 느끼지못했으며 기회가 된다면 또 보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영화다.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은 반드시 영화관, 그것도 스크린과 사운드가 훌륭한 영화관에서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놀런의 의도대로 필름 기반의 상영관에서 보시든지, 아니면 아이맥스로 보시든지, 아니면 메가박스의 M 또는 M2관을 이용하시든지.


*
수많은 SF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등장하는 워프...의 기본적인 원리는 이 영화 속 웜홀과 비슷하다.
실제로 영화 속 웜홀 진입과 워프 진입이 비슷하게 묘사되곤 한다.
SF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워프...라는 개념은 도저히 빼놓을 수가 없는 요소.


**
이 영화 속에서 외계인이란 존재는 일종의 deus ex machina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아직 인간이 풀어내지 못한 수많은 우주이론때문에 영화 속에 등장하는 우주현상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힘든 부분들이 존재한다.

예를들어 웜홀은 아무렇게나 갑자기 생기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외계존재가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며(실제 영화 속 과학자들이)

블랙홀 내의 큐빅 역시 인공지능 기계인 타스가 '인간은 이런 공간을 만들 능력이 없다'라고 말하듯 인간의 과학력 범주를 넘어서버린다. 
영화는 외계인에 대한 간단한 언급을 통해 당위성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이유로 이 영화 속에서의 외계인은 일종의 deus ex machina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 같다.


***
마지막 블랙홀 내의 도서관 공간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보르헤스 바벨의 도서관...을 연상케 한다.


****
이 영화의 음악도 영상 못잖게 인상적인데 아마도... 근래 한스 짐머(Hans Zimmer)의 영화 음악 중 가장 놀라운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알렉상드르 데스쁠라(Alexandre Desplat)가 근래 대단히 놀라운 결과물을 들려주지만 한스 짐머처럼

오랜 시간 일관된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는 영화음악가는 역시 흔치않은 것 같아.
데이빗 핀쳐의 <Gone Girl/나를 찾아줘>에서도 트랜트 레즈너(Trent Reznor)의 영화음악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한스 짐머의 서사적인 영화음악의 진수를 만끽하게 된다.


*****
영화 속에서의 미국은 군대도 해체되고 NASA도 사실상 비밀리에 운영된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타인의 식량을 탈취하기 위한 전쟁도 없고 의아할 정도로 평화스럽다.
우리가 무언가 빈곤한 상황에 닥친 근미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폭력과 약탈이 이 영화에는 전무하다.
사실... 절망의 순간에서 약탈과 폭력을 거의 다루지 않은 영화를 우리는 본 적이 있지.
바로 <Seeking a Friend for the End of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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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매커너히가 조엘 슈마허(Joel Schumacher)의 <A Time To Kill>을 통해 주목받았을 때만 해도 그가 이 정도의 아우라를 가진 배우로 성장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96년에 존 세일즈(John Sayles) 감독의 수작 <Lone Star/론스타>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그 정도의 존재감을 엿볼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난 그가 외모가 주무기가 된 오락 영화를 통해서만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일단 그가 나온다면 믿고 보는 지경이 되어버렸다.ㅎ
특히 2011년작인 <Killer Joe/킬러 조이>(엇... 여기서도 이름이 '쿠퍼'였는데ㅎ)와

2012년작인 <Mud/머드>는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영화이니 혹시 못보신 분들 계신다면 꼭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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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영화 자체가 잘 만들어져서 이론적인 지식이 없어도 감상에 지장이 없지만,
아래 영상을 접하고 보시면 조금 더 알기 쉽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음 *

 

 

<Gone Girl / 나를 찾아줘>

Directed by David Fincher (데이빗 핀쳐)

2014 / 149min / US
Ben Affleck (벤 애플렉), Rosamund Pike (로자먼드 파이크)

개봉 전, 개봉 후에도 이 영화에는 커다란 반전이 있는 것처럼 마케팅을 했지만 영화를 본 분들이라면 그런 반전은 없다는걸 일찌감치 눈치챘을 거다.
그건 원작 소설을 읽지 않은 분들도 마찬가지일테고.
소설이야 그런 반전이 효과적으로 작동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데이빗 핀쳐는 그런 반전에는 그닥 관심이 없었던 듯 싶다.
그냥 영화에서 온갖 곤혹스러운 일을 겪게 되는 닉(밴 애플렉)을 키득키득거리며 빈정거리고 즐기는 것에 열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지.

물론 이런 얘기는 이 영화에 대한 비아냥이 아니다.
이 영화는 찌질하고 부도덕한(일반적인 통념의 기준에서) 닉에 대한 '싸이코패스 뺨을 후려치는' 에이미의 가차없는 응징을

매끄럽고 유려한 이야기꾼의 입장에서 잘 그려놓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흥미롭고 몰입도도 높으며 찌질한 유부남을 연기하는 밴 애플렉의 연기도 대단히 인상적이고.

배역이 너무 잘 어울려서 정말 밴 애플렉이 저런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니 말이지.

사실 기본적으로는 섬뜩한 이야기이지만 이 영화는 내내 블랙코미디의 뉘앙스를 잔뜩... 풍기고 있다.
비아냥이 흥건할 정도로 시즈닝되어버린 이 블랙코미디는 영화를 보는 내내 허울뿐인 부조리들을 마냥 후벼파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고.
딸을 팔아 돈을 벌었다고 비난받기도 하는, 동시에 어렸을 적부터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책으로 출판되며 매스컴에 거의 노출되다시피하여

실제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판단하지 못하는 듯한 에이미, 그리고 재정상태가 엉망이 되어가면서도 보여지는 모습에 치중해야만하는 에이미와

그 부모들의 모습(마치...Wolf Among Us에서의 미녀와 야수 부부처럼), 지식인인척하지만 사실은 무력하기 짝이 없는 닉...
이런 영화 속 군상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이 영화가 이미 오래전에 붕괴하다시피하여 이젠 허울만 유지하고 있는

미국 중산층에 대한 데이빗 핀쳐의 냉랭한 조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영화의 호흡이 너무 능수능란해서 전혀 지루할 틈은 없었다.
다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거.


*
영화를 메가박스 백석점에서 봤는데 사운드가 생각보다 잘 들려서 만족.
이 영화가 은근히 사운드가 상당히 중요하다.
이번에도 역시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 - 나인 인치 네일스의 바로 그)가 음악을 담당했는데 과거 인더스트리얼 계열 음악의 비트는 쏙 빠진채 팽팽한 텐션,

 

그리고 허무하다시피한 쓸쓸함의 여백을 잘 드러내는 뮤지션인지라 이 영화와 트렌트 레즈너의 음악은 기가막히게 궁합이 좋다.
뭐... 트렌트 레즈너가 데이빗 핀쳐와 했던 이전 작업들도 다 좋았지만.

 

 

 

 

 

 

 

 

 

<Draft Day / 드래프트 데이>

 

Directed by Ivan Reitman (이반 라이트만)
2014 / 110min / US

Kevin Costner (케빈 코스트너), Jennifer Garner (제니퍼 가너), Patrick St. Esprit (패트릭 세인트 에스프리), Chadwick Boseman (체드윅 보스만),

Frank Langella (프랭크 랑겔라), Denis Leary (데니스 레어리)
music by John Debney (존 데브니)

1995년.
한창 잘 나가던 당대 최고의 배우라고 일컬어지던 케빈 코스트너가 엄청난 자본과 물량이 투입된 대작 <Waterworld/워터월드>를 내놓는다.
이 영화는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흥행 참패를 기록했고 이로인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기까지 한 <Dance with Wolves/늑대와 춤을>(1990)를 통해 

감독으로서의 역량까지 확인받았던 케빈 코스트너는 자신의 인지도에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이후로 그의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가 무너졌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세간에서 그를 보는 평가는 '한물갔다'라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그렇더라도... 2003년 마지막으로 그가 연출한 <Open Range/오픈 레인지>를 보면 분명히 그는 연출가로서의 재능이 있는 배우다)
그런데 요 몇년 사이 그가 출연하고 있는 영화들을 보면 그는 나름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게 아닌가 싶다.
물론 대박을 친 영화들은 없다고 봐야하겠지만 주연으로서의 존재감이 뚜렷한 영화들이 분명히 보인다.
살 날이 며칠 남지 않은 전직 CIA 요원으로 딸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엠버 허드(Amber Heard)가 나와서 너무 좋았던(ㅎㅎㅎ)

<3 Days to Kill/쓰리데이즈 투 킬>,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미식축구 단장 역할을 맡은 <Draft Day/드래프트 데이>를 보면

그가 여전히 헐리웃 영화씬에서도 적정한 수준의 영화에 주연급으로서의 무게감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American Football, 미식축구.
이는 말그대로 미국인들을 위한 스포츠이고 철저히 미국인들에 의해 사랑받고 소비되는 그들만의 스포츠다.
야구만큼 미국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미국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팀워크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스포츠.
그래서 학창 시절에 미식축구 주장을 맡게 되면 그만으로도 인센티브를 얻기도 하는, 바로 그런 스포츠.
이렇듯 미국인들로부터 사랑받는 미식축구이기에 당연히 수도 없이 많은 영화가 이를 소재로 하였고 

글 말미에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본 미식축구 소재의 영화들을 몇편 열거했다.

언급한대로 이 영화는 미식축구를 소재로 한 영화인데 정작 미식축구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경기 장면은 자료 화면으로 쓰여질 때만 등장할 뿐이며

이 영화는 철저히 시즌을 앞두고 전력을 강화하려는 팀들의 시즌 농사를 좌지우지하게 될 드래프트 당일(Draft Day)의 긴박한 12시간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한해 농사를 좌우하게 될 드래프트를 앞둔 12시간.
단장으로 부임한지 2년이 된 소니 위버 주니어 단장은 지난 2년간 자신의 팀을 한번도 제대로 꾸리지 못했고 이로 인해 팀 성적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래저래 신경이 곤두서있는 상태다. 게다가 여기에 드래프트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해고할 수 있다는 구단주의 은근한 협박,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뽑으라고

강력히 요구하는 신임 코치, 물러나라는 팬들의 아우성, 어머니와의 냉랭한 관계, 연인인 앨리의 임신 사실등에 둘러싸이며 결코 쉽지 않은 12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영화 속에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드래프트(Draft)'라는 것은 우리 역시 국내 프로 야구나 배구, 농구등을 접하면서 몇번씩은 들어봤던 시스템이고 

막연하게나마 드래프트가 어떻게 작동되는 것인지를 알고 있긴 하다.
설령 드래프트가 어떤 시스템인지 모르더라도 이 영화를 보는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니

그저 소니 위버 주니어 단장의 고민과 결단을 따라가다보면 나름 만족스러운 재미와 통쾌함, 그리고 적당히 훈훈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그렇지... 미식축구가 미국인들에게 어떤 스포츠인데 분탕질을 치겠어)

우리에겐 <고스트 버스터즈>의 감독으로 아직까지 회자되는 이반 라이트먼 감독은 이 영화에 단순히 드래프트를 둘러싼 머리싸움만을 그릴 마음 따위는 애당초 없었던 듯,

소니 위버 주니어의 사랑과 어머니와의 갈등등을 양념으로 얹어 스포츠 영화(혹은 스포츠 소재의 영화)가 줄 수 있는

미국식 가족주의와 도덕률에 대한 메시지를 잘 버무려 낼 욕심이 나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드래프트 외적인, 소니 위버 주니어 단장의 개인적인 갈등 소재 자체를 풀어내는 방식은 

우리가 흔히 봐왔던 가족 영화의 갈등 해소 구조와 조금도 다르지 않아서 생뚱맞기도 하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곁가지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영화에 해가 될 정도로 가슴 답답하게 그려내진 않았으니 이 정도야 이해하고 봐도 무방하다. 
이러한 곁가지 소재들이 그닥 거슬리지 않았던 것은 인간적인 고민을 하되 마냥 좋은 사람으로만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 주인공 소니 위버 주니어를 연기한

케빈 코스트너의 연기가 상당히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오락 영화로서는 손색없는 재미를 주는 영화라고 생각되며 개인적으로는 무척... 재밌게 봤다.



*
주인공 소니 위버 주니어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앨리(Ali)역은 제니퍼 가너 (Jennifer Garner)가 맡았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그녀의 남편은 벤 애플렉이다.


**
클리블랜드 브라운스 구단은 실재로 존재하는 구단이다.(혹시나 가공의 구단일거라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법해서)
2011년인가..에 10억달러의 헐값(세상에 이게 헐값이라니... 한화로 1조 이상)에 지미 하슬램(Jimmy Haslem)이라는 사업가에게 매각되었다고.
매각 이유는 브라운스 구단의 수익이 계속 정체되어있었기 때문인데 실제로 NFL의 수입이 대부분 폭등한 가운데 브라운스만 미미한 수입증가를 보여줬다고.


***
미국인들에게 어메리컨 풋볼...이란 스포츠가 각별하디 각별한 건 영화를 보면 드러난다.
당연히 이를 소재로 한 영화도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든데 그래도 생각나는 영화들을 좀 적어본다면 아래와 같다.

<Jerry McGuire / 제리 맥과이어>(1996)
-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직업을 국내에 제대로 각인시켜준 영화. 이 영화에서 르네 젤위거에 완전 반했었다는...

<Friday Night Lights / 프라이데이 나잇 라이츠>(2004)
- 가장... 재밌게 본 미식축구 영화라면 이것.

<the Blind Side / 블라인드 사이드>(2009)
- 그야말로 착한 영화.

<Any Given Sunday / 애니 기븐 선데이>(1999)
- 올리버 스톤 감독의 미식축구 영화. 난 이 영화하면 영화보다는 Fat Boy Slim의 삽입곡이 더 기억에 남.

<Remember the Titans / 리멤버 더 타이탄>(2000)
- 보아즈 야킨 감독의 수작.

<Brian's Song / 브라이언의 노래>(1971)
- TV 영화.

<the Express / 익스프레스>(2008)

<Gridiron Gang / 그리다이언 갱>(2006)
- 교도소 수감자들의 미식축구.

<Ruby / 루비>(1993)
- 아이고... 예전에 네이버 블로그할 때 인상깊게 본 스포츠 영화를 뽑아 올린 적 있는데 그 글이 바로 네이버 메인에 올라가는 바람에

별별 사람들이 다 들어와서 댓글만 3,000개가 달렸었다. 그때 몇몇 사람들이 <Ruby/루비>도 없는 리스트는 의미가 없다는 둥,

블로그 주인장이 <루비>도 빼먹고선 아는 척 쩐다...라는 글들이 올라와서 엄청... 웃었다는.ㅎ
이 영화가 바로 그 문제의 <루비>.ㅎ

이외에도 많지만 내가 못 본 영화들도 있고 그닥 기억에 남지 않는 영화들도 있어서 이 정도만.-_-;;;


 

 

 

 


 

 

 

[Guardians of the Galaxy /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Directed by


Directed by James Gunn (제임스 건)

2014 / 161min / US
Chris Pratt (크리스 프랫), Zoe Saldana (조 샐대너), Dave Bautista (데이브 바티스타), Bradley Cooper (브레들리 쿠퍼), Michael Rooker (마이클 루커)

Karen Gillan (카렌 질런), Beicio Del Toro (베니치오 델 토로)
Music by  Awesome Mix Vol. 1


봐야지 봐야지 생각하다가 어느덧 교차상영에 돌입하는 바람에 상영 시간을 못맞추고 전전긍긍...
당연히 이젠 상영관이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왠걸? 아직도 상영하는 곳이 있더라.
폭발적인 흥행은 못해도 영화가 잘 빠졌다라는 입소문이 돌아서 찾는 사람들이 있으니 영화관 측에서도 무작정 내리지는 않은 듯.
일요일 이른 아침, 메가박스 연수점에서 조조로 보고 왔다. aipharos님, 아들과 함께.

마블 코믹스를 거의 본 적이 없는 나로선 지금 이렇게 우후죽순 쏟아져나오는 마블 영화들을 통해서만 마블 코믹스의 세계관을 짐작할 수 있다.
코믹스와 영화는 설정에 있어서 각색도 많이 들어간 편일 것이고 엄청나게 복잡한 내용은 물론

죽음과 부활을 밥먹듯 하는 마블 코믹스의 복잡한 캐릭터 관계를 모두 구현하는데에는 분명 무리가 있을거다.
그렇더라도 지금까지 공개되고 있는 마블 영화들의 이야기가 서로 맞물리게 될 것을 감안하여

나름 정교하게 마블 영화만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는 흔적이 보인다는 것 정도는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엄청난 자본이 투입되어 공개되는 마블 영화들 대부분이 질적으로 무척 놀라운 수준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물론 내게 올해 최고의 마블 영화는 여전히 <Captain America : the Winter Solider/캡틴 어메리카 윈터 솔져>이지만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역시 무척... 즐겁게 볼 수 있었다.

(모두가 극찬한 <X-Men : Days of Future Past>는 내게는 정말 지루하기만 한 영화였다. 그러고보니 엑스맨 시리즈를 난 한번도 재밌게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버려진 행성의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어머니와 즐겨 듣던 80년대의 팝송을 수록한 테이프를 들으며 껄렁껄렁 춤을 추면서

마치 도마뱀같은 짐승들이 달려들자 발로 걷어차고 한 손으로는 짐승의 목을 움켜쥐고는 이를 마이크삼아 노래부르는 주인공 스타로드의 모습과

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 위로 스크린을 꽉 채우며 나타나는 영화제목은 아마도 근래에 본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이고 유쾌한 오프닝이었다고 생각한다.
유쾌한 오프닝뿐 아니라 영화의 제목인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가 이루어지는 과정 역시 매우 즐겁다.
주인공 스타로드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유전자 실험에 의해 탄생된 너구리 '로켓'과 식물인간 '그루트', 마블 세계관에서 티어 8등급(아이템빨로 3등급까지 올라가는)에

해당하는 타노스의 수양딸이자 그의 지시를 받는 라논의 밑에 있는 가모라, 그리고 마블 원작에서는 타노스에 의해 일가족이 몰살당하지만 영화에선 라논에게

가족을 잃은 것으로 설정된 드랙스등을 만나 본의 아니게 연합하게 되고 행성을 파괴시키려는 라논에 대항하게 되는 과정은 누구나 예측 가능하지만 매우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각각의 사연이 있는 캐릭터들의 과거가 단순한 사연팔이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결속할 수 있게 되는 유기적인 매개가 된다는 것,

그리고 캐릭터 한명 정도는 짜증이 날 만한 설정이 나올 법도 한데 하나같이 쏠림없이 잘 표현했다는 것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렇듯 한 팀이 되어가는 과정이 설득력있게 잘 그려졌지만 이후 속편에선 어떻게 이야기를 확장하느냐의 문제는 분명히 걱정이 된다.

이렇듯 아웅다웅 투닥투닥거리면서 팀워크를 이뤄가는 설정을 우린 너무 자주 봤으니까 말이지.(<어벤저스>처럼)
후속작은 그때가서 보고 판단하면 될 문제이고,
적어도 이 영화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는 기대한 정도는 아니어도 무척 유쾌하고 즐겁다.
아무 생각없이 즐겁게 보기에 딱... 좋은 영화.



*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에 삽입된 곡들은 80년대 팝송으로 가득 차 있다.
선곡이 매우... 뛰어나고 이러한 곡들이 저 멀리 우주를 배경으로 울려 퍼지는데도 전혀 이질감없이 느껴지며

주인공 스타로드가 근본적으로 지구(terra)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은연 중에 관객에게 어필하는 효과가 있다.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OST, Awesome Mix Vol.1

1. 'Hooked on a Feeling' - Blue Swede
2. 'Go All the Way' - Raspberries
3. 'Spirit in the Sky' - Norman Greenbaum
4. 'Moonage Daydream' - David Bowie
5. 'Fooled Around and Fell in Love' - Elvin Bishop
6. 'I'm Not in Love' - 10cc
7. 'I Want You Back' - the Jackson 5
8. 'Come and Get Your Love' - Redbone
9. 'Cherry Bomb' - the Runaways
10. 'Escape (the Pina Colada Song)' - Rupert Holmes
11. 'O-o-h Child' - Five Stairsteps
12.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 Marvin Gaye and Tammi Terrell

http://youtu.be/-oUEVrjSxS4
전곡을 감상하려면 위 링크를 눌러보시길.


**
스타로드 크리스 프랫 (Chris Pratt)의 차기작 중
<Jurassic World / 쥐라기 월드>가 보인다.

<쥐라기 공원>의 4편격으로 제작한다만다...말이 많았는데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공식적으로 2015년 6월에 개봉한다고 발표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감독이 무척... 의외의 인물인데 남들과 다른 방식을 포용하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연민을 기발한 방식으로 보여준 수작,

<Safety Not Guaranteed/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2012)의 콜린 트레보로우 (Colin Trevorrow) 감독이다.


***
주인공 크리스 프랫을 사실상 납치해서 키운 욘두역의 마이클 루커는 수많은 영화에 출연한 베테랑이지만 난 아직도 마이클 루커하면

그의 실질적인 영화 데뷔작인 1986년도 작품 <Henry : Portrait of a Serial Killer/헨리 연쇄살인자의 초상>이 먼저 떠오른다.
그 영화에서의 인상이 너무나 강해서인 듯.
그러고보니... 이 영화의 감독인
John McNaughton(존 맥너튼) 감독은 2001년작 <Speaking of Sex> 이후 장편영화는 아예 발표를 안하시는 듯.


****
이 영화에서의 미술 및 메카닉 디자인은 상당히 뛰어나다.
특히 라논의 전함은 여지껏 봐왔던 그 어떤 전함의 범주에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독특하고 위압적이다.


*****
마블 코믹스를 보지 못해서 뭐라 말을 못하겠지만,
주워들은 바로는 드랙스 더 디스트로이어가 나중에는 타노스와도 맞먹을 정도로 강력해진다고 한다.
(죽고 부활할 때마다 강해진다고.-_-;;;)
그런데 적어도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에선 그냥 힘 좀 쓰는 캐릭터 정도로만 나왔다는...
덕분에 사실 드랙스와 라논의 아주 볼만한 대결을 기대했던 내 기대는 완전히 날아가버렸다.ㅎㅎㅎ


******
영화 속에서 서로 차지하려고 안달이 난 오브(orb)에 들어있던 것은 우주를 구성하는 원소가 응축된 잼(gem)인데,

이 잼 하나의 위력만으로도 행성 하나 정도는 우습게 박살낼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이 Gem 다섯개를 모아 건틀렛에 박아 넣어버린게 바로 인피니트 건틀렛이며 타노스는 이 건틀렛을 가지려고 환장했다고 알려져있다.

그리고 인피니트 건틀렛을 착용한 타노스는 티어 3까지 올라간다고 하네.-_-;;; 전형적인 템빨이군.


 

 

 

 


 

 

 

 

[히어로 2 / HERO 2]

 

일본 후지TV 매주 월요일 오후 9시

기무라 타쿠야 (きむらたくや / 木村拓哉), 키타가와 케이코 (きたがわけいこ / 北川景子) 등

 

인상깊게 본 일본 드라마 (이하 '일드')를 저보고 꼽으라면...

<롱 베케이션>(1996년), <야마토 나데시코>(2000년), <골든볼>(2002년), <노다메 칸타빌레><2007년), <체인지>(2008년), <모테키>(2010년),

<한자와 나오키>(2013년) ... 그리고 <히어로>(2001년)입니다.

이외에도 재밌게 본 드라마들을 많이 있는데 기억나는걸 꼽으라니 일단 이 드라마들이 생각나네요.ㅎ

그렇다고 제가 일드를 엄청 많이 본 건 아닙니다.

미드보다 많이 봤다...라고 말하기엔 민망한 것이 전 미드를 거의 보지 않아요. (저와 미드는 맞질 않습니다.

그 꼬고 또 꼬고, 시즌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는 제 급한 성격에 불을 지릅니다.ㅎㅎㅎ)

 

아무튼...

인상깊게 본 일드, 생각나는대로 적어본 저 일드 중 기무라 타쿠야(木村拓哉)가 나오는 드라마만... 세편이네요.

한때는 기무라 타쿠야가 '30%의 사나이'로 불리웠습니다만 지금은 사실 평균 20% 넘는 드라마도 그닥 많지 않고,

기무라 타쿠야도 그런 추세를 거스르지는 못하는 듯 합니다. 그래도 일단 기무라 타쿠야가 나온다면 관심이 가는게 사실이에요.

2013년은... 확실히 사카이 마사토의 해였지요.

 

<롱 베케이션>에서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극 중 기무라 타쿠야는 세나...라는 이름으로 나오는데요.

벽에 기대어 선 채 나즈막히 얘기하고는 아주 힘겨운 눈물을 삼키는, 감정을 대단히 절제하는 장면이 나와요.

전 그 장면을 보고 기무라 타쿠야의 연기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냥 팬이 된거죠.

그뒤로 기무라 타쿠야가 나온 드라마는 아마도 거의 다 챙겨본 것 같습니다.

2008년, 삽질하는 일본 자민당과 총리에 대한 변화의 열망으로 읽혀도 될 법한 정치물 <체인지>가 방영됐을 때도 저와 와이프는 정말... 재밌게 봤답니다.

<체인지>는 사실상 일종의 희망고문 드라마였죠.

일본 사람들에겐 '저런 총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였겠지만

2009년에 이 드라마를 접한 저희에겐 '저런 대통령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불가능한 희망같은 걸 그리게 된... 그런 드라마였어요.

전 올해 초에... 하도 답답한 우리 나라 현 상황이 답답해서 이 드라마를 다시 봤답니다.

 

별 것도 아닌 서두가 너무 길어지네요.

<히어로>는 기무라 타쿠야 전성기가 이어지고 있던 2001년에 나온 드라마입니다.

중졸 학력의 검사 쿠리우가 자신만의 통찰력과 올곧은 원칙, 그리고 인간미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면서 사무관 아마미야(마츠 다카코)과의 사랑도 키워나가는 내용입니다.

전형적인 일본 드라마에요. 등장인물들은 기본적으로 악한 사람이 없습니다.

속물주의적인 캐릭터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도를 넘진 않아요.

그리고 예측 가능하게도 기성적인 규칙에 그닥 얽메이지 않는 쿠리우 검사를 통해 동료 검사들도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이 예측가능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히어로>는 무척 재밌습니다.

보고나면 기분좋은 그런 드라마라고 할까요?

그리고 쿠리우 검사같은 역할을 어떤 배우가 대신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구요.

쿠리우 검사라는 캐릭터가 자유분방하면서도 자신의 확고한 신념도 있고 강직한 면도 있어서 어지간한 배우가 맡았다면

한없이 가벼운 캐릭터로 변질되어버렸을 거란 생각도 들거든요.

 

 

이렇게 큰 즐거움을 주었던 <히어로>가 무려... 13년만에 시즌 2 방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많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시즌 1이 끝난지 무려 6년만에 영화판(이병헌도 나오고, 부산이 배경이 되기도 했던)이 나오기도 했으니(게다가 감독이 시즌 1을 연출했던 스즈키 마사유키였습니다)

제작진은 끊임없이 시즌 2 제작을 구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8월 26일 현재 7화까지 방영된 <히어로 시즌2>는 시즌1을 기억하는, 그리워하는 분들께는 대단히 즐거운 선물일 겁니다.

배경이 된 검사실도 시즌1과 다를 바가 없어요. 너무 똑같아서 어찌나 반갑던지.

뿐만 아니라 시즌1에서 사무관으로 등장했던 두명의 철없는 캐릭터도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고,

시즌1에서 수위를 맡았던 분은 사무관으로 올라서서 결혼도 했지요.ㅎ 이뿐만 아니라 이른바 '아루요(있어요)' 아저씨인 타나카 요지도 여전히 pub을 지키고 있습니다.

시즌1을 기억하는 분께 이만한 선물이 어디있겠어요.

시즌1의 흔적은 이외에도 더 있습니다.

시즌2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도 시즌1과 다를 바가 없어요. 그 특유의 테마 음악이나... 모든게 다시 흘러나옵니다.

오프닝 크레딧의 모양새도 거의 똑같구요.

연출을 맡은 감독들도 시즌1과 거의 비슷합니다.

시즌 1 이후로 물리적인 시간은 13년이 흘렀지만 드라마 속에선 고작... 2~3년 정도의 시간만 흐른 것 같아요.

여전히 쿠리우는 형식에 얽메이지 않고, 홈쇼핑 매니어에서 이젠 인터넷 쇼핑까지 섭렵한 묻지마 쇼퍼구요.

 

그래서인지 전 일단 색안경을 끼고! <히어로 시즌2>에 빠져있습니다.

객관적인 재미는 시즌1만큼은 아니다란 생각도 아주 조금 들지만, 기분좋게 보고 있어요.

7화까지 평균 20~21%의 시청률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현재까지 2014년 일드 평균 시청률로는 1위...일겁니다.

한자와 나오키 시즌2가 만약 올해 안에 방영된다면 1위 자리는 내줄 공산이 큽니다만...

 

 

 

*

<한자와 나오키>에서 사카이 마사토는 더이상 볼 수 없을 거라고 하네요. 촬영 일정이 도무지 맞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베 히로시가 제2의 한자와 나오키로 거론되고 있다네요.

 

 

**

<고독한 미식가>의 마츠시게 유타카...의 모습도 <히어로 시즌2>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시즌 1에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다소 속좁은 캐릭터와 달리 그 자리를 이은 마츠시게 유타카가 맡은 캐릭터는 아주 매력있어요.

 

 

***

시즌 2에서 전작에서 연인으로 발전했던 아마미야(마츠 다카코) 이야기가 한번 나옵니다.

미루어 짐작하건데 아마미야는 검사가 되었고 쿠리우와는 결별한 것으로 보여요.

그런데 왠지 시즌2 후반에 아마미야가 한번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아마미야 자리를 대신해서 쿠리우의 사무관을 맡은 인물은 키타카와 케이코가 맡았습니다.

대단한... 미인이죠.-_-;;;

얼핏 보기엔 대단히 키가 커보이는데 기무라 타쿠야와 서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키가 작더군요.

프로필을 보니 160cm라고 하는데 얼굴도 작고 키에 비해 비율이 좋아서인지 무척 커보여요.

 

 

 

 

기무라 타쿠야 

 

 

 

 

 

 

키타카와 케이코

쿠리우 검사의 새로운 사무관.

 

 

 

 

 

 

아이고...ㅎㅎㅎ 다시 뵙네요.

 

 

 

 

 

 

역시나 다시 뵙습니다.ㅎ

 

 

 

 

 

 

은근 미인이신... 새로운 출연진. 

 

 

 

 

 

 

시즌 1에서 수위로 등장하셨던... 시험을 치르고 시즌2에서는 사무관으로.

 

 

 

 

 

 

고독한 미식가!

 

 

 

 

 

 

차장검사로 승진하신 시즌1의 보스.

 

 

 

 

 

 

사무실 빌딩도 똑같습니다. 시즌1과.

 

 

 

 

 

 

검사실도 똑같죠.

시간이 멈춘 것 같아요.ㅎ

 

 

 

 

 

 

 

 

 

 

 

 

아루요... 아저씨. 여전히 등장.
제주도 아루요...-_-;;;

 

 

 

 

 

 

기무라 타쿠야와 키타카와 케이코. 은근 잘 어울림.


 

 

 

 

 

 

 

 

 

 

 

 

 

 

 

 

[the Grand Budapest Hotel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Directed by Wes Anderson (웨스 앤더슨)

2014 / 100min / US

Ralph Fiennes (레이프 파인즈), Tony Revolori (토니 레볼로리), F. Murray Abraham (F 머레이 에이브러험), Jude Law (쥬드 로), Saoirse Ronan (시얼셔 로넌)

Edward Norton (에드워드 노튼),  Adrien Brody (애드리언 브로디), Mathieu Amalric (마띠유 아말릭), Willem Dafoe (윌렘 대포), Jeff Goldbrum (제프 골드브럼)
music by  Alexandre Desplat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웨스 앤더슨 감독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려고 맞지도 않는 시간 맞추려 노력했음에도,
이제서야... 봤다.
aipharos님, 아들과 함께.
어찌나 재밌게 봤는지 러닝타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더라..
전작인 [Moonrise Kingdom / 문라이즈 킹덤]도 대단히 인상적이었으나 초반부에는 다소 집중이 되지 않았던 것에 비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도입부부터 액자 구조를 통해 호기심을 자아내더니 러닝타임 내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몰입도를 보여주더라.

이 영화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리뷰들이 나와 있고, 이 영화에 내재된 수많은 함의들에 대한 분석도 많은 듯 하다.(특히 해외 글에)
내가 굳이 그런 분석을 할 필요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으니 이 영화가 그동안 그가 연출한 이전 영화들과 다르다고 느낀 점들을 위주로 적어본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본 분들은 다 알듯이 그의 영화는 언제나 대칭에 집착한다. 대칭, 그리고 그로인한 횡적인 움직임이 매우 강조된다.
캐릭터의 움직임은 대부분 횡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카메라는 이를 마치 확장된 연극 무대를 보여주는 것과도 같이 따라 간다.
전작 [문라이즈 킹덤]이 이러한 대칭과 횡적인 움직임의 극단을 보여줬다면 이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선

그 정점을 찍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이 영화에서 횡적인 움직임과 대칭적 프레임은 극대화되어있다.
이렇듯 웨스 앤더슨 감독의 전매특허같은 횡적인 움직임을 통해 자칫 늘어질 수도 있는 역동성은 과장된 수직적 움직임을 통해 확보했다.
웨스 앤더슨의 전작 중 역동성이 강조된 영화로는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Fantastic Mr. Fox]를 빼놓을 수 없는데

그는 애당초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액션의 역동성을 표현하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조플링의 뒤를 쫓는 무슈와 로비보이의 설원 추격전이 단적인 예인데, 액션의 역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사선 방향성을 지니는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아도 충분히 긴박한 속도감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웨스 앤더슨의 영화로는 드물게 상당히 긴장감있는 스릴러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실제로 몇몇 부분은 장르적 특성에 매우 충실하다.
아주 짧게 지나쳐가지만 무슈 구스타프의 난봉 생활을 보여주는 장면의 강도는 매우 센 편이고,

조플링이 코박스의 뒤를 쫓아 미술관으로 들어가서 벌어지는 장면의 리듬감은 대단히 탁월해서 정교한 미장센과 결합되어 상당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아마도 웨스 앤더슨 감독이 자신의 형식을 벗어버리고 맘먹고 장르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면 어떤 영화가 나올까?하는 궁금증마저 자아낼 정도로 말이다.
한가지 인상적인 장면을 더 언급하자면,
무슈 쿠스타프가 누명을 쓰고 감옥살이를 하다가 탈출하는 장면의 리드미컬한 편집은 두고두고 회자될 명장면이라고 부를 만하다.
무성영화의 형식을 끌어오는가 하면, 줄스 다신의 걸작 [Rififi/리피피]를 연상케하는 장면마저 있다.
웨스 앤더슨의 이전 영화들 대부분이 대단히 인상적이었지만

과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만큼 유려한 리듬으로 극을 마음대로 주물러대며 유희했던 적이 있었던가...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이 영화는 놀라운 리듬감을 보여준다.

프레임, 장르적 특성이 두드러진, 리드미컬한 편집뿐 아니라 이 영화는 정교하게 구성된 액자 형식의 영화 구조의 정점을 보여준다.
첫장면에서 화자인 소설가가 회상하는 장면으로 하나의 액자가 형성되고,

형성된 액자 속의 소설가가 무스타파(로비 보이)를 만나며 그의 회상 속으로 또다시 들어가는 액자 구조가 형성된다.
이 간극은 명민하게 고려된 화면비율로 차이를 두고 있는데 회상 장면 이외의 장면은

1.85나 2.35대 1 스케일을 보여주고 무슈 구스타프와의 회상장면은 4:3 화면비율로 제작했다.
이러한 액자 구조 속의 또다른 액자 구조 형식이 이처럼 별다른 화면 전환 하나없이 유려하게 이어지며 관객의 흥미를 증진시킬 수 있다는건 대단한 재능이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되더라.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당연히 미장센.
웨스 앤더슨 영화의 미장센이이야 언제나 회자되는 부분이지만

이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미장센은 단순히 아름답거나, 비현실적이거나 시대 초월적인 느낌 정도를 벗어나 장대한 서사적 이미지까지 전해준다.
난 웨스 앤더슨 영화의 미장센에서 테리 길리엄(Terry Gilliam)식의 미장센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한 적이 없는데

적어도 이 영화에선 그만한 느낌의 서사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호텔 식당을 부감으로 잡은 장면이나 소설가와 무스타파가 호텔 사우나에서 만나는 장면에서의 고풍스러운 사우나 모습,

그리고 코박스가 조플링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들어선 미술관의 미장센은 분명히 서사적인 무게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처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형식미는 이전의 웨스 앤더슨 영화들과 비슷하면서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동안 괄목할만한 세계를 하나하나 구축해오던 웨스 앤더슨의 미학이 드디어 말 그대로 '그랜드(Grand)'하게, 장엄하게 축조되어

우리들 기억 저편에 실제로 존재했을 법한 판타지로 존재하는 국적불명의 호텔의 외향으로 완성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듯 정점에 오른 그의 영화적 형식미에 무슈 구스타프와 같은 놀라운 캐릭터를 그려넣으면서

이 영화는 영화적 형식미 이상의 대단히 깊은 애잔함과 여운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사실 무슈 구스타프는 난봉꾼에 적절한 속물의식을 갖춘 지극히 평범한 캐릭터이지만 영화 속 무슈 구스타프는 그러한 자신의 속물의식을 전혀 숨기려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단순히 속물 캐릭터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로비 보이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후 진심으로 사과를 구하는 모습, 로비 보이를 위해

육탄전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 그가 그토록 훌륭한 컨시어지이면서도 그 좁고 누추한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등을 통해 

그가 기본적으로 약자를 아끼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생생하게 그려진 무슈 구스타프라는 캐릭터와 함께 일종의 활극을 겪는 로비보이(무스타파)가 훗날 거대한 재산을 거머쥔 후

그 많은 재산을 포기하면서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인수한 것은 단순히 영화적인 피날레라기보다는 잊혀져가고 상실된 가치에 대한 곱씹음으로 읽혀진다.
그리고 그 잊혀져가고 상실된 가치라는 것은 단순히 정서적인 부분뿐 아니라

실제로 어딘가 존재했을 법한 그 시절의 물리적 공간과 시대정신까지 아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 여운이 깊게... 남는다.


*
몇번 언급한 바 있지만,
2000년대 초반에 난 세명의 감독이 앞으로도 두고두고 회자될 거라 생각했었다.
한 명은 폴 토마스 앤더슨 (Paul Thomas Anderson) 감독이고, 다른 한명은 대런 애로노프스키 (Darren Aronofsky) 였으며,

마지막 한명이 웨스 앤더슨 (Wes Anderson) 감독이었다. 이 감독들이야말로 영화적 형식을 자신의 고집대로 주물러대면서

상업적인 감각도 극대화할 수 있는 감독들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저뿐만이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이 세명의 감독은 모두 거장이 되었으니 그런 내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폴 토마스 앤더슨이나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최근작들은 여전히 훌륭하지만 뭔가 버겁다는 그낌이 든다.
마치...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발칙함을 내려놓고 거장의 반열에 올라서려고 하는 듯한 최근의 행보와 같은 느낌이랄까?

(오해마시길 난 그의 [폭력의 역사]를 정말... 정말 좋아한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Magnolia/매그놀리아]에서 머리를 한대 치는 듯한 그 장대한 개구리 비와 [Punch Drunk Love/펀치 드렁크 러브]에서의

그 비현실적이면서도 애잔한 아름다움은 더이상 그의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들지 않나.

그런데 웨스 앤더슨은 다르다.
그는 여전히 [Rushmore/러쉬모어]와 [the Royanl Tenenbaums/로열 테넨바움]의 바로 그 웨스 앤더슨이다.
다른 감독들이 자신의 한쪽 팔을 내려놓고 커다랗고 웅장한 석상 모양의 팔을 끼워넣었다면 웨스 앤더슨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영화적 미학을 극대화해간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래서인지 난 웨스 앤더슨의 앞으로의 행보도 역시 궁금하다.
어쩌면 또다른 의미에서의 코엔 형제같은 행보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


**
영화 후반에 애드리언 브로디가 나치 친위대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 분명한 듯한 견장을 달고 등장한다.
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애드리언 브로디는 유태인아닌가.ㅎ



***
이 영화 속엔 정말이지 수도없이 많은 엄청난 배우들이 까메오로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의 까메오가 등장하면 영화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느껴지거나, 혹은 배우들이 소모된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이 영화에선 그게 그저 '즐거움'으로 전해진다. 놀라운 경험이다.



****
아가사 역의 시얼셔 로넌을 웨스 앤더슨 영화에서 보니 반갑더라.
조 라이트의 [Atonement/어톤먼트]로 놀라운 모습을 각인시켜주더니 이후로도 [the Way Back], [Hanna]등을 통해 착실한 필모를 쌓아가는가 싶더니

그 이후 [Violet & Daisy]나 [How I Live Now]같은 도통... 납득하기 힘든 작품에 모습을 드러내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웨스 앤더슨의 이번 영화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어 무척...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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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중요한 미술작품으로 등장하는 '사과를 든 소년'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라.
http://theweek.com/article/index/259203/the-untold-story-behind-the-grand-budapest-hotels-boy-with-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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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무슈 구스타프가 그토록 애용하는 향수는 '오 드 파나시'다.
실재로 구입할 수 없는 이 향수는 영화 속에서 무슈 구스타프가 수차례 사용하는데, 맡아볼 수도 없는 이 향수가 왠지 실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건 나뿐만이 아닐 거다.
그렇게 따지면 수도없이 등장하는 멘들(MENDL'S)의 빵과 초콜릿도 마찬가지겠지.
(멘들스는 드레스덴의 Pfunds Molkerei 를 배경으로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곳이라고.

다만 영화와 달리 케이크등을 판매하는 곳은 아니고 유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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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구글링을 좀 해봤음에도 ... 알 수 없었던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저... 코박스(제프 골드브룸) 뒤의 멧돼지 그림을 누가 그렸는지...이다.
분명히 의도된 그림일 것이고 이 역시 영화를 위해 그려진 그림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궁금하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유럽에서 멧돼지는 누군가를 환대한다는 상징으로 기능한다고.
꼼꼼하기 짝이 없는 웨스 앤더슨이 저 정도의 그림을 아무 이유없이 걸어놓을 리가 만무하지...
아무튼 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심 감사.



********
아... 그리고 음악.
알렉상드르 데스쁠라 (Alexandre Desplat)
그의 음악은 대부분 다 좋지만 이 영화에선 보다 더 자유롭게 마음가는대로 춤을 추는 듯 하다.

 

 

 

 

 

 

 

 

 

 

 

 

<도희야 / a Girl at My Door>

정주리
2014 / 120min / Korea

배두나, 김새롬, 송새벽, 손종학, 김민재,  장희진,

엄연히 지정되어있는 주차 구역을 멋대로 무시하고도 일말의 미안함이 없는 이웃.
새벽 2시가 넘도록 쿵쾅거리며 자기 할 일은 다하는 아랫집.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고 맘대로 창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는 인간.
아주 간혹... 엘리베이터에서까지 담배를 피우며 내려오는 인간.
새벽 1시가 넘도록 동네가 떠내려가라 동네 길목에서 떠들며 웃는 보행자.

가끔 내가 비정상적인 것인지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많은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예전엔 '아... 저런 무개념 인간들'하는 마음에 화가 났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하도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많이 일어나니 '대부분 다 그런가보다'하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어요.
가끔 무섭습니다.
내 주변만 해도 이렇게 기본 개념마저 실종된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그런데 내가 힐난하는 그 사람들도 평소엔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힐난에 대해 그들은 '뭐 별 것도 아닌데 그러냐'라고 말하기 일쑤죠.

정주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도희야>는 내가 혼란스러웠던, 다수의 보통사람들이 어떤 로직으로 비상식과 부조리를 방관하며 용인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가치 판단에 있어 인본주의적인 사회적 도덕률이 개인의 생존 안위를 우선시하는 논리에 짖밟혀 물리적, 정서적 폭력을 집단적으로 방관하고 묵인하는 우리의 이웃들,

그러니까 로버트 레드포드가 보여줬던 '보통 사람들 (ordinary people)'의 민낯을 드러내는 부분에 이 영화는 주력하고 있습니다.
소수에 대한 다수의 폭력과 방관, 침묵이라는 점은 <김복남 살인사건>과 소재적 유사성을 띄는 것이 분명해보이지만

극단으로 치달아버리는 <김복남 살인사건>과 달리 <도희야>는 관객과의 정서적인 교감을 더욱 중시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인지 주인공 영남(배두나)의 심리와 그녀가 행하는 행동이 관객들에게 대단히 자연스럽고 설득력있게 비춰지죠.
밀도있게 축조된 이야기가 점차 현실에서 탈선하여 장르적 외피만 잔뜩 껴입고는 좌충우돌하던 <김복남 살인사건>과 달리 <도희야>는

그 이야기가 격심한 풍랑에 수몰되지 않도록 끝까지 단단히 이야기의 끈을 부여잡습니다.

영남(배두나)은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입니다만 극초반에 잠시 언급되듯, 어떤 개인적인 문제로 인하여 영화의 배경이 되는 한적한 시골 바닷가의 파출소장으로 좌천됩니다.
그녀를 걱정하는 선배와 문성근씨가 분한 경찰고위직의 조언대로 영남은 1년 정도만 이 한적한 파출소장에서 보내다가 다시 서울로 복귀할 계획이었죠.

(정말 그럴 마음이었는지는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의붓아버지에게 학대받는 중학생 소녀 도희(김새론)를 알게 되고 영남은 도희를 그녀의 의붓아버지인 용하(송새벽)로부터 보호하려고 합니다.
자신이 가진 약간의 권한 그리고 그녀 자신의 정의감에 의해 그녀는 단호하게 행동하죠.
하지만 영남이 용하에 대해 단호한 결정을 내릴수록 영남을 바라보는 마을의 분위기가 애매해집니다.
명백히 용하가 도희에게, 그리고 그가 부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다들 알면서도

마을의 대소사까지 다 챙길 수 있는 젊은 사람이 용하밖에 없다는 핑계로, 그가 없으면 마을이 돌아가질 않는다는 핑계로 다들 용하의 폭력을 방관하는 것이죠.
게다가 용하는 영남이 이 한적한 시골마을 파출소장으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던 사적인 문제까지 알게되어 이를 빌미로 영남을 협박하기에 이릅니다.

<도희야>에서 폭력에 노출되어, 폭력에 길들여진 도희, 그리고 도희를 보호하고자하는 영남,

그리고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고용주의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외국인 노동자는 모두 보통사람과 거리가 있습니다.
사회적 인습의 차원에서 분명 보통사람과 거리가 있다는거죠.
보통사람의 범주에서 벗어난 이들이 보통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다져놓은 부조리의 시선과 맞닥뜨리게 될 때 그들은 또다른 폭력에 의해 지쳐갑니다.
자신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과 행동이 사회적으로 비정상적인 것으로 내몰리며 비뚤어진 시선으로 난도질당하는 경험을 했을 영남의 입장에선

그녀를 향한 '적당히 다치고 도망치려고 한다'는 은정(장희진)의 힐난이 무척 억울했을 것 같아요.
보면서... 정말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_-;;;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고 정의로운 행동이 지탄받고 부당한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를 우린 이 사회에서 너무 자주 목도하고 있거든요.

<도희야>를 보면서 전 <김복남 살인사건>보다는 <한공주>가 훨씬 강하게 떠오르던데, 영화의 형식미등에선 공통점이 그닥 느껴지지 않지만

소수에 대한 다수의 폭력이라는 점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공주>가 연상되었던 것 같네요.

무척... 완성도 높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고, 영화적인 재미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배두나, 김새롬, 송새벽... 이들의 연기 앙상블이 대단히 좋아요.
아마 근래 본 그 어떤 영화의 배우들이 이루는 화학반응보다도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배두나씨가 보여준, 체념한 듯 하면서도 단호한, 감정이 서서히 진폭을 크게 울려가며 미세하게 표정으로 새어나오는 그 연기는 정말... 인상적이었네요.
그녀의 연기는 늘 인상적이었지만 한단계 더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송새벽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이전의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그저 깐죽거리던 예전과 달리

이 영화에선 언뜻 정말 평범하면서도 악한 모습을 너무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송새벽씨가 연기한 용하...라는 캐릭터가 자신이 한 짓이 조금도 나쁜 짓이 아니다라는 믿음을 갖고 있어야하는 것인데

이를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거였죠.

그리고... 김새롬.
아직 어리기만 한 그녀의 발전을 보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고, 또 즐거움 같습니다.
다만, 이 영화 속에서 그녀의 연기는 무척... 힘들었을 것 같아요.
aipharos님도 말했지만 보면서 그녀에게 미안한 생각마저 들더군요.



*
kmdb를 보면 정주리 감독의 전작은 무려 5년 이상 지난 2008년에 발표한 단편 <11>입니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한적한 바닷가 마을의 여성 파출소장이 주인공이에요.
단편 <11>을 보지 못해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이 단편영화와 <도희야>는 분명히 연장선상의 이야기인 듯 합니다.


**
영남의 비밀을 풀어줄 상대로 은정역의 장희진씨가 잠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잠시 등장하지만 제게는 엄청난 임팩트를 안겨줬어요.
개인적으로 장희진씨를 무척... 좋아하거든요.ㅎㅎㅎ 특히 2006년 정경호씨가 주연배우를 맡았던 <폭력써클>에서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답니다.
당연히 장희진씨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출연하는 지도 몰랐습니다)
이 영화에서 유난히 그 매력이 작렬하는 배두나씨와 같이 나오는 투샷을 보니 이거 너무 심한 미인 두명...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바닷가에서 이 둘을 뒤에서 잡은 투샷은 둘 다 너무 아름답구나...란 생각이 먼저 들더라구요.
영화 몰입을 오히려 방해합니다.ㅎㅎㅎ


***
이 영화의 기획 크레딧에 이창동 감독님의 이름 석자를 볼 수 있습니다.

이창동 감독님의 <시>를 보고 받았던 그 충격은 아직까지도 생생해요.
(개인적으로 이창동 감독님의 모든 영화는 물론 한국 영화의 베스트 중 한편을 뽑아보라면 전 주저없이 <시>를 선택할겁니다)


 

 

 



 

 

 

[Edge of Tomorrow/엣지 오브 투모로우]

Directed by Doug Liman

2014 / 113min / US
Tom Cruise (톰 크루즈), Emily Blunt (에밀리 블런트), Bill Paxton (빌 팩스턴), Brendan Gleeson (브렌든 글리슨)

토요일에 aipharos님, 아들과 함께 잠깐 백화점에 들렀습니다.
아들 운동화가 낡아서 하나 개비해주려고 들른 것인데 어찌어찌하다보니 VANS(반스)의 신발을 보게 되었어요.
아들의 VANS 신발을 하나 구입하고는, aipharos님에게 뉴에라(NEW ERA)의 모자 하나를 선물했습니다.ㅎ
그러다... A랜드에 들러 아들에게 여름 옷은 이게 마지막...이라고 말하면서 Il Principe(일 프린시페)의 티셔츠, Cheap Monday(칩 먼데이)의 바지까지 사주게 되었습니다.

본의아니게 돈도 없는데 돈이 막... 나갔죠.
백화점들렀다가 친구만나러 간다던 아들은 너무 늦어져서인지 친구들 만나러 가지 않고 그냥 있겠다더군요.
그래서... 마침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5층에 위치한 CGV에서 이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상영하고 있길래 보겠냐고 물어봤더니 좋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우리 세식구 함께 봤습니다.
처음으로 4DX 3D 관에서 봤어요.
요즘 메가박스(Megabox)에 꽂혀서 CGV와는 작별을 고했는데 간만에 들르는 CGV였습니다.
4DX는 처음이었는데... 음...-_-;;;
이게 영...
그냥 놀이공원의 Dynamic Theater(다이내믹 씨어터)같은 느낌이더군요.
그런데 나이먹고 앉아보니 처음엔 도무지 적응이 안됐습니다. 울렁거리기까지 하더군요. 우하하!!!
속으로 '어? 여기서 끝까지 볼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그것도 잠시... 금새 적응되더군요. 아무렇지도 않더라구요.
but... 다시는 4DX 관에서 영화를 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온전히 영화에 집중하고 싶은데 의자가 난리를 치니 짜증이 나더라구요.
게다가 수증기가 분사되곤 하는데 아 진짜... 그닥 유쾌하지 않았습니다.ㅎㅎㅎ
4DX와 이 영화의 궁합이 최고라는 분들도 계시던데 전 아니었어요. 네, 다... 제가 연식이 오래 되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3D 효과가 정말... 미약합니다.
다시한번 느끼지만 메가박스의 3D가 훨씬 선명하고 또렷해요. CGV의 3D는 주변부 블러가 너무 심하고 전체적으로 화면톤이 너무 어두워요.

아이맥스가 진리라는 분들도 많으시지만... 사실 전 아이맥스도 그닥...

하지만 영화는 기대한 것만큼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더 아쉬운거에요. 아... 메가박스에서 3D ATMOS로 볼 걸! 하는... 그런 후회가 들었던거죠.

이 영화를 보면 여러가지 영화들이 떠오릅니다.
주인공이 인지하는 가운데 하루가 계속 반복되는 건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나 <Retroactive/레트로액티브>같은 영화에서도 볼 수 있었던 소재구요. 

정체 불명의 외계인들이 침공해오는 것은 수많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수도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지구 연합군이 미믹...이라는 외계 종족에 대항하기 위해 사용하는 엑소슈트는 누가봐도 <매트릭스/Matrix>에 나오는 중장갑이고,

<District 9/디스트릭트 9>에 나오는 외계 무장 아머에요. 그리고... 미믹과 엑소슈트를 착용한 지구 병사와의 접전은 <매트릭스>의 센티널과의 전투씬과 매우... 흡사합니다.
지구 연합군이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는 장면은 2차 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연상하게 하고 지구 연합군이 대규모 반격을 할 수 있게된 계기가 된 전투가

베르됭...전투였다는 점은 1차 대전의 인용이기도 해요. 실제로 1차 대전에서 전세가 뒤바뀐 것은 베르됭 전투였죠.
그리고... 하나의 정신이 종족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관점 역시 우리가 SF물을 통해 종종 접해왔던 익숙한 클리셰 중 하나입니다.
심지어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의 버즈(Buz)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에도 나옵니다.

물론... 그 애니메이션에선 모두의 정신이 하나로 이어져있는거지 모태가 다른 동족의 정신을 지배하는 종속 관계는 아니지만 말이죠.
아무튼... 각개 격파로 외계인을 물리치기 거의 힘들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SF물에선

소수의 영웅이 적의 코어(CORE)를 제압함으로 일순간에 전황을 바꿔버린다는 설정을 선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하루아침에 수세에 몰리던 전세를 역전시킬 방법이 없거든요.

이렇게 익숙한 소재들을 이야기하다보니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수많은 영화들을 통해 우리가 봐왔던 익숙한 소재들의 변주곡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익숙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들고 관객에게 어필을 하기 위해서는면 변주곡의 리듬과 악곡의 구성이 정말 중요하겠죠?
더그 라이만(Doug Liman) 감독은 바로 그걸 제대로 해냅니다.
그 덕분에 이 뻔하디 뻔할 수 있는 영화는 놀라운 생명력을 얻고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흥미를 잃지 않는거죠.
그 밸런스가 정말 절묘했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반복되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발전하여

타인의 죽음을 지속적으로 목도하는 것에 대한 엄숙함으로 자연스럽게 감정이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영화 초반부에서는 반복되는 주인공의 죽음과 리셋의 과정이 상당히 코믹하게 묘사되기도 합니다만 뒤로 갈수록 반복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엄숙함의 무게가

대단히 켜켜히 쌓여가면서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죽음에 대한 엄숙함이 주인공의 심리를 지배하고 앞으로 주인공이 취할 행동에 아주 자연스러운 동기를 부여하게 되는거죠.
대단히 영리하면서도 현명한 연출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톰 크루즈와 에밀리 블런트의 앙상블은 상당히 좋습니다.
톰크루즈의 매력이야 뭐 말할 것도 없고, 에밀리 블런트의 매력도 익히 알고 있다고 하지만 이 영화 속에서 둘의 매력은 보통이 아니더군요.
그런 매력을 지닌 주인공들이 견고한 스토리를 따라가다보니 둘의 로맨스 라인도 상당히 두드러집니다.
이게 뻔한 로맨스 영화의 공식을 따르기보다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서로의 진심을 확인해가며 내밀하면서도 아주 농밀한 감정이 축조되는 탓에

이 둘 사이에 그 흔한 제대로 된 키스씬 한번 없음에도 로맨스가 대단히 부각됩니다.

아무튼 상당히 재밌게 봤어요.
아울러 톰 크루즈의 영화 고르는 혜안에도 다시한번 놀랐구요.

 

 

 

 

 

 

 

 

 

 

 

 

 

 

 

* 생각나는 대로 마구 휘갈겨 써놓고는 다시 읽어보지도 않고 올리는 바람에... 문맥의 흐름이 완전히 엉망. 조만간 수정할 것임.-_-;;;

새벽에서야 써놓은 글 읽어보고 민망해서 혼났다. *


무한경쟁, 그 속에서 피폐해가는 대중들의 삶,
그리고 가치의 다원성이 소멸해가는 자본주의를 다시한번 곱씹게하는 2000년대 몇편의 영화들을 생각나는 대로 추천.
영화적 재미 역시 보증할 수 있는 영화들.
다 우울한 영화들만은 아님.

 

 

 

 

[Le Silence de Lorna/로나의 침묵] directed by Jean-Pierre Dardenne, Luc Dardenne

자본주의가 마치 민주주의인양 오도된 현실에서,

수없이 반복된 기득권의 프로파겐다로 인하여 이젠 세계 곳곳에서 유구한 인본주의가 자본주의의 탐욕에 흔들리는 현실이 일상이 되었다.
다르덴 형제의 [로나의 침묵] 역시 천박한 자본주의에 더럽혀진 대중의 피폐한 삶을 그대로 드러낸다.

알바니아에서 벨기에의 국적을 획득하려고 위장결혼을 한 뒤 손쉽게 이혼하기 위해 그 상대로 약쟁이를 고른 로나가

오히려 연민에 빠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 조용하고 묵직한 암담함.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지키지 못했을 때 손에 쥔 경제적 안정은 아무런 희망도 주지 못한다는,

지극히 교훈적이지만 뼈에 사무칠 정도로 강렬한 이 메시지가 진심어린 생명력으로 메시지를 전해준다.
자본에 대한 양심의 침묵, 그 침묵과 암흑의 터널을 빠져나와 로나가 비로소 침묵을 깨려는 그 순간, 이 영화는 일말의 동정도 없이
로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렇게 침묵하거나, 침묵을 깨려는 이들에게 다가온 암울한 결말이 바로 현실이라고 다르덴 형제는 얘기한다.
다르덴 형제 특유의 롱테이크가 전혀 지루하지 않고 끝까지 몰입하게 되었던 영화.

 

 

 

 

 

 

 

[Wendy and Lucy/웬디와 루시] (2008) directed by Kelly Reichardt

신자유주의... 말이야 그럴싸하다.
하이에크나 밀턴 프리드먼같은 자들이 떠들어댄 저 보수 이데올로기를 고착화시키기위한 신자유주의라는 경제 개념은 무한경쟁에서 낙오되는 대다수를

조금도 떠받쳐줄 생각을 하지 않고 모든걸 민영화하여 이윤을 극대화 한답시고 인력을 줄이고 장비의 노후화를 눈감고...

그러다가 결국 카트리나 태풍이 왔을 때 FEMA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잖나. 볼리비아의 엄청난 수도요금 급등도 다 그 민영화때문이었고,
미국의 정전사태도 역시 민영화로 인한 이윤추구의 마인드에서 나온 인재들이었다.
켈리 라이하르트의 이 영화 [wendy and lucy/웬디와 루시]는 영화 러닝타임 80분동안 단 한번도 신자유주의니 뭐니하며

고리타분한 정치적, 경제적, 철학적 이야기를 조금도 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사회 피라미드의 가장 밑을 차지하는 빈민 중 한 명인 웬디라는 여성의 며칠간의 일상을

곁에서 지켜보며 황폐화되고 삭막해진 미국의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무한경쟁이란 허울좋은 구실로 '평평하지 않은 싸움터'로 사람들을 무장해제시켜 내몰아댄다.
그리고 국가가 담당해야할 공적투자를 국민 개개인에게 하나둘 떠넘긴다. 미국의 예처럼 어디에서나 교육 재정을 먼저 줄이고,

서민 복지 예산을 대폭 축소하거나 없애버린다다. 이건 신자유주의를 맹신하는 어느 국가에서나 일어나는 일들이다.
이 영화 [웬디와 루시]에서 웬디는 단 한마디의 정치적 발언도 하지 않지만,

그건 그녀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본 이데올로기에 처절하게 희생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끝까지 보는 이를 암담하게 만든다. 시스템을 통해 양산된 '패배자'들이, 자신들의 무능력함을 탓하며 체제에 저항할 엄두조차 못내고

무너지는 저들만의 세상. 자신이 가진 최소한의 것마저 뺏겨버리는 웬디의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답답함의 끝을 보게 된다.

이 영화의 감독 켈리 라이하르트가 이번에 제시 아이젠버그, 다코타 패닝등을 기용하여 급진적인 환경 행동주의자들에 대한 영화를 찍었다.

영화 제목은 <Night Moves/나이트 무브>

 

 

 

 

 

 

 

 

[Io Sono L'Amore / 아이 앰 러브] (2010) directed by Luca Guadagnino

루카 과다니노의 이 걸작은 자본에 의해 정의되는 인간과 관계에 대한 강렬한 저항의 메시지다.
그 저항의 메시지는 우리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익혀온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그닥 멀리 벗어나지 않지만

놀랍도록 솔직한 영화적 미덕을 통해 관객에게 뜨거운 기운을 전해주는데 성공한다.
주인공 엠마를 끝없이 프레임에 가두던 카메라가 마침내 그녀를 해방하고 프레임에서 사라지게 하는 순간의 그 격정의 감정은
격하게 타오르는 에크하르트와 쿼키의 음악과 함께 절정에 오르고 잊혀지지 않는다.
엠마의 정사씬은 아마도 시각적인 장치로 촉각의 이미지를 살려낸,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 아닐까 싶다.

 

 

 

 

 

 

[Julia] directed by Erick Zonca

인생의 막장에 선 알콜 중독자인 Julia(Tilda Swinton).
술을 마시고 아무하고나 섹스를 하며, 직장에서도 쫓겨난 막막한 주인공. 알콜중독 치료 모임에 나갔다가 엘레나라는 여성이 자신의 아들을

세계적 거부인 할아버지가 데려가버렸다며 다시 되찾아오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해오자 솔깃하여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지만 일이 겉잡을 수 없이 꼬여버리는 이야기.
주로 곧고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준 Tilda Swinton이 짙은 화장과 음모 노출까지 하는 파격을 보여준 이 영화는 '강인한 모성애'라는 관점에서 보면

John Cassavetes 감독의 [Gloria]와 상당히 유사한 느낌도 있다. 다만, 이 영화는 [Gloria/글로리아]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조리한 체제의 모순이

영화 전반을 지배할 정도로 강력한 존재감을 보인다. 
미국에서도 구제받지 못하고, 멕시코 국경을 건너서도 암담한 현실에 직면해야하는 줄리아의 처지는 빈곤의 나락에서 실업과 빚으로 압박받는

현재 미국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고, 처절하리만치 피폐해진 미국과의 국경에 인접한 멕시코 도시 티와나의 모습들은

NAFTA가 만든 병든 괴물같이 처연한 몰골의 현재의 멕시코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참... 남의 나라 얘기같지만은 않아서 보는 내낸 답답하더라.
여성의 강하고 위대한 모성 본능이 발휘되는 후반부는 시종일관 막강한 텐션으로 보는 이를 피말리게 함.
러닝타임이 138분으로 제법 길지만 전혀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는 영화.
강추.

 

 

 

 

 

 

 

[Gomorra/고모라](2008) directed by Matteo Garrone

이 영화는 [City of God]을 연상시킨다.
베를루스코니 집권 이후 완전히 망가져버리는 이태리의 남부 나폴리를 아주 피폐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이곳엔 이탈리아가 과거에 반추했던 네오 리얼리즘의 노스탤지어식 추억은 온데간데 없다.
그저 하루가 멀다하고 죽어나가는 사람들과 그 공포 속에 만성이 되어 자신이 살기 위해 어릴 때부터 총을 잡고 트리거를 당기는 군상들만 넘칠 뿐.
남부 나폴리에서 이렇듯 활개치는 카모라(Camorra)라는 갱집단 때문에 서민과 농민들이 완전히 붕괴된 모습을 아주 차갑고 냉정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카모라...라는 갱집단은 정부가 기능하지 못하는 이탈리아의 부폐한 현실이 어떻게 일반인들의 삶을 절망적이고 피폐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제목이 성서에 등장하는 '고모라'. 신이 포기한 도시 '고모라'. 그리고 그 어감은 갱조직 '카모라'와도 유사하다.
바로 이런게 이탈리아적 악몽이라는 것.
신자유주의와 경제권역통일등... 그 끝의 말로에서 서민과 농민들이 겪을 피폐한 말로를 이 영화는 아주 잘 보여주고 있는 이 영화는

남미나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게 아니라... 우리가 선진국으로 '알고'있는 남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


 

 

 

 

 

[Efter Brylluppet/After the Wedding](2007) directed by Susanne Bier(수잔 비에르)

Mads Mikkelsen(매즈 미켈젠)의 연기는 이미 [Adams æbler]에서 절절하게 경험한 바 있지만 이 영화에서도 그야말로 '정중동'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영화의 말미에서 야콥(매즈 미켈젠)의 결심에 따라 물질적인 풍요를 입게되는 봄베이의 그 아이들이 정말로 행복해지는 것인지, 아니면 야콥이 그 아이들에게 말했던 대로

바보들이 가득한 부자 흉내내기, 바로 그 시작점이며 선의를 가장한 식민자본주의의 다른 한 형태일 뿐인지 진중하게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이데올로기적 문제를 넘어서 이 영화는 생의 마감을 앞두고 자신의 가족을 배려하는 이의 절절한 감성을 그려내고 있고,

그의 가족애에는 일말의 이데올로기따윈 개입하지 않고 있음을 확실히 보여준다.


 

 

 

 

 

[the Visitor/비지터](2007) directed by Thomas McCarthy

[the Station Agent]로 아주 인상깊었던 Thomas McCarthy(토마스 맥카시)감독의 07년작.
서로 상처받고 닫았던 마음을 가진 이들이 서로를 받아들이고 지나친 기대가 다시 상처받고 이를 치유하는 과정을 건조하게 그려낸 토마스 맥카시.
이번엔 911 이후 더욱 삭막해지기만 하고, 테러에 대한 보호라며 오히려 수많은 인권 유린과 위선과 권위로 똘똘 뭉쳐 일그러져가는 미국의 모습을

월터 베일(리차드 젠킨스) 교수에게 일어나는 해프닝을 통해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 장면이 한없이 긴 여운을 남겨주는 영화.

 

 

 

 

 

 

[Sommer '04/서머 04](2006) directed by Stefan Krohmer

이 영화는 한 남자와 그를 둘러싼 여성 둘의 팽팽한 경계 심리가 주요 스토리처럼 보이지만,

까놓고 보면 사실 아슬아슬한 가족 관계가 '모럴'이라는 도덕율에서 일탈하여 붕괴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영화 속 여주인공의 겉잡을 수 없는 성적 욕망은 그 남편과 가족을 풍비박산내지만, 가족제도에 얽메인 그들도 이러한 부담을 벗어던지게 되면

오히려 모두가 자유로울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되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가능한 영화. 

 

 

 

 

 

 

 

[松ヶ根乱射事件/마츠가네 난사사건] (2006) directed by 야마시타 노부히로

씁쓸하지만 뒤를 탁... 치는 듯한 코미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평범한 일상의 모습에 숨막힐 듯한, 하지만 은근한 텐션이 내재되어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텐션의 에너지가 넘치는 영화.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노심초사의 마음으로 보게 되는 영화.
일상을 천천히 응시하는 프레임을 나열하면서도 이렇게 지루하지 않게, 처음부터 끝까지 눈 한번 못돌리게 만들다니 놀라울 뿐.
영화속 파출소를 마주보는 샷에선 자꾸만 구로사와 기요시의 [큐어]가 떠올라 아주 극도로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는 버블경제 붕괴 이후의 일본을 그리고 있지만,

그러한 시대적 상실감과는 별개로 인간의 어두운 본연의 내면과 사회적 윤리가 강압하는 개인의 불가항력적인 정신분열적 상황을 별 것 아니라는 듯 표현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강박과 잃어버린 허무, 이기적 본능을 도덕적 해이로 가장한 묘한 에로티시즘으로 얄궃게 표현하고 있다.

Pascals의 음악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마츠가네의 스산하고 차디찬 공기의 대기를 쓸쓸하게 부유하는 듯한 Pascals의 음악은 너무나 잘 어울린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어어부(백현진)가 들려줬던 단 한곡의 느낌만큼 강렬했던 기억.



 

 

 

[Kynodontas/송곳니](2009) directed by Giorgos Lanthimos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가정은 단순히 작은 울타리일 뿐인데 이걸 '1984'버전으로 확장하면 상당히 더... 섬뜩해진다.
온갖 가증스러운 작태로 언론을 통제하고 그릇된 정보를 양산하는 지금의 한국을 생각하면 더더욱 섬뜩해지고.
생각해보면 우리가 당연히 알아야할 사안에 대해 정확히 알 수가 없고,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거나, 혹은 그릇된 정보를 의도적으로 남발하여 사안에 대해 정확한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면, 그 시점이야말로 모두가 바보가 되는 섬뜩한 세상 그 자체가 아닐까.
사안에 대한 정확한 원인과 결과를 도출할 생각은 안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따져가며 결과를 왜곡하는 황당한 상황을 우린 요즘 거의 매일 목도하고 있지 있으니까.
이 영화 [송곳니]는 섬뜩하게 다가오지만 눈을 돌려서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한국으로 오면 더 거대한 빅브라더'스'의 존재에 치가 떨리게 된다.
마치 '빅브라더'와 같은 모습으로 대중의 관심을 돌리는 방식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다.
[송곳니]에서의 부모는 아이들의 유일한 관심을 가족에서의 화목과 부모로부터 칭찬받는 것으로 대체시킨다.
덕분에 아이들은 화목한 가정, 칭찬받는 자식들이란 다루기 좋은 타이틀로 길들여져 있다. 그러니 이들이 무료할 리도 없다. 시간이 그렇게 흘러가고, 누구나 그렇게 지내야하는 것으로 알 수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화목한 중산층 가족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힘을 가진 자에 의해 이용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기도 하는거지.
이게 비단 이 영화 속 기이한 가정만의 이야기일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송곳니]의 결말은 어떻게 보는 이에게 열려있지만, 결말과 관계없이 영원히 통제하고 종속시킬 수 없는 인간의 본성, 호기심의 관성을 얘기한다. 이미 통제와 세뇌가 인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는 메시지를 우린 수많은 영화에서 확인해왔으니까.

 

 

 

 

 

 

 

 

[Fish Tank/피쉬탱크](2009) directed by Andrea Arnold

[Wendy and Lucy/웬디 앤 루시]에서 우린 아무 것도 가진 것없이 신자유주의가 휩쓸고 간 디스토피아를 향해

정처없이 눈동자의 촛점을 잃은채 내몰리는 주인공을 바라본 바 있다.
많은 이들이 우리 삶의 대부분은 정치와 상관없다고 믿곤 한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을 쿨한 모습이라고 믿는 이들마저 있다.

저 개같은 정치인들로부터 신경만 끄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들의 행위 하나하나가 우리들의 실제 삶에, 그것도 끼니를 떼우는 일에 엄청나게 관련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와 내 자식이 미래에 걸 수 있는 희망의 동앗줄도 그들의 행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는 사실도 안다.
[피쉬탱크]는 댄서를 꿈꾸는 거칠지만 오히려 순수한 미아(케이티 자비스)의 며칠간의 좌충우돌을 묵묵하게 따라간다.
떠나는 사람이나 떠나 보내야하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것은 같이 한 번 춤을 추는 것 뿐.

마지막 미아의 모습은 아주 깊은 여운을 남긴다.

 

 

 

 

 

 

 

 

[Another Year / 세상의 모든 계절](2010) directed by Mike Leigh

 

궁금했다.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톰과 제리 부부에 자신을 이입시킬까? 메리에게 감정이입될까?
공손하고 성실한 아들과 함께 서로를 돈독히 여기며 주말농장에서 흐르는 시간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상적인 톰과 제리 부부.
그 누구하나 곁에 없이 외롭고 쓸쓸하지만 작게 남겨진 자존심마저 외로움에 버거워 던져버리는 메리.
톰과 제리 부부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지만 자신들의 행복을 위협하거나 방해하는 대상에 대해선 가차없이 매몰찬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그런들 누가 톰과 제리 부부를 탓할 수 있을까? 그들은 여전히 타인에 대해 관대하고 이웃이나 친척을 위해 솔선수범하니 말이지.
문제는 메리가 다시 톰과 제리 부부에게 다가섰을 때의 관계다. 더이상 동등할 수 없는 친구가 아니라 거두어주고, 머리를 숙여 들어가버리는. 그런 식의 관계.
마지막 식사 모습에서 초라하게 고정되어 머무는 메리에 대한 카메라의 시선은 섬뜩하면서도 불편하다.
톰과 제리 부부의 시선에서 나와 비슷한 시선을 느꼈고, 동시에 메리를 통해 사회적 스탠다드에 대한 불편함도 느꼈으니.

 

 

 

 

 

 

 

[Le Havre / 르 아브르](2011) directed by Aki Kaurismäki


늘 소외된 계급에 대해 이야기해온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작품 중 가장 유쾌한 작품 중 하나.
그리고 [성냥공장 소녀]의 희망없는 현실에 대한 아키 카우리스마키식 판타지.
그의 페르소나 캐티 우티넨(Kati Outinen)을 여전히 볼 수 있었고,

르 아브르를 배경으로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서로를 인간적인 정으로 보듬아 안아주는 유례없이 넘치는 따뜻함이 이 영화에 담겨있다.
그 끝은 당연히 기적이고.
아키의 이 이야기가 탐욕의 자본주의가 이성과 지성을 삼켜버린 지금, 희망을 주는 것일까? 아님 그저 판타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 뿐일까.


 

 

 

 

 

[Le Gamin Au Vélo / 자전거 탄 소년] directed by Jean Pierre Dardenne, Luc Dardenne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언제나 놀랍지만 선뜻 보게 되진 않는다.
터질듯한 감정을 억누르고 대상을 꼼꼼하게 따라가는 카메라는 보는 이로 하여금 너무나 커다란 밀려오는 격정의 감정을 느끼게 하니까.
aipharos님은 영화 시작부터 눈물을 흘렸고, 끝나고 난 뒤에도 감정 절제가 안되는 것 같았다. 민성이도 나도 다같이 힘들었다.
시릴의 이야기 속에 자본주의가 맞닥뜨린 부조리가 그대로 드러나고, 이 부조리를 덮고 빈곤과 방황의 굴레를 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믿음의 사랑이다.
고작 87분 러닝타임을 쫓는 내 심정은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다르덴 영화 중 희망적인 영화.
힘들다. 내가 내 주변에서 보면서도 관심을 거두는 수많은 불편한 진실을 이 영화는 얘기한다.
이 영화를 보면 비토리아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을 다시 보고 싶어진다.

 

 

 

 

 

 

 

 

[무산일기 / the Journal of Musan](2010) directed by 박정범
박정범 감독의 놀라운 걸작.
탈북자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대부분의 중산층이 붕괴되어 빈민층으로 유입되고

결국 사회적 계급 이동이 차단되어가는 한국의 썩은 자본주의를 이토록 여실히 진정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얼마나 되었나 싶다.
극 전체를 지배하는 절망의 에너지란거. 이 영화를 통해 뼈저리게 느낀다.
승철 자신의 분신, 아니 아바타인 백구의 모습을 통해 은유적이지만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결국 이 세상에서 가장 초라하게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의 도덕률을 배반하는 것이라는 씁쓸한 메시지가 가슴을 울린다.

 

 

 

 

 

 

 

[Barbara/바바라](2012) directed by Christian Petzold

크리스티안 펫졸트 감독의 2012년작 [바바라]는 영화가 가진 주제의식이나 사유의 깊이보다는 드라마적인 힘이 훨씬 중시되는 영화다.
사실상 일정 지역에서 연금상태이고, 수시로 집안을 비밀경찰에게 다 수색당하는 수모를 겪지만, 그녀에겐 사랑하는 이가 있고,

따뜻하고 조심스러운 사랑이 다가오며, 그녀가 눈을 뜬 인간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야할 대상들도 존재한다.
그러니까, 감독이 얘기하는 '바바라'는 우리가 당연히 가져야할 인본주의적 가치를 존중할 줄 아는 존재로서의 상징이다.
그녀가 그녀의 책임으로부터 도망치지 않았던 것처럼.

 

 

 

 

 

 

 

 

[Tyrannosaur/디어 한나](2011) directed by Paddy Considine

자책, 원망, 외로움에 대한 공포와 아픔이 서로를 보듬아 안으면서 치유되는 과정을 그야말로 '아프게' 보여준다.
배우 패디 콘시딘의 장편 데뷔작.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예외없이 휩쓸고간 영국의 황폐함을 똑똑하게 바라볼 수 있는 영화.
물론... [Harry Brown/해리 브라운]만큼 적나라하진 못하지만.

 

 

 

 

 

 

 

 

[Safety Not Guaranteed/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2012) directed by Colin Trevorrow

세상의 정해진 기준에서 결코 중심부에 설 수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 그리고 그 주변부에도 제대로 발을 딛고 살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연민의 찬가와도 같은 이야기.
감독은 세상의 일반적인 기준을 따르지 않는 이들을 지나치게 희화화하여 현실감을 무너뜨려버리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들에 대한 연민의 시선을 견지한다.
사실 이 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없겠지.
그들은 이 척박한 세상에서 결코 공존하며 살아나갈 수 없다는 얘기가 되니까.

 

 

 

 

 

 

 

[Revanche/보복](2008) directed by Götz Spielmann

유럽의 영화들은 헐리웃 영화들보다 호흡이 길다.
배역의 심리적 교감을 요란하지 않게 바라보고 밀착하여 따라다닌다.
그덕에 영화는 늘 사유의 여지를 관객에게 제공하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편이지. 
이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관계라는 것은 잔인하리만치 얄궃기도 하다는 걸 소스라치게 느낄 수 있다.
사건의 모든 것을 지켜보는 감상자의 전지적 입장이라는 것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이토록 괴로운 것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허무한 죽음, 예정된 죽음, 그리고 엇갈린 관계, 인간의 죄의식,

그리고 보복과 용서의 기로에 선 주인공의 모습들을 절제된 구조 안에 이토록 잘 쌓아올린 축조물을 보는 일이란 그리 흔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인간의 심리와 죄의식에 대해 매우 밀도있는 시선을 드러내보이는 영화이면서 스릴러의 구조를 통해 영화적 재미까지 획득한, 보기 드문 영화 중 하나.

 

 

 

 

 

 

 

[Vozvrashcheniye/the Return/리턴](2003) directed by Andrei Zvyagintsev

2003년에 발표된 영화지만 뒤늦게 DVD를 구입, aipharos님과 보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꼼짝하지 못했던 러시아 영화.
위대한 영화 전통을 가진 러시아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
그에 앞서 소통과 화해가 불가능한 이들의 비극을 진중한 표현력으로 보여준다.
어찌보면 페레스트로이카와의 서글픈 작별을 고하는 러시아의 불안정한 시대 모습을 은유한 것이라는 생각도 지울 수가 없고.


 

 

 

 

 

 

[Filantropica/박애] (2002) directed by Nae Caranfil

언제나 변방에 있던 루마니아 영화지만 [4개월, 3주...]나 감독이 요절한 [California Dreaming]같은 걸작이 공개되는 걸 보면

동구 영화의 저력은 문화적 보고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코미디의 외피를 쓴 지독하게 처절한 생존 이야기인 이 영화는 언더텍스트가 너무 많아 오히려 영화적 주제를 이야기하기 힘들다는 느낌마저 받는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설파하는 거짓 유토피아에 얼마나 인간이 농락당할 수 있는지 끝장나게 보여주는 영화.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도 높은 영화.

 

 

 

 

 

 

 

 

 

 

 

리갈 하이 / リーガル・ハイ

2012년 4월 17일부터 6월 26일까지 일본 후지 TV를 통해 방송된 11부작 드라마.
2012~2013년을 뜨겁게 달군 사카이 마사토 주연.
한동안 일드는 보지도 않다가 우연한 기회에 <루즈벨트 게임>을 본 뒤 그 몰입도가 무척 인상적이어서 그 제작팀이 만들었던

2013년 일본 최고의 드라마라는 <한자와 나오키>를 보게 되었고, 이번엔 사카이 마사토의 매력에 빠져 그가 주연을 맡은 <리갈 하이>까지 보게 됨.-_-;;;
사카이 마사토는 일본에선 정말 오랜만에 보는 연기파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음.

 

 

 

오프닝이 대단히... 인상적.
<진격의 거인>?ㅎㅎㅎ

 

 

 

 

 

 

 

또다른 주연배우는 '가키'로 상당히 팬이 많은 아라가키 유이가 열연.
하지만 이 드라마는 사카이 마사토의, 사카이 마사토를 위한 드라마.

 

 

 

 

 

 

ㅎㅎㅎ

 

 

 



어제서야 시즌 1을 다 봤는데 확실히 9~10화가 대단히 인상적.
그동안 돈만 밝히고 냉정하기 짝이 없는, 만화적 캐릭터인 변호사 코미카도 켄스케(사카이 마사토)가 그동안 꼭꼭 숨겨놨던 사회적 비판을 거침없이 해대는 장면이 나온다.

9~10화는 하나의 에피소드로 묶여있는데 대략적인 내용을 보면,
산과 들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시골마을 '키누미'에 5년 전 대기업 센바의 화학공장이 들어선 후 마을에 남겨진 얼마 안되는 주민들이

이유없이 갑자기 사망하거나 암등으로 세상을 떠나는 일들이 생긴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능력있는 변호사를 통해 센바 그룹에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하고 코미카도에게 소송을 의뢰한다.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소송이라고들 얘기하지만 코미카도는 총액 5억엔 보상 및 공장 가동 중지를 얻어내겠다고 약속하고 센바 그룹과의 공방전에 들어간다.

 

 

이 장면은... 마을 주민들과 센바 그룹의 사전 조정 회담 장면.
키누미 마을(현 '미나미 몽블랑')에서 자란 쌀과 그 우물물을 센바 그룹 임원진에게 대접한다.
난 잘 기억이 안났는데 aipharos님이 바로 말해주더라. 이건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았던 <에린 브로코비치>에서도 나오는 장면이란다.
패러디를 한 듯.

 

 

 

 

 

 

 

10화에선 또다시 기가막힌 패러디 장면이 나온다.
코미카도와 대립하는 로펌의 수장 미키.
그가 갑자기 야경으로 넘실대는 창밖을 바라보더니...

 

 

 

 

 

 

 

이 짓을 한다.ㅎㅎㅎ
뿜었다.
이건 완벽하게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의 마지막 장면 아닌가?


 

 

 

 

 

일본의 영화 관계자들은 <달콤한 인생>을 상당히 높게 평가한다. 나도 우리나라 영화 중 한 손에 무조건 꼽는 영화지만.
일부 일본 영화 관계자는 한 인터뷰에서 '<달콤한 인생>같은 영화가 한국에서 나온게 분했다'라고까지 했지.
(이건 필름 2.0에서 과거 대담 기사가 나온 적 있다)


<리갈 하이> 에피소드 9~10의 백미는 바로 아래 장면이다.
센바 그룹과의 소송이 제대로 진행되기도 전에 마을 주민들이 돈 몇푼과 상품권을 받아들고선 '이제 그만하자'...라며 포기하자는 말이 나오자 코미카도가 참다참다 폭발하는 장면.
어지간한 책, 어지간한 강연보다 훨씬 쉽고 강렬하게 비수같이 가슴에 꽂히는 코미카도의 10분이 넘는 직설이 놀라운 무게감과 설득력으로 다가오는 장면.
어찌나 인상적이었냐하면.... 이렇게 일부러 동영상을 편집해서 올리게 만들더라.

 

 

 

 

 

 

비록 드라마의 한 장면이지만 성장 중심, 개발 중심의 신자유주의가 휩쓸어대는 우리나라의 현실도 이 영상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래도 망하면 경제가 위험하지...라며 알아서 대기업 쉴드쳐주고 그들의 수많은 횡포를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우리 사회,
자신의 권리가 경제논리와 기득권에 의해 짓밟히고 있음을 알면서도 자신은 무기력하다는 핑계로 모든걸 용인하고 합리화하려는 우리 사회,
개발의 온당한 의미와 궁극적인 목표와 담론은 다 차치하고 허울좋은 주민센터나 지어놓고 돈 몇푼 안겨주는 것으로 자기 할 바를 다했다고

오히려 큰소리치는 정부와 기업의 수많은 사업들(에너지 자립마을 사업도 포함)...
우리 현실에 대한 일갈이라고 얘기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

한번 보시라.

 

 

 

 

 

 

 

 

 

근래 일드는 통... 땡기지 않아서 거의 본게 없거나, 보다가 말거나...했다.
하도 나라꼴이 더러우니 허망함이 밀려올 것을 뻔히 알지만 보는 순간만이라도 꿈을 꿀 수 있다는 생각에서

기무라 타쿠야의 <체인지/Change>를 다시 봤다. 도대체 이 드라마는 한 네번은 보는 것 같아.
민성이는 마지막 드라마 마지막 화에 등장하는 중의원 해산을 선언하는 거의 15분에 가까운 대국민 담화 장면이 아주 기억에 남나보다.
하긴... 아무리 드라마지만 그 연설은 명문이다.
맘같아선 그 부분을 영상으로 올려버리고 싶어.


그건 그렇고...
어제 aipharos님이 함께 보자며 일드 하나를 소개하더라.
<루즈벨트 게임/ルーズヴェルト・ゲーム>.

사원 1,500명이 소속된 '아오시마 제작소'는 뛰어난 기술력과 창의력으로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경쟁업체와의 가격 경쟁,

일본 전자 산업의 부진등이 겹쳐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호소카와 현 사장은 고품질의 이미지센서를 개발하여 아오시마 제작소의 성장을 견인한 능력을 인정받아

2년 전 회장에 의해 사장으로 발탁되었으나 이 모든 대내외적 난제를 극복해야하는 상황에 처해있는 상태.
그리고...
회장의 각별한 애정 속에 존속되어온 '아오시마 제작소'의 사회인 야구단은 주거래 은행의 구조조정 압박 속에 폐부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루즈벨트 게임>은 대내외적 난항에 처한 '아오시마 제작소'와 그 야구부가 이러한 고난과 정면으로 부딪혀 돌파해나가는 모습을 제법 긴박하게 그려내고 있다.

회사의 정치적 이야기와 잇쇼오 겐메이 스타일의 스포츠 드라마가 공존하는 느낌이랄까?
이야기를 이루는 중축은 분명히 사장인 호소카와 쪽에 있지만 촉망받는 에이스로 기대받았으나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고교때 야구를 그만두어버리고

홀로 계신 어머니를 위해 계약직 사원으로 열심히 근무하고 있는 오키하라 및 그 주변부 인물에도 적절히 무게를 두어 밸런스를 잘 맞추고 있는 듯.

아오시마 제작소의 기술력을 노리며 대외적으로 압박해오는 기업들의 암투, 경쟁 주력 제품군이 해외 시장에서 패퇴해나가며

그 명성이 퇴색되어버린 전자제국을 재건하고자 합종연횡으로 난국을 타파하려는 일본 기업들의 모습도 생각보다 그럴 듯 하게 녹아나 있다.
야구부의 모습을 그릴 땐 전형적인 스포츠 드라마의 '으으으으리'를 강조하지만 비즈니스의 문제를 다룰 땐 생각보다 상당히 냉정하고 건조하게 다가가는 편인 듯.

 

 

 

 

호소카와 사장이 대단히... 매력적으로 나온다.
극을 압도하는 힘이 느껴짐.
그리고 앞열 좌측의 사사키 전무. <구명병동>의 그 배우.ㅎ

 

 

 

 

 

 

 

 

 

 

 

 

 

 

 

아오시마 제작소는 뛰어난 기술력으로 시장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으나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거래은행의 융자 연장에 대한 실질 심사.

 

 

 

 

 

 

 

촉망받는 명문 고등학교의 1학년 에이스였던 오키하라는 본인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결국 사내 부서간 야구대회에 출전하여 그 모습을 드러낸다.

 

 

 

 

 

 

 

!!! 이건 직접 보시길.

 

 

 

 

 

 

 

 

경련 차기 회장 후보인... 모로타 상.
호시탐탐 아오시마를 먹어치우고 싶어하는.
이른바, 일본 기업들이 내세운 '거대한 배'논리를 설파.

 

 

 

 

 

 

 

호소카와 사장이 안고있는 또다른 문제는 그가 이른바 성골 아오시마 제작소 사람이 아니라는 것.
임원 중에는 그에게 불만을 품은 자들이 있고 그들은 사사키 전무를 지지한다.

 

 

 

 

 

 

 

그 대표적인... 녀석.
아... 빡쳐. 저 얼굴만 봐도.
왠지 변희재같아.

 

 

 

 

 

 

 

몰락해가는 '아오시마 제작소' 야구부 신임 감독.
매력있다.
이 배우 어디서 봤는데 기억이 잘...

 

 

 

 

 

 

 

회사 내의 파워 게임도 만만찮고.

 

 

 

 

 

 

 

 

 

 

 

 

 

 

야구부 장면에선 전형적인 스포츠 드라마.

 

 

 

 

 

 

 

존재감쩌는 모로타상.
이츠와의 반도 사장은 너무 악인 스테레오 타입.

 

 

 

 

 

 

폐부가 당연하다는(하지만 적대적인 의도는 없다는) 호소카와 VS 야구부 신임 감독.

 

 

 

 

 

 

 

가라! 오키하라!!!

 

 

 

 

 

 

 

호소카와를 사장으로 내정한 건 바로 이 회장님.




앞으로 이 드라마 기대하겠어!!!


*
와이프가 말해주길  이 드라마가 올해 일드 상반기 군계일학이라고.
사람들은 <한자와 나오키>이후 최고라고 말하기도.



**
의아한 점이 있는데,
호소카와 사장에게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던 야구광 회장님이 8:7 ('하치 다이 나나' 분명히 그렇게 얘기한다. 8대7이라고)을

루즈벨트 스코어라고 얘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건 알려진 상식과는 다르다.
드라마의 제목은 비록 '루즈벨트 스코어'가 아닌 '루즈벨트 게임'이긴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분명히 8:7을 루즈벨트 스코어라고 말하니 이게 이해가 안가는거다. 이런 걸 틀릴리가 없거든.
8:7은 야구에 조금만 관심있어도 다 알고 있듯이 케네디 스코어...라고 불리운다.
루즈벨트 스코어는 9:8이지.
의도적으로 틀린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게... 틀릴만할 정도로 애매한 것도 아니기 때문.

확인해보니...

케네디 스코어라는 말은 국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말이며

해외에선 루즈벨트가 이 스코어에 대한 언급을 먼저 했기 때문에 루즈벨트 스코어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함.

하긴... 일본의 야구에 대한 애정은 보통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실수를 한다는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긴했다.ㅎ​




***
5월 24일 5화가 방영된다.
지금까지 4화가 방영되었는데 종종... 그런 일본 드라마를 만나볼 수 있듯이, 아직까지 이 드라마에서 로맨스따위는 없다.
이 드라마엔 여성이 부재함.
어쩌다 얼굴비추는 사장 비서와 오키하라에 관심을 주는 것처럼 보이는 여직원 한명.


 

 

 

 

 

 

 

 


[한공주]

Directed by 이수진

2013 / 112min / korea
천우희, 이영란, 정인선, 조대희, 김현준



퇴근 후 와이프와 함께 뒤늦게 <한공주>를 보고 왔다.
대부분의 영화관에서 이미 상영이 끝난 상태지만 집근처 롯데시네마에서 아직 상영하고 있길래 천천히 걸어서 다녀왔다.
낮기온은 제법 높지만 저녁만 되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 왔다갔다 3km 정도 걷는 건 무리가 없더라.

이 영화... 너무 늦게 본 느낌이다.
중딩아들도 함께 보고 싶었지만 연령 제한이 있는 영화라 포기하고, 와이프와 둘이서만 보려고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서야 봤으니...

와이프는 이 영화 상영 시작할 때부터 보고 싶어했었는데 말이지.
영화를 본 후... <한공주>를 본 대부분의 관람객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척 무겁고 답답했다.
<도가니>를 보지 못해 뭐라 말할 순 없지만 <한공주>와 마찬가지로 그 영화도 피해자가 마치 가해자가 되는 비정상적인 한국 사회의 현실,

가해자가 결코 반성하지 않는 기가막힌 한국 사회의 암담한 현실이 담겨 있었을거라 생각된다.
그리고 영화 속 이야기는 영화의 배경이 된 현실의 이야기보다 훨씬... 순화되었을 것이고.
이러한 짐작은 <도가니>를 보고 오신 분들이 올린 감상글에서도 알 수 있었고,

영화 <한공주>가 모티브로 삼고 있는 밀양 여중생 사건의 전말을 찾아보면 틀리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을 거다.
영화보다 더 끔찍한 현실이라니... 절망적인 비애감이 몰려온다.

이 영화가 끔찍한 실화를 다루고 있음에도 영화 속 주인공 '한공주'는 결코 사건의 거센 풍파 속에 자신의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이 영화가 취하고 있는 등장 인물에 대한 남다른 접근방식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체념하고 절망하면서도 자신에게도 다시 한번 평범한 일상이 찾아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묵묵하게 현실을 버티어내는,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공주의 두려움이 절규와 통한의 울음 대신 속으로 삭히고 제대로 표현조차 하지못하고 소심하게 대처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을 통해

더욱 강렬하고 깊은 비애를 전달해주는 듯 하다.
그러한 공주의 모습은 피해자가 가해자처럼 되어버린 납득할 수 없는 현실과 맞물려 속이 터질듯한 먹먹함이 밀려들게한다.
그 결과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러 공주가 겪었던 그 지독하게 끔찍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도

한공주는 결코 사건의 선정성과 그 파장에 쉽게 휩쓸려 내려가지 않는데 개인적으로 이건 대단한 영화적 성과라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가 흔히 알던 끔찍한 현실을 모티브로 삼은 사회 고발 영화들이 흔히 보여주는 사건 위주의 전개가

이 영화에선 철저히 한공주라는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우린 공주가 조금씩 또다른 현실 속에 문을 조금씩 열고 아주아주 더디지만

조심스럽게 평범한 여느 학생이 되어가는 성장의 모습을 보여줄 때 그녀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결말을 알지 못한채 감상한 저 역시 주먹을 쥐고 마음 속으로 응원하게 될 정도로 말이지.

어쩌면 세월호의 비극과 함께 맞물려 고통받는 학생이라면 그 누구라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진 마음때문에 더더욱 가슴이 아팠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영화의 끝에 다다르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스스로에게 자문하게 된다.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엇나간 한국 사회의 파렴치할 정도로 빈곤한 철학과 비이성적인 행태들을 묵과해야하는건지.

정말 이런 세상이 우리 아이들에게 '잘 살라'고 물려줄 수 있는 세상인지 말이지.
너무나 답답하고 속이 터진다.

 


*
영화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영화 속에서 이 끔찍한 사건은 한공주의 집에 들어와 시간을 보내던 동윤의 패거리들에게

공주가 '더이상 동윤이를 괴롭히지 말라'고 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공주가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그들은 그냥 돌아갔을지 모른다.

실제로 두목인 듯 한 녀석이 '야야 집에 가자'라고 말하고 가방까지 챙겨 현관까지 갔었으니 말이지.
공주는 어머니로부터 사실상 버림받은 처지다. 아버지는 미장공인 듯한데 몇달 이상 집을 비우기 일쑤고. 결국 그녀에겐 보호자가 없다.

응석부리거나 그를 외부적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보호자 자체가 부재한 상황이다. 그런데 사실상 보호자 부재인 그녀가 또래 친구이자

괴롭힘을 당하는 동윤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게 되는 그 시점에서 첫 사건이 벌어진다.

물론 난 그때 그냥 그 패거리들이 조용히 나갔더라도 언제든 벌어질 일이라 생각하지만 말이지.(실제 사건과 차이가 있다)
공주는 이후에도 보호자일 수도 있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
자신을 사실상 버린 친엄마를 찾아가고, 전학교 선생님의 어머님과 기거하면서 조금씩 가까와지고, 오랜만에 연락을 준 아빠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영화를 보신 분들이 절감하셨듯 그 모두가 공주의 보호자가 되지 못하지.
보호자가 필요한 평범한 학생이 스스로가 보호자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
스스로 이 모든 고통과 부조리한 일에 노출되고 맞닥뜨려야하는 현실.
지금 우리의 현실을 이토록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가 또 있을까 싶다.


**
한공주 역을 맡은 천우희씨의 연기는 보는 이의 가슴이 수없이 따끔거릴 정도로 자연스럽게 다가오더라.
두려움과 슬픔, 절망의 감정 표현이 이토록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표현될 줄은 몰랐다.


***
선생님 어머님...역을 맡은 이영란씨의 연기 또한 대단히... 인상적이다.
특히 슈퍼마켓에서 계산해주며 손님이 건네는 말에 반응하는 연기는 <파수꾼>에서의 조성하씨만큼의 디테일이 느껴졌으니.
선생님 역할을 맡은 조대희씨 역시 의무감으로 공주를 보호해줘야하는 평범한 선생님의 역할을 기가막힐 정도로 자연스럽게 표현했고.
와이프 말로는 극중 선생님 이름이 '이난도'인데...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쓴 저자 이름이 김난도이니...
누가봐도 디스... 뭐 속이  다 시원하네.



****
<한공주>의 실화 모티브인 '밀양 여중생 사건'에 대한 전말을 찾아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이미 오래전부터 관련 뉴스를 보아서 알고있던 터이지만 영화를 계기로 다시한번 찾아보았는데...
할 말이 없다...

 

 

 

 

 

 

 

 

 


메가박스 백석점 M관에서 <Godzilla/고질라>를 봤습니다.
음... 확실히 메가박스의 M관과 M2관의 화질은 아주 만족스러워요.
주변부가 희미해지고 날아가버리는 현상이 거의 없고 주변부의 디테일이 희생되지 않습니다.
덕분에 <고질라>처럼 화면 전체의 암부 표현력이 중요한 영화에서도 프레임이 전달해주는 존재감이 폄훼되지 않는 느낌입니다.
앞으로 독립영화가 아니라면 메가박스를 애용하게 될 것 같아요.
DOLBY ATMOS의 거부감없이 휘감아주는 사운드도 맘에 들고.
다만, 제 기분탓인지... 목동 M2관에 비해 백석 M관의 Dolby ATMOS 사운드는 속도의 방향성이 덜 자연스러웠어요.
스피커가 다른 것인지 무엇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가렛 에드워즈(Gareth Edwards)가 연출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대를 했던 <Godzilla/고질라>.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고질라의 스케일만 싸잡아서 복잡미묘한 고질라의 캐릭터를 그냥 파괴를 일삼는 추악한 몬스터 정도로 만들어버린 사실에

경악했던 사람들에겐 가렛 에드워즈의 <고질라>는 원작에 보다 충실한 작품으로 태어날 수 있는 작품으로 기대받았을 겁니다.
저 역시 몇년전 큰 기대없이 접했던 그의 2010년작 <Monsters/몬스터>가 상당히 흥미로웠기 때문에 그가 괴수를 전면에 내세운 할리우드 블럭버스터를

연출한다고 했을 때 상당히 기대를 했어요. 물론... 그가 보여준 재기가 할리우드 블럭버스터의 스케일 앞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하는 걱정도 했지만.
결과적으론 개인적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킬 정도의 재미를 느꼈습니다.
전작인 저예산 영화 <몬스터>와 달리 어느 정도 이야기가 흐른 뒤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는 고질라와 무토, 특히 고질라의 존재감과 위압감은 대단히 인상적일 정도.
여기저기서 이야기가 너무 단선적이라고 많이 까이는 듯 한데 이야기가 단선적이라기보다는 캐릭터, 아니 엄밀히 말하면

쟁쟁한 배우가 소모적으로 희생된 듯한 느낌은 있어요.
사실 어떤 무기도 먹히지 않는 이런 괴수들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극히 제한적일테니 그 범위 안에서 캐릭터들은 나름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고질라>는 <트랜스포머>와 달리 캐릭터와 말이 통하는, 대화를 할 수 있는, 교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죠.

그런 까닭에 고질라와 등장인물들은 사실상 철저히 따로 놉니다. 이건 한편의 러닝타임에서 드러날 수 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라고 전 일단 변호하겠습니다.ㅎ

개인적으로 엘리자베스 올센을 무척... 좋아하는데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쁘기도 했고.ㅎ

아쉬운 캐릭터라면 일생을 고질라 연구에 집중하고 추적했다는 세리자와 박사.
영화내내 그가 고질라 연구와 추척을 일생을 바치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어요.
그 정도의 지원을 받아가며 어느 정도 양지에서 고질라를 추적했다는 그가 전혀 프로페셔널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는건 확실히 문제라고 봐요. 
오히려 주인공 아버지인 조 브로디가 더욱 적극적이고 결정적이었죠. 문제는 조 브로디가 고질라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마치 심판의 날이 다가오는 세상에서 천벌을 받을 것이라는 종교적 예언자의 느낌이 너무 강해요.

이런 조 브로디의 열연이 영화를 더욱 디스토피아적으로 몰아가는 역할을 하긴 하지만 생뚱맞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아쉬운 등장인물들에 비해 이 영화는 시각적인 면에선 대단히 인상적인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예고편에서도 이미 살짝 공개되었었지만 특수부대의 고공 낙하산 활강 장면은 1인칭 시점으로 처리되어 상당히 밀도있는 긴장감을 전해줍니다.

1인칭 슈팅 게임에서 겪어봤던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ㅎ
뿐만 아니라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조종사를 따라 시선을 유도하다가 그가 포기한 전투기가 빌딩에 내리꽂히는 장면등은

공포감과 절망감을 증폭시키는 장면으로서의 역할을 상당히 효과적으로 수행합니다.
고질라가 무토를 응시하고 서있는 장면이나 대치하는 장면등의 위압감도 상당한 수준이고.

결과적으로 전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다만, 이 영화는 확실히 영화관에서 큰 화면으로 봐야할 듯.


감독의 전작이자 독특한 SF이기도 한 <몬스터>도 찾아보시길.

​*

음악을 맡은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알렉상드르 데스쁠라(Alexandre Desplat)입니다.​

그의 오리지널 스코어들은... 확실히 엄청난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것 같아요.

얼마전 <the Grand Budapest Hotel/그랜드부다페스트>, <필로미나의 기적/Philomena>등등... 영화의 장르와 상관없이 엄청난 내공을 펼쳐보이고 있습니다.

한스 짐머(Hans Zimmer)​와 양대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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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트레일러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전작 <Monsters/몬스터>의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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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 백석점 M관.

목동점의 M2관도 아주 만족스러웠는데 백석점 M관도 좋습니다.

역시 Digital 4K 프로젝터이며 Dolby ATMOS 사운드가 도입되어있어요.

듀얼 암레스트 체어구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そして父になる]

Directed by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2013 / 121min / japan
후쿠야마 마사하루, 오노 마치코, 마키 요코, 릴리 프랭키, 니노미야 케이타
영화 공식 홈피 :   http://soshitechichininaru.gaga.ne.jp/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고도의 산업화를 이룰수록 외로워지는 현대 가족을 이야기 소재로 자주 사용합니다.
비단... 자본주의 아래에서의 현대 가족만을 이야기한 것도 아니에요. 그는 그가 다룬 유일한 시대극 <하나/花よりもなほ>(2006) 를 통해서도 가족을 이야기합니다.

이 영화는 외형은 사무라이물이라고 봐야하겠지만 결국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였죠.
<공기인형>(2009) 역시 결국은 가족의 결핍, 분열된 가족과 애정의 결핍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가족의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던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이번엔 정말 대놓고 가족의 위기를 이야기합니다.

6년을 키운 자식이 사실은 자신들의 친자가 아니며 태어난 병원에서 뒤바뀌었다는 절망적인 사건을 접하게 된 두 가족.
6년 동안 애정을 쏟으며 키워온 자식에 대한 사랑이냐, 아니면 앞으로 자신을 더 닮아갈 친자를 선택하느냐의 이러한 문제는 우리에게 그렇게 생소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실제로 벌어지는게 흔한 일은 아니라곤 해도 우린 종종 이러한 이야기를 접해왔습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드라마틱하게 가정의 위기를 표현할 수 있는 소재도 없으니까.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러한 익숙한 소재에 예측 가능한 설정을 장치합니다.
한쪽은 성공을 위해 브레이크없이 내달린 유능한 가장이 있는 3인 가족, 한쪽은 힘들게 살아가고 얼핏 속물처럼 보이지만

자본과 애정을 혼동하지 않는 확고한 주관을 가진 5인 가족.
그리고 그 속에서 조금씩 변화해가는 주인공.
애정 역시 미래에 대한 투자 가치라는 인식이 있고, 심지어 우생학적인 사고까지 은연 중에 드러내는

니노미야라는 '아버지'의 설정은 그가 이 험난한 위기를 거치며 보다 인간적인 아버지로 성장할 수 있을거라는 예측을 가능케 합니다.
실제로 보는 이들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상황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 그러니까 어찌보면 진부한 클리셰로 똘똘 뭉쳤다고 말할 수도 있는 이 영화는 그 자체로라면

뻔한 영화로 기억되어야 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영화는 그러한 진부함을 진솔한 뚝심으로 완벽하게 극복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독은 조금의 과장도 없이 담담하지만 아주 곧은 심지로 주변 인물의 심리를 묘사하고 동시에

너무 어린 나이에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냅니다.
그 결과 관객은 스크린에 펼쳐지는 등장 인물들의 감정에 쉽게 이입할 수 있게 되고 그들의 고민과 갈등, 그리고 힘든 결정,

아이들의 애처러운 모습들을 모조리 민낯으로 끌어안게 됩니다.
당연히 눈물이 나올 수 밖에 없어요.
울고 불고하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도 않지만 상황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가감하지 않는 솔직한 연출이 주는 감동은 상당하다는 겁니다.

전 그래서 이 영화가 놀라웠습니다.
이토록 낯익은 소재를 갖고, 게다가 누구나 예측 가능한 설정 위에서 이 정도의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한가지 바램이 생겼습니다.
저처럼 아이를 둔 부모들은 하루하루 다르게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그런데, 부모의 입장인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요?
아이의 성장만큼이나 부모들도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긴 할까요?
내 스스로를 돌아보니 도무지 그렇다...라고 말할 수가 없어 무안합니다.


*
케이타 역은 실제 자신의 이름인 니노미야 케이타를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Captain America : the Winter Soldier / 캡틴 어메리카 윈터 솔져] (2014)

감독 : 앤소니 루소 (Anthony Russo), 조 루소 (Joe Russo)
2014 / 136min / US

크리스 에반스 (Chris Evans), 사무엘 L 잭슨, 스칼렛 요한슨, 로버트 레드포드, 앤소니 매키 (Anthony Mackie), 세바스찬 스탠 (Sebastian Stan), 에빌리 반캠프 (Emily VanCamp)



볼 영화들은 너무 많고 ([Stories We Tell], [Noah/노아], [the Grand Budapest Hotel/그랜드 부다페스트], [Philomena/필로미나의 기적]등)

이상하게 영화관은 가고 싶지 않고... 그렇게 영화를 다 놓칠 것 같은 생각이 든 지난 주 토요일 아침.
어머님, 민성이도 다같이 일단 IMAX 3D로 [Captain America : the Winter Soldier/캡틴 어메라카 윈터솔져]를 봤습니다.
그것도 아침 7시 30분 상영으로.ㅎㅎㅎ (토요일엔 늦잠도 좀 자고 그래야하는데 평소보다 더 일찍 깼어요)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이 영화는 굳이 IMAX 3D로 볼 이유가 없다는거.
IMAX 2D가 있다면 권하겠지만 3D는 주변부의 화질저하가 눈에 띄게 보이곤 해서 보는 내내 은근 거슬리더군요.
차라리 디지털 2D로 보시길.

할리웃은 몇년 전부터 상상력의 고갈 때문인지 안전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인지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물들을 정성스래 다듬어 스크린에 걸기 시작했죠.

이런 시도가 어디 어제오늘의 현상은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급격하게 마블과 DC의 히어로들이 종이책에서 빠져나와 스크린에서 생명을 다시 얻기 시작했고,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나 크리스토퍼 놀런의 [배트맨]등 대단히 잘 짜여진 걸작들이 터져나오면서 이젠 온갖 코믹스의 히어로들을 죄다 만나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게다가 해리 포터 이후엔 하이틴을 주인공으로 하는 SF 판타지 노블들까지 우후죽순 영화화되기 시작했어요.

이미 히트를 기록한 [헝거게임]이나 최근 북미 개봉되어 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다이버전트/Divergent]나...)
그런데 이런 현상을 단순히 '아... 진짜 너무 심하게 많이 나오네'라고 치부하기엔 히어로물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만듦새가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
특히 마블은 거대한 마블 월드를 구축하는 느낌인데 개별적인 영웅들을 하나둘 다루기 시작하더니 이제 그들이 힘을 합하여 적과 대항하는 '어벤져스'를 구축하고,

곧 등장할 타노스라는 강적을 상대하기 위해 밑밥을 뿌려야할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를 촬영하는 등

마블의 코믹스가 영화를 통해 하나의 거대한 세계로 연결되고 통합시키는 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발표된 [아이언맨 3]나 [어벤져스], [토르 다크월드]등은 이제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히어로 영화들이 영화적으로 진화해나가는 과정의 성과를 보여주는

결과물들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고 이러한 높은 영화적 완성도는 최근 개봉한 [캡틴 어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그 정점을 찍는 느낌이에요.

사실 개인적으로 '캡틴 어메리카'의 1편은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나찌 이야기를 썩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그런 고풍스러운 그로테스크가 이젠 좀 식상한 느낌이 들어서인지 1편을 보는 내내

그닥 재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이건... 내가 괜찮은 호평을 받았던 [헬보이]에 그닥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과 비슷...한 경우였답니다.
그런 관심없는 캡틴이 아무리 현대로 건너왔다고 해도 2편은 내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죠.
그가 [어벤져스]에서 팀의 리더로 균형을 잡고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했지만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 특출날 것이 없는 피지컬과 초능력등 때문인지

그의 존재감이 그닥 두드러졌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구요.
솔직히 말하면 마블 코믹스를 거의 모르는 내 얄팍한 생각으론 가장 피지컬로 밀리는(호크아이, 블랙위도우빼고) 캡틴에게 나름의 존재감을 부여하고,

[캡틴 어메리카] 후속편의 흥행을 위해 리더역할을 준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물론... 이는 마블을 모르는 나의 억측이었지만.

그런데...
그렇게 그닥 관심을 두지 않았던 [캡틴 어메리카 : 윈터 솔져]에 대한 세간의 호평, 그리고 압도적인 트레일러가 이 영화를 한번 봐야할 영화라고 생각하게 했고

결국 영화관까지 가서 3D 안경을 끼고 이 영화를 보게 된거죠.

이미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이 영화는 히어로물을 정치 스릴러에 비벼댄 영화입니다.
[윈터솔져]는 우리에게 대단히 익숙한 스파이물, 고전적인 스파이물(에스피오나지)의 느낌이 대단히 강합니다.
활극으로서의 스파이물이라기 보단 고뇌하고 몸으로 처절하게 부딪혀 싸우는 느낌이 상당히 강하죠.
(이런 날 것같은 액션의 느낌은 확실히 제이슨 본 시리즈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캡틴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일반인들보다 월등한 피지컬과 방패...뿐입니다. 이것뿐이라고 말하긴 애매하지만 적어도 엄청난 아이템빨을 자랑하는 배트맨이나

하늘을 날아다니고 번개를 소환하는 히어로에 비하면 정말 소박하기 짝이 없죠.
그런데 이렇게 히어로라고 보기엔 어쩌면 조금 초라해보일 수도 있는 '캡틴'이 [윈터 솔져] 영화 속에서 온몸으로 부딪히며 사력을 다해서 싸우는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고,

감정의 이입을 최대한 유도하는 느낌입니다.
인간의 범주에서 이미 벗어나버린 다른 히어로들의 싸움과는 확실히 달라요.
그 높은 빌딩에서 방패를 보호삼아 떨어진 후 고통을 참으며 뛰어가는 모습은 마치 [본 아이덴터티]에서 제이슨 본이 극의 마지막 부분에서 상대를 제압한 후

시체를 보호삼아 1층으로 뛰어내린 후 고통을 참고 현장을 벗어나는 장면과 대단히 비슷하게 오버랩됩니다. 우리가 어느 정도 상상할 수 있는 고통은 보는 이들에게

그 고통의 크기를 어느 정도 전달해주죠. 치고받고 싸우다 건물 벽을 무너뜨릴 정도로 쳐박혔는데도 가뿐히 일어나면 그때부터 관객은 액션을 활극으로만 보게 됩니다.

잭스나이더의 [슈퍼맨 리부트]에서 보여준 액션은 그야말로 대단했다고 생각하는데

인간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난 그 싸움에서 관객이 주인공의 고통을 가늠할 구석은 거의... 없거든요.
아무튼 [윈터솔져]에서 캡틴이 보여준 이토록 처절한 육체적 액션은 그가 인간답게 고민하고 음모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확실히 어필하게 해주는,

감정이입하게 해주는 훌륭한 동기가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이입의 결과는 '캡틴'의 진중한 고민이 그가 '어벤져스'의 리더로 마땅하다는 당위에 이르게 하지요.
(하긴... 누굴 리더로 하겠어요. 화나면 옷찢어버리고 변신하는 헐크, 머리가 좀 모자란 신, 시니컬하기 짝이 없는 재벌, 적에게 한번 넘어갔던 궁수,

과거가 발목잡는 여전사... 맡길 사람이 없죠)

전 이렇게 익숙한 에스피오나지를 이토록 몰입도있게 만드는 거야말로 탁월한 능력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익숙한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변주하는 건 그 자체로 박수받아 마땅해요.
게다가 퓨리 국장, 블랙 위도우, 팔콘, 버키, 그리고 사무국장등 주연을 제외한 조연들까지 이토록 확실한 존재감을 주고, 주인공과 내러티브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캡틴의 액션은 그 빈도와 품질 모두... 훌륭합니다.
영화에 대한 아쉬움도 사실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소소한 단점이 영화 전반을 통해 느껴지는 장점에 대부분 가리워지는 느낌이었거든요.
대단히 재밌게 봤습니다.
한가지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도 있는 점은,
이 엄청난 자본과 기술이 집약된 영화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에요.
개인의 자유, 정보 수집을 통한 국가의 개인에 대한 과도한 통제등을 테러와 동급에 놓고 이야기를 하죠.
이런 메시지는 정치적으로 분명 옳다고 느끼긴 하는데 뭔가 대단히 아이러니하면서도 이러한 소재가 킬링타임의 대상으로 러닝타임이 끝남과 동시에

그냥 휙~하고 날아갈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뭐... 제가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는거겠죠.


*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옵니다.
전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온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봤어요.
모습을 보니 정말 반갑기도 하고.ㅎ
피어스 사무국장이란 캐릭터에 확실히 존재감을 주더군요.


**
쉴드는...
피어스 사무국장과 위원회의 모습, 그리고 그들이 궁극적으로 잠재적 '불순분자'를 색출하여 한방에 정리하려는 의도들을 보면

묘하게 [신세기 에반겔리온]의 NERF(네르프)와 오버랩됩니다.
오버...일까요?ㅎ


***
엔딩크레딧 다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세요.
도중에 나가시는 분들 너무 많은데 뭐 그야 자유지만...
쿠키 영상이 두번 나옵니다.
한번은 [어벤져스 2]에 대한 떡밥같더군요.
퀵실버와 스칼렛위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매그니토의 아들 딸이죠.(맞죠?)


****
마블의 영화들을 보면서 느껴지는건 이들의 이 엄청난 자본과 기술, 게다가 이러한 앙상블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놀라운 창작력이 새삼 두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Size Doesn't Matter...일 순 있어도 적어도 스크린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스케일은 문제가 되죠.
청소년들은 상상하던 것이 그럴듯하게 구현되어 드러나면 열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열광한 대상의 메시지도 알게모르게 인지하게 되는 법이구요.
이러한 스케일의 SF 영화를 스크린에 내걸 수 있는 건 할리웃말곤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이 말이 우리도 저런 영화를 찍어야한다는 말은 절대...절대 절대 아닙니다.
그런 생각이라면 정신못차린 꼰대가 한심했던 전작을 기억못하고 또 후속작을 찍어야한다는 헛소리에 동조하는 격이거든요.


*****
trailer

 

 

 

 

 

 

 

 

 

 

 

 

 

[Sexy Beast/섹시 비스트](2000)로 날 흥분케했던 조나단 글레이저(Jonathan Glazer) 감독.
지나치리만큼 과작하는 감독이라 서서히 기억에서 잊혀져가고 있던 중, 작년에 그의 신작 트레일러가 공개되어 소개한 바 있다.
어둡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트레일러가 단단한 몰입도를 선사하는 이 영화의 제목은 [Under the Skin/언더 더 스킨].
미국에서 4월 4일 개봉 예정이다.
국내에선 언제 개봉할 지 모르겠네.

 

 

 

 

[Under the Skin](2014) trailer

단순하게 내용을 얘기하자면, 섹스 어필로 남성을 유혹해 먹어버리는 식인 외계인의 이야기라는데...
영화가 개봉되어봐야 알겠지만 이 영화 스토리를 들으면 난 자꾸 Slava Tsukerman(슬라바 추커만)의 1982년작 [Liquid Sky/리퀴드 스카이]가 생각이 난다.

 

 

 

 

 

 

 

 

[Liquid Sky](2000) trailer

이 영화는 주인공과 섹스를 나누고 쾌락을 느낀 이들이 뇌가 빨려 죽임을 당하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주인공이 [언더 더 스킨]처럼 외계인이란 설정이고 뒤로 갈수록 SF 호러의 분위기가 강하다.
영상 역시 당시로선 상당히 파격적인 실험주의적인 성향도 강하고.(뉴웨이브의 기운이 넘실넘실)
예고편만으로는 [언더 더 스킨]도 호러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래저래 SF 디스토피아적인 이야기로는 린스 드림 감독의 1980년작 [Cafe Flesh/카페 플래쉬]와 함께 내가 무척... 인상깊게 본 영화 중 하나다.


구글링을 제대로 못해서 뭐라 말은 못하겠는데...
어느 포스팅의 댓글로 한명이 [언더 더 스킨]이 [리퀴드 스카이]를 연상시킨다는 말을 한 것 외엔 두 영화 사이의 연관성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어

아무래도 큰 유사성은 없나 보다.

아무튼...
[언더 더 스킨] 공개된 예고편만큼의 분위기만이라도 나와줬음 하는 바램이 있다.
그리고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님.
넘 과작하시는 것 같네요.-_-;;;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법이겠지만,
난 [겨울왕국]을 그다지 재밌게 보지 못했다.
전복적인 쾌감이 있는 [슈렉]의 재미도,
[Wall-E]나 [토이스토리], [라따뚜이]의 가슴을 꽉 채우는 느낌도 전혀... 받지 못했다.

이런 스타일의 뮤지컬 음악이 전혀... 취향과 맞지 않는 것도 몰입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일거다.
여기저기서 'Let It Go' 열풍이지만 내겐 그 음악이 전혀 맞질 않는다.

뭣보다...
이 엄청난 소동극의 갈등이 한방에 허겁지겁 풀려버리는 걸 보노라면... 허탈감마저 들게 된다.
한스의 정해진 악역도 영 설득력없고.

엽기적이며 자학적이면서 동시에 사랑의 아이콘인 올라프...가 없었으면
난 이 영화를 보다가 잠들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지나치게 감수성이 메마른 건지...

문제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aipharos님도 하고 있다는거.ㅎ

 

 

 

 

 

 

 

 

 

 

 

 

 

 

 

 

 

 

오랜만에 영화 예고편.
레고 무비...를 지나면 대부분 유럽 영화들 예고편임.

 

 

[the Lego Movie / 레고 무비]
http://www.imdb.com/title/tt1490017/?ref_=fn_al_tt_1
현재 메가박스에서 상영 중

 

 

 

 

 

[Under the Skin / 언더 더 스킨]
http://www.imdb.com/title/tt1441395/?ref_=fn_al_tt_1
감독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Sexy Beast/섹시 비스트](2000)의 조너선 글레이저 (Jonathan Glazer)

 

 

 

 

 

[Godzilla / 고질라]
http://www.imdb.com/title/tt0831387/?ref_=fn_al_tt_1
감독이... 내가 인상깊게 봤던 [Monsters]의 바로 그 감독, 가레스 에드워즈 (Gareth Edwards)

 

 

 

 

[IZMENA / Betrayal / 비트레이얼]
http://www.imdb.com/title/tt2299954/?ref_=fn_al_tt_1

 

 

 

 

 

[Borgman / 보그만]
http://www.imdb.com/title/tt1954315/?ref_=fn_al_tt_1
사이비(?) 종교집단의 우두머리가 죽음의 위협을 피해 중산층 저택으로 숨어든 이후에 벌어지는 블랙 코미디이자 스릴러.

 

 

 

 

 

[the Broken Circle Breakdown/ 브로큰 서클]
http://www.imdb.com/title/tt2024519/?ref_=fn_al_tt_1

 

 

 

 

 

[Pozitia Copilului / Child's Pose / 아들의 자리]
http://www.imdb.com/title/tt2187115/?ref_=fn_al_tt_1
자식을 정신적으로 떠나 보내야하는 부모의 상실감을 다룬 영화라고.

 

 

 

 

 

[Dans La Maison / In the House / 인 더 하우스]
http://www.imdb.com/title/tt1964624/?ref_=fn_al_tt_1
감독이... 프랑소와 오종임.
그냥 봐도 무방한 영화란 의미.

 

 

 

 

 

[the Selfish Giant / 이기적인 거인]
http://www.imdb.com/title/tt2304426/?ref_=fn_al_tt_1
영국 노동계층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감독은 클라이오 바나드 (다큐멘터리 [the Arbor]를 연출한!)

 

 

 

 

 

 

 

 

 

 

 

 

* 스포일러가 있음. 내용을 알고 싶지 않은 분은 읽지 마시길 *
 

 

이런... 포스터를 놔두고 왜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쌍둥이 형제(그... 하얀 옷입고 머리도 흰색인데 레개머리같은 걸 하고는 선글래스낀 이들)를 연상시키는

포스터를 main으로 쓰는지 모르겠다.ㅎ

 

 

 

 

 


[Only Lovers Left Alive /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 남는다](2013)

Directed by 짐 자무쉬 (Jim Jarmusch)

2013 / 123min / Germany
톰 히들스턴 (Tom Hiddleston), 틸다 스윈튼 (Tilda Swinton), 존 허트 (John Hurt), 미아 바시코프스카 (Mia Wasikowska), 안톤 옐친 (Anton Yelchin)



건국대학교 예술문화대학 내에 자리잡은 KU시네마테크에서 이 영화를 봤다.
짐 자무쉬의 최신작.
틸다 스윈튼, 톰 히들스턴, 미아 바시코프스카, 존 허트, 안톤 옐친(Odd Thomas/오드 토마스의 바로 그!).
캐스팅만으로도 그럴싸한 영화일거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영화.

최소 수백년은 살았음직한, 죽고 못산다는 연인 뱀파이어 아담(톰 히들스턴)과 이브(틸다 스윈튼).
영화가 시작되면 각자 잠시 떨어져있는 디트로이트와 모로코라는 자신의 방안에서 Wanda Jackson의 애씨드 필이 팍팍 담긴

명곡 'Funnel of Love'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빙글빙글 돌아가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장면은 이 영화가 앞으로 얼마나 탐미주의적인 분위기를 선사할 것인지를 예상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장면은 Nicolas Roeg의 [Performance/퍼포먼스](1970)에서나 봤음직한 느낌.

아마도 우리가 아는 역사 속에서 대대로 빛나는 대문호와 음악가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어쩌면 역사 속 위인 그 자신이었을 듯한 영화 속에 보여지는

세 명의 뱀파이어(아담, 이브, 이둘의 어르신격인... 아마도 세익스피어였다고 판단되는 말로)는 죽고 싶어도 쉽게 죽기 힘든 질긴 시간을 살아오면서

인간들-아담이 '좀비'라고 부르는 인간들-과는 다르다는 듯한 자뻑의 삶을 영화 내내... 보여준다.

자동차 산업의 몰락과 프리미엄 모기지 사태를 겪으며 황폐화되어 그야말로 좀비의 도시가 되어버린 디트로이트의 모습과 세상을 망가뜨리는

인간들에 대한 환멸로 인해 삶의 공허함을 느낀 듯 허무함을 뇌까리는 아담, 그리고 그를 다독이는 이브의 모습들은 기이할 정도로

디트로이트의 정경과 잘 맞아 떨어져 대단히 게으른 예술 향유자인 이들의 지적 허영의 모습을 극대화시킨다. (영화 속에서 아담과 이브는 그야말로

빈티지 컬렉팅의 지존급으로 도서, 음반, 악기는 물론 인테리어와 패션까지... 어지간한 덕후들은 명함도 내밀 수 없을 밀도를 자랑한다.-_-;;;)

덕후질과 지적 허영의 끝을 보여주는 이들은 일견 짐 자무쉬와 같은 예술인들의 위선적 자화상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이는 예술문화를 향유하고(아담, 말로) 소비하는(이브) 뱀파이어로 은유된 지식인들에 대한 지독한 냉소 그 자체인듯 했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아담이 종종 좀비에 대한 환멸을 얘기하지만 이에대한 실체를 짐작할 만한 구체적인 대화는 없는 것을 보면 이는 그저

오래 살다보니 할 말이 없어진 두 '죽고 못산다는 부부'의 가벼운 투정 정도에 그치는, 스쳐지나가듯 지나가는 재롱 정도로만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이들과 달리 본능에 조금 더 충실한, 이브의 여동생인 에바(미아 바시코프스카)의 등장은 이들의 속깊은 위선의 껍데기를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아주 효과좋은 만능약 역할을 한 느낌이고.

짐 자무쉬가 아담과 이브로 은유되는 엘리트들을 얼마나 기가막히게 냉소적으로 그려내는지는 에바가 충동적으로 '먹어버린' 아담의 인간 동업자이자

아담의 덕후기질을 충실하게 채워준 이안(안톤 옐친)의 시체를 두고 둘이 나누는 아주 일상적인 대화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그들은 자신들의 길고긴 생명에 비해 보잘것없을 정도로 짧은 생명을 지닌 인간의 목숨 따위는 애초에 관심도 없었다)
이안의 죽음 자체는 이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브는 이안의 시체를 가운데두고는 오히려 망가져버린 기타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 완성도에 경도될 뿐이고,

아담 역시 이런 사건이 게으르기 짝이 없는 자신의 고결한 삶을 방해하는 아주 귀찮고 번거로운 일 정도로 생각할 뿐이니까.

러닝타임 2시간 동안의 주인공 뱀파이어들의 자뻑을 보는게 이 정도로 쏠쏠한 재미를 선사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못했다.ㅎ
특히 이들의 정신적 지주...같았던 말로가 불사의 뱀파이어임에도 숨을 거두는 이유라는 것도 하마터면 난 웃음이 터질 뻔했고,

그가 숨졌을 때의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에서도 전혀... 애통함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니 이 영화는 지독하게 탐미주의적인 블랙 코미디라는 생각이 드네.(imdb에 영화 장르 키워드에 반드시 comedy가 들어가야한다고 본다)

아무튼...
정말 인상깊었던 영화.


*
짐 자무쉬의 영화들이 다 그렇듯,
이 영화의 음악들도 보통이 아니다.
싸이키델릭을 기반으로 넘실대는 진득한 사운드들이 영화의 한 주인공처럼 느껴질 정도로 음악의 비중이 크다.


**
영화의 알맹이가 탐미주의적 비주얼과 사운드에 비해 터무니없을만큼 허약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는데,

이는 당연히 짐 자무쉬가 의도한 바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제목은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 남는다'.
사랑하는 이들...이 지칭하는 대상은 게으르기 짝이 없는... 한없이 고귀한 듯 하지만 결국 불사의 몸이라고 보기도 힘들고,

피가 없으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아담과 이브라고 한다면, 허영과 위선으로 가득찬(정작 그들은 그게 허영과 위선이라고 조금도 생각하지 못하는)

엘리트들의 턱도 없는 분리주의가 아닐까 싶네.


****
틸다 스윈튼과 존 허트는 봉준호 감독과, 미아는 박찬욱 감독과 인연이 있다.
세 배우가 다 한 영화에 나오니 자연스럽게... 생각이 남.


*****
이 영화를 본 분들은 당연히 영화 시작과 함께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 곡을 잊을 수가 없을 듯.

 


 

 

 

 

 

 


연말이니 당연히 그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여러 매체에서 2013년 베스트 영화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내가 보지 못한 영화들이 어떤게 있는지 확인하는 의미에서,
다시 말하면, 비헐리웃 영화들 중 놓쳐선 안되는 영화들을 확인하는 의미에서
아래 순위를 정리해본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여러 매체에서 다룬 순위에 등장하는 영화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는 그만큼 올해 화제작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할 듯.

 


Cahiers Du Cinéma

 

1. Stranger by the Lake
2. Spring Breaker
3. La Vie d'Adele/Blue Is the Warmest Color
4. Gravity
5. A Touch of Sin
6. Lincoln
7. La Jalousie
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9. You and the Night
10. La Bataille de Solferino

 




Sight & Sound

 

1. the Act of Killing
2. Gravity
3. La Vie d'Adele/Blue Is the Warmest Color
4. La Grande Bellezza/the Great Beauty
5. Frances Ha
6. A Touch of Sin
6. Upstream Color
8. the Selfish Giant
9. Norte, the End of History
9. Stranger by the Lake

 



Aintitcool Nordling's

 

1. the Act of Killing
2. Inside Llewyin Davis
3. the Wolf of Wall Street
4. Gravity
5. Her
6. Before Midnight
7. 12 Years a Slave
8. About Time
9. the Wind Rises
10. Zero Charisma


 

 

 


NewYork 비평가협회

 

1. Inside Llewyn Davis
2. 12 Years a Slave
3. La Vie d'Adele/Blue Is the Warmest Color
4. Enough Said
5. A Touch of Sin
6. All Is Lost
7. Frances Ha
8. Hannah Arendt
9. 'Lee Daniels' the Butler
10. 'the Great Gatsby'
10. 'the Wolf of Wall Street'
10. the Bling Ring
10. Spring Breaker
10. Pain and Gain
10. American Hustle

공동 10위라고 말해야하나...


 

 


TIME

 

1. Gravity
2. La Grande Bellezza/the Great Beauty
3. American Hustle
4. Her
5. the Grandmaster
6. Furious 6
7. Frozen
8. the Act of Killing
9. 12 Years a Slave
10. the Hobbit : the Desolation of Smaug

 


 


Total Film

 

1. Gravity
2. Before Midnight
3. Zero Dark Thirty
4. Iron Man 3
5. La Vie d'Adele/Blue Is the Warmest Color
6. Django Unchained
7. the Place Beyond the Pines
8. the Worlds' End
9. Filth
10. Rush
11. Star Trek : Into Darkness
12. Don Jon
13. Stories We Tell
14. Captain Phillips
15. American Hustle
16. Frances Ha
17. Lincoln
18. the Selfish Giant
19. the Hunger Games : Catching Fire
20. Blue Jasmine
21. Pacific Rim
22. Behind the Candelabra
23. Kill Your Darlings
24. A Field in England
25. Much Ado About Nothing
26. the Way, Way Back
27. Philomena
28. Man of Steel
29. Nebraska
30. La Grande Bellezza/the Great Beauty
31. Stoker
32. Les Miserables
33. Short Term 12
34. Thor : the Dark World
35. the Kings of Summer
36. the Hobbit : the Desolation of Smaug
37. Alan Partridge : Alpha Papa
38. the Impossible
39. All Is Lost
40. the Act of Killing
41. Trance
42. A Hijacking
43. Prisoners
44.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45. Upstream Color
46. You're Next
47. This Is The End
48. Anchorman : the Legend Continues
49. Blackfish
50. the Conjuring


 

 


Empire

 

1, Gravity
2. Captain Phillips
3. Rush
4. MUD
5. Lincoln
6. Stoker
7. Iron Man 3
8. Before Midnight
9. La Grande Bellezza/the Great Beauty
10. Alan Partridge : Alpha Papa
11. Zero Dark Thirty
12. The World's End
13. Django Unchained
14. Behind the Candelabra
15. Blue Jasmine
16. Short Terms 12
17. Thor : The Dark World
18. Only God Forgives
19. Blackfish
20. Cloud Atlas
21. Upstream Color
22. All Is Lost
23. La Vie d'Adele/Blue Is the Warmest Color.
24. Filth
25. A Field In England
26. the Hunger Games : Catching Fire
27. Trance
28. Man of Steel
29. Philomena
30. Frances Ha
31. About Time
32. the Impossible
33. Les Miserables
34. Star Trek Into Darkness
35. Saving Mr. Banks
36. the Place Beyond the Pines
37. Wreck-It Ralph
38. Warm Bodies
39. the Bling Ring
40. Nebraska
41. World War Z
42. Robot & Frank
43. Much Ado About Nothing
44. Kill Your Darlings
45. the Conjuring
46. Prisoners
47. Now You See Me
48. the Hobbit : the Desolation of Smaug
49. Anchorman : the Legend Continues
50.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Metacritic

 

1. 12 Years a Slave
2. Gravity
3. Her
4. Inside Llewyn Davis
5. Before Midnight
6. American Hustle
7. the Act of Killing
8. Nebraska
8. Stories We Tell
8. La Vie d'Adele/Blue Is the Warmest Color.
11. Captain Phillips
12. Frances Ha
12. Upstream Color
14. the Wolf of Wall Street
15. La Grande Bellezza/the Great Beauty
16. Spring Breakers
17. All Is Lost
17. Dallas Buyers Club
17. A Touch of Sin
20. Fruitvale Station
20. Leviathan


 

 


Paste Magazine

 

1. Before Midnight
2. Upstream Color
3. MUD
4. Stories We Tell
5. Frances Ha
6. To the Wonder
7. Room 237
8. From Up on Poppy Hill
9. Like Someone in Love
10. Side Effects
11. the Gatekeepers
12. No
13. Much Ado About Nothing
14. Shadow Dancer
15. This Is the End
16. the Angel's Share
17. Leviathan
18. the Kings of Summer
19. Iron Man 3
20. Fill the Void
21. 56 Up
22. Gimme the Loot
23. Welcome to Pine Hill
24. the East
25. Eden


 

 


FILM.COM

 

1. Inside Llewyn Davis
2. 12 Years a Slave
3. Her
4. Gravity
5. Leviathan
6. La Vie d'Adele/Blue Is the Warmest Color.
7. Before Midnight
8. the World's End
9. Frances Ha
10. Stories We Tell




종합해보면...
the Act of Killing,
Frances Ha,
La Vie d'Adele/Blue Is the Warmest Color,
La Grande Bellezza/the Great Beauty,
A Touch of Sin,
Gravity,
Stories We Tell,
Inside Llewyn Davis (코엔 형제의 신작)

이 영화들은 대부분 순위에 올라 있다는 점.

그리고... [캡틴 필립스]도 다수의 매체에서 상위에 랭크시켰던데, 개인적으로는 Captain Phillips도 재밌었지만 같은 소말리아 해적 소재를 다루면서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캡틴 필립스]보다 더 실화같았던 스웨덴 영화 [A Hijacking]을 더 인상깊게 봤다.



 

 

 


 

 

 

Frances Ha
[the Squid and the Whale/오징어와 고래]의 Noah Baumbach 감독의 최신작.

Official Trailer

 

삽입음악이... David Bowie의 'Modern Love'
이 곡 정말... 좋아했었는데.ㅎ

 

 

 

 

 

 

 

Upstream Color

2004년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매우 복잡한 스릴러 [Primer/프라이머]를 연출했던 쉐인 카루스 (Shane Carruth) 감독의 신작.

Official Trailer

 

 

 

 

 

 

 

 

La Grande Bellezza / the Great Beauty
Official Trailer

 

 

 

 

 

 

 


EMPIRE
http://www.empireonline.com/features/films-of-the-year-2013



METACRITIC
http://www.metacritic.com/feature/film-critic-top-10-lists-best-movies-of-2013



TOTAL FILM
http://www.totalfilm.com/features/best-movies-of-2013



TIME
http://entertainment.time.com/2013/12/04/arts-and-entertainment/



NEWYORKER
http://www.newyorker.com/online/blogs/culture/2013/12/the-best-movies-of-the-year.html

 

 

BFI Film Forever
http://www.bfi.org.uk/news-opinion/sight-sound-magazine/polls-surveys/annual-round-ups/best-films-2013

 

 

A.V. CLUB
http://www.avclub.com/article/the-best-films-of-2013-200655

 

 

theguardian

http://www.theguardian.com/film/filmblog/2013/jun/21/best-films-2013-year-so-far

 

 

awardsdaily

http://www.awardsdaily.com/blog/new-york-times-critics-name-top-ten-of-2013/

 

 

 

 

 

 

 

 

 

모든 이미지는 직접 캡쳐한 장면임.
성장영화라기보다는 단순한 청춘영화라고 봐야할 영화들도 있음. 하지만 그냥... 무시함.ㅎ
코멘트를 다 쓸까...했는데 그러다간 이 글 영원히 올리지 못할 것 같아서 그냥 올림.-_-;;;
개인적인 정리의 차원.

 

 

 

1.

 

[桐島、部活やめるってよ/키리시마가 동호회 활동 그만둔대] (2012) directed by 요시다 다이하치 / 일본
아마도,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가장 적절한 성장영화.
모두가 똑같은 꿈, 똑같은 행복의 가치를 강요받는 사회에서 우리가 경쟁사회라는 핑계로 무시해온 과정의 중요성과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이 영화는 설득력있는 힘으로 이야기한다.

 

 

 

 

 

2.

 

[Running On Empty/허공에의 질주] (1988) directed by Sidney Lumet(시드니 루멧) / 미국
시드니 루멧 감독의 영화를 이야기할 때 개인적으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영화.
요절한 리버 피닉스의 모습을 가장 확실히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마지막 장면이 주는 기나긴 여운은 잊을 수 없는 가장 인상적인 엔딩으로 내게 기억된다.

 

 

 

 

 

3.

 

[the Perks of Being Wallflower/월플라워](2012) directed by Stephen Chbosky (스티븐 크보스키) / 미국
터널을 헤쳐 나오는 인트로부터 이 영화의 끝을 이미 다 예고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던져주는 심리적 공감대는 가슴이 뛸 정도로 넓고 심연처럼 깊다.
그 어떤 성장 영화보다 가슴의 정 가운데를 꿰뚫는 힘이 있는 영화.

 

 

 

 

 

4.

 

[Låt den rätte komma in/Let the Right One In/렛미인] directed by Tomas Alfredson(토마스 알프레드슨)/ 스웨덴
지금까지 그 장면 하나하나가 머리속에 남아있을 정도로 냉혹하고 아름다웠던 영화.
기본적으로 뱀파이어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단 오히려 인어의 살을 먹으면 불사의 삶을 산다는 일본 전설에 오히려 더 가까운 느낌이다.

불사의 삶을 살게 된 존재가 지닐 수 밖에 없는 한없는 외로움과 시대로부터의 소외,

그리고 그 존재의 운명에 또다시 챗바퀴돌 듯 돌아가는 타인의 운명들을 냉혹하고도 아름다운 화면 위로 보여주고 있다.

 

 

 

 

 

5.

 

[Vozvrashcheniye/the Return/리턴](2003) directed by Andrei Zvyagintsev(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 러시아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꼼짝하지 못했던 러시아 영화. 위대한 영화 전통을 가진 러시아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
그에 앞서 소통과 화해가 불가능한 이들의 비극을 진중한 표현력으로 보여준다.
어찌보면 페레스트로이카와의 서글픈 작별을 고하는 러시아의 불안정한 시대 모습을 성장통을 겪는 형제의 모습을 통해 은유한 것이라는 생각도 지울 수가 없다.

 

 

 

 

 

6.

 

[Du er ikke alene/You Are Not Alone/유아낫어론](1978) directed by Ernst Johansen, Lasse Nielsen/ 덴마크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엔딩 장면이 음악과 함께 어우러져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잔상을 남기는 영화.
아이들이 맞닥뜨려야하는 성과 권위에 이토록 순박하기 짝이 없는 사고와 태도로 대항(?)할 수 있다고 믿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짠하다.


 

 


7.

 

[Rushmore/맥스군 사랑에 빠지다](1998) directed by Wes Anderson(웨스 앤더슨) / 미국
조금씩 성장하면서 난데없이 찾아오는 사랑은 그 자체로 행복하지만, 그만큼 그로인해 상처를 받고 좌절하며 성장한다.
처음으로 만나는 인생의 스승과 사랑. 설레이는 마음만큼 사랑도, 소통도 수월하기만을 바라지만 우리도 역시 기억한다.
그 시절의 사랑은 설레임만큼 아픈 상처들로 가득했다고.
일방적인 사랑을 넘어 소통을 이해하고 세상으로 발을 내딛는 맥스의 모습이 담긴 아름다운 영화.


 

 


8.

 

[Les Quatre Cents Coups/400번의 매](1959) directed by  (프랑소와 트뤼포) / 프랑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9.
[Y Tu Mamá También/이투마마](2001) directed by Alfonso Cuaron (알폰소 쿠아론) / 멕시코
거장으로서의 싹수를 볼 수 있는,
소년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그 속에 잘 버무린 멕시코의 현실과 계급 충돌의 문제까지.


 

 


10.

 

[Boy A/보이 A] (2007) directed by John Crowley(존 크롤리) / 영국
보는 내내 '잭'의 과거가 어쨌든 새로운 모든 것 앞에서 설레이고, 두려워하며 용기를 내어 나가는 '잭'을 응원하게 된다.
한번의 결정적인 실수로 온전한 삶을 살 수 없는 소년에게 소박한 행복과 희망은 정말 누려서는 안되는 일들일까.
영화는 보는 내내 관객에게 묻는다. 이 아이의 고통을 이제 멈추게 해야하는 것인지를.

 

 

 


11.

 

[Juno/주노](2007) directed by Jason Reitman(제이슨 라이트만) / 미국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말한다. 그리 빨리 어른이 되려고 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들에게 가장 빛나는 순간은, 바로 지금을 사는 이 순간이라는 사실을 우리 어른들은 이해하려 하지 않지.
사랑과 성과 관계의 실타래가 심적인 성장과 함께 드라마틱하게 풀려나가는 아름다운 영화.

 

 

 



12.

 

[Le Gamin Au Vélo / 자전거 탄 소년] directed by Jean Pierre Dardenne, Luc Dardenne(다르덴 형제) / 벨기에
터질듯한 감정을 억누르고 대상을 꼼꼼하게 따라가는 카메라는 보는 이로 하여금 너무나 커다랗게 밀려오는 격정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고작 87분 러닝타임을 쫓는 내 심정은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다르덴 영화 중 희망적인 영화.
상처입은 소년의 마음을 보듬어 안는 여주인공을 통해 인내와 진정한 소통에 대해 설파하는 빛나는 영화.

 

 

 


13.

 

[Billy Elliot/빌리 엘리엇](2000) directed by Stephen Daldry(스티븐 달드리) / 영국
성장 영화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영화.
사회적 통념과 싸우고, 스스로의 현실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놀라운 설득력을 지닌 영화.
사실, 어른들이 봐야하는 영화.

 

 

 


14.

 

[Harold and Maude/해롤드 앤 모드](1971) directed by Hal Ashby(할 애쉬비) / 미국
걸핏하면 섬뜩한 자살소동을 벌이고, 생판 모르는 사람의 장례식을 기웃거리는 18세 해롤드, 그와 반대로 80의 나이지만

세상의 고루한 편견을 무시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모드.
성장영화라고 손에 꼽았지만, 이 영화에서의 해롤드는 이미 사랑의 진정한 의미와 방식을 이해하는 완성체다.
모드가 그에게 남긴 사랑스럽고 불꽃같던 기억을 안고 해롤드가 달려나갈 미래가 궁금할 뿐.
이 영화는 음악을 빼놓을 수 없으니 OST를 꼭 들어보시길.

 

 

 



15.

 

[Toto le héros/토토의 천국](1971) directed by Jaco Van Dormael (자코 반 도마엘) / 벨기에
아름답고 순수하며 잔인하다.


 

 


16.

[C.R.A.Z.Y/크레이지](2005) directed by Jean-Marc Vallée (장 마크 발레) / 캐나다
성정체성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다른 나라 이야기만이 아니다.
우리가 이런한 아이들의 처절한 괴로움을 남일로 치부하고 일방적인 사회적 잣대로 '틀렸다'고 말하는 순간,

이 아이들은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하지도 못한채 스스로에게 낙오된 자라는 멍에를 뒤집어 씌운다. 
이러한 사회보편적 인식은 모두가 '가족제도' 내에서 강요받게 된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가족제도 내에서 길들여지지 않는 정체성은 결국 사회에서도 방기하며 그 즉시 이단아로 낙인을 찍히는 법이니까.

 

 

 


17.

 

[Fish Tank/피쉬탱크](2009) directed by Andrea Arnold (안드레아 아놀드) / 영국
댄서를 꿈꾸는 거칠지만 오히려 순수한 미아(케이티 자비스)의 며칠간의 좌충우돌을 묵묵하게 따라간다.
떠나는 사람이나 떠나 보내야하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것은 같이 한 번 춤을 추는 것 뿐.

동생을 향해 고개를 돌리곤 사라지는 미아의 모습은 아주 깊은 여운을 남긴다. 

 

 

 


18.

 

[Son of Rambow/나의 판타스틱 데뷔작](2007) directed by Garth Jennings (가스 제닝스) / 미국
영화 속 진부한 어른들의 모습은 표현의 클리쉐가 아니라, 일상의 클리쉐일 뿐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반응하며 사회화를 이루며, 그 심한 열병 속에서 하루하루 성장해나가는, 최고의 성장영화 중 한 편.
이들을 '선도'라는 미명 하에 통제하려는 어른들의 보수주의적 행태는 끝까지 답답하기 짝이 없더라.
드라마적인 한방이 진득한 영화.

 

 

 


19.

 

[Fucking Åmål/Show Me Love/쇼우 미 러브](1998) directed by Lukas Moodysson (루카스 무디슨) / 스웨덴
너무 순위를 낮게 올린 것 같은...
사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성장영화. 오래전 몇 번 글을 올린 바 있다.

 

 

 


20.

 

[Heathers/헤더스](1988) directed by Michael Lehmann (마이클 레만) / 미국
스테디 컬트이면서 성장 영화.
가정주의 이데올로기가 해체되기 시작하면서 드러나는 팝콘 문화의 붕괴, 분노의 윤리학이 싸그리 융합되어버린 영화.

 

 

 


21.

 

[Almost Famous/올모스트 페이머스](2000) directed by Cameron Crowe (카메론 크로우) / 미국
상투적일 수도 있지만. 주변인으로서의 주인공이 서서히 자신의 인생의 중심으로 걸어나가는 모습을 담담하면서도 설득력있게 그려냈다.

 

 

 



22.

 

[Tomboy / 톰보이](2011) directed by Céline Sciamma (셀린느 사아마) / 프랑스
극도의 혼란과 분노를 통해서야만 자신을 얘기할 수 밖에 없는 우리로선 엉뚱하게도 이 영화를 보고 이러한 구성원들의 인식이 오히려 부러워지는.
작지만 힘있고, 조용하지만 충실히 성장기의 혼란스러운 감정과 미묘한 심리를 기가막히게 잡아낸 영화.


 

 

 


23.

 

[Få meg på, for faen/너무 밝히는 소녀 알마](2011) directed by Jannicke Systad Jacobsen (야니케 쉬스타드 야콥센) / 노르웨이
성적 호기심과 사랑을 혼동하는 청소년기의 모습을 덤덤하게 그려낸다.
수많은 내적 고민으로 가득찬 한국의 성장통에 비해 부러운 것은, 이들은 욕망에 솔직하다는 것.
반짝이는 엔딩씬이 기억될만한 영화.


 

 


24.

 

[This Is England] directed by Shane Meadows (쉐인 메도우) / 영국
2006 / Crime, Drama / UK
대처리즘, 실직, 강제적/인위적 경제 부양... 포틀랜드 전쟁.
위선의 유니언잭 뒤로 숨은 영국 사회의 폭력성. 이를 지나치며 고통스럽게 성장하는 소년의 이야기.

 

 

 


25.

 

[Donnie Darko/도니 다코](2001) directed by Richard Kelly (리차드 켈리) / 미국
성장통의 끝에 다다르게 되어 내린 결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세상.

 

 

 


26.

 

[여고괴담 2](1999) directed by 김태용, 민규동 / 한국
여고괴담 시리즈 중 유일하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영화.
그 화려한 구성의 LE 버전 DVD로 갖고 있는 영화.
한국이라는 나라가 갖고 있는 소재의 한계를 실험의식과 꼼꼼한 눈으로 확장시킨다.


 

 


27.

 

[Hævnen / In a Better World / 인 어 베러 월드] directed by Susanne Bier (수잔 비에르) / 덴마크
캡쳐로 잡아낸 저 장면은 이 영화를 통털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야만과 지성의 사이에서 스스로를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 지에 대한 고집을 보여주니까.

 




28.

 

[천하장사 마돈나](2006) directed by 이해준, 이해영 / 한국
유쾌하고 설득력있지만 한바탕 파티는 이 모든게 꿈이라고 말하는 느낌이 든다.

 

 



29.

 

[Stand By Me/스탠드 바이 미](1986) directed by Rob Reiner (로브 라이너) / 미국
잔인한 소년 동화.


 

 


30.

 

[リリィ シュシュのすべて/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 directed by Iwaii Shunji (이와이 슌지) / 일본
아들에게 조만간 꼭... 보여주고 싶은 영화.
이와이 슌지가 거장이라는 이름을 들어 마땅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 영화.



 


31.

 

[Ghost World/판타스틱 소녀백서](2001) directed by Terry Zwigoff (테리 즈비고프) / 미국
똑같은 관심과 똑같은 인생의 목표만이 지상 과제인 우리나라에 오히려 더 적합한 영화.
시스템이 만들어낸 동질감이란게 얼마나 수많은 이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옥죄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들에겐 이 세상은 그저 쓸쓸한 고스트 월드일 뿐.

 

 



32.

 

[the Breakfast Club/조찬클럽](1985) directed by John Hughes (존휴즈) / 미국
두고두고 회자될 수 밖에 없는 존 휴즈의 수작.


 

 


33.

 

[the Squid and the Whale/오징어와 고래](2005) directed by Noah Baumbach (노아 바움바흐) / 미국
중산층 가족 이데올로기가 진작에 해체된 미국 사회에서 성장기의 아이들이 겪는 아픔을 냉정한 시선으로 표현한 영화.

 




34.

 

[Ferris Bueller's Day Off/페리스의 해방](1986) directed by John Hughes (존 휴즈) / 미국
소박한 소재, 한바탕 소동, 그 끝에 찾아오는 알싸한 희열.
그리고 그 희열이 곧 우리들의 청소년기였음을 의미하는 영화.


 

 


35.

 

[Easy A/이지 A](2010) directed by Will Gluck (윌 글럭) / 미국
이 영화의 설정은 따지고보면 이 모든게 다 현실 불가능한 이야기다.

성장의 고통을 이토록 바보같을 정도의 낙관스러움으로 일관한 영화는 현실을 왜곡하는 영화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재밌고 인상적이다. 스스로 주홍글씨 표식을 가슴에 붙이고 그 상황을 즐기는 그녀의 도도함과
당당함이 오히려 이 시대엔 더 필요하기도 하고, 이런 풋풋한 감정들이 영화 속에만 있지 않을 거야라는 막연한 희망도 갖게 된다.



 


36.

 

[은하해방전선](2007) directed by 윤성호 / 한국
이 영화는 정말 맨정신으론 할 수 없는 멜로를 가득 담고 있으면서 대상을 보듬아 안는 괴력을 발휘한다.
자신의 말과 생각에 익숙하기 때문에 소통할 수 없는 이야기.
보석같이 빛나는 한국의 진정한 인디 영화.


 



37.

 

[Kids Return/キッズリタ ン/키즈 리턴](1996) directed by 기타노 다케시 / 일본
뒤돌아보면...
아직 모든 것이 낯설기만한 우리 학창 시절에 우린 정말 수도 없이 많은 감내하기 힘든 결정과 어른들의 시선을 감내해야했던 것 같다.


 



38.

 

[the Chumscrubber/춤스크러버](2005) directed by Arie Posin (아리 포신) / 미국
미국의 중산층 가족에 대한 이데올로기 신화는 사실상 60년대의 미국을 지탱하게 했던,

아메리칸 드림의 목표이기도 했던 상징과도 같았기 때문에 이러한 중산측 가정의 해체와 붕괴는 인디 영화씬을 중심으로 수도없이 다뤄지고 있다.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소통의 부재가 존재하고, 현실은 말랑말랑한 영화와 달리 조금도 가차없이 잔혹하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영화.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 문제와 전력으로 부딪힌 이에게 일말의 희망이 있다는 여운을 던져주기도 하는 영화.



 


39.

 

[Dazed and Confused/멍하고 혼돈스러운](1993) directed by Richard Rinklater (리차드 링클레이터) / 미국
레드 제플린의 곡.
그야말로 멍때리는 아이들의 난장을 그린 영화지만, 그 난장이 단순히 우리처럼 '울분'때문만이 아니라는게 더 와닿는다.


 

 


40.

 

[Superbad/수퍼배드](2007) directed by Greg Mottola (그렉 모톨라) / 미국
이 엄청난 하룻밤 소동극 후에, 그들의 현실은 조금도 나아진게 없지만 이들은 그 만신창이가 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삶과 부딪히는 법을 배우게 된다.

오히려 전혀... 교훈적으로 그려지지 않아 더욱 공감이 가는 영화. 





41.

 

[Kids/키즈](1995) directed by Larry Clark (래리클락) / 미국
래리클락의 문제작.
사실 대단히 진부한 소재를 지나칠 정도로 충격적인 영상으로 풀어냈다는 느낌도 있고, 에이즈에 대한 다소 빗나간 시선도 거슬리지만

소위 어른들이 그 존재 자체를 지워버린 사회에서 스스로 버텨내야하는 아이들의 끝모를 일탈을 담아냈다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겠더라.

 


 


42.

 

[Flipped/플립](2010) directed by Rob Reiner (로브 라이너) / 미국
요즘 세상엔 줄리같은 아이가 없을거라는 생각을 하면 씁쓸해지기도 하지만...

상대방을 인정하고 상대의 마음에 공감하며 그걸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사랑의 첫 단계라는 걸 이 영화는 너무나 애틋하고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럼에도 결코 감정의 세세한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고 말이다.


 

 


43.

 

[Igby Goes Down/이그비 고즈 다운](2002) directed by Burr Steers (부르 스티어스) / 미국
청소년기의 방황의 대부분의 이유는 가족 내에서 찾아야하는 법.
많은 아이들이 자신이 그토록 닮기 싫어하는 부모와 자신이 닮아간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애쓴다.
이 영화는 그러한 방황을 극단으로 몰아간다. 마치 '호밀밭의 파수꾼'을 연상시키는 영화.
어줍잖은 화해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그래서 더욱 관람의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

 




44.

 

[Sommersturm/썸머스톰](2004) directed by Marco Kreuzpaintner (마르코 크로이즈패인트너) / 독일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세간의 기준에 맞춘다는 것은 그들에게 또다른 폭력을 가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 영화를 보면 느낄 수 있겠더라. 성장통이라는 것은 진심으로 스스로를 이해해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적극 추천하는 영화.


 

 


45.

 

[Bridge to Terabithia/비밀의 숲 테라비시아](2007) directed by Gabor Csupo (가버 추보) / 미국
아름다운 영화.
가슴 한 구석이 찡하니 아려오는 영화. 진정한 성장통을 보여주는 영화...
정말 아이들을 위한 판타지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영화.
안나 소피아 롭이란 보석을 건진 것도 대단한 행운.



 


46.

 

[파수꾼 / Bleak Night](2010) directed by 윤성현 / 한국
비극적인 사고가 그들에게 닥쳐도 대학을 위해 공부해야하고 역시 학교에 다녀야하는,

인생의 비극이 replay버튼이 고장난 영상보듯 넘어가버리는 그들에겐 이 커다란 상흔을 치유할 여유마저 없다.
이게 딱 우리네 괴물이 되어버리는 아이들의 모습이고.



 


47.

 

[Winter's Bone/윈터스본](2010) directed by Debra Granik (데브라 그래닉) / 미국
암담한 소녀 가장이 헤쳐나가야하는 매몰찬 현실을 러닝타임 동안 목도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사라진, 아마도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아버지를 찾아 마약과 폭력으로 얼룩진 지역의 범죄 공동체를 헤집고 다니는 비참한 현실로부터 이 영화는

그 어떤 책임없는 희망따위는 얘기하지도 않는다.
시스템이 공적인 책임을 거부하거나 방임하기 시작할 때 빈곤을 감당해야하는 건 바로 아이들 자신이고,
그런 세상에서 아이들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을 온 몸으로 맞닥뜨려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한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48.

 

[Secondhand Lions/세컨핸드 라이온스](2003) directed by Tim McCanlies (팀 맥칸라이즈) / 미국
동화와도 같은 빛나는 성장 이야기.
어른다운 어른을 볼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쓸쓸함이 진득하게 배어나오는 영화.


 



49.

 

[Thumbsucker/썸써커](2005) Directed by Mike Mills (마이크 밀스) / 미국
Elliott Smith의 선율로 가득 차 있는 이 영화.
[Chumbscrubber,the]나 [Pretty Persuasion]과 같은 미국의 중산층의 붕괴를 하이틴에이저의 삶을 중심으로 풀어 내가는 사실상... 서슬퍼런 블랙 코미디.


 

 


50.

 

[명왕성](2012) directed by 신수원 / 한국



 


51.

 

[ンダリンダリンダ/린다 린다 린다](2005) directed by 야마시타 노부히로 / 일본


 



52.

 

[Iluzija/Mirage/신기루](2004) directed by Svetozar Ristovski (스베토짜르 리스토프스키) / 마케도니아






53.

 

[Welcome to the Dollhouse/인형의 집으로 오세요](1995) directed by Todd Solondz (토드 솔론즈) / 미국



 


54.

 

[Napoleon Dynamite/나폴레옹 다이나마이트](2004) directed by Jared Hess (자레드 헤스) / 미국



 


55.

 

[時をかける少女/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directed by 細田守 / 일본
굳이 이지메와 폭력, 자살을 다루지 않아도 10대의 빛나는 순간을 이처럼 잡아낼 수 있다면, 그건 경이로운 희열 그 이상이다.
인생의 빛나는 순간, 그 순간 하나하나를 얼마나 소중히 감싸 안아야하는 지를 자연스럽고 설득력있으며 사랑스럽게 표현한 애니메이션.


 



56.

 

[Adventureland/어드벤쳐랜드] directed by Greg Mottola (그렉 모톨라) / 미국
단순한 코미디로 보기엔 이 영화는 그 위트 속에 자본주의의 힘의 논리에 속절없이 무기력한 미국의 모습이 너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무한자유경쟁의 허울 아래, 사랑도 꿈도 모두 포기하고 좌절해야하는 젊은이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코미디의 장르적 보편성을 빌어 만들어낸 이 영화에

난 박수를 보낸다


 

 


57.

 

[Hallam Foe/할람 포](2007) directed by David Mackenzie (데이빗 맥킨지) / 영국
이 영화에선 관음과 섹스, 성장통, 붕괴된 가족이 모조리 등장한다. 게다가 그 수위는 [Igby Goes Down]만큼 갈때까지 가고.
도대체 수습을 어떻게 하려고 하나할 정도로 말이지.
이 영화에선 이 갈등의 요인을 봉합하기보단 극단으로 가도록 방치한다. 그리고 그 끝에서 양보와 이해가 아닌 철저한 '포기'로 성찰을 하는 방식을 택한다.

난 차라리 이런 영화가 더 솔직하다고 보여집니다. 어설픈 교훈보다는 극단의 끝에서 오히려 포기함으로써 상대를 인정하는. 너무 우울한 방식일까...?



 


58.

 

[the Virgin Suicides/처녀자살소동](1999) directed by Soffia Coppola (소피아 코폴라) / 미국



 



59.

 

[Mannen Som Elsket Yngve/잉베를 사랑한 남자](2008) directed by Stian Kristiansen (스티앙 크리스티안센) / 노르웨이
세월이 흐른 뒤 우리의 성장기를 되돌아보면 우린 한없는 그리움과 약간의 부끄러움, 그리고 가슴 짠한 설레임과 후회를 모두 느끼게 됩니다.

어른들은 자신들도 그런 시기를 보내왔다고 큰소리치면서 마치 청소년들을 이해하는 척 하려고 들지요.
이 영화는 젊음을 반추하는 시선을 결코 높은 곳에서 내려 보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는 빛나는 청춘, 하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청춘에 대한 강한 연민과 애정이 담겨 있어요.
특히 마지막 장면은 너무나 인상적이지요. 게다가 Joy Division의 곡제목과 가사도 기가막히게 잘 어울립니다.




 


60.

 

[Nói albínói/노이 알비노이](2003) directed by Dagur Kari (다구를 카리) / 아이슬랜드

 

 

 

 

 

 

 

 

 

 

 

[Gravity/그래비티]를 IMAX로 못보고 넘어가나 싶다가 아직 아이맥스 상영하는 곳이 있어서 토요일 조조로 식구들 다같이 보러 왔다.
인천 CGV.
인천살면서도 인천 CGV는 거의 안가고 대부분 일산으로 갔는데 얼마전 끝물의 [설국열차]와 역시 아이맥스 끝물의 [그래비티]를 보러 인천 CGV에 오는구나.

 

인천 CGV 아이맥스 - 아이폰4 로 찍음. (카메라를 안가져갔음.-_-;;;)


난 전에도 페이스북에서 언급했지만 아이맥스를 원한거지 아이맥스 3D를 원한게 아니다.
그리고 아이맥스 중에서도 인천 CGV 아이맥스는 정말... 만족도 떨어지는 화면크기 아닌가...?
아무튼 영화를 보는 내내 이걸 정말 제대로 된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또렷하고 생생한 2D로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직까지 3D는 영화를 잠깐 씹고 버리는 껌처럼 느끼게하는 경향이 확실히 있다.
예전처럼 액션/오락 영화가 마냥 신나게 즐기는 킬링 타임용이 아닌, 연출자의 철학이 제대로 담긴 경향이 강해지는 요즘엔 특히 더.


감독이 알폰소 쿠아론이다.
내겐 그 감독 이름만으로도 이 영화는 필견의 대상인 이름.
2007년인가? 개인적으로 그해 가장 인상적인 영화로 꼽았던 [Children of Men/칠드런 오브 멘]의 감독.
해리포터의 극장판 시리즈 중 내가 유일하게 세번 이상 봤던 3편 [아즈카반의 죄수]의 감독.
그리고 섹스와 청소년의 성장기를 거침없으면서도 농밀하게 풀어낸 [Y Tu Mama Tambien/이투마마]의 감독.
전작들만으로도 나처럼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신작을 편협할 정도로 기대하는건 나뿐만이 아닐 듯.
그리고 이 신작을 입소문이 한바탕 휩쓸고 간 지금에서야 보게 됐다.

누가봐도 전형적인 재난영화.
지구를 바라보는 우주 한복판에서 갑작스럽게 닥친 재해로 인해 주인공이 재난을 당하고

그로부터 무사히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재난이 닥쳐오는 과정이나 이를 해쳐나가는 과정,

주인공이 안고 있는 개인적인 아픔등이 기존의 재난 영화에서 한발자욱도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전형적인 재난영화다.
전형적인 재난영화라는 점은 영화 형식뿐 아니라 영화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닥터 스톤의 딸이야기는 처음엔 너무 진부적인 소재여서 살짝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다행히 이 살짝 당혹스러울 정도로 뻔한 소재는 이후 제법 강렬한 울림으로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그래비티]에서 보여주는 우주, 그리고 그 속에서 주인공들의 움직임등은 대단히 사실적이어서 상당한 몰입감을 선사하는데,

내가 아는 약간의 지식만으로도 이 영화는 분명히 과학적인 오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과학적인 오류가 영화 보는 내내 그닥 거슬리지 않았다는 것은

이 영화의 드라마틱한 상황들이 영화가 지닌 과학적 오류를 충분히 압도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이 영화 속의 급박한 드라마틱한 상황들은

우리들 일상에선 체험할 수 없는 무중력 상태에서 벌어지게 되는데, 그러한 무중력 상태에서의 위기 상황을 아마도 처음으로 제대로 구현한 영화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 이전까진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도 정말 사실적으로 무중력 상황을 재현했지만, 재난의 소재로서 다가온 것은 아니었고,

대부분의 우주 재난 영화들은 어느 정도의 중력을 어설프게 그려내는데 그치고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경도되었던 것은,
흔히 우주 속의 인간을 표현하면서 한낱 작은 존재 정도로만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비티]에서는 한없이 작은 존재로서의 인간이지만

그 빛나는 태양이 동터오는 우주에서의 장관인 지구의 모습만큼이나 빛나는 인간의 생명을 동등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서 우주와 우주에서 본 지구라는 공간은 멀고도 압도적인 존재와 공간인 동시에

숭고한 인간의 삶에 대한 열정을 반영하는 그릇의 역할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점이 내가 이 영화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고.


*
확실히 산드라 블럭은 제2의 전성기다.
이 영화에서도 그녀의 연기는 훌륭하더라.
초반의 클리셰를 잘... 벗어난 그녀에게 박수를.


**
다시말하지만 제대로 된 아이맥스관에서 3D가 아닌 2D로 광활한 우주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
오늘 인천CGV 아이맥스관의 관람객들의 태도는 뭐... 박수를 보낸다.
부탁인데 남에게 그리 방해를 줄 생각이면 집에서 그냥 파일 다운받아서 봤음하는 바램이 있다.
영화 시작 30분이 넘어서(이 영화 러닝타임이 고작 90분) '우리 자리다'라며 실랑이를 하질 않나...
화장실에 무슨 순번정해서 가는 듯 끊임없이 영화 도중 상영관 밖으로 나가고, 그것도 조용히 나가지도 않아. 정말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쿵쾅거리면서....
그리고 난 확실히 적응이 안된다.
이놈의 팝콘 먹는 소리, 팝콘 박스 계속 부시럭거리는 소리.
아... 정말 적응이 안돼.

 

 

 

 

 

 

 

 

 

 

 

 




Disconnect/디스커넥트

Directed by Henry Alex Rubin (헨리 알렉스 루빈)

2012 / 115min / US
Jason Bateman(제이슨 베이트먼), Jonah Bobo(조나 보보), Haley Ramm(할리 람), Alexander Skarsgard(알렉산더 스카스고드), Andrea Riseborough(안드레아 리즈보로우)

Frank Grillo(프랭크 그릴로), Max Thieriot(맥스 띠에리옷), Colin Ford(콜린 포드)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은 인간의 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변화시켰다고 일컬어지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이로인한 사회적인 부작용도 심각하게 발생하는게 사실입니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단순히 오프라인의 face to face가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해 쉽게 이어지고, 쉽게 끊어지는 차원을 넘어서 인간의 인격조차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분리되어 전시되고 평가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비록 온라인의 인격은 실재하는 자신의 인격을 반영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을 전시하면서 현실과는 전혀 다른 인격을 만들고

(얼터 이고의 차원이 아니라) 그렇게 이중적인 인격을 유지하는 경우도 많아요.
또 반대로 그 이중적인 인격의 관계가 역전되어 오히려 자신이 만들어낸 온라인의 캐릭터가 현실의 자신보다 더더욱 솔직해지는 현상도 종종 보게 됩니다. 
하지만 내가 온라인에 포스팅한 나의 일상이 내가 노출을 허락한 폐쇄적인 그룹을 넘어 의도치 않게 일방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고, 

단 한장의 사진만으로 내가 살아온 인생 자체를 심판받는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종종 벌어집니다.
이 영화는 궁극적으로는 네트워크에 함몰되어 결국엔 오프라인에서 극단적인 피해를 입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현실에서의 진정한 소통이 온라인의 파편화된 삶과 가치를 구제한다고 얘기하는 듯 합니다.
제목 'Disconnect'는 바로 감독이 이야기하고자하는 바일 수도 있어요. 바로 지금 이 순간, Disconnect하고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하라는 이야기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전 이 영화를 보고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정말로 네트워크로 인해 피해를 본 것인가?라는 물음을 갖게 됩니다.
시규어 로스와 라디오헤드를 좋아하며 음악을 만들지만 현실에선 외톨이였던 벤 보이드(조나 보보)는 자신을 놀리기 위해 만들어진 가공의 인물 '스테이시'로 인해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행복을 느낍니다.
아이를 잃은 후 남편과의 관계가 극도로 소원해진 신디(폴라 패튼)가 유일하게 위안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얼굴 한번 보지 못했던, 

해커에게 자신의 pc를 침입당해 프록시 서버로 사용당해버렸던, 아내를 잃어 외로운 어느 커뮤니티의 남자였습니다.
그들의 일상이 파괴된건 온라인의 무언가때문이 아니라, 바로 오프라인의 비도덕적 개입때문이었죠.
이건 지방 방송국 리포터인 니나(안드레아 리즈보로우)가 특종을 위해 섹스 영상 채팅을 하는 젊은 카일(맥스 띠에리엇)의 삶을 의도치않게 

위협하게 되는 설정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자신의 윤리관념과 사회적 통념에 따라 마음대로 상대방을 재단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마치 자신의 양심대로 상대를 위하는 일이라고 착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거죠. 
결국 온라인에서 그것이 가식이든, 아니든 유일한 위안을 얻고, 생계를 이어나갈 힘을 얻은 이들은 현실(오프라인)의 개입으로 인해 다시 좌절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니까... 제목이 [Disconnect]인 이유는 백해무익한 네트워크를 끊으라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서만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가족 또는 친구를 위해 끊어진(disconnected) 현실의 소통 관계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라는 의미라고 느꼈어요.

*
여러 주인공들이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는 구조는 우리가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구요.

**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벤 보이드 역의 Jonah Bobo는 [Crazy, Stupid, Love]의 바로 그 아들입니다.









the East/더 이스트

Directed by Zal Batmanglij (잘 바트만리지)
2013 / 116min / UK

Brit Marling(브릿 말링), Alexander Skarsgard(알렉산더 스카스고드), Ellen Page(엘렌 페이지)

자본주의가 가장 이상적인 체제가 될 수 없는 것은 자본주의가 궁극적으로 자본의 증식을 목표로 한다는 점입니다.
한정된 재화를 통해 자본의 증식을 누리려면 체제가 일방적인 평등성을 보장하지 않는 한 자본의 쏠림이 발생할 수 밖에 없으며, 

시스템이 자본의 쏠림을 보완할 만한 대안을 내놓지 않는한, 다수는 반드시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자본쏠림현상을 사회적인 시스템으로 커버하려고 하면 종북좌파, 빨갱이라고 말을 하죠. 가장 행복한 국가로 몇년 동안 내내 10위 안을 채우는 

대부분의 나라가 북유럽 국가들이고, 그들이 표방하는 사회체제가 사민주의-사회민주주의-라는 사실은 죽어도... 얘기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더 이스트]는 대기업의 횡포로 인해 피해를 입고, 나아가선 목숨을 잃고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는 현실을 사회적인 시스템이 타개할 힘이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자신들이 직접적으로 대기업을 향해 복수를 펼치는 '더 이스트'라는 행동주의 단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FBI 출신의 주인공 사라(브릿 말링)가 대기업의 사주를 받아 

대기업을 반대하는 단체들의 실체를 파악하는 힐러 브로드라는 회사에 입사하고, 그녀가 '더 이스트' 단체에 잠입한 후, 

역으로 그들이 추구하는 목적과 가치에 동화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보는 내내 '더 이스트'라는 단체가 결코 공권력에 의해 해체되거나 포획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게 되더군요.
우리가 그야말로 야만의 시대를 살고 있는 탓일 거에요. 멀쩡한 우리 강의 줄기를 잘라버리고는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개악되어버려 수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앞으로 대대손손 그 피해를 감수해야하는 우리 후대에 대한 죄악을 짓고도 아무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뻔뻔한 기득권을 보다보니 오히려 

'더 이스트'같은 단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드는거죠.
이건 위험한 생각이라고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더 이스트'의 복수를 통해 대리만족하신 분들도 어디 한둘이 아닐거에요.

답답합니다.
지금 일본의 방사능 유출로 인한 항간의 소문들에 대한 정부의 태도만 봐도 그래요.
일본 방사능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처벌한다고 우리나라 총리라는 사람이 직접 얘기했죠.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정말 큰 문제는 이러한 수많은 의혹에 대해 왜 개개인이 정보를 취합하고 판단하는 지경까지 방치했냐는 겁니다.
수많은 정보에 대한 진위를 검증하기 힘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는 글들을 통해 현실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정부 관리라는 인간들은 그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명백한 음해이며 유언비어입니다'란 소리만 하니 사람들의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데 말이죠.


*
이 영화 역시 브릿 말링(Brit Marling)이 시나리오 참여했습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와는 이전에도 독특한 신비주의 단체에 대한 영화였던 [Sound of My Voice/사운드 오브 마이 보이스]에서도 작업한 바 있는데요. 

그때도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었어요. (그래서 비밀단체에 대한 느낌이 어느 정도 비슷한 느낌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역시 독특한 SF였던 [Another Earth/어나더 어스]의 시나리오도.
그녀가 출연하는 영화는 대부분 자본주의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비트는 영화들이에요.









Jobs/잡스

Directed by Joshua Michael Stern (조슈아 마이클 스턴)

2013 / 128min / US
Ashton Kutcher(에쉬튼 커쳐), Dermot Mulroney(덜못 멀로니), Josh Gad(조쉬 가드)

이 영화가 스티브 잡스를 '지나치게' 미화했다라는 일부의 평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쉴드치는게 아니에요)
이 영화의 진짜 문제는 스티브 잡스를 대단히 피상적이고 단순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이 정도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는 피상적이기 짝이 없는 영화라면 그냥 잡스의 생전 얼마 안되는 인터뷰나 주변 인물의 인터뷰를 따서 다큐로 만드는게 낫죠.
그리고 전기 영화 대부분이 사실을 곡해하는 경우가 많다지만, 이 영화는 아주 중요한 부분에서 사실 관계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지적받아야합니다.
잡스의 동반자였던 워즈니악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말입니다.
워즈니악은 애당초 이 영화에 조언을 할 계획이었으나 대본을 보고 컨설팅을 거부했다죠.
대신 지금 아론 소킨(Aaron Sorkin)이 쓰고있는 새로운 스티브 잡스에 대한 영화에 컨설팅을 하고 있답니다.
아론 소킨이 그동안 보여준 영화([소셜네트워크], [머니볼]등)로 미루어보아, 인물에 대한 밀도있는 표현을 기대해봅니다.

이 영화는 그닥 얘기할 만한 부분이 없어요.
지나치게 오글거리는 초반부도 그렇고, 애쉬튼 커쳐의 'fan thing' 수준의 연기도 그렇고.
스티브 잡스라는, 일종의 신화가 된 사람에 대해서 이렇게 아무런 표현도 못한 영화라니... 그냥 더 얘기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이 영화는 잡스...가 아니라 짭스...라고 표현하는게 더 어울릴 것 같아요.










This Is the End/디스 이즈 디 엔드

Evan Goldberg(에반 골드버그), Seth Rogen(세스 로겐)
2013 / 107min / US
Seth Rogen(세스 로겐), James Franco(제임프 프랭코), Jonah Hill(조나 힐), Danny McBride(대니 맥브라이드), Craig Robinson(크레이그 로빈슨)
Emma Watson(엠마 왓슨), Michael Cera(마이클 세라)

요근래 지구 종말에 대한 영화들이 유난히 많이 보입니다.
지구 내부의 갈등으로 인해 종말로 치닫는 영화, 질병으로 인해 종말로 치닫는 영화, 천재지변(운석포함)으로 인해 종말로 치닫는 영화, 
외계인에 의해 종말을 맞이하는 영화... 수도 없이 많아요.
이중 가장 어처구니없는 지구의 종말은 아마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2005)인 것 같습니다. 
우주에 길낸다고 그냥 한방에 지구를 끝내버리니까 말입니다.-_-;;;
가장... 절망적인 모습이 드러난 영화로는 [노잉/Knowing]과 [멜랑콜리아/Melancholia]가 떠오르네요.
[노잉]은 종말을 맞이하는 인류의 무기력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알렉스 프로야스의 어두운 감성이 잘 드러났단 생각이 들었고, 
[멜랑콜리아]는 현대인들의 거대한 우울증을 통해 관계와 정서, 그리고 육체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무거운 영화로 기억됩니다.
가장... 짠한 느낌을 준 지구 종말 영화라면 아무래도 [세상의 끝까지 21일/Seeking a Friend for the End of the World]가 떠오릅니다. 
마지막 스티브 카렐과 키이라 나이틀리의 모습은 정말 긴 여운이 남더군요.
인류 종말을 다룬 영화 중 현재 제가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는 영화가 있는데, 
이 영화는 10월 국내 개봉한다고 하죠.

아무튼... 영화로 돌아와서,
내가 사는 지구, 길어봐야 90년 남짓 사는 지구이다보니 내 살아있는 동안 멸망할 일이 있겠어? 태양은 몇십억년 후에야 팽창하고 붕괴한다며?라고 말하지만, 
적어도 영화 속에서 종말을 맞이하는 이들은 우리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난데없이 종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매개가 되는 대상이 좀비든, 핵미사일이든, 천재지변이든 말입니다.
마치 영원할 것같던 인류의 삶이 한순간에 예고도 없이 끝장나버린다면 상상만 해도 뭔가... 복잡한 심경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끔찍하다는 차원이 아니라, 뭔가 심리적인 위안의 마지노선이 무너지는 그런 느낌 말이죠.

여기... 그러한 갑작스러운 인류의 종말을 아주 작정하고 병맛스럽게 다룬 영화가 있습니다.
[Pineapple Express/파인애플 익스프레스](2008)와 [Superbad/수퍼배드](2007)의 출연진들이 총망라되고 여기에 내로라하는 셀러브러티들이 잠깐 나오고 
소모되는 영화인 [This Is the End/디스 이즈 디 엔드]가 바로 그 영화죠. (이들의 대부분은 Judd Apatow의 영화에도 모습을 보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모두 실명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Seth Rogen은 Seth Rogen으로 등장하고, James Franco도 James Franco로 등장하는거죠.ㅎ 
힙스터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Jay Baruchel(제이 버루첼)이 세스로겐을 만나러 L.A에 오게되고, 파티문화를 싫어하는 제이는 내키지 않지만 
세스 로겐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제임스 프랭코의 성같은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하게 되죠.
거기엔 뭐... 마이클 세라, 크리스토퍼 민츠 프래지는 물론이고, 엠마 왓슨(Emma Watson), 심지어 리한나(Rihanna)도 있습니다.
이들은 흥청망청 의미없는 말들을 주고받으며 파티를 즐기고 있는데, 
자리를 피해 편의점에 들른 제이와 세스는 갑자기 엄청난 진동이 일어나면서 주변 사람들 중 일부가 하늘에서 내려온 파란 광선에 의해 하늘로 이끌려 사라지는 걸 보게 됩니다.
이 사실을 처음엔 믿지 않던 헐리웃 스타들은 이후 벌어진 일들에 의해 뿔뿔이 흩어지거나 거대한 지각 틈 사이로 추락해 사망하게 되지요.
(헐리웃 스타들이 단발마의 비명을 외치고 소모되듯 휙휙 사라지는 모습은 묘한 느낌을 줍니다)
결국 제임스 프랭코의 집에 남게된 조나 힐, 세스 로겐, 제임스 프랭코, 제이 버루첼, 크레이그 로빈슨...그리고 여기에 대니 맥브라이드가 가세하면서 
이들은 본격적인 지구 종말의 상황에서 생존하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서로의 존재를 믿고 의지하게 되고 이야기를 나누며, 일종의 자신들의 룰을 만들어 버티기 시작하죠.
물론... 겉으로 드러난 신뢰의 관계는 대단히 표피적이고 위선적일 뿐이고, 이들의 얄팍한 관계를 그대로 폭로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숨겨왔던 것들, 위선과 거짓이 하나둘 까발려지고, 관계는 해체되고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한 치기와 아집, 이기심이 하나둘 까발려집니다. 
밖에선 세상이 불에 휩싸여 타오르고, 온갖 정체모를 괴물들이 활보하는데 말이죠.
그러니, 애당초 이 영화는 지구의 종말을 진지하게 다룰 마음은 없습니다.
왜 그런거 있잖아요, 사랑하는 이들끼리 난 세상이 멸망한다고 해도 널 사랑할거야... 뭐 이런 오글거리는 멘트들.
아마도 이 영화는 그런 오글거리는 멘트를 영화로 만들어버린 거대한 농담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단순히 장난스럽지만은 않아요.
이 영화 속엔 피상적인 관계가 속을 까발리고 진지한 관계에 대한 성찰로 든든해지는 관계를 생각보다 진중하게 다루고 있으니까요.
걸핏하면 서로를 험담하고 디스하는 헐리웃 문화를 대놓고 까대는 의도도 명확합니다.

아무튼...
정말 웃기지만,
그만큼 재밌고 시원합니다.


*
이 영화에서 '휴거'를 다룹니다. 
기독교적인 요소인 '휴거'는 제가 좋아하는 안나 켄드릭이 출연한 [Rapture-Palooza/랩쳐 팔루자]에서 더 원론적으로 다뤄집니다. 
물론 그 영화도 진지드시는 영화는 아니에요.


**
난 기독교가 싫은데 '휴거'를 다뤘다니 보기 싫다...라는 분 혹시 계신다면 염려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 영화는 결코 기독교적인 관점의 종말론을 다룬 영화가 아닙니다.
케빈스미스의 [Dogma/도그마]에는 대놓고 천사들이 나오지만 어디 그 영화가 기독교를 존중하는 영화였던가요?
여기서도 붉게 타오르는 대지와 휴거...등은 그저 이 영화의 주인공들을 도드라지게 하는 양념같은 역할일 뿐이에요.
그건 바로 위에 언급한 또다른 종말론적 영화 [랩쳐 팔루자]도 마찬가지입니다.


***
주인공들이 제임스 프랭코 집에서 옴싹달싹 못하고, 시야 확보가 거의 안되는 밖에는 어처구니없는 괴물들이 활보하는 설정은 프랭크 다라본트(Frank Darabont) 
감독의 2007년작이자... 정말 그 찜찜한 엔딩이 두고두고 회자된 [the Mist/더 미스트]를 연상케합니다. 그리고...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일행을 경멸하며 밖으로 나섰다가 버림받은 자들의 우두머리가 되어버린 모캐릭터와 그 일행의 모습은 코맥 맥카시의 비극적인 소설을 영화화한 
존 힐콧 감독의 [the Road/더 로드]와 짐 미클 감독의 [Stake Land/스테이크 랜드](2010)를 연상시킵니다.










[Only God Forgives/ 온리 갓 포기브스(2012)


Nicolas Winding Refn (니콜라스 윈딩 레픈)
2012 / 90min / Denmark, France, US 

Ryan Gosling(라이언 고슬링), Vithaya Pansringam(비타야 판스링감), Yayaying Rhatha Phongam(야야잉 라타 퐁감), Kristin Scott Thomas(크리스틴 스캇 토마스)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Alexandro Zodorowsky)는 영화 좀 보는 분들이라면 그 이름 한번 들어보지 않은 자가 없을 겁니다.
영화는 생각만큼 많은 분들이 보지 못했지만 그 이름만큼은 전설처럼 남아있죠.
우리나라에선 그의 영화를 컬트의 범주에 넣어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의 영화들이 결코 헐리웃과 화해하지 못하고 

미국의 심야상영관을 전전했는지를 제가 잘 알지 못하니 이 부분에 대해선 뭐라 말을 못하겠네요.
조도로프스키의 영화 중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성스러운 피/Santa Sangre]에서도 드러나지만, 

그의 영화에선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나 남성성에 대한 증오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웨스턴 영화가 마카로니 웨스턴이나 마르크시즘을 결부시킨 영화로 갈팡질팡할 때 웨스턴의 리얼리티를 깨부시고 기이하고도 서사적인 신화의 공간으로 

철학적인 물음을 이뤄낸 [엘 토포 / El Topo], [엘 토포]에 열광하여 존레논이 제작비 전액을 지원했던 그의 차기작 [홀리 마운틴 / Holy Mountain]등 

영화사에서 그만큼 자신의 철학을 고집하며 수많은 철학적 함의를 가득 담은 영화들(종교, 신화, 프로이드, 융...의 수많은 상징들이 영화에 담겨있습니다)을 

비타협적으로 만든 감독은 그리 흔하지 않죠.

수박 겉핥기식이지만 조도로프스키 감독을 언급하는 이유는 

니콜라스 윈딩 레픈(Nicolas Winding Refn)의 최근작이니 2012년작 [Only God Forgives/온리 갓 포기브스]가 바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에게 바치는 오마쥬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전에 명확히 언급돼요.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은 정말... 오래전에 우연찮게 동네 비디오가게에서 비디오 빌려서 봤다가 열광하게 된 [Pusher/푸셔](1996, 이후 두편을 더 연출합니다. 

푸셔 시리즈 세편 모두 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죠)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요. [푸셔]나 최근 라이언 고슬링이 열연하여 

극찬을 받았던 [Drive/드라이브]처럼 상식적인 영화 구조를 유지하는 영화도 발표하지만, 그만의 색깔이 대단히 뚜렷한, 난해한 영화들도 종종 발표합니다. 

[Bronson/브론슨]은 그 중간 지점에 있는 영화이고, 매즈 미켈젠이 열연한 [Valhalla Rising/발할라 라이징](2009)은 

지금 얘기하고자하는 [Only God Forgives/온리 갓 포기브스]와 시대적인 배경은 전혀... 연관성이 없지만 

정적인 분위기에 지나칠 정도로 어둡고 잔혹한 이미지가 펼쳐지는 면에 있어서는 영화적 성격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칸느에 출품되어 평점 1.5점(만점이 4점)이라는 박한 점수를 받고 경쟁에서 탈락한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와 관객의 극과극 평가는 누구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영화적 설명이 거세되면 대단히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면이 강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철저히 어울리지 않는 옷과 같은 영화라고 봅니다.
이 영화에는 인물들의 고뇌를 뒷받침할만한 친절한 설명이 전혀 나오질 않거든요. 단편적인 대사들만으로 인물간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고 

그들의 과도한 폭력을 납득시킬만한 설정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일반적인 영화 구조에 익숙한 이들은 이 영화가 이미지만 넘치는 허세 영화라고 부르길 주저하지 않죠.
게다가 한가지 더, 이건 저 개인적인 느낌이었겠지만 이 영화에서의 라이언 고슬링은 지나칠 정도로 평면적입니다.
[Drive/드라이브], [the Place Beyond the Pines/플래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에서의 라이언 고슬링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사실상 똑같은 캐릭터로 봐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데, 그 이미지가 [Only God Forgives]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오죽하면... 버라이어티지에서 이 영화 속에 무척 선명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인테리어 벽지가 라이언 고슬링보다 감정이 풍부하다고 말했겠어요. 
캐릭터의 성격상 대사가 없는 건 이해가 가는데 여전히 그는 [Drive/드라이브]의 Driver를, [the Place Beyond the Pines]의 Luke를 연기하고 있습니다.

 (그의 간지나는 수트빨은 빼고 얘기합니다.ㅎㅎㅎ)
오히려 초반에만 출연하는 주인공 줄리언의 형 빌리(Tom Burke)가 짧지만 대단히 강렬한 인상을 주더군요.
그의 연기 덕분에 이야기의 실타래가 그나마 끊기지 않는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특히... 초반부 그 매춘방에서 뒤돌아선채 고개만 돌려 쳐다보는 표정은 놀라울 정도로 인상적이었어요.
하지만, 전체적인 캐릭터들은 지향점없이 부유합니다. 이게 의도가 되었든 아니든 몰입에는 방해가 되는게 분명해요.
문제는 캐릭터들만 부유하는게 아니라는거죠.

주무대가 되는 매춘이 가능한 클럽의 인테리어를 비롯한 영화 전체적인 미장센도 불균질한 느낌이 있어요.
이 공간은 조도로프스키적 공간이라기보다는 끈적거림을 싹... 거세해버린 데이빗린치의 공간에 가까운, 불가지한 공간입니다.
현실과 망상이 구분을 잃은채 부유하는 공간이기도 하구요. 그러니까, 그 공간 자체가 비현실적인 유령의 공간같은거에요.
그 공간에 섹슈얼리즘과 폭력을 중의적으로 표현하는 극도로 붉게 표현되는 벽과 길잃은 스크립트를 대변하는 듯한 

검은 어둠은 주인공 줄리언의 심리를 표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캐릭터와 미장센이 묘하게 밸런스가 안맞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시각적으로 압도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지가 너무 파편화되어있고 피상적인 느낌이어서 난데없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적어도 전 그렇게 느꼈어요.

하지만, 인물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은 주목할만합니다.
처단을 기다리며 구석에 내몰린 캐릭터는 eye-view에서 계산된 조명과 함께 처형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되고, 캐릭터와 캐릭터의 감정의 합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 

육체간의 폭력은 knee-level과 절대 부감으로 대비되며 프레임 안에 움직임을 가둬버립니다. Only God만이 바라볼 수 있는 시점처럼 말입니다.-_-;;;
이외에도 시내에서 동선이 크진 않지만 쫓고 쫓기는 장면을 보여주는 카메라 워크는 인물에 집중하면서도 캐릭터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면서 

도발과 응징의 방향성을 서로 대칭의 방향으로 잡아 무척 깊은 인상을 줍니다.
(장을 처단하려는 태국 폭력배, 그리고 도망 이후에 처단당하는 폭력배의 동선이 정 반대방향이에요)

경찰이지만 자경단의 느낌이 더 강한 '장'으로 열연한 비타야 판그링감은 이 영화에서 자비없는 폭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나칠 정도의 끔찍한 폭력은 폭력에 경도된 폭력의 이미지이며, 범죄를 응징한다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응징이라고 느껴져요. 

조금더 범위를 좁혀보면 남성성에 대한 증오라고 느껴지기도 하고...
줄리언의 엄마인 크리스털에 대한 응징은 빗나간 여성성을 처단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그냥 전 그랬어요)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얘기한다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불분명하며 영화 자체에는 서사적이고 느릿느릿 춤을 추는 듯한 이미지, 과도한 미장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영화의 시각적 이미지가 오히려 온전하게 영화를 수용할 수 없도록 방해한다는 느낌마저 받거든요.

아쉬운 점만 잔뜩 이야기한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건,
이 느릿느릿한, 대사도 그닥 없는 영화가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겁니다.
aipharos님도 처음엔 생경스러워하더니 곧 적응하고는 인상깊게 보더군요.



*
칼을 휘두르며, 무예타이에 통달한 '장'을 연기한 Vithaya Pansringam(비타야 판스링감)은 [라르고 윈치 2]뿐 아니라 

[the Hangover II/행오버 2]에도 출연했더군요.(전 [행오버]를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만 2탄은 보질 않았네요)


**
이 영화에서의 액션에 실망하는 분들이 종종 계시는 것 같은데, 전 아무런 이질감없이 느껴졌습니다.


***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차기작은 [Drive]에서 라이언 고슬링과 함께 열연한 캐리 멀리건(Carey Mulligan)이 출연 확정된 [I Walk with the Dead]입니다. 

인터뷰에 의하면 이 영화는 도쿄 또는 L.A를 근거로 한 호러 섹스 스릴러인데 섹스씬이 무척 빈번하게 나올 거라고 합니다.
캐리 멀리건이 출연하는 섹스 스릴러라니... 호기심이 생깁니다.+_+;;; (미쉘 윌리암스와 달리 캐리 멀리건은 격렬한 섹스신을 거의 보여주지 않았죠. 

종종 노출이 있긴 했지만... 최근엔 스티브 맥퀸 감독의 [Shame/쉐임]에서 볼 수 있었구요-뭔가... 중년변태같아)
니콜라스 윈딩 레픈이 리메이크하겠다고 했던 마이클 앤더슨 감독의 1976년작 SF영화 [Logan's Run]은 현재 별다른 소식이 없더군요.
도쿄를 배경으로 한 섹스 스릴러... 스릴러라 보기에 무리가 있지만 가스파 노에(Gaspar Noe)의 [Enter the Void/엔터 더 보이드]가 팍... 떠오르는군요.-_-;;;


****
줄리언의 상대역인 메이역의 야야잉 라타 퐁감은 [잔다라] 최근편에 출연한 배우더군요.
몸매가 정말... 엄청 나더라구요.-_-;;;











[the Place Beyond the Pines/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Derek Cianfrance (데릭 시엔프랜스)
2012 / 140min / US

Ryan Gosling (라이언 고슬링), Eva Mendes (에바 멘데스), Bradley Cooper (브래들리 쿠퍼), Emory Cohen (에머리 코헨), Dane DeHaan (데인 드한)

데릭 시엔프랜스는 많은 호평을 받았던 미쉘 윌리엄스와 라이언 고슬링의 앙상블을 볼 수 있었던 

장편데뷔작 [Blue Valentine/블루 발렌타인](2010)를 연출했던 감독입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라이언 고슬링의 모습을 볼 수 있구요.
이 영화는 자칫 일반적인 드라마에 가까운 스릴러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사전 정보를 아예 접하지 않고 영화를 보다가 

생각보다 훨씬 깊은 울림을 주는 내용에 무척... 몰입되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상영관이 많지도 않았구요. 지금은 상영관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멀티플렉스가 보급되면서 전국의 스크린수는 정말 엄청나게 늘었지만, 오히려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더더욱 적어진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네요.
좀 맘에 둔 영화라도 있으면 상영과 동시에 교차상영되어 직장을 다니면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_-;;;
조금 시니컬하게 말하자면, 인구 5,000만이 안되는 나라에서 1,000만 관객 또는 그에 근접하는 영화들이 이렇게 종종 나온다는 건 

전적으로 영화 자체의 완성도때문만은 아니란 생각도 솔직히 들어요.(아...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야기이고,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니 더 얘기하지는 않겠습니다)

이 영화의 내용을 말한다는 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아예 저처럼 trailer조차 보지 않고 봐야 독특하게 구성된 스토리텔링에 더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아서죠.
그러니... 이 영화를 보고 싶은데 아직 못보신 분들이라면 아래 내용은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물론 내용을 말하진 않겠지만...

영화는 서사적인 3부작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별도의 챕터가 마련된 것도 아니에요. 개인의 삶이 타인에게 어떤 의미로 작용하며, 

그 모든 행동들이 단순히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이 영화는 얘기합니다.
영화내내 주인공을 따라가는 카메라워크가 무척 인상깊은데요. 주인공의 쓸쓸한 뒷모습, 프레임을 원사로 잡으면서 등장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느낌의 장면들등이 

마치 스티브 맥퀸 감독의 [Shame/쉐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봤는데... 느낌이 맞더라구요. Sean Bobbitt (션 보빗) 촬영감독이었습니다.
테렌스 맬릭 감독의 영화를 자주 찍는 Emmanuel Lubezki도 생각이 나긴 했는데, 엠마뉴엘 루베즈키가 서사적이면서도 전위적인 카메라워크를 보여준다면 

Sean Bobbit은 오히려 고전주의 영화를 연상시키는 카메라워크에 그만의 역동성을 부여한 느낌입니다. 제가 잘 모르니 이 정도로 밖에는 말을 못하겠어요.
아무튼... 인상적인 카메라와 함께 등장인물의 심리를 좇다보면 

우리가 최근 흔히 맞닥뜨릴 수 있는 80년대 이후 붕괴되기 시작한 미국의 사회 안전망과 저성장과 빈곤의 늪에 빠진 미국의 사회상을 그대로 여과없이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불안정한 삶이 자식에게까지 대물림될 수 밖에 없는 사회 시스템을 우린 '운명'이라고 잘못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건 운명이 아니고 잘못된 굴레일 뿐인데 말입니다.
한 주인공은 자신의 아이에게 그런 불안정한 삶을 주기 싫어 발버둥을 친 것이고,
또다른 주인공은 어설프게 찾아온, 결코 떳떳하지 못한 기회를 잡아 출세의 발판으로 마련합니다.
하지만 다른 이의 피를 바탕으로 올라선 출세의 뒷맛은 마냥 개운할 수는 없는 법이죠.
그리고 이렇게 서로의 삶이 무심한 세월 속에 엇갈리고 교차되면서 이야기는 아주 진한... 여운의 결말을 향해 달려갑니다.
상영관에서 보지 못하신다면 다른 경로로라도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은 영화네요.


*
마지막 장면의 여운이 상당히 깊은 편이고,
aipharos님이 너무나 좋다면서 엔딩크레딧 다 올라갈 때까지 들었던 엔딩송도 탁월...했습니다.
엔딩송은 Bon Iver의 'the Wolves'에요.
Bon Iver... 인디록씬 조금이라도 듣는 분들이라면 다... 알고 계실 뮤지션이죠.












YG가 잘 나가긴 하나보다.
개인적으론 YG는 지금 음원장악력에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뭐 그건 내 생각일뿐.
YG가 현재 가장... 잘 나가는 메이저 기획사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런 YG가 이젠 대놓고 방송을 통해 데뷔할 팀을 결정한단다. 그것도 무려 석달짜리 편성으로.

슈스케등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YG로 들어간 강승윤, 이승훈을 중심으로 한 평균연령 20세 정도의 5인조 A팀.
그리고 B.I (예전에 MC몽 인디안...어쩌구 노래에서 랩하던 꼬마)를 중심으로 한 평균연령 17세의 6인조 B팀.
이 두팀이 지속적으로 경쟁을 하고 최종 승자는 철저히 100% 시청자가 뽑아 결정하고, 결정난 바로 다음날 바로 데뷔.
선택받지 못한 한팀은 해체되거나 계약해지되거나 다시 연습생으로 돌아가게 된단다.

17세, 20세...
이보다 더 힘든 아이들도 있다 뭐 이런 드립은 무시하고.
저 아이들의 절박함, 눈물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감동을 받아야할까?
마치 그 아이들의 괴로움을 해아리는 듯 얘기하는 표정이지만, 양현석씨.
이게 재밌어요?
보는 내내, 불편하더라.
이렇게 어린 친구들 줄세우고 가지자르듯 쳐대는 게 지금의 딱... 어른들이 청소년과 청년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인 것 같아서.


이리 씹어대면서도 이 프로그램을 본 이유는 딱... 하나.
그래도 그나마 들을만한 음악을 내는 3대 기획사 중 유일한 하나는 YG뿐이니, 어떤 애들이 연습생으로 있을까 궁금해서.




B팀.


리더라는 B.I는 분명 크게 될 것 같고.
처음 B.I 옆에서 랩하던 아이도 표정, 스킬 다 좋다.
춤출때는 저 하얀모자. 보통 센스가 아니다.
확실히...B팀은 지금 당장 데뷔해도 되겠더라.





A팀.


모조리 다... 삐걱댄다.


*
이런 오디션, 긴 훈련기간...
이런 과정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우리나라 가요계...
참... 이상해. 정말.











지난주 우연찮게 보게 되었던 SBS의 파일럿 프로그램 '슈퍼매치' 1화.
내가 그닥 좋아하지 않고 처음 몇번 외엔 시청도 하지 않았던 나가수와 비슷...한 경연구조이긴한데 신/구 가수가 조를 이뤄 합동공연을 하는게 좀 다르다.
신/구 가수라고 해도, 후배가수 범주에 god의 김태우가 들어가있을 정도니 

소위 아이돌(말도 안되는)이라고 불리우는 그룹의 멤버들은 2NE1의 CL외엔 아예 없었다.

아무튼... 신/구 가수의 조합이 의외로 재미있어서 이번 주 금요일에 경연이 열리는 2화를 본방으로 봄.

나가수와 달리 순위를 발표하지 않고,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이상에서 연령대별 1위만 발표, 득표수가 아닌 연령대별 1위를 어느 팀이 가장 많이 했는지로 경연 우승자를 가린다.

경연은...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사실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개인적으론 이승환과 CL의 무대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이들의 무대는 그 어떤 연령대에서도 1위를 하지 못했다.ㅎㅎㅎ
난 이승환의 노래를 단 한곡도 좋아해본 적이 없고, 이번 경연에 앞서 그가 스트링을 쓰겠다고 해서 

또 그 특유의 과장된 편곡과 말랑한 멜로디 사이에서 길을 잃는 곡이 되겠구나...하고 그닥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힘을 뺀 편곡이 괜찮았다는.
한번 보시길.




'D.I.S.C.O' - 확돈 (이승환, CL)


무엇보다... 이승환과 CL의 보컬 앙상블이 상당히 좋다.
CL은 일부 커뮤티티등에서 거품이니 뭐니 어쩌구 까이지만, 내가 보기엔 자신의 음악관도 확고하고 무대를 장악하는 능력도 있다.







그리고...
최근 힙합씬의 디스 전쟁에 휘말린(난 그따위 디스전 관심없다) 다이나믹 듀오와 바비 킴의 무대.


'고래사냥' - 모텔보이즈 (바비킴, 다이나믹듀오)


이들이 10대, 20대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처음엔 아주 상큼하게 시작하지만 3분 넘어가면서 지겹다. 지루하다.


사실... 30~50대이상에서 모조리 1위를 얻은 팀은 윤도현 밴드와 클래지콰이로 구성된 7남1녀.
개인적으로 윤밴의 음악에 큰 관심은 없지만 윤도현밴드의 편곡이 가끔 세련되게 느껴질 때도 있어서 클래지콰이의 일렉트로닉과 조화를 좀 이뤄보길 기대했으나... 
원곡 자체가 한계가 분명한 곡이라 그냥 윤밴에 클래지콰이 객원...으로 끝나버린 느낌.
(난 이 원곡을 아주 잘아는 세대이나, 이 곡을 정말..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바다새' - 7남1녀 (윤도현 밴드, 클래지콰이)



가장 실망스러운 건...
이현도와 김태우의 조합.
난 이현도가 듀스 시절만큼은 아니어도 말랑말랑한 일렉트로닉 비트를 좀 들려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아무것도, 그야말로 아무것도 안하다니.
놀랍다. 놀라워.

그리고... 그만큼 실망스러웠던 양희은과 김예림.
무조건 소리지르고 난리를 쳐야 표를 던져주는 우리나라 관객 수준이야 뭐 나가수로 다시한번 확인됐으니 
김예림같은 목소리가 이런 경연(?)에서 표를 얻을 수 있을거라곤 아무...도 생각안했을거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양희은씨지.
과거 양희은씨의 노래가 오래도록 회자되고, 그가 가요계의 대선배이고 굵은 족적을 남긴 것도 사실이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기 아집만 담긴 느낌의 그 창법은 이젠 더이상 어떤 감흥도 주지 못한다.(적어도 나에게는)

최성원의 '제주도의 푸른 밤'을 똑같이 부를 이유는 전혀 없지만,
이토록... 아무런 해석도 못하고 그냥 던져 부르는 창법.
그런 한심한 창법에 존경심을 보내야하는 후배들.(존경을 보내는 척해야하는 후배들)...
마치 양희은씨가 조용한 곡을 불러서 외면을 받은 것처럼 나오던데,
물론... 그것도 틀리진 않다. 어떤 감동을 주는 발라드를 불렀어도 청중보고 일어나라고 하면서 샤우팅으로 끝장을 내는 무대를 이길 수는 없었을테니,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최성원의 원곡을 조금도... 새롭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 아니 만들 마음조차 없었던 답답한 양희은씨의 매너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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