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페북에 올린 세개의 글.

시간 순서대로.

점점 체념해가는 내 심경이 드러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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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라는 말은 경멸적 뉘앙스가 다분하다.

사리분별 못하고 맹목적인 충성심을 갖고 있다고 단정하고 단언하는 말이지.

고작 나따위가 이런 분탕질에 돌 하나 더 집어들 마음은 없었지만 양측의 입장 모두 이해가 간다는 균형적 비판론을 난 이해하기 힘들다.

지지자들을 적으로 돌려 좋을게 하나 없다는건 그들도 알고 있었을터. 조중동 애독자는 그렇다치고, 진보진영 지지자들까지 돌을 집어든다면 다른건 몰라도 적어도 현상을 진지하게 파악하고 자신들의 스탠스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내부적인 검토가 당연히 이루어졌어야할거다.

아니, 그랬을거라 믿는다. 넋놓고 있었을리 없잖은가.

하지만 그런 과정이 있었더라도 편집장이라는 인간이 '덤벼라 문빠들아'라고 내뱉은 그 순간, 어떤 의미도 찾기 힘들다.

이 발언으로 한겨레에 대한 아슬아슬한 지지심리는 강을 건넜다.

한겨레, 경향이 이전 권력의 갖은 핍박과 협박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며 기여해온 것을 이해하는 수많은 사람들조차 이젠 등을 돌린다.

나를 비난하는 이들을 적으로, 일종의 맹목적 '빠'로 규정하는 저따위 허망한 반발심은 절대적으로 선민의식에서 비롯된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솔직히 얘기해보자.

난 모든 사안을 균형적 시선으로 봐야한다는 기계적 중립론을 경멸한다.

그리고 모든 기계적 중립론엔 모종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돌아보자.

김정숙씨, 대통령이 생략된 '문'... 어이없었던 '밥도 혼자 퍼 먹었다'

이 모든 논란은 과한 감도 없지 않다지만, 내가 보기엔 이렇듯 쓸데없는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는 건 심적으로 문대통령을 내켜하지 않는 이들의 비루한 뒷끝 덕분이라 본다.

이보다 내가 문제삼는 것은, 이 시덥잖은 논란거리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는 한겨레, 경향, 오마이의 태도다.

'우린 원래 그랬다', '오해다'라니. 상대방에게 명백하게 여지를 주고선, 이에 대해 비판을 하면 '오해다'라며 넘어가려고 하는 짓,

우리가 지난 9년간 저 개같은 정부 관료들 입으로 숱하게 들었던 말이 아닌가?

 

한가지 더, 난 똑똑히 기억한다.

노무현 정부의 공과를 떠나서 한겨레와 경향(특히 경향)이 얼마나 인격모독적으로 노무현 전대통령을 공격하는 기사를 썼는지.

정책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인격 모독 말이다. (이런 말하면 너 노빠지?라는 헛소리하는 이들이 매번 있더라... 징글징글하다. 넌 '빠'지?, 이건 '음모론'이야... 이따위 프레임)

 

요즘들어 진보라고 자칭하는 언론과 엘리트들의 쩌는 선민의식에 환멸을 느낀다.

어찌보면 저... 맨 우측 끝의 족속들과 이들은 닮아도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이건 기사만 보고 하는 말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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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의원의 글에 대한 댓글을 보면 속이 답답...해온다.

저런 식의 문대통령 지지가 도대체 어떻게 이 정부에 득이 될까?

물론 김종대 의원의 글에서 성급함이 느껴지는건 사실이지만,

김종대 의원은 대선 훨씬 전부터 공황 상태에 빠진 안보 외교에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강하게 얘기하던 분이다.

당연히 정권이 바뀌니 더더욱 마음이 급해졌겠지. 그렇다면 그 부분만 비판하면 된다.

김종대 의원의 의도를 곡해할 필요없이 그냥 그 지점만 비판하면 된다고.

이젠 문제 제기조차 눈치보여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될까봐 신경쓰인다.

예전 노무현 전대통령 시절 진보언론이라는 곳들이 싸잡아 더 독하게 참여정부를 두들겨 팰 때 '지켜주지 못했다'는 많은 이들의 자성이 단단한 응원이 아니라 '독한 아집'으로 바뀌는 기분이다.

나 역시 이 정부를 응원하고 지지하지만 -그것도 강/력/하/게- 해당 전문가의 소견 하나하나에 일일이 열받아 득달같이 비아냥거리는 댓글을 다는 이들을 보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앞으로가 걱정이다. 지켜주지 못했으니 이번만은 '무작정' 지키겠다는 이들과, 당연히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우리가 도대체 뭘 잘못했다는거냐고 생각할 진보언론과의 골이 더더욱 깊어질 것이 불보듯 뻔하니 말이다.

이런 비루한 반목. 도대체 누가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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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일없다.

이젠 지들끼리 페북차단하고, 김정숙씨, 김정숙 여사... 어쩌고우상화 어쩌고 난리네.

씨...가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김정숙 여사를 우상화하고 있다는거야?

ㅆㅂ 이건 좀 너무 나가는거 아니야?

ㅆㅂ 어떻게 내뱉는 말 하나하나가 90년대 맥빠진 총학생회 간부들 느낌이야.

적당히들 해라.

일반 대중들과의 인식 괴리가 이토록 커서야 뭘 어찌 하겠어.

논리적으로 옳은 주장이 관성화된 인습과 부딪히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지만,

그 인습을 깨는 과정 중에 '당신들처럼 무식한 빠들'이라는 언사를 쏟아내면 돌아오는게 뭐겠어.

아... 신경끄고 싶다.

이제. 서로 돌던지며 싸우다 이젠 똥집어던지며 싸우네.

오늘 올린 글 중, 지지자들은 독한 아집으로 똘똘 뭉쳐 견제의 기능을 상실할 것이고, 진보 언론도 진짜 뭐가 문젠지 모르고 '우리가 뭐 어쨌다고!'를 외칠테니 앞으로가 더 답답하다...라고 썼는데 역시나... 양비론을 동의할 수 없다고 쓴 내가 양비론을 펴고 있네.

어차피 한번은 겪을 일이고 이 시간을 견디면 잘 봉합될거라는 분들도 계시던데 솔직히 그건 판타지에 가깝다.

자고로 수꼴은 치고 박고 싸우다가도 공통의 욕망과 이익 앞에 손을 잡지만 진보는 그리 싸우면 결코 화해하지 않지.

철천지 원수가 될 뿐. 아... ㅆㅂ 관심꺼야겠다. 속이 답답해서 안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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