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MMCA 현대차 시리즈 2017 : 임흥순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_ 믿음, 신념, 사랑, 배신, 증오, 공포, 유령





와이프가 물었다.


'김종대 의원이 이렇게까지 까일 정도로 말을 잘못한건가?'


와이프는 이국종 교수가 의사로서 존경받아 마/땅/한 훌륭한 의사이자 교수임엔 틀림없지만 귀순병사 상황 브리핑에 대한 김종대 의원의 지적도 일리가 있다는 말이었다.

나 역시 와이프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김종대 의원의 의견이 일리있다는 말만 해도 가루가 될 정도로 까이는 걸 보고 도대체 그 무엇이 우릴 이렇게 프레임에 집어넣고 옴싹달싹 못하게 만드는 걸까... 답답했다.


물론 김종대 의원의 표현방식이 경솔했던 점은 없지 않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에선 그 메시지를 받는 대상의 스펙트럼을 훨씬 더 넓혀 얘기했어야지.

우린 그걸 대중적 소통이라고 부르지만 말이다.


잘 알고 있다. 이국종 교수님은 의사로서 경외감을 가질 분이라는 사실을.

이국종 교수의 희생 정신, 의사로서의 본분에 그만큼 자기 희생적으로 철저히 몸까지 버려가며 임하는 훌륭한 의사가 얼마나 될까.

나 역시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경향신문 서민 교수의 컬럼 내용처럼,

우린 다세포 동물이다.

우리 뇌는 여러가지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신체적 기능을 갖고 있다.

누군가의 의도적인 프레임, 불순한 덫칠, 선동에 홀라당 넘어가버리는,

자신이 다세포 동물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순간, 다원성이 보장되는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따위 다... 개밥이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이국종 교수의 귀순 병사 건강 상태 브리핑은 분명히 불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었고,

그것이 이국종 교수 개인의 판단이든, 국정원이 개입한 내용이든, 이국종 교수가 정말 훌륭한 교수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그건 불필요한 브리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의 삶을 위해 자신의 신체적 안녕까지 마구 포기해가며 집도에 매진하는 이국종 교수에 대한 지적은,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와 신념에 대한 '공격'으로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듯 하다.


예민한 주제를 어설프게 꺼낸 이유는,

우리가 이토록 프레임에 빠져 허우적대며 서로를 갈라놓는 것들에 대한 전시를 봤기 때문이다.

 

 

 

 

광화문 국밥에서 식사한 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이동.

 

 

 

 

 

 

 

 

사실 초기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상당히 불만이 많았다.

산만한 동선도 맘에 안들었고-그들은 열린 구조라 말했지만- 무엇보다 시대정신을 철저히 외면한 추상적 전시에 집중했던 전시 프로그램에 불만이 많았다.

그런데...

 

 

 

 

 

 

 

 

올해 계속되는 전시의 면면은 참... 다른 느낌이 있네.

그 덕분에 MMCA도 종종 들르게 되고.


이날은 임흥순 작가의 전시와 요나스 메카스의 전시를 보기 위해 방문했다.

 

 

 

 

 

 

 

 

임흥순의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전시장을 들어가자마자 깜짝 놀라게 된다.

전시장 바깥과 내부를 구분하는 장치이자 이어주는 매개의 역할이랄까.

관객은 검은 천막을 젖히고 들어오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사천왕상을 통해 전시장 외부에 남겨둔 흔적을 매우 자연스럽게 말끔히 씻어내게 된다.

 

 

 

 

 

 

 

 

사실 많이 으스스한 느낌도 있다.

와이프가 내 팔을 꼭 잡았으니.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3채널 영상

 

 

 

 

 

 

 

 

분단을 만든 시스템과 분단을 위해 존재한 이데올로기가 휩쓸고 간,

여전히 그 상흔이 깊디 깊은 한국 사회에서 능멸되고 짖밟힌 개인의 삶이란 드문 일이 아니었다.

임흥순 작가는 한국현대사 속에 희생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지속적으로 표현해왔는데,

이 작업에선 개인의 선택과는 무관한,

국가의 폭력 앞에 고통을 받아야만 했던 세명의 할머니, 정정화(1900-1991), 김동일(1932-2017), 고계연(1932-) 할머니의 삶을 3채널 영상을 통해 재현한다.

(특히 정정화 할머니의 손녀 김선현씨가 정정화 할머니 역을 맡았다)

 

 

 

 

 

 

 

 

세 할머니의 삶은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서 펼쳐지지만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국가의 분단 이데올로기에 의해 고통받고 희생받는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늘 안타까왔다.

우린 도대체 왜 이렇게 반목하는가.

우린 왜 이렇게 반목하면서도 획일화된 지향점에는 암묵적으로 동의하는가.

우린 왜 이렇게 쉽게 짜놓은 프레임에 발을 집어넣고 옴싹달싹 못하는걸까.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의 근원을 따져보자면 밑도 끝도 없겠지만,

임흥순 작가의 작업을 보면서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는 무수한 개인의 삶들을-어쩌면 국가의 입장에선 아무 의미없는 개인의 삶- 들여다보고,

그 이름없는 삶들을 기억해보는 것이 이 무수한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의 바리케이드를 치우는 일이라 얘기하는 것 같다.


 

 

 

 

 

 

 

 

 

 

 

 

 

 

마지막... 김동일 할머니의 영상은 가슴을 격렬하게 흔들었다.

 

 

 

 

 

 

 

 

전시장을 나오면 바로 만나게 되는 이 옷들은 김동일 할머니의 유품들이다.

항일운동가의 자녀로 제주 4.3항쟁 당시 토벌대를 피해 한라산에 올랐고,

이후 지리산, 일본 오사카로 밀항하여 평생을 일본에서 사셨단다.

전시 준비 과정 중 돌아가셨고 이후 유족은 유품 4,000점을 이 전시를 위해 기증하였다고 한다.

 

 

 

 

 

 

 

 

 

 

 

 

 

 

 

 

 

 

 

 

 

 

 

 

 

 

 

 

 

 

 

 

 

 

 

 

 

 

 

 

 

 

 

 

 

 

 

 

 

 

 

 

 

 

 

 

 

 

 

 

 

 

 

 

이 유물들은 고계연 할머니의 유물들이다.

 

 

 

 

 

 

 

 

 

 

 

 

 

 

 

 

 

 

 

 

 

 

 

 

 

 

 

 

 

 

 

 

 

 

 

 

 

 

 

 

 

 

 

감독이 작품을 위해 수집한 자료들이 전시된 아카이브.

 

 

 

 

 

 

 

 

 

 

 

 

 

 

 

 

 

 

 

 

 

 

참... 오랜만에 보는 책이네.

브루스 커밍스 <한국전쟁의 기원>

 

 

 

 

 

 

 

 

 

 

 

 

 

 

 

 

 

 

 

 

 

 

 

 

 

 

 

 

 

 

 

 

 

 

 

 

2채널 영상 <환생>

 

 

 

 

 

 

 

 

20대에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한국군 위문공연을 위해 3년간 베트남 전역을 돌았던 이정숙 할머니.

이후 중동의 파리였던 테헤란에 정착하며 살다가 이란/이라크 전쟁을 겪기도 했단다.

현재에도 테헤란에 거주하고 계시다고.





+

임흥순 작가의 이번 전시,

다 의미있지만 특히 3채널 영상인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은 꼭... 보시길.

파편화되어 알려져 있지만 결국 많은 대중에게 도달되지 못한 사악한 이데올로기를 위한 이 시스템에 의해 개인의 삶이 어떻게 희생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우린 반목하게 되는지 무척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거대한 갈라놓음은 지금 이 시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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