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일요일 오전이면 우린 어딜 나갈 준비를 하거나,

아니면 집에서 빈둥거리며 늦게 일어난 아들과 방에서 수다를 떨거나 했는데 일상의 한 부분이 툭... 잘려 나간 그런 느낌이어서 허전한 마음.


우린 잘 알고 있다.

이제 아들은 우리 품 안에서 벗어난 시기가 된 것 뿐이고,

우린 또 우리대로 이렇게 적응하게 될 거라고.

전국에 자기 자식 기숙사 보낸 부모가 어디 한 둘이 아닐 것이고,

그 분들 모두 이런 허한 감정 느꼈으니 우리가 이렇게 헛헛한 기분을 느끼는게 유난떠는 거라 말할 수도 있지만,


우린 우리 감정에 언제나 충실하기로 했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내가 걱정할까봐 와이프가 그 헛헛한 마음 많이 감추고 억누르고 있다는걸.



저녁,

나 머리 깎으러 미용실에 나가면서 와이프 보고 아무데나 다녀오자고 했다.

처음엔 그냥 집에 있자던 와이프가 내 계속 얘기하니,

이후북스 갈까?... 유어마인드 갈까? 하며 갈 만한 곳을 찾기 시작하더라.


'미용실 예약이 6시 30분인데 머리하고 서울나가면 7시 30분은 될거야. 그럼... 그 집들 다 문닫았는데?'


결국 저녁 식사나 하기로 했다.

그 못마시는 와인도 한 잔 곁들이면서.


그래서 찾아온 곳이...

 

 

 

 

 

연희동 '크로키 (Croquis)'

사러가마트 근처.

 

 

 

 

 

 

 

 

루프탑 다이닝 펍 혹은 와인바...인데 늦게 예약을 한 탓에 이 자리.

근데 상관없었다. 편안한 분위기.

 

 

 

 

 

 

 

 

1인 셰프.

1인 셰프에 아주 친절한 홀 매니저 한 분.

딱 이렇게 두 분이 업장 전체를 관리하신다.

작은 업장이라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1인 셰프 업장이라고 보기엔 테이블이 꽤 있다.

손님도 거의 만석이었음에도 이날 저녁 음식은 무리없이 차질없이 서브되었다.

게다가 아주아주 훌륭한 맛.

 

 

 

 

 

 

 

 

 

 

 

 

 

 

 

내겐 빛 같은 사람.

정말 내겐 빛과도 같은 사람이다.

 

 

 

 

 

 

 

 

아주 맛있고 짭쪼름...한 웰컴디쉬가 나온 뒤,

 

 

 

 

 

 

 

 

글라스 와인.

첫번째는 화이트 와인으로 부탁.

Cuvee Jean-Paul, Blanc de Blanc

산미도 잘 살아오르는 것이 제법 묵직하면서도 아주... 좋았다.

아, 이 와인은 정말 입에 잘 맞았어!

 

 

 

 

 

 

 

 

첫번째 메뉴, '까수엘라 (Cazuela)'

감바스 비슷한 요리.

까수엘라가 이런 철 냄비에 끓여낸 요리를 통칭하는 것인데 새우도 들어갔으니 감바스 알 아히요랑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

 

 

 

 

 

 

 

 

까수엘라는 regular 사이즈와 large 사이즈가 있는데 우린 regular 사이즈.

말이 레귤러 사이즈지, 이건 스몰 사이즈로 보셔도 됨.ㅎ

하지만... 양은 충분합니다.

게다가 새우, 버섯, 콜리플라워 등등...이 매콤한 맛과 함께 기가막히게 입에 붙는다.

바게트 빵이 함께 내어지는데 절제력을 상실하게 된다.

계속 찍어먹게 돼...

 

 

 

 

 

 

 

 

다른 메뉴를 먹기 위해선 이 바게트를 적당히 먹어야 합니다.ㅎ

 

 

 

 

 

 

 

 

바깔라 비스큐 스튜 (Bacala Bisque Stew)

대구, 비스큐...

아 내가 좋아하는게 다 있어.

당연히 이 메뉴를 주문해야지.

내온 모습을 보자마자 먹기도 전에 이미 마음을 뺏겼다.

 

 

 

 

 

 

 

 

끝내준다.

아... 이 집도 격하게 사랑하게 될 것 같아.

내가 원래 비스큐 소스를 좋아하는데,

이 비스큐 소스에 대구 생선의 향이 물씬 훅...하고 올라온다.

아... 이 풍미.

어쩜 이리 진득하고 깊은지 감탄하면서 먹었다.

뿐만 아니라 충분히 들어있는 대구도 조리가 정말 잘 되었고,

감자는 놀라울 정도로 맛있게 조리되어있었다.

감자의 모양도 하나하나 뭉뚝...하게.

 

 

 

 

 

 

 

 

이 메뉴는 강력하게 추천한다.

특히 바깔라와 비스큐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무조건.

 

 

 

 

 

 

 

 

어...후...

 

 

 

 

 

 

 

 

레드와인은...

Chateau Minvielle.

 

 

 

 

 

 

 

 

산미가 적고 대단히 드라이한 레드 와인.

 

 

 

 

 

 

 

 

그리고... 드디어 양갈비.

이미 까수엘라와 바깔라 비스큐 스튜를 먹으면서 맛있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 이상.


 

 

 

 

 

 

 

기가막힌 프렌치 프라이즈가 곁들여진다.

저 프렌치 프라이도 보통이 아닌데 일단 양갈비부터...

 

 

 

 

 

 

 

 

램의 최고급인 프렌치랙 부위.

그리고 아주... 진하게 카라멜라이즈된 양파.

기가막히다.

보들보들하면서도 씹으면 양고기 특유의 그... 쫀득한 고소함과 양고기의 풍미가 진하게 올라오는 것이 먹는 이를 정말... 행복하게 해준다.

정말 좋아.

이렇게 멋진 새로운 집을 만나게 되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그리고 이 감튀도 정말 훌륭했다.

곁들여진 마늘향 강력한 소스도 완전 잘 어울리고.



정말 훌륭한 집을 또 만난 것 같아 즐거웠다.

와이프와 한참 웃으며 얘기할 수 있어서 더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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