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 (地味にスゴイ! 校閲ガール・河野悦子)

 


 


'중판출래(重版出來)'나 이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

걸 코노 에츠코 (地味にスゴイ! 校閲ガール・河野悦子)'처럼 전문적인 직종을 다룬 드라마들이 참... 좋다.

사전 편찬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원들을 다룬 이시다 유야 감독의 <행복한 사전 (舟を編む)>(2013)도 정말정말 기억에 남고.


블로그 이웃분의 추천으로 보기 시작한 '수수하지만... 교열걸 코노 에츠코'는 교열과 교정의 차이조차 잘 모르던 무지한 내게 대단히 매력적인 소재를 흥미롭게 다룬 드라마. 이시하라 사토미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드라마.

난 이시하라 사토미에 별 관심 없었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무척... 관심이 가더라는.

사실 엣짱으로 불리는, 아니 사실... 코에츠(교열)로 불리우는 이 주인공 캐릭터는 어찌보면 민폐 캐릭터일 수도 있고, 내 자신이 이런 캐릭터를 그닥 좋아하진 않는데 사토미의 연기때문인가... 어째 전혀 밉지가 않아.


그리고 항상 얘기하지만,

이렇게 전문적인 직종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풀어놓을 수 있다는건 참으로 부럽다.

물론 에피소드가 심히 감상적인 경우도 있고, 일드 특유의 악인이 없는(스릴러가 아닌 한) 낙천적인 흐름도 여전하지만...그래도 흥미롭게 볼 수 있다.


이제 7화까지 봤는데 쉬는 동안 마지막 남은 3개의 에피소드까지 쭈욱.



+

코에츠(이치하라 사토미) 캐릭터의 웃음소리와 표정은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약간 홍진영 씨를 닮았다.

그런데 이렇게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라고 표현할 거라면 닮지 않았단 소리 아닌가?



++

이 드라마엔 역시...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들 정말... 아니, 너무너무 착하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착하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ㅎ

그런데,

난 요즘 이런 따뜻한 이야기가 좋다.

살인과 음모, 범죄, 비밀이 판치는 우리 드라마는 정말... 내용 따라갈 엄두가 나질 않아.

드라마의 수준이 낮다 후지다... 이런 말이 아니라 그 무거운 내용들을 감당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일요극장 '99.9 형사 전문 변호사 (99.9 -刑事専門弁護士-)'


2016 시즌 1 완결

2018 1월에 시즌 2 방영예정

 

 

 

2016년 4월 17일부터 6월 19일까지 총 10화 방영되어 평균 17.2%의 높은 시청율을 기록한 일본 드라마.

2016년에 완결되었으나 주인공 미야마 (마츠모토 준)와 검사장과의 사적인 관계가 아직 제대로 등장하지 않아 시즌2가 나올 것이라 다들 예상했다.


돈도 안되는 작은 형사 사건을 도맡아 처리하던 독고다이 젊은 변호사 미야마 히로토(마츠모토 준)는 일본 최고의 로펌 대표인 마다라메(키시베 잇토쿠)에 의해 스카웃되어 새롭게 신설된 형사사건부로 배속된다.

돈만 중시하는-사실 알고보면 절대 그렇지도 않은... 그런 인상은 오직 1화뿐-  마다라메 법률 사무소의 민사 에이스 중 한 명인 사다 아츠히로(카가와 테루유키) 역시 마다라메 대표에 의해 강제적으로 그 돈 안되고 일만 많다는 형사사건부 실장으로 배속된다.

여기에 젊은 변호사 중 가장 뛰어나다는 타치바나 아야노(에이쿠라 나나)라는 여성 역시.

여느 일본 드라마가 대체적으로 그렇듯,

주인공과 한 팀이 되어 굴러가는 팀원들 간의 갈등같은 건 에피소드 한두개로 싹 정리되어버리고,

이후엔 사건 하나하나를 수임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주인공 미야마에게 동화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미야마처럼 상식적인 기준, 사회적인 통념의 기준에서 봤을 때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주인공에게 주변 인물들이 삽시간에 동화되어, 주인공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자존심 강한 캐릭터까지 쉽게 잘못을 인정하고, 자신을 변명하며 심지어 주인공의 행동을 카피하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이런 정황을 우린 일본 드라마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납득하기 힘든 모습은 일본 드라마 속에서 대단히 놀라우리만치 섬세하게 표현되는 등장인물의 공간과 직업에 대한 표현과는 매우 대척되는 느낌이라 참... 이질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

주인공이 있는 공간에 대한 이해, 주인공의 직업에 대한 이해와 표현은 그렇게까지 꼼꼼하게 그려내면서 인물과 인물과의 관계는 지나치리만치 단순하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는거. 그러다보니 실상에선 보기 힘들 정도로 갈등 구조가 쉽게 풀려버리곤 한다.

물론... 난 그래서 가끔 일드를 보는게 아닌가... 싶지만.ㅎ

인물과 인물의 숨막힐 듯한 갈등관계가 드라마의 알파이자 오메가가 되어버리면 난 금새 싫증이 나고 짜증이 나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 훌륭한 구성미를 보여준다는 미드들을 거의 안보기 시작했고,

'비밀의 숲'처럼 와이프가 재밌으니 한번 보라는 한국 드라마들도 이상하게 잘 안보게 되는 것 같다.


아무튼... 이 드라마 '99.9 형사 전문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재미있다.

에피소드의 미스테리적 요소들은 전혀... 영리하지 않지만 그건 반전이라고 할 것도 없을 정도로 복선들이 줄줄 깔려 있고,

연출 자체도 의도적으로 시청자들에게 그러한 복선을 까발리는 느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적 재미는 꽤 괜찮다.

그리고 종종 대단히 인상적인 대사들도 나오곤 하고.


다만...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미야마의 그 생글생글거리는 표정은 왠지 공감능력이 결여된 사람의 표정같아 점점 더 섬뜩하게 느껴졌다.

물론 미야마가 어릴 적 받았던 충격과 그 분노가 내재화되고 성장하면서 형성된 모습이라고 이해하고 싶긴 한데,

시도때도 없고 전혀 그럴 분위기가 아닌 장소와 대상에게까지 조금의 예의도 없이 생글거리며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모습들은 대단히... 거슬리더라.

주변의 다른 동료들이 그런 미야마의 행동을 말리긴하지만 그건 죄다 형식적일 뿐이고...

사실 '예의도 없이'라고 썼지만 이건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일말의 배려가 없는 그냥 싸가지 없는 행동 그 자체지.


특히...

철도회장 살인사건 에피소드에서 유가족들을 대하는 미야마의 그 패륜적 행동은 도통... 납득이 안가더라.

비록 그 유가족들이 정상적인 도덕적 가치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사건의 내막을 파해치면서 알게 된 것이고 일단 사건이 발생한 상태에선 철저히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입장이었지 않나.

이 정도로 개념없고 배려없는 주인공에 다른 '일상적' 등장인물들이 이해 안갈 정도로 동화되고 끌려가는 모습도 참... 오버다. 싶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리갈 하이>의 코미카도(사카이 마사토)도 그랬지)


주인공의 그 생글생글거리는 웃음이 회가 거듭될 수록 점점 더 짜증나게 느껴졌더라도...

이 드라마가 재미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함.ㅎ



+

제목이 99.9 형사 전문 변호사...인 이유는,

일본의 경우 일단 기소가 되면 유죄 확정이 될 확률이 99.9%라고...

 

 

 

 

 

근데... 저 포즈는 진짜 겁나게 오글거린다.

 

 

 

 

 

 

 

 

 

 

 

 

 

 

 

가운데가 마다라메 법률사무소의 대표 마다라메.

키시베 잇토쿠...씨가 연기하는데,

키시베 잇토쿠의 연기 중 이상하게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바로 <Survive Style +5>(2004)다.

새가 빙의되어버려 인성을 상실한 그가 마지막 빌딩에서 떨어지는 아사노 타다노부를 우연찮게 태우고 날아가는... 그 장면.

 

 

 

 

 

 

 

 

카가와 테루유키 香川照之.

이 분도 정말... 자주 본다.

여기선 성격 아주 더럽고 혼자만 아는 사람처럼 잠깐 등장하지만 그뿐.

그냥 따뜻하고 가정적인 변호사.

 

 

 

 

 

 

 

 

프로레슬링에 푸우우우우욱 빠진 변호사로 나오는 에이쿠라 나나 (榮倉奈々)

 

 

 

 

 

 

 

 

사다...센세(카가와 테루유키)는 그냥 따뜻한 사람일뿐.

 

 

 

 

 

 

 

 

 

 

 

 

 

 

 

 

 

 

 

 

 

 

 

 

 

 

 

 

 

개인적으로 마다라메 법률 사무소의 대표 마다라메 역으로 키시베 잇토쿠는 정말 완전 나이스 캐스팅.

 

 

 

 

 

 

 

 

 

 

 

 

 

 

 

 

 

 

너무 오랫동안 영화 이야기를 적어놓지 않아...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 모르겠다.

올해 본 영화를 다 풀어놓을 순 없고...

5~6월 본 영화 중 일부만 적어 놓기로.

<임금님의 사건 수첩>, <Ghost in the Shell/공각기동대>, <보안관>, <석조저택 살인사건>, <신고질라>, <Patriots Day>는 패스.

 

 

 

 

 

 

 

 

 

<Short Term 12 / 숏텀 12> (2013)

이 영화를 이제서야 봤다.

본다본다... 생각만 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영화의 내용은 크게 예상과 다르지 않게 진행되지만 타인을 통해 자신의 아픔과 비로소 마주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다루면서도

전혀 대중에게 훈계하고픈 마음 따위 없는,

그러니까 꼰대적 시선같은 걸 느낄 수 없었던 이 영화의 시선과 자세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대단히 인상깊은 영화.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나도 모르게 가슴 한켠이 욱씬...거리면서 울컥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왜 이제서야 봤을까...싶었어.

 

 

 

 

 

 

 

 

 

<Get Out / 겟아웃>(2017)


재밌게도,

이 영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어떤 자극을 받고 어떤 메시지를 읽느냐가 많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름대로 해석한 글들은 웹에 넘쳐나니... 영화 보신 분들은 자신의 감상 포인트와 얼마나 다른지 한번씩 살펴보셨을 지도.

스릴러라는 장르적 외피 역시 흠잡을 곳 없는 영화였다고 생각.

 

 

 

 

 

 

 

 

 

<John Wick Chapter 2 /존윅 2>(2017)


우리의 키에누 리브스 옹은 이제 움직임이 버겁고 무겁다.

<Constantine/콘스탄틴>에서의 그 강렬한 아우라보다는 뼈와 살이 부딪히는 처절함이 얼굴에 더 극명하게 드러나있지.

아무튼 이 영화 속에서 존 윅은 날고 기는 살인청부업자들 세계에서도 그 이름을 떨칠 정도로 살아있는 전설에 가까운데...

점점 그의 움직임은 무겁고 버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주저함없이 영화 속 등장인물 1,2... 액스트라 1,2,3...들을 주저함없이 총질로 없애버리지.

개인의 사사로운 처지나 이해 관계를 위해 죽어나가는 무수한 엑스트라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마음을.

 

 

 

 

 

 

 

 

<Sand Castles / 샌드캐슬>(2017)


이라크에 파병된 주인공은 현지의 주민으로부터 미국은 공부하는데도 돈이 드냐는 질문을 받는다.

주인공은 대학 등록금을 준비하기 위해 입대했다고 얘기하고.

이 말을 들은 현지인은 이를 이해하기 힘든 표정이지.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무력으로 지배하려는 나라가 갖고 있는 아이러니한 모순.

미국의 모병제는 기본적으로 빈곤의 악순환을 전제로 유지되고 있지.

츠츠미 미카의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를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Logan / 로건>(2017)


상상도 못했다.

마블 히어로 중 지속적인 시리즈를 통해 개인적인 호오가 어떻든간에 깊이 인지된 히어로의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했다는 것이.

사실 개인적으로 한번도 <X-Men/엑스맨> 시리즈를 재밌게 본 적이 없는데-심지어 브라이언 싱어 연출작들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보여준, 이젠 내게 식상하기까지 한 마블 세계관 속의 히어로들의 모습에서 완벽하게 이질적이면서도 진중한 모습들은 매우... 매우 강렬한 아픔을 주더라.

히어로 영화들이 어느덧 만들어버린 그 뻔한 울타리를 다 부숴버린 듯한 영화.

 

 

 

 

 

 

 

 

<Life / 라이프>(2017)


...

훌륭한 무대 장치, 특수 효과에 훌륭한 배우들이 어찌해도 되돌릴 수 없는 정해진 결말을 위해 철저히 소비당한다.

영화적 재미가 꽤 괜찮은데도 불구하고, 우린 저 등장 인물들이 아무리 저렇게 발버둥치더라도 영화적 결말을 위한 결말을 위해 철저히 소비당할 것이라는 걸 잘 안다.

이 과정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면 그냥 수많은 이런 류의 영화 중 하나일 뿐.

무척 재밌게 본 <Safe House/세이프 하우스>(2012)의 감독 대니얼 에스피노자 감독의 작품이라 좀 기대했었는데... 아쉽다.

하긴... <Child 44>(2015)도 딱... 이런 비슷한 류의 아쉬움을 느꼈었지.

 

 

 

 

 

 

 

 

<永い言い訳 / 아주 긴 변명> (2016)


영화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느낌을 상당히 많이 받게 되는데 알고보니 감독 니시카와미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에게 발탁되어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고.

꽤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그렇다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대중적이면서도 깊이있는 표현만큼 인상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배우자 외의 대상과 정사를 나누거나 그 후에 함께 있을 때 배우자의 죽음을 TV로 알게되는 경우라면 미쉘 윌리엄스 주연의 <Incendiary>(2008)도 생각이...

영화를 보고 놀랍게 여겨졌던 것은,

이 영화에서 후카츠 에리가 나오는 장면은 정말 몇 안되는데 그 몇안되는 장면만으로 이렇게 완벽한 존재감을 보일 수 있다는 사실.

 

 

 

 

 

 

 

 

<怒り / 분노>(2016)


이상일 감독 작품.

무얼 얘기하고자 한 것인지 대단히 명징한 영화이긴한데 확실히 내겐 그닥 큰 감흥이 없었다.

다만,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하나같이 모두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모리야마 미라이(모테키...에서의 그), 미야자키 아오이, 히로세 스즈는 물론이고 이즈미(히로세 스즈)를 좋아하는 남학생 역의 타츠야 연기를 맡은 사쿠모토 타카라의 연기는 정말정말 인상깊었다.

 

 

 

 

 

 

 

 

<특별시민>(2017)

...

아무 것도 기억에 남는게 없다.

 

 

 

 

 

 

 

 

<불한당>(2017)


나쁜 놈들의 세상인건 잘 알겠지만,

이제 이런 조폭, 언더커버 영화는 지겹다.

 

 

 

 

 

 

 

 

 

<싱글라이더>(2016)


마음 한켠이 아리듯 쓰려오는 영화.

개인적 호오와 상관없이 역시 이병헌의 연기는... 놀라울 정도.

안소희씨가 넘 예뻐서 내가 정신을 못차렸다.ㅎㅎㅎ

 

 

 

 

 

 

 

 

 

 

<3월의 라이온 / 3月のライオン>

 

 

 

 

 

1화에 나온 이 장면이 무척 유쾌하고 좋아서... 올려봄.

 

 

 

 

만화책은 건너뛰고 TV 애니메이션부터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재밌게 봤고.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부모와 여동생까지 모두 잃고 고아가 된 17세 쇼기(장기) 기사 키리야마의 성장 드라마.


인물의 심리 묘사가 매우 탁월하고 현실적이며 깊이있다.

애니메이션에서 어지간한 실사 영화의 깊이에 아쉬울 것 없는 이토록 심도있는 심리 묘사를 보여주니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키리야마의 심리를 중심으로 주변부 인물들을 다루지만 기본적으로 이 애니메이션은 쇼기 기사로서의 키리야마를 항상 이야기의 중심에 놓는다.

직업이나 정진하고자 하는 목표 따위는 다... 들러리고 멜로적 관계에 집중하거나, 인물간의 갈등 구조에 집중하는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는거.

그러니까 인물, 그가 집중하고 있는 일, 그가 사는 공간에 대한 이해가 온전히 반영된 애니메이션.


 

+

TV 애니메이션은 고작 만화책 단행본 5권인가...까지의 내용이더라.

이후의 내용이 궁금하면 학산문화사에서 정식 출간한 우치노 치카의 만화책을 보면 됨.


 

++

시리즈 도중 작화 무너지는 걸로 유명하다는 샤프트에서 제작한 TVA인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엔딩송 'Orion'

 

 

 

 

 

 

 

 

 

 

<Hacksaw Ridge / 핵소 고지>


Directed by Mel Gibson (멜 깁슨)

2016 / 139min / US

Andrew Garfield (앤드류 가필드), Hugo Weaving (휴고 위빙), Teresa Palmer (테레사 팔머), Vince Vaughn (빈스 본), Sam Worthington (샘 워싱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이오지마 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 두편에서 보여줬듯, 미군은 이오지마에서 그야말로 지옥을 경험했다.

팽팽하던 전쟁은 예상대로 사이판 전투, 필리핀해 해전, 레이테 만 해전을 통해 완전히 미군쪽으로 기울었고, 일본군은 레이더와 초계기 부족으로 미군의 해안상륙을 저지할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그런 이유로 상륙에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은 미군이지만 정작 섬을 점령할 때는 무척 애를 먹었다고 한다.

화력의 차이로 인해 정면대결을 피한 일본군은 자연적으로 발생된 화강암 동굴등을 이용해 포격을 피하며 숨을 죽인 뒤 미국 보병이 투입되면 반격을 가한 탓에 엄청난 희생이 따른 것이지.

이 영화의 배경이 된 핵소 고지는 오키나와 전투에서 가장 치열했던 곳인데 이오지마를 제외하면 2차 세계대전 중 일본 영토에서 벌어진 유일한 전투이기도 하다.

오키나와보다 훨씬 작은 이오지마를 점령하는데에 엄청나게 애를 먹었던 것과 달리 오키나와 점령에는 세달...정도 걸렸다는데 그렇더라도 이 석달동안 미군은 이오지마와 마찬가지로 이곳 오키나와에서도 생지옥을 경험했단다. 특히... 가장 치열했던 핵소(우라소에/浦添/うらそえ)에서.


영화는 실화를 근거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제칠일안식일교회의 독실한 신자로서 집총을 거부하고 토요일 안식절을 반드시 지킨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면서도 2차대전 참전에 자원한 실존인물 데스몬드 도스라는 인물을 그린 영화.

아무리 위생병으로 자원했다지만 참전하겠다면서 집총을 거부하고 안식절을 지키겠다니 어찌보면 다른 평범한 동료들에겐 민폐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데스몬드가 속한 내무반 동료들은 데스몬드때문에 징벌적 훈련을 받기도 하고, 이에 열받은 동료대원들이 한밤 중에 잠자고 있는 그를 무차별 구타하기도 한다. (실제론 이런 집단 린치는 없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서 데스몬드 도스의 비폭력 신념에 대해 다소 답답하다...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나도모르게 내 사고의 잣대가 주류와 다수의 이데올로기를 통해 작동되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섬뜩한 생각도 들었다.

실존 인물인 데스몬드는 미국 주류 백인 사회에 소속되어있으면서 동시에 그들과는 다른 비폭력/종교적 신념을 지키는 소수자이기도 하다.

오키나와로 파병되기 전 군부대에서 겪는 갈등들은 사실 경직되고 위압적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시스템과 소수의 신념이 맞부딪혀 발생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나도 모르게 데스몬드 도니의 신념을 귀찮고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고, 적당히 타협할 수 있는 것쯤으로 생각했으니... 뒤늦게 영화를 곱씹으며 생각하다 이런 내 자신을 깨닫고는 무척 무안해졌다.


당연히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이러한 갈등은 영화 중반까지 매우 주요한 소재로 다뤄지고 있는데 만약 이 영화가 데스몬드 도스의 신념이 군대라는 시스템과 충돌하는 갈등 양상을 내무반 내로 끌고 들어와 지협적인 문제로 만들었다면 무척 뻔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 영화는 멜 깁슨 영화답지않게(오해의 소지가 있으나 어디까지나 개인적 생각으로...) 갈등이 고조될 수 밖에 없는 내무반 내에서의 갈등은 생각만큼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이를 풀어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군대라는 시스템과 데스몬드의 신념, 각각의 논리가 부딪히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지.

군대가 갖고있는 경직성과 위엄, 수직적 상명하복의 시스템과 데스몬드 도스의 종교적, 주체적 신념이 부딪히며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갈등을 차분하게 양측의 논리를 통해 풀려고 애쓴 덕분에 관객들은 데스몬드 도스의 신념에 공감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존중과 이해는 보낼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러한 각고의 과정 끝에 데스몬드 도스는 정말 총을 들지 않고 전쟁에 참가하게 되고, 이후엔 모두가 잘... 알고 있듯 무려 100명이 넘는 부상자를 고지 아래로 혼자 내려보내 이 중 75명 이상이 생명을 구하게 되는 엄청난 공을 세운다.

너무나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놀라운 활약상이라 '이거 정말 어디까지가 사실일까?'라는 의구심도 들었는데 약간 자료를 찾아보니 실제로 부상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여러번 죽을 고비도 넘긴 모양이다.

데스몬드가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그 많은 부상자를 구해내는 이 과정에 다행히 종교적 메시지는 그닥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이 모든 놀라운 일을 오로지 종교적, 신에 대한 믿음을 통해 이뤄냈다고 한다면 이건 휴먼드라마를 빙자한 종교 영화가 되었겠지.

영화를 잘 보면 이러한 부분이 은근 눈에 띄는데,

영화 속에서 데스몬드는 피앙새가 선물한 포켓 바이블을 늘 몸에 지니고 다니지만 정작 성경이 펼쳐진 몇번의 장면에선 예외없이 피앙새의 사진이 등장한다.

그니까... 성경말씀을 보는 장면은 단 한번도 나오지 않고 연인의 사진만 나온다는 얘기.

데스몬드가 집총을 거부하는 것도 단순히 종교적 신념때문이 아니다.

영화 속에서 집총을 거부하게 된 계기가 분명히 나오기 때문에 집총 거부/비폭력의 신념은 단순히 종교적 신념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렇게 종교적 존재로서의 모습이 희석화되니 신에게 자신을 모두 의탁한 데스몬드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데스몬드가 드러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데스몬드가 종교적 신념을 전장에서 구현하는 순교자 또는 전도사가 아니라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스스로 이뤄내는 인간으로서의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상당한 공감을 불러오는 힘을 보여준다.

이와는 별개로,

혜안이 있고 없고를 떠나 누구나 일본의 패망을 알고 있었던 저 곳에서,

저렇게 수많은 목숨이 죽어나가야했던 것은 도대체 어찌 설명해야할까.

물론 오키나와 전투에서 이례적으로 많은 일본군이 투항했다지만 도대체 저 죽음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다.



+

아무래도 영화이니 각색된 부분이 많다.

이 부분은 인터넷에 잘 정리되어있으니 한번 보시길.



++

전쟁 장면은 참혹하기 그지없다.

멜깁슨의 전작들(특히 <Apocalypto/아포칼립토>)을 생각해보시면 표현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대충 감이 잡히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표현이 매우 쎄다.

물론... 실제 전쟁은 이보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절망적이고 참혹하겠지만.



+++

<Boy A>(2007)에서 이미 그 놀라운 잠재력을 보여준 바 있는 앤드류 가필드.

여러 블럭버스터를 통해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그가 이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는 매우... 놀랍다.



++++

테레사 팔머는 은근...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닮은 듯한 느낌이 든다.

 

 

 

 

 

 

 

 

 

<도망치는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 逃げるは恥だが役に立つ>

 

 

- ​원작은 우미노 츠나미의 만화.

- 제목은 헝가리 속담에서 빌어왔다.



2016년 하반기 일본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었던 (마지막 11화 시청률이 20%를 살짝 넘었다고) '도망치는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총 11화를 다 봤다.


http://www.chw.co.kr/#menu/drama.program.96 에서 다시보기 가능한데, 일반적으로 자막이 따로 배포되어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음에도 이 드라마는 돌아다니는 별도의 한글자막이 없다.

그 이유는 chW에서 다시보기를 해보면 알 수 있다.

chW에서 정식유통하는거라 자체자막이 삽입되어있는데 이 자막의 질이 놀라울 정도로 공들인 흔적이 느껴진다.

단순히 배우들의 대사만 자막으로 처리한 것이 아니라 CG를 이용하여 대단히 놀라울 정도로 드라마 속의 간판, PC화면, 인쇄물, 메뉴...등등까지 감각적으로 자막화했다.

정말 자연스럽고 공들여 자막 작업을 해놓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기껏해야 배우들의 대사만 자막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반제작 자막과는 질적인 차이가 확연하다.


개인적으로 <중판출래/重版出来> 이후 간만에 재밌게 본 드라마. 

<리갈 하이>에서 정말 인상깊었던 아라가키 유이(新垣結衣)와 싱어송 라이터로 인기를 얻고 있는 호시노 겐(星野源 ) 주연.

아라가키 유이의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는 정말 사랑스럽고, 내겐 아라가키 유이의 이 이미지가 전체 재미의 8할을 차지한 것 같다. ㅋㅎㅎㅎ (빠심...)


로맨틱 코미디 장르라고 볼 수 있는 이 드라마는 사실... 그리 가벼운 소재를 다룬 것이 아니다. 

드라마는 내내 여성에 대한 여전한 사회적 편견, 사회생활과 육아를 모두 해내야하는 슈퍼맘등의 현실적인 고민을 소재로 삼고 있는데,

사실 초반엔 지나치게 남성 관점에서 바라보는 여성 판타지가 가득해서 '이거 좀 위태위태하다'란 생각을 하게 한다.

정년 퇴직하고 시골에 내려가 살겠다고 집을 이사해버리는 부모님 때문에 졸지에 시골생활을 해야할 판인, 계약직을 전전하던 고학력 실업자 미쿠리(아라가키 유이)가 츠자키(호시노겐)라는 유능하지만 모쏠인... 남성의 집에 가사도우미를 하게 되면서 결국... 사실혼 관계의 피고용인과 고용인 관계로 계약을 맺고 부부아닌 부부의 삶으로 동거하게 되는 내용.

청소, 빨래, 음식, 사근사근한 친밀함... 남성이 여성에게 기대하는 판타지가 그대로 녹아나는 초반 몇 화는 아라가키 유이가 정말 사랑스러워서 웃으며 보지만 내심 '이거이거... 위험한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극이 진행될 수록 초반의 남성 시각 중심의 판타지에서 점차 벗어나기 시작하여 동거하는 두 남녀의 관계를 조정하고 역전시키며 재조정하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를 가볍게나마 다루기 시작한다.

실제로 극 후반에 미쿠리는 츠자키에게 필요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어도 밥잘하고 음식 잘 만들고 가사일 잘하는 친절한 누군가여도 상관없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을 갖게 되지.

물론 여기서 츠자키는 가부장적으로 군림하지 않고 상대방의 소중함을 알고 대화를 통해 좋은 방향을 모색해 나가려는 자성적 인물이니 결말이야 뻔하지만,

여성의 사회 활동이 일상이 되어버린 상황에서도 여전히 일방적으로 여성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현실에 대해 한번쯤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물론... 이 드라마가 이 심각한 주제를 그렇게 깊게 다루지는 않지만 적어도 극 후반부 에피소드들을 통해 보여주는 역전적 관계들은 최소한의 고민의 흔적이 느껴진다.

그저 양념에 불과한 재료로 사용되었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에피소드도 정말 살짝 등장하고.


암튼...

드라마가 주는 재미는 충분해서 재밌게 볼 수 있었다.

각키짱 팬클럽에 가입해야하나...ㅎ


 

 

+

아... 미쿠리(아라가키 유이)의 이모로 등장하는 유리역은 이시다 유리코가 맡았는데,

1969년생...임에도 그 아름다움이 여전하더라.

게다가 그녀의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카자미 역은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타니 료헤이가 맡았다는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오타니 료헤이는 그냥 일본에서 이런 배역을 맡아 활동하면 어떨까싶은 생각이 드네.


++

마지막 화에서 히노(후지이 타카시)의 아내가 등장하는데 아내를 연기한 배우는 실제 후지이 타카시의 배우자. 진짜 부부라는거.



+++

드라마에서 종종 미쿠리의 망상씬에 에반게리온 패러디가 등장한다.

게슈탈트 붕괴, 필드 전개라든지 에반게리온의 오프닝 크레딧과 동일한 화면이 등장한다든지.

이뿐만 아니라 드라마 '가정부는 보았다'의 패러디 장면도 등장한다.



++++

남자 주인공 호시노 겐은 일본에선 이제 정상급 싱어송라이터의 자리에 오른 인물.

조용조용해보이는 인상과 달리 실제 성격은 깨방정 그 자체라고.

아무튼 거의 멸종된 솔로 가수, 그것도 남성 솔로 가수라는 희소성까지 갖고 있어 대단히 인기를 얻고 있단다.



+++++

츠자키 집의 가구들은 대체로 오오츠카 가구에서 공수한 것 같다.


 

++++++

화제가 되었던 코이댄스.

 

 

 

 

 

 

 

각키짱

 

 

 

 

 

 

 

내가 너무 홀딱 반해서 와이프가 어이없는 웃음을...ㅎ

 

 

 

 

 

 

 

 

 

 

 

 

 

 

 

 

 

 

 

 

 

 

 

 

 

인터넷에 엄청 돌아다니는 짤...이 이 장면이다.

이거... 충격먹고 쇼크먹은게 아니라 넘 좋아서 이러는거.

 

 

 

 

 

 

 

ㅎㅎㅎ

 

 

 

 

 

 

 

 

 

 

 

 

 

 

 

 

 

 

 

 

 

 

 

 

 

커리어 우먼으로 등장하는 미쿠리의 이모. 유리.

(이시다 유리코)

1969년생이라는데 어쩜 이리 아름답냐.

 

 

 

 

 

 

 

오타니 료헤이가 17살 연하로 나온다.

여기서 32세로 등장하는데 32세는 쫌...

 

 

 

 

 

 

 

미쿠리의 망상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거... 보는 재미가 있다.

 

 

 

 

 

 

 

 

 

 

 

 

 

이것도... 좋아서 이러는 것임.

 

 

 

 

 

 

 

 

 

 

 

 

 

ㅋㅋㅋ

 

 

 

 

 

 

 

코이댄스.

이 엔딩 댄스가 매우 화제가 되었단다.

실제로 보는 재미가 있다.

 

 

 

 

 

 

이거... 잘 찾아보면 버전이 엄청나게 많다.

히노가 주인공이 된 버전도 있고.

 

 

 

 

 

 

 

 

<海よりもまだ深く / 태풍이 지나가고>

 

Directed by 是枝裕和 (고레에다 히로카즈)

2016 / min / Japan
아베 히로시, 마키 요코, 요시자와 타이요, 키키 키린

 

무시무시한 영화다.

해체된 가정을 통해 현재의 일본을 얘기한다.

이 한없이 씁쓸하디 씁쓸한 여운.

등장 인물들의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됐을까'라는 독백은 내게 '어쩌다 우리 일본은 이렇게 됐을까'로 들렸다.

 

개인적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최고작은 <歩いても 歩いても/걸어도 걸어도>(2008)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그 영화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도 크게 무리는 아니다. (심지어 키키 키린, 아베 히로시가 여기서도 모자 관계로 나온다)

어디선가 이 영화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중 가장 밝은 영화...라는 글을 몇번 봤는데 난... 도저히,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

극의 분위기는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하지만 영화의 기저를 가득 채우는 그 쓸쓸함이란...

 


+

 

네이버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암튼 네이버에서 단돈 4,000원에 FHD 해상도로 다운로드 가능하다.

울나라에서 블루레이가 발매된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_-;;; 나온다면 무조건 구입해야할 영화.

++

개인적으로 아베 히로시를 좋아하지만 真木よう子(마키 요코)를 무척... 좋아한다.

단아하면서도 단단하고, 강렬한 욕망을 숨기고 있는 듯한 그녀의 모습이 무척... 좋다.

오모리 타츠시 감독의 <안녕 계곡 / さよなら渓谷>(2013)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유레루>(2006), <썸머타임 머신 블루스>(2005), <불량공주 모모코>(2004) 추천.

 

 

 

 

 

 

 

 

 

 

 

 

 

<우리들>

 

Directed by 윤가은

2016 / 94min / korea

최수인, 설혜인, 이서연, 강민준김희준, 김채연, 장혜진, 손석배

 

이 영화를 이제서야 봤다.

영화관에선 도저히 볼 수가 없었고 뒤늦게 네이버 다운로드(4,500원...)로 FHD 해상도를 받아서 좀전에 집에서 봤다.

우린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의 우정이 더이상 예전처럼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금 아이들의 우정에는 '너'와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친구와 친구 부모들의 경제력도 중요하며, 누군가가 결손가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환경에 있는지, 누가 더 공부를 잘 하는지가 뒤섞인 , 복잡한 서열의 힘이 작용하는 정글같은 것이 되어버렸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독립영화계에서 대단한 기대를 모았던 윤가은 감독의 좀 늦은 장편 데뷔작 <우리들>은,

우리 어른들이 말안해도 다 알고 있다고, 이미 사회문제화되었으니 다 알고 있다고 아는 척할 법한 아이들의 왕따 문제를 단순한 상황 나열에 그치지 않고 왕따가 순환되는 그 작동원리를 꿰뚫어 보여주듯 유려하면서도 상세하고 꼼꼼하게 스크린에 풀어 놓는다.

그 덕분에 우리는 당연하게도, 왕따의 문제가 아이들의 선함과 악함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함 속에 달라붙어버린 부조리한 일상성 때문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게 된다.

부조리한 일상성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이 만든 가치가 개입되지 않았을 때의 그 밝고 건강한 우정은 서로가 서로에게 열등하다고 느끼는 균열을 점차 파고들어 기생하며 점점 자라나게 되고 결국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상대방에게 아픈 상처를 주게된다.

그리고 이 과정을 따라간다는 것은 무척... 가슴아프고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는 선이를 통해 희망을 얘기한다.

어른이라면 잠시도 버티지 못했을 답답한 무게를 선이가 버텨낼 수 있는 건 비록 녹록찮은 경제형편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잃지않는 선이 엄마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이는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상대에게 다가가면서 용기를 낼 수 있었던게 아닐까.

선이의 묵묵한 자세를 끝까지, 정말 끝까지 응원하게 되는 영화.

이 영화를 뒤늦게라도 볼 수 있어서 정말정말 다행이다.

 


 

+

이 영화를 보고 나 역시 아이들의 상대적 빈곤에 대해 생각하고 반성도 하게 된다.

 

++

왕따의 꼬리표는 단순히 전학을 간다고, 학년이 달라진다고 해결되는게 아니다.

요즘은 sns를 통해 왕따당하여 전학간 학생까지 쫓아가 마침내 왕따의 꼬리표를 붙인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간다고 왕따의 주홍글씨를 떼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번 왕따를 당했던 아이들은 다시는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또다른 왕따에게 가장 가혹하게 구는 경우가 많단다.

 

 

 

 

 

 

 

 

 

 

 

 

 

 

<Weiner/위너>

 

Directed by Josh Kriegman, Elyse Steinberg

2016 / 96min / us

Anthony Weiner, Huma Abedin  

 


영화의 첫장면.

그리고 첫대사가 'Shit'.

이 영화의 주제를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자면 바로 'shit'.

EBS의 EIDF에서도 소개된 영화이며 올해 보여준 가장... 생생하고도 신랄한 정치 다큐멘터리.

정치인들의 거짓말이라면 그 어느 나라 국민들 못잖게 징그럽게 겪고 있는 우리나라지만, 쟈들이라고 그닥 다를 건 없다.

트럼프를 보시라.

자신이 트위터에 적은 글조차 부인하지 않나.

(NBC가 헛소리할까봐 전문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자신의 글 일부만 따서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라고 헛소리했다. 트럼프는 요즘 계속 이런 식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미국 국민들이 정치인에게 요구하는 도덕 수준은 제법 높아보인다(아니... 지극히 당연한 수위라고 보는게 맞지).

물론... 우리 국민들이 연예인, 운동선수에게 요구하는 청교도적 삶에는 절대 못미치지만.-_-;;;

이 영화는 제법 잘 나갔던(30대에 하원의원...) 앤서니 위너라는 정치인이 어떻게 몰락하고 어떻게 복귀하려고 했으며(눈물겹다...) 어떻게 또다시 몰락했는지를 보여준다.

뭐 다를거 없다.

온갖 수사 다 필요없고, 제 버릇 못버린 망나니 짓에 거짓말을 밥먹듯 해서 몰락했지.


그런데,

이렇게 생생하고도 신랄한 정치 다큐멘터리를 보다보니 더더욱... 입만 열면 개소리 + 거짓말을 일삼는 트럼프가 당선된, 그를 선택한 미국이 우리만큼 안스럽다.

자신의 정치적 복권을 위해 자신의 어린 아들까지 동원하고 힐러리가 총애했던 자신의 와이프까지 마구 매스컴의 카메라에 밀면서 딱 한가지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하는 앤서니 위너의 모습을 보노라면... 처음엔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이 나오다가, 자신의 욕망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얼굴에 똥칠이라도 할 수 있을법한 우리네 수꼴 정치인들이 생각나 기분이 더러워진다.

 

올해의 영화 중 한편이라 생각함.

 

 

 

 

 

 

 

 

 

 

 

 

<Tower/타워>

 

Directed by Keith Maitland

2016 / 96min / us

Violett Beane, Blair Jackson, Chris Doubek, Reece Everett Ryan  


이 영화는 많이 아프다.

1966년, 해병대 출신의 대학생 찰스 휘트먼이 텍사스 오스틴 대학의 상징과도 같은 시계탑 전망대에 올라가 무차별 저격하여 16명이 사망하고(산모의 태아도 숨졌으므로 16인), 31명 이상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벌어진 사건을 애니메이션으로 연출한 영화.

이 영화 그 어디에도 무분별한 개인 총기 휴대 자유를 비판하지 않지만 한해에 1만5천명이 총기 사고로 사망하고 1만4천명이 총기로 자살하는 끔찍한 미국의 현실을 곱씹지 않을 수 없다.

만삭 상태로 저격을 당해 쓰러진 뒤 곁에 있던 남편 역시 총격을 당해 즉사하고 간신히 살아남은 클레어.

총격을 당한 뒤 뱃속의 태아는 움직임을 멈췄음을 느꼈으며 저격 위험때문에 아무도 구하러 올 수 없는 상황에서 천천히 죽음의 공포와 맞닥뜨렸던 그녀.

그리고 그녀 곁으로 뛰어와 그녀가 정신을 잃지 않도록 계속 말을 걸어준 리타.

계속 되는 총격 속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뛰어와 그녀를 구출해낸 이들.

여느때와 다름없는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이들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던 순간.

그리고 긴박했던 경찰들과 지역 방송국의 모습들.

전망대를 향해 응사했던 시민들...

이 모든 모습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작법으로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생생하게 연출되어있다.

숨진 태아와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극복하고 에티오피아의 꼬마를 입양하여 정성스럽게 키우는 클레어의 모습은 가슴 속을 뜨겁게 후벼파고, 찰스 휘트먼이라는 괴물을 키운 건 우리 자신들이라는 눈물어린 피해자의 독백도 많이 아프다.

생명의 존엄성등에 대해 굳이 얘기할 필요없이,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으나 중간중간 당시 실제 영상이 꽤 자주 등장한다.

 

++

 

중반부에 이르러 등장인물이 실사로 등장하는 장면에선 <슈가맨을 찾아서>에서 느꼈던 안도의 놀라움과 비슷한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2016 BEST 40 MOVIE POSTERs



틈틈이 골라놨던 2016년 인상깊었던 영화 포스터 40선.

한글제목이 공개된 경우만 한글제목을 병기했음. (내 맘대로 적은 한글 제목이 아님. 윌도스, 데얼 와칭...등 어색한 제목이 표기되는 건 그 때문임)


이미지 클릭하시면 매우 큰 사이즈의 원본으로 볼 수 있음.

PC에 최적화되어있음.-_-;;;

 

 

 

 

 

 

 <아가씨 / the Handmaiden> (2016), 박찬욱
올해 <아가씨>는 확실히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해외 어지간한 올해의 영화 결산에 대부분 올라있으며,

단순히 리스트에 올린 정도가 아니라 대부분 상위권에 랭크.
영화뿐 아니라 영화 포스터 역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Moonlight / 문라이트>(2016), Barry Jenkins
올해의 영화 리스트에서 가장 자주, 가장 높은 랭크에서 거론되는 영화

 

 

 

 

 

 

<the Birth of a Nation / 국가의 탄생> (2016), Nate Parker
영화사를 거론할 때 흔히 언급되는 그리피스의 1914년작과 동일한 제목.
올해의 영화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으며 선댄스 사상 가장 높은 가격으로 판권이 매매된 영화.

 

 

 

 

 

 

<Cemetery of Splendour / 찬란함의 무덤> (2015), Apichatpong Weerasethakul
<엉클 분미>, <열대병>, <메콩호텔>의 바로 그.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신작.

 

 

 

 

 

 

<La Tortue Rouge / 붉은 거북> (2016), Michael Dudok de Wit
애니메이션.

 

 

 

 

 

 

<Paterson / 패터슨> (2016), Jim Jarmusch
짐 자무쉬 감독님의 신작.
정말... 경외감을 숨길 수 없을 정도로 꾸준하고 놀라운 창작 활동.

 

 

 

 

 

<Green Room / 그린 룸> (2015), Jeremy Saulnier
이제 고인이 된 안톤 옐친이 더더욱 그리워지는 스릴러.
올해의 영화 중 하나로 종종 언급되어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Buster's Mal Heart / 버스터스 맬 하트> (2016), Sarah Adina Smith
이 영화... 개봉이나 될까 몰라...-_-;;;

 

 

 

 

 

 

 

<La La Land / 라 라 랜드> (2016), Damien Chazelle

 

 

 

 

 

 

<High-Rise / 하이 라이즈> (2015), Ben Wheatley
이 영화... 참 기괴하다.
아트씨네마의 느낌도 가득하지만 자의식 과잉으로 느껴지는 장면도 무척 많았던.

의외로 올해의 영화 중 하나로 언급되기도. 

 

 

 

 

 

 

<Kubo and the Two Strings / 쿠보와 전설의 악기> (2016), Travis Knight
역시 올해의 영화 중 하나로 종종 언급되는데... 난 그 정도로 인상깊게 보진 못했다.

 

 

 

 

<Doctor Strange / 닥터 스트레인지> (2016), Scott Derrickson

 

 

 

 

 

 

<American Pastoral / 미국의 목가> (2016), Ewan McGregor
이완 맥그리거가 연출, 주연을 맡아 북치고 장구친 영화.
그 유명한 필립 로스의 소설이 원작.

 

 

 

 

 

<Gimme Danger / 김미 데인저> (2016), Jim Jarmusch
또다시 짐자무쉬 감독님의 작품.
대단...하시다. 정말.

 

 

 

 

 

 

<I, Daniel Blake / 나, 다니엘 블레이크> (2016), Ken Loach
내겐 올해 가장 놀라운 경험을 안겨준 영화.

 

 

 

 

 

<O Ornitólogo / 조류학자의 은밀한 모험> (2016), João Pedro Rodrigues
주앙 페드로 로드리게즈의 신작.

 

 

 

 

 

 

<지금은 맞고 지금은 틀리다> (2015), 홍상수
작년 결산 순위에 넣었던 영화지만 국제판 포스터는 올해 많이 보였기 때문에 넣어봄.

 

 

 

 

 

 

<Já, Olga Hepnarová / 나 올가 헤프나로바> (2016), Retr Kazda & Tomas Weinreb

 

 

 

 

 

<Já, Olga Hepnarová / 나 올가 헤프나로바> (2016), Retr Kazda & Tomas Weinreb

 

 

 

 

<Cosmos / 코스모스> (2015), Andrzej Zulawski

 

 

 

 

 

<Nong Hak / Dearest Sister /디어리스트 시스터> (2016), Mattie Do
부유한 외국인과 결혼한 라오스 여성을 통해 라오스의 현실을 그린 호러 영화.

 

 

 

 

 

 

<Christine / 크리스틴> (2016), Antonio Campos
1970년대 TV 리포터로 활야한 Christine Chubbuck에 관한 전기 영화.

 

 

 

 

 

 

<Suicide Squad / 수어사이드 스쿼드> (2016), David Ayer
뭔가 자꾸만 꼬여가는 DC... 

 

 

 

 

 

 

<Sun Choke / 선 초크> (2015), Ben Cresciman

 

 

 

 

 

 

<Best and Most Beautiful Things> (2016), Gareett Zevgetis
젊은 시각 장애여성이 강박과 고립에서 벗어나자신만의 사랑과 자유를 찾는 과정에 대한 다큐멘터리. 개인적으로 매우 보고 싶은 다큐. 

 

 

 

 

 

 

<Lo and Behold, Reveries of the Connected World> (2016), Werner Herzog
베르너 헤어조크의 신작.
이 감독님도 정말... 대단하세요. 정말...

 

 

 

 

<Men Go To Battle / 멘 고 투 배틀> (2015), Zachary Treitz.
기대를 약간 했었는데... 세간의 평은 상당히 좋지 않아서... 

 

 

 

 

 

 

<Portret van een Tuin / Portrait of a Garden / 포트레이트 오브 어 가든> (2015), Rosie Stapel

 

 

 

 

 

<Weirdos / 윌도스> (2016), Bruce McDonald

 

 

 

 

 

 

<Obit / 오빗> (2016), Vanessa Gould
500자 이내에 한사람의 삶을 압축시켜 부고 기사를 적는 뉴욕타임스 부고담당 스탭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Black / 블랙> (2015), Adil El Arbi + Bilall Fallah
움...

 

 

 

 

 

<They're Watching / 데얼 와칭> (2016), Jay Lender + MIcah Wright

 

 

 

 

<Tower / 타워> (2016), Keith Maitland
1966년, 텍사스대 학생이었던 찰스 휘트먼이 대학의 시계탑 전망대에서 총격을 가해 16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는데 이를 다룬 애니메이션.
해외의 평이 상당히... 좋다.

 

 

 

 

 

<the Neon Demon / 네온 디몬> (2016), Nicolas Winding Refn
이미지는 강렬하게 남는 영화.

 

 

 

 

<Toni Erdmann / 토니 에르트만> (2016), Maren Ade
올해의 영화 리스트에 단골로 언급되는 독일산 코미디.

 

 

 

 

<La Danseuse / the Dancer / 더 댄서> (2016), Stéphanie Di Giusto
이 영화... 세르게이 폴루닌에 관한 다큐와 같은 내용의 작품인걸로 알고 있다.
현대무용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구미가 땡길만한 작품이라 생각. 

 

 

 

 

 

 

<Hunter Gatherer> (2016), Joshua Losh

 

 

 

 

 

<Sieranevada / 시에라네바다> (2016), Cristi Puiu
이미 소개한 바 있는 영화.

 

 

 

 

 

 

<the Slippers / 더 슬리퍼스> (2016), Morgan White

 

 

 

 

 

 

<Exil / Exile> (2016), Rithy Panh
캄보디아 출신인 리디 판 감독의 신작.

 

 

 

 

<De Palma / 드 팔마> (2016), Noah Baumbach, Jake Paltrow

 

 

 

 

 

 

 

 

 

 

 

 

해외 외신들의 2016년을 빛낸 영화 리스트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물론 1월 초~중에 발표하는 곳도 있어서 (일본의 키네마 준보...같은 곳) 리스트를 다 확인할 순 없고,
유럽의 경우는 까이에 뒤 씨네마(Cahiers du Cinema)와 EFA (European Film Awards) 외엔 아직 내가 살펴보질 못해서 올리질 못하지만...
일단 확인한 건 이 정도.
관심있는 분들은 재미로 한번 보시길.


+
잘 보시면... 유럽쪽 리스트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리스트에서 <Moonlight/문라이트>를 볼 수 있다.
그것도 거의 꼭대기에서.
또 한가지, 거의 대부분의 리스트에서 박찬욱 감독의 <the Handmaiden/아가씨>도 볼 수 있다는 사실.
상대적으로 해외에 노출이 덜 된 <the Wailing/곡성>은 종종 보이는 정도.

 

 

 

 

++
에이미 애덤스는 <Arrival>과 <Nocturnal Animals>로 최고의 한해를 보낸 듯. 아쉬운 건 두 영화 모두 아직 국내 개봉이 되지 않아 접할 수 없었다는거.
이자벨 위페르(Isabelle Hupert) 역시 <L'Avenir/Things to Come>과 <Elle>로 존재감을 과시.




 



Huffington Post

The 21 Best Movies of 2016

 

 

 

European Film Awards

The Top 10 Movies of 2016


부문별 수상작  http://www.europeanfilmawards.eu/en_EN/winner-current

부문별 후보작 포함 http://www.europeanfilmawards.eu/en_EN/nomination-current


EFA에서도 <Toni Erdmann>은 그 존재감이 보통이 아닌듯.

당췌 어떤 영화길래...하는 궁금증이 점점 커져만 간다.

어떻길래 <Elle>와 <I, Daniel Blake>를 밀어내고 수상을 했을까.

 

 

 

Cahiers du Cinema

The Top 10 Movies of 2016


https://www.cahiersducinema.com/Top-Ten-2016.html


까이에 뒤 씨네마 역시 1위로 <Toni Erdmann>을 선정했다.

브루노 뒤몽 (Bruno Dumont)의 신작 <Ma Loute>도 보인다.

the New Yorker

The Best Movies of 2016

 

   

 

TIME

The Top 10 Best Movies of 2016

 

New York Times

The Best Movies of 2016

 

 

 

IndieWire

The Best Movies of 2016

 

인디와이어는 아직 결산판이 나오지 않았음.

 

 

 

the Wall Street Journal

The Best Films of 2016

 

 

 

YAHOO

The 50 Best Movies of 2016 

 

VOGUE

the 10 Best Movies of 2016

 

 

 

Entertainment Weekly

the 20 Best Movies of 2016

 

the Guardian

the 50 Best Films of 2016 in the UK

the Sidney Morning Herald

the 20 Best Films of 2016

 

 

Film Crave

Top Movies of 2016

 

Pop Crush

10 Best Movies of 2016

 

Den Of Geek

Best Movies of 2016

 

 

Thillist

the Best Movies of 2016

 

 

 

Elle

the 25 Best Movies of 2016

 

 

the Verge

the 15 Best Movies of 2016

 

VOX

the 21 Best Movies of 2016

 

 

 

Vanity Fair

the 10 Best Movies of 2016

 

트럼프와 전쟁 중인 버니피 페어

  

 

 

 

 

  

 

 

 

 

 

 

<Elle / 엘르>(2016)


Paul Verhoeven (파울 페르후번)

2016 / 130min / France

Isabelle Hupert (이자벨 위페르), Laurent Lafite (로렝 라피떼), Anne Consigny (앤느 꼰시니)



**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 보실 분은 패스해주세요!!! **

 

대단히 독특한 영화.

뭔가 한 장면 한 장면 떠오르는 영화 조차도 없을 정도로 독특한 영화.

필리뻬 지앙(Philippe Djian)의 원작 소설 <...Oh...>가 궁금해질 지경.

<Robocop / 로보캅>, <Total Recall / 토털 리콜>, <Basic Instinct / 원초적 본능>, <Showgirls / 쇼걸>, <Starship Troopers / 스타쉽 트루퍼>까지 영화사에 상당히 큰 족적을 남기며 1980~90년대 영화씬을 이끌어온, 우리에겐 폴 버호벤이란 이름으로 더 익숙한 파울 페르후번 감독의 2016년작이다.

2000년에 발표한 <Hollow Man / 할로우맨>이 너무나 기대 이하여서 관심 밖으로 밀려난 감독이었고 그랬기에 이번 영화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

이자벨 위페르(Isabelle Hupert)가 나온다는 사실 외엔 내겐 흥미를 끌 만한 부분이 없었다.


그런데...

이 영화, 놀라운 전개를 보여준다.

다 보고 나면 올해의 인상깊은 영화 리스트에 반드시 올려놓고 싶어질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영화가 되는거지.

기본 얼개는 스릴러의 형식을 띄고 있으면서, <원초적 본능>식의 관객 놀래키기가 여러 차례 등장하는 악취미를 여전히 보여주고 있는데 이야기의 방향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 버린다.


마을 주민을 싸그리 학살하다시피한 전대미문의 살인마를 아버지로 둔 주인공.

그 암흑같았던 과거에서 벗어나려 기를 쓰고 이젠 나름 성공한 게임 회사의 대표인 그녀, '미쉘'(이자벨 위페르)

첫장면부터 충격적인 강간씬으로 시작되는데 이후에도 그녀는 정체모를 남자에 의해 가학적 폭력을 당하며 강간당한다.

그 와중에 미쉘은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이기도 한 안나의 남편과 섹스를 나누고, 훤칠한 앞집 젊은 유부남에게 성욕을 느끼기도 하지.

따지고 보면 이 영화 속에 정상적인 '관계'라는 건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럭저럭 상식적인 범주에 속하는 인물은 전남편 정도?

책임감에 유독 집착하는 아들, 지나치리만치 신경질적인 아들의 동거녀, 게임 동영상에 겁탈당하는 대표의 모습을 합성하는 엔지니어, 강간당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쳤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섹스에 집착하는 불륜남, 여성을 때려야만 섹스가 가능한 남자... 

이런 모습들이 내 주변에 펼쳐진다면 난 아마도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갔을텐데 주인공 미쉘은 너무나 태연자약...하다.

이 모든 일이 자신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악마적 굴레(아버지의 죄악)에 대한 형벌이라고 생각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겉모습은 그리 심드렁하고 초월한 듯 보이지만 그녀의 속은 문드러질대로 문드러져 눈물조차 더이상 흘릴 수 없는 심리이거나, 아니면 어떤 분노와 눈물도 자신에겐 사치라고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로 이와 같은 영화의 끝은 파국에 이르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는 좀 다른 결말의 방식을 취한다.

복면을 쓴 강간범에게 무자비하게 얻어 맞으며 강간을 당하면서도 소극적인 대처만을 해온 미쉘은 감옥에 있는 아버지가 자신을 면회하러 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자살해버렸다는 소식을 감옥에 방문한 후에서야 듣게 된다.

자신을 옭죄던 굴레에서 해방감을 느낀 미쉘은 그간 체념하면서 살다시피했던 자신을 옭죄던 굴레에서 벗어난다.

굳이 그 숙명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놀랄 정도로 자연스럽게 과거의 자신과 결별하게 되는거지.

이 과정은 대단히 갑작스래 진행되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강간범과의 인연도 그제서야 끝낸다.

상대 여성에게 폭행을 가해야만 발기가 가능한 그 강간범은 마지막에 '어째서...'란 대사를 읊조린다.

그 뒤에 대사가 나오진 않지만 난 나만의 방식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째서 당신 혼자 이 고통스러운 굴레와 결별하는거지?'


이 말이 아니었을까...싶네.



 

 

 

 

 

 

 

 

 

 

<La La Land / 라 라 랜드>는 어제 못봤지만 이날 예약한 <I, Daniel Blake / 나, 다니엘 블레이크>까지 놓칠 순 없어서 나왔다.

인천 주안에 위치한 '영화공간 주안'에서 봤는데 처음 가본 공간이라 사진을 찍었다.

개인적으로 주안역 인근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차를 두고 주안역에 내려서 걸어가다 와이프는 껌을 밟았고, 심한 찌린내까지 맡으며 내 오래된 주안역 인근에 대한 인상을 확인만 시켜줬다.

하지만 빌딩 7층에 위치한 영화공간 주안에 도착하니 완전히 다른 느낌.


4개의 상영관을 보유하고 있었고 상영관도 생각보다 상당히 쾌적해서 앞으로 자주 오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잘 아시겠지만 이런 독립영화관은 쓸데없는, 정말... 지긋지긋하기 짝이 없는 기업 광고가 없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지.

하지만... 여기서 코코아는 먹지 마세요.ㅎ

 

 

 

 

어제 오후에 몸상태가 상당히 안좋았던 와이프.

좀 일찍 누워서 푹... 자고 나니 한결 나아진 듯.

덕분에 나올 수 있었다.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분들이 찾으시더라.

우리도 앞으로 종종 이용할 생각.

집앞에서 버스를 타면 극장 바로 앞까지 한번에 온다는.

굳이 차를 끌고 올 필요도 없다.

 

 

 

 

 

 

 

 

일부러... 이대, 건대, 홍대, 종로로 독립영화관 찾아가지 않아도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곳.

실내도 무척 잘 정돈되어있다.

 

 

 

 

 

 

그리고...

마주한 켄 로치 (Ken Loach) 감독님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 I, Daniel Blake>

 

  

   

 

<I, Daniel Blake / 나, 다니엘 블레이크> 포스터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볼 수 있어요)

 

 

 

 

 

 

 

 

켄 로치 감독님의 영화를 대부분 다 보았지만 이 영화는 이제 노장이 된 감독의 조금도 변하지 않고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민중의 삶에 대한 한없는 울분과 연민이 담긴 엄중한 경고가 가장... 직선적으로 표현된 영화다.

우리가 자본의 광폭함에 억눌려 스스로 내팽겨쳐버릴 수 밖에 없었던 인간의 존엄에 대한 이야기.

인간의 존엄마저 시스템과 업무 효율, 메뉴얼이 판단하고 좌지우지하는 허울좋은 복지 프로그램.

그 속에서 자존감을 헌신짝처럼 스스로 내던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민중들.


영화를 보는 내내 속이 터질 것 같았다.

물론 다니엘 블레이크의 그 따스한 마음에 웃음이 지어지기도 했고,

그가 아파하는 그 현실에 대해선 눈물이 나올 정도로 공감이 가기도 했고...

누군가 이 영화야말로 올해의 영화다...라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어떠한 영화적 기교도 다 걷어낸, 가시돋힌 모습으로 앙상한 골격만을 보여주는 처절한 현실을 이렇게 진중하고 묵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힘.

이 힘이야말로 영화가 지닌 가장 강력한 미덕 중 한가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말 필요없고 이 영화를 볼 수 있을 때 봐두시길.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자리에서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분명 알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

선진국이라는 영국의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를 한국으로 그대로 가져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우리는 더 하지 않는가.

대학등록금 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자신이 얼마나 못사는지를 증명해야하지 않는가?

안그래도 미흡한, 얄팍한 사회 안전망의 도움을 그나마 받으려면 자신이 얼마나 사회에서 낙오된 사람인지를 증명해내야하지 않는가.

선별적 복지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을 바닥에 내팽개치는 방식으로 그들이 말하는 '공정함'을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아픈 현실인지 생각하게 된다.



++

다니엘 블레이크 역을 맡은 Dave Johns (데이브 존스)는 그냥 그 자체로 '다니엘 블레이크'라고 느껴졌다.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그 사람이라는 생각.

주로 TV에 나오던 배우던데... 대단히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다.

 

 

 

 

 

 

 

 

 

 

 

 

 

<Ghost in the Shell>(2017) 3월 개봉 예정


오시이 마모루의 역작 <공각기동대>는 1995년에 공개되었다.
난 그해 가을인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아무튼 미국 Manga Entertainment에서 출시된 레이저디스크(LD)를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날... 당시 사귀던 여친과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로 나가려고 할 때 막... DHL로 소포가 도착했다.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던 나는 결국 여친과의 약속이 있었음에도 못나갈 것 같다고 일방적으로 전화하고는-_-;;; 집에서 포장을 뜯고 바로... 감상에 들어갔다.(당연히... 난 그 뒤로 2~3일 정도 화난 여친을 달래느라 애써야 했다)

작화 자체가 원작 코믹스와도 차이가 있었고 그 당시 일반적인 애니메이션과는 제법 차이가 있는 현실적인 캐릭터 디자인도 인상적이었으며 한번 봐선 그 주지하는 메시지가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는, 뭔가 심오한 듯한 분위기도 좋았다.
가와이 켄지의 음악 역시 작품의 풍요로운 질감을 살려주는데 단단히 한몫 했고 한편으론 뭔가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연상케하기도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러닝타임이 무척 짧은 편이었다는 점(70여분), 그리고 인상적이지만 밀도있는 임팩트는 부족하게 느껴진 액션씬...정도가 아쉽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95년에 발표된 이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는 곱씹을 만한 요소가 넘쳐나는 깊이있는 작품이었다.
고도로 발전한 네트워크 사회가 현실과 구분이 가지 않는 것을 넘어서 개인이 응당 의지하기 마련인 추억과 기억 조차 조작될 수 있고 네트워크 상에 고스트로서 존재하는 인형사를 통해 인간과 컴퓨터가 결합되는 전뇌화를 본격적으로 다룬 애니메이션으로 그전까지 폴 버호벤 감독등이 <토털리콜>(1990)에서 다룬 가상현실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공각기동대>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된 시로 마사무네의 '공각기동대'의 연재가 시작된 것이 1989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이들의 테크놀로지를 해석하고 예견하는 수준에 혀를 내두르게 되기도 하는데 1989년이면 우리가 잠실운동장에서 비둘기 날린 지 고작 1년 뒤다.

아무튼...
애니메이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공각기동대>가 헐리웃에서 실사화되고 있고 2017년 3월에 개봉을 한단다.
트레일러 공개 전부터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 -일방적 백인 캐스팅) 논란은 트레일러가 개봉된 뒤 잦아드는 모양새이긴 하다.
쿠사나기와 스칼렛 요한슨 사이에선 어떤 접점도 찾아보기 힘들지만...-_-;;;
그보다 문제는 이 영화를 연출하고 있는 루퍼트 샌더스...라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루퍼트 샌더스가 정식 장편 데뷔한 영화는 <Snow White and the Huntsman>(2012)이었는데 이 영화가 아주 형편없는 판타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원작 애니메이션의 진중하고 깊이있는 메시지와 분위기를 얼마나 살려낼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은 사실... 지울 수가 없다.
예고편을 보니 원작을 완전히 그대로 구현한 장면도 보이던데 일부 장면을 보니 불안감도 스멀스멀...ㅎ
잘 나오길 바랄 뿐.

 

 

 

+
개인적으로는 오시이 마모루의 <인랑>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 영화가 꼭.. 실사화되었음...하는 바램이 있다.
물론 실사화 작업의 감독은 절대로 오시이 마모루가 되어선 안되고.ㅎ

 

 


++
고도화된 네트워크 사회에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완전히 무너뜨린 애니메이션이 이로부터 3년 뒤 TV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이게 되는데 그건 바로 <Serial Experiments Lain / 레인>이었다.

 

 

 

+++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워쇼스키 자매(형재->남매->지금은 자매)의 <매트릭스/Matrix>에서 가상현실로 dive할 때 머리 뒤에 케이블을 꽂는 장면은 누가봐도 <공각기동대>의 dive 장면을 연상케한다. 실제로 워쇼스키 자매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두려 섭렵한 광팬이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마찬가지로.

 

 

 

 ++++

혹시나해서...
LD는 레이저 디스크...로 당시 VHS(비디오테이프)를 대체할 첨단 디지털 미디어로 기대되었던 영상기록매체다. 하지만... 몇년 뒤 시장에 선보인 DVD에 의해 완전히 패퇴당하여 순식간에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하게 사라진... 비운의 영상매체.

 

 

 

 +++++

일본 애니메이션을 굳이 미국의 샵을 통해 구입한 이유는 그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일본 문화 수입 금지 조치가 있던 때라...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을 들여오면 양재세관이나 인천세관에 무조건 압류되었기 때문이다.-_-;;;
미국에서 들어오는 소포의 경우도 종종 압류를 했는데 그런 경우 내가 구입한 돈을 고스란히 다 날려먹는다.
한번은... 양재세관에서 내 소포를 압류했다는 내용물을 우편으로 받은 뒤 완전히 꼭지가 돌아 그들이 보는 앞에서 내가 주문한 애니메이션 VHS와 LD를 다 밟아 부순 적도 있다. 정말로...
이후 DHL, FeDEX로 쉬핑옵션을 바꾼 뒤론 한번도 세관에 걸린 적이 없었다는게 참...

 


 

++++++

1995년 공개된 <공각기동대>의 trailer.

 

 

 

 

 

 

 

 

 

 

[하나와 앨리스 : 살인사건 / とアリス殺人事件] (2015)

 


 

궁금하다.

이와이 슌지는 어떻게 소녀들의 감성을 이처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걸까.

머리로 이해한 것이라곤 도저히 보이지 않는,

단 한번도 소녀들의 감성을 해아릴 만한 입장에서 서보지 않은 나로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이 바보같기까지한 소녀들이 주고받는 이야기와 생각들이 현실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애니메이션을 보노라면 그런걸 따지기 이전에 이미 등장 인물들에 몰입되고 극을 따라 의심없이 따라가게 된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부모님의 이혼에 따라 전학을 오게된 학교에서 보낸 고작 며칠 정도를 다루지만,

영화 속 마지막 에피소드에 이르면 때론 쓸쓸하고, 때론 설래고, 때론 정겹고 긴 여운을 주는 로드무비의 형식을 끌어오기도 한다.

그 짧은 여정에서 겪는 사람과 에피소드는 일상적이면서도 드라마로서의 상당한 무게감도 갖고 있어서 여운이 제법 길다.


사실... 부럽다.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놀랍도록 아름다운 작화로 풀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

참여한 성우들의 면면을 보면 이와이 슌지의 과거와 오랜만에 새롭게 시작된 그의 필모의 여정이 맞닿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하나와 앨리스]의 아오이 유우와 스즈키 안,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일본에서 찍은,

얼마전 나도 감상했던 [립반윙클의 신부]의 쿠로키 하루.

 

 

 

 

 

 

 

 

 

 

 

 

 

 

 

 

 

 

 

 

 

 

 

 

 

 

 

 

 

 

 

 

 

 

 

 

 

 

 

 

 

 

 

 

 

 

 

 

 

 

 

 

 

 

 

 

 

 

 

 

 

 

 

 

 

 

 

 

 

 

 

 

 

 

 

 

 

 

 

 

 

 

 

 

 

 

 

 

 


 

 

[Sing Street / 싱 스트릿]


Directed by John Carney (존 카니)

2016 / 106min / UK

Ferdia Walsh-Peelo (퍼디아 월시-필로), Ben Carolan (벤 캐롤런), Jack Reynor (잭 레이너), Lucy Boynton (루시 보인턴)



'얼굴에 그 화장은 뭐야? 화장실에 가서 당장 지워'

'전 밴드하는데요?'


적당한 허세도 생기고, 자의식 역시 단단해지면서 그렇게 뮤지션으로서의 스스로를 자각한다.

비록 한눈에 반한 연상의 여인의 환심을 사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밴드 결성이었지만 그 수단으로서의 음악에 집중하고 고민하고 '의식의 흐름'에 따르면서 주인공은 진짜 뮤지션이 되어간다.

어떤 방식으로 기성의 부조리한 권위에 맞설 것인지 스스로 확신을 갖게 되고, 어떤 방식으로 폭력에 대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는다. 

그게 어느 정도 똥폼을 잡는 허세일지라도 주인공은 더이상 부조리와 폭력으로부터 숨거나 피하지 않고 맞설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서 자신의 사랑과 목적을 위해 모든걸 포기하고 내던질 줄도 알게 된다.

재능이라면 오히려 다재다능한 멀티 인스트루멘털리스트인 훌륭한 음악적 동반자 대런에게 더 있을지 모르지만 밴드를 대중의 장으로 끌어내어 부각시키는 것은 알을 깨고 자신만의 아우라를 갖춰가는 주인공의 몫이다.  


<Once/원스>, <Begin Again/비긴 어게인>의 존 카니 감독은 대단히 매력적인 성장 드라마의 틀을 빌어 영화 내내 끝까지 관객에게 '도전하고 저항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내가 성장 드라마를 좋아하는 건 이미 성장영화 베스트를 올리면서 고백한 바 있지만 이 영화는 가장 직선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둔중하게 던진다.

결코 마냥 무겁거나 진지빠는 방식이 아닌, 하지만 역시 결코 가볍고 치기어린 방식이 아닌 작법으로.


가족과의 관계,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뜨거운 마음, 폭력적인 부조리에 저항하면서 단단해져가는 주인공을 보노라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진심으로 멋진 영화다.


와이프가 말했듯, 폭력적인 가정 속에서 폭력의 방식으로 자신을 증명하던 '베리'라는 등장인물을 껴안는 방식 역시 인상적이다.


<Frank/프랭크>와 함께 근래 본 가장 인상적인 음악 영화이자 성장 영화.

게다가 음악까지 인상적이다.

 

 

 

 

 

Sing Street - Drive It Like You Stole It (Official Video)

 

 

 

 

 

Ferdia Walsh Peelo - A Beautiful Sea (Sing Street soundtrack)

 

 

 

 

 

SING STREET - THE RIDDLE OF THE MODEL Music Video Clip

 

 

 

 

 

Girls - Sing Street

 

 

 

 

그리고... 이 영화엔 내가 정말로 좋아했던 팝스타들의 음악들이 마구 흘러나온다.

 

 

'In Between Days' - the Cure

 

 

 

 

'Maneater' - Daryl Hall & John Oates

가사가 다소 문제여지가 있다고 느껴지고, 실제 그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아닌가? 가물가물하다. 중딩때라)

이 곡이 빌보드 챠트 거의 10주인가? (이것도 가물가물하다) 1위를 했다.

예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듀오 베스트를 뽑은 적 있는데 거기서도 홀 앤 오츠는 저... 최상위.

그만큼 좋아했었다.

 

 

 

 

 

'Axel F' - Harold Faltermeyer

 

 

 

 

 

 

 

시작은 연상의 미인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서였다. 흔하디 흔한 록 스피릿 아닌가.ㅎ

 

 

 

 

 

 

 

주인공은 대런(Darren)이라는 천군만마와도 같은 멋진 음악적 동료를 얻는다.

그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 열망을 구체화하며 스스로 역시 뮤지션으로서의 기능을 갖추기 시작한다.


 

 

 

 

 

 

 

 

 

 

 

 

첫 뮤직 비디오 촬영.

 

 

 

 

 

 

 

제법 밴드다워진 두번째 뮤직비디오 촬영.


 

 

 

 

 

 

 

 

 

 

 

 

그에게 멘토가 있다면 다름아닌 자신의 친형이다.

그는 주인공의 음악에 신랄한 비평을 가하기도 하고, 참조할 만한 뮤지션들의 음악을 듣도록 해주며, 결정적으로 뮤지션으로서의 애터튜드에 대해 얘기한다.

사실 주인공의 멘토라지만 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멘토이기도 하다.

동생인 주인공이 성장해가면서 형은 역으로 동생의 모습에 자극받고 느슨하던 자신의 일상에 분노를 느끼게 된다.


 

 

 

 

 

 

the Cure.

이외에도 제법 많은 밴드들이 등장한다.

 

 

 

 

 

 

 

 

 

 

 

 

 

 

 

 

 

 

 

스샷은 올리지 않았지만,

엔딩 장면은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자크 오디아드 (Jacques Audiard) 감독의 영화는 모두 챙겨보고 있다.

최근의 <Dheepan /디판> 역시 압도적이었지만 누가 뭐래도 그의 가장 인상적인 영화는 바로 이 영화 <un Prophete / 예언자>가 아닐까 싶다.

이 영화의 블루레이를 내가 믿어 의심치 않는 플레인아카이브 (PlainArchive)를 통해 11월 17일경 발매된단다.


오늘(10.27) 오후 4시부터 예판 시작.

난 4시 땡...치자마자 바로 구입 완료.





- 플레인 스토어

http://plainarchive.co.kr/product/detail.html?product_no=121&cate_no=1&display_group=2



- 알라딘 (접지 안된 지관통 포스터 증정)
http://dvd.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5418410&start=main

- 예스24
http://www.yes24.com/24/goods/33138925?scode=032&OzSrank=8


이외 인터넷 교보문고, 핫트랙스, 인터파크에서 예판 진행.



 

 

 

 

 

 

 

 

 

<립반윙클의 신부 / リップヴァンウィンクルの花嫁>



* 결말등을 이야기하진 않지만 스포일러 요소가 있습니다. 영화 보실 분은 피해주세요 *

* 10.15~10.16 (토~일) 양일간 이화여자대학교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일본에서만 상영된 스페셜 에디션을 상영한답니다.-_-;;; 현재 상영 중인 2시간 러닝타임이 아닌... 무려 60분 더 긴 3시간 버전입니다. 아래 링크 참조하시고 관심있는 분들은 참조하시길.

http://www.arthousemomo.co.kr/pages/board.php?bo_table=notice&wr_id=1697 *

 

이와이 슌지가 돌아왔다.

커다란 공백을 안고 있었음에도 영화는 그 어떤 공백의 어색함도 남겨주지 않더라.

그의 공백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법도한데 이 영화는 여지껏 쭈욱- 영화를 연출해온 것처럼 자연스럽다.

그리고 상당히 명징하면서도 둔중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내보인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나나미(쿠로키 하루)는 SNS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결혼하게 될 남자 친구에게조차 숨겨온 속마음을 그녀는 SNS에 기록한다.

그녀가 자신의 보금자리인 가정에서 세상 밖으로 밀려날 때 나나미에게 위안을 준 이는 그의 가족, 남편이 아니라 오히려 그녀를 궁지로 몰아넣은 아무로(아냐노 고)다.

나나미라는 내성적이며, 일견 답답해보이기까지하는 캐릭터가 점점 조금씩 크게 자기 목소리를 내게 되는 변화 역시 아무로의 몫이 크다.

이 영화에서 나나미를 이야기할 때 아무로라는 캐릭터를 얘기하지 않고는 이 영화를 얘기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비중이 꽤 큰데, 영화 속 아무로의 직업은 우리나라로 치면 흥신소 직원 정도로 보면 될 법하다.

그가 하는 일이라곤 불륜 상황을 조장하여 파경에 이르도록 하거나, 결혼식 하객 대행 서비스를 관리하거나... 아이들과 시간을 정해 놀아주거나... 그러니까 돈이 되는 일이라면 그것이 도덕적으로 옳고 그른지 상관없이 철저한 직업 정신으로 관철시킨다. - 실제로 그는 대단히 프로페셔널하다-

나나미 곁에서 가장 나나미를 잘 이해해주는 이가 아무로이며, 그녀를 궁지에 몰아넣는 것도 아무로이고, 그녀가 변화할 수 있는 동기가 되어준 이도 아무로다.

와이프는 그런 아무로같은 사람, 그러니까 아무런 윤리적 기준없이 철저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무서운 사람이 아니냐고 하던데, 나 역시 와이프의 생각에 공감한다.

결과적으로는 아무로가 나나미에게 이른바 발전적 해체를 하도록 도와준 꼴이 되어버렸지만 그런 결과는 아무로가 의도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는 철저히 의뢰인으로부터 돈을 받고 정해진 목표를 위해 나나미를 이용했던 것이고 -놀랍게도 대면할 때는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을 담아서-

사실상 정해진 파멸의 수순에서 희망의 가닥을 잡아 수렁에서 벗어난 것은 순전히, 정말 오롯이 나나미의 여리지만 단단한 캐릭터 덕분이니 말이다.

어쩌면 아무로는 그런 나나미가 대단히 흥미로웠을지도 모른다.


나나미가 기간제 교사를 맡아 수업하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그녀는 교실에 자신의 목소리를 힘있게 실어 내는 것조차 버거워한다.

짖궃은 아이들은 그런 그녀의 교탁 위에 마이크를 올려놓고.

어처구니없는 계략에 걸려 내몰릴 때도 그녀는 단 한번도 제대로 변명을 하지 못한다.

보는 사람이 속이 뒤집어질 정도로.


그런 그녀가 세상으로 내몰려 아무 생각없이 거리를 걷다가 도착한 모텔에서 그 방을 청소하러온 청소업자에게 그녀는 '일거리를 찾고 있다'고 말한다.

수동적이고 소심한 그녀의 모습이 작게나마 변화하기 시작하는 지점이 이 지점이기도 하다.

이후 영화는 곧장- 나나미의 성장 영화로 질주한다.

그녀는 아무로의 소개로 자신이 스스로 찾아낸 객실 관리업무 외에도 부업을 하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결혼식 가짜 하객 일이었다.

중혼(重婚)인 남자쪽의 가짜 식구로 당일 만난 가짜 아빠, 가짜 엄마, 가짜 자매, 가짜 남동생은 그 날 일을 훌륭히 마치곤 실제 가족처럼 뒷풀이를 하고 즐겁게 웃고 그리고 헤어진다.

나나미가 영화를 통털어 가장 즐겁게 웃는 순간이 아이러니하게 이 가짜 가족과 함께 했던 순간이었다.

비록 나나미가 가짜 가족들 사이에서 가장 즐거운 웃음을 내보였다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가족의 무의미함을 드러낸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가짜 가족은 어디까지나 피상적인 이야기를 하며 한시적인 만남을 가질 뿐이니까. 만약 그 만남이 지속되고 서로에게 유대감이 생기게 되어도 그렇게 마냥 행복할 수 있을까?

중요한 건 SNS든 가짜 하객 서비스든 우리 현대인들이 SNS등을 통해 소통하는 방식의 피상성이다.

네트워크를 보다 견고하게 구축하려는 듯 SNS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사람들은 유대관계와 현실의 네트워크로부터 피로감을 느낀다.

역설적으로 그것이 사람들을 SNS에 더욱 집착하게 만드는 원인아닐까?

나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직접적으로 유대감을 갖고 있는 이들보다 현실의 네트워크에서 벗어난 가상의 네트워크에서 종종 위안을 얻곤 한다.

의외의 선물을 받은 듯한 기분을 얻기도 하면서.

이러한 경험을 폄훼하며 '세상은 허구로 가득 차 있어'라는 말로 치부할 정도의 무의미한 현상이 아니라는거지.


나나미의 여정을 따라가면서도 이와이 슌지는 언제나처럼 이 영화에서도 죽음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끝에는 따뜻한 희망을 살짝 담아 놓는다.

온갖 굴곡 끝에 단단해진 쿠로키의 모습을 따라가다보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죽음에 대한 일상적 공포가 내재된 일본인들에게 이와이 슌지가 전하는 희망의 방식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러다보니 1시간이 편집되어버린 국내 상영본이 아닌 온전한 3시간 상영본을 보고 싶어졌다.




*

영화 말미에 나오는 당혹스러운 촌극.

이 장면에서 사람들은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대단히 당혹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와이프는 그 영화 말미에 장면을 무척 슬프게 봤단다.

하지만 난 그 장면을 이와이 슌지가 웃으라고 넣은 장면이라고 봤다.

소통과 내재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보여주는 당혹스러운 감정들이니 난 그걸 웃으라고 넣은 장면이라 생각한거지.



**

쿠로키 하루를 참... 많이 보게 되는데,

난 한번도 쿠로키 하루를 '예쁘다'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매력있는 배우 정도로 생각해왔었지.

그런데 이 영화에선 그녀가 정말... 예쁘게 보이더라.

그녀의 패션은 확고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개성이 드러나는데(그녀가 나온 드라마, 영화 모두) 눈여겨 보는 여성분들도 많으실 듯 하다.



***

이 영화의 촬영을 뭘로 했는지 찾아보지 않았는데 자연광을 사용해서일까?

안노 히데아키(<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바로 그>의 실사영화 <Love & Pop/러브 앤 팝>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물론... 그렇게 거칠고 매마른 화면은 결코 아니었지만.



****

이 영화를 얘기하기에 앞서 이와이 슌지의 영화들을 죄다 들춰내는 짓을 했었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알맹이도 없는 글이 너무 길어져 죄다 지웠다.

개인적으로 <릴리 슈슈의 모든 것>, <하나와 앨리스>, <4월 이야기>를 정말정말 좋아한다.

물론 초기작들도 다 좋아하고.



*****

유어마인드(http://www.your-mind.com) 등의 서점에서 이 책을 판매한다.

물론 들어오자마자 동이 나서 구입이 쉽진 않겠지만...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확인해보시길.


http://your-mind.com/product/detail.html?product_no=2915&cate_no=206&display_group=1

 

키쿠치 오사무가 찍은 사진들이다.

 

 

 

 

 

 

 

 

 

 

<너는 착한 아이 / きみはいい子 / Being Good>


Directed by 오미보

2015 / 121min / Japan
코라 켄고, 오노 마치코, 이케와키 치즈루


어제 본 오미보 감독의 <너는 착한 아이>
오미보 감독은 재일교포 2세 감독으로 2014년 정말정말 인상깊게 본 <그곳에서만 빛이 난다>의 감독이기도 하다.
2년 연속 키네마 준보 선정 일본영화 베스트 10에 작품을 올렸지.

이 영화는 통제불능의 아이들을 대하는 초임 교사의 난감함을 그리는 부분에선 로랑 깡떼의 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어찌보면 <너는 착한 아이 : 그렇게 선생님이 된다>라는 부제를 붙여도 그닥 어색하지 않을 지 모른다.
물론 이 영화는 학대받는 아이들에 대한 영화이며, 아동 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분절화된 개인의 관계를 사랑과 관심으로 보살펴야한다는 시선이 담겨있지.
이렇게 말하면 이 영화가 뜬구름잡는 소리하는 감상적 영화로 느껴지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이 영화의 진짜 힘은 이 메시지가 전달하고자하는 진솔한 힘에 있다.
동기와 이유가 분명한 학대의 끈은 주변의 적극적 관심으로, 동기와 이유가 불분명한 학대에 대해선 적극적인 행동으로 대처하자는 메시지가 분명히 담겨있지.
매우 여운이 깊게 남는 영화다.
단 두편으로 오미보 감독의 완전 팬이 된 것 같아.

*
<조제 호랑이...>로 잘 알려진 배우 이케와키 치즈루는 오미보 감독의 전작 <그곳에서만 빛이 난다>에서 헤어나오기 힘든 절망에 빠져 체념하다시피 삶을 살면서도 강건함을 보여준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그 영화에선 대단히 섹시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 영화 <너는 착한 아이>에선 도무지 같은 사람이라곤 볼 수 없을 정도로 전혀 꾸지미지 않은 요코역을 맡아 기가막히게 소화했다.
멋진 배우라는 생각이 들더라.



 

 

 

 

 

<백엔의 사랑 / 百円の恋 / 100 Yen Love>

Directed by 타케마사히루

2014 / 113min / Japan
안도 사쿠라, 아라이 히로후미, 이나가와 미요코, 코이데 사오리


아무데서나 볼 수가 없다. 그래도 찾아 가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꿈도 희망도 없이 나이 서른둘이 되도록 지속적인 내상을 입어온 주인공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도 모두 어색하다.
영화 초중반에 그 격노할 일을 당했음에도 그녀는 그런 엄청난 사건도 대충 시덥잖은 해프닝 정도로 넘겨버린다. 이것이야말로 살아있되 살아있지 못한 상태아닐까.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끝까지 살아갈 순 없는 법이지.
자신과 주변의 삶에 감각없이 반응하던 무덤덤한 그녀의 감정에 커다란 진폭이 생기는 순간이 다가온 뒤, 그녀는 조금씩 웃고 울고 분노하며 드디어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된다.
마지막 엔딩까지 영화가 휘두르는 펀치는 주인공 이치코가 '한번은 이겨보고 싶다'며 휘두르는 그 펀치보다도 훨씬 훨씬 더 매섭다.

기똥찬 영화다.


 

 

 

 

 

 

 

 


몇년간 열심히 모은 DVD들.
지금은 하염없이 먼지만 쌓인다.
몇년 전... DVD를 매월 몇년간 구입하던 중에 블루레이 시대를 맞이했지만 그때 이미 우리나라 부가 판권시장은 회복 불능 상황에 놓인터라 국내엔 제대로 블루레이 디스크가 발매조차 되지 않았고 이후 시장 환경도 절망적이었다.
그런 상황이 열받기도 하고... DVD도 훨씬 좋은 Full HD에 눈이 길들여지니 더이상 DVD를 구입할 마음이 생기지 않더라.
그렇다고 블루레이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도 아니고... 이런저런 핑계를 내세워 이후로 DVD나 블루레이 모두 구입하지 않았다.

지금 한쪽 벽면을 채운 DVD들을 보면 가끔... 내가 저걸 왜...하는 생각이 들어 처분하려고 몇번 마음먹었었다.
비록 블루레이에 비하면 볼품없는 화질이지만 그래도 서플먼트등의 값진 컨텐츠들이 꽤 있는 터라 폐기처분할 미디어는 아니다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내가 더이상 꺼내보질 않는데 이렇게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도 참...그렇고.-_-;;;
그래서 몇번이고 이걸 처분할까, 아님 필요한 곳에 기증할까 생각했지만 아직까진 그냥 이렇게 갖고 있다.

어제...
자이언트 로보 DVD박스를 꺼내다가 눈에 띈, 내가 정말 좋아했던 몇편의 영화.
크라이테리온 컬렉션도 좀 있고... 진귀한 박스세트나 한정판도 좀 있지만 그런 영화들보다 내가 더 소중히 여긴 영화들이다.
물론 내가 좋아한 영화들을 다 꺼낼 순 없고... 우연히 눈에 들어온 곳에 모여 있었던 영화들.

아래 몇장 찍어 올려보는데...
보면 알 수 있듯 DVD 아웃케이스의 비닐도 뜯지 않은채 보관했다.
DVD를 뺄 수 있도록 입구만 비닐을 뜯어놓은거지.ㅎ

 

 

 

 

좌 : <까뮈따윈 몰라 / カミュなんて知らない>(2005), 야나기마치 미츠오 감독
중상 : <마츠가네 난사사건 / 松ヶ根乱射事件>(2006),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중하 : <녹차의 맛 / 茶の味>(2004), 이시이 카츠히토 감독
우 : <환상의 빛 / 幻の光>(1995), <아무도 모른다 / 誰も知らない>(2004),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모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환상의 빛>은 무려 11년만에 우리나라에서 곧 개봉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까페 뤼미에르 / 咖啡時光>(2003), 허우샤오시엔 감독
이 영화는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오즈 야스지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일본에서 찍은 영화다.
지금도 이 영화 장면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리고... 저 영화들 옆칸에 있길래 생각나서 꺼내본...
프랑소와 트뤼포 박스세트.
아주 독특한 DVD 박스세트였다.
위에서 보듯... 저렇게 DVD 케이스가 바인딩된 형태.

 

 

 

 

 

 

 

 

다섯편이 담겨있다.
이 박스세트는 알토미디어에서 출시했었는데, 이후 평범한 킵케이스 형태로 박스구성되어 다시 재출시되기도 했다.

 

 

 

 

 

 

 

총 다섯편이 들어있다.
<400번의 구타 / Les 400 Coups / the 400 Blows>(1959)
<피아니스트를 쏴라 / Tirez Sur Le Pianiste / Shoot the Piano Player>(1960)
<쥴앤짐 / Jules et Jim / Jules and Jim>(1961)
<부드러운 살결 / La Peau Douce / the Soft Skin>(1964)
<훔친 키스 / Baisers Voles / Stolen Kisses>(1968)

 

 

 

 

 

 

 

 

 

 

 

 

 

 

 

 

 

 

 

 

 

 

이렇게 보니...
처분하지 말고 그냥 갖고 있어야겠다.


 

 

 

 

 

 

 


*
날 가장 웃겼던 SF 영화 중 하나인 <인디펜던스 데이>의 후속편이 곧 개봉된단다.
이번 외계인은 겁나 크고 겁나 강력하다는데 그래봐야 온갖 난리통 끝에 결국 지구인이 승리할 것이라는 걸 우린 너무 잘 알고 있다.-_-;;;
암튼... 이번 외계인은 화력으로 밀어부치는 정도가 아니라 중력을 자기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궁극의 기술력을 시전하시나보다.
아까... 무려 9일만에 집에 돌아온(가출 아님) 아들과 함께 이 예고편을 보다보니 갑자기 로보트킹... (고유성 만화가의)이 생각이 났다.
나 겁나 어릴 적 봤던 만화 중 하나.
후에 일본애니메이션을 자주 보게 되면서 로보트킹이 '자이언트 로보'라는 애니메이션의(집에 OVA를 죄다 갖고 있다. 지금도) GR2를 완전히 표절한 것이란 사실에 실망도 제법 컸던 바로 그 로보트킹.
갑자기 로보트킹이 생각난 건 표절 때문이 아니라,
지금 아주 또렷하게 기억나는 대사 때문이다.
로보트 킹은 비행을 위한 별도의 로켓형 추진체를 달고 있지 않다.
대부분의 로보트가 등 또는 발바닥에 강력한 추진체를 달고 이를 통해 날아다니는 것과 달리 로보트 킹은 추진체가 없었다.
만화 속의 한 대사에서 누군가가 로보트킹이 어떻게 비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묻자 주인공이 이렇게 얘기한다.
'로보트킹은 그런 싸구려 로보트들처럼 로켓 추진체를 쓰지 않아.
중력을 역으로 이용하는 기술을 사용하지'라고.
캬...
겁나 어렸던 나는 이 대사 한방에 그냥 로보트 킹에 뻑이 갔던 기억이 난다. (실제 대사는 저와 많이 달랐을텐데 의미는 동일할 것임)
그냥... <인디펜던스데이 리써전스>의 외계인들이 1980년 전에 이미 우리 만화 속에 등장한 중력이용 기술을 이제서야 들고 왔다길래 생각이 나서...-_-;;;
그래봐야... 로보트킹은 명백한 표절이었지만.

 

 

 

 

 

(이미지 좌측이 고유성 화백의 '로보트 킹'
이미지 우측은 일본만화 '자이언트 로보'의 GR2
이미지 출처는 오유 Dragonic님)






**
인디펜던스데이 리써전스의 외계인 중력이용 기술때문에 생각난 로보트킹... 그리고 로보트킹이 명백히 표절한 자이언트로보(의 GR2)...
그러다보니 자이언트로보...가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
고이 잠들어있는 DVD를 꺼내와 1편부터 보기 시작했다.
역시... 지금의 애니메이션과는 비교하기 힘든 웅장하고 서사적인 느낌이 있다. 작화, 음악, 구도전환 모두.
정말... 엄청 오랜만에 다시 보는데 역시나 끝내줘.

 


 

 

 

 

 

 

 

 

 

 

 

 

 

 

 


와이프가 보고 싶어하던 모리 준이치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여름/가을 편과 겨울/봄 편을 모두 봤다.
일용할 양식으로서의 음식,
추억을 재현하는 매개로서의 음식,
그리고 음식을 통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과의 교감이 잘 담긴 영화다.
메시지가 약간 꼰대스러운 느낌도 없진 않지만...ㅎ
어제도 말했듯이 자연스러우면서도 대단히 세련된 영상과 음악도 인상적인 영화.


도시로 나갔던 이치코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다시 고향인 코모리로 돌아온다.
그녀는 5년 전 불현듯 자신을 두고 떠나버린 엄마와 함께 살던 집에서 스스로 자급자족 농사를 짓는다.
이 과정이 영화에 대단히 섬세하고 세밀하게 투영되어있다. (실제로 이치코역을 맡은 여배우가 촬영기간 내내 이 마을에 살았다고 하네)
대충 허투루 농촌 생활을 흉내내는 것이 아닌, 정말 그 집에 살면서 귀농생활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다.
계절별로 아마도 일곱가지의 음식이 등장하는 듯 한데, 이 음식들은 음식예능처럼 뭔가 뜬금없이, 전후 맥락없이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이 일곱가지의 음식이 소개되는 것에는 모두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길고긴 장마와 무더위에 피어나는 곰팡이와 싸우느라 한여름에도 장작을 넣어 스토브를 떼우고 이렇게 습기를 없애는데 사용된 스토브 속의 여열을 이용해 빵을 만드는 식이지.
이 영화 그 어디에도 그냥 허투루 소모되는 낭비따윈 없다.
땀을 흘리며 노동하는 이에게 필요한 그만한 댓가의 음식만이 존재할 뿐이지.
정말 인상깊은 영화다.

또다시 열패감쩌는 소리를 할 수 밖에 없는데,
이 정도로 성실하며, 자연스러우면서도 동시에 감각적인 영상을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시골의 모습 자체가 성장중심의 어설픈 토건주의가 휩쓴 우리네 시골과 달라도 많이 다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이런 영상에 어쿠스틱이나 담아내는 뻔한 실수따위를 이 영화는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대중의 다수, 일부의 일본 영화인들조차 일본 영화의 낙후성을 이야기하지만 난 이런 영화들 때문에 도저히 일본 영화들을 얕잡아 볼 수가 없다.

그리고...
난 이 코모리라는 작은 시골에 사는 주인공처럼 살 수도 없고, 살 마음도 없지만.
그녀가 흘리는 땀과 그 결실을 따라가다보니 단순히 시골 생활에 대한 감상적 향수때문이 아니라, 뭔가 내가 정말 구리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정말 요즘은 내가 완전 구리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는 그 생각에 방점을 찍게 해주네.


*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스마트폰, TV등을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는다.
시골 사람들이라고 어디 스마트폰, TV가 없을까. 그저 굳이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뿐이겠지.


**
여름/가을편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가을편 시작 인트로 부분에서 시골길을 자전거로 달리던 이치코를 담아내던 카메라가 우회전하여 달리는 이치코를 쫓아가지 않고 그냥 직진하면서 멀어져가는 이치코를 담아내는 장면이었다.(스샷을 올렸다)
이 영화의 모든 메시지가 담긴 듯한 기가막힌 장면이다.



***
이제부터 엄청난 양의 스샷...투척.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


Directed by 조성희

2016 / 125min / korea 

이제훈, 박근형, 노정의, 김하나, 김성균, 고아라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을 봤다.
이 영화의 감독이 조성희 감독이라는 걸 몰랐던 탓에 관심도 없었고 볼 마음도 없었는데 강풀 작가의 조조영화 웹툰에서 이 영화를 다룬 것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뒤늦게 영화관을 찾아봤으나... 내 너무 늦게 상영관을 찾아본 탓에 집 근처의 영화관에선 이미 교차상영 중이었고 주말엔 극히 제한된 시간에만 상영을 하더라.

분명히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씬시티>의 기운이 잔뜩 흐른다. 카메라 워킹은 물론이고 김성균씨가 맡은 역할은 누가봐도 일라이자 우드가 맡았던 역할과 거의 완벽하게 오버랩된다. 주인공이 찾는 대상이 납치된 곳을 찾아가는 과정의 분위기도 비스무리하고.
그렇다고 이 영화를 <씬시티>의 표절이라고 말할 순 없지. 그렇게 욕하는 건 분명 겁나 게으른 평가라고 생각한다.
프랭크 밀러 원작의 <씬시티>가 그만의 세계관을 공고히 한 것처럼 조성희 감독의 <사라진 마을> 역시 나름의 세계관이 확고하다.
그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조직의 표식인 문신과 미국의 그래픽 노블들, 의 기똥찬 스모그 속 액션이 감칠맛나게 버무려진 것 뿐이다. (물론... 의 스모그 액션을 떠올린건 내 생각일 뿐이다)

다른건 차치하고...
난 이 영화가 어설픈 엔딩을 보여주지 않았다는게 마음에 든다.
아니, 속이 다 시원했다.
같잖은 호기로 상대의 말을 다 들어주거나, 어설픈 양심으로 악인을 용서하는 짓 따위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활빈당은 가차없이 인신매매, 강간, 살인, 학살을 태연하게 저지르는 상대를 처단해버린다.

위험하게 들릴 수 있으려나?
난 종종 지금 이 어처구니없으리만치 망가진 한국 사회를 얘기하면서 짐짓 이성적인 태도를 취한다며 폭력시위를 경계하고-이것이 저들이 원하는 바이다라는 논리로- 쌍욕을 퍼붓고 상대를 공격하는 것을 몰이성적인 것이라 비판하는 이들을 많이 본다.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이런 태도를 취하는 분들은 수도 없이 많다. 내가 만나본 사람만 몇이야...

그런데 또 많은 이들은 종종 유럽의 민주주의 풍토에 대해 얘기하며 부러워한다. 하지만 알고있다시피 그들의 민주주의가 그냥 거저 얻어진 것인가? 그냥 기득권들이 알아서 자신의 권력 일부를 시민과 노동자에게 넘겼던가? 그리고 지금도 그들은 이성적 사고를 통해 대화만으로 노동자, 시민의 권리를 지키고 있을까?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의 민주주의도 그냥 얻어진게 아니지 않나?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지금 세상이 어느 때인데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라고 힐난한다.(실제로 그랬다)
난 그럼 되묻는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요? 그 악랄한 시절보다 더 교활하게 국민의 경제권을 압박하면서 곳간을 털어가고 이때문에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판국인데 그럼 그때랑 뭐가 다르죠?'라고.

얌전한 시민이 바꿀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 얘기하려다 잡소리만 가득했네...

*
아... 이 영화의 아역들. 연기가 기가막히다.
처음엔 이 두명의 꼬마들이 주인공에게 어깃장을 놓는 설정이 약간 짜증났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상당히 영화의 강점으로 보이게 되더라.

**
캐스팅이 아주... 좋다.
생뚱맞은 소리지만 활빈당 황회장(고아라) 수행요원으로 나오는 이들이 완전 지적인 범생 스타일인 것도 인상적이었다.
우락부락한 마초도 아니고 근육덩어리들도 아니라 그냥 아주 평범한 듯한 뿔테 안경을 쓴 슬렌더들이라니.ㅎㅎㅎ



 

* 스포일러 한가득. 영화보실 분은 읽지 마시길 *

 


 

곡성

 


Directed by 나홍진

2016 / 156min / Korea

 
<곡성>은 <추격자>, <황해>를 통해 이어져온, 나홍진 감독이 그려왔던 초인(超人)적 악마성의 확장판이란 생각이 들었다.
<추격자>의 하정우, <황해>의 김윤식이 연기한 캐릭터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악마성에 빙의되다시피한 캐릭터들인데 특히 김윤식이 연기한 <황해>의 캐릭터에 이르러서는 인간이 아닌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의 초인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니까 나홍진은 어정쩡한 선의(善意) 정도는 악마성의 초월적 힘을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하다는거지.
나홍진 감독은 <곡성>을 발표하면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범죄에 희생당한 사람들이 어떤 동기 또는 목적으로 희생당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초월적인 이야기로 넘어가버린 것 같다는 말을 했었다.-정확히 이런 워딩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아무튼 비슷한 의미였던 것 같다-
그는 악마적 범죄가 가진 초월적인 힘에 매력을 느꼈을 지도 모르고, 그 악마성을 초월적 형태로 구체화시키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이야기 속에서는 보통 사람들이 철저히 소모되는 경향을 자주 보게되고 기껏해야 초인적 의지나 힘으로 대항하는 대상 정도가 돋보이는 경우가 많지.
<곡성>에선 외지인, 무명, 일광이라는 사실상 초인적 존재에 맞서 대항할 이가 없다. 그저 그들이 던져놓은 미끼를 물고 속절없이 희생당하거나 발을 동동 구르며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잘 것 없는 저항을 하며 그들의 악마적 폭력성에 동화되어갈 뿐이다.
미끼를 왜 던지냐, 무슨 목적이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던데 그런거 없다고.
그냥 낚시하듯 미끼를 던지는 거라고.
(그리고 애당초 이렇게 영화 시작에 미끼를 던져놨으니 나홍진 감독은 그 어떤 구조적 의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이 의미없는 미끼질 한 가운데, 평범하기 짝이 없는 경찰 종구(곽도원)가 있다.


이 영화 <곡성>은 영화가 시작되면서 보여주는, 낚시하는 외지인(쿠니마루 준)의 모습이 영화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이 장면은 2시간 30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이 결국 아주 그럴듯한 한편의 사기극이라는 걸 말해주는 장면이라는 생각도 든다. 미끼를 정성껏 꼬아 놓았으니 이 영화를 보는 당신들은 이 미끼에 낚여 한바탕 잔혹한 굿판을 벌이게 된다는 말이지.
(사기극이라고 말하기가 상당히 조심스럽긴 하지만, 난 이 영화를 본 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항간에선 이 영화가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으며 그것 역시 감독이 의도한 바라는 이야기를 하던데(정말 감독이 그런 얘기를 했는지 나는 모른다) 그렇게 장면장면의 진의를 캐물어나가는 나를 포함한 관객들의 시도 자체가 이미 감독이 처놓은 미끼를 덮석 무는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렇듯 영화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미끼'라는 장치는 사실상 초월적 존재에 가까운 세 캐릭터에 의해 각각의 행태로 그려진다.
두려움, 의심을 통해 미끼를 물게하려는 자.(또는 존재),
신뢰를 통해 미끼를 물게하려는 자.
그리고 영험한 신기를 갖고 있음에도 반복되는 비극을 막아내지 못하여 결국 이 둘을 없애거나 쫓으려는 자.(또는 존재)
이렇게.
세명의 캐릭터에 대한 이해만 선다면 이 영화를 이해한다는 것이 그닥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분명히 교차편집에 의한 애매한 맥거핀이 존재하고 설왕설래할 부분들이 존재하지만 기본적인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는데는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고 나온 분들이 '그럼 일광은 누구에게 살을 날린 것인가?', '그럼 일광은 언제부터 외지인과 한통속이 된것인가?'등등의 문제를 갖고 논쟁을 벌이시던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생각보다 명확해보인다.
위에서 말했듯 외지인은 두려움과 의심을 통해 미끼를 물게하는 자다. 이건 무명과 종구의 마지막 대화에서도 드러나고, 영화 마지막에 이르러 동굴의 외지인을 찾아간 사제를 통해 명확하게 확인된다.
이에 반해 일광은 신뢰를 통해 미끼를 물게 한다.
결과적으로 종구는 외지인의 미끼와 일광의 미끼를 동시에 물게 된거지.
이 두가지의 상반된 미끼가 전혀 다른 상반된 의도를 갖고 있다고 판단한 종구가 처음으로 효진의 목숨을 스스로의 의지로 살리게 되는 순간이 바로 일광의 굿판을 뒤집어 엎어버린 순간이다.
물론... 끝까지 종구는 그 미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명의 말을 믿지 못하지만.
(무명이 닭이 세번 울기 전에 집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지만 설령 닭이 세번 울고난 뒤에 집에 들어갔다면 참극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닭이 세번 울기도 전에 집에 들어갔을 때 이미 참극이 벌어진 뒤였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 수 있지만 생각해보면 악마가 그려놓은 악몽같은 환영을 깨버릴 수 있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뭐 아닐지도 모르고)
이러한 미끼에 빠져들었다는 사실을 조금도 인지하지 못한 종구는 결국 외지인을 없애버리기로 한다.
소심하고 겁많기 짝이 없는 종구가 사람이 아닐 지도 모른다는 외지인을 죽이기로 한거지.
그러한 결심을 하기 전에 그는 이미 동료경찰, 동료 경찰의 조카인 젊은 사제와 함께 외지인을 찾아가서 그가 키우는 개를 곡괭이로 때려죽이기도 했다. 애당초 종구는 그 외지인을 조사하고 심문할 목적이었지 폭력을 행사할 의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외지인의 제단에 올려진 딸의 실내화를 보곤 피가 거꾸로 솟아 내재된 폭력성을 숨기지 못하고 터뜨려버린 것이지.
문제는 종구가 자신이 보여준 폭력의 모습을 정당방위로서의 '폭력'으로 합리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종구는 자신의 물리적 위협이 씨알도 먹히지 않자 결국 동네 지인들을 모아 외지인을 응징하러(죽이러) 간다.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종구는 문제 해결을 과학과 시스템에서 찾을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물론 병원에서 이미 '원인을 알 수 없다'라고 말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이 경찰이지만 할 수 있는 것따윈 아무것도 없다는데서 오는 불안함때문이지만 그는 이미 자신 나름대로 문제점을 확인하고 확신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그 확신은 곧 폭력의 정당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아마도... 나홍진 감독은 이걸 얘기하려고 했던 것 같네.

아무튼...
이렇게 언뜻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등장 인물들의 관계는 민속신앙, 밀교, 성서적 요소를 종횡무진 오고가며 구체화되어 기괴하고 낯선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진다.
영화 속에는 우리가 그간 오컬트 관련 소재를 이용한 영화, 책 또는 만화들을 통해 보아왔던 다양한 형태의 종교적, 무속신앙들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서구적 신앙에 보다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귀신들린 사람, 그리고 이를 물리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서구적 신앙의 엑소시스트를 떠올릴 법 한데 나홍진은 의도적으로 서구적 퇴마론을 배제한다. (사제를 통해 찾아간 신부는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한다)
일본인 외지인이 제단에 올려놓은 형상은 누가봐도 바포멧의 형상이며, 그가 굳이 자신을 찾아온 사제 앞에서 악마의 구체적 형상을 드러내는 이유는 성서적 모티브에 따르고 있다. 게다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예수를 흉내내면서 말이지.
(그러니까... 외지인은 인간의 모습을 한 유약한 존재에 지나지 않았으나 종구 일행에게 의도치않은 죽음을 당하면서 다시 부활했다고 봐야하는거지)

악마는 자신을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자 앞에서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공고히 드러낸다고 하였다.
의심과 두려움은 근본적으로 그 대상의 존재에 대한 확신의 다른 말일 뿐이며 사제가 그 일본인 외지인을 찾아갈 때 한 손에 낫을, 한 손에 십자가를 두르고 간 것은, 그리고 그 자리에서 외지인에게 '네 자신에 대해 얘기하면 난 돌아갈 것이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던 것은 모두 대상을 확신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 그제서야 악마는 스스로의 모습을 사제 앞에 드러낸다.
결국 악마를 온전하게 구체화된 형상으로 만들어버린 건 인간의 의심과 그에대한 확신 탓이라는거지.
그런 까닭에 뿔달린 악마의 형상이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언뜻 뜬금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충분히 당위성을 확보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영화를 이렇게 장면장면 따져가며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럴 재주도 없고.-_-;;;;
이런 과정 자체가 감독이 던져놓은 미끼를 덮석 물어버리는 것이란 생각도 사실 들고.ㅎㅎㅎ
이미 위에서 한 이야기라 반복되는 말이지만,
이 영화는 보통 사람들의 삶 속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순간들이 모두 우리가 설명할 수 있는 인과관계 속에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를 던져주는 것 같다. 여기에 우리 인간들이 역사를 통해 전혀 훈육되지 않는 폭력성의 내재된 합리화 역시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문제가 아닐까 싶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 나홍진 감독이 이 영화에서 전제하고 있는 것은 글 서두에 밝혔듯, 어정쩡한 선의나 무지한 방책은 치밀하고 악마적인 사악함을 이겨낼 수 없다는 확신인 것 같다.
그리고 이를 썩어문드러질대로 문드러진 우리 사회에 대입해보면 씁쓸하고 절망적일 정도로 공감이 가게 된다. . 기득권에 의한 온갖 비리, 우리같은 보통사람들이 이유도 모른채 수백명 이상 희생당한 여러 사건들(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사건등)과 '도대체 왜 이들은 희생당해야만 했을까'를 알고 싶어하는 당연한 의문를 온갖 억지를 통해 모욕하고 무산시키는 사회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사회에 살고 있으니 이런 영화가 나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법하다는거지.-_-;;;
물론... 영화를 보는 사람에 따라서 등장 인물의 행위, 관계, 언사등을 은유적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나름의 해석을 투영할 수 있겠지만 난 이 영화를 작가적 고집이 잘 다듬어진 잘 빠진 상업 영화라는 생각 외에 다른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이렇게 기가막히게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를 볼 수 있다는게 어디 흔한 일인가?

나홍진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
곽도원은 일생일대의 연기를 보여준 것 같다.
들끓는 부성애를 표현하면서도 전혀...오버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쿠니무라 준은 그 존재 자체로도 이야기가 되더라.
황정민은... 그냥 무당이라고해도 다 믿겠다.
허진씨는 정말정말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봤는데 등장 빈도에 비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훌륭하게 해주신 듯 하다.
종구의 딸 효진역을 맡은 아역배우는 진심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 다만, 어린 아이에게 그런 연기를 부탁했다는게 걱정도 되네.
천우희는 전체적으론 큰 비중이 아니지만 그 존재감만큼은 확실히 느껴지더라. 물론... 한공주의 모습이 오버랩되긴하지만.


**
이거 정말 궁금한 부분인데,
난 그 끝내주는 연기를 한 종구와 효진. 이 부녀사이가 뭔가 그닥 살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도대체 왜인지 모르겠는데...
그렇다고 내가 영화를 보면서 종구의 부성애를 부정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
그래서인지 마지막 놀이기구를 타며 환하게 웃는 부녀의 모습을 보면서도 이상하게 이질적인 생각이 들었어.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
근래 들었던 한국 영화 중 가장 훌륭한 영화 음악이었다.
영화의 감정을 앞서나가지도 않았고, 기가막히게 자연스럽게 다가오더라.
게다가 한국 영화 음악 특유의 그... 촌스러움도 싹 다 걷어내고 말이다.
영화음악은 달파란이 맡았다.
이 정도면 굳이 해외 음악가에게 맡기지 않아도 될 정도 같아.


 

 

 

 

 

 

 

 

 

 

AFFiNiTY's Best 50 Movies of 2015 - 1위~10위


Best 50 Movies of 2015 - 1위~10위
Best 50 Movies of 2015 - 11위~20위
Best 50 Movies of 2015 - 21위~30위
Best 50 Movies of 2015 - 31위~40위
Best 50 Movies of 2015 - 41위~50위


 

 

 


모든 이미지는 직접 캡처한 이미지.(<스타워즈>는 공식 스틸컷 사용)
2015년 1월 25일부터 2016년 1월 10일까지 본 영화는 총 139편.
이중 무려 50편을 고른다는게 오버...라는 생각도 들지만 보고 싶은 영화만 주로 찾아 보는 편이라 60~70편까지 추려도 그닥 실망한 영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완전 주관적인 순위이며 개인적인 정리를 위한 것이니 혹시 이 순위에 기분이 언짢은 분들 계시더라도 이해해주시길.

 

 

 

 

1. <Birdman / 버드맨> (2014), 미국

과거 '버드맨'이라는 히어로물로 스타가 된 리간(마이클 키튼)은 그를 유명하게 만든 버드맨이란 캐릭터를 이젠 지긋지긋해하며 털어내고 싶어한다.
오랜 슬럼프 끝에 연극 무대를 통해 재기를 준비하지만 캐스팅도 맘먹은대로 되지 않고 바닥없는 수준을 드러내는 이어지는 인터뷰들은 그를 지치게 할 뿐이다.
버드맨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지만 버드맨이란 캐릭터는 리간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너무 높이 날아올라 추락해버린 것이니 어찌보면 영화 속의 버드맨은 신화 속 이카루스를 떠올리게 한다.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좁게 마련된 극장의 대기실 복도와 좁은 스탠바이룸등을 통해 리간의 불안하고 초조한 심리를 미장센에 그대로 투영시킨다.
안토니오 산체스의 신랄하기까지 한 드럼 솔로 오리지널 스코어 역시 정적인 흐름에 격정적인 감정의 흐름을 구체화시킨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는 재기의 무대가 되는 연극 무대를 리간의 삶 속에 밀착시켜 현실과 극을 점점 일체화시키는 리간의 심리를 극적으로 표현해낸다.
영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내가 이런 표현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일이지만, 이 영화가 보여준 영화의 완결성과 터질듯한 에너지는 가히 2015년에 본 영화 중 가장 압도적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더욱 내게 놀라웠던 것은 이 영화 속 카메라가 고작 뉴욕에 위치한 것으로 설정된 좁디좁은 극장만을 담아내며 극장 외의 모습이라곤 바로 인근의 거리만을 보여줄 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뉴욕행 비행기 티켓을 끊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을 준 영화라는 것이다.

 

 

 

 

 

 

 

 

2. <Youth / 유스> (2015), 이태리

개인적인 2014년 영화 결산에서 감히 1위로 올렸던 영화가 파올로 소렌띠노의 <La Grande Belleza/the Great Beauty>였다.
파올로 소렌띠노, 루카 과다니뇨 감독이나 난니 모레띠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 이태리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미학이 분명 존재한다는 확신을 다시끔 하게 된다.
굳이 네오 리얼리즘 영화까지 올라갈 필요도 없다.
이태리 감독들의 영화는 씨네아트에 천착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사적이지만 결코 진부하지 않다.
패션으로 따지면 라르디니(Lardini)같은, 전통적인 흐름을 끌어안고 있지만 그 자체로 이미 동시대성을 초월하는 스타일을 가진 그런 옷같은 느낌이지.
이건 비단 패션과 영화뿐 아니라 음악도 그랬다.
70년대 록 르네상스 시절의 이탈리언 록 씬은 결코 테크닉적으로 최고의 음악은 아니었지만 그 어떤 나라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독특한 음악들을 선보였었다.
자신들이 계승해온 유구한 클래식 문화와 전위적인 실험정신, 영국의 록음악을 끌어다 자신들의 철학과 감성으로 버무린 그 음악들은 결코 다른 나라에서 들을 수 없었던 음악들이었다.

이 영화 <Youth>엔 자신의 필모를 그럴싸하게 마무리지으려는 노장 감독과 엄청나게 유명한 클래식곡을 창작해 어딜 가나 그 곡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로한 지휘자가 스위스의 고급 요양호텔에 묵으며 보내는 시간을 따라간다.
노장 감독은 뭔가 대단한 영화로 자신의 필모를 빛내고 싶어하지만 시나리오의 결말조차 내지 못한채 시나리오팀과 시간을 보낸다. 반드시 자신의 영화에 여주인공으로 섭외하려던 노장배우가 출연을 고사했을 때 그는 그제서야 인정하지 못해왔던 스스로를 받아들인다. 노로한 지휘자는 여전히 자신의 부인을 소프라노로 초대해 부르게한 곡의 유명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휘를 손에서 놓은채 시간을 보낼 뿐이다.
영화는 잠자리가 더 좋아서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났다는 노장 감독의 아들이나 아직도 화를 내며 격렬하게 따져 물을 수 있는 노로한 지휘자의 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 타버리고 말라버린 장작과도 같은 시간의 흐름을 더욱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쓸쓸하고 착찹하지만 아름답운 영화다.

 

 

 

 

 

 

 

 

3. <En duva satt på en gren och funderade på tillvaron / a Pigeon Sat on a Branch Reflecting on Existence / 비둘기, 가지에 앉아 존재를 성찰하다>

(2015), 스웨덴/독일/덴마크


놀라운 영화다.
전혀 웃음을 팔 줄 모르는 두 세일즈 맨이 도대체 팔릴까 싶은 fun-stuff 들을 가방에 담아 이곳저곳을 유령처럼 배회하며 영업을 한다. 사람을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재밌는 물건을 파는 이들은 결코 즐거워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판매가 잘 될리가 없지.
하지만 영화는 창백해보이며 호흡도 맞지 않는 이 두 세일즈맨을 중심으로 도시의 군상을 보여준다. 이들이 배회하는 도시엔 죽음도 있고 사랑도 있으며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오래된 역사의 상흔도 있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자본주의는 인간의 관계를 좀먹고 자본에 종속시킨다. 우스꽝스럽게 보여지는 첫번째 에피소드의 이면에는 그만큼의 씁쓸함이 배어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간헐적인 전화 통화는 그저 '네가 잘 지내고 있다니 기쁘다'는 말 뿐이다.
꺼져있는 음성메시지함을 듣고 응답받지 못할 메시지를 남기기도 한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코미디로 분류해야겠지만 그렇게 분류하기엔 영화가 담아내는 이야기의 무게가 너무 진중하다.
감독은 그 어느 나라라도 동경해마지 않는 복지강국 스웨덴에도 탐욕 자본주의가 독버섯처럼 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현재 그들의 강건한 입지가 수많은 희생과 역사적 과오 끝에 거머 쥔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1700년대에 스웨덴의 젊은 왕인 찰스 II세가 러시아를 공격했다가 참혹하게 패퇴하여 귀국한 역사적 사실을 현대의 공간에 중첩시켜버린 장면에선 무언가 형용하기 힘든 비애마저 느끼게 된다.
이 영화가 결코 단순한 블랙 코미디가 아니라는 사실은 마지막 요나탄(Jonathan)의 꿈에 등장하는 끔찍한 광경을 통해 극대화된다.
입에 담기도 힘든 그 몹쓸 기억을 떠올린 요나탄은 그 일에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중얼거리고는 급기야 그 좁고 추레하기까지 한 숙소의 복도에 서서 묻는다.
'당신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게 옳은 일이야?'라고.
결국 이 세상은 웃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1943년, 전쟁의 그늘에 빠져 우울함이 짙게 깔렸던 그 시절의 모습이 오히려 서로를 사랑하고 위로하며 용기를 북돋았던 시기로 그려진다.
이 가련한 두 세일즈맨이 웃음을 팔면서도 웃을 수 없는 이유이다.
슬프디 슬픈 세상이다.

*
고정된 카메라를 통해 느릿느릿 보여지는 피사체의 모습은 단순히 현재의 모습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축적된, 칸디다 회퍼의 사진마냥 깊은 공간감과 시간의 역사성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어느 공간이나 벽은 연한 황토색에 가깝고, 바의 컬러는 회색빛이며, 가구는 단순한 브라운 컬러로 일관되게 보여진다.
지독하리만치 톤다운된 미장센과 창백하게 분장한 두 세일즈맨의 모습은 슬프기 짝이 없는 세상을 담아낸 캔버스 역할을 한다.

**
영화 제목은 어린 아이들의 학예 발표회에서 한 소녀가 발표한(?) 시의 일부이다.
그 소녀의 시에선 나뭇가지에 새 한마리가 쉬면서 성찰하고 있는데 무엇을 성찰하고 있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돈이 없다는 사실을 성찰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비둘기마저 돈이 없다는 사실을 성찰한단다.
우리에겐 부럽디 부러운 복지강국으로만 알려진 스웨덴에서 이런 빈곤과 곤궁함을 이야기하다니... 난 생경하기까지 하다.
동시에 점점 우경화되고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신자유주의의 망령들이 여전히 세상을 좀먹고 있다는 사실에 환멸을 느낀다.

 

 

 

 

 

 

 

 

4. <Mommy / 마미> (2014), 캐나다

디안과 그의 말썽꾸러기 아들 스티브, 그리고 우연히 이들과 엮이는 이웃집 카일라.
이 셋은 모두 무언가 결핍되어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의 결핍은 때론 공격적으로, 때론 과도하게 상대에게 표출되지만 결핍을 가진 이들이 어우러질 때 이들은 전에 경험하지 못한 작은 행복에 조금이나마 다가가게 된다.
하지만 관객들은 잘 알고 있다. 이들의 힘겨운 전진을 마음 속 깊이 응원하게 되지만 그 행복이 결코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 행복의 막다른 길목에서 느끼게 될 버거운 쓸쓸함이 있을 거라는 사실을.
이미 전작들을 통해 천재 감독이란 찬사를 들어온 자비에 돌란은 어린 나이에 이미 거장이 되어가는 것 같다.
단순히 영화에 에너지를 버무리는 솜씨 뿐 아니라 드라마를 엮어내는 능력까지 성숙하게 완성시켜가는 듯.
어찌보면 뻔하다고 할 수 있지만 1:1 화면비가 시원하게 열리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희열은 상상 이상이다.

 

 

 

 

 

 

 

 

5. <Kingsman the Secret Service / 킹스맨> (2015), 영국

기가막힌 21세기 스파이 활극이다. 그것도 B급을 가장한 아주 쌔끈하게 잘 빠진 블럭버스터이며 사람들이 금기시하는 소재들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놓고 두들기는 매튜 본 특유의 전복적 이미지가 극대화된 영화다.
늘 그랬었지... <Kick-Ass/ 킥 애스>에서도 기껏해야 아직 10대 중반 정도인 아이들이 엄청난 살육을 저지르고 다니는 장면을 마구 담아 놓고는 '어때? 아이들이 악인을 죽여대니 이걸 보는 기분이?'라고 묻는 듯한.
이른바 '길티 플레저 (Guilty Pleasure)'를 유발하는 매튜 본 특유의 가치 전복적 쾌감이 <킹스맨>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후속편에선 다행히도 죽은 것으로 나온 콜린 퍼스의 재래를 볼 수 있다고.

 

 

 

 

 

 

 

 

6. <Leviafan / 리바이어던> (2014), 러시아

탐욕 자본에 잠식되어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기능을 상실한 시스템이 빚은 비극을 다룬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의 2014년작이다.
내겐 10여년 전 구입했던 DVD <the Return / Vozvraschcehniye>(2013)를 통해 한없는 먹먹함을 주었던 감독의 작품이다.
다른 이야기 필요없이 이 영화는 법과 공권력이 철저히 가진 자들의 편에 서서 작동하는 망가진 러시아의 현실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당연히 영화는 무척 불편하고 분노를 자아내며, 답답하고 먹먹한 마음으로 엔딩크레딧을 멍하니 바라보게 될 영화다.
더 답답한 것은 이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부조리하기 짝이 없는 러시아의 모습이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과 그닥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지.
끄떡도 하지 않는 해안가의 바위에 세차게 부딪히는 파도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우리에게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으니 저항해야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동시에 성난 파도에도 아랑곳없는 바위의 모습처럼 단단한 탐욕스러운 기득권의 모습에 대한 절망 역시 보여준다.

 

 

 

 

 

 

 

 

7. <Güeros / 구에로스> (2014), 멕시코

토마스는 그를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어머니에 의해 멕시코 시티에 거주하는 형(솜브라) 집으로 보내진다.
이쯤되면 형은 갱단 조직원쯤 되고 토마스는 짐승같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폭력을 내재화하게되는 잔혹한 에피소드들이 질펀하게 등장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텐데 이 영화는 정 다른 선택을 한다.
피부색이 다른 형 솜브라는 멕시코 국립대학의 학생이며 대학이 파업을 한 상태에서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친구와 함께 자신의 집에서 칩거하고 있을 뿐이다. 영화 초반엔 솜브라의 집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들 셋이 길거리로 나선 순간 이 영화는 2015년 보았던 모든 영화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설레는 광경을 보여준다.
이제 NAFTA의 끝자락에서 갱단에 의해 사실상 정부가 장악되고, 살기 위해 갱단을 선택하거나 생명을 포기해야하는 절망의 나라가 되어버린 멕시코의 현실을 감독 알론조 루이즈팔라치오스는 애정 가득한 연민의 시선으로 돌아본다.
이젠 영화적 배경이 되었던 1999년같은 지성인의 저항조차 카르텔의 총끝에 자취를 감춰버린지 오래지만 감독은 마지막으로 피어 올랐던 그 시절의 멕시코를 절절한 애정의 시선으로 영화 속에 담았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엔딩과 가장 아름다운 키스씬을 모두 볼 수 있는 영화다.

 

 

 

 

 

 

 

 

8. <Phoenix / 피닉스> (2014), 독일

아마도 작년에 보았던 영화 중 가장 강렬한 엔딩씬을 보여준 영화가 아닐까 싶다.
다른 영화였다면 과연 이런 방법으로 엔딩을 풀어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베를린에서 부유한 가문의 딸이었던 주인공이 2차 세계 대전에서 아우슈비츠로 끌려가 혹독하고 끔찍한 일을 겪은 뒤 전쟁 후 살아서 돌아왔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자신을 나찌에게 팔아넘겼던 남편의 욕심뿐이다.
남편은 상처때문에 성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녀에게 자신의 아내와 닮았다며 아내 행새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녀에게 남겨진 수많은 재산을 상속할 목적으로.
당연히 끝이 보이는 영화지만 보는 이들은 끝까지 일말의 희망을 마음 속 한 구석에 붙잡아 놓게 된다.
그게 인간에게 기댈 수 있는 가장 끝자락의 희망이자 애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
쓸쓸한 영화, 서글픈 영화다.

 

 

 

 

 

 

 

 

9. <It Follows / 팔로우> (2014), 미국

누가 봐도 존 카펜터에게 바치는 오마쥬같은 영화지만 그동안 이러한 틴에이저 호러 무비에서 숱하게 보여졌던 섹스와 죽음의 뗄 수 없는 관계를 이처럼 영리하게 중의적으로 변주할 수 었었던 영화가 또 있었나 싶다.
<팔로우>에서의 섹스는 단순히 죽음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아니라 그와 동시에 자신을 지키는 무기도 된다.
자신을 죽일 수도 있고, 지킬 수도 있는(제한된 시간 동안이지만) 섹스를 통해 청소년들이 성년이 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반영한 이 영화는 2015년 한해동안이 아니라 어쩌면 2000년대에 나온 호러 영화 중 가장 기억될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 정도로 멋진 영화.

 

 

 

 

 

 

 

 

10. <Mad Max : Fury Road /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2015), 호주/미국

오랜만에 황폐한 도로로 카메라를 들이댄 조지 밀러 감독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정도로 압도적인 스케일의 디스토피아 SF물을 다시 한번 구현해냈다.
단순히 기가막힌 액션씬을 구현했다기보단 1~3편의 디스토피아적인 기운을 쎄끈한 화면 속에도 그대로 끌어온 채, 하나하나의 캐릭터를 소모하지 않고 공들여 살려낸 의미있는 영화로 칭송받을 만하다.
사실상 주인공인 맥스보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거대한 적(이자 父性)과 맞서는 여전사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의 캐릭터가 더욱 빛나는데 조지 밀러의 매드맥스에 상당한 아우라를 지닌 여전사가 종종 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뚱맞은 것도 아니다.
CG의 도움을 받았지만 여전히 아날로그의 방식을 위주로 구현해낸 액션씬의 날 것 같은 생동감은 아마도 쉽게 잊혀지지 않을 듯하다.

 

 

 

 

 

 

AFFiNiTY's Best 50 Movies of the Year 2015

1. <Birdman / 버드맨>, 미국
2. <Youth / 유스>, 이태리
3. <En duva satt på en gren och funderade på tillvaron / Pigeon Sat on a Branch Reflecting Existence /비둘기 가지에 앉아 존재를 성찰하다>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
4. <Mommy / 마미> 캐나다
5. <Kingsman the Secret Service / 킹스맨> 영국
6. <Leviafan / 리바이어던> 러시아
7. <Güeros / 구에로스
> 멕시코
8. <Phoenix / 피닉스> 독일
9. <It Follows / 팔로우> 미국
10. <Mad Max Fury Road /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호주/미국
11. <Still Alice / 스틸 앨리스> 미국
12.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한국
13. <Ida / 이다> 폴란드
14. <Plemya / the Tribe> 우크라이나
15. <Victoria / 빅토리아> 독일
16. <Deux Jours, Une Nuit / Two Days One Night / 내일을 위한 시간> 벨기에/프랑스
17. <45 Years / 45년 후> 영국
18. <Sicario / 시카리오> 미국
19. <Relatos Salvajes / Wild Tales / 와일드 테일즈> 아르헨티나/스페인
20. <the Lobster / 랍스터> 아일랜드/그리스
21. <Citizenfour / 시티즌포> 미국/독일/영국
22. <Slow West / 슬로우웨스트> 영국/뉴질랜드
23. <Clouds of Sils Maria /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 프랑스/독일/스위스
24. <La Isla Minima / Marshland / 살인의 늪> 스페인
25. <Ex Machina / 엑스 마키나> 영국
26. <Star Wars : the Force Awaken /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미국
27. <L'Inconnu Du Lac / Stranger by the Lake / 호수의 이방인> 프랑스
28. <the Walk / 하늘을 걷는 남자> 미국
29. <La Jaula de Oro / the Golden Dream / 황금우리> 멕시코
30. <Inside Out / 인사이드 아웃> 미국
31. <
Omar / 오마르> 팔레스타인
32. <Me and Earl and the Dying Girl / 나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 미국
33. <the Gift / 기프트> 미국
34. <71'> 영국
35. <Timbuktu / 팀북투> 프랑스 外
36. <Love & Mercy / 러브 앤 머시> 미국
37. <Spy / 스파이> 미국
38. <한여름의 판타지아> 한국
39. <Trainwreck / 나를 미치게하는 여자> 미국
40. <the Final Girls / 파이널 걸스> 미국
41. <a Most Violent Year / 모스트 바이어런트> 미국
42. <X+Y a Brilliant Young Mind / 네이든> 영국
43. <the Martian / 마션> 미국
44. <Das Finstere Tal / the Dark Valley / 다크 밸리> 독일/오스트리아
45. <베테랑> 한국
46. <紙の月 / 종이달> 일본
47. <What We Do in the Shadows /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뉴질랜드
48. <내부자들> 한국
49. <무뢰한> 한국
50. <Burnt / 더 셰프> 영국

 

 

 

 

 

 

 

 

 

 

 

AFFiNiTY's Best 50 Movies of 2015 - 11위~20위


Best 50 Movies of 2015 - 1위~10위
Best 50 Movies of 2015 - 11위~20위
Best 50 Movies of 2015 - 21위~30위
Best 50 Movies of 2015 - 31위~40위
Best 50 Movies of 2015 - 41위~50위


 

 


모든 이미지는 직접 캡처한 이미지.(<스타워즈>는 공식 스틸컷 사용)
2015년 1월 25일부터 2016년 1월 10일까지 본 영화는 총 139편.
이중 무려 50편을 고른다는게 오버...라는 생각도 들지만 보고 싶은 영화만 주로 찾아 보는 편이라 60~70편까지 추려도 그닥 실망한 영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완전 주관적인 순위이며 개인적인 정리를 위한 것이니 혹시 이 순위에 기분이 언짢은 분들 계시더라도 이해해주시길.

 

 

 

 

11. <Still Alice / 스틸 앨리스> (2014), 미국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무서운 것은 진행이 심화될 수록 더이상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지성이 상실된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언어학 분야에서 혁혁한 성과를 거둔 대학교수 앨리스가 조발성 알츠하이머를 겪게 되면서 느끼는 불안감, 겉잡을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담담히 순간순간에 충실하는 모습과 그런 그녀의 곁을 지키는 가족들의 시선을 차분하게 그린다.
줄리앤 무어의 절제된 연기는 <Maps to the Star>에서보다 훨씬 인상적인데 촛점을 잃은 눈빛, 상황 판단이 되지 않아 느끼는 불안함과 사리판단이 되지 않아 멍해진 눈빛과 표정을 놀라울 정도로 표현해낸다.

 

 

 

 

 

 

 

 

12.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 Right Now Wrong Then> (2015), 한국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늘 옳다.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번엔 동일한 이야기를 각기 다른 버전으로 두번 변주한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이 옹졸하기 짝이 없는 군색한 변명같은 제목을 달아 이야기한 것은 당연하게도 이 두가지 버전의 이야기 중 하나가 누군가에겐 적절하고, 누군가에겐 적절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두가지 버전의 이야기는 주인공이 과거를 기억하는 두가지 방식일 수 있으며, 혹은 각각의 주인공이 다르게 기억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느 이야기도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지.
그저 이 이야기들은 슈레딩거의 고양이마냥 모두 벌어진 일일 수 있을 뿐이니까.

 

 

 

 

 

 

 

 

13. <Ida / 이다> (2014), 폴란드/덴마크

아름다운 영화라고 말을 하지만,
이 영화는 아픈 영화다.
성원식을 앞두고 번민하는, 수녀가 되려는 유대인 출신의 이다는 성원식 직전, 자신의 이모를 만나 부모님의 유해를 찾으러 다니다가 징집을 피하기위해 이곳저곳을 떠돌며 집시 생활을 하며 색소폰을 부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세속적인 삶을 사는 이모의 모습에 경멸을 느끼면서 그녀는 조금씩 이모와 일체화가 되어가고, 집시 연주자와 교감을 나누며 스스로 한번도 의심치 않았던 종교적 신념도 흔들리게 된다.
종교화같은 샷들은 아름다우면서도 지나치리만치 정교하게 재단된 느낌이어서 개인적으로는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이다의 자신의 이모와 일체화되어가는 과정, 집시 연주가인 남성에게 묻는 '그 다음에는요?'라는 질문은 정신없이 살아남는 것에 전력을 다해야하는 지금의 내 삶에 상당히 둔중한 울림으로 다가오더라.
와이프는 영화 말미에 이르러 보여지는 장면에서 감정이 격해져 한동안 정신이 멍해졌던 듯 하다.
플레인아카이브의 아름다운 블루레이 역시 빼놓을 수 없겠다.

 

 

 

 

 

 

 

 

14. <Plemya / the Tribe / 트라이브> (2014), 우크라이나

이 영화는 농아 학교의 아이들이 등장하지만 수업을 받는 장면은 단 한번 등장한다.
이들은 사회에 발을 내딛기도 전에 이미 자본의 노예가 되어 저학년생들은 기차에서 물건을 팔거나 훔쳐 상급생에게 상납하고, 여학생들은 밤이 되면 기숙사를 나가 트럭 운전사들에게 몸을 판다.
그 어느 것도 자발적인 개인의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없다. 모두가 그들만의 조직을 만들어 공여받고 갈취하고 나눈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놀랍게도 단 한명에게도 정을 둘 만한 인물이 없다.
왕따를 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해 함몰되어가는 아이가 등장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유발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의 괴롭힘과 폭력은 너무나 자연스러울 정도로 힘을 따라 흘러내려갈 뿐이다.
사랑도 그저 섹스일 뿐이며, 그 섹스 역시 자본으로 갈취한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오직 자본만으로 규정하는 것.
영화의 배경이 된 이 우크라이나의 농아 학교를 통해 인간적 관계가 철저히 거세된 자본에 의해 모든 가치를 재단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아마도 2015년에 본 영화 중 가장 끔찍한 영화가 아닐까...싶다.

 

 

 

 

 

 

 

 

15. <Victoria / 빅토리아> (2015), 독일

이 영화를 언급할 때 늘 'One Take' 또는 'One Shot'이란 말이 먼저 등장한다.
그도 그럴것이 7~8분 롱테이크만 되어도 그 씬이 언급되는데 이 영화는 120분짜리 롱테이크 영화다.
미클로시 얀초의 <붉은 시편>이 명함도 못내밀 지경인거지.
하지만 이 영화를 얘기하면서 단순히 One Take만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영화 속 주인공인 빅토리아의 호기심많고 영민한 눈동자는 영화가 끝나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으며 비록 갱들에게 소모품 정도로 이용당하는, 빅토리아가 스페인에서 베를린으로 온 뒤 처음으로 교감을 나누는 빈곤한 동베를린 토박이인 네명의 남성들 역시 그들은 끝까지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이 영화는 참으로 아프다. 그리고 그 여운이 무척... 길게 남는다.

 

 

 

 

 

 

 

 

16. <Deux Jours, Une Nuit / Two Days One Night / 내일을 위한 시간> (2014), 벨기에/프랑스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늘 편히 볼 수 없다.
<자전거를 탄 소년> 역시 영화 끝까지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가.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해고되지 않기 위해 노조원들을 한명한명 찾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묵묵히 따라가며 우린 감정이입을 할 수 밖에 없고, 주인공이 느끼는 초조함을 비슷하게 느끼게 된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우리가 깊은 동질감을 느끼거나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이유는 그들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며 보편 타당한 감성을 갖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탄 소년>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도 다르덴은 척박한 현실 속에 작은 희망을 남겨 놓는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남겨진 그 작은 희망의 가치는 생각보다 단단하고 옹골찬 것이어서 결코 가볍게 휘발되지 않는다.
얼마 안되는 러닝 타임 속에서 이러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건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17. <45 Years / 45년 후> (2015), 영국

45년.
사랑하며 살아왔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45년이란 시간.
작은 균열로 시작된 감정의 격랑은 깊고 깊은 허망함을 남긴다.
잔인한 감독이다.
샬롯 램플링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영화 속에서 그녀의 연기는 놀라울 뿐이다.
아주 조금은 마이크 리 감독의 영화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던.

 

 

 

 

 

 

 

 

18. <Sicario / 시카리오> (2015), 미국

내 주변에도 이 영화를 보고 멕시코 현실에 놀랐다는 분들이 있던데 사실 이 영화는 멕시코의 잔혹한 현실을 다룬 영화 축에 끼지도 못한다.
멕시코의 현실이 얼마나 지독한지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려면 <Miss Bala/미스 발라>나 <Cartel Land/카르텔 랜드>를 보시라.
멕시코를 주무대로 한 영화는 아니지만 <Julia/줄리아> 역시 볼만한 가치가 있으며 이들이 얼마나 멕시코 민중의 삶 속에 독버섯처럼 다가가고 있는지, 그리고 민중이 어떻게 카르텔을 두려워하면서 수용하게 되는지는 <Narco Cultura>를 보면 된다.
(멕시코를 다룬 영화만 언급하는 것이며 콜럼비아나 푸에르토리코등을 다룬 영화는 언급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멕시코 현실을 보여준 영화를 꼽는 경우가 많은데 의외로 <Miss Bala/미스 발라>를 언급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엔 언급된 모든 영화들보다 가장 확실히 멕시코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가 <Miss Bala>다.
이 영화 <시카리오> 역시 멕시코를 배경으로 카르텔과의 전쟁에서 미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미국의 방식은 놀랍게도 중동국가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통제가능한 인물이나 정권을 사보타주등을 통해 옹립시키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그들에겐 암담한 현실에 처한 민중들을 위해 싸운다는 명분 자체가 존재할 리 없고 그저 보다 더 관리하기 편하게 '작업'할 뿐이지.
미국이 NAFTA를 통해 나락으로 내몬 멕시코는 이제 갱들이 정부를 지배하는 절망의 땅으로 버려지고 있다.
진정으로 암흑같은 현실이다.

 

 

 

 

 

 

 

 

19. <Relatos Salvajes / Wild Tales / 와일드 테일즈> (2014), 아르헨티나/스페인 

오래전 TV에서 방영한 <환상특급/Twilight Zone>이란 방송을 영화 버전으로 보는 듯한 느낌.
각각의 에피소드는 대체로 잘못된 장소에서 만나선 안될 사람들이 만나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지만 에피소드들은 각기 다른 방식의 결말을 맞이 한다. 기본적으로는 인생에 대한 성찰이 영화 밑바탕에서 결말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깔려 있는데 등장인물들이 얼마나 이를 인지하고 있느냐에 따라 영화의 결말의 방식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일상 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타인과의 아주 작은 오해가 겉잡을 수 없는 비극을 부르기도 하며, 천신만고 끝에 화해에 이르기도 하는데 우린 이런 부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하루에도 수없이 똑같은 오해와 실수를 반복하곤 한다.
어찌보면 노골적이리만치 명확한 주제 의식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이 영화가 만만찮은 무게감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이 영화 속의 주제의식이 지극히 보편타당하다는 공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과 영화가 가진 서스펜스와 몰입도가 상상 이상으로 매우 강력하다는 점 때문이다. 그만큼... 이 영화가 주는 영화적 재미도 보통은 아니라는 것.

 

 

 

 

 

 

 

20. <the Lobster / 랍스터> (2015), 아일랜드/그리스

세상에 딱 두가지 가치만 용인된다면 보여줄 수 있는 세상의 모습이 이럴 것이다.
랍스터엔 다양한 가치가 용납되지 않는다. 짝을 찾거나 아님 동물이 되어야하고, 사냥하거나 사냥당해야한다.
일방적인 가치에서 도망친 이들조차 가치의 다원성따위를 위해 싸우지 않고 그들만의 가치를 정해 따르도록 한다.
그 어느 곳에도 속할 수 없는 이들이 가야할 곳 따윈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
랍스터는 블랙 코미디의 탈을 쓰고 기묘한 방식으로 현대 사회를 풍자하지만 다원성 따위 사라진지 오래인 이 나라에서 이 영화를 보는 심정은 단순히 '풍자'의 차원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파시즘에 대항하는 또다른 방식의 파시즘이라니...
사랑도, 음악도, 관계도 착취당하는 슬픈 영화 속의 모습은 그야말로 세상의 종말로 보여지더라.

 

 

 

 

 

 

 

 

AFFiNiTY's Best 50 Movies of the Year 2015

1. <Birdman / 버드맨>, 미국
2. <Youth / 유스>, 이태리
3. <En duva satt på en gren och funderade på tillvaron / Pigeon Sat on a Branch Reflecting Existence /비둘기 가지에 앉아 존재를 성찰하다>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
4. <Mommy / 마미> 캐나다
5. <Kingsman the Secret Service / 킹스맨> 영국
6. <Leviafan / 리바이어던> 러시아
7. <Güeros / 구에로스
> 멕시코
8. <Phoenix / 피닉스> 독일
9. <It Follows / 팔로우> 미국
10. <Mad Max Fury Road /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호주/미국
11. <Still Alice / 스틸 앨리스> 미국
12.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한국
13. <Ida / 이다> 폴란드
14. <Plemya / the Tribe> 우크라이나
15. <Victoria / 빅토리아> 독일
16. <Deux Jours, Une Nuit / Two Days One Night / 내일을 위한 시간> 벨기에/프랑스
17. <45 Years / 45년 후> 영국
18. <Sicario / 시카리오> 미국
19. <Relatos Salvajes / Wild Tales / 와일드 테일즈> 아르헨티나/스페인
20. <the Lobster / 랍스터> 아일랜드/그리스

21. <Citizenfour / 시티즌포> 미국/독일/영국
22. <Slow West / 슬로우웨스트> 영국/뉴질랜드
23. <Clouds of Sils Maria /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 프랑스/독일/스위스
24. <La Isla Minima / Marshland / 살인의 늪> 스페인
25. <Ex Machina / 엑스 마키나> 영국
26. <Star Wars : the Force Awaken /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미국
27. <L'Inconnu Du Lac / Stranger by the Lake / 호수의 이방인> 프랑스
28. <the Walk / 하늘을 걷는 남자> 미국
29. <La Jaula de Oro / the Golden Dream / 황금우리> 멕시코
30. <Inside Out / 인사이드 아웃> 미국
31. <
Omar / 오마르> 팔레스타인
32. <Me and Earl and the Dying Girl / 나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 미국
33. <the Gift / 기프트> 미국
34. <71'> 영국
35. <Timbuktu / 팀북투> 프랑스 外
36. <Love & Mercy / 러브 앤 머시> 미국
37. <Spy / 스파이> 미국
38. <한여름의 판타지아> 한국
39. <Trainwreck / 나를 미치게하는 여자> 미국
40. <the Final Girls / 파이널 걸스> 미국
41. <a Most Violent Year / 모스트 바이어런트> 미국
42. <X+Y a Brilliant Young Mind / 네이든> 영국
43. <the Martian / 마션> 미국
44. <Das Finstere Tal / the Dark Valley / 다크 밸리> 독일/오스트리아
45. <베테랑> 한국
46. <紙の月 / 종이달> 일본
47. <What We Do in the Shadows /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뉴질랜드
48. <내부자들> 한국
49. <무뢰한> 한국
50. <Burnt / 더 셰프> 영국

 

 

 

 

 

 

 

 

 

 

AFFiNiTY's Best 50 Movies of 2015 - 21위~30위


Best 50 Movies of 2015 - 1위~10위
Best 50 Movies of 2015 - 11위~20위
Best 50 Movies of 2015 - 21위~30위
Best 50 Movies of 2015 - 31위~40위
Best 50 Movies of 2015 - 41위~50위

 



모든 이미지는 직접 캡처한 이미지.(<스타워즈>는 공식 스틸컷 사용)
2015년 1월 25일부터 2016년 1월 10일까지 본 영화는 총 139편.
이중 무려 50편을 고른다는게 오버...라는 생각도 들지만 보고 싶은 영화만 주로 찾아 보는 편이라 60~70편까지 추려도 그닥 실망한 영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완전 주관적인 순위이며 개인적인 정리를 위한 것이니 혹시 이 순위에 기분이 언짢은 분들 계시더라도 이해해주시길.

 

 

 

 

21. <Citizenfour / 시티즌포> (2014), 미국/독일/영국

자기 삶의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동시에 보호받고 싶어하는 양면성이 존재하는 네트워크, 그리고 무소불위의 권한으로 취합되는 수많은 개인 정보들. 정치적 목적에 따른 무분별한 검열의 확대.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이미 우리가 이 나라에서 숱하게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한,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린 정보 민주주의.
이 다큐멘터리는 에드워드 스노든이 자신의 신체적 자유를 제약받을 것을 감수하고도 그릇된 정보 파시즘에 대항한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 영화를 관람한 이들에겐 어려운 숙제를 던져준다. 이 땅에서 가열차게 진행되고 있는 파시즘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개개인은 무엇을 해야할지를 말이지.



 

 

 

 

 

 

22. <Slow West / 슬로우 웨스트> (2015), 영국/뉴질랜드

어찌보면 동화적이기까지 한 독특한 판타지 웨스턴.
영화 제목부터...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웨스턴의 호흡 방식과는 분명히 다르고 (오히려 <Proposition>에 가깝다) 일종의 버디 로드무비를 이루는 두 주인공의 관계 역시 흔히 보아온 버디 무비들과는 다른 조합이다.
서부영화아닌 서부영화같은 <Das Finstere Tal / the Dark Valley>처럼 이 영화 역시 마지막에 이르러 대결 끝에 숨진 이들의 모습을 하나씩 역쇼트로 잡아내는데 상당히 인상적이다.
엔딩의 여운이 매우 깊은 영화로 전혀 기대하지 않고 봤다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넋놓고 본 영화이기도 하다.
멘토와 멘티로서의 버디 무비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관계가 역전되어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23. <Clouds of Sils Maria /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 (2014), 프랑스/독일/스위스

영화 속 고인이 된 거장과 줄리엣 비노쉬의 관계는 누가 봐도 잉마르 베리먼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리브 울만이나 비비 앤더슨)의 관계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자신을 스타덤에 올려준 고인이 된 감독의 죽음을 알게 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고인이 된 감독과의 관계, 매니저(크리스틴 스튜어트)와의 관계, 새롭게 스타덤에 오른 신성(클로에 모레츠)과의 만남등을 통해 인생과 연기, 새롭게 시작되는 연기 인생등의 온갖 소재를 변주하여 지속되는 삶으로서의 모습을 담아냈다.
특히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에 주목할 수 밖에 없는데, 현실인지 리딩 연습인지 구분이 모호하게 찍혀진 주인공과 매니저(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리딩 연습은 상당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트왈라잇>이라는 전대미문의 엉터리 영화(팬분들께는 미안하지만 난 정말... 이 영화를 보는게 힘들었다)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이 장면들에서 줄리엣 비노쉬에 조금도 부족함없는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발견이란 생각이 들더라.

 

 

 

 

 

 

 

 

24. <La Isla Minima / Marshland / 살인의 늪> (2015), 스페인

프랑코 독재를 시대적 배경으로(정확히는 프랑코 독재정부의 붕괴 직후) 하는 영화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우리가 겪었던 것처럼 스페인 역시 독재 정부 시절 민중을 탄압하는데 앞장섰던 이들이 제대로 심판받지 않고 신분세탁이 되어 자신의 자리에서 버젓히 삶을 영위한 경우가 많단다. 이 영화 속의 두 주인공 중 한 명 역시 프랑코 독재 시절 당시 비밀경찰로 민중을 탄압하던 일을 자행하던 이다.
영화는 스페인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소녀 윤간과 고문 살인 사건을 통해 독재정권 이후에도 여전히 살아남은 추악한 탐욕과 그 본성을 다룬다. 이 추악한 탐욕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이가 독재 정권 시절의 비밀경찰이라는 사실도 아이러니.
결말에 이르르면 영화는 관객에게 묻는다. '이것으로 다 괜찮은거냐'고.
상당한 긴장감과 인상적인 쇼트가 돋보이는 영화.

 

 

 

 

 

 

 

 

25. <Ex Machina / 엑스 마키나> (2015), 영국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라는 말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인간답지 못함을 전제로 한다.
인간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텍스트들에게서 벗어난 인간과 자신의 논리적 근거가 확실하게 작동하여 결론을 내리는데 도달할 인공지능. 과연 인공지능은 인간이 지구에서 존속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할까?
이 지점이 바로 인간이 앞으로 다가올 지성체로서의 AI의 출현을 두려워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엑스 마키나>는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취한 AI를 화면에 보여주면서 과연 관객들은 AI와 인간과의 대립 관계에서 누구의 편에 감정적으로 적극 개입할 지를 시험한다.
궁금하다.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엔딩을 보면서 어떤 심정이었는지.

 

 

 

 

 

 

 

 

26. <Star Wars : the Force Awaken /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2015), 미국

쌍제이 감독은 생각보다 '더' 영리했다.
난 기본적으로 스타워즈 시리즈가 적당한 유치하고 성긴 편집을 지니고 있어야 스타워즈 답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돌맞을 소리인걸 잘 안다. 하지만 이건 절대로 스타워즈 폄하가 아니다)
쌍제이 감독이 그걸 제대로 다룰 줄은 정말... 몰랐다.
게다가 스타워즈를 또다른 성장 이야기로 담아낼 정도의 배짱이라니.
무엇보다 데이지 리들리라는 기가막히게 매력적인 주인공의 탄생은 쌍수를 들어 환영.
그리고 <Attack the Block>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존 보예가는 이제 멋진 청년이 되었더라.

 

 

 

 

 

 

 

 

27. <L'Inconnu Du Lac / Stranger by the Lake / 호수의 이방인> (2013), 프랑스

이름도, 연락처도 잘 모른다. 이름을 교환했다고 하더라도 그게 실제 본명인지도 확신할 수 없다.
호수 주변엔 순간의 욕정을 충족시킬 파트너를 찾아 배회하는 게이들의 관음적 시선이 가득하다.
인사를 나누고 자주 이야기도 나누지만 이들은 모두가 서로에게 이방인일 뿐이다.
이방인이라는 존재에서 벗어나려하는 순간 다가오는 파국은 누군가에겐 고통의 해방으로, 누군가에겐 두려움으로 엄습한다.
대단히 수위가 강렬한 섹스씬들이 즐비하게 이어지고 시도때도 없이 노출되는 남성의 성기가 스크린을 도배하다시피 하는데 이러한 장면들은 사실 영화의 끝까지 익숙해지기 힘들다.
다만, 난데없이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이를 둘러싼 모호한 등장 인물들의 행태와 긴장감은 상당한 편.

 

 

 

 

 

 

 

 

28. <the Walk / 하늘을 걷는 남자> (2015), 미국

로버트 저메키스는 늘 진일보한 영화 기술을 자신의 작품에 잘 녹여내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제임스 마쉬 감독이 2008년에 발표한 다큐멘터리 <Man on Wire/맨 온 와이어>에서도 이미 필립의 놀라운 이야기가 공개된 바 있는데 저메키스 감독은 표면적으론 그의 일생을 다루면서 전기적 형태를 구축하면서 이제는 사라져버린 쌍둥이 빌딩을 가로지르는 줄타기가 주는 스릴과 성취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대체적으로 희열의 휘발성이 매우 강하지만 도저히 CG라고 믿기지 않는(뻔히 CG임을 알면서도) 자연스러운 화면 덕분에 관객들의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쥐락펴락하며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그 쿵쾅거리는 두근거림의 여운을 남기는데 완벽하게 성공한다.

 

 

 

 

 

 

 

 

29. <La Jaura de Oro / the Golden Dream / 황금우리> (2013), 멕시코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향하는 라틴 아메리칸들의 처절한 현실을 다룬 영화를 만나는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 영화는 <Sin Nombre>이후로 가장 비극적인 밀입국 이야기라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친구 셋이 모여 출발한 미국으로의 여정은 도중에 말이 통하지 않는 다른 나라의 또래 한명이 더 가담하면서 넷으로 늘어나게 되는데 우린 이들의 여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이들이 자신의 집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이유는 한번도 나오질 않는다. 감독은 그러한 개인의 이유가 어찌 되었든, 그러니까 그 이유가 당위성을 갖고 있든 아니든 멕시코/미국 국경을 넘는 이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잔혹한 현실 앞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걸 이야기하려는 듯 하다.
그렇다면 이 넷은 무사히 국경을 넘어 미국에 도착할 수 있을까?
아니면 몇명이나 미국땅을 밟게 될까.
이러한 영화들이 늘 주지하듯, 이 영화는 잔혹한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자본과 정치의 탐욕에 의해 철저히 유린된 라틴 아메리카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참혹한 현실의 중심에 미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들에게 미국은 기회의 땅이다.
답답하고 아이러니한 일이다.

 

 

 

 

 

 

 

30. <Inside Out / 인사이드 아웃> (2015), 미국

픽사가 건재하다는 걸 보여준 애니메이션.
픽사의 장기라면 각각의 에피소드가 하나 둘 쌓여가면서 어지간한 드라마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드라마적 한방을 선사한다는 것인데 <인사이드 아웃>이 다시 그걸 해냈다.
사춘기를 겪는 캐릭터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이토록 밀도있게 그려낼 수 있는 영화는 과연 얼마나 될까?
픽사가 앞으로 더 길게 우리 곁에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를 분명히 보여준 작품.

 

 

 

 

 

 

 

AFFiNiTY's Best 50 Movies of the Year 2015

1. <Birdman / 버드맨>, 미국
2. <Youth / 유스>, 이태리
3. <En duva satt på en gren och funderade på tillvaron / Pigeon Sat on a Branch Reflecting Existence /비둘기 가지에 앉아 존재를 성찰하다>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
4. <Mommy / 마미> 캐나다
5. <Kingsman the Secret Service / 킹스맨> 영국
6. <Leviafan / 리바이어던> 러시아
7. <Güeros / 구에로스> 멕시코
8. <Phoenix / 피닉스> 독일
9. <It Follows / 팔로우> 미국
10. <Mad Max Fury Road /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호주/미국

11. <Still Alice / 스틸 앨리스> 미국
12.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한국
13. <Ida / 이다> 폴란드
14. <Plemya / the Tribe> 우크라이나
15. <Victoria / 빅토리아> 독일
16. <Deux Jours, Une Nuit / Two Days One Night / 내일을 위한 시간> 벨기에/프랑스
17. <45 Years / 45년 후> 영국
18. <Sicario / 시카리오> 미국
19. <Relatos Salvajes / Wild Tales / 와일드 테일즈> 아르헨티나/스페인
20. <the Lobster / 랍스터> 아일랜드/그리스
21. <Citizenfour / 시티즌포> 미국/독일/영국
22. <Slow West / 슬로우웨스트> 영국/뉴질랜드
23. <Clouds of Sils Maria /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 프랑스/독일/스위스
24. <La Isla Minima / Marshland / 살인의 늪> 스페인
25. <Ex Machina / 엑스 마키나> 영국
26. <Star Wars : the Force Awaken /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미국
27. <L'Inconnu Du Lac / Stranger by the Lake / 호수의 이방인> 프랑스
28. <the Walk / 하늘을 걷는 남자> 미국
29. <La Jaula de Oro / the Golden Dream / 황금우리> 멕시코
30. <Inside Out / 인사이드 아웃> 미국
31. <
Omar / 오마르> 팔레스타인
32. <Me and Earl and the Dying Girl / 나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 미국
33. <the Gift / 기프트> 미국
34. <71'> 영국
35. <Timbuktu / 팀북투> 프랑스 外
36. <Love & Mercy / 러브 앤 머시> 미국
37. <Spy / 스파이> 미국
38. <한여름의 판타지아> 한국
39. <Trainwreck / 나를 미치게하는 여자> 미국
40. <the Final Girls / 파이널 걸스> 미국
41. <a Most Violent Year / 모스트 바이어런트> 미국
42. <X+Y a Brilliant Young Mind / 네이든> 영국
43. <the Martian / 마션> 미국
44. <Das Finstere Tal / the Dark Valley / 다크 밸리> 독일/오스트리아
45. <베테랑> 한국
46. <紙の月 / 종이달> 일본
47. <What We Do in the Shadows /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뉴질랜드
48. <내부자들> 한국
49. <무뢰한> 한국
50. <Burnt / 더 셰프> 영국

 

 

 

 

 

 

 

 

 


AFFiNiTY's Best 50 Movies of 2015 - 31위~40위


Best 50 Movies of 2015 - 1위~10위
Best 50 Movies of 2015 - 11위~20위
Best 50 Movies of 2015 - 21위~30위
Best 50 Movies of 2015 - 31위~40위
Best 50 Movies of 2015 - 41위~50위



 


모든 이미지는 직접 캡처한 이미지.(<스타워즈>는 공식 스틸컷 사용)
2015년 1월 25일부터 2016년 1월 10일까지 본 영화는 총 139편.
이중 무려 50편을 고른다는게 오버...라는 생각도 들지만 보고 싶은 영화만 주로 찾아 보는 편이라 60~70편까지 추려도 그닥 실망한 영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완전 주관적인 순위이며 개인적인 정리를 위한 것이니 혹시 이 순위에 기분이 언짢은 분들 계시더라도 이해해주시길.

 

 

 

 

31. <Omar / 오마르> (2014), 팔레스타인

개인의 소박한 작은 사랑마저 정치가 갈라놓은 장벽에 의해 빼앗기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순응과 투쟁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삶.
마지막 장면의 시원한 기분이 결코 오래가지 못하는 것은 그 상황을 벗어난 오마르의 앞으로의 모습이 눈에 선히 그려지기 때문.

 

 

 

 

 

 

 


32. <Me and Earl and the Dying Girl / 나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 (2015), 미국

조금씩 켜켜히 쌓여가는 애정의 레이어가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은 결코 쉽게 변하지 않지만 적어도 사랑은 개인이 선그어놓았던 자신의 한계를 극복케하곤 하니까.
이러한 성장영화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시간을 두고 쌓아가는 빛나는 애정은 가슴을 쿵쾅거리게 하더라.
주인공과 그 친구 얼이 만드는 패러디 타이틀의 단편영화를 보는 것도 영화의 꿀잼 중 하나.

 

 

 

 

 

 

 

 

33. <the Gift / 더 기프트> (2015), 미국

잔인한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는, 그러면서도 가장 잔혹한 방식의 복수극.
배우이기도 한 조엘 에거튼의 장편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화의 만듦새가 매끄럽다.

 

 

 

 

 

 

 


34. <71'> (2014), 영국

이 영화 속에서 위선의 유니언잭의 이면을 끄집어내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이 영화는 그저 나와 정치적 이해가 전혀 다른 이들 가운데 낙오된 이가 단순히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치열한 생존기일 뿐이다.
사실 IRA와 SAS의 반목을 다룬 영화야 어디 한 둘이 아니겠지만 스릴에 집중한 이 영화가 주는 서스펜스는 온전한 정신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밀도있다.
다만, 이 영화 속에서 희생되는 이들을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보다 정치적 동지와 적, 그리고 정치적 관계를 이용한 사리사욕이 더 난무했던 더블린.
그로인해 희생되는 수많은 목숨에 과연 얼마만큼의 정치적 신념이 투영되었을까?

 

 

 

 

 

 

 

 

35. <Timbuktu / 팀북투> (2014), 프랑스 外

민중의 삶과 괴리된 종교와 정치가 얼마나 민중의 삶을 비참하게 파괴하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
뛰어 도망치는 가젤을 사냥하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오버랩되는 수미쌍관의 구조가 깊고 커다란 절망의 여운을 던져준다.

 

 

 

 

 

 

 

 

36. <Love & Mercy / 러브 앤 머시> (2014), 미국

비치 보이스의 리더 Brian Wilson(브라이언 윌슨)은 2004년 <Smile>이란 음반을 발표하고 많은 매체에 의해 그해의 음반으로 선정되어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이토록 힘든 과거를 지녔다는 사실을 알지못하는 이들이 더욱 많을테지.
이 영화를 보고 오랜만에 다시 2004년 음반인 <Smile>을 들었다.
영화를 보고 음반을 다시 들어보시라. 정말 다른 느낌으로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37. <Spy / 스파이> (2015), 미국

보험왕 아줌마같은 모습으로 손을 흔드는 여성이 주인공이란 이유로 이 영화를 단순히 액션 부재의 스파이물로 생각하면 큰 오산.
이 영화는 노골적인 방식으로 007의 영화적 형식미를 가져왔다. 팜므 파탈(+싸가지없는), 배신(반전)의 연속, 다수의 프로 스파이들의 등장(+허당 중의 허당)... 007하면 빼놓을 수 없었'던' 카체이싱씬...
이 모든 요소들은 우리가 007 영화에서 무수히 봐왔던, 그야말로 클리셰들이 아닌가.
그럼에도 이 영화가 자신만의 오리지낼러티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멜리사 맥커티의 사랑스러움 덕분이다.
수다스럽고 혼잣말을 해대지만 무거운 몸을 이끌고 특유의 낙천적인 쾌활함으로 프레임을 누비는 그녀를 보면 엔돌핀이 샘솟는다.
자신의 출연작 중 가장... 어처구니없는 허당으로 등장하는 제이슨 스태텀 역시 빼놓으면 섭섭할 듯.

 

 

 

 

 

 

 


38. <한여름의 판타지아> (2015), 한국

이 영화는 분명히 일본 나라현의 제작 지원을 받아 만든, 어떻게 보면 나라현에 위치한 고조시 홍보 영화라고 봐도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영화는 두가지 에피소드로 나뉘는데 첫번째 에피소드는 영화 촬영 취재차 고조시를 방문한 한국 감독과 통역사가 고조시의 공무원, 토박이 주민과 함께 고조시를 거닐며 고조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며 두번째 에피소드는 고조시를 찾은 한국인 여성이 우연찮게 지역 토박이인 젊은 남성을 만나 1박2일의 짧은 시간동안 교감을 나누는 내용이다.
첫번째 에피소드를 통해 관객들은 고조시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자연스럽게 숙지되는데, 두번째 에피소드에서 그 공간을 배경으로 아련하고 설레는 로맨스가 이어지니 받아들여지는 감정의 진폭이 생각보다 상당히 커지는 느낌이 든다.
고즈넉한 여행지, 아주 괜찮은 낯선 사람과의 로맨스라니... 이보다 더 설레는 로맨스 설정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이 로맨스에는 고조시라는 공간, 농사를 짓는 일본 남자의 성실함과 진솔함, 무언가 애인과도 잘 풀리지 않고 자기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은 여성의 개인적인 배경이 제대로 된 화학반응을 일으켜 상당히 아름다운 로맨스를 빚어낸다.
특히... 중반에 보여지는 불꽃놀이는 보는 이의 가슴을 뒤흔들 정도로 강렬한 설렘을 제공한다.

 

 

 

 

 

 

 

 

39. <Trainwreck / 나를 미치게하는 여자> (2015), 미국

사실상 Judd Apatow 감독의 재기작.
한때 저드 아파토 사단이라 불리우는 페르소나를 거느릴 정도로 그는 코미디 씬에서 확실한 위치를 확보했었다.
오랜만에 발표한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금기를 넘나드는 쎈 수위는 여전했지만 다른 점이라면 조금 더 나긋나긋해졌다는 느낌.
기본적으로 가정과 타인과의 관계를 조금더 따뜻하게 바라보는 연출자의 시선이 느껴지더라.

 

 

 

 

 

 

 

40. <the Final Girls / 파이널 걸스> (2015), 미국

틴에이지 호러 영화에서 이 정도로 캐릭터와 캐릭터의 유대감과 애정에 감정 이입이 될 수 있었던 경우가 얼마나 있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의 따뜻한 드라마적 한방은 상당히 힘이 있다.
이러한 드라마적 한방을 풀어내는 방식 역시 매우 세련되고 재미있어서 유머가 넘치는 가운데에서도 전혀 어색하거나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영화.

 

 

 

 

 

 

 

AFFiNiTY's Best 50 Movies of the Year 2015

1. <Birdman / 버드맨>, 미국
2. <Youth / 유스>, 이태리
3. <En duva satt på en gren och funderade på tillvaron / Pigeon Sat on a Branch Reflecting Existence /비둘기 가지에 앉아 존재를 성찰하다>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
4. <Mommy / 마미> 캐나다
5. <Kingsman the Secret Service / 킹스맨> 영국
6. <Leviafan / 리바이어던> 러시아
7. <Güeros / 구에로스> 멕시코
8. <Phoenix / 피닉스> 독일
9. <It Follows / 팔로우> 미국
10. <Mad Max Fury Road /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호주/미국

11. <Still Alice / 스틸 앨리스> 미국
12.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한국
13. <Ida / 이다> 폴란드
14. <Plemya / the Tribe> 우크라이나
15. <Victoria / 빅토리아> 독일
16. <Deux Jours, Une Nuit / Two Days One Night / 내일을 위한 시간> 벨기에/프랑스
17. <45 Years / 45년 후> 영국
18. <Sicario / 시카리오> 미국
19. <Relatos Salvajes / Wild Tales / 와일드 테일즈> 아르헨티나/스페인
20. <the Lobster / 랍스터> 아일랜드/그리스
21. <Citizenfour / 시티즌포> 미국/독일/영국
22. <Slow West / 슬로우웨스트> 영국/뉴질랜드
23. <Clouds of Sils Maria /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 프랑스/독일/스위스
24. <La Isla Minima / Marshland / 살인의 늪> 스페인
25. <Ex Machina / 엑스 마키나> 영국
26. <Star Wars : the Force Awaken /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미국
27. <L'Inconnu Du Lac / Stranger by the Lake / 호수의 이방인> 프랑스
28. <the Walk / 하늘을 걷는 남자> 미국
29. <La Jaula de Oro / the Golden Dream / 황금우리> 멕시코
30. <Inside Out / 인사이드 아웃> 미국
31. <
Omar / 오마르> 팔레스타인
32. <Me and Earl and the Dying Girl / 나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 미국
33. <the Gift / 기프트> 미국
34. <71'> 영국
35. <Timbuktu / 팀북투> 프랑스 外
36. <Love & Mercy / 러브 앤 머시> 미국
37. <Spy / 스파이> 미국
38. <한여름의 판타지아> 한국
39. <Trainwreck / 나를 미치게하는 여자> 미국
40. <the Final Girls / 파이널 걸스> 미국

41. <a Most Violent Year / 모스트 바이어런트> 미국
42. <X+Y a Brilliant Young Mind / 네이든> 영국
43. <the Martian / 마션> 미국
44. <Das Finstere Tal / the Dark Valley / 다크 밸리> 독일/오스트리아
45. <베테랑> 한국
46. <紙の月 / 종이달> 일본
47. <What We Do in the Shadows /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뉴질랜드
48. <내부자들> 한국
49. <무뢰한> 한국
50. <Burnt / 더 셰프> 영국

 

 

 

 

 

 

 

 

 

AFFiNiTY's Best 50 Movies of 2015 - 41위~50위


Best 50 Movies of 2015 - 1위~10위
Best 50 Movies of 2015 - 11위~20위
Best 50 Movies of 2015 - 21위~30위
Best 50 Movies of 2015 - 31위~40위
Best 50 Movies of 2015 - 41위~50위

 


 


모든 이미지는 직접 캡처한 이미지.(<스타워즈>는 공식 스틸컷 사용)
2015년 1월 25일부터 2016년 1월 10일까지 본 영화는 총 139편.
이중 무려 50편을 고른다는게 오버...라는 생각도 들지만 보고 싶은 영화만 주로 찾아 보는 편이라 60~70편까지 추려도 그닥 실망한 영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완전 주관적인 순위이며 개인적인 정리를 위한 것이니 혹시 이 순위에 기분이 언짢은 분들 계시더라도 이해해주시길.

 

 

 

 

 

41. <a Most Violent Year / 모스트 바이어런트> (2014), 미국

오스카 아이작의 과묵하고도 진중한 고뇌가 표현된 연기가 빛나는 영화.
그리고 미국의 이민자들이 어떤 희생을 통해 중심에 서게 되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영화.
끝까지 인간다움을 잃지 않은 그가 마지막, 총알로 인해 구멍난 유조탱크를 틀어막는 모습은 씁쓸하고도 긴 여운을 준다.


 

 

 

 

 

 

 

42. <X+Y / a Brilliant Young Mind / 네이든> (2014), 영국

자폐증세를 가진 주인공의 성공담을 다룬 영화가 아닌 남들과 조금 다른 주인공이 조금씩 스스로를 극복하고 주변에 손을 건네는 성장이야기.
상당부분 실화에 근거했다는 사실이 무척 인상적이다.

 

 

 

 

 

 

 

43. <the Martian / 마션> (2015), 미국

아직 인류는 화성에 발도 딛지도 못했는데 이런 픽션이 이토록 놀라울 정도로 리얼리티를 확보할 수 있다니...
부럽기도 하고 심드렁한 심정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우주를 자연스럽게 이야기 마당으로 확장하는 헐리웃을 보면 놀랍기도 하고.

 

 

 

 

 

 

 

44. <Das Finstere Tal / the Dark Valley / 다크 밸리> (2014), 독일/오스트리아

유럽 영화다운 서사미를 갖고 있으면서도 헐리웃 영화같은 매끄러운 만듦새를 보여주는 유럽판 웨스턴 무비.
복수극의 형식을 빌어 전근대적 관성을 근절하려는 주인공, 마침내 자유를 얻어도 기뻐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씁쓸하게 무언가와 오버랩된다.
메시지가 과도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할 말은 다 하는 영화.
Joy Division의 Ian Curtis(이언 커티스)를 연기한 Sam Riley를 다시 만나볼 수 있다.

 

 

 

 

 

 

45. <베테랑 / Veteran> (2015), 한국

이토록 시원시원한 활극을 보여주면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게다.
군더더기없이 쭉쭉 뻗는 이야기, 훌륭한 캐스팅과 연기자들의 호흡이 잘 드러난 영화.
비록 이 영화의 결말은 <내부자들>이나 <성난 변호사>처럼 판타지에 가깝지만, 그래서 이 영화의 엔딩이 기득권에 대한 경멸과 적개심을 오히려 휘발시킬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의 에너지로 끝까지 달려가는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낸다.
개인적으로 황정민씨와 트럭을 몰고 가며 나누는 정웅인씨의 대화를 들으며 정웅인씨의 연기 공력에 새삼 놀라게 되었다는.
다만... 아무리 영화 속의 드라마를 극대화하기 위한 설정이라도 남편의 직장에 쳐들어가 다른 사람 다 듣는데서 상대의 도덕심을 비판하는 장면은 보기 불쾌하더라.(아무리 부부라도 말이다. 이건 남녀의 문제를 얘기하는게 아니다)
여담이지만... 난 제발 우리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차 좀 똑바로 하고, 영화보면서 팝콘 짭짭 거리며 먹는 씬 좀 안나오고, 영화관에서 얘기하는 장면 좀 안나왔으면 좋겠다. (응팔을 아예 안보지만 지난 번 거실을 지나가다가 영화관에서 등장인물들이 잡담을 하는 장면이 나오던데 꼴보기 싫더라)



 

46. <紙の月 / Pale Moon / 종이달> (2014), 일본

버블 붕괴 이후 소비로 쾌락을 사는 행위는 종말을 고했다.
무료하고 희망없이 답답한 일상에서 내가 나임을 확인하는 길이 고작 소비를 통한 것이라니.
물론 이 영화는 엇나간 소비 문화를 지적한 영화가 결코 아님에도 주인공이 스스로를 확인하고, 스스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소비 행위를 빼놓을 수가 없다.
사랑도 소비도 모두 우리가 만든 종이달같은 것이라니...
이제는 중년이 되어버린 나와 동시대 남성들의 여신 중 한명이었던 미야자와 리에의 연기도 매우 인상적.

 

 

 

 

 

 

 

47. <What We Do in the Shadows /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2014), 뉴질랜드

이 어설프기 짝이 없는 모큐멘터리는 초반 약간의 지루함을 넘어서면 의아할 정도로 사랑스럽고 인간적(?)이다.
사람을 하인으로 부리고 사람의 목숨따위 우습게 생각하는 이런 영화에 이 정도의 온기가 넘실대다니...
놀라울 정도로 희안하지 않은가?
어찌보면 사람보다 더 온기넘치는 뱀파이어들, 그리고 매너를 갖춘 늑대인간들도 볼 수 있는 유머 가득한 영화.

 

 

 

 

 

 

 

48. <내부자들> (2015), 한국

중반까지 거침없이 내달리는 이 영화의 이야기는 생각한 것보다도 더 수위가 강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들은 단 한번도 인정한 적 없는 언론/정계/재계의 더러운 유착.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도 언제든 언론을 이용해 벗어날 뿐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의 적대 세력을 궤멸시킬 기회로 만드는 이들.
정당한 문제제기를 한 이들이 오히려 없는 죄도 뒤집어쓰고 이게 끝이겠지 싶으면 더 몰아대어 더이상 추락할 바닥도 없게 만드는 이 나라의 기득권들의 모습을 이 영화는 놀라우리만치 생생하게 보여준다.
보다보면 지금 이 나라에서 버젓히 벌어지는 일들이 마구 떠올라 부아가 치밀어 오름을 참을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현실에서 기대할 수 없는 판타지로 엔딩을 맺는다.
궁금하다. 조승우가 연기한 줄도 없고 빽도 없는 검사는 내부자가 되어 승진을 하고, 그들이 떨궈준 권력의 열매를 나눠먹으면서도 그 심지가 흔들리지 않았을까?
이병헌에 대한 호불호를 차치하고, 이병헌이란 배우가 얼마나 대단한 연기자인지를 다시한번 실감한 영화.
백윤식씨, 조승우씨의 연기 역시 매우 인상적이더라.
누군가는 이 영화를 가득 메운 마초적 경향이 힘들다고 하던데 어쩌겠나 저들의 모습이 이와 같은데.

 

 

 

 


 

 

49. <무뢰한 / the Shameless> (2014) 한국

막장의 현실에서 희망따위로 눈을 가리는 한국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고통스러운 엔딩이구나...

 

 

 

 

 

 

 

 

50. <Burnt / 더 셰프> (2015), 영국

굳이... 50선 안에 이 영화를 꼽은 이유는 주방의 모습이 비일비재하게 보여진다는 이유.
이야기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뻔하지만,
그리고 누군가는 이 영화를 '마스터 셰프'의 극장버전이라고 비아냥 거릴 지도 모르지만, 주방의 모습, 내어지는 음식의 모습을 이처럼 잘 그려낸 음식 영화도 사실 요즘 그닥... 많지 않은게 사실이다.


 

 

 

 

 

AFFiNiTY's Best 50 Movies of the Year 2015

1. <Birdman / 버드맨>, 미국
2. <Youth / 유스>, 이태리
3. <En duva satt på en gren och funderade på tillvaron / Pigeon Sat on a Branch Reflecting Existence /비둘기 가지에 앉아 존재를 성찰하다>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
4. <Mommy / 마미> 캐나다
5. <Kingsman the Secret Service / 킹스맨> 영국
6. <Leviafan / 리바이어던> 러시아
7. <Güeros / 구에로스> 멕시코
8. <Phoenix / 피닉스> 독일
9. <It Follows / 팔로우> 미국
10. <Mad Max Fury Road /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호주/미국

11. <Still Alice / 스틸 앨리스> 미국
12.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한국
13. <Ida / 이다> 폴란드
14. <Plemya / the Tribe> 우크라이나
15. <Victoria / 빅토리아> 독일
16. <Deux Jours, Une Nuit / Two Days One Night / 내일을 위한 시간> 벨기에/프랑스
17. <45 Years / 45년 후> 영국
18. <Sicario / 시카리오> 미국
19. <Relatos Salvajes / Wild Tales / 와일드 테일즈> 아르헨티나/스페인
20. <the Lobster / 랍스터> 아일랜드/그리스
21. <Citizenfour / 시티즌포> 미국/독일/영국
22. <Slow West / 슬로우웨스트> 영국/뉴질랜드
23. <Clouds of Sils Maria /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 프랑스/독일/스위스
24. <La Isla Minima / Marshland / 살인의 늪> 스페인
25. <Ex Machina / 엑스 마키나> 영국
26. <Star Wars : the Force Awaken /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미국
27. <L'Inconnu Du Lac / Stranger by the Lake / 호수의 이방인> 프랑스
28. <the Walk / 하늘을 걷는 남자> 미국
29. <La Jaula de Oro / the Golden Dream / 황금우리> 멕시코
30. <Inside Out / 인사이드 아웃> 미국
31. <
Omar / 오마르> 팔레스타인
32. <Me and Earl and the Dying Girl / 나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 미국
33. <the Gift / 기프트> 미국
34. <71'> 영국
35. <Timbuktu / 팀북투> 프랑스 外
36. <Love & Mercy / 러브 앤 머시> 미국
37. <Spy / 스파이> 미국
38. <한여름의 판타지아> 한국
39. <Trainwreck / 나를 미치게하는 여자> 미국
40. <the Final Girls / 파이널 걸스> 미국
41. <a Most Violent Year / 모스트 바이어런트> 미국
42. <X+Y a Brilliant Young Mind / 네이든> 영국
43. <the Martian / 마션> 미국
44. <Das Finstere Tal / the Dark Valley / 다크 밸리> 독일/오스트리아
45. <베테랑> 한국
46. <
紙の月 / 종이달> 일본
47. <What We Do in the Shadows /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뉴질랜드
48. <내부자들> 한국
49. <무뢰한> 한국
50. <Burnt / 더 셰프> 영국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