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가장 친했던 친구가 있다.
중학교 때도 마찬가지였고.
고등학교 때도 학교는 달라도 자주 만났고, 이후 졸업해서 대학도 달랐지만,
역시 자주 만난 친구가 있다.

결혼 전 3년의 잊고 싶은 기억 덕에 난 많은 친구와 지인들을 내 곁에서 떠나 보냈다.
스스로 보낸 것이나 다름 없다.
그때 내 생활은 방탕하기 이를 데 없었고, 아주 약간이나마 남아있던 이런저런 재기도 다 흘러 보냈다.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 정신을 차리고, 따뜻한 사랑도 받고.
게다가 소중한 아들도 태어나고 하면서 조금씩 정신을 차리게 되었지만,
사실 그 이전의 기억들은 애써서 하지 않으려고 했다.
생각만 해도 부끄럽고 민망하고... 그 기억들을 싹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인가부터 그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얼 잘못 한 것인지 스스로 따져 묻기 시작했다.
물론 더 큰 부끄러움과 후회가 남았지만, 이젠 극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그때 떠나보낸 친구나 지인들은 다시 주워담기가 힘들 다는 것이 많이 안타까울 뿐.

이 오래된 친구도 그때부터 소원해졌다.
그리고 거의 5년 가까이 흐른 후에야 요즘 자주 만나게 되었다.
난 예전과 같은 돈독함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냥 다시 한 친구를 알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림을 그리는 이 친구는 요사이 무척 힘들어 보인다.
다른 나라는 어떨 지 모르겠는데, 난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 것이...
그 친구는 이제껏 35년을 그림 그리면서 살아 왔는데, 왜 이리도 사무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거다.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자금 조달, 기획/운영, 이벤트 홍보... 사실 이런 건 사무업무로 통뼈 굵은 인간들이나 능숙하게 하는 것인데 말이다.

내가 잘 못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갤러리마다 큐레이터도 있고... 잘은 모르지만 큐레이터가 홍보도 담당하는, 마케팅 마인드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들었다.

게다가 어지간한 갤러리 관장들은 대부분 만만찮은 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니까...
그림을 그리는 자신이 갤러리를 꾸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대강 상상이 간다.

천성이 착한 이 녀석이...
구라와 말빨로 먹고 사는 이... 바닥도 건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약간의 짜증과 피로가 몰려 왔다.
그렇다고 내가 무작정 다 도와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가 돕는 다고 상황이 호전된다는 보장도 없지만 말이다.
물론 이 친구도 충분히 잘 해 나가리라 생각되지만...

오랜 만에 다시 만나는 친구의 어깨가 무거워 보이는 게 영 어울려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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