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일요일.

푸욱... 쉬고 싶었는데 친구 작가의 논문 정리를 도와주기로 한 날이어서...

어쩔 수 없이 동료 작가의 집으로.

 

 

 

 

 

이 황금같은 시간에 난 무얼 하고 있는 건가...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내 시간을 할애해야할 것이라 겁주던 친구 작가의 협박과 달리...

너무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일을 끝내버렸다.

허무했다.ㅎ







와이프도 같이 왔던 터라 그냥 집에 들어가긴 아쉬워서 어딜갈까... 고민했다.

그러다 다음주 아들과 함께 가기로 한 랑빠스81을 우리끼리 한주 먼저 들르기로.ㅎㅎㅎ

 

 

 

근데 생각해보니 랑빠스81에 저녁 타임으로 온 건 처음.

미쉐린 가이드 서울 '플레이트'편에 소개되었다.

사실 난 랑빠스81이 빕 구흐멍도 아닌 플레이트에 소개된 영문을 이해하기 힘들다.

미쉐린 가이드만의 선정 기준이란 것이 있을테니 나름 공정하려고 애썼을테고,

입맛이란건 절대적인 기준으로 판단하기 힘든 것이란걸 잘 알고 있지만 빕 구흐멍도아니고 플레이트라니.

최소한 '빕 구흐멍' 정도에는 오르고도 남을만한 집 아닌가?

 

 

 

 

 

 

 

 

우린 늘 일요일 문여는 시간에 맞춰 왔었지.

미쇼 셰프의 얼굴이 담긴 포스터가 우릴 반긴다.

 

 

 

 

 

 

 

 

배고픔.

 

 

 

 

 

 

 

 

들어감.

아... 오랜만이다.

지오셰프께서 기분좋은 웃음으로 맞아주셨다.

 

 

 

 

 

 

 

 

 

 

 

 

 

 

 

우린 늘... 앉던 자리에.

 

 

 

 

 

 

 

 

마란츠 앰프.

내가 마지막으로 갖고 있던 마란츠 앰프와 동일한 모델.

 

 

 

 

 

 

 

 

아... 랑빠스81의 이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한 분위기는 확실히 저녁이 잘 어울리는구나.

 

 

 

 

 

 

 

 

식전주로 레드 와인 한잔씩.

너무 오랜만에 와서 정말 송구할 지경이었는데...

지오 셰프님,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이후의 음식과도 잘 어울렸다.

 

 

 

 

 

 

 

 

모과가 주렁주렁 달린 저... 앞 집의 모과 나무를 바라봄.

 

 

 

 

 

 

 

 

식전빵.

 

 

 

 

 

 

 

 

홈메이드 고트 치즈 샐러드.

 

 

 

 

 

 

 

 

듬뿍 들어간 고트 치즈.

과하지 않을 정도로 딱... 알맞게 올라간 상큼한 소스.

신선한 채소.

완벽한 조합.

 

 

 

 

 

 

 

 

그리고... 신메뉴,

비프 부르기뇽 (Boeuf Bourguignon)

 

 

 

 

 

 

 

 

기가 막히다.

끝내준다.

이 정도로 깊고 그윽하면서도 풍미가 제대로 살아있는 비프 부르기뇽은 처음 먹어본다.

기막히게 구워져 녹진한 향이 그대로 느껴지는 베이컨은 물론이고 엄/청/나/게 든든하게 들어있는 소고기의 맛은 기가막힌 조화를 이룬다.

당근등을 조리한 솜씨야 말할 것도 없고.

 

 

 

 

 

 

 

 

레드와인의 향이 솔솔 올라오는 소고기를 찢어먹는 그 기분이란...

양도 매우 든든함.

 

 

 

 

 

 

 

 

그리고...

까슐레 (Cassoulet)

오리다리, 틀루즈 소시지, 흰 콩을 넣어 뭉근하게 조리한 요리.

 

 

 

 

 

 

 

 

우리야 와인을 따로 마시지 않지만...

이건 진짜 누가 봐도 완벽한 와인 안주.

보기엔 상당히 고소하고 크리스피하며 간도 적당히 있을 것 같지만,

먹어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이 메뉴는 철저히 고기 본연의 맛에 집중하는 느낌.

전혀 간이 강하지 않다.

어찌보면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는 메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린 정말 만족스럽게 먹었다.

오리 다리의 육향을 완전히 잡지 않으면서도 전혀 거슬리지 않게, 아니 오히려 고기 본연의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도록 고려된 듯한 밸런스에 놀랐지.

 

 

 

 

 


 

 

다 먹고 나오려는데...

지오셰프께서 내주신 파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지만,

실제로 먹어본 이 파이는 우리가 먹어본 파이 중 베스트에 꼽힐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줬다.

대단히 진하지만 결코 물리지 않는 이 미친 밸런스...

훌륭하다.



+

먹을 줄도 잘 모르고 뭐 대단한 걸 느낄 줄 아는 사람도 아니지만,

적어도 내 입맛에 랑빠스81은 파스타 프레스카와 함께 가장... 기술적으로 높은 내공을 보여주는 집이 아닌가 싶다.

밑그림은 세심하게 그리되 이를 토대로 올리는 음식은 조금도 주저함없이 거침없이 쭉쭉 만들어내는,

그 과정에서의 내공과 공력이 그대로 느껴지는 집들이 바로 이 두집이 아닌가...싶다.



++

게다가 파스타 프레스카처럼 이집 '랑빠스81'의 가격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저 정도 수준의 음식 퀄리티와 양을 보여주는 비프 부르기뇽 가격이 이 정도라니 황송할 지경이다.

(비프 부르기뇽 29,000원)



+++

지오 셰프께서 말씀하시길...

우사단로(이태원 뒷쪽 이슬람 사원쪽)에 '씨티 카메라'라는 업장을 또 냈다 하셨다.

전시도 하고, 디저트도 판매하는.

조만간 꼭 한번 가보고 싶다.



++++

사실... 와인을 즐기는 도움되는 손님도 아니고...

자주 들르지도 못하는 뜨내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따듯하게 맞아주셔서 얼마나 무안하고 동시에 감사한지 모르겠다...

지오 셰프님, 정말 감사합니다.

랑빠스81의 음식은 정말... 저희에겐 가장 완벽한 음식이예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