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을 먹었다.

먹지 않는다고 오는 세월 비켜설 수 없다는 것쯤은 잘 알기 때문에 이왕 먹는거 맛있게 먹었다.

나와 와이프는 떡국에 김을 올려 먹는걸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김은 없어요.




++

그리 짧지 않은 삶을 살았는데 세상의 시선에서 보면 난 참... 한심하고 대책없는 놈이다.

번듯한 내 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을 왕창 모아놓은 것도 아니고,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남들에게 내세울 만한 학식이나 지적 깊이를 갖고 있지도 않다.


매사가 그냥그냥...

현실에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완전히 융화되지 못하고 겉돌며,

불의에 분노하지만 먼저 나서지 못하면서 머뭇거리고,

여전히 앞뒤 생각없이 쇼핑할 생각이나 하다가,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소식을 접하면 그런 한심한 나 자신을 힐난하고 창피해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먹고, 쇼핑하고... 이렇게 지낸다.


세상에서 말하는 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인지 놀/랍/게/도 아직도 몽상에 젖어 있고,

아직도 내가 뭔가 그럴싸한 음악을 만들 수 있을거라 착각한다.


오래전 결혼 전 사귀던 여친이 내게 아주 빨간색 노트를 선물로 주며 그 노트 앞장에 '까이에 뒤 씨네마'라고 적어줬었다.

언젠가 꿈꾸던 작업을 꼭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런데 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아 내가 여건만 됐으면....'이란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반복하면서 스스로의 게으름과 무능함을 변명했다.

그렇게 전혀 변화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

난 내가 잘 안다.

난 앞으로도 거의... 변하지 못할 것이다.

난 여전히 게으를 것이고 여전히 대책없을 것이며 여전히 얄팍할 것이다.

난 이 대책없는 나 자신을 인정하는데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그렇게 대책없는 나를 그대로 놔두면 인생의 낙오자가 된 것 같은 그 더러운 기분을 극복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난 그냥 앞으로도,

좋은 음악이 들리면 듣고, 찾아서 듣고,

좋은 전시가 있다면 가서 보고, 더 깊이 파고들 생각 따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스스로 내 맘대로 즐길 것이고,

종종 괜찮은 공연이 있다면 찾아서 보고 얄팍한 감동을 느끼며,

맛있는 음식이 있다면 쥐뿔 아는 것 하나 없어도 어쩌구저쩌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지껄이면서 즐길 것이다.


인생은 뒤돌아보며 자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해대는 이들이 너무 많지만,

난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어차피 난 그게 안된다는걸 잘 아니까.



++++

다만, 이렇게 막 사는 내 인생의 그 끝에,

이렇게 막 살아도 다 다를 수 있는 작고 소박한 양심과 안목과 취향의 언덕이 존재하길 바랄 뿐이다.



+++++

아, 한가지 자신있는게 있다.

블로그, 인스타, 페이스북을 통해 인연이 된 내가 전혀 모르던 분들의 삶을 '마음 속으로' 진심으로 응원하는 것만큼은 내 스스로에게도 자신이 있다.

오지랖같아 정말... 그분들의 글에 댓글 다는걸 주저주저하지만,

가급적 그분들의 글들을 다 읽어가면서 어떤 일이든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

그것만큼은 진심이고 자신있다.

(자랑할 것이 그렇게 없더냐...)




이런 시덥잖은 글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Charlie의 <Just Me> 음반을 듣다가 지나치게 센치해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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