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 상하이 전투」 

· 지은이 : 뤼보
· 출판사 : 이담북스

 

 


중국 록음악계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뤼보가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만화계로 돌아와 스웨덴에서 작업한 <1937 상하이 전투>.
여기저기서 얘기만 듣다가 얼마전에서야 접하게 됐다.

어렸을 적 교과서에서 배웠던 '난징대학살'은 일본군이 난징 양민을 무수히 학살했다는 정도만 기술되었지 이 학살의 원인이나 역사적 배경등은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잘못된 역사 교육이란게 이런거다. 역사의 이슈들을 간략하게 언급만 하면서 무작정 외우게 만드는 암기식 교육.
역사의 맥락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런 암기식 역사 교육은 역사의 깊이있는 성찰과 탐구를 저해하여 사실상 기득권에게 불리한 역사 근간을 왜곡하고 철저히 사유화한다는 음모에서 비롯되었다고 나는 믿는다.
난징대학살을 비롯한, 세상에 다시 있어서는 안될 비극의 역사들은 반드시 그 배경으로 어떤 역사적 상황이 있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다시는 이런 비극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150페이지 가량의 분량으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몰입도가 상당한 편이어서 한번 잡으면 순식간에 끝까지 읽게 되는 책인데 확실히 이런 참혹한 역사를 다룬 책은 고증이 잘된 만화이 형식을 빌은 경우 더욱 강렬하게 머리에 각인되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접하게 되는 뤼보의 그림은 매우 사실적이어서 전쟁의 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몸서리칠 정도로 끔찍하게 전달하는데 대단히 적절하다.

고작 3개월이면 중국 대륙 전체를 집어삼킬 수 있다고 믿었던 일본군이 상하이에서 독일식으로 훈련된 장제스의 정예 부대와 맞닥뜨리면서 예상 외의, 아니 완벽할 정도로 예상하지못한 강력한 저항을 받으며 고전을 면치 못했고 특히.. 오송해안상륙전에서 일본의 정예 사단인 3사단이 상륙 후 한시간만에... 병력 2만 중 절반을 해안가에서 그대로 잃어버리는 비극을 맞이할 정도로 일본제국주의라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오송해안상륙전에 대해서는 이 만화 <1937 상하이 전투>에서 자세히 소개되지 않아 간략하게 그 참상의 내용을 적어본다.
당시 중국은 독일의 그 유명한 군사전문가 폰젝트가 설계한 세로종심진지 방식의 복합 방어라인을 구축했었고 독일산 토치카를 방어라인을 따라 잔뜩 배치시켰었다.
하지만 일본군의 상륙전은 매우 우둔하기 짝이 없었는데, 병사 1인당 고작 200발의 총탄과 유폭 가능성이 매우 높아 실제로 거의 사용도 하지 않았다는 고물 수류탄(러일 전쟁때 사용했던!) 6개만 지급이 되었고 2차 상륙전이 이뤄질 때까지도 총탄 추가보급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니... 군상부에선 상륙하는 병사들에게 '총알 사용불가, 총검 사용'을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명령을 하달했고 독일식 진지로 제대로 대비한 중국군의 토치카 앞에서 상륙하자마자 수많은 전사자를 내는 참사가 벌어진거다.
2차 대전의 그 유명한 오마하 상륙작전에서 연합군의 사망자가 3,000명이었다는데 단 한시간에 1만명 사망이라니...
그 참상을 짐작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이와 같은 예상치못했던 고전으로 인해 일본군의 대중국 적개심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증폭되었다고 한다. (물론... 결코 정당화될 수도 이해하려고 해서도 안된다)
사실 상하이 교전 초기엔 거점을 사수하며 장렬히 전사한 중국군의 기개를 높이 사 일본군이 무덤을 만들어주고 예를 보이기도 했으나 이런 강고한 저항에 계속 맞닥뜨리게 되자 사무라이 정신이나 상대에 대한 예...같은 거 챙길 여유같은건 싹 사라지고 증오와 적개심만 증폭된거지.
초반의 맹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결국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전선이 무너지자 중국군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예의 그 '弱兵' 중국군으로 되돌아갔다. 게다가 장제스의 판단 착오로 후퇴하던 군대가 한 길로 모두 몰려 아수라장이 된 상황에서 일본 폭격기, 전투기의 공격을 받고 궤멸적인 타격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일본군은 상하이를 점령하고 예정도 없던 난징(당시 중국의 수도)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딱 이 지점에서 이 책은 끝이 난다.
앞으로 다가올,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단기간에 일방적인 학살을 벌어진 난징대학살을 앞에 두고.
이후에 벌어질 끔찍한 살육을 알고 있기에 이 책의 마지막은 섬뜩하다.
독기가 오를대로 오른 일본군이 난징에 들어가서 6주간 벌인 살육으로 사망한 중국인은 자료마다 사망자 수가 다르지만 약 15만에서 25만명으로 추산된단다.
여성들은 대부분 강간/윤간 뒤 팔다리를 잘리는 방식으로 살해되었고 일본도로 100명 베기 경쟁이 불어 수많은 중국양민들이 일본도에 난자되어 죽어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중국인들을 보호하려고 했던 이는 독일 나찌당원이면서 지멘스의 직원으로 난징에 파견나와있던 욘 라베였다. 그는 서방열강들에게 강력한 협조를 구해 난징안전지대를 구축 최소 25만명 가량의 중국인을 보호했다.
(물론 욘 라베는 나찌당원이었으나 친나찌 행위에 대해선 무혐의 판결을 받았고, 이후 중국정부로부터 포상받았다)


상하이 전투가 벌어진지 이제 80년이 되었다.
일본군 4만2천명 사망, 중국군 8만명(중국측 발표로는 25만) 사망...
팽창주의적 군사적 야욕이 없었다면 사라지지 않아도 되었을 인명이 무려 30여만명이었다는거다.
8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재무장에 열을 올리며, 중국은 미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청일, 중일전쟁 당시와는 비교도 안될 군사력을 확보하고 있다.
세상이 과거의 역사 속에서 욕심의 찌꺼기만 주워 담아온 결과지.
전쟁에는 민중의 무고한 희생만 있을 뿐 그 어디에도 승리라는게 없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