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차 (ft. 오혁)' - 에픽하이(EPIK H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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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EPIK HIGH)의 신보가 나왔나보다.

인친, 블로그이웃분들의 피드에 에픽하이의 음반 이야기가 꽤 많이 올라왔다.

에픽하이 혹은 타블로에 대한 호불호같은건 일단 차치하고 출근길에 애플뮤직으로 에픽하이의 신보를 몇곡 들어봤다.

대단히 고루한 얘기이겠지만 음악적으로 에픽하이는 데뷔 이후부터 그닥 달라진 면을 발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늘 꾸준한 사랑을 받는 편이지.

이번 음반을 다 들어보진 못했지만 혁오의 오혁씨가 피처링한 '빈차'라는 곡은 귀에 잘 들어오던데 어찌보면 감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가사를 듣고 이런저런 상념에 빠지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

하긴 그렇지,

돈 버는 것 말고 하고 싶었던게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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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란 세월은 직딩의 입장에서 보면 12번 급여를 받으면 끝나는 시간이다.

20여회, 30여회도 아니고 딱 12번 급여를 받으면 끝나는 시간.(성과급은 제외합니다...)

급여를 이루는 메카니즘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관계적인 것으로 내가 따박따박 받는 이 급여에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 내가 속한 회사와 회사가 속해있는 시장과의 관계 그리고 그 굵직한 관계 속에 실타래처럼 엮인 복잡다난한 관계들이 뒤엉켜있다.

회사가 내게 급여를 줄 수 있는 환경이라는 건 단순히 고용인과 피고용의 관계에서만 비롯되는게 아닌 경우가 많다.

일단 급여를 받고 일을 하는 것이니 그만한 성과를 내야하는 것도 맞고,

회사 입장에선 영리를 추구하다보니 성과를 못내는 구성원을 내치는 것도 이해는 간다.

이 모든 회사의 영리적 행위를 다 '그르다'라고 얘기할 마음따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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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회사 하나하나의 개별적 문제라기보단 이건 철학과 인문학의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데,

우린 하나같이 너무 열심히 뛰기만 한다.

야근은 옵션이 아닌 필수이고 개별 구성원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정량적인 판단이 우선된다.

다들 달리다보니 좀 쉬어 가려고 해도 눈치가 보이고,

좀 천천히 달리려고하면 어느새 낙오자가 된다.

그런데 참 희안하게도 남들처럼 똑같이 달려도 내 삶이 무언가 더 나아진다는 느낌은 들지않고 점점 회의감만 쌓이는 경우가 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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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지. 참.

우린 공부를 잘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닌데 공부를 잘 하지 못하면 그 어린 나이에 이미 대체적으로 '싹수 노란...애' 취급을 받기 일쑤다.

우린 돈을 잘 벌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닌데 돈을 잘 벌지 못하면 '실패한 삶' 취급을 받는다.

참 희안한 일 아닌가?

내가 태어난 이유가 공부를 잘 하고, 좋은 대학을 가고, 그럴싸한 유학을 간 뒤, 그럴듯한 학위를 받아, 짱짱한 회사에 들어가 돈을 잘 벌고 그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인스타에 브라보 마이 라이프 뿜뿜하는 사진을 올리기 위해선 아니지 않나?

그럼에도 우린 공부 외의 길을 선택하려면 부모를 설득시켜야하고 그 길을 선택한 것이 옳았다고 주변에 증명해보여야하는 압박감에 휩싸인다.

나를 포함한 꼰대 어른들은 '다 네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전제를 깔지만 그건 나를 포함한 꼰대들이 상상해 온 '잘 사는 방법'일 뿐이다.(상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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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유난히 교활하게 꾸려진 자본의 덫에 빠진 프레임 안에서 평생을 살다 간다.

유럽의 경우 개인의 선택지는 우리보다 훨씬 다양하게 마련되어있겠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탈자본적인 삶을 사는 건 절대 아니지.

어제 브레이크 패드/디스크를 교체하기 위해 센터에 갔을 때 라운지에서 틀어주던 영상에는 누가봐도 피부과 시술도 받고 잘 관리받은 듯한 40대 독일 남성이 애인을 만나기 전 하는 행위들이 나오던데 그 쌔끈한 차를 타고 가는 주인공을 바라보는 주변의 부러운 시선은 기본이고 가장 사치스러운 샵에 들러 옷과 주얼리를 장만하곤-심지어 주얼리는 그 쌔끈한 차의 오토알람 기능을 이용해서 모조품으로 바꿔치기해놓는 범죄까지 저지르더군.ㅎ- 누가 봐도 미슐랭 3스타는 되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며 애인에게 선물을 준다.

이건 우리 나라 자동차 광고보다 더 노골적이고 천박하게 느껴지지 않나?

아시아 광고를 따로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하지만 그렇더라도 우스워.

그들은 알고 있는거지.

그 커머셜 영상을 보는 사람들 중 이런 저열하고 노골적인 영상을 비웃는 이들도 많겠지만 비웃는 그 맘 한켠에 이런 삶을 누리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는 걸.

그 의도가 빤히 보여서 더더 그 영상이 경멸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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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열찬 자본의 덫으로 둘러싸인 프레임을 이렇게 줄기차게 밀어부칠 수 있는 것은,

이제 많은 이들이 이렇게 사는게 무슨 의미일까?라며 회의감을 느끼는 이 순간에도 줄기차게 밀어부칠 수 있는 힘 중 하나는,

이 사회를 우리끼리의 반목과 혐오로 가득차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이나 박근혜, 기득권에 대한 경멸과 혐오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혐오의 덫에 빠져 유연성을 잃고, 타인의 의견에 전혀 귀기울이지 않고, 진심어린 이야기에도 답정너 식으로 콧방귀도 뀌지 않고 타인의 진심을 매도하기 급급한 세상.

단 한번의 잘못에 대해 주홍글씨를 찍어대는 짓에 주저함이 없고,

무엇보다 자신에겐 한도 끝도 없이 관대하면서 타인에겐 세상 비할 것 없을 정도로 엄격한 우리의 잣대.

혐오와 경멸로 가득찬 글을 아무 생각없이 배설하면서 타인이 입는 상처에 대해선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못하는 이 저열한 행각들.


이런 이들이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너무 많이 보인다는건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이런 이들을 직장에서 팀원으로, 사수로 혹은 임원으로 마주하게 될 때 우린 왜 이 시스템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답답한 심정으로 이해하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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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길어졌는데,

하나마나 한 이야기를... 길게도 쓴 것 같다.

소비를 하면 할수록 소비하고 싶은 대상은 점점 늘어만 가고,

그렇다고 용단을 내린 분들처럼 미니멀 라이프를 살 자신도 없어 어정쩡한 스스로의 삶에 대한 결론도 없는 고민만 해대며 사는 요즘,


바쁘게 사는 것과 열정을 갖고 사는 걸 대부분 혼동하고 있는 듯한 요즘,

그냥 쓸데없이 많은 생각이 들어서 두서없이 마구...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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