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권석천 논설위원이 지금 한국의 언론과 검찰은 먹고사니즘에 볼모로 잡혀 바른 소리, 바른 수사를 하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리며(하지만 살살...비판) 영화 <the Big Short/빅쇼트>의 대사 일부를 인용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풍비박산났던 미국 금융위기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모기지론이 금융권의 암묵적인 용인 하에 벌어진 거대한 사기(fraud)로 인한 참사였다는 사실을 이 사태가 벌어지기 몇년 전 이미 예견했던 주인공들의 시선을 통해 보여준다.
영화 중간중간, 주요 등장인물이 관객을 향해 '실제로 이랬습니다. 이건 사실입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몇번 등장하는데, 이 장면들은 상식적인 사고를 한다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영화랍시고 과장하거나 극화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는거지.

많은 이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놀라면서 분개했다. 이는 우리 뿐 아니라 저 미국의 수많은 언론들도 그렇게 떠들었다. 당혹스러운 것은 일부 미국 언론에서 '이럴 줄 알았다. 터질 것이 터졌다'라는 식의 논설을 내기도 했다는 거다.
한정된 채권을 수없이 쪼개어 파생상품을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부실채권을 다시 모은 뒤 AAA등급을 받은 뒤 다시 쪼개어 파생상품을 만들어낸 이 과정의 심각성을 정말 미국 금융업체들은 몰랐을까?
난 늘... 그게 궁금했다. 이 돈잔치가 언젠가 비극적인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면서도 자신이 책임질 일따위는 없으니 그저 방관하고 즐긴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던거지.
실제로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이 경악할만한 금융위기로 감옥에 간 사람은 딱 두 명뿐이다. 

많은 은행들이 세금등으로 조성된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아 회생했고, 일말의 반성도 없이 고위간부들에게 엄청난 성과급까지 지급했다. 하지만 고위간부가 아닌 중간관리자부터 말단 직원까지는 순식간에 자동해고되고 집을 잃으며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무려 6백만명이 집을 잃었다)

우리도 97년 난데없이(적어도 나같은 서민들에겐) 불어닥친 금융위기로 인해 IMF 굴욕을 겪었다.
중소업체는 하루아침에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여 부도로 내몰렸고, 기업들은 이틈을 타 미친듯 구조조정을 빌미로 직원들을 내몰았다. 정작 97년 IMF가 국가채무로 인한 것이 아니라 기업채무로 말미암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 희생은 우리 서민들이 짊어졌다. 약속했던 결혼을 포기하고, 자살하는 가장이 급증했으며 IMF가 강압적으로 압박한 노동유연성과 구조조정을 받아들였다. 싯가 1조에 이르던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은 단돈 4천억에 외국계 자본에 넘어갔고, 정작 이 나라의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대기업들은 환율버프를 받으며 구조조정에 수출까지 해대어 부를 축적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나 우리의 금융위기나 결국 죽어나간건 서민과 중산층 밖에 없다는거지.

굳이 이런 이야기를 되씹을 필요도 없이 이젠 많은 이들이 이러한 사태의 원인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린 아직까지도 상식 이하의 사고능력을 가진 이들을 최소한 35% 정도 주변에 두고 있다.
그들은 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을 들으며 나라 걱정을 한다.
타인의 절박함에 대해서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왜 지금 야당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이어나가는지 역시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든 것을 보여지는 텍스트만으로 판단한다. '테러방지법'은 온전히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필요한 법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이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으니 새누리는 여전히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선전선동을 일삼는다.
필리버스터가 총선을 앞두고 자신들의 인지도를 올리려는 정치쇼라고 떠들고, 이라는 명칭만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법...인데 도대체 야당의원들은 왜 필리버스터같은 것을 하면서 용을 쓰느냐, 다 총선에 얼굴알리려고 그러는게 아니냐면서 말이다. 심지어 필리버스터 반대 1인 시위를 한답시고 내건 피켓에는 '우리 정부는 못빋고 북한은 철썩같이 믿는'이라는 문구까지 있다. (그나마 맞춤법도 틀렸다. 철썩 x -> 철석 O)
정상적인 사고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짓을 이들은 전혀 부끄러움없이 해댄다.

 

 

 


<사진출처, 뉴시스>



현재 내수소비시장은 최악이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사람들은 더이상 쉽게 주머니를 열지 않는다.
2월이면 이미 매출이 한껏 올라야할 가구시장도 일부 대형 브랜드를 제외하곤 기가막힐 정도로 암울한 상황에서 헤어나오질 못한다. 자영업자들은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청년실업문제는 심각함을 넘어 손댈 수 없는 지경까지 치달아버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언론의 기사들은 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암울한 경제 현실이 다... 외부요인으로 비롯된 것이며, 이 암담한 경제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닭대가리의 노동개혁법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으름장이다.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1293596  <필리버스터에 멈춘 국회, 서비스법 노동4법 앞날 캄캄>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60222000158 <노동4법 불발시 대기업 16만개등 고용확대 차질>

 


지금처럼 정부가 국가의 미래를 위해 근본적인 대처를 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경제는 겉잡을 수 없이 추락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진지하게 경고하고 있다.
우린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경부고속도로, 김포국제공항을 건설하는데 도움을 준 나라가 필리핀이라는 사실을.
지금 우리가 그 못사는 나라, 교민들이 걸핏하면 실종되고 살해되는 나라라고 폄훼하는 '필리핀'이 오래전엔 우리보다 훨씬 부강한 국가였으나 마르코스라는 독재자로 인하여 얼마나 엉망이 되었으며 현재 그 결과가 어떠한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 탐욕의 폭주 끝에 도달하는 곳은 누가 봐도 뻔할 뿐이다.
서민들의 좌절과 중산층의 몰락, 거대자본가를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의 독과점뿐이지.
정말 궁금한 것은 그때가 되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극우 여당을 찍을까?
자신의 하루하루의 삶조차 보장할 수 없는 그 시점에도 여전히 극우 여당을 찍을까?
아마도 그럴거다.
아마도 그럴 것이라 예상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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