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이 넘쳐나면서 집밥 음식은 물론 외식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TV에서 뵐 수 있는 셰프들의 음식점은 예약이 불가능할 정도로 사람이 몰리기도 한다니...
외식을 즐기는 이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것은 미식 문화의 저변 확대에 많은 도움이 된다.
배달 음식과는 분명히 다른 지향점을 갖고 있는 음식점들은 미식 문화 저변 확대에 따라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기도 하고.
그런데 가끔... 정말 우리가 그만큼 음식을 소비하는 것에 관심이 높아진 만큼, 문화도 걸맞게 성장하고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


상대적으로 업장의 규모가 작지만 주방장의 창의력이 중심이 되는 음식점의 경우 대부분 전화예약을 받는다.
전화예약을 받고 이를 통해 어느 정도의 손님이 찾아올지 예측한 뒤 전날, 또는 당일 오전 식자재를 구해 준비하는 경우가 많지.
(육류는 미리 구입해서 숙성을... 뭐 이런 얘기는 하지 않기로 함)
그런데 아무 연락도 없이 손님들이 오지 않으면 도대체 그 식재료는 어찌해야할까?


이렇게 예약해놓고 당일에 아무 연락이 없이 오지 않는 경우를 '노쇼 (No-Show)'라고 부른다.
식재료의 신선함이 강조되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음식을 내는 곳들이 대부분이니 얼마나 당혹스러울지 생각을 해봐야할 문제아닐까 싶다.
그리고 예약을 통해 운영되는 곳이니 누군가 예약을 해서 자리가 찼다면 다른 분들은 만석이라는 이유로 이미 예약이 불가했을텐데,
당일에 노쇼 또는 직전 취소로 그 테이블을 비워둬야 한다면 고스란히 업장의 손실로 다 돌아가는 것 아닌가?


물론... 불가피한 사정이 갑자기 생길 수 있다.
그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지. 그런 경우까지 문제삼는 음식점은 없을거다.
다만, 단순히 마음이 바뀌었다든지 예약까지 다했는데 다른 음식점으로 가버리는 경우도 너무 많다는거지.


정말 그런 무개념 손님이 많냐고 묻는다면 단언코 말할 수 있다.


엄.청.나.게. 많다고.


연남동에서 카이세키 요리를 하던, 테이블 몇개 안되는 작은 음식점이 있었다.
먹어본 이들의 찬사가 인터넷에 줄을 이었지.
한번에 두 테이블 정도밖에 못받는 작은 공간이어서 예약은 필수였고.
그런데... 그 업장은 당일에 아무 연락도 없이 찾아오지 않는 이른바 '노쇼' 손님들 때문에 적잖은 피해를 봤다.
결국 예약금을 받기에 이르렀다.
노쇼로 인한 손실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거지.
업장의 쥔장께선 예약금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정말 정중한 어조로 적어 올리셨었다.
지금, 그 많은 분들의 찬사를 받던 업장은 이제 더이상 없다.


난 오늘도 요즘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는 강남의 모 음식점 주방장께서 노쇼로 인해 받고 있는 어려움을 올리신 글을 읽었다.
스물두분이 예약을 했는데 정작 지금 식사를 하고 있는 분은 아홉분 뿐이라는 글을.
식자재는 스물두분 + 알파... 만큼 준비했는데 반도 안되는 분들이 오셨으니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닐거라 짐작이 간다.
노쇼만이 문제가 아니라 당일 직전 취소도 문제다.
업장에 손실을 입힌다는 건 마찬가지니까.
당일 직전 취소를 하면 그 테이블이 비게 되는건 마찬가지.
지나치다 들어오는 손님들(Walk-In 손님)이 아닌 예약 위주로 운영되는 업장의 경우, 피해는 더 크다.
갑자기 취소한 분 때문에 이미 다른 분들은 예약의 기회를 놓쳤을테니 그냥 고스란히 손실이 되는거다.


요식업계에 종사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맛집 블로거분들처럼 자주 외식을 하는 이도 아닌 내가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는,
이런 노쇼와 직전 취소로 인한 문제를 분명 우리가 이야기해야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 뿐이다.
난 내가 정말 사랑하는 음식점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없어져버리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럼 아쉬운 건 손님이었던 나...더라.


난 결코 음식점에 도움이 되는 손님이 못된다.
우린 그럴듯한 와인 한병 주문하지 않고 그저 먹기만 하고 일어나는,
그것도 자주 들르지도 못하는 정말 지극히 평범한 손님일 뿐이니까.
그렇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음식점들은 오래도록 찾아가고 그 시간을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


최소한의 양심과 배려 역시 맛있는 음식을 찾고, 먹는 이들의 의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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