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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오늘 창원에서 열리는 대회를 위해 내려갔다.
중학교때와 달리 이번엔 25m 권총도 출전하기 때문에 꼬박 일주일동안 집을 떠나 있는다.
학교에 아침 5시 50분까지 도착해야해서 학교에서 무척 가까운 곳에 사는 선배 집에서 자고 가겠다고 하길래 어제 밤에 태워줬다.
집에서 여행가방이 터져나갈 정도로 꽉꽉 짐을 챙기는 모습을 보니 아들이 언제 이렇게 훌쩍 커버렸나...싶은 생각이 들더라.

얼마전 인천에서 열렸던 대회가 규모가 작았다면, 이번 창원 대회는 사실상 올해 첫 주요 시합이라 대단히 많은 선수들이 참가한다.
이제 고등학교 1학년.
내가 바라는건 그저 후회없이 쏘고 올라오는 것 뿐인데 한가지 더 바라는게 있다면 아들이 좋아하는 3학년 선배들의 선전이다.
특히 전국 탑클라스 실력이었지만 갑자기 요 두달 사이에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는 한 아이의 선전을 진심으로 바란다.
나도 꼰대가 되어가는건지...

아들로부터 그 선배가 겪고있는 슬럼프, 답답함을 들을 때면 내 아들도 아닌데 그 아이의 답답함과 두려움이 느껴져 마음이 정말 많이 아프다.
고3은 상반기에 있는 시합으로 사실상 앞으로의 진로가 결정된다고 하더라.
그러니... 얼마나 큰 마음의 부담을 안고 있을까.

부디 아들을 비롯한 사격부 아이들이 후회없이 쏘고 건강한 모습으로, 그리고 웃는 모습으로 올라왔으면 좋겠다.
정말정말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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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다.
참사로부터 1년이 지났다.
이쯤되면 잊혀질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어제도 세월호 유가족 부모님들의 목소리를 듣다가 분노와 슬픔, 뭐라 형언하기 힘든 감정들로 힘들었다.
참사의 진상이 하나도 규명된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온갖 더러운 수작으로 욕보임을 당하고 있는 유가족들의 심정은 정말... 어떨까.
그 배안에서 하나둘 쓰러져갔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나조차 가슴이 터질 것 같은데

상상할 수 없는 지옥의 끝을 버티고 있는 그분들을 어쩌면 이토록 처참하게 만들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린 인간과 짐승으로 나뉘어졌다는 어느 분의 말씀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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