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토리아 챠오 -> 리치몬드 제과 홍대점...
그리고 주차해놓은 곳으로 걸어가다가 와이프가 읽고 싶은 책이 있다고 해서 인근의 '땡스북 (Thanks Books)'로.

 

 

 

 

 

 

 

 

 

 

 

 

 

 

 

 

 

 

 

땡스북스는 오래 전부터 바이헤이데이와 협력 관계.
개인적으로... 바이헤이데이...를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_-;;;

 

 

 

 

 

 

 

와이프가 읽고 싶다는 책은 도쿄공업대 쓰카모토 요시하루 연구실에서 기획한 <창을 순례하다>.
쓰카모토요시하루, 곤노치에, 노사쿠후미노리 지음.


 

 

 

 

 

 

 

 

 

 

 

 

 

건축을 넘어 문화와 도시를 잇는 창문 이야기...라니,
매력적인 소재다.

와이프가 읽고 싶다고 구입한 책인데,
나도 흥미를 갖고 읽을 것 같다.
다 읽고 소감도 올려야지.

 

 

 

 

 

 

 

 

Milan, Italy


해외를 많이 다녀보지 못했지만 해외 건축물들이 간직하고 있는 역사성에 대해서는 잠시나마 생각한 적 있다.
우리의 시골을 생각할 때마다 난 얼치기 성장주의가 흔적도 없이 개걸스럽게 먹어 치워버린 정체성 불명의 가옥들을 떠 올린다.
공간이란 절대적인 물리적 개념일 수 있지만(적어도 뉴튼 물리학에선) 시간의 흐름이 쌓이고 쌓인 역사성을 반드시 내포하기 마련이다.
칸디다 회퍼가 카메라에 담은 사진 속 공간들은 바로 그 공간 위에 축적된 시간의 흐름을 정지된 공간 위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성장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공간의 역사성을 송두리째 부정한 결과,
우리의 공간은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비연속적으로 분리된 절단된 정체성 불명의 공간으로 가득 채워져 버렸다.

철학없는 성장 우선 주의를 통해 송두리째 날아가버린 우리 공간의 역사성은 이후 토건주의자들과 정치가들의 이해 관계가 결탁되면서 계급 욕망까지 투영된, 왜곡될대로 왜곡된 대상이 되어버린다.
지금 우리에겐 삶의 공간으로서의 기능보다 재산의 증식과 투자 대상으로서의 본질이 훨씬 더 크게 부각되어 결국 이 나라 욕망의 메타포가 되어버렸다.
편안하고 안락한 집에 살고 있다는 보금자리로서의 기능보다는 이 집에 살고 있는 것이 나의 계급성을 대변하고 있다는 의미가 더욱 중요해진 나라.
우린 딱... 그런 나라에 살고 있다.

와이프가 읽고 싶다고하여 구입한 이 책 <창을 순례하다>는 국적불명의 조형물이 범람하는 우리 환경에선 더더욱 곱씹을 가치가 큰 책같다.
그동안 그 중요성을 제대로 가늠해보지 못했던 동서고금의 '창(窓)'을 통해 시대의 문화, 그리고 도시와 개인의 기능적/정서적 접점을 잇고 조망해보는 이 책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서도 신선하고 매력적인 시도라고 생각된다.

창문의 기능적 의미, 그리고 그 형태, 사용자와의 관계를 통해 내겐 실내와 실외를 연계해주는 정도로만 생각하던 창문을 빛이 모이는 창, 흩어지는 창, 조각하는 창, 빛이 가득한 방, 그늘 속의 창, 바람 속의 창등으로 분류하여 열거해준다.
단순히 조형적 의미만 다를 뿐 모두 같은 창문이라고 생각해왔던 나의 얕은 인식이 이 책을 통해 상당히 환기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유리 제조 기술, 건축 자재의 발전에 따라 건축가의 의도를 점점 구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된 창문의 모습들을 계속 보게 되다보면 거의 모든 건축물에서 만날 수 있었던 창문이 어떻게 동시대의 정신을 담아내는지도 아주 조금은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나처럼 건축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지만 우리 현대 건축문화의 몰역사성에 대해 답답한 분들은 읽어봄직한 책이라는 생각을 한다.

*
사족...

요즘 우리 청년들은 주거비용을 아끼려고 창문이 없는 월세방을 찾기도 한단다.
창문이 없으면 월세가 조금 더 저렴하단다.
주거 정책 자체가 철저하게 시장 논리로 결정되는 나라이니 주거의 질,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 따위가 온전히 개인의 능력에 따라 좌우된다.-그나마 그 개인의 능력이란 기준도 결코 공정하지 않다-
내가 이 나라에 일말의 희망을 걸 수 없는 것은 날이 갈수록 피폐해지는 불공정한 경쟁의 심화와 이를 체념하고 수용하는 사회적 분위기다.
창문이 없는 방이라니.
그곳에서 무슨 위안을 얻고, 무슨 꿈을 꾸며 어떤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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