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작년 한해동안 자세 교정하느라 정말 애많이 썼다.
잘못된 자세로 인한 어깨 피로, inner 10에 조준점이 들어가있는 시간이 남들보다 2~3배에 이르는데도 -10점을 쏠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 격발 타이밍을 못잡는 문제...
사격에 있어서 가장 기술적으로 중요한 이 부분을 바로 잡느라 정말 힘들었을거다.
대회마다 자신이 원하는 점수와는 거리가 먼 성적을 받고 어깨가 처진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무척 짠...했다.
그러다 1학년 마지막 대회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벽을 갑자기 넘어서더니 겨울방학 기간동안 꾸준히 피치를 올리며 자신감을 회복,
오늘(5.15) 열린 세번째 전국대회까지는 어느정도 자신감을 가질 정도의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는 대회와 대회 사이의 기간이 매우 짧은데 올해 올림픽이 열린다는 것이 그 원인이다)
이번 대회에선 처음으로 본선기록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라 4위의 성적을 받았다.(중등부는 본선기록으로 순위를 결정하지만 고등부는 본선을 치뤄 상위 8인이 다시 결선경기를 치룬다)
메달을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워보이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라 관객을 등뒤에 두고-본선경기장과 결선경기장은 완전히 다르다- 미묘한 흥분을 느끼며 경합을 벌이는 것이 상당히 즐거웠던 것 같다. 늘 뒤에서 결선경기를 보다가 자신이 그 결선경기를 뛰게되니 그 기분이 무척 흥분됐었나보더라.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단순히 성적이 잘 나오는 것만이 아니라 경기 도중 저점(8점 이하)이 나와도 흔들리지 않고 점수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조건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마인드 컨트롤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신의 실력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자신감이 붙었다는 의미인데 이 부분이 정말 큰 성과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아들이 즐거워하니 우린 그게 좋다.
우린 늘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길게 보고 즐겁게 하라고 말했지만 경쟁을 통해 성적으로 평가받는 기록 경기에서 자신이 원하는 기록이 계속 나오지 않으면 그걸 즐겁게 즐기는 것이 사실 무척 힘들어진다.
작년 아들이 자세교정하면서 내색은 그리 안했어도 분명 힘들어하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우린 그점을 정말 걱정했었다.
그런데 훈련 한번 허투루 안하고 충실히, 정말 성실히 임해온 노력에 대한 보상을 조금은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진심 기분이 좋다.

그리고 올 시즌 세번의 전국대회를 통해 새삼 느끼는 것은,
우리 아들이 작은 성과에도 매우 만족하고 즐거워하는 타입이라는거다.
자신이 분명 성과를 올렸음에도 그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큰 아쉬움을 느끼고 스스로를 학대하며 그 기쁨을 즐기지 못하는 경우를 우린 많이 본다. 그리고 작은 성과에 만족하면 발전이 없다는 식의 논리를 설파하며 끝없이 자신을 몰아치도록 만드는 풍토가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울 아들은 일단 자신이 작은 결실만 맺어도 그것으로 무척 즐거워하고 재미를 느끼는 타입이다.
아쉬움도 물론 느끼지만 자신이 이룬 성과를 충분히 즐긴다.
이점은 정말 장점이 아닐까 싶네.
즐길 땐 충분히 즐겨야지.

아들의 환한 웃음 덕분에 기분 좋은 하루였다.

다만...
인천에서 한 대회였고, 결선도 올랐는데... 그 결선경기장에 가서 한번 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_-;;;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서 그냥 속으로 응원만 했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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