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주문한 널디(NERDY) 옷과 모자가 지난 주 도착했다.

널디가 전혀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은 진작부터 했었다.

이미 업계 관계자분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있어 이 브랜드에 대한 기대가 1도 없었고,

그 전에도 이미... 이런 식의 홍보수단을 이용해 한순간에 붐업된 브랜드들이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여러번 보았기 때문에,

상당히 고까운 시선을 갖고 있었던게 사실이다.

(연예인에게 지분을 주고, 연예인들이 서로 입어주고, 매장도 없이 온라인만으로 유통하면서 가격은 뻥튀기하고...)


그래서 아들이 주문했음을 알면서도 얼마전 와이프와 한남동의 '헤리티지 플로스 (Heritage Floss)' 매장에 들렀다가 만난 그 아름다운 색감과

멋진 옷감이 눈에 밟혀 아들에게 '이 옷들은 어때?'라는 문자를 보냈던거지.


하지만 아들은 널디(NERDY)를 원했다.

이해한다.

그동안 아들이 입는 브랜드는 친구들이 아예 모르다시피 하는 브랜드들이라 그런걸 신경 안쓴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공감대가 터무니없이 부족하긴 했겠지.

게다가 널디(NERDY)는 지코, 백현, 강다니엘, 아이유까지 줄줄이 입고 나왔으니 요즘 아이들에겐 그야말로 '하태하태' 브랜드가 아닌가.


어느 분께서 말씀주셨다.


'아드님이 널디를 원한다면 일단 그냥 한번 구입해보게 하세요.

장담컨대 다시는 구입하지 않을겁니다'


라고...

물론 난 이런 얘기를 절대 아들에게 하지 않았다.

주문한 옷이 도착하기도 전에 김뺄 일은 하기 싫었고, 무엇보다 그건 아들의 결정이니 우린 존중하는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참... 수업료는 비싸게 치뤘다.ㅎ

 

 

 

 

 

맨투맨티셔츠, 하의, 모자... 이렇게 해서 262,000원이라면 믿으실까?


물론...

널디(NERDY)를 구입하고 정말 만족해서 글을 올리는 분들이 정말... 많아서

뭔가 이런 불만족스런 글을 남기면 그분들의 기분을 몹시 상하게 할 것 같아 신경이 쓰이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처럼 생각하는 분들도 은근 계신 것 같아서 솔직한 심정을 올려 본다.


위에 입은 맨투맨티셔츠와 하의.

오렌지 색감이 그리 예쁘다던데 실제 받아본 아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상의를 벗고 맨몸에 티셔츠를 입어본 아들은 갑자기 인상을 찡그렸다.


'아빠... 이거 옷감이...'


'왜? 어떤대?'


'아네요. 그냥 전혀 좋다는 느낌을 못받아서'


'...'


갑자기 아들이 옷을 벗더니 베란다로 가서 옷을 털어댄다.


'왜 그래?'


'엄마, 이 옷 벌써 보풀이 있어요'


'...'


'엄마, 바지에 자꾸 티셔츠에서 뭐가 자꾸 떨어져 묻어요'

'아빠, 이 옷 안쪽 보셨어요? 마감이 정말 엉망이예요. 그래서 옷을 입으면 아주 거슬려요.'


'...'


'아빠... 다신 이 브랜드 안살께요. 이건 아닌거 같아요'


'...'


(다시 말하지만 우린 어떤 부정적인 코멘트도 미리 한 적이 없다)



'이거... 지하상가에서 싸게 살 수 있는 옷감과 전혀 다를게 없는 것 같아요'


'......'


이 맨투맨 티셔츠의 가격이 3~4만원대라면 내 이런 얘기를 쓰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저 맨투맨 티셔츠의 가격은 73,000원.

바지는 81,000원.

 

 

 

 

 

 

 

 

이중캡인 이 모자의 가격은 108,000원이다.


우린 가격이 비싸다고 무조건 욕하진 않는다.

어느 정도의 품질과 디자인이 만족스러우면 적정한 수준의 사치도 감수하니까.

하지만... 도대체 이 모자는 어딜 봐서 108,000원의 가치가 느껴지는걸까?



수업료 한번 거하게 낸 것 같다.

차라리 아더에러(ADERERROR)를 구입하는게 낫지...



+

올봄부터 심해진 아들 여드름이 잘난 얼굴을 다 망치고 있다.

셀퓨전씨 3종 + 페어아크네 콤비로 관리하고 있는데도 어째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보아하니... 이 녀석을 손을 자꾸 대더라는...

손을 대지 않기로 단단히 맘먹자마자 참... 어이없을 정도로 빨리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

역시 여드름은 손을 대지 않는 것부터가 치료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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