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 더 비기닝>(2015)이란 영화를 봤다. (얼마전 개봉한 신작이 아니라... 2015년에 공개된 전작)
영화보고 왈가왈부하는거 그닥 자주 하지 않지만 이 영화에 대해선 몇마디해야할 것 같아서 주절주절.


난 이렇게 불쾌한 버디 무비를 본 기억이 없는 것 같아.
광수대 레전드라는 형사역의 성동일씨는 시종일관 인간의 기본 예의 따위는 말아먹은 싸가지를 시전한다.
빵가게에서 기분나쁘다고 식빵을 집어 던지고, 코스프레 행사장의 참가자들이 한심하다는 듯 쌍욕을 하며 주먹을 휘두른다.
어찌어찌 팀이 되어버린 일개 추리 파워블로거 권상우씨에게는  온전한 어휘라는 걸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인양 쌍욕을 섞는다.
더 황당한건 그래놓곤 군데군데 뭔가 대단히 츤데레스러운 코스프레를 한다는거지.
사실 이 정도면 그냥 싸이코패스인거야.
걸핏하면 운전하다가 옆에 있는 사람 보고 '너 내려!'는 기본이고 말끝마다 쌍욕.
그런데 또 조폭들은 '우릴 사람으로 봐준 건 형사님 밖에 없죠'라고 말하며 조직원들 풀어서 용의자 수배하고...ㅎㅎㅎ
그렇게 애써주는 조폭들한테 성동일씨는 계속 쌍욕하면서 비키라고 난리더만 도대체... 이 사람이 어딜봐서 조폭들을 사람 취급해줬다는건지 모르겠다.

아웃오브카메라에서 성동일씨가 조폭들에게 밥도 사주고 토닥토닥거리는 츤데레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건가?


권상우씨가 맡은 역할도 뭐 다를게 없다.
이 인간은 애 둘의 아빠이자 열심히 일하는 와이프의 남편인 주제에 제 집안 챙기는 것 따윈 관심조차 없다.
그래놓곤 형제같은 친구가 누명을 썼으니 그걸 밝혀야한다며 대의명분 운운한다.
그에반해 이 영화 속 와이프들은 하나같이 억척같은 모습으로만 나온다.

마치 현실에 딱... 옭아매여 뭔가 남자가 하려는 그 이상의 것을 가로막는 듯한 역할로.
보는 내내... 이런 놈 데리고 살아주느라 몸에서 사리가 나올 법한 권상우 역의 와이프가 불쌍하기 짝이 없더군.


그리고...
난 이 영화 속에서 권상우, 성동일씨가 서로의 추리를 이야기하는 방식도 짜증났다.
의견 게진, 논쟁...이런건 보이지 않고 일단 자기 추리가 무조건 맞다고 단정한다. '에이~ 이 친구 범인아니네'라면서.
그럼 뭔가 대단히 번뜩이는 추리가 나올 법도 한데 물음표만 가득한, 별 것도 아닌 혼자만의 억측을 뭔가 대단히 확고한 근거에 기인한 것인양 얘기해댄다.
둘 사이의 말싸움도 다 이런 식이다.
내 추리가 맞지? 너 그것도 몰라... 비아냥거리는 수준에서 끝.

뿐만아니라 이들이 이 잔혹한 살인 사건을 다루는 태도도 견디기 힘들었다.

아이까지 죽어나가고 여자들이 도대체 몇 명이 죽어나가는지 모를 잔혹한 내용 속에서 이들은 피해자들에 대한 일말의 연민, 애정도 보이질 않는다.

여전히 서로 비아냥거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츤데레 코스프레하고... 아... 정말 이건 뭔가 싶었어.





이제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이 영화에서 가장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살인사건의 범인들이 피해자의 사망 시각을 일부러 알려주기 위해 명확한 흔적을 남긴 이유를 형사들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설정이었다.
아니... 이게 말이야 방귀야.
사망시각을 그리 친절하게 일부러 사진찍고 뭐하고 해서 흔적을 다 남겨놓는 이유는 너무너무너무 뻔하잖아.
누군가의 명확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 아니야?
아니... 누가봐도 뻔히 알 수 있는 이 짓을 광수대 레전드라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그 어떤 형사도 알 지 못한다는게 이게 말이 되는건가?
그렇게까지 이 나라 경찰의 수사력이 얕보이는건가?(뭐... 그럴만한건가...)




++
영화 도중 아이의 시체가 나온다.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범죄물이다.
범죄물이라지만 내용은 겁나 어둡고 잔인한데 영화는 끝까지 코미디 기조를 유지하는 것도 불편했는데... 아이의 시체라니.
난 내가 뭘 잘못 보고 있나 싶었다.
이런 코미디에서 아이의 시체를 보면서 바로 이어지는 장면에선 다시 아무 상관없다는 듯 희희덕거리는거, 난 정말 적응이 안된다.




+++
잘 알지도 못해서 이런 말 하는게 적절한가 싶은데...
감독이 직접 연출, 각색까지 다 했던데, 정말 제대로 여러 사건 사례를 조사한게 맞나...싶었다.
처음 방화사건 용의자보고 권상우씨가 '에이~ 범인아니네'라며 털은 그 어처구니없는 근거들하며, 교환살인이라는 설정등등...
이거 누가 봐도 딱... 인터넷 추리 카페에서 다뤄지는 소재들이 아니던가?




++++

종종 영화나 드라마 속의 등장 인물의 설정이 그저 설정에 머무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광수대 레전드...라면 별명이 붙는다면 그를 '광수대 레전드'로 만들어줬을 무언가 디테일들이 있어야하는데 그런거 전혀 없이,

그저 조폭 세명을 맨주먹으로 '죽여서-눕힌게 아니라 죽였단다' 강등되었다는 '썰'을 푸는 것에 그친다.

영화를 보면서 적어도 관객에게 저 인간이 왜 '광수대 레전드'인지에 대해 조금은 납득할 수 있는 디테일 정도는 줘야하는거 아닌가?

싸가지라곤 1도 없는 후배가 성동일씨를 박박 긁을 때조차 '어이구... 광수대 레전드인...'뭐 이런 썰을 푸는데 자꾸 듣다보니 이게 정말 레전드가 아니라 비꼬는 말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어.




+++++
아무튼...
난 이 영화 연출자의 정서 자체가 대단히 불쾌했다는거.
재밌게 보신 분들껜 미안한 마음이 좀 들지만,
정말 불쾌한 영화였던건 사실이다.

신작은 연출자가 바뀌었더라.

김정훈 감독에서 <미싱>의 이언희 감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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