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


Directed by 조성희

2016 / 125min / korea 

이제훈, 박근형, 노정의, 김하나, 김성균, 고아라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을 봤다.
이 영화의 감독이 조성희 감독이라는 걸 몰랐던 탓에 관심도 없었고 볼 마음도 없었는데 강풀 작가의 조조영화 웹툰에서 이 영화를 다룬 것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뒤늦게 영화관을 찾아봤으나... 내 너무 늦게 상영관을 찾아본 탓에 집 근처의 영화관에선 이미 교차상영 중이었고 주말엔 극히 제한된 시간에만 상영을 하더라.

분명히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씬시티>의 기운이 잔뜩 흐른다. 카메라 워킹은 물론이고 김성균씨가 맡은 역할은 누가봐도 일라이자 우드가 맡았던 역할과 거의 완벽하게 오버랩된다. 주인공이 찾는 대상이 납치된 곳을 찾아가는 과정의 분위기도 비스무리하고.
그렇다고 이 영화를 <씬시티>의 표절이라고 말할 순 없지. 그렇게 욕하는 건 분명 겁나 게으른 평가라고 생각한다.
프랭크 밀러 원작의 <씬시티>가 그만의 세계관을 공고히 한 것처럼 조성희 감독의 <사라진 마을> 역시 나름의 세계관이 확고하다.
그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조직의 표식인 문신과 미국의 그래픽 노블들, 의 기똥찬 스모그 속 액션이 감칠맛나게 버무려진 것 뿐이다. (물론... 의 스모그 액션을 떠올린건 내 생각일 뿐이다)

다른건 차치하고...
난 이 영화가 어설픈 엔딩을 보여주지 않았다는게 마음에 든다.
아니, 속이 다 시원했다.
같잖은 호기로 상대의 말을 다 들어주거나, 어설픈 양심으로 악인을 용서하는 짓 따위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활빈당은 가차없이 인신매매, 강간, 살인, 학살을 태연하게 저지르는 상대를 처단해버린다.

위험하게 들릴 수 있으려나?
난 종종 지금 이 어처구니없으리만치 망가진 한국 사회를 얘기하면서 짐짓 이성적인 태도를 취한다며 폭력시위를 경계하고-이것이 저들이 원하는 바이다라는 논리로- 쌍욕을 퍼붓고 상대를 공격하는 것을 몰이성적인 것이라 비판하는 이들을 많이 본다.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이런 태도를 취하는 분들은 수도 없이 많다. 내가 만나본 사람만 몇이야...

그런데 또 많은 이들은 종종 유럽의 민주주의 풍토에 대해 얘기하며 부러워한다. 하지만 알고있다시피 그들의 민주주의가 그냥 거저 얻어진 것인가? 그냥 기득권들이 알아서 자신의 권력 일부를 시민과 노동자에게 넘겼던가? 그리고 지금도 그들은 이성적 사고를 통해 대화만으로 노동자, 시민의 권리를 지키고 있을까?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의 민주주의도 그냥 얻어진게 아니지 않나?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지금 세상이 어느 때인데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라고 힐난한다.(실제로 그랬다)
난 그럼 되묻는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요? 그 악랄한 시절보다 더 교활하게 국민의 경제권을 압박하면서 곳간을 털어가고 이때문에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판국인데 그럼 그때랑 뭐가 다르죠?'라고.

얌전한 시민이 바꿀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 얘기하려다 잡소리만 가득했네...

*
아... 이 영화의 아역들. 연기가 기가막히다.
처음엔 이 두명의 꼬마들이 주인공에게 어깃장을 놓는 설정이 약간 짜증났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상당히 영화의 강점으로 보이게 되더라.

**
캐스팅이 아주... 좋다.
생뚱맞은 소리지만 활빈당 황회장(고아라) 수행요원으로 나오는 이들이 완전 지적인 범생 스타일인 것도 인상적이었다.
우락부락한 마초도 아니고 근육덩어리들도 아니라 그냥 아주 평범한 듯한 뿔테 안경을 쓴 슬렌더들이라니.ㅎㅎㅎ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