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002  한남동 '원더커피 (WONDER COFFEE)'  리움 '올라퍼 엘리아슨, 세상의 모든 가능성 (Olafur Eliasson - the Parliament of Possibilities)

             이태원 타코하우스 '바토스 (BATOS)'

 

 

 

 

** 전시 사진은 모두 아이폰5S 촬영, 6, 6s, 7도 아닌 극악의 5s 촬영이니 사진이 엉망이어도 이해해주시길... 진심 좋은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못한 걸 후회했음.ㅎ **


올해 가장 기대하고 있었던 전시인 올라퍼 엘리아슨 (Olafur Eliasson)의 '세상의 모든 가능성 (the Parliament of Possibilities)' 전시가 리움에서 시작되었다.
리움은 몇번 얘기했지만 애증의 관계 비슷한 감정이 드는 공간이다.
삼성을 그렇게 싫어하면서 정작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6학년 방학마다 빠지지 않고 이곳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프로그램 자체도 충실했고 무엇보다 아들이 상당히 즐거워했다.

아무튼... 이래저래 수십번을 방문한 리움.

이젠 우리가 그렇게 좋아하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전시까지 열리니 오지 않을 수가 없지.
올라퍼 엘리아슨은 지금은 없어진, 10 Corso Como 자리에 위치해있던 PKM 트리니티 갤러리에서도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091124 _ PKM 트리니티 갤러리 'Olafur Eliasson (올라퍼 엘리아슨)' 빛의 아티스트 ← 해당 글.

 

 

 

 

 

무척 일찍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내려가 원더커피에서 커피 한잔 한 뒤 다시 올라왔다.

 

 

 

 

 

 

 

 

자... 여기까지만 라이카 X typ113으로 찍고...
가방 및 카메라는 모두 보관소에 맡겨야 한다고 해서 다시 차에 갖다 두고 왔다.
리움 기획전시는 종종 이런 경우가 있던데 휴대전화 촬영은 가능하단다.-_-;;; 아예 촬영 자체가 안된다고 하든지.
휴대전화 셔터음이 얼마나 거실리는데...

 

 

 

 

 

 

 

 

강한 나선 (Power Spiral / Care Spiral), 2016
흑과 백으로 양면이 칠해진 코일 형태의 철관이 천천히 회전한다.
분명히 회전하는 것뿐인데 관람자는 나선이 위 또는 아래로 이동하는 듯한 착시 현상을 느끼게 된다.
원문 제목을 보면 하나는 Power, 하나는 Care를 의미하는 듯 한데 상반된 듯한 느낌의 두가지 성질을 병치함으로써 조화 또는 대립을 의미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물론, 흑과 백으로 칠해진 나선의 형태 자체를 Power와 Care가 공존하는 의미로 작업한 것이라면 이는 분명 조화를 의미할지도.

 

 

 

 

 

 

 

 

이끼벽 (Moss Wall), 1994
전시장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뭔가 형언하기 힘든 묘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전시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던 나는 이 이끼벽이란 작품이 이끼를 모사한 것이 아닌가싶었다.
전시장이란 공간과 이끼라는 자연 생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이건 정말 이끼였다.
아이슬란드를 포함한 북유럽 지역에서 자라나는 순록 이끼 (Cladonia Rangiferina).
미술관이란 장소에서 만나는 거대하고 낯선 자연이라니.

 

 

 

 

 

 

 

 

자아가 사라지는 벽 (Less Ego Wall), 2015
엘리아슨은 단순히 미학뿐 아니라 철학, 천문학, 수학등의 다양한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해당 분야의 석학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의 우주적 예술 세계의 스펙트럼을 공고히 하였다.
대중들에게 조형화된 물질의 작품을 선보이면서 그와 동시에 그 물질적 작품들이 점점 더 비물질을 강조하면서 관람자의 인식과 경험에 철저히 집중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다.

 

 

 

 

 

 

 

 

이 작품, <자아가 사라지는 벽>은 엘리아슨의 오랜 협력자였던 수학자 겸 건축가 아이너 톨스타인 (Einar Thorsteinn)이 개발한 형태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거울처럼 광택이 있는 스테인레스 스틸(유리가 아니다)로 만든 벽은 밑변을 맞붙인 두 개의 육각뿔 모듈을 반복적으로 쌓아 조형하였다.
그래서... 위처럼 촬영하는 내 모습이 보이기도, 보이지 않기도 하며 내 주위에 내 시선에서 벗어나 있던 주변의 모습들이 반영되기도 한다.
내가 내 감각으로 인식하던 공간과 대상에서 벗어나 타인이 바라보고 인식하는 공간과 대상까지 끌어안게 되는 묘한 경험을 하게된다는 것.

 

 

 

 

 

 

 

 

이 작품은 어디가 안, 어디가 밖인지 알 수가 없다.

 

 

 

 

 

 

 

 

밖에서 바라본 모습은 이렇다.
그러니까, 내가 바라보고 있는 곳이 '안'인지 '밖'인지조차 명확히 알 수 없다는거.

 

 

 

 

 

 

 

 

조클라 연작 (Jokla Series), 2004

 

 

 

 

 

 

 

 

조클라 연작은 색채 스펙트럼 연작 (2005)와 함께 전시되어있다.
48점으로 구성된 <조클라 연작>은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긴 조클라 강 전체를 담고 있다.
항공 사진으로 기록된 이 작품은 존재 그 자체로서 문명과 대치하게 되는 자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이 지역은 댐건설로 인해 수몰되어 이와 같은 모습은 사진으로만 볼 수 있다.

올라퍼 엘리아슨이 이토록 아이슬란드를 소재로 한 작업을 많이 내는 이유는 그가 어렸을 적 아이슬란드에서 살았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올라퍼 엘리아슨의 경우 로니 혼 (Roni Horn)같은 작가, 또는 빛을 이용한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등의 작가들이 그 나름의 강렬한 선(禪)적 희열과 명상적 유희를 아스라한 감성에 실어 관람자에게 선사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이미지, 그 설치조형물 자체로는 정형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비해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은 사진 작업은 물론이고 이후에 감상할 빛을 이용한 작업 모두, 앞서 Power, Care를 다룬 강선 작품, 빛을 이용한 작품들을 통해 비물질적이면서 비정형적인 형태를 추구하고 있으며 관람자가 작품을 체험하는 경험을 통해 인식하는 것에 대단히 큰 의미를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건...

 

 

 

 

 

 

 

 

대단히 인상적인,

 

 

 

 

 

 

 

 

사람들이 사진찍느라 정신이 없던,

 

 

 

 

 

 

 

사라지는 시간의 형상 (the Shape of Disappearing Time), 2006

 

 

 

 

 

 

 

 

1929년 수학자 폴 샤츠(Paul Schatz)가 만든 기하학적 형태로 크기가 같은 원이 서로 직각을 이루도록 원의 중심을 맞물리게 하여 만든 '올로이드 (Oloid)'형태에 기반한 작품.
뭔가 생각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D뮤지엄에서 개관기념으로 전시했던 '9개의 빛'에서 Studio Roso가 황홀한 경험을 선사해줬던 'Mirror Branch Daelim'.
그 작품이 과연 올로이드 형태를 기반으로 한 작품인지에 대해선 확신이 없으나-_-;;; 난 그렇게 기억했었다.
올라퍼 엘리아슨의 이 작품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면서도 비정형적이다.
먼저 이 작품은 위에 이미지를 열거한 것과 같이 그 어느 곳에서도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로 보여진다.
옆에서, 앞에서, 비스듬히, 아래에서, 멀리서... 보는 형태가 모두 다르다.
분명히 동일한 작품임에도, 분명히 물질적인 형상을 하고 있음에도 내가 바라보는 지점과 관점에 따라 다른 형상으로 보인다.

동시에 작품의 뼈대 안쪽에 붙어있는 많은 삼각형 황동판들은 작품 한가운데의 전구를 반사해서 관람자에게 쏘아보내기도 하고, 관람자들의 모습을 파편화된 모습으로 분열시키기도 한다.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듯 그 물질적 형태를 비물질적 형태로 인지하게 하면서 적극적으로 관람자의 '다가섬'을 유도하는 매혹적인 작품.

 

 

 

 

 

 

 

 

그리고...
저 뒤로 보이는 거대한 성운을 연상케하는 작품은,

 

 

 

 

 

 

 

 

당신의 예측 불가능한 여정 (Your Unpredictable Path), 2008.

 

 

 

 

 

 

 

 

검은 벽 위에 다양한 크기를 가진 다양한 색상의 영롱한 유리 구슬들이 가느다란 구조물에 의해 지탱되어 있다.

 

 

 

 

 

 

 

 

난 이 작품이 왜 평면 위에 조형되었는지 궁금했다.
분명히 우주의 성운을 연상케하는 느낌,
각각의 영롱한 행성들이 관람자의 모습을 반전시켜 보여주는 이 작품을 왜 평면 위에 작업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의문에 대한 답은... 온갖 생각만 들 뿐 정리하긴 민망하므로 패스.

 

 

 

 

 

 

 

 

다시, '사라지는 기억의 형상'.

 

 

 

 

 

 

 

 

뒤에서 보면 또 이런 형태.

뒤? 정말 앞과 뒤가 있긴 한걸까?

 

 

 

 

 

 

 

 

뒤집힌 폭포 (Reversed Waterfall), 1998.
올라퍼 엘리아슨은 물, 바람, 빛, 돌 등을 이질적인 공간인 미술관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자주 선보인다.
그의 이름을 강렬하게 대중에게 각인시킨, 2003년 런던 테이트 미술관의 '기후 프로젝트'를 기억해보시라.
거대한 인공태양을 걸어놔 인공태양을 위에 두고 일광욕을 즐기던 압도적인 장면을.
또한 최근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 앞에 설치했던 거대한 폭포를 보더라도 그가 자연의 성질과 이질적인 미술관등의 낯선 공간에 인위적으로 자연 현상을 구현한 작품을 볼 수 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뒤집힌 폭포 이 작품을 보면 그는 제임스 터렐같은 작가들이 작품의 결과물을 위해 사용된 기계적 장치들을 드러내지 않고 숨겨놓는 것과 정 반대로 기계 장치를 모두 드러내어 관람자로 하여금 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러한 관람자의 미묘한 이질감은 곧 작품의 매커니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하며 이내 구현된 현상에 집중하게 한다.
이 거꾸로 올라가는 폭포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듯 올라퍼 엘리아슨은 매우 적극적으로 관람자의 경험에 의한 인식을 중시하는 듯 하다.

 

 

 

 

 

 

 

아... 아무리 아이폰5s로 찍은 사진이라지만 이 사진은 정말 너무 못찍었다.

 

 

 

 

 

 

 

 

당신의 미술관 경험을 위한 준비 (Your Museum Primer), 2014

 

 

 

 

 

 

 

 

그렇지...
역시 올라퍼 엘리아슨은 빛의 작가야.
이런 생각이 단번에 떠오르는.
우리가 7년 전 PKM 트리니티 갤러리에서 만났던 그때의 작품들을 연상케하는.


 

 

 

 


 

혹시라도 그냥 휙 둘러보고 나오지 마시길.
이 작품은 부디 orbit과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빛의 흐름을 끝까지 따라가보시길.


 

 

 

 

 

 

 

공간에 매달린 프리즘 고리와 그 고리 한가운데 끼운 필터 유리가 빛을 받으며 천천히 회전한다.
필터 처리한 판유리를 통해 투과된 빛은 고리의 움직임에 따라 원과 호(弧)의 모양으로 반사되어 벽에 비춰진다.
그리고 이 원과 호의 모양은 회전하는 프리즘에 따라 중첩되고 분산되고 확대되고 사라지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공간에 설치되는지에 따라 분명 다양한 모습을 보일 작품인데,
이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다.

 

 

 

 

 

 

 

어느 초등학교 딸과 들어온 젊은 아주머니께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느라 정신없는 딸을 보곤 '여기 전시보러 온거야 아님 사진찍으러 온거야? 전시를 봐야지. 사진은 왜 찍어'라고 나무라시던데 그야 본인의 생각이니 내 뭐라 할 맘 없지만...
그런 말하기 전에 전시를 조금 더 차분히 감상하시는게 어떨까... 싶었다.
이 시간의 흐름, 프리즘의 회전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을 전해주는 이 작품을 그냥 휭~ 둘러보고 나가시던데...-_-;;;


 

 

 

 

 

 

도마달루의 일광 연작 (the Domadalur Daylight), 2006


 

 

 

 

 

 

 

 

 

 

 

 

자... 이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다시 올라간다.
그럼 뭔가 축축한 습기를 느끼게 되는데...

 

정말 놀랍디 놀라운 공간을 만나게 된다.

 

 

 

 

 

 

 

 

무지개 집합 (Rainbow Assembly), 2016.

 

 

 

 

 

 

 

아... 정말 카메라 촬영이 가능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공간이었다.
아이폰5s의 저열한 화질로는 이 느낌을 제대로 담을 수가 없다.-_-;;; 아이폰6s라도 있었으면...
아무튼 이건 이따위 사진으로는 절대 그 느낌을 유추할 수 없다.

 

 

 

 

 

 

 

 

바닥에 원형의 공간을 두고 아스라히 뿜어져 내리는 물방울들.
그리고...

 

 

 

 

 

 

 

 

안으로 들어오면 스포트 라이트들로부터 나오는 빛으로 이루어지는 아스라한 무지개들을 만나게 된다.
놀라운 경험이다.

 

 

 

 

 

 

 

 

올라퍼 엘리아슨은 이미 말했듯 자연의 현상을 기계적으로 구현해내면서 이를 구성하는 기계장치를 전혀 숨기지 않는다.
천정에 달린 물분사 기구와 여러개의 스포트 라이트는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이 무지개들은 관람자에게 놀라운 감동을 선사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공간이 놀랍도록 아름다운 사색과 성찰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는 점.
그리고 동시에 감성적 치유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와이프가 정말... 좋아했다.

 

 

 

 

 

 

 

 

들어오세요.^^

 

 

 

 

 

 

 

 

올라퍼 엘리아슨은 이 전시의 제목을 '세상의 모든 가능성'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그의 가능성엔 반드시 이 전시에 참여하는 관람자를 언급한다.
막연하지만 그가 이야기한 '세상의 모든 가능성'이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다.
그렇게 이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올라퍼 엘리아슨이 보여준 미술관 내의 이 작품들이 결코 모사하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질적인 공간에서 낯선 대상으로서 존재하는 실재의 자연, 구현된 자연 현상을 마주하면서 우린 알게 모르게 존재론적인 철학 속에서 감정적인 치유의 기회를 얻는다.
기술 문명이 반드시 자연과 대치할 수 밖에 없다는 전제를 올라퍼 엘리아슨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돌파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정말...
정말 인상적인 전시였다.

 

 

 

 

 

 

 

 

분명히 말하지만,
리움에서 판매하는 올라퍼 엘리아슨 이번 전시 도록은 반드시 구입하시길 바란다.
25,000원으로 여느 갤러리 도록과 비슷한 가격인데 결과물은 차원이 다를 정도로 훌륭하다.

 

 

 

 

 

 

 

 

 

작품을 찍은 사진, 디자인, 편집, 인쇄까지 도저히 25,000원짜리 도록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며,
특히 올라퍼 엘리아슨이 리움 전시에 앞서 오렐리앙과 주고받은 편지 내용은 이 전시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보는 것이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
와이프 왈,
이 전시를 보고 절대로 티켓을 버리지 말라고 한다.
이 전시 티켓은 재방문이 가능하단다.
전시를 보고 그날 다시 들어가서 보는건 불가능하지만 다른 날 다시 와서 관람하는건 가능하다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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