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연휴의 마지막 날.
어제부턴 와이프도 건강이 안좋다.-_-;;;
와이프, 나 모두 약으로 버티면서도 집을 나섰다.
이건 거의 강박같은데... 사실 이렇게 연휴를 집에서 약먹고 누워있고 싶진 않았다.
게다가 이제 지나서 하는 소리인데 어제가 내 생일이기도 했고.
아무튼...
며칠전 친구로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시 표를 얻었다.
안그래도 와이프가 가고 싶어하던 전시라 9월 중으로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졸지에 표가 생겨서... (고마우이)

 

 

 

 

주차.
이곳 1급지라 5분에 600원이라는 무지막지한 주차비용이...
주말엔 무료이긴하나 워낙 주차대수 여유가 없어 사실상 주차한다는건 꿈같은 소리.
연휴가 막 끝난 일요일이라 그런지 딱 한대 여유가 있어 주차했다.
셰실극장 앞.
셰실극장이라...
고등학생때 이곳 연극보러 부천에서 여기까지 토,일요일에 종종 오곤 했었다.
그땐 마당 셰실...이라고 했었지.

 

 

 

 

 

 

 

덕수궁.

 

 

 

 

 

 

 

 

지난 5월에 왔을 때는 정말 예뻤다.
지금도 좋지만.

 

 

 

 

 

 

 

 

 

 

 

 

 

 

 

연못을 끼고 돌아서 걸었다.

 

 

 

 

 

 

 

 

지난번처럼 정관헌을 지난다.
보기엔 참 예쁘다. 이 건물.
고종의 호의호식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

 

 

 

 

 

 

 

 

하지만 언제나 하는 말처럼...
정관헌 건물 자체는 무척 아름답다.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어색해. (이게 무슨 말이야...)
정관헌을 설계한 사람은 러시아 사람이었다.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사바틴이었나? 아무튼.

그래서일까? 어색한 건축 양식들이 마구 혼재되어있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묘하게 어울린다.

 

 

 

 

 

 

 

 

우리 둘 다 건강 상태가 메롱인 관계로...
이번엔 그냥 다 패스하고 바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으로.

 

 

 

 

 

 

 

석조전을 지나서.

 

 

 

 

 

 

 

입장.

 

 

 

 

 

 

 

날씨는 눈이 부실 정도로 해가 쨍...했다.
아래 지방엔 비피해가 우려될 정도로 비가 내렸다는데...

 

 

 

 

 

 

 

 

10시.

 

 

 

 

 

 

 

 

들어가요.

 

 

 

 

 

 

 

 

이중섭, 백년의 신화 展은 사진 촬영 금지다.


 

 

 

 

 

 

그래서 요로코롬 전시실 밖에서 찍은 사진 뿐이다.
그런데,

 

 

 

 

 

 

 

 

전시장 촬영을 금지하니 전시 관람이 훨씬 수월해진다.
전시 관람을 방해하는 포즈잡고 사진찍는 이들을 안봐도 되었고,
여기저기서 요란하게 울려대는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됐다.
나 역시 사진을 찍기보단 그림 한점한점에 더 시선을 머물게 할 여유를 갖게 되어 좋더라.

물론...
이렇게 눈과 가슴에 담는 것만으로는 아쉬운 작품들이 무척 많았지만,
그래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

 

 

 

 

 

 

 

그래도 제발 부탁인데...
어린 아이를 데려오신 분들은 제발 어렸을 때부터 미술관 관람 에티켓을 좀 가르쳐주길 바란다.
여기가 무슨 아파트 놀이터도 아니잖아.
뛰고 소리지르고.
이건 정말 속이 터져서.
왜 미술관 스탭들이 아이들을 통제해야하냐고.
엄연히 부모가 있는데 그 부모들은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녀도 아무런 제재도 없고.
아... 정말...

 

 

 

 

 

 


 

 

 

 

 

 

 

 

이중섭 작가의 작품이야 우리가 어렸을 적 미술 교과서에서부터 봐온 터라 익숙한 작품들이 당연히 많다.
하지만 이중섭 작가의 작품 중 왜 '흰 소'가 등장하고,
유난히 아이들과 사랑하는 부부의 모습들이 등장하는지,
그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미술사적 의의도 중요하지만 그 작품의 절절함은 도대체 어찌 이해해야하는지를 제대로 접한 적이 없다면 이 전시는 반드시 관람하길 권한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
작품의 면면이야 이미 알고 있다고 해도 이중섭 작가가 사실상 생이별을 한 상태였던 일본의 부인과 아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읽으며 따라가다보면 내가 여지껏 알고 있던, 익히 보아왔던 그림들이 죄다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그저 붉게 뉘엿뉘엿 그려진 듯한 작품들이 실은 그의 절절한 마음을 억제하는 기분이라는 것,
그려진 동자들의 익살이 실은 그의 몇겁의 눈물 위로 그려진 것이라는 걸 알게 되면 마음이 무척 힘들어진다.

 

 

 

 

 

 

 

그냥 바보같은 생각도 들었다.
차라리...
일본에서 작품 활동을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배를 곯고 가족들을 그리워하진 않았을텐데...하는.
물론 조센진이라는 차별을 심하게 받았겠지만 내가 알기론 일본 유학 당시 이미 미술계에서 상당히 주목을 받았다고 들었다.
흰소...를 그린 것을 보면 일본에서 작품 활동을 할 마음같은건 없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말년의 편지에서 그는 '내가 일본으로 가든지'라는 언급을 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전시를 보고 나오니...
수문장 교대의식이 시작되나보더라.


 

 

 

 

 

 

 

 

 

 

 

 

 

 

 

 

 

 

 

 

외국인들은 사진, 동영상 찍느라 정신이 없더라.


 

 

 

 

 

생각보다 상당히 교대의식이 길던데 우린... 이미 몸상태가 메롱인지라 자리를 떴다.

점심이나 빨리 먹고 집에 갈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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