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Holmes / 미스터 홈즈>

Directed by Bill Condon (빌 콘돈)

2015 / 104min / uk
Ian McKellen (이언 맥켈런), Milo Parker (마일로 파커), Laura Linney (로라 리니), 真田広之 (사나다 히로유키)

홈즈의 전성시대다.
드라마는 물론 전혀 다른 느낌의 영화까지 홈즈는 등장한지 100년도 지난 지금까지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한때 항상 같이 회자되던 아르센 루팡이 역사 속으로 사실상 사라지다시피 한 것과는 참 대조적이지.

셜록 홈즈가 코난 도일의 소설 속에서 시니컬한 매력을 풀풀 풍기며 등장한 이후로 100년이 훨씬 지났지만

이제 그는 마치 실존했던 인물인양 세대를 거치며 다양한 모습으로 활발하게 다뤄진다.

무술의 달인이자 까칠하기 짝이 없는 성격으로 요즘 대중들이 환호할 만한 시크함을 지닌 홈즈의 말년의 모습을 다룬 빌 콘돈 감독의 <Mr. Holmes>는

우리가 봐왔던 붕붕 날아다니던 홈즈의 젊은 시절이 아니라 거동조차 힘들고 알츠하이머가 진행되어 기억도 희미해지는 말년의 홈즈를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그가 은퇴한 후 서섹스 해변의 오랜 집으로 되돌아가 양봉에 몰두하는 바로 그 시기를 다룬 것.

희미해지는 집중력과 기억 탓에 마무리짓지 못한 아픈 사건을 다시 반추하며 진행되는 이 영화는 번뜩이는 추리물과는 거리가 멀다.

영국드라마 셜록 홈즈를 엄청 재밌게 보고 책도 많이 읽은 아들이 이런 느릿느릿한 호흡에 실망하지나 않을까 신경이 쓰였으나

영화를 보고 난 아들은 이런 짠...한 모습의 홈즈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나보다.


꼬장꼬장하고 사적인 관계를 맺는 것에 어설픈 홈즈의 모습은 이 영화에서도 여전하지만, 결국 그는 자신의 모습을 반추하면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소통하게 된다. 이러한 까칠한 노인네의 변화가 전혀 갑작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빌콘돈의 느릿느릿하고

진중한 호흡의 연출 덕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당장 쓰러져도 이상할 것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홈즈 역할을 연기한 이언 맥켈런 덕분이리라.
그가 불현듯 허공을 응시하며 멍해지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건 도저히 연기라고 생각되지 않더라.
1939년생 노장 배우의 아름다운 내공이 그대로 느껴지는 영화.
로라 리니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역시 반가웠고, 왓슨도 곁에 없는 외로운 홈즈의 마음에 따뜻한 벗이 되는

꼬마 로저 역의 마일로 파커(Milo Parker)의 범상찮은 모습도 즐거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